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
김봉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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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4학년 시기에 개설되었던 '미국사'를 수강하지 않았다. 임용고사에 미국사 문제가 몇문제나 나오겠나! 하는 얇팍한 생각이 나의 발등을 찍었다. 그해 임용고사 시험에 미국 독립선언서가 지문으로 나왔다. 미국 독립선언서와 프랑스 인권선언을 혼동한 나는 재수의 길을 밟아야했다. 오랜 동안 한국사를 가르치다가 작년 부터 세계사를 가르치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르치는 세계사 과목이다보니 수업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제 각 나라에 대한 개설서들을 통독하며 보다 생동감 있는 세계사 수업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사 전문가 김봉중 교수의 1'미국을 움직이는 네가지 힘'이라는 책 제목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미국의 어떠한 면을 나에게 보여줄까?


1. 미국의 정신, 프론티어! 

   미국 역사에서 변경이 아닌 곳이 없었다. 영국에서 배를 타고 아메리카로 첫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아메리카는 프론티어였다. 그리고 그 역사는 자신의 정착을 도와준 인디언들을 제압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아 새로운 국가 미국을 건설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놀라은 사실은 식민지 정부가 인디언들과의 분쟁을 염려해서 서부로의 진출을 막은 것이 독립 전쟁의 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온 그들은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찼다. 인디언들이 가진 땅을 빼앗아 부를 이루고 싶었고, 결국 그 걸림돌인 영국에게서 독립하여 서부개척에 나섰다. 그리고 미국은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아 더욱 살이 토실토실 올랐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황금에 눈이 멀었던 피사로가 동료를 살해하고 자신도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던데 반해서,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아메리카 대륙에 뿌리 내리게했다. 서부 개척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결과는 '비민주주의적'일지 몰라도 그 과정은 지극히 '민주적'"이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정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굳건히 세우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서부개척과 함께 수많은 이민의 행렬이 짧은 기간에 미국으로 밀려들었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땅을 빼앗고, 인디언에게 땅을 빼앗으면서 그 땅을 이민자들로 채웠다. 성공에 대한 욕망은 서부로의 이주를 자극했다. 짧은 기간의 급속한 변화가 혼란과 붕괴로 이어지는 모습을 우리는 역사속에서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급속한 팽창과 변화가 다문화주의, 다원주의 정책이 뿌리내리게 했다. 이민 초기에 아일랜드인과 유대인에 대한 차별은 새로운 이민 행렬 속에서 사그러들었다. 심지어는 히스페닉계와 아시아계 이민 행렬이 늘어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과해 세계 인종의 전시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성숙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안정된 다문화 사회로 안착한 것일까?


2. 흑백문제, 치유가 가능할까?

  백인들은 인디언에게서 빼앗은 토지를 흑인들로 하여금 경작하도록했다. 북부는 빠른 공업화를 하여지만, 남부는 넓은 농장을 흑인 노예들을 부려 경작했다. 남부 백인은 그들의 귀족 왕국을 만들었다. 남부의 백인왕국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흑인노예의 피와 땀이었다. 노예제를 반대하는 링컨의 당선은 남부의 백인왕국을 위협하는 일이었다. 결국, 남북전쟁은 필연적으로 발발할 수밖에 없었다. 남부의 백인왕국이 스스로의 기득권을 내려 놓을리 없었다. 

  전쟁에서 보여준 남부와 북부의 모습도 극명하게 차이가났다. 북부의 뉴욕에서 징집제에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났다. 흑인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아까원 백인의 피를 흘릴 이유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반면, 남부는 물자가 부족해지자, 일반 시민들이 가정에서 쓰던 물품, 기타 금속제품을 헌납했다. 걷지 못하는 노인도 지원했다. 지원병이 너무도 많아서 지원자를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정신력에서 남부가 앞섰고, 물량면에서는 북부가 앞섰다.  

  결국, 전쟁은 북부의 승리로 끝났다. 연방정부는 북부군을 남부에 10년 동안 주둔시키면서 남부를 북부화하려했다. 그러나 남부의 정신마져도 북부화하지는 못했다. 남부의 대학에서는 남부의 이장에서 역사를 연구한다. 남북전쟁은 남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남부가 분연히 일어선 전쟁이며, 헌법에 보장된 노예라는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남부 학자들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들의 탄탄한 논리에 갖혀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는 자폐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시대 변화와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가치에 매몰되어 현실을 부정한다. 인간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계몽사상이 그들에게는 머나먼 나라의 꿈이야기인듯하다. 

