-하는 데 있어

1. 그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보다비용이다.
2.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3. 공부하는 데 있어 집중력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데‘라는 의존 명사에 이미 ‘곳‘이나 ‘장소‘, ‘일‘, ‘것‘, ‘경우‘의 뜻이 다 들어 있다. 일부러 앞말과 띄어 쓰면서까지그 많은 뜻을 전하려고 애쓰는 낱말인데 굳이 ‘있어서‘를붙여서 망신을 줄 필요가 있을까? 사람은 물론이거니와말도 예의를 지켜 가며 써야 한다. - P59

사랑에 대한 배신
노력에 대한 대가

예문에서 보듯 ‘대한‘이 들어간 문장은 ‘대한‘을 활용한문장이라기보다 ‘대한‘이라는 붙박이 단어를 중심으로 나머지 단어를 배치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니 주체적으로 ‘대한‘을 선택해 쓴 것이 아니라 ‘대한‘에 기대서 표현한 것뿐이다. 그리고 ‘대한‘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 준다.
표현을 더 정확히 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주니까.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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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일을 배울 때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정교열 일이 내게 딱 맞는 일이라고 확신해 본적이단 한 번도 없다. 엉덩이가 무거워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엉덩이가 무거워 보이는 것뿐이다. 엉덩이가 무거운 척하며 살다 보니 마음에도 무거운 돌 하나 얹어 둔 것처럼 답답하고 소화도 잘 안되는 걸 보면, 역시 이 일은 내게 맞지 않는 모양이다. - P42

멸치는 바싹 말라 있는 상태였다.
보조 동사로 쓰는 ‘있다‘를 ‘상태‘라는 명사, 곧 체언을꾸미는 관형사로 만들어 썼다. 이럴 때 ‘있는‘은 굳이 쓰지않아도 되는 ‘있는‘이다. 왜냐하면 관형사형은 본동사 ‘마르다‘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는 바싹 마른 상태였다. - P45

한국어 문장만 20여 년 넘게 다듬어 왔는데, 이제까지•써서는 안 되는 잘못된 낱말이나 표현 때문에 문장이 이상하거나 어색해진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써서는 안 되는 낱말이나 표현 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있어야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엉뚱한 자리에 끼어들어서 문제가될 뿐이지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낱말이나 표현 같은 건없다. - P46

늘 깨끗한 상태였다. (또는)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했다.
바꿔 보면 바꾸기 전 문장에 덧붙인 ‘있었다‘가 아무런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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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낫지 않은가. 더군다나 관형사 ‘모든‘으로 수식되는 명사에는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을 붙이지 않는것이 자연스럽다. ‘무리‘나 ‘떼‘처럼 복수를 나타내는 명사도 마찬가지다. 이미 복수형을 하고 있는데 뭐하러 ‘들‘
을 또 붙인단 말인가. - P29

사랑이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라고 써•도 문제는 없다. 일부러 ‘것은‘과 ‘것이다‘를 반복해 써서•강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습관처럼 반복해서쓰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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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 33
김동인 외 지음, 현상길 엮음 / 풀잎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한국 단편을 읽었다. 폭염이 한창이던 8월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야 마무리했다. 쓰레기 재활용을 하러 나갔다가 눈에 띄어 득템한 책이다. 마침 한국 단편을 읽어봐야지 하던 차에 얼마나 반가웠던지.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보았던 친숙한 작품이 대부분이고, 간혹 처음 접하는 단편도 몇 편 있었다. 그 시절 국어 시간이 떠올랐다. 선생님의 말씀을 놓칠세라 귀를 쫑긋하며 밑줄을 긋고 메모를 하던 기억 말이다. 또 한때 TV문학관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접했던 기억도 아련히 떠올라서 추억에 젖어 보았다.

