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에도 술을 조금 마시긴 했다. 소주를 대략 6잔 정도 마셨고, 생맥주를 꽤 마셨으니 작년같으면 술일기에 등재가 되었겠지만, 강화된 규정 때문에 카운트는 안하고 정리만 간단히 한다(아는 분이 내 부탁을 받고 그분 사진을 몰래 찍어 주셨는데, 초상권이 생각이 나서 안올리기로 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할 줄 알면 좋겠다...ㅠㅠ).


[알라딘 마을 분들 몇몇과 곱창집에 갔다. 아는 분도 있겠지만 그 곱창집은 길을 넓히느라 원래 있던 곳이 헐리는 바람에 훨씬 더 멋지고 넓은 곳으로 이사를 왔다. 하지만 곱창 맛은 여전했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도 그때와 같았다. 변하지 않는 게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 그 아주머니는 그때나 지금이나 짜증이 나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그분이 웃는 걸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손님이 많은 게 짜증나는 걸까? 하지만 곱창이 너무도 그리워서 오후 세시에 그집을 와본 적이 있었는데, 평소보다 훨씬 한산했던 그때도 아주머니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종업원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식당 밖 인도에 있는 보호대를 닦는 종업원에게 “그렇게 닦으면 어떡하냐?”고 소리를 치는 아주머니, 내 기억에 남아있는 엽기스런 장면 중 하나다.


황소곱창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개 그 불친절에 질려서 그런다. 둘이 가서 2인분을 시키면 “양이 적으니 아예 3인분을 시켜라”고 고압적으로 얘기하고, 곱창이 부족할 땐 다른 걸 끼워파는데다 술 같은 걸 더 시켜도 들은 체 만체다. 종업원들이 다 주인을 닮아서 그럴까. 그런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 집의 가장 큰 문제는 손님에 비해 종업원의 숫자가 적다는 데 있다. 곱창은 손이 제법 가는 음식인데 숫자가 적으니 늘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고, 그러다보면 짜증이 날 수밖에. 그럼에도 그런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아무리 불친절해도 손님은 계속 밀려오기 때문. 한마디로 정리하면 “오기 싫으면 마. 너 아니어도 손님 많아.”다. 황소곱창의 불친절을 못견뎌하던 친구 하나는 계산을 할 때 주인에게 이것저것 싫은 소리를 하면서 “다신 오나봐라”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주인이 “그러세요”라고 했다던가. 그 친구는 지금 집 근처 다른 곱창집을 가는데, 친절은 하지만 내가 먹어보니 맛이 영 황소만 못하다. “황소보다 더 맛있지?”라고 묻는 친구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냥 “비슷하네” 그러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 난 그 친구가 곱창을 먹자고 하면 “어제 먹어서 또 먹기 싫다”고 한다.


아는 분의 얘기다. 자기 친구는 아버지가 사장이라 돈이 많았는데, 무지하게 짠돌이었다고. 그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지금, 그분은 친구 회사에 가보고 놀랐단다. 그 더운 날에 사람들이 러닝셔츠만 입은 채 땀을 흘리고 있었던 것. 사장인 친구의 말이다.

“에어콘 사용료가 얼마나 비싼데.”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더 짜게 구는 경우를 우린 가끔 본다. “저러니까 돈을 벌었구나” 싶지만 그래도 좀 씁쓸하다. 먹고 살고도 남을 만큼 돈을 벌면, 조금은 관대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에어콘을 켜면 나가는 전기료만큼 회사는 더 능률이 오르고, 나가는 인건비만큼 황소곱창의 친절도가 증가해 손님이 더 몰려들 수도 있지 않을까(후자는...어려울 것 같다. 지금도 포화상태니 말이다).

“황소곱창 사장님, 제발 얼굴 좀 펴세요. 그러다 나중에 보톡스 값이 더 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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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5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6-10-25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커다랗게 부풀린 머리 쳐다보느라 표정엔 신경도 못 썼는데....ㅋㅋㅋㅋ

oldhand 2006-10-2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나 입소문으로 유명해서 항상 손님이 많은 가게들은 왜 하나같이 불친절할까요. 소비자들이 담합해서 안가버려야 하는데..

Mephistopheles 2006-10-2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게 모르게 그런집들 꽤 많다고 하더라구요...
초계탕으로 유명한 경기도 인근 음식점은 거의 공포분위기라더군요...^^

sooninara 2006-10-2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쿠루지가 그래서 나온 소설이군요^^
그래도 올 겨울엔 제게도 곱창 사주실거죠?

클리오 2006-10-2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을 직접 말씀하실 것을 강추!!

짱꿀라 2006-10-25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네요. 문장전제가 아주 웃음을 줍니다.

모1 2006-10-26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소곱창 사장님께 이 글을 프린트해서 곱게 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후후..
 

 

 

 

 

요즘 술일기가 뜸하다. 기록상으로 보면 일주에 잘해야 한두번 마시는 듯하다. 작년엔 이런 주가 드물었는데 올해는 왜 이렇게 술을 안마실까. 올해는 조직관리를 안한단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까봐 말씀을 드리자면, 답은 규정강화에 있다. 낮술은 아무리 마셔도 안치고, 밤술은 작년처럼 소주 한병 이상이 아니라 소주 한병 초과여야 술을 마신 거다. 그러니 오후 4시부터 소주 한병 반을 마시고 2차 가서 다시 소주 한병을 마신 어느날은, “6시 이전까지는 낮술에 포함된다”는 규정 때문에 달랑 소주 한병만 마신 게 되어 술로 카운트가 안된다. 그리고 작년엔 소주와 맥주를 마시면 술을 마신 게 되었지만, 올해는 “맥주는 술이 아니다”는 조항이 신설되어 순수하게 소주만으로 카운트가 된다(물론 안그런 적도 있지만...). 그래서 소주를 한병에 못미치게 마시고 2차에 가서 생맥주를 마신 10월 17일은 술일기에 기록이 안된다. 그러니 여기 올라오는 술일기는, 정말 주량껏 마셨다는 얘기.



