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종말론적 환경주의는 어떻게 지구를 망치는가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 노정태 옮김 / 부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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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에 침묵의 봄≫ 이래로 가장 탁월한 업적이라는 추천평을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그리고 목차에서 지구를 지키는 원자력’이라는 주제를 발견하고 놀랐고 더 깊은 관심이 생겼다내가 모르는 뭔가 있구나제대로 알아보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저자 마이클 셀렌버거는 30년 넘게 기후환경사회 정의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환경 저널리스트로서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 여러 매체에 기후변화원자력 발전아마존 삼림 파괴기후 탄력성환경 불안증주택과 노숙자 문제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글을 발표해 왔다. 2008 타임 환경 영웅에 선정되었으며 그의 글과 TED 강연 동영상은 500만 뷰 이상을 기록 중이다원전을 다룬 영화 <판도라의 약속(Pandora’s Promise)>에 출연했으며 공저로 돌파하라환경주의의 죽음에서 가능성의 정책까지(Break Through: From the Death of Environmentalism to the Politics of Possiblity가 있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은 우선 재미있다지구와 환경이라는 묵직한 주제의 이야기여서 어렵지 않을까 했지만 기우였다이제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라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거뜬히 읽을 수 있겠다그리고 그동안 내가 지구와 환경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에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그동안 흘려들었던 사실이 고정관념이거나 사실이 아니었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호도되었던 사례도 많았다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지구 종말론을 둘러싼 오해와 배경 이야기를 시작으로 쓰레기 문제멸종 위기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 문제 등 소위 환경주의자와 친환경 사업의 전모를 밝히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그동안 빙하가 녹고 있다평균 기온이 몇도 높아졌다언젠가는 물 부족국가가 더욱 늘 것이다는 등 불안한 뉴스를 들었지만곧 잊어버리곤 했다하지만 이런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사람들도 있었다특히 영국 어린이들은 정서적 충격을 받아 악몽을 꾼 적이 있다는 얘기를 접하고 놀라웠다저자는 이렇게 잘못된 정보로 인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되거나 극단적인 생각과 행동을 조장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이 책을 읽은 계기로 환경 문제에 대한 뉴스나 기사를 접하게 되면 이전보다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저자 마이클 셀렌버거가 인터뷰한 자료와 학술지영화 등 각종 자료를 제시하며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어서 몰입하며 읽었다언급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나 많지만 그중 가장 궁금하고 인상적이었던 내용으로 소개해 보려고 한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2000년의 y2k 외에도 지구가 멸망한다는 해괴한 기사가 오르내린 적이 있다아직도 기후 양치기(climate alamist)’ 멸종저항이라는 활동가들이 환경 재앙에 대한 공포심과 지구 종말론을 내세우며 국가 사회에 불안과 우울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연구 사례를 언급하고 있었다그런데 왜 그렇게 기후에 대한 재앙이나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걱정에 심취해있는 걸까사실 보통 사람들은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도 힘이 부치는데 말이다환경 운동을 하는 사람들 중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많은 사례들을 언급하면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었다. 20년 전 기후변화와 종말론적 세계관에 푹 빠져있었고 10년 넘게 채식주의자로 살다가 다시 고기를 먹게 되었다고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과 불행을 투영하는 것이었다고 말이다결국선진국의 탄소 배출량은 10년 넘게 감소해 왔으며 오늘날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평균 2~3도 상승하는 선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으며 티핑 포인트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참 다행한 일이다.

 



 

선진국의 비뚤어진 양심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개발도상국의 개발을 막으려는 선진국들의 비뚤어진 양심이 충격이었다. 2019년 아마존 화재를 둘러싼 언론 보도는 왜 사실이 아닌 것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주장했으며 그린피스는 개발을 막으려고 훨씬 강화된 삼림법(Forest Code)을 제정하라고 브라질 정부에 압력을 넣었고그린피스 등 환경 단체들은 소유 토지 중 50~80퍼센트에 달하는 넓은 면적을 숲으로 보존할 의무를 토지 소유주들에게 부과하는 새로운 삼림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라고 했다숲 보존보다는 작은 마을에 돈이 들어와 학교를 짓고 GDP가 상승하고 불평등은 감소한다고 말한다.

