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없는 불안 - 2024 부커상 수상 작가 서맨사 하비 에세이
서맨사 하비 지음, 송예슬 옮김 / 서해문집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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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서맨사 하비의 이 책은 그의 단 하나뿐인 에세이라 한다. 그는 2024완전히 독창적인 보석 같은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인궤도로 부커상을 받았다. 빨간색 표지가 시선을 끌었고 다양한 매체의 호평이 대단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에세이는 한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해서 본격적인 작품을 만나기 전에 읽으면 좋은 것 같다. 보통의 에세이와 달리 독특하다. 우선 글마다 제목이 없고 불면증이 주된 테마인데 상실과 기억,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통찰이 이어진다.

 



불면증이라면 누구나 몇 번쯤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일이 있거나 너무 피곤해서 잠에 빠져들고 싶은데 아무리 해도 잠은 안 오고 더 초롱초롱해져서 괴롭고 그대로 새벽을 맞이하던 기억. 작가는 사촌의 죽음을 목격한 이래 불면증이 생긴 것 같다. 그리 친하지 않았던 사촌이지만 주검을 목도한 이래 편지를 쓰며 죽음에 대해 사유한다. 마치 지금 살아 있는 사람도 언젠가는 땅속에 묻히게 되고 한 줌 흙으로 남게 되는 과정을 세세한 상상력으로 보여준다.

 



인생이란 게 참 경이롭지 않니. 내내 그 안에 난폭한 죽음으로 품고 있다는 게. 그 박테리아는 네가 죽어서 나타난 게 아니라 줄곧 몸속에 있으면서 언제나 너를 먹고 싶어 했어. 또 세포들은 네 부패를 도울 효소를 늘 자기 안에 갖고 있었어. 생존하려는 네 열정이 그 모든 걸 막은 거야. 네 안에서 그렇게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니? 한 번이라도 눈치챈 적 있어?’(p29~30)

 



이미 죽기 전 살아 숨 쉬고 있을 때도 우리는 죽음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하지만 생존하려는 열정이 더 컸기에 그 박테리아에게 먹히지 않았다는 것. 죽음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자체가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다. 마흔 시간 쉰 시간을 넘도록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다는 작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럴 때는 과거의 타래를 풀어헤치면서 어디서 잘못되었는가를 찾아내느라 밤을 지새운다고 했다. 이렇게 잠 못 드는 나날이 늘다 보면 동물로서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느끼는 공포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잠 못 드는 밤을 맞이하는 것도 작가에게는 어떤 영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의 문장을 생각하며 다음에 쓸 소설을 구상하기도 하며 인간의 언어를 사유하고 또 사유한다. 우리는 각각 분리된 절이 아니라 여러 절이 버무려진 문장을 말하곤 하는데 촘스키는 이것을 회귀(recursion)’의 사례라고 했으며 인간 언어의 특징으로 본다고 한다. 이 회귀는 생각 속에 생각을 놓을 줄 알고 즉각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으로, 무한히 다른 장소와 시간으로 이동할 줄 아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말해준단다. 그런데 한 연구 사례를 들며 브라질 아마존 피라항족은 이런 회귀적인 문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추상을 모르고 경험한 것만 말하고 피라항어에는 미래나 과거 시제 같은 건 없다고 한다. 피라항족 언어와 문화는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 아니라 증거에 기반한다고 했다. 그렇기에 초월적인 존재를 믿지 않고 집단 기억과 이야기와 신화를 대대손손 전승하지 않는다나. 서양인 중 유일하게 피라항족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한 대니얼 에버렛(Daniel Everett)은 그들을 보고 피라항족은 새로운 것을 하지 않는다 는 사실을 거듭 단정 짓기에 이른다. 또 그들의 존재 방식을 지금 여기 사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도 머릿속은 늘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간다. 글쓰기에도 당연히 반영된다. 그런 습관에 오래도록 젖어있던 나로서는 피라항족의 존재 방식이 정말 신기하게 다가왔다. 미니멀의 삶을 제대로 실천하는 부족이라고 해야 할까. 보통의 민족이나 인간이라면 자신들의 전통이나 문화를 전승시키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데 집중하고 언어생활에도 그대로 일치되는 부족도 있다니 참 흥미로웠다. 한동안 잠이 안 와 고생하던 날이 있었다. 만약 그런 날이 또 찾아온다면 하얀 여백에 문장을 써 보거나 모르는 작가의 작품 속 행간을 쫓으며 희열을 느껴보리라 생각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와 상담하고 알려준 방법을 실천하고 고민했던 과정은 작가 자신을 만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래도 작가 자신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은 글쓰기였다고 토로한다.