103번째: 10월 15일(일)


마신 양: 소주 두병


수시면접이 끝나고 우리 학교에 있는 몇 안되는 친구 중 하나와 술을 마셨다. 원래 면접이 5시 전에 끝날 줄 알고 6시 반 쯤 보자고 했는데, 면접인원을 보고 시간을 따져보니 도저히 안되겠다. 사실대로 고백하고 “8시에나 가능하겠다”고 해야 했지만, 난 7시 쯤이면 갈 수 있을 거라고 해버렸다. 인간에겐 찰나의 분노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법인지라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 언제쯤 올 거냐는 질문에 “거의 다 왔어” “5분이면 도착해” 등등 자신도 안믿는 답변을 하는 건 그런 이유. 하지만 그런 것도 필요하긴 하다. “두시간 있어야 갈 거 같다”고 하면 “너 오지 마!”라고 하지 않겠는가.


7시를 넘어서부터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출발은 했냐” “배 고파 디지겠다” “닭이 다 불어터지겠다”

분노의 문자들을 다 못본 체 하면서 열심히 면접을 본 결과 난 8시쯤 그와 마주앉을 수 있었다. 그의 집에서, 그의 어머니가 해주신 닭을 앞에 놓고. 밖 대신 집을 택한 이유는 그의 딸인 뭉실이(마르치스다)가 그 전날 불임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수컷의 경우 그냥 고환만 제거하면 불임수술이 이루어지지만, 암컷은 난소와 나팔관은 물론이고 자궁까지 들어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무서운 대형 수술, 인간이나 개나 여성의 운명은 이렇듯 가혹하다(불임수술이 과연 개를 위한 건지 아닌지는 여기서 따지지 않겠다). 어려운 일을 겪은 뭉실이는 그 충격 때문에 친구 곁에서 떠날 줄을 몰랐는데, 친구가 움직일 때마다 그 아픈 몸으로 따라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안스러웠다. 지난번엔 내가 발라주는 닭 살을 열심히 먹었지만, 이번엔 몸이 아파 식욕도 없는 듯, 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으니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


술을 마신 이후 난 늘 가던 모텔에 갔고, 단골이라고 신분을 밝혔음에도 5천원을 못 깎아주겠다는 아주머니에게 삐졌다.

“단골이고 뭐고, 깎아줄 수 없다니까요!”

그날 난 내 연구실 의자에서 잤는데, 하등 불편할 게 없었다. 그러자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돈 3만원 굳었잖아. 다음날 택시를 타고 사우나를 갔다왔음에도 돈이 남았다. 안녕, 모텔 소더비. 난 앞으로 쭉 내 연구실에서 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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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25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술일기를 읽은 까닭일까요. 이 신새벽에 거품이 가라앉지 않는 체코 맥주라든지, 소금을 바른 마가리타 등등이 머릿속에 마구 떠오릅니다. 아침 드세요, 얼른.

하이드 2006-10-25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여자개.한테 왜 불임수술이 필요해요? 집에서 키우는 마르치스.라면 더욱더

진/우맘 2006-10-2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가끔 하는 생리 처리가 귀찮아서가 아닐런지....ㅠㅠ
아니면 뭉실양이 가출이 잦아서 임신해서 돌아올까봐..... 친구네 마르치스도 동네 마실 나갔다가 어린 나이에 너무 큰 멍멍이 강아지를 가져서, 새끼 낳다가 죽을 뻔 했거든요.
그래도, 쯧, 조금만 주의해주면 되는 일 같은데....불쌍타. ㅠㅠ

paviana 2006-10-25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 추워져서 이제 학교에서 주무시면 감기걸려요. 소더비에서 주무세요.

Mephistopheles 2006-10-2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부분에서 한때홈쇼핑에서 엄청 선전했던 라X라X침대가 생각나는군요..^^

moonnight 2006-10-2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뭉실이 불임수술이야기랑 진/우맘님 댓글이랑 읽으니 너무 무섭고 불쌍하네요. 얼른 건강해졌음 좋겠어요. ;;

모1 2006-10-26 0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궁까지 드러내는 것이었어요? 에휴....뭉실이 고생했군요. 그나저나 그 깨달음...원효대사가 해골의 썩은 물 먹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모든게 마음먹기 달렸다.--하하..
 

 

 

 

 

 

* 이 소재, 툭하면 우려먹는다고 짜증내실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음이...> 개봉을 며칠 앞둬서일까요.

요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든 두편의 꿈을 꾸었답니다.

첫 번째는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며칠 전.

흰털을 가진 개 한 마리가 제게 다가옵니다.

보니까 벤지입니다.

꿈 속의 제 말이 가관이었지요.

“어? 너 살아 있었구나!”

전 벤지를 껴안고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벤지 녀석은 그저 담담하게, 살아생전 늘 그랬듯이 제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까먹었지만

그 장면은 생생히 기억나네요.


두 번째는 바로 어제입니다.

제 주량을 뛰어넘는 술을 마시고

초인적인 귀소본능으로 집에 왔는데요

천안서 서울까지 오느라 무진장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시 반쯤 들어와서 여섯시도 되기 전에 일어났으니 몇시간 자지도 못했습니다.