 



 그린피스 외에도 세계은행이 브라질 농업의 현대화와 집약화를 막으려고 방해를 했던 내력을 얘기하는 부분은 농민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일었다그린피스가 끼어들어 유럽 식품 회사들에 압력을 넣어 브라질산 콩을 구매하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였다농부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규제를 가하는 거였다이러한 이면에는 자신들의 권력과 이기심에서 비롯되었을 것임은 뻔한 일이 아닐까인터뷰한 넵스태드의 말에 의하면 이런 사례는 반개발주의와 반자본주의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이런 기준을 프랑스나 독일에는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야생을 지키겠다는 그린피스와 NGO들의 전략은 그들의 의도와 반대로 중요한 조류 생물종이 60퍼센트나 감소했다고 한다이런 배경에는 유럽 국가(프랑스와 아일랜드)의 입김이 작용하고 결국 자국의 이익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웠다는 것을 알게 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한마디로 자국을 위해서는 개발을 서슴지 않으면서 브라질산 식품이 유입되는 걸 막으려는 이기심이었다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은 요원한 것일까.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이 새 모아(moa)를 잡기 위해 산림을 불태웠던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불을 이용한 산림 파괴는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어 농업 발전에 일조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또 많은 나무의 씨앗이 불이 나야 발아가 되도록 진화했다는 말도 언급하고 있었다불은 숲에 쌓인 나무 바이오매스를 청소해 주는 기능을 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그린피스 브라질 지부 아다이우와 지젤 번천이 아마존의 육류 생산 방식을 위해 산을 깎아 광활한 목장을 만든 것을 보고 충격에 빠지자 그들은 인류의 역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는 것, 웅대한 원시림에 숨겨 있는 현지 농민들의 가난은 전혀 모르는 낭만적 환경주의자라며 꼬집고 있었다동화 <헨델과 그레텔>이나 <빨간 모자>를 언급하며 야생은 현재와 과거에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과거에는 야생을 공포의 대상으로 보았고 초기 기독교인들은 숲을 없애는 일을 악이 아니라 선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과거 유럽의 문화적인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예전에는 멋모르고 자연에 대한 웅장하고 아름다운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데 이것이 언론을 무대로 삼는 활동가와 tv 다큐멘터리 연출가들이 동원된 조작일수도 있다는 걸 알고 소름이 돋았다삼림 파괴를 세계의 종말처럼 묘사하였고이렇게 부정확하고 불공정한 보도로 인해 브라질 내부 갈등을 양극화시켰다는 점과 농부와 환경 운동가 입장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해법을 찾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를 접했기 때문이었다이렇게 우리가 그동안 포장된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내막을 다양한 사례로 풀어내고 있다예전에 읽은 책에서 약이나 우유 등 어떤 식품이 좋다는 걸 내세워 대기업과 정부가 손을 잡고 판매촉진을 위한 광고였다는 것을 접한 적 있다아직도 이런 권력과 이익을 위해서는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생각지 않고 덮어놓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아마존이 지구 산소의 20퍼센트를 공급한다는 환상은 1966년 코넬대학교의 어떤 과학자가 내놓은 논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그후 한 기후학자는 사이언스에 인간이 초래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 중 산소 공급에 대한 것은 부족해지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인류의 행운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우연히 악어에 관한 기사와 영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물론 영상은 거의 모자이크 처리였다아마도 환경운동가였던 것 같은데 악어를 잡아 가방을 만드는 회사에 잠입하여 현장을 체험하고 기사화했던 내용이었을 것이다백을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자라지 않은 새끼 악어를 사용하였는데 그것도 마취를 하지 않고 살아있는 새끼 악어를 잡는데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잔인한 장면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그 무렵 미국의 유명 배우도 인조백을 쓰기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던 것 같다. 여기서도 플라스틱을 둘러싼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환경을 지키고 싶다면 자연물을 사용하지 말고 인공물로 대체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자연을 보호한다는 정책이 항상 옳은 일만 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국립공원을 만든 후 500~1000만 명에 달하는 원주민이 쫓겨났다고 한다환경 보호 정책의 핵심은 바로 원주민 내쫓기였다고 한다콩고의 비룽가국립공원을 콩고인이 운영하는 게 아니고 벨기에인 왕족이 운영하고 있다니 이게 바로 환경 보호의 탈을 쓴 새로운 식민주의라는 말에 고소(苦笑)를 금할 수 없었다더구나 댐 건설로 전기를 공급하게 될 것이지만 너무 비싸서 부유한 사람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원전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 책에서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었다왜냐하면원자력의 장점을 제대로 말해주는 것을 듣지 못했고또 하나는 우리 큰아이가 원자력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신입생이 되어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날이제 여러분은 취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학과 교수의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우리 집 근처 도보 5분 거리에 한국전력이 있는데 걸어갈 거리에 직장이 있다니 환상적이구나그러면 신의 직장이 따로 없을 텐데, 우스개 말을 했었다. 그런데 졸업하기도 전에 정부에서 탈원전을 선포하고 선배들도 취업 문이 막혔다고 어이없어했던 기억이 있다.