 



글쓰기는 꿈꾸기와 같다. 불과 2년 전쯤 깨달은 사실이다. 글쓰기는 자각몽이다. 의식에 한 발을 담근 무의식이 꿈의 자의성을 딱 적당한 만큼만 활용한다. 글쓰기가 무의식에 의존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내가 볼 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글쓰기가 곧 무의식이며, 그것이 의존하는 것이 의식의 영역이다.’(p178)

 



글쓰기가 내 삶을 구원했다. 지난해에 글쓰기는 잠자기 다음으로 최고의 일이었다. 가끔은 자는 것보다 좋았다. 글을 쓸 때 나는 제정신이며 신경이 안정된다. 나는 제정신, 제정신이다. 행복해진다. 글을 쓸 때 다른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내가 쓴 글이 형편없더라도 그렇다.’(p180)

 



어쨌든 잠은 중요하다. 죄수들에게 가장 잔인한 형벌도 잠을 안 재우는 일이라고 하지 않나.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문장을 끌어내어 잠을 이야기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근심이 머무는 곳에 잠은 절대 눕지 않는다”,멕베스에는 순결한 잠, 근심으로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는 잠이라고 했으며 잠은 상처받은 마음에 바르는 약이라고 했단다. 어쩌면 대문호답게 잠의 의미를 이렇게 정확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풀어 놓았을까 싶다.




, , 돈과 같이 극히 모자라야 생각하게 되는 것. 그때부터는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한다. 부족해질수록 더 많이 생각한다. 세상을 보는 프리즘이 되고, 그와 무관한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p225)

 



잠과 돈이 이렇게 딱 떨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니 미처 몰랐다. 그 통찰력이 감탄할만하다. 이 에세이를 읽고 불면증을 앓으며 힘들어한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기보다는 내게도 불면의 밤이 한번 찾아와 봐라,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작가가 불면의 밤에 자신과 마주하며 보낸 시간과 사유들이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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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6-09-1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이 안 와도 그냥 누워 있어요 안 자고 다른 걸 하늘 게 낫다는 말도 있지만... 잠이 안 오는 건 한번 조금 자고 일어나서 그런 거기는 했군요 그럴 때도 있고 자려고 할 때 잠이 안 온 적도 있네요 이런저런 생각 안 해야 잠이 잘 올지도...

잠 다음으로 글쓰기가 좋았다니... 어쩐지 부럽기도 하네요 구원해준 게... 어쩌면 늘 써야 구원 받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사람은 기쁨과 슬픔을 위해 창조되었고
우리가 이것을 올바로 알 때
비로소 우리는 안전하게 세상을 살아나간다.
기쁨과 슬픔은 섬세하게 짜여있는
신성한 영혼의 옷과 같다.
모든 고통과 갈망 속에
기쁨이 비단처럼 누벼져 있다.
- P22

봄에게
To Spring

아침의 맑은 창문들을 통해 내려다보는
이슬 젖은 머리칼의 오 봄이여.
너의 천사 눈을 돌려 우리 서쪽 섬을 보아다오
벅찬 합창으로 다가오는 너를 환호하나니, 오 봄이여!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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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하와이 대저택 편역 / 논픽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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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검색을 하다 우연히 눈에 띈 책. 까만 표지와 빨간색의 강렬한 대비와 제목을 보고 오, 이건 나를 위한 책이다, 싶어 얼른 구매한 책이다. 로마 제국 네로 황제의 스승이자 고문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살다 간 철학자의 시간에 대한 통찰 이야기다. 그가 2000년 전에 쓴 이 글을 몽테뉴, 데카르트, 셰익스피어까지 읽고 또 읽었다 하니 기대감도 컸다. 5부로 구성된 본문 내용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주어지는 시간에 관한 것은 물론 인생을 살아가면서 명심해야 할 태도와 처세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문장은 시간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너무 많이 낭비할 뿐이다.”(p17)

 



삶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짧게 만들 뿐이라는 말이다.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다가 궁금한 게 있어 검색기를 돌리다 보면 딴 길로 새는 일이 얼마나 허다한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유튜브가 딸려오고 잠깐 본다는 게 연거푸 보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다반사다. 스마트폰 하나에 온 세상이 연결되어 있으니 주의하고 결심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에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그래서 너무나 공감했던 문장이었다. 게다가 이런 말까지 했다.