  남부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이 변하기 시작했다. 흑인들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루스벨트 대통령을 비롯해서, 트루먼, 케네디, 존슨 대통령들이 등장했다. 우리의 경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삼당합당을 하며 민자당으로 들어가자, 부산과 영남이 보수의 색채를 강하게 띈 것과는 달리, 미국은 민주당을 버리고 공화당을 선택했다. 남부는 자신이 진리라고 믿는 전통과 문화를 지키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미국 사회에서 흑백문제는 너무도 뿌리가 깊다. 그 해결책이 너무도 아득해보인다.


  갈등의 요소가 너무도 많은 미국이 왜? 분열되지 않고 세계 초강대국으로 굴림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파이가 크기 때문이라 말한다. 서부라는 풍부한 기회의 땅이 있으며,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힘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부상하고, 코로나 19 펜데믹에 재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서 그 파이가 무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 김봉중은 "21세기 중반쯤에 미국은 흑백으로 양분될 가능서잉 높다."라고 말했다. 흑인을 한편으로 하고 아시아계 소수민족과 히스패틱을 포함한 백인의 대립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중국에 대한 협오감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혐오범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전선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흑인 VS 백인 VS 아시아계라는 대립전선이 형성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해본다. 미국은 모순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 모순을 극복하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기에 미국의 밝은 미래에 한표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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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러시아 - 경제연구소의 인문학자가 들려주는 러시아의 역사.문화.경제 이야기 줌 인 러시아 1
이대식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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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익숙함의 함정에 쉽게 빠진다. 자주 접하는 단어이기에 그 단어를 잘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웃국가에 대해서도 익숙함의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에 대해서 잘알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막상 러시아를 설명하려하면 그제서야 러시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줌 인 러시아'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익숙함의 함정에서 벗어나 러시아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책장을 넘겼다. 첫장부터 유쾌했다. "끄라시바야"라는 말이 '아릅답다.'라는 뜻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웃음을 지었다. "스파시바"는 '감사합니다.'라는 뜻이란다. 이 이야기를 하자, 일본어 선생님이 일본어 "케세끼"가 '결석'이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러시아는 이렇게 유쾌하게만 볼 수 있는 나라일까?


  말데비치가 그린 '검은 사각형'이라는 그림을 미술책에서 많이들 보았을 것이다. 흰바탕에 검은 사각형이 크게 그려져있는 그림을 보며 예술이라는 것이 단순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그림을 그린 말데비치가 러시아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림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하얀 시베리아가 펼쳐진 러시아라는 극한의 땅에서 탄생한 극단의 예술작품을 통해서 극단의 러시아를 만날 수 있었다. 