 



 

원자력은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저렴한 전력 생산 방식 중 하나로 오래도록 그 자리를 유지해 왔다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원자력 발전 전기는 천연가스나 석탄 발전 전기보다 더 싼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다.(P313)

 

 


 

방사능 폐기물은 어떨까통념과는 정반대다전력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 중 가장 안전한 최선의 폐기물이 바로 방사능 폐기물이다지금껏 원전에서 나온 방사능 폐기물 때문에 사람이 죽거나 다친 일은 단 한 건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P313~314)

 

 



 

 이 부분을 읽다가 깜짝 놀랐고 반가웠다전에 보았던 원전 사고를 다룬 재난 영화 <판도라>가 생각났다알다시피 원자력 폭발 사고에 이어 방사능 누출에 대한 공포심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였다여기서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영화는 잘못된 것이 아닌가미국에서도 1979년 제인폰다가 <차이나 신드롬(The China Syndrome)>의 주연을 맡아 원자력에 대한 공포를 기여했다고 한다영화를 개봉한 지 12일 만에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하고 이후 신규 원전이 단 한 곳도 건설되지 않았다고 한다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부추겼을 것이다그런 상황에서 여러 국가들이 탈원전을 선포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전문가였던 제리와의 인터뷰 자료를 제시하며 잘못 알려진 오해를 바로잡는다. LNT라는 용어를 처음 알았는데 문턱값 없는 선형 모델(linear no-threshold model)’의 약어로 방사능 노출이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모델 중 하나라고 한다결국 후쿠시마에서도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에 노출되어 사망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왜냐하면 노출된 방사선의 양이 암을 일으킬만한 수준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한다서둘러 원전을 폐쇄했던 미국 등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독일과 일본의 경우 얼마나 큰 대가를 치루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그에 비하면 대부분의 원전을 이전처럼 사용하고 있는 프랑스의 전력 생산 비용은 독일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탄소 폐기물은 독일의 10분의 수준이다원자력은 매우 저렴하고 안전하고 효율 높은 가장 깨끗한 에너지라고 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렇게 원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그것은 원자폭탄과 원자력을 동급으로 오해하는 것에서 비롯되었고 환경보호라는 명목적인 구호를 이용하여 뿌리 깊은 정경유착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특히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 테슬람으로 불리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17년 천연자원보호협회환경보호기금시에라클럽과 연합하여 캘리포니아에 남은 유일한 원자력 발전소인 디아블로캐니언 원전을 폐쇄하라고 캘리포니아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테슬라의 태양광 패널과 배터리로 대체해야 한다면서 말이다세계적인 억만장자가 인류에게 어떤 것이 좋은지 뻔히 알 텐데도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그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그런 내용이 가득하다인구론을 맬서스의 영향을 받은 맬서스주의자들은 인구 과잉의 공포를 선동하다가 기후 폭탄으로 갈아탔다신재생 에너지가 그렇게 좋다면 왜 세계 최고 극빈층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 것일까.

 

 



 인공지능을 비롯하여 4차 산업혁명이 분분하게 논의되고 있는 현시점에 아직도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숯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콩고의 실상을 알게 되었다그것이 선진국은 당연히 누리고 있는 혜택이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제 아래 가난한 나라의 개발을 막고 있는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입김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이렇게 이 책에는 우리가 고정관념이나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연구 사례나 인터뷰한 자료를 제시하며 설득력 있게 들려주고 있으며 선진국의 비윤리적인 태도를 낱낱이 파헤치며 고발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 성장이야말로 환경 보호'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인간이 배고픔에서 벗어나야 예의를 차릴 수 있듯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어야 자연도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것을 '메멘토 모리'와 연결시킨 점도 통찰력있게 다가왔다. 그만큼 두려운 재앙임을 알기에 그러한 불안을 관리할 수 있는 지혜를 찾으려고 심사숙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실천하면 좋을까?