 



곳간의 곡식이 줄면 우리는 즉시 알아차린다. 금고의 돈이 새어나가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시간은 매일 새어나가는데, 아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p19)

 



내 얘긴가 싶어 웃음이 났다. 주식 계좌의 숫자가 줄어드는 건 너무 아픈데 함부로 흘려보낸 시간은 왜 아프지 않은 걸까. 한 번 흘러간 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데 말이다. 정신을 번쩍 깨우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살아온 것과 시간을 보낸 것은 전혀 다른 말이라고 했다. 30년 동안 처리만 하면서 보낸 사람과 30년 동안 매일 자기 것을 살았던 사람은 훗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는 것이다.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결과물이 달라진다. 이 문장 늘 깊이 새겨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교묘한 도둑이 있다.

그는 당신의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당신의 지갑을 노리지 않는다. 그가 훔치는 것은 더 귀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당신이 그 도둑을 매일 환영한다는 것이다.’

그 도둑의 이름은 내일이다.”(p45)

 



내일이 도둑이라니. 그런 생각을 해 본 적 없다. 오히려 우리는 내일을 언젠가 맞이할 희망으로 생각하지 않나. 오늘보다 더 내일이 나을 거라는 희망. 하지만 내일을 희망으로 여기면서도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자꾸만 미룬다. 아이러니다. 내일이 희망이라면 오늘 하루하루를 더 충실하게 보내놓고 내일의 행운을 기다려야 할 텐데. 생각 따로 행동 따로다. 생각해보면 그 내일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않을 텐데. 정말 교묘한 도둑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가진 것은 과거도 미래도 아니고 오직 현재, 오늘뿐이다. 오늘을 잘 살아야겠다.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에 관한 지혜도 좋았다. “자기 시대만 살지 않는 것.”(p57) 이미 눈치챘겠지만, 독서에 대한 통찰이다. 소크라테스와 논쟁할 수 있고 카르네아데스와 함께 의심할 수 있고 에피쿠로스와 함께 평화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위대한 사상가들은 아무도 바쁘다고 거절하지 않을 것이고 가장 너그러운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밤이고 낮이고 아무 때나 우리가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 위대한 사상가들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시간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나의 시간과 그들의 시간까지 더해 길게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비교를 멈춰라, 옆을 보지 마라.

당신의 불행은 가난이 만든 것이 아니라,

옆을 보는 습관이 만든 것이다.’(p180)

 



옆을 보지 마라. 이토록 간결하고도 정확한 지적이라니. 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걸까. 세네카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고 비교하는 것 때문이라고 했다. 부자라고 해서 다 행복하기만 하지 않다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물론 부자인 것이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며 스스로 이룬 작은 성공도 귀한 것이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자기 안에서 평정을 찾은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다. 작은 것이라도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과 태도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만 시작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만이, 시작한 사람이다.”(p181)

 



이 문장을 보고 나는 큰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다. 시작하다 멈추기를 얼마나 많이 반복했던가. 공부하기, 책 읽기, 운동하기 등 계획을 세워놓고 실행에 옮기다가 어느 정도 지나면 흐지부지되었고 몇 달이 지나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시간은 왜 그렇게 빠른지. 건강 문제를 핑계로 느긋하게 지내다가 게으름이 일상이 되었다. 지나온 시절을 돌아보면 늘 그랬다. 결심하지만 매듭을 짓지 못한 계획은 숱하게 많다. 그리고 자책하고 후회한다. 그때 이랬어야 했는데 그때 끝까지 해야 했는데. 하지만 세네카의 글에서 자책의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힘을 자기를 미워하는 데 쓰지 마라’(p183)고 했다.

 



결심을 깬 것이 패배가 아니다.

