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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8
이디스 워튼 지음, 손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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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의 워턴은 이 작품으로 처음 만났다. 왠지 제목에 대한 끌림으로 지난 2월에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가 없어서 내려놓았다. 마치 프루스트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듯한 지루한 느낌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가문격식문제에 대한 전문가라는 등장인물이 나오고 전반적인 묘사가 그랬다. 그러다가 최근 읽다 만 책 마무리는 해야지 싶어서 다시 잡았다. 예상과 달리 초반의 지루함을 보상하듯 은근히 재미있어서 몰입하며 읽었다.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삼각관계를 그린 소설이지만 주인공 뉴런드 아처의 시선과 그의 심리묘사를 따라 읽어가는 묘미가 있다. 워턴은 이 작품으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도 남자 주인공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당시 뉴욕 상류층 사교계 남성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에 대한 역자 해설도 작품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등장인물의 이름에 대한 해석도 흥밋거리를 안겨준다. 이 작품은 연애소설도 되지만 비극적 요소도 가미되었다고 했다. 흔히 비극이라 하면 슬픈 이야기나 주인공의 고통을 떠올리기 쉬운데, ‘정보의 부족이나 무지로 인한 오판때문에 주인공이 가혹한 결말을 맞는 것도 비극의 범주라 한다.

 



이야기의 배경은 1870년대 초 뉴욕 오페라 극장의 공연장 분위기를 묘사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를 통해서 당시 뉴욕 상류층의 생활습관이나 문화, 관습을 엿볼 수 있었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뉴런드 아처는 약혼자 메이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메이의 사촌 올렌스카 백작부인이 음악당에 나타난다.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옷차림,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하고 시원하게 내뱉는 성격의 그녀를 처음에는 못마땅하게 생각했는데 어쩐 일인지 점점 마음을 뺏기고,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지만 평행선을 달리게 되는 이야기다.

 



아처는 왜 그런 인생을 살게 되었을까.

실질적으로 단독 주인공인 뉴런드 아처는 자신이 뉴욕 상류층 보통 남자들보다 지식이나 예술 면에 훨씬 더 뛰어난 안목을 지녔으며, 누구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고 깊이 생각했으며 세상 구경도 많이 한 뉴욕을 대표하는 존재라는 우월감이 있었다. 또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상기할 때 좀 열린 사고방식의 소유자였고, 여성들이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떤 연민을 느꼈다. 그런데 확고한 실행력이나 배짱은 좀 부족해 보인다. 올렌스카 백작부인(엘런)을 향한 마음이 열렬했음에도 엮어지지 않았다. 몇 번이나 단둘이 있는 시간이 있었고 둘이 함께 도망가려고 결심까지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방해자가 나타난다. 그 방해자는 어쩌면 당대의 통념이나 분위기였을지도 모른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엘런을 친척들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온갖 수단 방법을 찾아서 개입하고 남편에게 돌아갈 것을 종용한다. 그것은 강압적이지도 않고 원만하게, 그리고 우아하고 성대하게 송별식을 치르며 그런 분위기를 따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마치 상류층의 행동방식은 이래야 한다는 것처럼.

 



여기에 약혼자 메이는 어떤 인물일까. 뉴욕 사교계에서 누구나 신붓감으로 탐을 내는 미모와 재력을 소유한 집안의 딸이다. 약간 순종적이고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규칙을 지키려는 보수적인 성격이다. 되바라진 성격도 아니어서 아처와 사이가 좋아 보인다. 그런데 아처는 은근히 메이를 무시한다. 나이 차가 많아서일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모든 방면에 뛰어난 자신과는 좀 안 어울리는 건 아닌가, 손해 본 듯한 느낌이다. 어떻게든 엘런과 함께하는 멋진 인생을 꿈꾸었건만 마음만 바빴지 아무 소득도 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살았다고 회고하는 장면에 이른다. 온순하게 생각했던 메이가 사실은 아처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메이도 이미 세상을 떠났고 누구도 엘런과 함께 하는 삶을 말리는 사람도 없게 되었는데 아처는 지척에 있었음에도 엘런을 만나지 않고 발걸음을 돌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구보다 듬직한 가장으로 명망 있는 시민으로 살아왔지만 아처 자신에게는 허탈한 인생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런 인생을 살게 된 오류는 아처 자신에게 있었다. 엘런을 향한 열정과 욕망만 있었지 연인의 참모습이나 그녀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메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다해 교육하고 헌신적으로 가정을 꾸려가는 것에 대해 감사하거나 행복해하지도 않았다. 현실을 살면서도 엘런에 대한 환상만을 진정한 현실로 여겼다. 한마디로 허깨비를 쫓는 인생이었다. 어쩌면 아처는 열정과 자신감으로 당당했지만, 당시 상류층의 통념이나 도덕 윤리에서 벗어나는 것에 용기가 없어서 그랬을까.