그 4시간 반 동안 길고 긴 꿈을 꾸었답니다.

꿈속에서 전 벤지와 함께 있었는데

제가 벤지 밥을 며칠간 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 놀랐습니다.

“밥도 안줬는데 얘가 배고프단 소리도 안하다니!”

황급히 식탁으로 다가갔습니다.

여동생네가 먹다 남긴 매운탕이 있습니다.

맵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생선살을 바르고, 국물을 조금 뿌려서 밥을 만들어 줬습니다.

벤지는 그 밥을 거의 빛의 속도로 먹어치웁니다.

하기야, 며칠을 굶었으니 당연하지요.

한그릇 더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식탁으로 갔습니다.

매운탕은 없었습니다.

매제가 남은 걸 다 먹어 치웠고, 그나마 남은 건 어머니가 설거지를 하며 버렸다네요.

“그걸 왜 버려!”라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순간 제가 벤지에게 물도 주지 않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엄마, 벤지 물그릇 어디다 뒀어요?”

아무리 찾아도 물그릇이 없습니다.

전 물그릇을 찾다가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어납니다.

새벽 다섯시 48분이었습니다.


꿈이 현실을 꼭 반영하는 건 아닐 겁니다.

살아생전 전 벤지 밥을 안준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언젠가 떡이 되도록 술을 마셨는데요-늘 그놈의 술이 문제죠-

아침에 깨보니 제가 벤지 주려고 사놓은 닭을 주지도 않은 채 잠이 들었더군요.

그때 제가 얼마나 속상해했는지 그날 저녁에 보니 가슴이 좀 까매진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물,

벤지는 유난히 물을 좋아했지요.

그래서 노란색과 녹색, 두 개의 물그릇에는 항상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언젠가 1박2일의 출장에서 돌아왔을 때 물그릇이 둘 다 비어 있다고

엄마한테 무진장 화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들이 엄마에겐 지긋지긋했나봐요.

벤지가 죽던 날, 어머니는 물그릇을 비롯해 벤지를 추억할만한 건 모조리 다

패키지로 버렸습니다.

죽어라고 술을 마시고 돌아오니 그 모든 게 다 없는 거예요.

벤지가 제일 잘 입던 호랑이옷을 비롯한 옷 몇 점

고집이 세서 거의 신기지 못했던 신발 두컬레(지만 발이 네 개니 8개죠^^)

밥그릇, 물그릇, 벤지가 앉던 방석들...

그런 것들을 죄다 버렸다니 허망하더군요.

엄마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지만요.

하지만 엄마가 버리지 못한 게 하나 있습니다.

입냄새가 나지 않도록 매일 입에다 넣어 주라는 잇몸 청결제

플라스틱 튜브에 담겨 제 화장품 상자에 들어 있었던지라

엄마는 제가 쓰는 것인 줄 알았나 봅니다.(결정적으로 상품명이 영어였으니...^^)


그렇다고 제가 그 청결제를 보면서 벤지 생각을 하는 건 아닙니다.

추억할 누군가가 있고

그 누군가가 제 인생에서 길다면 긴 시간을 함께 한 소중한 존재였다면

그가 쓰던 물건이 하나도 없다해도

그를 그리워하지 못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누군가를 그리는 건 물건으로 하는 게 결코 아니더라고요.

제 몸과 마음에는 벤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고

거기엔 남은 생애 동안 우려먹기에 충분할만큼 아름다운 추억이 많이 담겨 있으니 말입니다

벤지 꿈을 꾸다 일어나면 슬퍼지지만

전 꿈에서라도 벤지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따지고보면 어제 그런 꿈을 꾼 것도

제 마음에 남아 있는 벤지의 흔적이 꿈으로 변한 게 아닐까요.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왕창 술을 마셔야 합니다.

그 친구에겐 불행한 일이겠지만

오늘은 벤지 얘기를 많이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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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10-25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같은 주인을 만났다니, 벤지는 참 행복한 개였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 개들이니까요.

paviana 2006-10-25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엔 제가 들어드릴께요..음 추억할 누군가가 있는 님이 부러워요.

Mephistopheles 2006-10-2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하고 그러워하는데 대상이 누구인지 그 빈도가 얼마나 빈번한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하늘바람 2006-10-25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금요일날 마음이 봅니다. 얼마나 눈이 퉁퉁부어서 나올지 ㅠㅠ

moonnight 2006-10-25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없을 때 이렇게 그리워해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벤지가 부러워요. 벤지도 마태님이 많이 보고 싶어서 꿈에 찾아왔나봐요. ^^

비로그인 2006-10-25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를 추억하는 마음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비로그인 2006-10-2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혼이 따뜻한 사람...... :)

다락방 2006-10-2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정말.
마태우스님은 체셔고양이님 말씀처럼 영혼이 따듯한 분이시네요.
저는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태우스님의 글을 읽다보면 애틋해져요. 뭔가 다른마음, 다른세상을 알게된달까요.

비자림 2006-10-26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님처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지닌 사람으로 공감이 많이 되요. 님, 벤지는 님 가슴 속에 늘 살아 있어요. 그걸 잊지 마시길!

모1 2006-10-26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지를 그리 사랑하는 마태우스님의 모습...안타깝기도 하지만 멋져 보이기도 합니다. 벤지는 정말 행복한 녀석..

