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100일 정진,  38일차

<欲趣一乘/욕취일승/일승으로 나아가고자 하거든

勿惡六塵/물오육진/ 육진을 미워하지 말라>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세상이란 공간과 시간의 무대에 올라서게 된다.

무대에 올라서는 순간, 무대의 막이 내릴 때 까지 한 바탕 연기를 해야 한다.

우리 인간이란 배우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연극 무대에서 우리의 연기는 짜여진 극본대로 대사를 외우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즉흥적인 연기를 하고 있다.

배우인 우리 자신은 이게 연극인지 전혀 모르며 연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연극의 무대를 지켜 보는 관객이 도대체 누구인지는 우리는 모른다.

무대 위의 연기자인 우리는 연극 무대에 펼쳐진 소품들이 소품이라 생각하지 못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며, 몸을 움직이는 그 가운데 그 모든 등장 인물과 사물들이 전부 생생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에게 대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대본은 이미 우리가 펼치는 연기 속에 이미 들어가 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외운 대본이 아닌  우리의 심연에 대본이 이미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말나식과 아뢰야식이라 불리는 나라는 아집과 무의식이 바로 대본이다.

 

이러한 연극의 구조를 눈치를 사람들이 우리 중에 일부가 있었다.

그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붓다였다.

붓다는 이러한 매트릭스 같은 현실 구조를 간파하고 구조를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의 세상이 매트릭스 같은 구조였음을 밝혔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구조 안에 벌어지는 모든 것이 실제라고 믿고 있는 벗어 없다.

왜냐면 우리의 감각 기관은 너무나 생생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픔이란 통각(痛覺)은 너무나 사실적이라 이것이 연극의 과정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벗어나야 하는가.

 

욕취일승(欲趣一乘) 일승으로 나아가고자 하거든

물오육진(勿惡六塵) 육진을 미워하지 말라

 

이제부터는 매트릭스 실체에 접근할 차례다.

 

: 欲趣: 바랄 , 향할 취: 향하고자 바란다면

*一乘:  , 탈 승:   승은 수레에 태우는것을 뜻한다.

대승(大乘), 소승(小乘) 불교 할 때의 '승()'은 중생들을 수레에 태우고 깨달음의 세계로 가는것을 의미한다. 대승은 수많은 중생들을 태우는것이고 소승은 그보다는 적은 수의 중생들을 태우고 가는것 이다. 따라서 여기서 일승은 깨달음의 세계로 수레를 타고 가는것 말한다.

勿惡: 금할 , 미워할 오 : 미워하지 말라

*六塵:여섯 , 티끌 진: 여섯 가지 티끌, 여기서 여섯까지 티끌이란 우선 우리 인간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여섯 가지 인식의 뿌리에 해당하는 육근(六根)을 뜻한다. 이러한 육근은  , 귀,코, 혀, 몸, 뜻을 가지고  육경(六境) , 색성향미촉법 (色聲香味觸法) 즉, , 소리, 냄새, 맛, 감촉,  만나서 생기는 번뇌의 티끌이 바로 육진(六塵)이다.

  


By Dharma & Mahea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다시, 100일 정진,  37일차

<不好勞神/불호노신/좋아하지 않으면 신기를 괴롭히거늘

何用疏親/하용소친/어찌 성기고 친함을 쓸 것인가>

 

우리는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똑 같은 상황을 경험했어도, 그 경험의 감정이 전혀 다를 때가 있다.

시인 이백과 두보는 동시대 사람 이면서, 같은 공간에서 함께 교류를 했었다.

하지만 이백이 경험한 세상과 두보가 경험한 세상은 전혀 달랐다.

이건 이백과 두보 뿐만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같은 경험을 했음에도 서로 다른 기억과 감정이 남겨졌지만, 우리는 늘 내게 남겨진 기억과 감정이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각자의 세계에서 사는 자폐증 환자와 다를 없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불교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 이란 용어로 풀어냈다.

현대 심리학의 의식과도 같은 개념인데, 불교의 식은 그 의식을 넓게 확장 시켰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며, 몸을 움직이는 그 가운데, 의미를 내가 지니게 된다.

 다섯 가지 감각기관과 의식이 합한 것을 육식(六識)이라고 부른다.

거기에  라는 것에 집착하는 말나식과 나의 모든 무의식의 경계인 야뢰야식이 더해지면 8식이 된다.


