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7일에도 술을 조금 마시긴 했다. 소주를 대략 6잔 정도 마셨고, 생맥주를 꽤 마셨으니 작년같으면 술일기에 등재가 되었겠지만, 강화된 규정 때문에 카운트는 안하고 정리만 간단히 한다(아는 분이 내 부탁을 받고 그분 사진을 몰래 찍어 주셨는데, 초상권이 생각이 나서 안올리기로 했다. 모자이크 처리를 할 줄 알면 좋겠다...ㅠㅠ).


[알라딘 마을 분들 몇몇과 곱창집에 갔다. 아는 분도 있겠지만 그 곱창집은 길을 넓히느라 원래 있던 곳이 헐리는 바람에 훨씬 더 멋지고 넓은 곳으로 이사를 왔다. 하지만 곱창 맛은 여전했고, 사람이 바글바글한 것도 그때와 같았다. 변하지 않는 게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 그 아주머니는 그때나 지금이나 짜증이 나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난 그분이 웃는 걸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손님이 많은 게 짜증나는 걸까? 하지만 곱창이 너무도 그리워서 오후 세시에 그집을 와본 적이 있었는데, 평소보다 훨씬 한산했던 그때도 아주머니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종업원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식당 밖 인도에 있는 보호대를 닦는 종업원에게 “그렇게 닦으면 어떡하냐?”고 소리를 치는 아주머니, 내 기억에 남아있는 엽기스런 장면 중 하나다.


황소곱창을 떠나는 사람들은 대개 그 불친절에 질려서 그런다. 둘이 가서 2인분을 시키면 “양이 적으니 아예 3인분을 시켜라”고 고압적으로 얘기하고, 곱창이 부족할 땐 다른 걸 끼워파는데다 술 같은 걸 더 시켜도 들은 체 만체다. 종업원들이 다 주인을 닮아서 그럴까. 그런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내가 보기에 그 집의 가장 큰 문제는 손님에 비해 종업원의 숫자가 적다는 데 있다. 곱창은 손이 제법 가는 음식인데 숫자가 적으니 늘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고, 그러다보면 짜증이 날 수밖에. 그럼에도 그런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아낄 수 있고, 아무리 불친절해도 손님은 계속 밀려오기 때문. 한마디로 정리하면 “오기 싫으면 마. 너 아니어도 손님 많아.”다. 황소곱창의 불친절을 못견뎌하던 친구 하나는 계산을 할 때 주인에게 이것저것 싫은 소리를 하면서 “다신 오나봐라”라고 했단다. 그랬더니 주인이 “그러세요”라고 했다던가. 그 친구는 지금 집 근처 다른 곱창집을 가는데, 친절은 하지만 내가 먹어보니 맛이 영 황소만 못하다. “황소보다 더 맛있지?”라고 묻는 친구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지만 그냥 “비슷하네” 그러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 난 그 친구가 곱창을 먹자고 하면 “어제 먹어서 또 먹기 싫다”고 한다.


아는 분의 얘기다. 자기 친구는 아버지가 사장이라 돈이 많았는데, 무지하게 짠돌이었다고. 그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은 지금, 그분은 친구 회사에 가보고 놀랐단다. 그 더운 날에 사람들이 러닝셔츠만 입은 채 땀을 흘리고 있었던 것. 사장인 친구의 말이다.

“에어콘 사용료가 얼마나 비싼데.”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더 짜게 구는 경우를 우린 가끔 본다. “저러니까 돈을 벌었구나” 싶지만 그래도 좀 씁쓸하다. 먹고 살고도 남을 만큼 돈을 벌면, 조금은 관대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에어콘을 켜면 나가는 전기료만큼 회사는 더 능률이 오르고, 나가는 인건비만큼 황소곱창의 친절도가 증가해 손님이 더 몰려들 수도 있지 않을까(후자는...어려울 것 같다. 지금도 포화상태니 말이다).

“황소곱창 사장님, 제발 얼굴 좀 펴세요. 그러다 나중에 보톡스 값이 더 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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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5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6-10-25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커다랗게 부풀린 머리 쳐다보느라 표정엔 신경도 못 썼는데....ㅋㅋㅋㅋ

oldhand 2006-10-2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나 입소문으로 유명해서 항상 손님이 많은 가게들은 왜 하나같이 불친절할까요. 소비자들이 담합해서 안가버려야 하는데..

Mephistopheles 2006-10-2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게 모르게 그런집들 꽤 많다고 하더라구요...
초계탕으로 유명한 경기도 인근 음식점은 거의 공포분위기라더군요...^^

sooninara 2006-10-25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쿠루지가 그래서 나온 소설이군요^^
그래도 올 겨울엔 제게도 곱창 사주실거죠?

클리오 2006-10-2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을 직접 말씀하실 것을 강추!!

짱꿀라 2006-10-25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잘 읽었네요. 문장전제가 아주 웃음을 줍니다.

모1 2006-10-26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소곱창 사장님께 이 글을 프린트해서 곱게 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