 



김동인의 <감자>를 비롯하여 오영수의 <요람기>까지 33편의 한국 단편이 실려있다. 엮은이 현상길은, 서점에는 어른들을 위한 책과 취직을 위한 수험서들이 즐비하지만 중고생들을 위한 책은 없어서 그러한 갈증을 해소해 주려고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제시된 단편을 효과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학교의 수행평가나 수능 논술 등 진학을 위한 기초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했으며, 7차 국어과 교육과정의 핵심적 목표인 창의적 국어 사용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 각 단편은, 읽기 전에 알아두기-작품 읽기-읽은 후에 정리하기-깊이 생각해 보기-심화 문제 풀이5단계 독서 과정을 거치며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짜여 있다.

 



가난한 인력거꾼 하층민 김첨지가 겪어야 했던 비극적인 이야기 <운수 좋은 날>이나 김유정의 <봄 봄>, <금 따는 콩밭>, <동백꽃> 등은 교과서에서 낯익은 작품이며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이다. <소나기>로 유명한 황순원의 작품 <><독 짓는 늙은이>, <()>을 오랜만에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은 누이의 죽음을 통해 미성숙한 인물에서 성숙한 인물로 성장해가는 성장소설로 내적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모든 단편작품 앞에는 읽기 전에 알아두기코너를 두어 처음 읽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략의 정보를 싣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내가 처음 접한 단편은 김이석의 <실비명(失碑銘)>이다. 등장인물 덕구는 요즘으로 말하면 딸바보라고 할 수 있는데 인력거꾼으로 일하면서 딸 도화에 대한 헌신과 사랑으로 현실을 극복해 나가는 인물이다. 어느 해에 덕구는 마라톤 대회에서 삼등을 했는데 부상으로 받은 광목을 급성 폐렴으로 죽은 아내의 시체를 감아야 했다. 겨우 스물여덟이라는 꽃다운 나이의 아내를 꽁꽁 언 땅에 묻고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렇게 아내를 떠나보내고 딸을 키우며 그는 도화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한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았기에 아무리 힘든 일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하지 않은가. 도화는 덕구의 바람과 달리 친구 연실이와 어울리면서 기생이 되고 싶었다. 그것을 안 덕구의 마음은 얼마나 허망했을까. 부모는 자식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식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무언가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맹목적으로 자신의 바람을 자식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도 부모의 바람과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오래전 작품이지만 오늘의 현실에 비교해 보아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김성한의 <바비도>도 처음 접한 작품인데 깊은 인상이 남았다. 주인공 바비도는 1410년 이단으로 지목되어 분형(焚刑)을 받은 영국 직공으로, 15세기 초의 영국 교회의 부패하고 타락한 권력에 맞서 끝내 죽음을 선택한다. 권력의 희생양이 된 바비도의 처형을 이벤트처럼 가볍게 구경하는 구경꾼들, 몽매한 민중의 행동과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절대 권력 앞에 한 사람 개인은 얼마나 미미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우리 현대사에도 얼마나 많은 사례가 있는가. 다양한 작가의 수작을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만 오타가 자주 눈에 띄어서 불편한 점도 있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으로 서점과 출판계의 관심과 기대가 뜨거웠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물론 한마음이었을 것이다. 한강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학 작품을 읽으며 자랐기에 오늘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여름에 읽다가 남겨 둔 몇 작품의 소설을 읽으면서는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 단편들을 한강 작가도 수없이 읽었겠지 싶어서. 일제강점기에 쓰인 한국 단편 소설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빠뜨려서는 안 될 소중한 문학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단편 소설은 문학을 좋아하고 문학을 정신적 지주로 삼는 독자들에게 영원한 옹달샘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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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 국제적 관계,
혁명적 사상, 자유주의적 경향

어쩐지 ‘적‘이 부담스러워 보인다. ‘적‘을 빼고 다시써 보면,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혁명 사상,
자유주의 경향

훨씬 깔끔해 보인다. 그렇다고 뜻이 달라진 것도 아니잖은가. 그러기는커녕 더 분명해졌다. - P19

‘적‘이나 ‘의‘를 반복해서 쓰는 이유는 습관이 들어서거나 아니면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이 귀찮아서이리라. 중독이란 게 그렇잖은가. 습관적으로 편한 길을 택하는 것.
물론 선택은 쓰는 사람의 몫이지만.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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