 



주인공 아처의 인생을 볼 때는 허탈한 감도 있지만, 메이의 인생은 모든 걸 획득한 인생이었다. 한 가정을 이룬 부부지만 한쪽은 승자였고 한쪽은 패자였다. 이런 아이러니라니. 이디스 워턴은 유복한 미국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살았던 만큼 풍요롭게 살았지만, 결별과 이혼의 고통으로 얼룩졌던 시절도 있었다. 당시의 고통을 메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깨끗이 치유하려는 씻김굿의 요소도 다분히 짐작할 수 있다. 메이는 겉보기와 달리 거짓 임신으로 엘런을 떠나게 하고 아처의 바람기를 막고 끝까지 가정을 지키도록 야무지게 처리했다. 엘런과 아처는 여러 번의 만남이 있었음에도 자꾸만 어긋났다. 정신적으로 메이와 엘런 어느 쪽에도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경험하지 못한 아처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착하기만 한 것 같았던 메이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아처에게 미안하지만 좀 웃기고도 살짝 안쓰러웠다. 삼각관계 삼부작이라는 나머지 두 작품도 읽어봐야겠다. 유한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후회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의미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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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29 22: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워튼은 알라딘에서 인기 작가인 것 같습니다. 많이들 애정과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대단하십니다. 직장을 다니시면서 책 읽고 리뷰까지 쓰시다니... 저는 리뷰 한 편 쓰기가 힘들어서
백자평으로 대신하기도 하고 백자평도 쓰지 않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좀 성실히 기록해 놓으려고 합니다.^^

모나리자 2023-11-29 23:07   좋아요 1 | URL
네, 여러 블로그에서 자주 보았던 만큼 인기 있는 작가 같아요.
대단하긴요. 많이 못 읽고 있는 걸요. 페크님은 칼럼 쓰시느라 많은 에너지를
쓰시는 것 같아요. 연재 끝나시면 나아지시겠지요.
맞아요. 책을 읽다가 줄거리나 감상을 조금이라도 메모해 두어야 리뷰 쓰기도
편하더라구요. 전 읽다 만 책이 몇 권 있는데 처음부터 새로 읽어야 할 것 같아요.ㅜ
그러니 한번 잡았을 때 끝까지 읽어야 하는데.ㅎ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님.^^

새파랑 2023-11-30 1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 이 작품의 제목이 좀 평범? 무난?한 느낌이 있는거 같군요. 내용은 전혀 그러지 않는데 ㅋ 이디스 워튼 작품은 일단 이야기가 재미있더라구요.

이 작품은 마지막 부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역시 뭐든지 초반을 넘기는게 힘들더라구요 ㅡㅡ

모나리자 2023-11-30 20:19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제목이 순정만화 같은 느낌인 것 같아요.ㅎ
그쵸. 저도 항상 생각하는 게 특히 소설은 100페이지는 넘어가야
속도감이 나더라구요.
네, 마지막 회고 장면이 짠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어요.
다른 작품도 관심이 생겼어요.ㅎ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12월에도 건강하시고 화이팅 하세요.^^

서니데이 2023-12-01 22: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는 번역본을 보기 전에 영화가 먼저 소개되었는데,
90년대 영화라서 지금 다시 보면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아요.
모나리자님, 오늘부터 12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12-05 21:24   좋아요 2 | URL
네, 이 작품 영화로 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엔 지루하다가 마지막 부분에선 좀 애잔할 것 같기도 해요.
주인공 아처의 회고 장면에서 유머스럽기도 할 것 같고요.
댓글이 많이 늦었습니다. 12월이 되자마자 날짜가 슝슝 지나가는
느낌이에요. 건강하고 행복한 12월 보내세요. 서니데이님.^^

