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첫날 밤 내 꿈을 채운 이미지들은 평소에 내 잠이 이용하던 것과는 완연히 구별되는 기억에서 빌린 이미지들로 채워졌다. 내가 만일 잠이 들면서 평소의 기억 쪽으로 다시 끌려 들어가려고 한다면, 익숙하지 않은 침대나 몸을 뒤척일 때의 자세에 기울이는 가벼운주의력만으로도 내 꿈의 실타래를 바꾸거나 유지하기에 충분했다. 외부 세계의 지각처럼 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우리습관을 조금만 바꿔도 잠은 시적(詩的)인 것이 되며, 옷을 벗고 침대에 들어가 그냥 자기도 모르게 잠들기만 해도 잠의 차원이 변하여 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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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안개는 아침 늦게까지 버티지 못했는데,
태양이 처음에는 헛되이 안개를 향해 화살 몇 개를 쏘아 대다가 반짝이는 장식 끈을 달며 드디어는 안개를 물리쳤기 때문이다. 언덕은 잿빛 산등성이를 태양 아래 드러냈고 한 시간 후내가 도시로 내려갈 때면, 햇살이 붉은 나뭇잎이나 벽에 붙은선거 포스터의 붉고 푸른빛에 어떤 열광을 더해, 그 열광이 나를 들뜨게 하고 가슴을 고동치게 하여 나는 보도 위에서 노래부르며 기쁨으로 펄쩍 펄쩍 뛰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눌렀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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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받았나?" 하고 난 소리쳤다.
"전혀 어렵지 않았네.
"오! 그를 숭배하네."
"그건 좀 지나친 말일세. 자, 이제는 당번병을 불러 저녁 식사를 준비하게 하겠네." 하고 그는 덧붙였고 나는 그동안 얼굴을 돌려 눈물을 감췄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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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열린마음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루를 보낸다면 나만의 당일치기 여행이 끊임없이 이어지지 않을까? 진짜 여행은 돈과 시간과 떠나고자 하는 욕망이 모두 채워져야 시작되지만 일상에서 여행자로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같은 것도다르게 보는 시선과 안 하던 짓을 하려는 의지면 되지 않을까?  - P63

장강명 작가는 이렇게도 말했다.
"여행을 갈 때 들고 가는 책은, 가벼우면서도 진도 안 나가는 물건이 최고다. 글이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면 여행의 감흥이 반감된다. 내가 강력히 추천하는 여행용 서적은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다. 얇은 데 정말 더럽게 지루하다. 여행 중에 이 소설을 읽으면 여행의 재미가 틀림없이 배가된다. 내가 어디에 있건 더블린에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드니까."
- P73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을 나만을 위해 고스란히 쓰는것, 그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시간 사이를 여행한다.
- P171

내게 노을은 가장 짧은 여행이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을여운이다. 나는 노을을 닮은 사람이고 싶다. 매일매일이 여행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나는 오늘 하루도 충실히 잘 살아낼 것이다. 그리하여 다음날에도 새롭게 저물기 위해 다시열심히 타오를 것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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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 된 비와 조우를 둘러싼 소세키적인 광경이 묘사되고 있다. 전반의 비구름이 낮게 소용돌이치는이미지는 명암」의 쓰다가 차창에서 본 것과 동질의 어두움과 습기를머금고 있다. 비를 뚫고 질주하는 인력거의 도착이라는 후반의 이미지는 우미인초』에서 몇 번이나 접한 것과 똑 닮아 있다. 

- P230

세계에서 분리된 채로 빗속에서 고립되는 것. 그러한 체험이 물과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은 『행인』에서 일 것이다. 실제로 지로가형수와 와카야마의 숙소에서 보내는 하룻밤만큼 물에 지배되는 광경도 달리 없을 것이다. 아내의 "정조를 시험한다"는 형의 이상한 제안 에어이없어 하면서도 형수를 재촉해서 와카야마의 거리로 가는 전차에 지로가 탔을 때 이 두 사람의 머리위에는 구름이 습기를 머금은 채로 무겁게 내려앉고 있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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