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그리고 고발 - 대한민국의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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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그리고 고발> (이하 고발)이란 책의 부제목은 ‘대한민국 사법현실을 모두 고발하다’이다.


책을 읽기 전엔 ‘고발’이 국가권력 등에 의해 희생된 억울한 이들의 사연을 잔뜩 담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기대와 달리 ‘고발’은 H건설과 그에 의해 토지를 수용당한 기을호 씨,

그리고 기을호 씨를 대신해 H건설과 싸운 안천식 변호사의 얘기가 전부다.

“H건설은 시가 40억이 넘는 토지를 9억4천만원만 공탁하고 빼앗아갔고,

손해배상과 소송비용 명목으로 공탁금에서 3억8천만원을 회수해 갔습니다.” (387쪽)

몇 백억, 심지어 몇 조에 이르는 돈이 몇몇 이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는 현실에서

이깟 40억이 뭐 대수일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10년에 걸친 이 소송은 법이 힘있는 자들의 소유물이라는 것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여 줬는데,

억울한 사연이 여럿 나오는 대신 한 사건만 적나라하게 기술된 탓에

내가 마치 기을호 씨가 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1) 문제의 요지는 H건설이 땅주인 모르게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점.

도장도 막도장이고 계좌번호도 이전에 해지된 것인만큼 계약서는 위조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A라는 증인이 “땅주인이 직접 계약하는 걸 봤다. 막도장도 그가 직접 건네줬고, 계좌번호도 불러줬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재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H건설은 승리했다.

 

(A는 H건설의 업무를 대행하는 이해관계인이었지만,

 

재판부는 그 점에 관대했다).

 

 

2) 그런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

다른 이에 의해 A의 증언이 위증이었고, A는 전혀 그 광경을 본 적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A는 결국 위증죄로 처벌까지 받았지만, 재판 결과는 다시 H건설 승리였다.

‘증인 A가 거짓증언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 사건 계약서가 위조되었다는 증거로 부족하다.” (155쪽)는 게 재판부가 H건설의 승리를 선언한 이유였다.

 

3) 안천식 변호사는 더더욱 이 사건에 매달리고,

결국 계약을 위조하는 데 가담한 증인 C를 찾아낸다.

계약서에 쓰인 필체가 바로 증인 C의 것으로, 그는 땅주인을 만난 적도 없고

그냥 자기 사무실에서 시키는대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이쯤되면 재판결과가 바뀔 만도 하지만, 상대측은 증인 C의 정보를 알아내 그에게 연락을 취했고,

결국 C는 자신이 안천식 변호사 앞에서 말한 것과 정반대의 진술을 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안변호사가 증거로 내민 녹취록과도 완전히 배치되는 말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증언C의 번복된 진술을 단서로 계약서가 진짜라며 다시 H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읽는 나도 분통이 터지는데, 당사자인 기을호 씨와 안변호사는 어땠을까 싶다.

심지어 안변호사는 담당검사에게 불려가 “왜 이 사건에 이렇게 집착하느냐.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핀잔까지 들었다는데,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게 야단맞을 일인지 잘 모르겠다.

 

거듭된 패배에도 안변호사는 포기하지 않고 이 사건에 매달렸고,

결국 18번의 재판을 모두 졌다.

이게 H건설이라는 강한 상대를 만난 탓인지,

안변호사가 공고 출신에 SKY가 아닌 대학을 나온 그의 경력 탓인지는 모르겠다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다.

재판은 절대로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힘이 없다면, 되도록 법정에 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사는 게 진리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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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6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2-16 15:56   좋아요 0 | URL
글게 말입니다 자본이 최고인 시대가 왔지요. 대표적인 게 바로 S그룹이고, 법조인들은 S에게는 까빡 죽지요. 안그런 법조인이 30%만 되면 좋을텐데, 과연 얼마나 될까요.

뷰리풀말미잘 2016-02-1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승률은 이순신인데 하는짓은 원균이로군요!

마태우스 2016-02-16 15:56   좋아요 0 | URL
멋진 비유입니다^^

2016-02-16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16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lummii 2016-02-16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는데 ..변호사님이 얼마나 분통터지셨으면 책까지 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화이트칼라 범죄나 다름없죠

마태우스 2016-02-16 20:50   좋아요 0 | URL
책으로 내지 않았으면 절대 모를 뻔했으니, 이런 책은 자주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님도 읽으셨다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