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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3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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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을 김진애의 여자의 독서읽은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그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정희진의 정절과 절개는 그 자체로 너무도 순수하고 또 강력하다. 이때의 열녀란 소신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여자 인간이고, 그의 정절이란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고, 그의 절개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확실하게 들이대는 양심의 잣대다.”

-김진애의 여자의 독서(P225)

 



 

 이렇게 멋진 찬사를 받는 작가라면 한번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에 정희진처럼 읽기로 처음 만났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 건 정희진 저자가 김진애가 예찬한 정절과 절개로 비유되는 열녀라는 단어를 과연 좋아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 책으로 만난 저자에 대한 느낌은 열녀의 이미지보다는 은장도를 찬 아주 씩씩하고 거침없는 언변의 여장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두루뭉술 넘어가는 무관심한 사안에도 여성학자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끄집어내어 우리 눈앞에 던져 놓는다. 그리하여 살살 우리의 촉수를 움직이게 하고 후련한 웃음을 웃게 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다시 앞의 책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그 책에는 놀라움을 주는 말이 많았지만,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는 말에 나는 홀딱 반했다. 얼마나 강력한 인상을 주었던지. 그러므로 독후감은 자기에 대한 서사가 들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내용 요약으로 절반을 채우는 식의 쓰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저자의 책을 읽고 쓰는 서평이기에 어느 때보다 긴장된다. 저자는 원래 전압이 높은, 남들이 잘 안 읽는 불편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여기 나오는 스물일곱 편의 책도 그렇다. 하나같이 소수자, 약자, 여성, 흑인, 폭력, 여성차별 등이 주제인 책들이다. 각 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 하나씩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1장 아픔에게 말 걸기몸으로 견디며 쓴다는 부제가 달려있고 주로 통증과 불안, 고통을 주제로 한 8권의 책이 들어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는 메이 외 공저로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아직은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고통에 대한 소통이 불가능한 이유를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아픈 사람은 건강한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접했다.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엔 의아했다. 그런데 저자는 인간의 몸의 개별성을 이야기하면서 누구의 삶을 대신 살 수 없고 대신 아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의 단절은 인간의 고유성이기 때문에 몸의 통증은 소통 불가능하다는 말에 금세 수긍하게 된다. 이 얘기는 뒤에 나오는 엄기호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의 내용에서도 부분적으로 연결이 되는데,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각자의 몸이기에, ‘몸의 통약이 불가능하므로 오히려 안 아픈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문처럼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소리를 냄으로써 몸속의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박한 일상에 감사하듯이 아픈 몸을 치유하는데도 감사하는 마음이 기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p60~61)

고통에 대한 연구는 결국 글쓰기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철학자 김영민의 "생각은 공부가 아니다"는 말에 덧붙여  공부는 쓰기 혹은 쓰기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한다.

 



2장 우리에겐 불편한 언어가 필요하다통념을 부수는 글쓰기라는 부제에 9권의 책이 들어있다.

 



 이 장에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정희진은 페미니즘 책 읽기와 쓰기를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쾌락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은 여성주의만이 주는 즐거움이 있는데, ‘여성스러운행복감이 아니라 남성적인 쾌감이라고 했다. 지적이고 깨닫는 쾌락, 분노와 분열과 고통이 주는 쾌락, ‘나쁜 사람을 골탕 먹이는 쾌락,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비웃으며 무시할 수 있는 그런 힘의 느낌이라고 했다. 페미니즘에서 그런 쾌락을 느낄 수 있다니.

 



이 책의 내용은 성별, 남자, 여자, 인간, 자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전복시키며 정확히 바로잡는 매우 지적이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좋은 교과서역할을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이 널리 읽혀서 성별, 가족, 섹슈얼리티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집단이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외모나 나이 비하, 지역주의, 학벌주의 등으로 인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양성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영역의 행동 특성이나 심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면, 어린 학생 때부터 공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스테퍼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

'페미니즘을 '하나'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나는 평소 숱한 사람이 사상가들을 언급할 때 마르크스, 프로이트, 푸코, 루소……그리고 페미니스트 식으로 나열하는데 분노한다. 남성들은 '개인'으로 호명되는데, 어째서 페미니즘은 한 덩어리로 간주되는가? 이는 마르크스 한 사람과 모든 여성이라는 식의 발상이다.'(p150)(왼쪽 페이지)

 



'여성으로서 겪는 공통의 경험은 '적다'. 그러나 한 개인이 여성으로 간주되는 상황 탓에 겪게 되는 고통, 분노, 무기력, 희열, 깨달음, 욕망은 여기 다 적을 수 없는, 그야말로 인류의 역사 그 자체로서 혼돈에 가까운 복잡성을 지닌다. 흔히 말하는 '여성 문제(women's question)'는 실상 사회와 남성의 문제이고 이것이 '여성 문제'의 본질이다.'(P151)(오른쪽 페이지)

 



3장 몸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 질문하고 해체하는 글쓰기라는 부제가 달린 10권의 책이 들어있다.

