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이 말했다.
그렇게 둘은 진지하게 앨리스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둘은 앨리스 옆을 바짝 붙어서지나가다 때때로 앨리스의 발을 밟았고, 박자를 맞추느라앞발을 흔들었다. 그러는 동안 가짜 거북은 매우 느리고매우 슬프게 노래를 불렀다. - P198

"얘한테 그 이유를 말해줘."
가짜거북이 그리핀에게 말했다.
"그 이유는 대구가 바닷가재와 춤을 춰야 하기 때문이야. 대구는 바다 멀리 내던져졌어. 그래서 먼 곳에 떨어져야 했지. 그래서 얼른 입에 꼬리를 물었어. 그래서 다시는 입에서 꼬리를 꺼내지 못했어. 여기까지야."
그리핀이 말했다.
"고마워. 무척나. 이전까지는 대구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알지 못했어."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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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이제 좀 잘 진행되나 봐요."
앨리스는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것 같구나. 이 상황의 교훈은 바로 ‘사랑,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사랑이야!"
공작부인이 말했다.
"누군가가 그러더라고요. 모두들 자기 일에 신경 쓰면 세상은 잘 돌아간다고요!"
앨리스가 속삭였다.
"아, 그래! 네 말도 내 말이랑 거의 의미가 같아." - P178

가짜거북이목을 세어가며 대답했다.
"해양 지리학과 관련한 고대와 현대의 수수께끼. 그리고 느릿느릿 말하기도있었어. 그 과목 선생님은 높은 붕장어였는데, 1주일에 한 번씩 와서 우리에게 느릿느릿 말하기, 스트레칭하며, 몸을 돌돌 감으며 실신하기를 가르쳤어."
"그게 도대체 뭐한앨리스가 물었다.
"내가 직접 보여줄 순 없어. 난 너무 뻣뻣하거든. 그리핀도 그 수업은 안 들었을 거야." - P191

"그러니까 수업 lesson 이라고 부르는 거지. 하루를 줄어드니까 lessen."
앨리스에게는 꽤나 신기한 발상이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앨리스가 이렇게말했다.
"그럼 열한 번째 날은 휴일이겠네."
"당연하지."
가짜거북이 말했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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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집행인의 주장은 고양이에게 이미 몸뚱이가 없기 때문에 목을 자를 수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은 한 번도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으며, 자신이 살아 있는한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말했다.
왕의 주장은 잘라낼 머리만 있으면 자를 수 있으므로, 사형 집행인의 주장은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 P170

사형 집행인이 사라진 순간, 고양이의 머리가 차츰차츰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형 집행인이 공작부인과 함께 돌아왔을 때, 고양이는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왕과 사형 집행인은 미친 듯이 이리저리 뛰며 고양이를 찾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시 크로케 경기를 하러 돌아갔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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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잖아요. 적어도 난 내가 말하는 걸 의미해요. 어차피 의미하는 걸 말하나, 말하는 걸 의미하나 똑같은 거잖아요."
"하나도 안 똑같거든! 그럼 ‘내가 먹는 걸 본다‘랑 ‘내가 보는 걸 먹는다‘가 같은거야?"
모자장수가 말했다.
"그럼 ‘내가 가진 걸 좋아한다‘랑 ‘내가 좋아하는 걸 가진다‘가 같은 거야?"
3월의 토끼도 끼어들었다.
"그럼 ‘내가 잘 때 숨을 쉰다‘랑 ‘내가 숨을 쉴 때 잔다‘가 같은거야?"
이번엔 겨울잠쥐도 끼어들었다. 자다가 잠꼬대를 하는 것 같았다.
"넌 그게 같은 건가 보군."
- P136

"이번엔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앨리스는 혼잣말을 하며 조그마한 황금 열쇠를 집어 정원으로 향하는 문을열었다. 그런 다음 주머니에 계속 넣어둔) 버섯을 야금야금 먹으며 몸을 30센터미터로 키웠다. 앨리스는 좁은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화려한 꽃밭과 시원한 분수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에 들어섰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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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수업 천양희 : 첫 물음 작가수업 1
천양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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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산책방 작가수업시리즈 중 하나인 천양희 시인의 산문집이다. 우리 문학사에 족적을 남긴 한국 대표 작가들의 문학적 체험과 삶을 담은 산문선 이라고 한다. 도시락 편지의 작가인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천양희 시인은 이 책으로 처음 만난 셈이다. 세상에나. 나의 친정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시인이었다. 196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정원 한때등을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마음의 수수밭, 오래된 골목, 너무 많은 입,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등이 있고 산문집 직소포에 들다, 시의 숲을 거닐다등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1부 첫 물음이 내 문학의 이었다 2부 계속 써라! 뭔가 멋진 것을 찾을 때까지 3부 시는 나의 생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수업이라는 테마로 짜여진 소제목에도 문학을 향한 열정과 절실함이 느껴진다. 천생 시인이었다. 등단 50년이 넘은 것에 비하면 그다지 많은 작품을 낸 건 아니었다. 어쩌면 시인의 완벽주의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시를 사랑하는지 시인이라는 직업에 얼마나 자부심이 큰지 시는 나의 생업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 말에 큰 울림과 공감대가 생겼다. 나야말로 책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하는 일은 나의 본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인도 이렇게나 독서를 열심히 하는구나 놀랐다. 뭉클한 감동을 주는 문장에 포스트잇을 다닥다닥 붙이고 언급해준 책을 메모하며 읽었다.