 


 진정한 성공이란 자기가 살던 곳을 조금이라도 좋게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세계적인 거부명망있는 학자들이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좋은 정책이 실현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호도하는 사례가 가득해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 등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까지 많은 학자사상가철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점도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특히 러셀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상하기만 한 철학자가 아니었다인구 과잉으로 가난과 빈곤이 세상에 만연하고 수소 폭탄 전쟁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을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오히려 지금은 세계 각국이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지 않은가요즘 착각이라는 단어가 붙은 책 제목을 종종 본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착각이 아니라 무관심이었구나하는 것을 깨닫게 하였다




이 책은 한마디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 무엇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가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이다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면서 무조건 이익되는 것에 혈안이 된 분위기다특히 세계적인 거부인 일론 머스크는 주식투자에서 아주 영향력이 두드러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제 현명한 투자를 위해서도 혜안을 얻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원자력 발전을 철저히 반대하고 자신이 만든 태양광과 패널로 세계를 호도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환경보호를 정치에 이용하여 이익을 얻고 명성을 얻으려는 자들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감시의 눈과 귀를 열고 있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어떤 사람이 우리 지역사회의 환경보호를 위해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황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함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가 아닐까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정확하게 제대로 알아서 후손에게 깨끗한 지구 살만한 지구를 물려주면 더욱 떳떳하지 않을까생각해보았다.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은 물론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독자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내 몸이 하나이듯이 지구도 하나뿐이지 않은가. 그리고 환경 정책을 펴는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환경 휴머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저자의 땀과 노력의 산물이 이 책에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이 널리 퍼져 많이 읽혀서 지구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공감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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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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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중 저자의 전작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을 작년 6월에 읽었는데 다시 신작이 나와서 반가웠다여러 권의 그의 저서를 읽고 재일 한국인으로서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알게 되었다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에 태어난 저자는 죽음의 이미지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으며 이러한 전쟁의 종말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다 한다. 2003년에 출판된 일조 관계의 극복과 같이 그런 연장선에서 쓰인 책이지만이 책은 남북의 통일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체념과 타협 속에서 쓴 책이라고 해서 마음이 숙연해졌다현재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는 그 어느 때 보다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에 이르렀는지 과정을 짚어보면서 서로가 성장과 발전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상호협조해야 하는지 진단하며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혼란한 상황에 빠지고 각자 자국을 위한 내셔널리즘에 빠져있는 위기의 상황이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어서 시선을 끌었다한일관계는 물론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이 벌인 외교 협상과 합의조약들을 언급하고 있어 정치사적인 흐름을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1. 전환의 위기 2. 북한은 왜 붕괴하지 않았을까? 3. 남북 화합과 역코스의 30년 4. 전후 최악의 한일관계 5. 코리아 앤드 게임 6.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 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냉전하에 형성된 현재 한반도의 분단 체제한반도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로운 질서 구축이 새로운 질서 구축에 일본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여기에 일본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일본의 미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역사적지정학적으로 볼 때 일본이 해야 할 역할이 막중하다고 말한다남북한 문제나 한일관계를 둘러싼 정치 상황에 대해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전체적인 선에서 살펴볼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한일관계는 어떻게 과거 어느 때보다 최악의 상황이 되었을까.

 

 지금까지 그럭저럭 유지되던 한일관계가 결정적으로 어긋나게 된 사건은 강제징용 판결이 나오면서부터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로 양국 사이의 청구권은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되었다고 간주되었으나 2018년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명령을 확정하며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압류하면서 일본은 큰 충격을 받는다이에 대한 보복으로 2019년 8월 수출 관리 화이트국에서 한국을 제외하게 되고 이에 반발하여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북한은 왜 붕괴하지 않았을까.