다시 결심하지 않는 것이 패배다.’(P184)

 



그렇다. 늦게라도 다시 결심하고 시작하면 된다. 흘러간 시간은 아쉽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게 낫다. 다시 새로운 결심을 하고 앞만 보고 가기로 했는데 이 문장을 접하고 큰 용기를 얻었다. 지루하고 딴생각이 들 때마다 펼쳐봐야겠다.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사는 지혜를 깨우쳐 준다.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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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호 2026-09-10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모나리자 2026-09-1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임상호 님.^^

희선 2026-09-13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이 많이 담겼을 듯합니다 한국말 제목보다 영어가 크게 쓰여 있어서 그냥 넘어갈 것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아주 모를 말도 아니네요 시간은 늘 흘러가네요 아쉬워하면서도 그냥 흘려보낼 때가 많습니다 2026년도 많이 흘러갔어요

모나리자 님 남은 주말은 편안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6
에밀리 디킨슨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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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먼과 더불어 19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불린다는 유명한 시인임에도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처음 만났다. 버지니아 울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여성 시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장본 겉표지의 하늘거리는 커튼이 드리워진 창가의 작은 공간이 왠지 마음에 든다. 그 공간에서 에밀리 디킨슨은 밤을 새워가며 시를 썼을까. 이 시집에 수록된 시에는 제목이 없다. 창작 연도 순서로 번호를 붙였다고 한다. 보통 존슨 넘버(Johnson Number)라고 한다는데 독자가 읽을 때 적당한 제목도 지어보고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위대한 이 여성 시인의 시를 잘 모르지만, 재미와 강한 인상을 주었던 몇 편의 시를 내가 느낀 그대로 해석해 보려 한다.

 



36 눈송이

 

춤추는 눈송이를

실내화를 신고 도시로 뛰어내리는 눈송이를 세다가,

그 반란자들을 표현하려고

연필을 집어 들었네.

눈송이는 점점 더 신이 나 춤을 추었고

내가 점잖은 척하길 포기하자,

한때 품위를 지키던 내 열 발가락이

지그*를 추려고 늘어섰네!(p18)

*지그:(jig) 4분의 3박자의 빠르고 경쾌한 춤.

 


어렸을 때 보았던 눈 오던 날의 풍경이 바로 소환되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 마루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끝도 없이 쏟아지던 눈. 하나도 같은 크기의 눈송이가 아니었다. 크고 작은 하얀 솜털 같은 구름 같은 눈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모습은 너무나 경이로웠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마치 춤추듯이 내리던 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눈을 반란자로 표현했나. 화자의 상상력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런 광경을 보며 가만히 앉아 그림이나 그리고 있을 수 없었겠지. 신나게 춤추는 듯 보이는 눈을 보며 춤이라도 추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다. 잠깐이나마 동심의 세계로 초대해 준 시였다.

 



269

언제 고난이 - 끝날지 정해 주세요-

그래야 사람들이 견딜 수 있어요!

얼마나 피를 흘려야 하는지 정해 주세요!

생명의 주홍 핏방울을 얼마나 많이 흘려야 하는지-

수학을 다루듯이

영혼을 다루어 주세요!

 

얼마나 많은 시대를 견뎌야 하는지- 알려 주세요-

그래야-불만 없이-고통을 견딜 거예요-

해가 질 시간을 시시각각 표시하는-

노동자처럼- 고통스러워도- 노래를 부를 거예요!(p58)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고통을 겪으며 살아간다. 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고난의 크기와 수용하는 태도는 각자 다를 것이다. 가족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벼운 고통도 있겠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는 듯 힘든 시간을 겪기도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세상에서 내 고통이 제일 크다는 것. 이럴 때 그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있다면 덜 힘들 것이다. 노동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는 노동자가 하는 일이 힘들어도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견딜 수 있다. 정확한 학문인 수학처럼 영혼을 다루어 달라고 말한다. 시인은 이 시를 왜 쓰게 되었을까. 자신의 고난을 이기려고 썼을까. 아니면 고통받는 이웃을 지켜보다가 이 시를 썼을까. 어느 편이든 인간애가 느껴진다. 노골적으로 고난이 끝나는 시간을 정해 달라고 할 만큼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 시를 읽기만 해도 고통이 저절로 가뿐해질 것 같은 시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그저 배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통받는 다른 이웃과 나누려고 궁리한 끝에 이런 시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시인의 통찰력과 위트에 감탄하게 된다.