 

천양희 시인이 문학의 첫 길이 생긴 것은 초등학교 때 작문대회에서 뽑힌 동시를 보고 너는 앞으로 시인이 될 거야라고 했던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 덕분이었다. 그와 더불어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과 호기심이 많은 문학소녀의 꿈을 고이 간직하며 오직 한 길만을 걸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를 쓰는 것이 내 운명일까? 생각하다 보면 운명을 걸지 않았다면 시가 재미없었을 것이라던 박용하 시인의 말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말을 가지고 작업해야 하는 것이 시인의 운명이며 팔자는 끌로 파도 파지지 않는다고 하니, 시 쓰는 일을 내 운명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문학이 성격의 힘으로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성격의 힘이 바로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학은 결국 자기 구원을 위한 글쓰기다.’(p84)

 



시인정신은 평면에 굴복하지 않는 나무의 수직성과 같다. 어떤 훌륭한 시인이 있다면 그 시인의 시를 본받을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는 말을 오랫동안 옷처럼 입고 살았다. 속에서는 불꽃을 피우나 겉으론 한 줌 연기로 날려 보내는 굴뚝의 정신. 세찬 물살에도 굽히지 않고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정신, 속을 텅 비우고도 마디가 굵어져도 굽어지지 않고 꼿꼿하게 푸른 잎을 피우는 대나무의 정신, 폭풍이 몰아쳐도 눈비를 맞아도 독야청청하는 소나무의 정신이 시인의 정신이라 믿으면서, 시마(詩魔)에 끄달리면서 궁하게 견뎌온 것이다.(p103)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어느 인생이 평탄한 꽃길만 펼쳐지겠는가. 시인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좋아하는 시를 지으며 살았지만, 사람으로 인해 깊은 고통을 겪었다는 얘기가 행간 곳곳에 들어있었다. 시의 정신으로 똘똘 무장한 시인이었지만 죽을 결심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산으로 들어가고 작은 새싹이 움트는 생명을 보며 마음을 돌리기도 했다. 시인은 요즘 시인들의 안일함을 비판하며 쓴소리도 한다. 쉽게 쓴 시는 독자와 소통이 될지는 몰라도 시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므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했다. 소통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시여야 한다고 했다. 좋은 시를 쓰지 않고도 살아남아있고 정신이 빠져도살아남아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은 시를 쓸 수 있을까. 어느 분야의 글쓰기든 읽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천양희 시인은 천 개의 시를 쓴 후에야 명시를 알게 된다고 했다. 젊어야 젊은 시를 쓰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했다. 시인에게는 나이가 있지만 시인이 쓴 훌륭한 작품에는 나이가 없는데도 원고 청탁이나 문학상마저도 자꾸 젊은 쪽으로 기울어가는 현실을 꼬집는다. 시를 쓸 때는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미지가 선명해지려면 소리를 듣는 것보다 사물을 눈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시는 설명이 아니라 표현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소설 작법에서도 본 내용인 것 같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그려지듯이 묘사를 해야 한다고.

 



시를 쓸 때 우선 본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보아야만 느낄 수 있고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다는 것은 읽는 것과 같은 것이다. 책을 볼 때 읽는다고도 하고 본다고도 한다. 책을 읽고 느낄 수 있어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p191)

 



왜 시를 쓰느냐고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잘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단다. 시가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오로지 시를 쓰는 동안에만 행복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아파서 시를 쓰지 못할 때라고 했다. 시와 소통할 때가 가장 덜 외롭고 시 외의 어떤 삶도 시인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천양희 시인의 작가수업을 읽으며 요즘 시와 문학에 뜻을 둔 사람들은 얼마만큼 그것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노시인만큼 운명처럼 여기며 절실하게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진심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늘날은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이고 글이 아니라도 미디어 영상 등 즐길 거리가 넘친다. 작가나 작가 지망생이 읽는다면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며 문학의 정신과 태도를 배울 수 있고 동기부여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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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7-06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당선, 축하드립니다~

모나리자 2024-07-06 22:57   좋아요 0 | URL
축하의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젤소민아님.^^!!
장마철 건강에 유의하시고 7월에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