서니데이 2023-12-05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올해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따뜻한 연말 좋은 시간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12-05 21:2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올해는 서재의 달인을 빨리 발표했나 봐요.
엠블럼이 먼저 달려 있어서 놀랍고 기뻣지요.
편안한 밤 되세요.^^
 

상쾌한 햇살이 쏟아지는 10월 오후, 어젯밤에 늦게까지일을 해, 오후 1시가 지나도록 잠자던 나는 초인종 소리에확인도 하지 않고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신문 구독권유나 택배. 요 몇 해 동안 찾아오는 사람은 그런 이들뿐이라 청년 아니, 아들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러니까・・・・・・ 자네가 그 뭐냐."
"그 뭐냐?"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바람에 무심코 시선을 피하자 ‘아니, 이런 아들이 찾아왔는데 왜 그렇게 허둥대?‘ 하며 청년이 웃었다. - P8

"프리터라고도 하지. 8월부터 이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 얼마 뒤면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 새 점포가 생길 텐데 그렇게 되면 그리 옮길 거야.
그때까지만 여기서 다니겠다는 거지."
청년은 그렇게 말하더니 ‘다이후쿠 마르기 전에 어서 드셔‘라며 웃었다.
양쪽 입가가 살짝 올라갔고 눈에서도 웃음이 넘쳤다. 아무런 꿍꿍이도 없는 듯한 맑은 웃음. 그 여자와 똑 닮았다. - P14

"아저씨, 아니야. 난 원래 붙임성 좋고 요령 있게 태어난성격이야 엄마도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었고 아저씨가 보내준 양육비도 있어서 꽤 넉넉하게 지냈어."
너무 정확한 표현이라 내 마음의 목소리라고 착각할 뻔해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 알았어. 그렇지만 네 멋대로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말하지 말아줘."
- P23

"그래, 역시 이상하겠지. 남자가 쉰 살이나 나이를 먹고도 혼자 살고 평일 대낮에도 집에 있으니. 무얼 하는 사람인지 수상하게 여길게 틀림없어. 남들 시선 따윈 아무래도 상관없다. 난나다. 생각은 이렇게 해. 그렇지만 이웃의호기심 어린 시선을 생각하면 숨죽이고 사는 편이………."
"아니, 너. 마치 내가 하는 이야기처럼 멋대로 혼잣말하지마."
- P37

어쨌든 나는 25년이나 아버지였다. 내가 참 무심하다는생각이 들어 놀랍기는 하지만, 아무리 같은 핏줄이어도 만나지 않고 살면 자기가 부모라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지난주 수요일에 처음 실제로 아들을 만났다. 그렇지만 모르는 고양이가 집을 잘못 찾아 들어온 느낌이라 아들에 대한정 같은 게 솟아나지는 않았다. - P41

"그럼. 아저씨, 방에만 틀어박혀 길거리를 헤매는 젊은이 이야기만 쓰는 사이에 이런 당연한 것도 모르게 되었구나 큰일이네."
청년은 키득키득 웃으며 커피를 마셨다.
그의 말처럼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 청년의 저런 낙관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방식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는데 고생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걸까?
이 청년은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걸까? 비로소 아들에게 조금 흥미가 생겼다. - P57

66
"그런가………? 그런데 너 생각보다 내 소설 많이 읽었구나."
"그야 당연하지. 난 매달 사진을 보냈는데 아저씨는 돈만 보냈잖아? 그러니 책을 읽는 수밖에 없지."
- P88

도모는 계속해서 단호하게 어린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 녀석일 처리를 잘하는구나. 정말 나하고는 정반대다. 유전자만으로는 공통점이 이어지지 않는 걸까? - P105

"아, 그래. 그렇겠구나………. 어라? 그런데 넌 어떻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내 생각을 들여다보고 한 듯한 말을 듣고 깜짝 놀라자도모는 키득키득 웃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그런 정도는 대부분 알아차려."
"그래?" - P130