 


 

327

눈이 멀기 전에는

나도 눈이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보고 싶었다-

다른 식으로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오늘-

하늘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듣는다면

내 몸이 너무 작아, 심장이

터져 버릴 것이다-

 

초원을- 볼 수 있고-

산들을 볼 수 있고-

모든 숲들을- 무한한 별들을-

정오에 내 유한한 눈으로

보듯이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내려오는 새의 동작을-

석양으로 물든 호박색 길을-

내가- 원할 때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의 충격으로 죽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무모하게

태양을 바라보지만-

나는 영혼만 유리창에 두는 편이-

더 안전할 것 같다-(p81~82)

 



눈이 멀기 전에는 무엇이든 볼 수 있었다. 가족의 얼굴, 집안의 물건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꽃들 하늘과 구름도.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어떤 일로 눈이 안 보이게 되었나 보다. 당연히 보여야 할 것들이 아무것도 안 보인다. 다른 사람들처럼 다른 식으로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냥 건성으로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따뜻한 시선으로 보면서 말도 건넬 수 있겠다. 사물을 관찰하며 어떤 영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 경지는 꿈도 꿀 수 없는 지금 볼 수 있다는말을 듣기만 해도 심장이 터져버릴 만큼 행복할 것 같다. 그만큼 간절하다. 뭔가를 잃은 후에야 우리는 그것을 절실하게 그리워한다. 그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내가 가진 것을 떠올려 보자. 생각해 보면 얼마나 감사한 일이 많은지.

 

 


421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

얼굴에 매력이 넘친다-

숙녀는 그 매력이 사라질까 봐

감히 베일을 들추지 못한다-

 

망사 사이로 자세히 살핀 후-

베일을 들까 하다- 포기한다-

직접 보면- 베일 쓴 모습에

만족했던- 욕망이 사라질까 봐-(p102)

 



베일을 쓴 여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 신비롭다. 감추고 싶은 비밀이 드러날까 봐 또는 수줍은 마음에 베일을 들까 말까 망설이는 것일까. 마치 거절 받을까 봐 겁나서 청혼을 주저하는 연인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요즘처럼 무례가 넘치는 시대에는 오히려 그리운 장면이다. 사람을 대할 때 한 번이라도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 베일을 쓴 숙녀가 조금 망설이고 주저하듯이 한 박자 느리게 하면 불협화음도 줄어들 것 같다.

 



677

살아 있는 것은- 힘이다-

존재- 자체가-

더 유능해지지 않아도-

충분히- 전지전능하다-

 

살아 있고- 의지만 있으면 된다!

우리가- 유한한 존재이더라도-

창조주인- 신만큼-

유능하다!(p169)

 


아무리 큰 고통의 시간을 지나는 중이라 해도 언젠가는 다 지나간다. 절망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도 결국은 끝난다. 위대한 선지자들은 항상 노래했다. 살아 있음은 축복이라고. 아무리 초라한 인생이라도 죽은 사람보다는 산 자가 낫다. 유능해지지 않더라도 살아 있다는 그 자체로 승리자다. 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또 새로운 길이 펼쳐질 것이다. 유한한 인생이라는 걸 명심하고 주어진 삶을 힘껏 살아볼 일이다.

 

 


 

1263

책은 어떤 군함보다

우리를 먼 나라로 데려가고

질주하는 시 한 쪽은-

가장 가난한 사람도

돈 걱정 없이 이 마차를 탈 수 있다-

인간의 영혼을 태우는 마차 삯은 얼마나 싼지.(p218)

 


책을 예찬하는 문장을 만나면 늘 반갑고 설렌다. 책으로 세상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고 좋아하는 저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영혼을 온전히 갈아 넣은 책 한 권으로 우리는 많은 지혜를 배운다. 리베카 솔닛이 도서관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성지이며 세상을 통치하는 지휘소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한 권의 책이라도 아니 한 줄의 문장이라도 더 읽으려고 애써야겠다.

 

 


 

1659

명성은 곧 치울 접시에 담긴

잘 상하는 음식

손님에게 한 번만 내놓지

두 번은 내놓지 않을 음식.