 

제네바 합의를 불과 몇 달 앞두고 김일성이 급사하고 북한이 조기 붕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무성했지만 아직도 건재하고 있다김일성 사망 후 몇 년 동안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국교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놓쳤다고 한다또 북한이 붕괴 될 거라고 믿었던 미국은 조시 부시 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고 이 과정에서 북한의 거듭된 도발과 배신이 비핵화를 실현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지만, 정책적으로 명확하지 않고 일관성이 부족했던 미국과 한국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왜냐하면곧 붕괴될 거라는 희망으로 북한 측에서 보내오는 교섭을 주저했기 때문이다말 그대로 희망 사항에 그치고 말았던 것이다이제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의 존속을 인정하면서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남북화합을 향한 잃어버린 30

 

 여기서 말하는 30년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보다 앞선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과 2019년 북미 정상이 만난 극적인 장면까지 과정을 다루고 있다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비핵화와 동시에 남북 화해의 시도들이다좀 생소한 단어였는데 피스키핑(Peace keeping)’(휴전선의 유지고정과 피스메이킹(Peacemaking)’(휴전선 해체와 평화협정 체결에 의한 평화 체제 확립으로 정권의 지도자의 성향을 설명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적 미숙함과 더불어 일본과의 마찰대북 관계의 냉각미국과의 불협화음을 겪으며 피스메이커로서의 입지가 좁아졌으며오바마 정권은 동북아의 혼란에 대해 전략적 인내로 대응한 결과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한다이것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에 있어 잃어버린 10이라고 했다그럼에도 냉전시기에 미국에 끌려다니던 것에 비하면 북한과 미국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한국이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수 있는 점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한일관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한일 양국이 현재와 같이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은 역사 인식의 한계에서 빚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이 문제는 1980년대 초 이후부터 대두되었다고 한다애매모호한 합의라고 할 수 있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보상이 아닌 경제 협력 방식(무상 3억 달러유상 2억 달러)’등의 내용은 양국이 서로 다른 의도로 맺어졌기에 해석에 따른 깊은 골이 있었다한일 공동 개최한 월드컵 경기나 한류 붐을 촉발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때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은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최악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여기에 불을 지핀 것이 2007년 1월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일본계 미국인 마이크 혼다 의원이 제출한 일본 정부는 위안부에게 사죄해야 한다는 결의안이었다한일 양국의 역사 문제를 넘어 국제적 여성 인권 문제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그리고 강제징용 문제가 제기되고 그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 관리 화이트국에서 한국을 제외로 이어진 배경일본 불매운동지소미아 파기의 위기까지의 과정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이 과정의 사례를 읽으면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이 떠올랐다역사적으로 볼 때 원래 이웃 나라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도 있다하지만 국가간의 교류가 중단된다면 여행문화의 단절을 야기하고 심각한 경제적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까지 양국이 바라지는 않을 거라는 점이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을 것이다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일 기본조약을 필수적으로 상호 준수는 물론독일의 경우를 거울삼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국민감정에 발을 맞추어 양국이 타협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5장에서 셀리그 해리슨(Selig S. Harrison)의 명저 셀리그 해리슨의 코리안 엔드게임(원제: Korean Eㅜ오흗)에서 영감을 얻은 내용으로 남북 통일을 향한 역사의 나선형 계단을 언급하며 희망을 얘기한다. ‘엔드 게임이란 전쟁과 대립이 종식을 향한 최종 단계에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나선형 계단을 언급하면서 남북의 공존과 통일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여정도 역사의 나선형 계단을 오르고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한다.


 이제 더이상 혐한과 반일에 갇혀 있을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초유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가 파탄 직전으로 내몰린 상황을 우리는 충분히 목격하였다이제 이렇게 비타협적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그것이 코로나19 사태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故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오마주로서 쓴 것임을 밝히고 있다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햇볕 정책이야말로 남북의 관계개선은 물론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핵심이라고 인식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이 책이 정치를 다루는 일선에서 많이 읽혀서 두 나라 관계를 개선하는데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너무 한쪽 편에서 바라보며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냉철한 사고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또 보통의 독자라도 지금의 한일관계를 낳게 한 배경과 양국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미래에 대한 관심으로 읽는다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영원한 디아스포라라는, 스스로 '변경을 몸에 두르고' 살아간다는양국을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과 애정이 담긴 강상중 저자의 얘기라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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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 메이지 이후의 일본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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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겨울 강상중 저자의 가장 내밀한 에세이 만년의 집을 감동 깊게 읽었던 터라 이 신작도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평생 동안 정신적 지주로 여기고 있는 저자라니. 한 눈에 보아도 극명한 대비가 느껴지는 제목이 말해 주듯이 일본이라는 국가의 빛나는 성장을 위해 희생되어 질곡의 삶을 살아야 했던 국민들의 이야기다. ‘약한 사회 위에 우뚝 솟은 국가주의’(P9) 아래 가려진 채 국가의 폭력에 저항했던 이름 없는 산증인들을 만난다. 역시 나쓰메 소세키의 팬답게 그 후, 풀베개, 태풍, 갱부를 자주 언급하며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소세키가 빛과 그림자는 앞면과 뒷면 같아서,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는 분명 그늘이 생긴다.”(풀베개)라고 한 것을 잊어버렸다. 지하 몇 백 미터 깊이에서 바깥세상으로 나오지 못한 광부들의 영혼이 지금도 출구를 찾아 헤매고 있다. 그늘 속으로 사라진 것은 세상에 노동자의 종류는 많지만그 가운데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아래”(갱부)에 있는 광부들이다.’(P26)



