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작가라고 해서 모두 다 글을 뛰어나게 잘 쓰는 문장가는아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분명한 메시지는 전달한다. 이들의 글은교양인이나 문학 비평가를 겨냥한 글이 아니다. 사촌이나 농사꾼,
직장 동료, 이웃, 자영업자, 그리고 투표권이 있는 아무개에게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쓴 글이다.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글을 쓰려면 스토리텔링 기술과 명료성, 서로 다른 것을 연결하는 능력 등 다양한 재능이 필요하다.  - P41

좋은 글은 누구보다 그 글을 쓴 작가를 놀라게 한다. 그런 예로나는 레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가장 좋아한다. 톨스토이는 처음에 간통을 규탄하는 소설을 쓸 계획을 세우고, 간통을 저지른 비호감 주인공을 만들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써나가면서 주인공 안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게 됐고 결국 안나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100년 후 그의 독자들도 안나와 사랑에 빠졌다.
공감은 경멸을 사랑으로 바꾼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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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7-25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2쪽의 내용을 저도 알고 있었어요. 워낙 유명한 얘기여서요.
만약 불륜을 비판하는 소설을 썼더라면 명작이 되지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소설에선 약자가 안나, 거든요. 작가는 약자의 편에 서야 하는 거죠. 오히려 사회적 체면, 명예 등 때문에 이혼을 해 주지 않는 남편, 안나가 아들을 만날 수 없게 만든 안나의 남편이 비판의 대상이 되지요.
 

안네는 안락한 집에 사는 사람들이 걸인의 삶을 이해하는지 궁금해하며 이런 희망을 전했다. "모두가 적당한 때를 기다리지 않고, 지금 당장 조금씩 세상을 바꿔나간다면 얼 - P37

마나 멋질까요." 그리고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도 제안했다.
"당신이 줘야 하는 걸 주세요. 우리는 언제나 뭔가를 줄 수 있어요.
아주 작은 친절한 행동 하나라도 말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글을 끝맺는다. "세상에는 방과 재물, 돈과 아름다움이 넘칩니다. 신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충분하도록 세상을 창조하셨으니까요.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당장 그것을 좀 더 공평하게 나누는 것입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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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그늘에서만 살던 번역가가 작가가 되어 세상에 나오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백댄서를 하던 김종민이 앞으로 나와서 코요태가 되고 예능인이 된 것처럼. 그러나 김종민이 다시백댄서를 하는 일은 없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번역가란직업을 사랑하며 원서와 사전과 고군분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P145

「번역에 살고 죽고』가 출간됐을 때, 생각지 못한 곳에서 많은 메일이 왔다. 인터뷰는 당연한 것이고, 졸업한 이후소식이 끊긴 중, 고등학교 동창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하더니 통번역 대학원이나 대학의 강연 요청도 들어왔다.
요청받는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었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주제넘게 나섰다가 가문의 수치가 될지도 모른다. - P149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 하는 말에서 자유로워지자, 지구의무게가 훨씬 가벼워졌다. 나이를 먹어서 뻔뻔해진 것인지해탈한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최소한 사람의 도리를하고 최대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세상을 왕따시키며 살고 있다. 물론 외롭다. 외롭지만, 편하다. 편하지만, 찜찜하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잠자리에 들며 혼자 반문하지만, 다음 날 해가 뜨면 또 찜찜하지만 편한 외로움을 선택하고 있다. 아, 이렇게 고운 독거노인이 돼가는 건가.
- P169

책을 읽고, 책을 번역하는 게 직업이다. 동종 업계의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거의 연중무휴였다.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늦게 들어와도 바로 노트북을 펴고 앉았다. 마감에 쫓겨서도 아니고, 생활비를 벌어야지하는 압박감에서도 아니었다. 긴 세월 하다 보니 그냥 그게 직업인 동시에 취미 생활로 굳어졌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말만큼이나 재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번역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 - P176

화사한 봄날에 긴자 역에서 브릭스퀘어광장의 에쉬레까지 걸어가서 스위츠를 사 먹은 기억이얼마나, 얼마나 좋았던지. 정하랑 "우리 살다가 언제 제일행복했더라?" 하는 얘기를 나눌 때면 둘 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뽑는 것이 그날이다. 어느 날, 야후 재팬에서우연히 본 살인범의 기사가 모녀의 최고로 행복한 날로이어지는 드라마가 되다니. 삶은 그래서 모든 순간이 복선일지도 모른다. - P185

구체적인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분은 "너는 나다니는 직업이 좋다. 기자를 하면 딱 안성맞춤이야"라고 했다.
좋은 미래도 나쁜 미래도 딱히 얘기하는 것도 없고 귀에걸면 귀걸이식의 점사 몇 마디 하고 끝이었다. 이미 ‘나다니는 직업, 기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날 점은 꽝이었다.

그러나 나다니는 걸 싫어하고, 부끄럼도 많이 타고, 전화 기피증이 있는 내게 기자는 시켜줘도 못 할 직업이긴했다. 그곳에 다녀온 몇 달 뒤 나는 번역을 시작하게 됐고,
평생 나다니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됐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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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도 되기 전에 친척집에 맡겨졌던 첫딸은 유치원 때부팀 이지메를 당하는 등, 어릴 때부터 순탄치 못한 생활이이어졌다. 급기야 10대에는 거듭된 자살 미수로 고등학교1학년 때 학교에서 퇴학당한다. 그러다 극단에 들어가서스무 살에 극작가로 데뷔하고, 만 스물여덟 살에 『가족시네마』로 재일 교포로서 두 번째 아쿠타가와상을 받는다. 그리고 그 책은 밀리언셀러가 된다. 바로 유미리다. - P113

우연히 보게 된 바다 건너 사는 작가의 블로그를10년째 듬성듬성 읽고 있다. 지금 상황은 마치 삼진 아웃만 당하다가 9회말 투아웃에 장외 홈런을 날린 한물간 야구 스타의 경기를 본 것 같다.
인생은 정말 어디로 굴러갈지 알 수 없다. 끝날 때까지끝난 게 아닌 것이었다. 유미리 작가의 부활을 진심으로축하한다. 앞으로는 부디 꽃길만 걸으시기를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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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번역에 살고 죽고』가 나오게 된 것도 꾸준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 책이 2011년에 나왔는데, 실은2006년부터 마음산책에서 산문집을 내고 싶다고 점찍었다. 마음산책 산문집은 접근하기 편하면서 고퀄이고, 책이 예쁘게 나와서다. 그러나 마음산책에서 번역을 한 적도 없고, 아는 편집자도 없었다. 써놓은 원고도 없이 문을두드릴 수도 없었다. 겨우 10년 차 번역가, 원고가 있다고책을 내줄 리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존재를 알리기 위해 출판사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짧은 인사 글을 남겼다.  - P98

견본품 들고 일일이 매장 돌아다니며 영업하는분들에 비하면, 번역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편한가.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니까. 문전 박대를 당할일도 없고, 무시당해도 보이지 않고, 답장을 주면 감사하고안 줘도 그만이고, 보내는 것은 나의 의지, 거절하는 것은 그들의 의지. 메일 한 통 보내고 너무 많은 기대도 하지 말고, 좌절도 하지 말고, 바위를 뚫는 낙숫물처럼 천천히 조금씩 도전하고 싶은 곳의 벽을 뚫어봅시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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