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전만 해도 올해 12월 전까지는 절대 머리를 안자르려고 버텼더랬다. 주변 미녀와 어머니가 머리를 자르라고 해도 꿈쩍 않던 나, 긴 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며 다니던 지난주 금요일, 학장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학장은 날 빠끔히 보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머리가 너무 기네.”
그 다음날 저녁 때, 난 미장원에 있었다. “짧게 잘라 주세요.” 사람들은 내게 “십년은 젊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흘 뒤, 회의 도중 학장이 기타 할 얘기가 있으면 하라기에 이랬다.
“저...머리 잘랐습니다. 학장님이 자르래서.”
학장: 내가 언제 자르라고 했냐?
나: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저보고 머리 길다고 그랬잖아요.
학장: 기억이 안나는데?
기억 여부에 무관하게 난 거울을 볼 때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을 때마다 머리를 자른 게 잘한 거라는 생각을 한다.
신분증을 신청하란다. 교학과에 갔더니만 “우리은행 통장이 있어야 신분증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통장과 신분증이 무슨 상관? 알고보니 이번에 새로 입주한 우리은행 측이 체크카드 기능을 붙여서 새로 신분증을 제작하기로 한 것. 체크카드를 만드는 게 싫어서 신청 안해도 되냐고 했더니 주차장부터 도서관 이용까지, 신분증이 없으면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란다.
할 수 없이 통장을 만들러 우리은행에 갔다.
“저...통장 만들려구요.”
근데 직원은, 내가 들고 있는 신청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학생증 때문에 그러죠?”
우리가 일제히 신분증을 만드는 것처럼, 학생들 역시 학생증에 체크카드 기능을 붙여 학생증을 일괄적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학생증’이라니, 그런 멋진 말을 내게 해줄 수 있나. 잘못 들은 거 같아 “그, 그게 아닌데...” 했더니 “손에 드신 게 학생증 신청서잖아요.”라고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준다. 그냥 직원이라고 한 뒤 통장을 만들었더니 좀 놀라는 눈치다. 흠흠...
학생이 아니냐는 말을 듣는 건 처음이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즐겁고 자랑하고 싶다. 말이 났으니 말인데 머리를 자른 다음날인 지난 일요일, 면접을 보러 갔다가 날 잘 모르는 경비 아저씨로부터 “면접 받으러 온 학생이냐”는 말도 들었었다. 내 방에 와서 거울을 봤다. 단정한 머리가 정말 십년까진 아닐지라도 훨씬 젊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쓸데없이 장발을 고집했었는데, 자르니까 이렇게 좋은 걸. 앞으로 내 머리는 무조건 쇼트다! 그리고 “학생이지?”란 말에 이젠 좀 익숙해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