풀베개를 읽었지만 너무 어렵게 읽어서 정치 사회적인 배경이나 민중의 힘든 삶을 빗대어 표현했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화가가 화자로 나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빛과 그림자,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당대 지식인으로서 민중의 삶에 대한 애정과 통찰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작품에 투영했을까 싶다. 저 문장을 읽었는지 기억에도 없는데. 내가 소세키의 작품을 너무 편협한 시각으로 읽은 건 아닐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의 개인적인 성향에 치중하여 읽었다는 것도. 강한 국가를 내세우며 오로지 성장만을 위해 내달리는 국가로 인해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국민들의 모습이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우리 시대의 격동기를 살아왔던 민중의 삶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소설로도 널리 알려진 군함도, 바다 아래 600미터 깊이까지 내려가 오로지 석탄을 캐고 날라야 했던 광부들의 가혹했던 일상을 이야기한다. ‘메이지 산업혁명의 유산이었던 하시마 탄광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생산하던 1941년에는 1800명이 넘는 노동자 중 한반도와 중국에서 데려온 노동자를 포함하여 1420명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의 상층부와 하층부로 나뉜 계층의 질서를 공간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그야말로 일본이라는 국가의 축소판이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발전과 성장이라는 국가의 꿈을 위해 희생되어야 했던 영혼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여러 이슈가 겹쳐졌다.


 

 어느 나라든 빈곤의 격차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00년 전 일본은 가장 부유한 10퍼센트가 거의 모든 부를 소유한 시대였고 지금도 상위 10퍼센트가 국민 전체 부의 40퍼센트를 가진 격차사회라는 것이다. 나머지 중산층과 하류층은 비슷하게 가난했다고 하는데 가장 조악하고 볼품없는 구조의 주택으로 형상화되어 도쿄 변두리에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나쓰메 소세키는 패망의 발전”(그 후)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현재 일본에서 1인당 평균 소득이 가장 높다는 미나토구와 가장 낮은 구마모토의 구마무라 두 극단의 지역을 찾아간다. 한때 3대 슬럼가이며 제국 수도의 최하층 빈민들이 살던 일본 제1의 쓰레기장이었다는 미나토구는 풍요로 넘치는 부촌이 되었다. 그나마 20세기에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전쟁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전쟁의 기억이 희미해진다면 격차와 불평등은 확대되는 것인가 묻고 있다. 그렇다고 1인당 소득이 미나토구의 6분의 1수준인 구마무라가 꼭 불행한 지역은 아니었다. 신생아는 줄고 노인은 늘었지만 자연의 혜택과 마을의 전통을 활용하여 새로운 만남과 교류, 네트워크를 넓히며 '모럴 이코노미(moral economy)'로 부흥하기 위해 모색하고 있는데서 희망을 찾는다.


 

일본은 서양에서 돈이라도 빌리지 않는 한 일어설 수도 없는 나라다. 그러면서 일등국인 척한다. 어떻게든 무리해서 일등국 자리에 끼어들려고 한다. 그러니까 모든 방면을 향해 깊이 있게 들어가려 하지 않고 일등국 크기만큼만 열어두었다. 어설프게 애를 쓰니 더 비참하다. 소와 경쟁하는 개구리처럼 말이다. ‘, 이제 배가 찢어질 거야. 그 영향이 모두에게 쏟아질 테니. 어디 한번 보시지.’ 이렇게 서양의 압박을 받으면서 무엇을 할 수 있나. (중략) 정신적 고달픔과 신체적 쇠약에는 불행이 동반된다. 뿐만 아니라 도덕적 패퇴도 함께 올 것이다. 일본 어디를 보아도 반짝이는 곳이 없지 않은가. 사방이 암흑이다.”(P213)(그 후)