마태우스 2006-10-28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역시 개만한 사람은 없는 듯 싶어요...마당 있는 집에 가서 개 기르고시퍼요 엉엉
비자림님/가슴 속에 살아있음 뭐해요 엉엉. 개 기르고시퍼요..
다락방님/개 애호가들은 좀 다른 종류의 사람이랍니다 사람보다 개와 더 잘 소통하는...
고양이님/님도 개 기르시잖아요.... 개있는 집이 부러워요..
승연님/부끄러워요.....
달밤님/벤지가 보고파요 흑흑.... 달밤님도 보고파요. 흑흑
하늘바람님/마음을 넘 단단히 먹어서일까요.... 생각보단 안울었어요..
메피님/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쨌든 벤지가 보고파요...흑
파비님/추억할 누군가가 있는 것보단, 그 존재가 곁에 있는 게 훨 좋답니다
주드님/이해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흑...
 

 

 

 

 

일주일 전만 해도 올해 12월 전까지는 절대 머리를 안자르려고 버텼더랬다. 주변 미녀와 어머니가 머리를 자르라고 해도 꿈쩍 않던 나, 긴 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다니던 지난주 금요일, 학장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학장은 날 빠끔히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머리가 너무 기네.”

그 다음날 저녁 때, 난 미장원에 있었다. “짧게 잘라 주세요.” 사람들은 내게 “십년은 젊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흘 뒤, 회의 도중 학장이 기타 할 얘기가 있으면 하라기에 이랬다.

“저...머리 잘랐습니다. 학장님이 자르래서.”

학장: 내가 언제 자르라고 했냐?

나: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저보고 머리 길다고 그랬잖아요.

학장: 기억이 안나는데?

기억 여부에 무관하게 난 거울을 볼 때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때마다 머리를 자른 게 잘한 거라는 생각을 한다.


신분증을 신청하란다. 교학과에 갔더니만 “우리은행 통장이 있어야 신분증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통장과 신분증이 무슨 상관? 알고보니 이번에 새로 입주한 우리은행 측이 체크카드 기능을 붙여서 새로 신분증을 제작하기로 한 것. 체크카드를 만드는 게 싫어서 신청 안해도 되냐고 했더니 주차장부터 도서관 이용까지, 신분증이 없으면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란다.


할 수 없이 통장을 만들러 우리은행에 갔다.

“저...통장 만들려구요.”

근데 직원은, 내가 들고 있는 신청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학생증 때문에 그러죠?”

우리가 일제히 신분증을 만드는 것처럼, 학생들 역시 학생증에 체크카드 기능을 붙여 학생증을 일괄적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학생증’이라니, 그런 멋진 말을 내게 해줄 수 있나. 잘못 들은 거 같아  “그, 그게 아닌데...” 했더니 “손에 드신 게 학생증 신청서잖아요.”라고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준다. 그냥 직원이라고 한 뒤 통장을 만들었더니 좀 놀라는 눈치다. 흠흠...


학생이 아니냐는 말을 듣는 건 처음이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즐겁고 자랑하고 싶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머리를 자른 다음날인 지난 일요일, 면접을 보러 갔다가 날 잘 모르는 경비 아저씨로부터 “면접 받으러 온 학생이냐”는 말도 들었었다. 내 방에 와서 거울을 봤다. 단정한 머리가 정말 십년까진 아닐지라도 훨씬 젊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쓸데없이 장발을 고집했었는데, 자르니까 이렇게 좋은 걸. 앞으로 내 머리는 무조건 쇼트다! 그리고 “학생이지?”란 말에 이젠 좀 익숙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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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10-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3류소설이죠? ㅎㅎㅎ

paviana 2006-10-20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체크무늬치마 입고 회사 갔더니 사람들이 다 교복같다고 했어요.여고생같다고요..흥흥..

해리포터7 2006-10-20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마태우스학생....님? 근데 짧은머리가 정말 영향을 주더군요.

가을산 2006-10-2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사진 올려주세요!!!

기인 2006-10-20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훈련소 다녀오니까 중학생이라고 했어요 ㅋㅋㅋㅋㅋ

세실 2006-10-20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몇수생쯤 되는거지???
그나저나 부럽네요. 그 연세(강조^*^)에도 학생이란 소리를 듣다니...전 뭐 영원한 '아줌마'입니다. 흑

oldhand 2006-10-2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살 대학원 시절에 저는 학교앞 김밥 파는 아주머니한테 교내 공사판 인부로 오인 받은 적이 있습니다. -_-;; 부러워요.

아영엄마 2006-10-2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저는 대학생 때 초등학생들 사이에 섞여 있다가 선생님께 초등학생 취급당한 적 있어요~(선생님왈~ "야, 너 왜 실내화 안 신어! ... 엇! 미안해요.-.-;;") 저도 머리 짧게 자르면 다시 어리게 보일까요? ^-^

Mephistopheles 2006-10-20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같은 짧은 머리인데
누구는 학생 혹은 중학생이냐고 하고..
누구는 생두부 먹일려고 하고....
세상은 참 불공평해요...쳇.!

파란여우 2006-10-2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자를 벗으셨을 때, 정수리의 흰머리카락이 보이는게 마음이 아펐어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뽑아 드리고 싶었답니다.ㅋ

2006-10-20 1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6-10-20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거사진 ( 사실을 증거하는 것인지, 거짓을 증거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에게 ^^)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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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0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랑비 2006-10-20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귀여우시군요. ^^

다락방 2006-10-2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점심 맛있게 드세요, 마태우스님 :)

하늘바람 2006-10-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생겨지신 것같아요

hnine 2006-10-2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제 남편도 좀 읽었으면...(머리 한번 자르게 하려면 무엇보다 어려운)
마태우스님의 얼굴뿐 아니라, 표정, 의상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겁니다.
좋으시죠? ^ ^

달콤한책 2006-10-2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도서관에서 빌려온 <팝콘심리학>...책 날개 보다가 님의 이름이 보여서요.  반가운 마음에 올립니다^^

그리고...하이드님의 증거 사진으로....저는 절때루 마태우스님에게 학생이냐고 물어보지는 않을 것 같다는...........ㅋㅋㅋ


라이더 2006-10-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엽네요.