이러한 식의 작용에 의해 우리의 세계는 주관적으로 밖에 느낄 없다.

우리는 각자의 8식이 바로 주관적이기 때문에 각자의 인식하는 세계가 다른 것이다.

그러니 이백의 세상과 두보의 세상은 같은 당나라 시인이지만 다른 세상을 노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우리 역시도 같은 시대, 같은 나라, 같은 가족으로 살고 있지만 결국은 혼자의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모두 자폐증 환자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이런 이해의 바탕에서 우리는 다시 세상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각자의 8식속에 살아가는, 끝내 서로의 세계를 완전히 건너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계념괴진(繫念乖眞) 생각에 얽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혼침불호(昏沈不好) 혼침함이 좋지 않느니라

불호노신(不好勞神) 좋아하지 않으면 신기를 괴롭히거늘

하용소친(何用疏親) 어찌 성기고 친함을 쓸것인가

 

생각에 얽매이면 혼침에 빠지고 그것은 좋지 않다.

 혼침은  정신을 피곤하게 한다.

그러니 어찌 도에 가깝고 멀고를 따지며   있겠는가?  

결국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의 육식은 피곤하다.

게다가 보이지도 않는 나라는 아집과 무의식 까지 나를 붙잡고 있으니 얼마나 무거운가. 

생각도 많아 자주 혼침에 빠지고, 정신도 아득히 피곤하니 얼마나 괴롭겠는가?


, 어쩌란 말이냐.

그러니 이것 저것 따지지 말고. 

일단은  모르겠다하고 그냥 놔야 한다.

놓는 , 어쩌면 이것 밖에 다시 제대로 된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 不好: 아닐 , 좋을 호: 좋지 않다.

勞神: 괴로할 , 귀신 신:  신명이 괴롭다.

何用: 어찌 , 쓸 묭 : 어찌 ~ 쓸 것인가.

疏親:멀리 , 친할 친: 멀리하고  가까움



  

By Dharma & Mahea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다시, 100일 정진,  36일차

<繫念乖眞/계념괴진/생각에 얽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昏沈不好/혼침불호/혼침함이 좋지 않느니라>

 

당나라 시인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냐 하고 묻는다면, 대개 열 중 아홉은 이백(李白701~762)을 답할 것이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하고 불려지던 시선(詩仙) 이백 말이다.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 이백과 동시대에 살았던 시인으로 쌍벽을 이루지만 이백과는 전혀 다른 시풍를 지니고 있다.

두보의 시는 불우한 시대의 슬픔과 연민 같은 애절함이 담겨 있는 현실주의적 특징이 있으나 

이백의 시는 자유분방하며 호방한 낭만적인 시풍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시인은 서로 다른 세계를 노래 했을까.

이백이 남긴 시중 <장진주(將進酒)> 라는 시가 있다.

시는 단순히 술을 권하는 내용이지만 스케일은 하늘과 바다, 천지를 오가며 인생의 참뜻을 묻는다.


君不見,黃河之水天上來,奔流到海不復回。(군불견, 황하지수천상래, 번류도해불복회)
그대 않는가? 황하의 물 하늘에서 내려와서, 힘차게 흘러 바다에 이르고 다시 오지 못함을.

君不見,高堂明鏡悲白髮,朝如青絲暮成雪。(군불견,고당명경비백발, 조여청사모성설)

그대 않는가? 귀한 집 거울속 흰 머리 슬퍼하노니, 아침에 검던 머리 저녁에 눈같이 희어짐을.

人生得意須盡歡,莫使金樽空對月。(인생득의수진환,막사금준공대월)

인생에 뜻을 얻었으면 모름지기 길지니, 금 술잔이 빈 채로 달을 마주보게 하지 말라.

天生我材必有用,千金散盡還復來。(천생아채필유용, 천금산진환부래)

하늘이 내게 주신 재주 반드시 쓰일 것이며, 많은 돈을 다 써 버리더라도 다시 돌아오리라.

烹羊宰牛且爲樂,會須一飲三百杯。(팽양재우차위락, 회수일음삼백배)

양고기 삶고,  잡아 우선 즐기리니, 모름지기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 하리라.

岑夫子,丹丘生,將進酒,杯莫停。(잠부자,단구생, 장진주,배막정)

잠부자, 단구선생이여 술을 권하니, 그대들은 거절하지 말게나.