 



 애그니스 스메들리의 대지의 딸에 대한 서평은 슬픔, 복수(複數)의 젠더(multiple gender), 애그니스 스메들리와 우리의 신여성 허정숙과 김활란, 시몬 드 보부아르까지 세 가지의 키워드로 비교하며 얘기를 풀어놓는다. 저널리스트였던 애그니스 스메들리가 가난, 성차별, 가족의 죽음, 죄책감, 분노, 상처를 안고 조국이었던 미국을 떠난 당시(1920~1930)가 배경인 자전소설이라고 한다. 이 얘기를 통해서 여성으로서 받는 성차별은 세상 어딜 가나 똑같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생각해보면 누구나의 여동생, 누이, 이모, 어머니일 텐데 왜 조화롭게 어울려 지내지 못하는 걸까. 여기서도 정희진은 좋은 독후감에 대한 언급을 강조하고 있다. 독후감은 언제나 자신에게로 회귀해야 하며 성찰적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서평을 쓴 사람은 한 사람의 독자일 뿐이지 모든 독자를 대변하는 길잡이가 아니라고.

 



 이전 책을 읽고 나서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동안의 나의 독서를 돌아보게 했다. 너무나 읽기 편한 책만 읽지는 않았는지. 물론 개인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모든 독자는 편협하다고 했고, 그 말에 위로를 받았었다. 나름 다양한 독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페미니즘을 비롯한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 그녀가 말하는 소위 전압이 높은 책은 일부러 찾아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멀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점을 반성한다. 그래서 여기 나와 있는 책을 다는 읽지 못하지만 적어도 한 권은 꼭 읽어보려고 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2의 성과 더불어 찬사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는 베티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이다. 이 책은 이론 자체로 내파와 여진 확장과 변태(變態)를 거듭하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원한 필독서라고 한다. 자신과 사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녀 불문하고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정희진의 글쓰기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이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인기 있는 저자로 기억된다. 또 저자가 읽고 쓴 27편을 모은 서평집 이기도 하지만 독자에 대해서는 좋은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평범한 글쓰기에서 벗어나 사유하는 글쓰기, 좀 더 성장하고 싶은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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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18 17: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모나리자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ㅋㅋ 저도 정희진님이 열녀보단 장부 쪽을 선호하실것 같아요.😆

모나리자 2021-04-19 09:55   좋아요 1 | URL
그쵸?ㅎㅎ 여장부!
정말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이 다 모르는 책이었다는 거죠. 제목만 알고 있는 정도?
모든 독자가 편협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영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 한 권 읽고 마니아 된 거 있죠.ㅋㅋ 넘 웃기고 재밌어요.^^
새 한주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미미님~^^

공쟝쟝 2021-04-28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전압이 높은 독후감이라니!! 읽은 지 얼마 안되서 저도 생생해요.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고 난 후 제 독후감 역시 완전 바뀌긴 했어요!! 이렇게 또 희진샘의 저주를 받으신 분을 알라딘에서 만나뵙게 되다니! 넘 좋아요!!

모나리자 2021-04-29 10:0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정희진처럼 읽기>를 먼저 시작했는데 참 강렬한 느낌이었어요.
정희진님 좋아하는 블로거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우리의 평범한 책읽기를 돌아보게 하죠.

저도 정말 반가워요! 공쟝쟝님.ㅎ 알라딘에는 닉네임이 얼마나 클래시컬하고 유머있고 개성있는지 놀랐고 재밌어요.ㅎ 친구 신청도 감사합니다. 제가 친구신청 트라우마(?)가 생겨서 우정상 받으려면 100년은 걸리겠다 했는데 1년이면 충분하겠네요.ㅋㅋㅋㅋ

4월 마무리 잘하시고 5월에도 화이팅! 응원할게요~^^

2021-05-07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1-05-07 19:45   좋아요 2 | URL
와우~ 감사해요~칭구님~ㅋㅋ
좋게 봐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 책 읽고 당선작으로 뽑혀서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주말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scott 2021-05-07 15: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오늘 황사 먼지 조심, 건강 조심 ^ㅎ^

모나리자 2021-05-07 16:05   좋아요 3 | URL
와~ 진짜네요!!ㅎㅎ
기쁜 소식 전해 주셔서 감사해요~스콧님~~
입이 귀에 귀에 걸리는 중입니다~ㅋㅋㅋ
주말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_^!