클리오 2006-10-2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해지지 마세요. 아마도 점점 못들으실텐데.... ^^; =3=3=3

프레이야 2006-10-20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팝콘심리학 책날개에 인터라겐님도 있네요.
마태우스님의 동안 증거사진 ㅎㅎㅎ 님, 절대로 모자 벗지 마세요^^

moonnight 2006-10-2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머리 자르셨군요. 잘하셨네요. 깔끔한 게 보기 좋죠. 어려보이기도 하고 ^^

모1 2006-10-20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린다고..할까..하다가 학생이라 불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으로 아부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水巖 2006-10-2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원의 착각을 증명하는 사진이군요. ㅎㅎㅎ

마태우스 2006-10-2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부끄럽사옵니다^^
모1님/그럼요 이왕 하는 거 화끈하게 하셔야죠
달밤님/그래도 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는.....ㅠㅠ
배혜경님/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모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듯...^^
클리오님/흥. 노력 여하에 따라서 2년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흥!
라이더님/고마워요. 안생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대 찬사죠^^
달콤한책님/아 그 책 참 재밌게 읽었었는데...제 리뷰가 광고카피로 쓰이다니 기분 좋네요!
hnine님/남자들은 머리 자르기를 다 싫어하는 듯.... 제 페이퍼가 부군이 젊어 보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하늘바람님/호호 전 더 내려갈 곳이 없사옵니다^^
다락방님/전 식사는 늘 맛있게 하는 편이랍니다^^
벼리꼬리님/귀여움 말고 제가 내세울 게 있어야죠^^
하이드님/제 부탁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좋은 사진기와 고도의 기술이 결합된 멋진 사진이네요
속삭이신 분/설마 제가 하기싫은 일 하려고 머리 잘랐겠어요^^ 모자는 결정적 역할을 하죠
여우님/그거 새치예요!! 20대 때부터 있었다구요!!!!!
메피님/그게 다 술을 마니마신 덕분...글구 님은 마당쇠 생활을 넘 오래하셨자나요
아영엄마님/님은 지금 머리 커트하심 대학생으로 보이신다에 한표.
올드핸드님/인부라....흠흠... 님도 저처럼 열심히 술을 마셔보심 어때요? 그나저나 애 아버지신데 젊어보여서 뭐하시게요^^
세실님/무슨 말씀. 장보러 갈 때마다 남자들이 처녀냐고 물어보곤 하잖아요 지금도^^
기인님/젊어 보이는 사람끼리 친하게 지니요
가을산님/제가 디지털이랑 안친해서.... 하이드님께 부탁을 드렸지요... 사진 보니까 수긍이 가나요^^
해리포터님/그러게요 머리가 참 중요한 거 같아요....저도 여자분들 파마하면 나이 더 들어보이더군요
파비님/님은 정말 학생같아요. 학생끼리 친하게 지내요
조, 조선인님/넘 억울해요 진짠데...흑흑.

비로그인 2006-10-2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하이드님이 올리신 증거사진 중 3번째가 유독 마음에 드는군요.. 흐흐흐 ;;;ㅋ

소라껍데기 2006-10-22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좋으시겠다.. 난. 흑흑.. 초등학교 3학년때 길 걸어가는데 뒤에서 아가씨~ 버스타면 왜 초등학생 요금 내냐고 기사분들에게 타박.. 요즘엔 조카가 업어달래서 업고 있었더니 애기 몇 살이예요? ㅠ.ㅠ 서른 넘어서면 이런 조숙한 얼굴이 힘을 발휘할거라는 근거없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슬프다.

마태우스 2006-10-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라껍데기님/어릴 때 아가씨 소린 그다지 나쁘지 않을텐데, 아닌가요? 근데 애기 몇살이냐는 말이 꼭 소라님의 아기라는 뜻은 아니잖아요...^^ 님은요 어릴 때도 아가씨고 서른 되도 아가씨 소리 들을 거예요. 화이팅. 힘내세요
크리미슈슈님/음, 배혜경님은 모자 벗지 말라시던데... 누구 말이 맞는겨...?

산사춘 2006-10-24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군... 다음달이 수능이라네. 분발하길 바라네.

씩씩하니 2006-10-2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세상에..아 일케 생기신 교수님이셨군요...
그냥,,정말 학생같애요...구엽게 생기셨어요..
아이들이 좋을까요? 아님 기죽을까요?
혹 교수님보다 나이들어보이는 학생은 무지....고롭을꺼도 같아요,히...
암튼,,님 젊어보이시구,,,,이렇게 멋진 사진 올려주셔서,,,너무,,솔직하신분이신거 같아,,맘이 흐뭇한걸요...
 

 

 

 

 

 

몇 년 전, 모 아나운서가 자신이 낳은 아들이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라는 괴소문에 시달렸다. 그 아나운서는 줄기차게 친자감별을 주장했는데-희한하게도 남편이란 작자는 계속 검사에 불응했다-나중에 검사를 해보니 남편의 아들이 맞았고, 완전히는 아니지만 명예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괴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무고하다고 믿었기에 그녀는 시종일관 당당할 수 있었던 것.