  러시아의 '맥심멀리즘'은 러시아의 역사와 정치 곳곳에서 펼쳐진다. 바실리 페로프의 '트로이카'라는 작품은 자신보다 무거운 물동이를 끌고가는 세소년 소녀들의 힘겨워하는 모습에서 극단의 러시아 사회와 마주하게 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노동을 강요받았던 러이아! 1860년대 까지 농노제가 유지되고 있었으며, 농노제에서 해방되었지만, 엄청난 액수의 댓가를 지불해야만 했던 러시아의 민줄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겠는가! 특히 '트로이카'라는 작품의 중앙에 있는 소년의 경우, 가난과 배고픔으로 죽게 되고, 소년의 어머니는 자신의 전재산인 달걀 꾸러미를 가지고 와서 죽은 아들의 그림을 달라고 부탁한다. 이미 팔려버린 그림을 소년의 어머니가 마주하고는 울부짖으며 무릎 꿇는다. 가난과 고통의 '맥심멀리즘'을 잘 보여주는 '트로이카'는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한해에도 수십명의 제자가 졸업을 한다. 그리고 그 제자들 중에는 소식이 끊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연히 40~50대의 부인이 나에게 카카오톡스토리 친구신청을 해서 나를 당황케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내가 가르쳤던 제자가 20대의 꽃다운 나이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난하지만 착한 녀석이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힘든 시기를 지나서 이제는 꽃길을 가길 바랬는데 녀석은 먼저 저세상으로 갔다. 그때의 먹먹함이 '트로이카'라는 그림을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러시아의 '맥시멀리즘'은 정치에서도 나타난다. 러시아는 전제 정치의 나라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강력한 전제 정치를 한 인물들이 많다. 이반 뇌제에서 시작하여 러시아를 서구화 시키려했던 표트르 대제, 철의 장막 소련을 장악한 스탈린, 강력한 러시아를 외치며 맹수를 때려잡는 영상을 일반에 공개한 푸틴 등등.... 그런데, 이들의 인기는 높다. 이반 뇌제 치하에서 모스크바 인구의 3분의 1이 감소했다. 러시아 전체인구 4분의 1이 감소했다. 그런데 이반 뇌제는 위기의 러시아를 중앙집권화했으며, 러시아의 영토를 확장시켰다. 이러한 모습은 스탈린과 푸틴의 시기에도 비슷하게 펼쳐진다. 강한 러시아의 모습을 보였지만, 그들의 지배하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역사는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현실의 폭압보다는 강한 통치자가 강한 러시아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러시아인들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그 바램이 사그러들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맥시멀리즘'은 정치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극단의 '맥시멀리즘'에서 살아남는 법은 무엇일까? 러시의 대문호 솔제니친의 소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동물우리'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위해서는 솔제니친의 소설속 주인공이 했던 것처럼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최소한의 규율을 만들어야한다. 다시 말하자면 최소한의 원칙을 지켜야한다. 아무리 추워도 식사할 때 반드시 모자를 벗고 식사를 한다. 약간의 이익을 위해서 뇌물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늗다. 등등의 원칙은 스탈린이 우리를 시베리아 강제 수용소에 몰아 넣고 동물로 만들려 한다할지라도, 우리는 절대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렇다. 우리의 현실이 우리를 동물로 대하려해도 우리는 소박한 인간적 경계선을 그어놓고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 그것이 인간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줌 인 러시아'에는 러시아의 다양한 모습들이 소개되어있다. 미국에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팔고, 이탈리아 황실 기마대에게 러시아 말을 팔겠다고 사기를 친 니콜라이 사빈이라는 희대의 사기꾼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사기를 치더라도 러시아의 '맥시멀리즘'이 작동한다. 이 책은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만들기도하고 때로는 너무도 유쾌하게 만드는 러시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제 강대국으로 기지개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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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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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에서 자라서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나는 시골이 싫었다. 답답했다. 무엇을 하려해도 할 수 없는 기회가 박탈된 곳이 시골이었다. 그래서 기어코 도시로 도시로 가려했다. 도시는 나에게 기회가 있는 곳이다. 그 기회는 대도시로 갈 수록 더 커진다. 수원에서 살았을 때, 나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사박물관의 특별전을 보러 갔고, 국립 중앙박물관 주변을 산책삼아 걸어보기도했다. 오페라와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축복의 장소가 도시였다. 다락방 '교사와 수업 사이'의 두번째 책으로 메트로폴리스를 선택했다. 책을 받아들고 650페이지라는 두께감이 무겁게 밀려왔다. 그러나 재미 있는 책이라면 두께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벤 윌슨이 한국의 도시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이 등장하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벤 윌슨은 송도 신도시를 최첨단 도시로 소개했으며, 도시 녹지를 복원하는 훌륭한 사례로 서울의 청개천을 소개했다. 송도 신도시는 어느 가정의 수도꼭지가 잠겨있지 않은지도 파악할 수 있는 도시라며 긍정적이기 보다는 다소 어두운 미래도시를 보는 듯이 서술했다. 반면 청개천 복원에 대해서는 도시 열섬효과를 낮추는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자원의 낭비를 막는 스마트한 도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인 청채천 복원공사를 긍정적으로 소개한 것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 청개천에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서 모터를 돌려 한강물을 끌어들인다. 청개천 바닥은 흙이 아니라 돌이 깔려있다. 전형적인 인공하천이다. 이것을 어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단 말인가!

  도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기회의 장소라는 이미지와 함께 범죄와 공해라는 이미지가 같이 떠오른다. 도시라는 공동체는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 만든 집합체이기에 기회도 있지만,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도 짙을 수밖에 없다. 벤 윌슨은 "도시에는 위생처리가 필요한 만큼 오물도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성인용품점, 도박장, 스트립쇼장 등등이 필요악임을 서술하고 있다. "도시는 유토피아인 동시에 디스토피아"이다. 그렇다면 디스토피아를 없앨 수는 없을까? 이를 없애려한다면 미국에서 제정한 금주법이 오히려 마피아 세력을 확대시킨 결과를 낳았듯이 도시의 디스토피아적 요소를 강화시킬까?