새파랑 2021-05-07 16:10   좋아요 3 | URL
모나리자님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1-05-07 16:16   좋아요 3 | URL
축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새파랑님~^^!

미미 2021-05-07 1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 모나리자님 당선 축하드려요!! 이 멋진 책으로(정희진님 팬)당선되시니 더더 모나리자님 멋집니다. 행복한 불금과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1-05-07 19:47   좋아요 1 | URL
와아~감사해요~미미님~
플친 분들이 함께 당선 되어서 더욱 기쁘네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미미님.^_^

초딩 2021-05-08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모나리자 2021-05-09 14: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초딩님.^^
덕분에 좋은 주말 보내고 있습니다.^_^

초딩 2021-05-08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와.. 이 책 정말 화자 많이 되는데, 전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요 ㅜㅜ ㅎㅎㅎ

모나리자 2021-05-09 14:48   좋아요 0 | URL
네, 정희진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초딩님도 언제가 만나실 날 오겠지요.^^
 

この外いたずらは大分やった。大工の兼公と肴屋の角をつれて、茂作の人参をあらした事がある。人参の芽が出揃わぬ処へ棄が一面に敷いてあったから、その上で三人が半日相撲をとりつづけに取ったら、人参がみんな踏みつぶされてしまった。


화자가 장난끼 많았던 어린시절을 이야기한다.
인삼밭에 깔아놓은 짚 위에서 씨름을 하다가 싹이 나오려는 인삼을 밟아 뭉게고 말았던 이야기...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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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했어야 했다. 그러나그렇지 못했다. 어머니가 처음으로, 어머니로서는 무척이나고통스러웠을 양보를 하셨으며, 나를 위해 품어 왔던 이상을어머니 쪽에서 처음으로 포기하셨으며, 그토록 용감했던 어머니가 처음으로 자신이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한 듯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승리를 거두었다면 그건 어머니에 맞서 얻은 승리였고, 병이나 슬픔 혹은 나이가 그런 것처럼, 내가 어머니의 의지를 약화하고 이성을 굴복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얻은 승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날 밤은 나에게 새로운시대가 시작된 날로, 슬픈 날로 남을 것이다.  - P75

 엄마는 그 문장들을 적절한 어조로 공략하기 위해, 문장 이전에 존재하면서 문장을 구술하게 한, 하지만 단어자체에는 표시되지 않은 따뜻한 억양을 찾아내셨다. 그 억양덕분에 엄마는 책을 읽으면서, 동사 시제에서 느껴지는 온갖생경함을 완화했고, 반과거와 단순과거에는 선한 마음이 깃든 부드러움과 다정함이 깃든 우수를 부여하셨다. 그리고 한문장이 끝나면 다음 문장으로,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읽어 가면서, 길이가 다른 문장을 균등한 리듬으로 만들었고그렇게도 평범한 산문에 일종의 감상적이고도 연속적인 생명을 불어넣으셨다.
- P82

내 마음의 가책은 가라앉았고, 나는 어머니가 내 곁에 있어주는 이 밤의 감미로움에 몸을 내맡겼다. 나는 이런 밤이 두번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알았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대해 품고 있는 가장 큰 욕망, 이처럼 슬픈 저녁 시간에 어머니를 언제까지나 내 방에 간직하고 싶어 하는 이 욕망은 생활의 필요나 다른 사람들의 소망과는 너무나 상반되어서, 오늘 밤처럼 그 욕망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뭔가 어색하고 예외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일이면 고뇌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엄마가 더 이상 이곳에 있지 않을 테니까!  - P83

우리 과거도 마찬가지다. 지나가 버린 과거를 되살리려는노력은 헛된 일이며, 모든 지성의 노력도 불필요하다. 과거는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그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리가 전혀 생각도 해 보지 못한 어떤 물질적 대상 안에 (또는 그 대상이우리에게 주는 감각 안에) 숨어 있다. 이러한 대상을 우리가 죽기 전에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우연에 달렸다.
- P85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 P86

 그러나 아주 오랜 과거로부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존재의 죽음과 사물의 파괴 후에도, 연약하지만 보다 생생하고, 비물질적이지만 보다 집요하고 보다 충실한 냄새와 맛은, 오랫동안 영혼처럼 살아남아 다른 모든 것의 폐허 위에서 회상하고 기다리고희망하며, 거의 만질 수 없는 미세한 물방울 위에서 추억의 거대한 건축물을 꿋꿋이 떠받치고 있다.
- P90