마시멜로 이야기의 번역 파문이 일었을 때, 출판사는 ‘이중번역’이란 신조어를 만들면서 정지영 아나운서를 감싸기 바빴다. “정지영 씨 모르게 한 일이다, 정말 죄송하다” 이래가면서. 그럼에도 사람들은 채택이 되었든 안되었든 정씨가 번역을 했는지 안했는지를 궁금해했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정씨가 번역한 원고를 내보이면 되는 것. 원고만 있다면 정지영은 피해자가 되는 것이고, ‘이중번역’을 의뢰한 출판사가 모든 죄를 뒤집어써야 한다. 그리고 정씨는 자신에게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을 찾아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하지만 정씨는 시종일관 침묵했고, 일주일의 칩거가 끝난 뒤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발표했다.

“처음부터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저의 잘못을 충분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겪으면서 저도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습니다.”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바보는 아님에도 난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도대체 번역을 했다는 걸까, 안했다는 걸까? 그녀가 정말로 번역을 했다면 번역료로 받은 8천만원을 ‘사회에 환원’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건대 난 정지영이 거의 번역을 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녀의 번역본이 존재한다면, 그녀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다 해도 출판사에서 먼저 그걸 공개했으리라. 이메일이든 원고든 출판사에서 원본을 보관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신조어까지 만들며 정지영을 감쌌던 출판사에서는 ‘이중번역’ 사실은 인정했지만 정씨에게서 마땅히 받았어야 할 원고는 끝내 제시하지 못했다. 정씨가 시간을 끄는 건, 출판사에서 정씨를 위해 번역본을 새로 쓰고 있어서 그러는 걸까?


정씨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이 사태를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돈을 돌려주고 방송도 그만두었으니 그만하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다.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 화형시키는 게 마녀사냥이었다면, 사기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사람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하는 건 ‘미녀사냥’은 될지언정 마녀사냥은 아니다. 그들은 또 원 번역자가 계약을 위반하고 사실을 공표한 걸 원망하지만, 4차례의 사인회를 하고, “하루에 100쪽을 번역했다”고 떠들어댄 정씨의 경솔함이야말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이다 (그 말에 열이 받은 전문번역가 권남희는 지난달 말 ‘번역하는 아나운서’라는 칼럼을 국민일보에 실었고, 그 이후 파문이 확산되었다).


이 사건의 진정한 원인은 뭘까. 바로 우리의 후진적인 독서풍토다. 유명 아나운서가 번역을 했다는 이유로 책이 팔리고, 지지도도 안높은 노무현이 탄핵 때 <칼의 노래>를 읽는다니 죄다 그 책을 읽고, 삼순이에 나왔다는 이유로 <모모>가 베스트셀러가 된다. 이러니 출판사가 유명인 마케팅을 하고, 베스트셀러에 자사의 책을 올리기 위해 사재기 공세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아는 한 저자는 책이 나올 때마다 자신이 직접 교봉에 가서 사재기를 한다. 이름이 두글자다). 스스로 책을 고르는 대신 책과 별반 상관도 없는 유명인에게 계속 휘둘린다면, 제2 제3의 정지영 사태가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그때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훨씬 더 정교한 방법으로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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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0 0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6-10-20 0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사냥이 아니라 미녀사냥... 역시 마태우스님! ^^ 우리들 독서풍토에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휘둘리지 말고 소신껏. 마태우스님 오늘도 소신있는 하루 보낼게요.^^

해리포터7 2006-10-20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시멜로이야기 읽으면서도 전혀 정지영씨를 떠올리지 못했내요..얼핏들었어도 전혀 매치시키지 못했다니..이번사건이 터지면서 아~ 그게 그소리였군 했답니다.ㅎㅎㅎ그리고 독자들..그죠.소신있게 선택해야하는데.. 알라딘의 도움을 받으면 자신의 선택으로 기쁨을 맛볼수 있는걸 가르쳐주고 싶어요.

조선인 2006-10-20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백쪽!!! 놀랍네요. 그나저나 사재기하던 작가는 신간 안 나오나요?

로쟈 2006-10-20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한 저자는 저도 아는데, 이거 언론에 흘려야 하나...

chika 2006-10-20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저는 조선인님이나 로쟈님과는 달리 그 사재기하는 작가의 다른 사인증정본을 받게 되기만 기다린다는....=3=3=3)

기인 2006-10-2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번역비가 8천만원 이었군요. 하룻밤에 100페이지 하는데 200페이지 남짓한 책이 8천만원이라니 이거 원 하루밤에 몇천만원 번역으로 벌었다는 계산... 흠..
이 편한 세상이라니!!!

Mephistopheles 2006-10-2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갔던 대형서점에서 정 아나운서의 아름다운 모습을 실은 마시멜로 이야기의
플랭카드가 눈에 선합니다.. 많이 팔리긴 많이 팔렸어요..댄장..!! 갓댐..!!

이네파벨 2006-10-2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은 추천을 억개 정도 드리고 싶습니다.
후진적 독서풍토에 대한 성토...공감공감공감합니다.
아니..번역자를 얼굴마담을 내세울 생각을 하는 출판사나 그런 꼼수가 먹혀들어가는 출판시장 풍토나......어이상실입니다. (저도 번역하지만..솔직히 독자들이 책을 사는데 저자도 아닌 번역자를 조금이나마 고려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네요. 뭐 번역이 하도 개판이어서 '이따우로 번역한게 뉘기야?' 하고 표지한번 들춰보는 정도 아니고서야..독자가 번역자 신경쓸 일이 있을까...번역자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으면 다행인 그림자와 같은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미녀사냥"이라는 표현.....멋집니다~ 신조어를 만들려면 이정도는 되어야쥐.."이중번역"이 다 뭐야..구리게시리..