 

남은 부스러기를 까마귀가 살펴보더니

비웃듯 깍깍거리며

그 음식을 지나쳐

농부의 음식 쪽으로 간다-

사람들은 그 음식을 먹고 죽는다.(p236)

 


1763

명성은 벌이다

노래하고-

침을 쏘고-

, 날개도 가지고 있다.(p247)

 



명성에 대한 두 편의 시다. 누구나 명성을 얻기를 바란다. 성공하고 자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명성이 언제나 정직하게 성취한 것일까. 누군가를 착취하고 괴롭혀서 얻은 명성도 있을 것이다. 그런 명성은 주변 사람을 아프게 하는 독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도 벌은 같은 곳에만 머물지 않듯이 이꽃 저꽃으로 날아다닌다. 명성도 마찬가지다. 혼신의 노력으로 쌓은 명성이라도 그 사람의 품행이 방정하지 못하면 세상이 그를 끌어 내린다. 명성을 곧 치울 접시에 담긴 잘 상하는 음식이나 날아다니는 에 비유한 시인의 통찰력이 번뜩인다.

 



19세기 영미문학의 대표적 시인 가운데 하나인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친 작가라는 평을 받는다. 사후 처음 90년 동안 알려진 그녀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수줍음이 많고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디킨슨을 연구한 여러 비평가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택한 재능 있는 시인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시 선집을 읽고 나니 전통시와 다른 독특한 리듬과 구두법이 가미된 독창적인 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인간의 내면 감정에 대한 시가 많아서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시도 많았는데 자주 소리 내어 읽어보고 음미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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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6-08-29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 휘트먼요.
저의 초기 인터넷 활동명이 ‘대로의 노래‘였지 뭡니까.

에밀리 디킨슨은 직접 구운 빵을 바구니에 담아서는
동네 아이들에게 부탁해 건너 마을 친구에게 전해주곤 했다던데
사실 여부는 장담을 못드립니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도 그렇게 전해주었다더군요.
이 역시 전해들은 말이고, 사실 여부는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왠지 그녀라면 충분히 그랬을 것만 같습니다.

시인이자 철학자라고 늘 생각했지요.
오랫만에 반가운 에밀리 디킨슨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모나리자 2026-09-01 12:38   좋아요 1 | URL
네에.. 휘트먼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으시군요. 차트랑님.^^
저는 아직 읽어야 할 작가 무궁무진하네요.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일화도 잘 알고 계시군요. 디킨슨은 참 다정한 시인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를 통해서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요.

어느새 9월이 왔네요. 정말 시간은 얼마나 빠른지요.ㅎ
게으르게 지내다 보니 시간이 정말 유수와 같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한결 시원해져서 살맛 나는 요즘이네요. 9월에도 편안하고 건강한 시간
보내시길 바랄게요. 함께 화이팅입니다. 차트랑님.^^
 
니체의 초월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철 편역 / 히읏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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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의 타성이 고개를 내밀 때마다 니체의 책을 펼친다. 니체의 말은 화려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평범한 진리 같은 것이어서 무한 공감하며 읽어나가다 보면 긍정의 마음이 차올라 알 수 없는 의욕이 되살아난다. 인생을 살아가는 일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인간관계는 점점 냉정해지고 비교와 경쟁이 만연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은 하루하루를 견뎌내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나아가는 듯하다. 그래서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말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니체는 서두에서 인간은 완성된 존재가 아니고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한계를 넘어 자신을 다시 빚어내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것이 자기 극복이며 그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 인간상이 바로 초월자(Übermensch)’라고 했다. 초월자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의 두려움과 타성, 편안하고 익숙한 것을 뛰어넘는 모든 인간을 뜻한다는 얘기다. 우리 보통 사람도 노력 여하에 따라 초월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왠지 위로와 힘을 얻는다. 본문 내용은 1장 인간, 너무나 인간적인 존재 2장 내면의 길을 걷는 자 3장 초월자의 길(Übermensch의 탄생) 4Amor Fati-고통까지 사랑하라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 실려있는 내용이 모두 좋았지만 특히 강렬한 인상을 준 몇 가지 문장을 되새겨 보려 한다.