사람을 대하는 내 안테나가 둔하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둔감한 내가 소설을 쓴다니, 우습다. 잘난 척하며 인생이 어떻다느니 하는 소리를 잘도 썼다. 나는・・・・・・ 아니,
그런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 도모가 아프다. 그것도 아르바이트를 빠질 만큼 아프다니 상태가 꽤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 P151

나는 어쩜 이리 한심할까. 눈앞에 나타난 도모는, 나를한 번도 본 적 없이 자란 도모는 엄청나게 건강하다. 그게답이다.
기가 센 미쓰키의 딱 부러지는 성격은 도모를, 그리고틀림없이 나까지도 지켜 주었으리라.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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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177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허승진 옮김 / 더스토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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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시성 중의 한 사람이고 독일 문학의 거장인 괴테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 작품은 그가 스물다섯 살에 단 14주 만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발표한 직후 전 세계에 자신의 명성을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베르테르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베르테르가 입었던 파란 연미복에 노란 조끼를 젊은이들이 따라 입었으며 2천 건에 가까운 모방자살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청년 괴테의 질풍노도와 같은 사랑의 열병을 앓던 그의 육성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하지만 모든 점에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괴테의 친구인 예루잘렘이 친구의 부인에게 연정을 품었다가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얘기와 법무실습을 함께 했던 동료의 약혼녀 샤를 로테에게 사랑에 빠졌던 자신의 체험을 조합하여 작품으로 형상화 시킨 것으로 보인다.

 



소설은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있다. 가장 친한 친구 빌헬름에게 쓴 편지로 177154일자 이야기로 시작한다. 멀리 떠나와서 잘 지내고 있다. 어머니께서 맡긴 일을 잘 처리하고 있고 곧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이 있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경탄하며 묘사를 하고 있어서 눈앞에 선하게 이미지가 떠오른다. 편지들은 짤막짤막하다. 행복한 마음으로 인생을 즐기고 있으며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낙원처럼 느껴진단다. 친구가 책을 보내준다고 했던 것에 대해 제발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자장가라고. 끓어오르는 혈기를 잠재우려면 자장가가 필요하다고 한다. 천재 작가도 책이 물릴 때가 있다니.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고 왜 집을 떠났는지 밝히고 있지는 않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의 가족 이야기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며, 본 풍경들을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청년시절 괴테는 감정이 풍부하고 열정적이라는 것, 그리고 권위적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귀족과 평민 계급이 뚜렷했을 텐데 평민들과도 대화를 나누고 도와주거나 아이들에게 아주 인기있는 청년이었으며, 다정다감한 성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다가 공직자 S의 초대를 받아 무도회에 갔다가 베르테르의 인생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춤 파트너 일행과 마차를 타고 무도회장으로 가는 길에 샤를 로테라는 여인을 태우고 가게 되었는데, 베르테르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포로가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춤 파트너의 고모가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라면서 이미 약혼을 했다고 알려준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건만 아니나 다를까, 첫 만남에서 그녀의 자태,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행동에 온통 사로잡히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는 기본이고, 언변이 뛰어나고 책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게임을 주도하거나 춤추는 것, 어린 동생들을 다정다감하게 돌보는 세세한 마음까지 어느 것 하나 흠을 발견할 수가 없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빠져든다.

 



늘 로테와 로테의 동생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고 대놓고 구애를 하는 건 아니다. 어느 날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고이고 눈길을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마치 어린아이 같이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친구에게 털어놓는 부분은 그 천진함에 또 웃음 짓게 한다. 우연히 그녀와 손가락이 스치고 서로의 발이 닿기만 하면 온몸의 혈관이 요동을 쳤고 이야기에 열중하다가 입김을 닿을 듯 할 때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쓰러질 것 같다고 묘사하고 있다.

 



로테를 향한 베르테르의 격정적인 사랑의 열병은 점입가경으로 커져만 간다.

로테를 만나지 못했던 어느 날은 하인을 시켜 로테에게 다녀오라고 시킨다. 햇빛을 받은 야광석이 그 빛을 흡수해서 밤에도 빛을 발하듯이, 로테의 시선이 머물렀던 하인의 얼굴과 뺨, 윗옷의 단추, 외투의 깃에 닿았던 그 모든 것을 성스럽고 소중하게 여기며 행복해 한다. 이런 사랑을 어떤 여인인들 받고 싶지 않을까. 이 얘기를 전하며 만약에 사랑이 없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묻는다.

