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10주년 개정증보판이 나온 걸 알았는데 내가 읽은 건 10년 전 출간본이다. 우리 지역 도서관에 단 한 권 있는 책을 빌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문장 노동자라 칭하는 시인, 비평가, 북멘토로 알려진 장석주의 40년 작법 노하우를 담고 있다. 오래전 장석주의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를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그가 가장 흠모하는 열다섯 인물의 고독하고 찬란한 삶을 조명하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일부 작가와 문체를 함께 다루는 글로 소개하고 있어서 유익했다. 작가의 엄청난 독서 내공에 압도되었다. 이미 10대부터 독서가였고 열세 살 때 처음으로 시를 썼고 열다섯 살 때 첫 소설을 완성했단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글을 쓰고 있으니 장석주의 인생은 문학의 역사 그 자체라고 생각되었다. 읽는 동안 심장이 뛰고 설렜으며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마구마구 솟아났다. 이 설렘과 열정이 오래 계속되길 바라면서 리뷰를 시작할까 한다.

 



본문에서 다루는 내용은 밀실 글쓰기를 위한 책읽기 입구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미로 글쓰기에서 마주치는 문제들 출구 작가의 길 광장 글쓰기 스타일 이렇게 다섯 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책읽기로 시작하여 글쓰기로 이어지는 작가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소제목도 작가의 삶과 절묘하게 닮았다.

 



첫 장 밀실 글쓰기를 위한 책읽기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책 한 권을 펼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던 작가의 독서 경험을 말한다. 책과 함께 충만한 시간을 보내며 모르는 사이에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고. 대개 작가들은 작가가 되겠다는 의식이 생기기 전부터 책읽기를 좋아했으며 많은 책을 섭렵했기 때문에 작가가 된 거라는 말도 한다. 장석주는 한 월간지에 실린 바슐라르의 초의 불꽃을 접하고 날카로운 통찰과 문장의 아름다움에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고 한다. 그 바슐라르의 꿈꿀 권리는 자신의 비평의 스승이라고 했다. 이렇게 대단한 독서 내공을 가졌음에도 한때 글 쓰는 것을 포기하려 했다는 작가의 말에 묘한 위안을 느꼈다.

 



입구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는 작가라는 존재의 불확실성이나 재능과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작가의 길에서 불확실성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허기진 삶과 지독한 어려움과 외로움이 아닐까 한다. 그 대표적인 작가로 지금은 널리 사랑받고 있는 미국의 소설가 폴 오스터의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낸 폴 오스터는 먹고 자는 일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는데 그가 맞이한 현실은 참담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그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고 결혼은 이혼으로 끝났고 글쓰기도 진척이 없었고 돈 문제에 짓눌렸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예비작가들은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창의성이 있는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저 묵묵히 쓰는 것, 많이 쓰고 살아남는 것, 바로 그것이 재능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큰 응원의 말씀인가.

 



그렇다면 글쓰기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은 무엇일까. 미로에서는 실제로 글쓰기 과정에서 필요한 명사, 동사, 부사, 형용사, 의성어, 의태어, 물음표 등을 글쓰기 연장통이라고 칭하며 스티븐 킹의 글쓰기 조언을 언급하고 있다. 꾸미지 말고 쉽게 쓸 것, 문장을 어렵게 쓰거나 꼬아서도 안 되며 어렴풋하게 써서도 안 되고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그리고 수동태야말로 가장 나약하고 우회적인 수사법이니 그것을 피하라고 경고한다. 누구는 처음부터 잘 썼을까. 위대한 작가들도 처음에 쓴 글은 쓰레기라고 했다. 글을 쓰겠다고 결심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졸작이라도 쓸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드디어 출구 작가의 길에 들어왔다. 여기서는 좋은 문장을 소개하면서 문체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 유명한 책에 미친 바보를 자처했던 이덕무 등 여러 작가의 글을 예시로 들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대단했다. 문체란 무엇일까. 모든 글에는 필적이 남듯이 작가의 글에는 문체라는 내면의 필적이 남는다고 했다. 문체란 자기만의 어조, 자기만의 리듬, 자기만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문장의 특색을 말한다. 글을 쓰는 이의 존재 증명이자 그 사람이 살아서 뭔가를 했다는 물증이라고 했다. 또 문체는 선택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의 불가피한 기질, 삶의 현존을 반영한다고 했다. 자신만의 문체를 갖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좋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니까 책 읽기는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자신만의 문체를 갖기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말이다. 나아가 좋은 문체는 사유와 감각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정확한 문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가용 언어의 범주를 넓히기 위해 사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또 한가지 작가로 데뷔할 수 있는 등용문 신춘문예의 흥미로운 역사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광장 글쓰기 스타일에서는 소설가 김연수, 어니스트 헤밍웨이, 김훈, 무라카미 하루키, 허먼 멜빌, 피천득, J.D. 샐린저, 다치바나 다카시, 최인호, 박경리, 알베르 카뮈, 헤르만 헤세의 글을 소개하면서 각 작가의 글쓰기 스타일을 자세하게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스타일이란 글을 쓴 사람의 살아온 방식이나 성격, 감성과 취향 등이 반영된 문체가 어우러진 각자의 고유한 색채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작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다는 것은 오랜 독서와 글쓰기 내공, 사유와 상상력,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본문에서 인용된 수많은 책은 부록에 정리되어 있다. 미천한 나의 독서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고 읽고 싶은 책을 적어두기도 했다. 누군가는 작가라는 직업이 쓰는 것만 빼면 괜찮은 직업이라고 했다는데 그만큼 규칙적으로 계속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해주는 얘기일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반성도 했고 위안과 큰 응원을 받았다.

 



마음에 새기고 싶은 문장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현실의 지옥을 벗어나 빛 속을 뚫고 나가는 일과도 같다. 삶에의 의욕과 글쓰기에의 욕망은 하나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다. 하루라도 아무것도 쓰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나태요, 추악한 직무 유기이다. 그러니 날마다 써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잘 쓰든 못 쓰든, 몇 줄의 문장, 하다못해 단어 몇 개라도 쓰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게 작가로서 사는 법이다.‘(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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