與君歌一曲,請君爲我傾耳聽。(여군가일곡, 청군위아경이청)

그대들 위해  노래 부르리니, 그대들 날 위해 귀 기울여 주.

鐘鼓饌玉不足貴,但願長醉不復醒。(종관옥부족귀,단원장취불부성)

음악과 귀한 안주 아끼지 말고, 단지 오래 취하여 깨지 말기를 바랄 이네.

古來聖賢皆寂寞,惟有飲者留其名。(고래성현개적막, 유유음자류기명)

옛날의 성인과 현자들은 잊혀졌으나, 술꾼들의 명성은 전하여 오네.

陳王昔時宴平樂,斗酒十千恣歡謔。(진왕석시안평락, 두주십천자환학)

진왕은 옛날 평락궁 잔치 열고서, 한 말에 만 냥이나 하는 술 마음대로 즐겼다네.

主人何爲言少錢,徑須沽取對君酌。(주인하위언소전, 경수고취대군작)

주인이 어찌하여 돈이 적다 말하시오? 어서 빨리 와서 우리 같이 대작합시다.

五花馬,千金裘,呼兒將出換美酒,與爾同銷萬古愁。(오화마, 천금구,호아장출환미주,여이동수만고수)

나의 오화마와 천금구를 아이 불러 맛있는 술로 바꿔 와서, 우리 모두 만고의 시름을 삭여보세나.


이백의 명성은 지금으로 치면 당대 최고의 가수에 해당 한다.

일반 백성부터 고위 관료들 심지어는 황제까지 그의 시를 읊고 그의 재능을 칭송했다.

각박한 현실과 맞지 않는 화려하고 초월적인 스케일의 시를 남여노소가 좋아했다.

특히 장진주에서는 이백의 자신의 사유의 크기를  시적 재능으로 유감없이 발휘된다.

장진주의 모든 구절 하나하나가 소위 거를 타선이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그러나 장진주의 최고의 구절은 바로 소절이 아닌가 싶다.

 

君不見, 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한가.

黃河之水天上來, 황화지수천상래. 황화의 물은 천상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回 , 번류도해불복회. 바다로 흘러 들어가 돌아 오지 못하는 것을.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한가.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귀한 집 거울속 백발을 보고

朝如青絲暮成雪 , 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 검던 머리가 저녁이 되어 눈처럼 희는 것을.


하늘에서 부터 쏟아져 내리는 황화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귀한 집에 태어나 아침에 검던 머리 카락이 저녁엔 백발이 되어 버리는 슬픔을,  

그대 보이지 아니 한가   풀이 된다.

단지 술이나 마시며 즐기며 놀아 보세 라고 하며 부른 노래 치고는 자연과 인생의 없음 그리고 무상함을 깊이 담았다.

장진주는 세상의 없음을 그대들은 보이지 아니한가  물으며 시작한다.

시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술이나 마시자고 부른 노래의 형식이지만 안에 자신의 경지가 감춰져 있다.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 한가.


보는 , 은 보려고 하는   저절로 보여지는  으로 나뉘어 진다.

중국어로 () 보려고 하는 의지 있는 상황에서 사용하고,

()  나의 의지가 없이 보여지 상황에서 사용한다.

영가현각 (永嘉玄覺, 665~713) 스님의 깨달음을 노래한 <증도가(證道歌)> 구절도 바로 이백의 장진주와 같이 '君不見(군불견)' 으로 시작한다.


君不見, 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한가.

絶學無爲閑道人, 절학무위휴도인, 배움이 끊어진 함이 없는 한가한 도인은.

不除妄想不求眞, 부도망상불구진, 망상도 없애지 않고 배움도 구하지 않나니


이백보다 세대를 먼저 살았던 영가스님 역시 깨달음을 노래한 시에 君不見(군불견) 으로 시작했다.

깨달음이란 때가 되면 저절로 오는 시절인연(時節因緣) 가깝다.

억지로 구하고자 해서 구해지고, 찾으려고 해서 찾아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망상을 없애려 하거나, 참된 도를 구하고자 하려고 하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배움이 끊어진, 이것 또한 억지로 끊어진 것이 아닌 저절로 끊어지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무위 , 함이 없이 하는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경지는 볼려고 해서 봐지는 경지가 아니라 저절로 보여 져야 하는 경지이다.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이지 아니 한가.