  도시의 디스토피아적 요소를 없애려한 도시계획이 있었다. 지금의 파리를 만든 오스만의 도시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오스만의 도시계획에 대한 평가는 서로 대립적이다. 구불구불하고 도시의 오염물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파리를 오스만은 방사선의 깔끔한 도시로 개혁했다. 파리의 디스토피아적 요소를 없애 지금의 아름다운 파리를 만든 오스만의 도시계획을 비판할 이유가있을까? 그런데, 시인 샤를 발레트는 오스만을 "잔인한 파괴자"라고 말했다. 파리의 조그만 산들을 없앴다. 그 산에 있었던 유적들도 같이 없어졌다. 고풍스러운 파리는 획일적인 파리로 바뀌었다. 오스만의 도시계획은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많은 유물과 공동체가 파괴된 우리의 도시들과 비슷하다. 오스만에 대한 평가는 우리의 도시팽창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와 연결되어있다. 오스만의 도시계획을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도시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인류 역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도시도 많다. 그러나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 도시들이 전쟁의 포화속에서도 다시 살아난다. 1945년 포로 수용소의 독일 장교는 "쾰른에는 여러번 분산 명령이 내려졌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한때 '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잡석 무더기로 되돌아 간다."고 했다. 자신의 도시, 삶의 터전에 대한 회귀 본능은 불가사의한 힘을 부러일으킨다. 죽음을 목도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인간은 삶의 터전인 도시로 회귀한다. 그래서 도시는 빠르게 재건된다. 

  불가능한 부활을 이룬 대표적 도시가 있다. 바르샤바가 바로 그 대표적 도시이다. 히틀러는 바르샤바를 철저히 파괴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도시 건물 하나하나를 파괴했고 사람들을 포로수용소로 이송했다. 그런데, 생명이 위태로운 그 순간에도 바르샤바인들은 도시가 파괴될 것을 예측하고 문서를 대조하고 역사적 건물도면을 남겨두었다. 이러한 도시 재건을 할 수있는 자료를 암호화하여 외부에 반출하거나, 수도원 혹은 포로 수용소에 숨겨두었다. 전쟁이 끝나자 도시를 재건하기기 위해서 바르샤바인들은 문서, 엽서, 사진, 도면, 그림등의 모든 자료를 수집해서 그들의 바르샤바를 재건했다. 생명이 위급한 상황속에서도 자신의 삶의 터전을 기억해두고, 전쟁이 끝나자 예전 모습대로 재건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불가사의하면서도 경의감을 불러 일으킨다. 도시의 생명력은 강했다. 그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인간이었다. 


  도시의 삶에 젖어 있으면서도 인생의 말년은 시골에서 보내고 싶다. 그러나 나이가들수록 병들어가는 몸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큰병원 가까이에 살아야하기에 그 소망은 소망에 그칠 수밖에 없다. 도시는 디스토피아이면서 유토피아이기에 도시를 떠나고 싶지만 도시를 떠날 수없다. 전원생활이 아름다워보이는 것은 도시를 떠날 수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기에 더욱 아름다워보일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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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박단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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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화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라는 책을 통해서 프랑스를 알았다. 그후로 프랑스의 교육을 소개한 책들을 읽으며, 자유, 평등, 우애라는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이 사회 곳곳에 스며든 이상적인 나라로 프랑스를 인식했다. 우리의 현실이 고단할수록 프랑스는 이상적인 나라로 다가왔다. 군사정권시기 프랑스로 망명했던 홍세화가 보기에 프랑스는 자유로운 이상형의 나라였다. 주입식교육, 입시교육이 판을 치는 대한민국의 교사에게는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프랑스의 교육이 이상적인 교육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나라에 비해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감했다. 그럼,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프랑스도 달리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프랑스 역사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어느 학자는 중세시기 위그 카페 왕조에서 찾기도하고, 어느 학자는 프랑크왕국에서 찾기도한다. 또 어떤 사람은 로마와 맞서사원 골족의 베르생 제토릭스에서 찾는다. 베르생 제토릭스를 모델로 만든 만화가 '아스테릭스'이다. 프랑스인들의 역사는 시작부터 논쟁꺼리다. 

  그러나, 우리에게 프랑스 역사의 진정한 시작은 프랑스 대혁명이다. 그 이전의 프랑스 역사는 보통의 주변 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은 프랑스만을 변화시킨 것이 아니다. 주변 여러 나라는 물론이고, 지금의 민주주의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의 이념인 '자유', '평등', '우애'라는 이념은 아직도 지구촌 사회가 도달해야할 과제이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이 잘 구현된 나라 일까? 내가 읽은 책들에서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이 녹아있는 나라였다. 똘레랑스의 나라이며, 모든 프랑스인들이 바캉스를 갈 수 있도록 국가가 신경써주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들여다본 프랑스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유', '평등', '우애'라는 이념이 현실에 잘 반영된 나라이기 보다는,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을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서 보다 치열하게 전진하는 나라였다. 