마노아 2006-10-2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재기 작가의 책을 저도 조만간 읽으려구요. ^^

파란여우 2006-10-20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두 글자인 그 한 저자 저도 알고 있는데...
아, 로쟈님과 제가 같은 고민을.

stella.K 2006-10-2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윗분들이 다 해 주셨으니 더 이상 할 말은 없군요. 독서교육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조악한 마케팅 관행 좀 제발 없어졌으면 좋겠구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 아무런 독서계획도 없이 무조건 매스컴 탄 책만 읽는다는 소리 아닙니까. 출판계가 열악하다는 거 다 뻥처럼 들립니다.

BRINY 2006-10-2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비 8천만원?! 허허...그런 세계도 있군요...

삼남매 2006-10-2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는 말씀만 올리신것 같아요.. 책을 많이 읽으셔서 말솜씨도 그리 좋으신가요?

비로그인 2006-10-2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봉에서 사재기 하는 그 저자분 책 읽을 만 해요~ ^^
마포도서관에도 있다구요~^^

blowup 2006-10-20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젯밤에 했던 생각과 똑같아요. 원고가 있었다면 이메일이든 원본 파일이든 증명하려고 했을 것 같구요. 억울해서 가만 있을 수가 없잖아요.

하늘바람 2006-10-2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계가 열악해서 그런일이 발생하는 거 맞습니다. 정지영씨가 유명해서 그렇지 유명하지 않은 번역가들 저런 경우 아주 수두룩하고요.
번역과 해석은 분명다릅니다. 책의 성격과 대상을 아주 잘 이해해야 가능하거든요.
저 역시 너무 엉망으로 번역해온 모 대학교수 번역가의 번역을 완전히 바꾼 기억이 잇습니다. 그 번역가의 번역은 정말 그대로 책을 내면 원작과 너무다른 책이 되겟더군요.
그런데 그책이 추천도서가 되면서 그 번역가는 다른 유명출판사의 번역자 이름에서 많이 보입니다. 물론 첫 번역책은 경력이 되고요.

라이더 2006-10-2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알라딘의 여러분들 서재에 있는 책들을 따라 가며 읽고 있으니(소신없다고 욕해도 괜찮아요.), 좋은 책들 많이 소개 해 주세요.

레와 2006-10-2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한번밖에 할수 없다니........................!!!

짱꿀라 2006-10-20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어떻게 수습을 해야할지 황우석 교수와 같은 일이 또 벌어지고 말았네요.
공인으로서 양심적인 사람은 우리나라에는 많지 않네요.

로드무비 2006-10-2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계 관행에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맡기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케이스.
정지영 씨 개인으로서는 좀 가혹하다 싶은 면도 있겠어요.

marine 2006-10-20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우석 교수가 진실을 밝힌다는 기자회견장에서 "원천기술은 있다"고 주장한 게 생각나네요 줄기세포가 있냐 없냐만 말하면 될텐데, 원천기술은 또 뭔 소린지... 아마 정지영 아나운서로서도 진실을 인정하기가 너무 힘들었을 겁니다 그러니 저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로 에둘러 갈 수 밖에요 자기가 옳다면 사회환원을 할 게 아니라, 고소를 해야 되죠

비로그인 2006-10-2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씁쓸합니다.

모1 2006-10-2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읽었는데 나중에 아나운서가 번역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후후....그나저나 저도 의심스러움..정말 번역을 했을까나??

울보 2006-10-20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천만원이요,
와 정말 대단하네요,
아무튼 요즘 뉴스를 보면 참 마음이 그래요, 저도 이름이 두글자인분의 신간을 기다립니다,,

ceylontea 2006-10-2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재기 작가는 직접 글을 쓰시잖아요.. 그 작가분 신간도서 나오면 좋겠어요... 같이 사재기를 하던가 해야지.. 흐흐.. ^^

비연 2006-10-2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사재기 작가가 이 시점에서 너무나 궁금해진다는..이름이 두 글자...ㅡㅡ;;