 


 

그토록 로테를 사랑하면서도 다시는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로테에게 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처음엔 로테는 베르테르가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베르테르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깊지 않은 것 같았다. 약혼자가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우정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아니면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반면, 베르테르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들었던 자석산 이야기처럼 로테에게 빨려드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알베르트가 돌아왔다. 누구에게든 평판이 좋은 그를 대면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알베르트에게 로테를 빼앗긴 상실감에 사로잡힌다.

 

 


그럼에도 그들과 우정을 나누어 간다. 겉으로는 우정이었지만 상당히 마음으로는 힘들었을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사랑하지 못하는 심정이라니. 이들은 베르테르에게 알리지 않고 결혼식을 했는데 서운한 마음에도 자주 왕래하며 어울린다. 자살에 대해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자살을 나약함의 표현일 뿐이라고 말하는 알베르트에게 강하게 반박한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어서 기쁨, 슬픔, 고통 등 어느 정도까지는 견딜 수 있겠지만 한계를 넘어서면 파멸해버릴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느 선까지 견딜 수 있느냐하는 문제라고 말이다. 아마도 로테를 향해 치닫는 격정적인 사랑에서 자신의 괴로움을 피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라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대략의 이야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은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면서 권총을 빌려달라고 했고, 로테가 건네주었다는 그 총으로 자살하게 되는 비극의 최후다. 처음엔 무덤덤한 듯 보이는 로테에게 빠져드는 베르테르가 좀 안쓰러워 보였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이나 태도에 민감하지 않은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으로 알베르트와 결혼하게 되었다.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이였지만 문학적인 공감대에서는 오히려 베르테르와 더욱 찰떡궁합이었다. 베르테르가 낭송해주는 오시안을 듣다가 로테는 폭포수처럼 눈물을 흘리며 감동을 하고 두 사람의 마음은 동시에 통한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에서 자신들의 슬픈 운명을 간파하게 된다.

 



아마도 어머니가 정해준 운명이라서 거스르지 못하고 알베르트를 선택한 건 아닐까. 알베르트도 충분히 훌륭한 남자였지만 베르테르에게 향하는 마음을 뿌리치려고 노력했던 듯하다.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죽음을 택하는 게 낫다는 중세 시대의 사랑, 너무나 고전적인 사랑이 지금 이 시대에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작품이 나온지 25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사랑에 대한 의미와 관념은 많이 달라졌다,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사랑은 아무런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기성세대들에게는 지난날 사랑의 의미와 추억을 되새기며 읽어본다면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줄 것이다.

 



계속 편지형식의 글이 이어지다가 후반부에 뜬금없이 편집자가 독자에게라는 페이지가 온다. 처음엔 이 작품 편집자의 목소리를 넣은 건가 했다. 그런데, 답장이 없는 편지글 형식의 소설 내용상 전달할 수 없는 사건들을 보고한다는 의미로 문학 표현 기법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한다. 너무 참신하지 않은가. 로테에게 쓴 편지를 알려주는데 베르테르의 죽음이 임박했고 죽음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그만큼 더욱 긴장감을 자아내고 몰입감을 높여준다. 스물다섯 살이라는 나이에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니. 괴테의 천재성을 새삼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괴테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작품부터 권하고 싶다. 청년 괴테의 순수한 마음과 생각을 마주한 듯 친숙한 느낌이 들 것이다. 더구나 177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이라는 점도 소장 각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베르테르의 사랑 고백을 들었으니, 다음엔 60년이나 걸려서 나왔다는 파우스트를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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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가든 그녀의 모습이 나를 따라다닌다네. 잠들어 있거나 깨어 있거나 그녀의 모습은 내 영혼을 온통 사로잡는다네! 두 눈을 감으면 여기, 마음의 눈이 눈을 뜨는 머릿속에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어른거린다네. 바로 여기에!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군. 내가 눈을 감는 순간 그녀의 모습이 나타난다네. 마치 바다처럼, 심연과도 같은 그녀의 눈동자는 내 앞에, 내 안에 자리를 잡고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 버린다네.(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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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8-05 14: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만큼이나 답답하기도 했는데 이들의 순수한 열정만큼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바래지 않을것 같아요^^*