 


 백 년 전에 쓴 작품임에도 오늘의 현실이 그대로 재현되어 섬뜩하게 느껴진다.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스카이트리를 예를 들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에 목말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도 3조 엔의 재정을 들여 꿈의 철도를 만들기 위해 시속 600킬로미터로 달리 열차를 실험하고 있다는데 지방과 민중을 살리는 일에는 역행하는 처사다. 관심사가 다르면 작품을 읽어내는 해석도 다른 모양이다. 소세키의 작품을 찬찬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 이야기가 꼭 일본이라는 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을 등에 업고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빛 뒤에 그림자 같은 국민들의 삶이 어떤지 살펴야 할 것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만주국에 뿌리를 둔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를 역사의 귀태(鬼胎: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으로 박근혜와 아베 신조는 귀태의 아이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이 책의 원제는 유신의 그늘(維新)이라고 한다. 아직도 과거였던 메이지 시대를 기념하는 행사를 반복하는 이유는 현재의 어두운 상황을 감추려는 국가 권력자들의 검은 음모일지도 모른다.

 


 일등 국가를 만들기 위한 권력자의 야심에 희생되어야 했던 국민들의 피폐한 삶, 재벌의 야만적인 행위로 핍박받는 민중, 극심한 빈부 차, 흔들리는 교육 현장,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천재지변, 집단 따돌림으로 죽어가는 농업의 현실, 폭력의 한 가운데에 놓인 오키나와, 재벌로 인해 미나마타병에 걸려 멸시와 빈곤에 내몰렸던 민중, 우생사상으로 차별받는 한센병 환자들의 삶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주제를 다루며 이야기한다.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라는 일본에서 아동 7명 중 1명이 거리에서 밥을 구걸할 만큼 빈곤에 처해 있다는 이야기도 놀라움이었다. 도쿄 여행을 몇 차례 했어도 늘 화려하고 번쩍거리고 사람들로 가득 찬 활기 있는 거리로 느껴졌기에 그렇게 어린 희생자가 있으리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반짝이는 야경을 가진 거대한 도시 도쿄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 같은 일본 국가주의의 야누스적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고 할까. 뭐든지 세계 제일을 지향하면서도 국민들의 삶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권력자들의 내면을 보는 일은 끔찍했다.

 


 이 책은 당시 교도 통신 편집 위원장이던 하시즈메 구니히로(橋詰邦弘)가 교도통신에 연재 기획을 구상하고 그 기획의 여행자로 저자를 선택해 주어서 연재를 할 수 있었고 그것을 토대로 엮어진 책이라고 한다. 나가사키 군함도부터 홋카이도의 노쓰케 반도에 이르기까지 메이지 150년을 살아낸 백성의 발자취를 따라간 사색 여행이다. 일본의 근대, 전전, 전후, 현대에 이르는 역사와 분노와 저항에 놓여있던 사람들의 힘겨운 발자취와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정치 이야기라서 딱딱하고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 투영된 문장들을 언급하고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하시즈메 구니히로(橋詰邦弘)가 일본사회의 지식인이 아닌 강상중 저자를 선택했다는 것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쩌면 일본 사회에 있어 영원한 이방인일 수도 있는 존재가 아닌가. 가장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는 약간의 계산(?)과 그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을까.

 


일본은 나태(懶惰), 불령(不逞), 시기, 의심, 빈곤, 무지, 몽매, 열등, 범죄, 불결 등 이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속성을 자이니치 1세에게 덮어씌웠다. 그들을 뿌리로 하면서도 민족의 언어와 문화, 전통, 풍습을 물려받지 못한 자이니치 2세에게 부모는 이율배반적 존재였다. 부정과 긍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애증이 자이니치 2세의 어디에도 뿌리 내리지 못한 정체성을 남겼다.(P199)



 이 문장만 보아도 자이니치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삶인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삶이란 슬프고 고단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의 후손으로 태어나 일본에서, 그것도 일본 본토에서 산다는 것은 변경을 몸에 두르고 사는 삶을 뜻한다. 동시에 고도성장 시대의 적자라고 할 수 있는 내게 삶은 변경에서 이탈하여 볕이 잘 드는 중앙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는 일이었다. 하지만 빛을 구하려 한 결과, 나는 언제부터인가 변경적인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P204)

 


 어쩌면 영원한 디아스포라라는 자신의 입장이어서 이렇게 따끔한 일침으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살고 있는 나라의 야만성을 고발했다는 자체가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한국인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 땅에서 강상중의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스스로 변경인의 삶이라고 했다. 이쪽과 저쪽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고뇌하며 민중을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사는 곳이 고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풀베개에서 읽었던 문장이 떠오른다.