마태우스 2006-10-2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하하 맞추기 어려우실 겁니다 눈도 작다는 게 힌트가 되려나...^^
실론티님/아앗 사재기는 나쁜 행위인데 님처럼 좋은 분이 거기 동참하시다니...^^
울보님/그 작가가 낸 책 중에 제대로 된 책이 없다는데......그래도 기다리시겠어요?
모1님/번역가가 사인회를 4번 한 것도 이례적인 거겠죠...했든 안했든...
승연님/제말이요...
블루마린님/정의의 사도처럼 글을 썼지만, 제가 그 상황인 경우 용기있게 고백할 수 있을지 사실 의문입니다..
로드무비님/그런 측면이 있죠. 이 사건을 계기로 그 관행이란 게 좀 타파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산타클로슬리/황우석과는 본질은 같지만 규모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과학계에서 사기는 관행이 아닌데....그리고 돈도...
레와님/안녕하시어요? 그리 말씀해 주시니 넘 기분 좋은걸요
라이더님/이름이 두글자인 사람이 저자면 일단 조심해야 해요. 그게 첫번째 원칙이죠^^
하늘바람님/번역하는 거 참 어렵죠. 책이 아닌 몇쪽짜리 유인물을 번역하는 것도 전 참 힘들더군요. 단지 영어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참고로 전 영어도 잘 못해요^^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자기 이름으로 책이 안나간다면 정말 섭하겠지요
나무님/그럼요! 원고 있으면 진작 공개했겠지요....
고양이님/앗 그러세요? 저랑은 취향이 다르신 듯.... 전 그사람 책 안티인데...^^
삼남매님/아이 부끄럽게 왜이러세요^&^ 사실 말빨은...벽보고 앉아서 연습을 오래 해서 그래요......
브리니님/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100만부 팔린 것 치고는 번역료가 너무 싸지요? 혹시 이름만 빌려줘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스텔라님/독서지도 같은 것도 필요하겠지만, 중요한 건 자기가 스스로 골라서 읽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전 그래서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독서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회의적이어요
여우님/언론에 흘리진 마세요. 그사람 잡혀가면 안되요. 감옥에선 알콜을 못마시잖아요
마노아님/안됩니다. 사재기작가의 책을 읽으면 책에 대해 회의가 느껴진다는....^^
이네파벨님/칭찬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독자들, 번역자가 누군지 잘 고려하지 않지요. 몇몇 스타번역가인 경우 번역자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요. 예컨대 김화영 선생 같은 경우 번역에 신뢰감을 주잖아요. 이윤기님도 그렇구.... 민음사 문학전집도 어느 정도 신뢰가 있지 않을까요. 정말 문제는 정지영이 바쁜 아나운서고, 번역에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샀다는 거죠.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메피님/요즘엔 책이라고 하기엔 좀 뭣한, 그러니까 말랑말랑하고 얇은 책이 주로 읽히더라구요. 내용도 별로 없는데.... 마시멜로 한번 들춰 보니까 글자가 어찌나 큰지, 노안을 고려한 책인 듯... 그런 책이 1위라니 ...
기인님/그 발언이 문제되니까 와전이라고 하더이다. 그딴 말 막 하고 다녔으면서..... 원 번역자가 200만원 받은 건 좀 너무하지 않았나요??
치카님/그 작가가 사인본을 마구 뿌리고 다닌다는 설이....... 협조해주심 안됩니다
로쟈님/안되요. 제게는 그 작가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구요!^^
조선인님/글쎄요 열심히 쓰고 있는 것 같긴 한데...워낙 술만 마셔서 말입니다^^
해리포터님/독자 리뷰만 읽어도 책 고르는 데 도움이 될텐데 다들 날로 먹으려 해요. 절 볼 때마다 책 추천해 달라고 조르는 애들이....
배혜경님/특히 미녀가 관여했다면 우르르 사는 애들이 문제죠... 이름 두글자짜리 추남이 쓴 책은 안팔리구...^^
속삭이신 분/난 안읽었단다. 그런 처세 책 싫어하는 거 알잖아^^

딸기 2006-11-06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데 마태우스님, 저는요,
'유명 아나운서가 번역을 했다는 이유로 책이 팔리고, 지지도도 안높은 노무현이 탄핵 때 <칼의 노래>를 읽는다니 죄다 그 책을 읽고, 삼순이에 나왔다는 이유로 <모모>가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것이 꼭 후진적인 독서풍토라고는 생각지 않거든요. 어찌 보면, 삼순이에 모모가 나오니깐 함 읽어보고 싶어지는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충분히 이해 되는데. :) 결국 모든 '마케팅'은 '후진적인 풍토'를 기반으로 하는 것일 수도 있지요.
정지영은, '해도해도 너무 심했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원본이 총 112쪽이라면서요. 그런데 "하루에 100쪽 번역했어요" "번역하는데 석달 걸렸어요" 하면서 인터뷰까지 했던 것, 심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까지도 정지영이라는 아나운서가 누구인지를 모르겠어요;; 얼굴을 봐도 모르겠는걸요)

마태우스 2006-11-07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음...님의 의견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네요... 사실 전 책에 대해 죄의식 내지는 강박관념을 갖는 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책 없이도 잘 살 수 있고 다른 취미도 많은데 왜 꼭 책이어야 할까, 이런 생각 말입니다. 앗 이건 다른 곳에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구요, 저 역시 정지영이 누군지 몰랐어요 라디오랑 티비를 안보고 살면 알 수가 없지요 글구 정지영이 너무 심하게 나댄 게 역시 문제였죠^^

짜리 2006-11-17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은 안 읽었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종류의 책이 아니라서... 마구 베스트셀러가 되는데 정지영 사건(?)나서야 눈에 들어오더군요... 나원참 정지영이 번역했다고 100만 권 사준거냐? 내용이 좋아서 사준거냐? 베스트셀러라서 사준거냐? 독자들아? 묻고싶더군요... 이 사태 보면서... 정지영, 출판사 모두 잘못했죠... 그런데 왜 생각없이(!!!) 이 책 집어든 독자들의 잘못은 안 집고 넘어가나요? 그냥 소비자구, 피해자입니까? 좋은 책들은 창고에 썩어나고 작은 출판사들 한 달에 몇 개씩 넘어가는데... 그게 전부 출판사, 무슨무슨 시스템 뭐 그런 거창한 것들 때문입니까? 책을 정작 사보게 될 독자들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것은 그게 도리여서입니까? 제가 너무 건방진가요?

마태우스 2006-11-1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kawn님/어...저랑 생각이 같으시군요. 정지영이 번역했다고 이 책 집어든 독자들이 더 큰 책임을 져야죠. 출판사는 그런 풍토를 이용한 거구요. 저 위에 쓴 글에도 이런 내용이 있는데요....

짜리 2006-11-23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 너무 공감한 나머지 흥분해서 쓴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