임성합도(任性合道) 자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여

소요절뇌(逍遙絶惱) 소요하여 번뇌가 끊기고

계념괴진(繫念乖眞) 생각에 얽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혼침불호(昏沈不好) 혼침함이 좋지 않느니라

 

신심명 또한 증도가의 구절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다시 장진주로 돌아와 이백은 술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술을 마시면 최소한 삼백잔을 마셔야 하고, 늘 취한 상태로 있었으며, 말년에는 너무나 술에 취해 강 속에 빠진 달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전설처럼 혹은 신화처럼 살았던 시인은 어쩌면 자신의 재능과 경지를 단지 술을 마시는 것으로 허비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강에 빠진 달을 건지려 했던 마음을, 우리는 이제 조금 이해할 것만 같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너 어찌 물 속에 잠겨 있느냐. 내 너를 건져 올리마

 

: 繫念:  , 생각할 념: 생각에 메이다. 즉 생각에 얽매이다.

乖眞: 어그러질 , 참 진:  참됨이 어그러진다. 즉 참됨이 어긋난다.

昏沈: 어두울 ,  잠길  : 어둡게 잠긴다. 즉 마음이 맑지 않은 상태

不好: 아닐 , 좋을 호:  좋지 않다.

 


By Dharma & Maheal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잉크냄새 2026-02-03 2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君不见,这一杯酒天上来,奔流到胃不复回
이백은 시선诗仙이자 주신酒神이어서 이렇게 변형해 외우고 있어요.ㅎㅎ

마힐 2026-02-03 22:37   좋아요 1 | URL
그대 못 보았는가?
이 잔의 술은 하늘로부터 왔나니,
위로 들어가서는 다시 나오지 않는 구나.
카~ 소주의 맛이네요.
멋진 주신의 개작시 입니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법
러셀 로버츠 지음, 이지연 옮김 / 세계사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찰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며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을 남기고, 따개비를 8년 연구하고, 지렁이를 29년 실험한 사람이다.

그는 진화론으로 서구 세계의 신념 체계를 뒤흔든 인물이며 오늘날 과학이라는 새로운 신화를 상징적 존재이다.

그런 다윈에게도 한때 아주 인간적인 질문 하나가 있었다고 한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다윈은 노트에 결혼의 장단점을 조목조목 적어 내려갔다.

외롭지 않을 , 대화 상대가 생길 것, 노후에 돌봄을 받을 수도 있을 것.

반대로 자유를 잃을 , 시간을 빼앗길 것, 책임이 늘어날 것.

지금의 눈으로 보면 웃음이 나올 만큼 계산적이지만, 빅토리아 시대의 분위기 속에서는 “위대한 업적 위해서는 독신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지극히 자연스러웠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윈은 결국 이렇게 적었다.

 

“결혼한다. 결혼한다. 결혼한다. 증명 끝.”

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연구자 다윈을 무너뜨리지 않았고,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삶을 완성시켰다.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은 이처럼 답이 없는 문제 앞에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혼을 것인가 것인가,

직장을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지금의 삶을 유지할 것인가, 다른 길로 갈 것인가.

우리는 이런 질문 앞에서 망설인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정답을 찾으려 든다.

하지만 러셀 로버츠는 말한다.

 

“답이 없는 문제에서 최선을 찾으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일 수 있다.”

그는 비용과 효용, 합리성과 계산의 언어로 삶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최선의 반대말은 최악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음’ 이다.

삶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하며 알아가는 여정이다.

인생은 당신이 쓰면서 동시에 읽고 있는 권의 책이다."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보다, 지금 다시 읽으며 좀 더 깊게 각인 되어진다.

 

책을 지금 다시 꺼내 이유는 단순한 재독이 아니다.

요즘 나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조직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앞에 있다.

 

조용히 넘어가자는 , 기록을 남기지 말자는 권유, 의리와 감정의 언어가 오가는 가운데

나는 자꾸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선택은 옳은가?”

그러나 책을 다시 읽으며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

 

러셀 로버츠는 말한다.

"어떤 결정이 ‘내가 어떤 사람이냐’를 드러낸다면 대가는 고려하지 말라.

손익이 아니라 자아감을 지키는 선택을 하라" 

 

삶은 객관식 문제가 아니고, 인생의 문제집에는 정답지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순간 한 걸음을 내딛으며 자신의 문장을 써 내려가야 한다.