작은 종잇조각들을 적시면, 그때까지 형체가 없던 종이들이물속에 잠기자마자 곧 펴지고 뒤틀리고 채색되고 구별되면서꽃이 되고, 집이 되고, 단단하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는것처럼, 이제 우리 집 정원의 모든 꽃들과 스완 씨 정원의 꽃들이, 비본 냇가의 수련과 선량한 마을사람들이, 그들의 작은집들과 성당이, 온 콩브레와 근방이, 마을과 정원이, 이 모든것이 형태와 견고함을 갖추며 내 찻잔에서 솟아 나왔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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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러 올라갈 때 내 유일한 위안은 내가 침대에 누우면 엄마가 와서 키스해 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저녁 인사는 너무도 짧았고 엄마는 너무도 빨리 내려갔기 때문에, 엄마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문짝이 두 개 달린 복도에서 밀짚을 엮어 만든 작은 술이 달린 푸른빛 모슬린 정원용 드레스가 가볍게 끌리는 소리가 들릴 때가 내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
일본어 원서 읽는 것보다 어렵네요.^^;;
순 한글인데 왜 이렇게 안 넘어가지??ㅎㅎ
밖에 가서 산책 좀 하고 와야겠어요...




- P32

 "아! 여보게, 이런 좋은 날씨에 함께 산책하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자네는 이 모든 나무들이며 산사나무들, 그리고 자네가 한 번도 칭찬한 적 없는 이 연못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자네는침통한 표정이구먼. 이 산들바람을 느끼는가? 아! 누가 뭐래도사는 건 좋은 거라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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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뺨처럼 팽팽하고 싱그러운 베개에다 뺨을갖다 대었다. 시계를 보려고 성냥을 켰다. 곧 자정이다. 여행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환자가 낯선 호텔 방에서 잠이 들었다.
가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깨어나 문 아래로 스며든 한 줄기 햇살을 보고 기뻐하는 순간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벌써 아침이라니! 곧 종업원들이 일어날 테고 종을 울릴 수 있고, 그러면누군가가 와서 보살펴 주겠지! 고통을 덜 수 있다는 희망이아픔을 견뎌 낼 용기를 준다. 그때 마침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발자국 소리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내 멀어진다. 문 아래 보이던 빛줄기도 사라졌다. 자정이다. 가스등의불도 방금 꺼졌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종업원도 떠났고,
그는 밤새 아무런 처방도 없이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 P17

처음엔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했다. 내겐 동물 내부에서 꿈틀거리는 생존에 대한 지극히 단순한 감정만 있었을 뿐, 아니, 동굴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보다도 더 헐벗은 존재였다. 그러자 추억이, 현재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추억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곳, 혹은 내가 살았을지도 모르는 곳에 대한 추억이 저 높은곳에서부터 구원처럼 다가와 도저히 내가 혼자서는 빠져나갈수 없는 허무로부터 나를 구해 주었다.  - P19

이 소용돌이치는 혼란스러운 회상은 아주 짧은 순간만 지속되었다. 내가 있는 장소에 대한 이런 짧은 순간의 불확실성은, 마치 우리가 영사기를 통해 달리는 말을 보면서도 말의 연속적인 자세에서 각각의 자세를 분리해 내지 못하듯이, 그 불확실성을 구성하는 여러 다른 가정들을 자주 구별해 내지 못했다. - P22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울프 여사가 정말 존경스럽네요!!ㅎㅎ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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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03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 제작년에 사놓기만 하고 시작도 못했는데 ㅜㅜ완독 기원합니다~!

모나리자 2021-03-04 10:09   좋아요 1 | URL
저도 20대 초반에 읽다가 놓고 지금에야 다시 잡았네요.ㅋㅋ
워낙 읽기 어려운 책이라서 한 달에 1권씩 읽으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이것도 잘 되려나 모르겠어요. 아무튼 응원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새파랑 2021-03-04 1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대 초반에 전 뭘한건지 ㅜㅜ 저도 한달에 1권 한번 도전해봐야겠네요~잘 읽으세요^^

모나리자 2021-03-04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네, 한달 1권 읽는 방법 괜찮은 것 같죠?ㅎ 읽기 어려운 책 계속 붙들고 있는 것보다는 그 사이 사이 다른 책을 읽어가면서 머리도 식히고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원래 이런 책은 여러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고전 읽는 분은 이 책을 해마다 한번씩 읽는다고 하더군요. 새파랑님의 도전 응원할게요~!!

scott 2021-03-0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한달에 한권씩이면 올해 끝자락에는 완독으로 멋진 엔딩을 !
응원합니다 ^.^

모나리자 2021-03-04 14:00   좋아요 1 | URL
넵!! 감사합니다~스콧님!
이렇게 공약을 했으니 어떻게든 될 거예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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