모나리자 2022-08-06 14:23   좋아요 1 | URL
네, 그래서 고전문학은 오늘날에도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더위에 건강에 유의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미미님.^^

새파랑 2022-08-05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괴테는 베르테르의 슬픔 아닌가요? 그런데 전 괴테 작품윽 베르테르밖에 안읽어봤네요 ㅋ 파우스트 어려워 보이더라구요😅

모나리자 2022-08-06 14:24   좋아요 2 | URL
네, 저도 파우스트 아주 오래 전에 조금 본적 있어요.ㅎ
역시 만만치 않을 거예요. 문학동네 2권짜리 갖고 있는데 한번 들춰봐야겠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새파랑님.^^
 

이 질문을 늘 스스로 던져보는 기업이라면 절대 자만에 빠지지 않을것이다. 경쟁에서 뒤쳐지지도 않을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지적 역량이 고갈될 리도 없을 것이다. 완전무결한 경영 지식과 함께 15가지 포인트가 그대로 살아있는 회사가 바로 위대한기업이다. "경쟁업체에서는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당신 회사에서는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라는 물음은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다른 업체들로 하여금 따라오도록 선도하고, 고객과 임직원, 주주들에게 더 나은 것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야말로 위대함 그자체다. 짐이 인용한 질문은 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찾고자 했던 열망과 아버지가 정리한 15가지 포인트의 핵심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었다. 그가 어디서 이 질문을 들었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이 질문은 정말 충격적일 정도로 폐부를 찌르는 질문이다.
- P21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요점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아버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서도 내가 아버지가 쓴 책을 더 많이 읽었다는 점이다. 아버지가 쓴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다 해도 투자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몇 번이고 이 책을 다시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냥 한번 읽고 얻어낸가르침에 만족해 한다면 스스로 화를 자초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책의 내용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희미하게 떠오를 것이다. 그 다음부터 한 차례씩 이 책을 더 읽어갈수록 책의 내용으로부터 더 자유 - P27

로워질 것이다. 종교적 의미를 무시한다면 이 책은 투자의 바이블과같다. 두껍지는 않지만 몇 번이고 다시 읽어야 할 책이고, 그 내용의유용성이 결코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고 해서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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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1984년에 쓴 나의 첫번째 저작 《수퍼 Super Stocks》에서 이기술에 대해 설명했고, 또 이 기술을 적용한 실제 주식 투자 사례도 덧붙였다. 내가 쓴 책은 1984~1985년도에 가장 많이 팔린 주식 투자 서적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괜찮은 책이었다. 내 책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자부심도 갖고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쓴 이 책 만큼 좋은 책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내가 쓴 책과 비교하자면 이 책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시간이 지나도 전혀 낡은 내용이 될 책이 아니다; 아버지와나의 책 모두 새로운 개념을 처음 소개했지만 아버지가 소개한 새로운개념이 당시 상황에서 훨씬 더 혁명적이었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적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을 위대한 저작으로 만든 것이다.  - P18

나는 1972년부터 1982년까지 아버지와 함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기업체들을 방문했다. 내가 아버지 회사에서 일한 것은 불과 1년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나는 아버지와 많은 작업을 함께 했다. 회사를 방문할 때면 아버지는 늘 질문 내용을 미리 준비해 노란 종이에 타자로 쳐놓았는데, 각각의 질문 문항과 문항 사이에는 메모를 할 수 있도록 사이를 띄어놓았다. 아버지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자 했고, 방문할 회사에서도 당신께 감사해 할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다는 점을 알아주기를 바랐다.  - P19

이렇게 외쳤다. "경쟁업체에서는 아직 하지 않고 있지만 당신회사에서는 하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 세상에 정말 너무나 멋진 질문이었다! 이 질문의 핵심은 아직이라는 단어에 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 것이다. 당신이 만약 이 질문을 던졌다면 사실 대부분의경우 경쟁업체들이 아직 하지 않고 있는 어떤 중요한 사업을 단 하나도 하지 않고 있을 것이고, 이들은 자신들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이 질문을 당신이 물어보았다는 데 대해 충격과 함께 두려움마저 느낄 것이다.
Lo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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