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
1-리처드 파인만당신이 어떤 것을 할머니에게 설명해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이해한것이 아니다.
2-무명씨" - P27

양자 역학을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불가능한 미션이다. 하지만 우리는 양자 역학이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다. 불가능해도 시도해 봐야 하는 이유다. 양자 역학 없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선 이 책을 전 - P27

자책으로 보는 데 사용하고 있을 컴퓨터나 스마트폰부터 처분하고 시작해야 한다. 종이책으로 보고 있다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실 분들은형광등을 끄시길. 텔레비전을 포함한 거의 모든 전자 장치를 버릴 차례인데 벌써 포기하시다니. 화학, 생물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 P28

양자 역학은 원자를 기술하는 학문이다. 원자가 어디 있는지궁금하면 그냥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면 된다. 모든 것은 원자로되어 있으니까. 맛있는 와플도 원자로 되어 있다. 칼로 와플을 둘로나누고, 그 반을 다시 둘로 나누고, 또 나누고 해서 27번 정도 나누면원자 하나의 크기에 도달한다. 즉 그 크기가 0.00000001 센티미터라는이야기다. - P28

전자는 크기가 거의 없을 만큼 작기 때문에, 서울시만한 공간안에 농구공 말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몸도 원자로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몸은 사실상 텅 비어 있다. 다른 모든 물질도 마찬가지다. 재물에 욕심을 갖지 마시라. 모두 비어 있는것이다. - P29

본다는 것은 대상에 빛이 부딪혀 반사하여 내 눈에 들어온 것을 말한다. 원자가 텅 비어 있지만 빛이 투과하지 못하고 튕겨 나온다면 적어도 내 눈에는 빛을 튕겨 낸 뭔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원자는 텅 비어 있지만 빛이 투과하지 못하여 꽉 찬 걸로 보인다는 뜻이다. 물론 인간이 볼 수 있는 빛은 가시광선뿐이다. 다른 종류의 빛인 엑스선이나 감마선 같은 것은 몸을 그냥 뚫고 지나간다. 엑스선으로 뼈를 볼 수 있는 이유다. 그럼 왜 가시광선은 튕겨 나오고 엑스선은 투과할까? 이것도 양자 역학이 답을 해 준다. - P30

 실제 원자들끼리만났을 때에도 먼저 마주치는 것은 언제나 상대방의 전자다. 전자들끼리는 서로 미워한다. 밀어낸다는 말이다. 따라서 원자핵끼리 만나기는 힘들다. 나중에 보겠지만, 전자들이 언제나 서로 미워하는 것은아니다. 때로 함께하기도 한다. 원자가 결합을 이룰 수 있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존재할 수 없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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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주변의 빈 공간은 사실 기체로 가득 차 있다. 기체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아침에 일어나서 우리가 제일 처음 듣는 소리는 바로 이 원자들의 진동이다. - P10

이제 겨우 일어나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데, 맛있는 된장찌개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집사람이 여기를 읽는다면 이렇게 물을 것이분명하다. "이 된장찌개 설마 내가 한 것은 아니겠지?" 이제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아까 이야기한 자명종 소리와 비슷한 문제가 생긴 것을알아챘으리라. 어떻게 부엌의 된장찌개 냄새가 내 코까지 온 것일까?
답은 된장찌개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이다. - P11

자, 우선 뇌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뇌파란 전기의 펄스이다. 컴퓨터와 같은 전자 회로에서는 전자들이 움직여서 전기 펄스를 만든다.
펜티엄 컴퓨터의 속도가 3기가헤르츠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1초에30억회 전기 펄스가 이동한다는 뜻이다. 물리적으로 보았을 때, 전기펄스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전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하(尙)를가진 물질만 있으면 된다. - P13

세포막에는 칼륨이 지나다닐 수 있는 작은 통로가 있는데, 세포막의 원자 통로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통로는 놀랍게도 특별한원자만 선택적으로 투과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오로지 칼륨 원자만 통과시킨다. 이 기능이 마비되면 뇌파를 만들 수 없어 우리는 죽게 된다. 뇌파가 없으면 왜 죽을까? 심장이 뛰고 호흡을 하는 것도 소뇌에서 만들어진 뇌파가 끊임없이 그렇게 움직이라고 심장과 허파의근육에게 명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명령이 내려지지 않는다면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자명하다. - P13

21세기는 생명 과학의 시대 아닌가? 유전 물질이란 다름 아닌 DNA다. DNA는 원자로 되어 있다. 여기서 DNA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그것만으로 몇 권의 책을 쓰고도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시 강조하지만, DNA도 우리 주위를 날아다니는 기체나 구수한 된장찌개,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를 구성하고 있는 원자들과 똑같은 원자들의 집합체이다. 다만 원자들이 다른 형태로 조립되어, 다른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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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나 아닐까. 가령 단 한번에 불후의 명작을 낳고 싶다는 욕심, 그 누구도 써낼 수 없는 것을 내가 써내고 말겠다는 욕심, 지금까지의 모든 소설의형태와 방법에서 과감하게 벗어나보겠다는 욕심, 그런 욕심들이 너무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P284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술이다. 그것은 인간의 정서를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개의 예술가들이 외롭고 어두운 생애를 살다 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사람들이 예술품은 자기의 생활에 필요할는지도 모르지만 예술가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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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부터 나는 마치 그 그림에다 도박을 건 여자처럼 마음을 졸이기 시작했다. 날마다 늘어가는 들개들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대감 같은 것이 고조되어 갔다. 그것은 이 황량한 겨울을 지탱하는 데 하나의 의지대가 되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결코 그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다만 그림 자체가 가지는 신비성 때문이었다. 날마다 조금씩 늘어가는 들개들의 수를 헤아리거나, 그 들개들의 표정이나 자태를 보는 것은 마치 내 글이 잘 나가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었다. - P154