 


이지(理智)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

고집을 부리면 외로워진다. 아무튼 인간 세상은 살기 어렵다.

(중략)

옮겨 살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가 어렵다면,

살기 어려운 곳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서 짧은 생명을,

한 동안만이라도 살기 좋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후략)

- 풀베개의 도입부-

 


 옮겨 살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 어려우니까,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서 더불어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둠속에서 시름하는 민중들을 위해 권력자들의 야만성을 폭로했는지도 모른다. 국가주의에 가려진 피폐한 삶을 살았던 국민의 이야기지만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거기엔 희망도 피어나고 있었다. 이 책은 일본 사회의 현실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이 많이 읽혀서 국가라는 속에 가려진 국민들의 삶을 보듬어 살피는 성숙하고 든든한 사회, 국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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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사회 - 당신의 모든 것이 수집되고 있다
프랭크 파스콸레 지음, 이시은 옮김 / 안티고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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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사회>는 메릴랜드 대학의 법학 교수이자, 예일 대학의 로스쿨 정보사회프로젝트의 제휴 연구원, 빅데이터 ․ 윤리․ 사회 협의회의 회원이기도 한 프랭크 파스콸레가 10년에 걸친 연구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처음엔 책의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은 비행기, 기차, 자동차에 탑재되어 있는 시스템 정도였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참으로 놀라웠다. 사실 우리가 ‘블랙박스’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예로 수년간의 비행기 추락, 격추 등 대형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블랙박스를 찾기 위하여 분투하는 뉴스를 들으면서 블랙박스가 중요한 사건의 실마리를 해결하는 거구나 하는 정도였다.

 

 현대사회는 빠르고 복잡하게 흘러가는 정보사회다.

인간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정보를 완전히 정부나 기업에서 손금 보듯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은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다. 소름이 돋는다.

 

 저자는 평판, 검색, 금융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되어 버린 컴퓨터, 지구촌 세계를 이어주는 인터넷 그 속에서 일어나는 세계는 실로 방대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정보를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무수한 정보들이 뜬다. 그런데 거기에도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듯이 블랙박스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충격적인 사건들이 있을 때 마다 용의자가 인터넷 검색을 한 기록이나 카드사용 기록을 조회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보고 개인의 정보를 조회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조금은 알고 있었다.

 

우리가 쓰는 신용카드, 휴대전화 등 생활 필수품을 쓰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정보를 정부나 기업에 감시당한 채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 블랙박스는 충격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는 기업, 정부의 비밀주의가 개입되어 거기에 관계된 수많은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극명한 사례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런 기업, 금융회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살린다. 처벌받은 책임자도 없었을 뿐더러 지금까지 그 비밀로 부쳐졌고 결국은 손해를 보는 사람은 무고한 개인이다.

 

 원래 비밀을 만들고 키우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이익, 권력을 위한 거대한 포장이라고 생각한다. 고객의 정보 데이터를 기업의 이익을 위하여 은밀히 거래하는 비밀주의에 개인이 대항할 재간은 없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대상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가 좀 더 공부하고 깊은 관심을 갖는다면 커다란 손실을 좀 더 완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현대사회는 점점 더 빠르고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급변해 갈 것이다. 생활이 편안해진 만큼 인간관계에서는 각박해진 면도 없지 않다. 각종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전자매체에 이미 익숙해졌고 그러면서 현실의 인간관계는 소원함으로 나타나고 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부분을 전문가의 수년간에 걸친 방대한 연구의 결과물을 읽으면서 현대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빠르고 편리한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당신의 모든 것이 수집되고 있다."

"모든 비밀은 깊고 어두워진다. 그것이 비밀의 본성이다."
-코리 닥터로우,<리틀 브라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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