 



승리는 재능의 것이 아니다. 재능은 빠르게 빛날 수 있으나 오래 타오르지 못한다. 승리는 인내의 것이다. 고통을 견디고 시간을 견디고 불안을 견디는 자만이 결실을 본다. 인내 없는 결실은 없다. 버티는 자는 쓰러지지 않는다. 버티는 자는 끝내 도착한다. 버티는 자는 결국 이긴다. 인내는 삶의 가장 큰 무기다.’(p23)

 



흔히 재능이 있어야 승리한다고 믿는다.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이들을 보면 그들이 처음부터 부자였거나 재능이 뛰어났기에 그런 성공을 거두었겠지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고통과 불안함 속에서도 꾸준하게 실천하고 인내하는 시간을 견뎠기 때문에 얻은 결과물이다. 차근차근 노력해서 얻으려 하기보다는 더 빨리 성공하고 싶다는 조급함이 성공의 길을 가로막는지도 모른다. 성공이란 자신의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를 어떤 루틴으로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문장이었다.

 



삶은 직선이 아니다. 우회와 지연, 반복과 모순으로 가득하다. 한쪽에서는 만족을 얻지만 다른 쪽에서는 좌절을 맛본다. 같은 사건 속에서도 기쁨과 슬픔이 뒤섞이고, 욕망과 환멸이 교차한다. 그 모순된 경험과 깊은 시련이야말로 우리가 성장하는 토대다. 단순히 기쁨만 얻고 적당한 고통만 얻었다면 성숙해지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흔들 만큼의 큰 고통이 찾아와야 내가 바뀐다.’(p72)

 



이 문장처럼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절대 탄탄대로만의 삶은 아니었다. 구부러진 길도 걸었고 어두운 터널을 걷는 것 같은 시절도 있었다. 물론 행복한 날이 더 많지 않았을까. 엄청난 시련이라고 할 정도의 일은 아직 경험하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할까. 그때그때 맞이한 일을 어떻게든 해결하며 살다 보니 오늘에 이르렀다. 인생이란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했던가. 시련과 고통을 불행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내 삶에 한 번쯤 맞이해야만 하는 손님으로 여기고 대응해나간다면 힘든 순간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해야 할 일은 피할 수 없고 도망칠 수 없다. 결국 어떻게든 해내야만 한다. 피할수록 육체의 병으로 오든, 관계의 파탄으로 오든, 내면의 공허로 오든 결국 그 무게는 반드시 되돌려 받는다. 그 무엇이 되었든 도망치지 말라. 피하지도 말라. 삶이 맡긴 무게를 그대로 들어 올려라. 운명을 피하면 벌을 받듯 책임을 버리면 고통을 짊어지게 된다. 삶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게으름이다.’(p105)

 



내 삶에서 가장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바쁘게 살 때는 시간이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고 하루 종일 책만 읽고 공부만 하며 살면 얼마나 좋을까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정작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었는데 이렇게 게으르게 살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나태하게 보내고 있으니 정말 아이러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겨 쉬엄쉬엄하자며 휴식 모드를 취하고 안주하다 보니 어느새 게으름의 타성에 젖어 살고 있었다.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분명히 짧을 텐데 아직도 게으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장을 만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시기에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니. 훗날 후회 하나라도 줄이려면 내게 주어진 황금 같은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자신이 된다는 것은 정직해지는 일이다. 세상의 기대에 맞추지 않고 자기 존재의 진실에 맞추는 것이다. 자신이 된다는 것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매일 새로 자신을 발견하는 행위에 가깝다. (중략) 그 누구의 삶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 때가 되지 않았는가.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길이 너의 길이 아닐 수 있다. 타인의 평가, 세상의 기대, 살아온 환경, 이 모든 것을 제외한다면 지금 네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너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p212)

 



니체의 철학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과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삶이야말로 바로 초월자의 삶이다. ‘자신이 된다는 것은 정직해지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완성된 상태는 아니며 매일 새로 자신을 발견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며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일은 얼마나 짜릿한 기쁨일까. 그런 시간은 자신에게 가장 정직한 시간일 것이다. 이런 일은 게으름 속에 빠져 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계속 배워야 한다고 했다. 늦었다고 투덜댈 일도 아니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나를 가장 살아있게 하는 일을 상기하면서 다시금 힘을 내야겠다. 지금까지 게으르게 지낸 시간은 내 건강을 위해 썼다고 치부하면 된다. 이런 핑계를 대서라도 다시 시작할 계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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