"이론이란 언제나 창작에 누더기를 입히는 것에 불과하지나는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이 이론에다 꿰어 맞추는 작품들을 결코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창작은 언제나 알몸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값진 거야.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벌거벗고 있다고 해서 누가 쌍방울표 메리야스 팬티라도 입혀주었다고 가정해 보라구. 웃기는 일이지.  - P165

그러나 나는 생각보다는 징그럽게 생각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 이가 생겼다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로운가, 나는 쥐고기를먹으면서 가까스로 생명을 연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나의정신은 이제 투명하다. 나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면 누구보다도 감동적인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세상이 점차로 작아져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 P174

반드시 저 그림을 완성시켜야 한다.…………….
나는 그 눈발들을 바라보면서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 그림은 바로 내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그림을 사랑하고 있었다.
만약 그의 그림이 없었다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쉬운 여자로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 P176

나는 그에게 전혀 사랑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차라리 안

타까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림만 머릿속에 떠오르면 가슴이설레고 세포들이 살아 올랐다. 우리는 그림 속에서만 어떤 관계가 성립되는 인연을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물감이 떨어져 그림을 못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자꾸만 불안하고 초조해져 왔다. 이제 나는 먹이보다도시급한 것이 물감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 P179

"이제 저 흉악한 바깥세상하고는 상종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학자는 학자답지 않고, 성직자도 성직자답지 않으며, 심지어는 거지조차도 거지답지 않습니다. 인간미라곤 한 푼어치도없고 자기 합리화에만 급급합니다. 이론으로는 모두들 휘황찬란한데 뚜껑만 열면 악취가 풍깁니다. 한마디로 위선과 가면뿐입니다. 절대로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그들 속에서 예술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 어느 한 기관을 제거당해 버렸습니다. 이제 가까스로 그것을 재생해 놓고는 다시 또 치사해지고싶지는 않습니다.  - P180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계기가 와줄 때까지 나는 버티는 데까지 버티어볼 심산이었다. 그때까지 내 정신적인 지주는 그림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을 보지 못하면 나도 영영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서든 기름과 물감을 구해야만 할 것 같았다 - P191

그의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한숨이 터져나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가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은 일체의 고통과 잡념이 사라지고 그의 내부에는 투명한 영혼의 노래만이 괴어 흐르고 있는것같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언제쯤 다시 글을 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가슴이 답답해져 와서 견딜 수가 없었다. - P199

봄이 보면.......
봄이 오면 정말로 나는 본격적으로 한번 글을 시작해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층에서는 어떻게 생활하고있을까, 만약 그림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문득문득 불안해지기도 했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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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원적인 인간들의 세상입니다. 그림은 먹을 수 없다. 고로 그림은 무가치하다. 돈으로는 먹을 것을 살 수 있다. 고로돈은 가치 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먹고사는일 하나에 연연해서 몇 푼 안 되는 돈에다 모가지를 걸어놓고평생을 남의 사업만 거들다가 자기 일은 하나도 못 해놓고 죽은 사람들을 보면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 P107

벽들을 조사해 보니 가슴이 섬뜩할 정도로 틈이 많이 벌어져 있었다. 새끼손가락 하나가 무난히 드나들 정도로 벌어진틈도 있었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떨려왔다. 이 상태로 나간다면 올해를 넘기지 못하리라.
나는 죽는다……….
라고 생각하니까 잔인한 슬픔 같은 것이 복받쳐 올랐다. 평생 무엇을 하며 살아왔는가. 사랑하는 사람 하나도 없이 세상의 그늘진 담벼락 아래 앉아 나는 기아(兒)처럼 살아왔다. - P117


나는 사실 대학에 대해서만은 남다른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문학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급우들의 글을 대할때마다 항상 어떤 유치함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왔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문학은 나의 전부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열심히 쓰고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섣불리 어디원고를 던져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적어도 문학에 대해서만은 좀더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나는 믿어왔었다. 문학이란 무엇보다도 위대한 것이기 때문에. - P119

소설이란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가. 나는 전혀 모르겠다.
옛날에 써놓았던 것들은 모두 태워버렸다. 모두 남의 흉내가아니면 내 겉멋 들린 관념의 유희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야기만으로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와의 치열한 투쟁끝에 얻어낸 자기만의 실로써 자기만의 무늬를 놓아 비단을짜고 그것을 정교하게 바느질해서 인간에게 입혀놓았을 때, 반드시 그 인간이 어떤 의미로든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었다. - P120

"들개를 그려놓고 보면 영락없이 집개가 되어버린단 말씀입니다. 그 사실은 나 자신이 들개라는 대상과 일체감을 느끼지못하기 때문이지요. 당연합니다. 나는 몇 년 동안 직장에서 돈과 기계와 제도 속에서 잘 훈련되어 본래의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집개가 되어 있었으니까요. 한번 잃어버리고 나니까 되찾기가 너무나 힘이 듭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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