 

책은 안전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내려 놓음' 의 태도를 제안한다.

삶을 계산하지 .

통제하려 들지 .

대신 경험할 , 관계 맺을 것,

그리고 선택의 무게를 스스로 감당할 .

놀랍게도 ()의 방하착 (放下着)과 무척 닮았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다.

가다 막히고, 돌아가고, 순조로운 알았다가 다시 멈춘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는 안다.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멈춰 있는 시간조차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방황도 훗날 결국 소요유(逍遙遊) 였음을 깨닫게 되기를 희망한다.

당신은 지금, 어떤 ‘결심이 필요한 순간’ 앞에 서 있는가?

정답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by Dharma & Maheal 

어디 사느냐는 내가 무얼 경험하게 되느냐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냐에 관한 문제이다.

어느 의사 결정이 ‘본질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냐‘를 보여준다면 대가는 고려하지 말라. 자아감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6-02-02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를 약간 변형해 보자면 ˝당신이 어디를 방황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마힐 2026-02-03 09:01   좋아요 1 | URL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시겠다면 저는 요, 어제는 돈까스와 치킨을 먹었고요. 중국 생활 9525일 째를 하고 있지만, 북경에서도, 서울에서도, 울산에서도 늘 집 없이 방황하고 있어요. 전 어떤 사람인가요? ㅎㅎ
 

- 다시, 100일 정진,  35일차

<任性合道/임성합도/자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여

  逍遙絶惱/소요절뇌/소요하여 번뇌가 끊기고>

 

어린 왕자는 우주의 행성들과 지구의 여행을 마치고 행성 B612로 돌아가야 했다.

행성을 여행하며 만난 어른들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허울 뿐인 명성에 집착하고 마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지를 지켜 보았다.

그리고 지구에 도착해서는 자신의 꽃과 같은 생긴 많은 장미들을 보고 자신의 장미가 그들과 다를 없다는 사실에 슬퍼했다.

 

어린 왕자가 지나갔던 행성은 사실 우리 마음 속의 헛된 망상 들을 투영한 것이다.

하나 뿐인 장미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다면 영원히 그저 그런 장미에 불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지구에 남아 사막에 계속 머물거나 이제는 바다로 여행을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여우와의 만남을 통해 길들이기를 깨우쳤다.

길들임의 대상은 사람과의 관계 뿐만 아니다.

진정으로 길들여야 대상은 바로 마음이다.

마음이야 말로 나에게 하나 뿐인 소중한 장미와도 같다.

마음의 장미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구에 남아 있을 어린 왕자와 다를 바가 없다.

어린 왕자에게 백척간두갱진일보(百尺竿头更进一步)  바로 B612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방지자연(放之自然) 놓아버리면 자연히 본래로 되어

체무거주(體無去住) 본체는 가거나 머무름이 없도다

임성합도(任性合道) 자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여

소요절뇌(逍遙絶惱) 소요하여 번뇌가 끊기고

어린 왕자는 거리낌 없는 소요(逍遙) 통해 이상 미련이나 번뇌도 없어졌다.

이제는 다시 자신이 떠나 왔던 행성 고향 B612로 돌아가야 했다.

육체를 가지고 없으므로 사막의 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이상 지구에 어린 왕자가 없다고 슬퍼해선 된다.

아직 지구에 남아 있는 많은 어린 왕자들은 아직도 돌아갈 준비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에 남은 우리 어린 왕자들은 먼저 자신의 별로 돌아간 어린 왕자에게 축복해 줘야 한다.

우린 아직 지구에 남아 있는 어린 왕자들 이니까.

: 任性: 맡길 , 성품 성: 성품에 맡기면

合道: 합할 , 길 도:  도에 합쳐진다.

*逍遙: 거닐 ,    : 장자(庄子) 제목이 ‘소요유(逍遥游)’ 이다.  소요유란 어느것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거닐어 노는것을 뜻한다. 여기 신심명 구절 또한 같은 뜻으로 소요는 얽매이고 구속되지 않는 바람같이 떠도는것을 말한다. 즉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어느 곳에 마음두지 못하고 떠도는 ‘방황’ 하고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것이다.

絶惱: 끊을 , 괴로워 할 뇌:  괴로움이 끊긴다.

 

 

By Dharma & Maheal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