  프랑스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중에서 프랑스가 당면한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히잡 사건'이다. 학교에서 히잡을 썼다는 이유로 학생을 퇴학시킨 것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사회에 뿌리내린 "정교분리 원칙"을 예외없이 적용해야한다는 주장과 "똘레랑스" 정신을 발휘해야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저자 박단은 학교에서 십자가를 목에 걸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를 제기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프랑스에서 "똘레랑스 정신"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무슬림의 폭동과 자생적 IS 조직원들이 벌인 테러사건 이후, 프랑스는 피부색과 종교의 차이에 똘레랑스를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아니, 그 이전부터 무슬림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곪아 터진 것이다. 종교와 피부색의 장벽에 프랑스의 삼색기는 가로막혀있었다. 그들이 피부색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면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이념은 프랑스에서 완벽하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된 것이 1944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몰랐을 것이다. 정식 의회를 거쳐서 참정권이 여성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 법률 명령에 의해서 여성의 참정권이 인정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공화주의자들에게 여성은 가톨릭 신부의 영향을 받아 왕당파를 지지할 염려가 있는 어리석은 존재들이었다. 진보적 인사라해서 모든 분야에서 진보적이지는 않다. 혁명중에서 가장 힘든 혁명은 자신을 혁명하는 일이다. 혁명하기 가장 힘든 분야는 생활속 혁명이다. 프랑스 대혁명이 정치적 혁명이라면, 지금의 프랑스는 생활속 혁명을 해야한다. 생활속 혁명은 일회성 혁명이 아니라, 지속적인 혁명이어야한다. 그래서 생활 속 혁명이 힘든 것이다 

  프랑스의 역사 속에도 흑역사가 있다. 나치에 협력한 비시 프랑스를 어떻게 보아야할까? 전쟁의 재앙에서 프랑스를 구했다며 패탱이 이끈 비시 프랑스를 농민과 부르주아는 지지했었다. 그렇게 된다면, 프랑스는 전범국가가 된다. 그에 비해서 드골이 이끈 자유 프랑스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면 프랑스는 승전국이된다. 역사는 기록하는자의 것이고, 기억하는 자의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는 가는 프랑스의 오늘을 결정하고, 미래의 방향을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가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을 구현할 자격이 있는 국가인지, 아닌지도 결정지을 것이다.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라는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나와 같이 프랑스에 대한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만 있는 사람에게는 프랑스에 대한 균형잡힌 지식을 알려주는 소중한 책이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도 바로잡아주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와 조선과의 만남이다. 보통 병인박해로 인해서 프랑스가 병인양요를 일으킨 것은 프랑스와의 첫만남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만남은 헌종시기까지 올라간다. 기해박해 시기에 조선은 프랑스 신부 3면을 처형했다. 이에 대해서 프랑스는 군함 2척을 이끌고 조선에 왔으나, 한강입구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듬해 새만금 근처 고군산도에서 강풍과 암초로 난파당한다. 만약 1846년 프랑스군과 조선정부의 만남이 이뤄졌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일본에 의해서 강제 개항되지 않고, 프랑스에 의해서 개항을 이뤘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세도정치의 모순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던 조선은 현명한 대응을 했을까? 일본보다 먼저 개항해서 근대화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ps. 프랑스 역사에서 관직매매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절대왕정 시기, 왕실은 관직매매를 통해서 왕실제정을 확충하고 대영주 귀족을 견제할 수 있었단다. 우리 역사에서 관직 매매는 사회를 병들게 만들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한국사의 상식을 가지고 프랑스의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위험한 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특정 국가의 사례가 타국에서는 예외적인 사례 일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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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7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7월 건강하게 ^.^

강나루 2021-07-07 18: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7-07 16: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07-07 18: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초딩 2021-07-08 0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당선작 축하드려요~

강나루 2021-07-09 04:13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황후화 2021-07-08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작 축하드려요~~~

강나루 2021-07-09 04:13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이하라 2021-07-08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1-07-09 04:12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bookholic 2021-07-08 0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07-09 04:14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처음 만나는 스페인 이야기 37 - 천의 얼굴을 가진 이베리아 반도의 뜨거운 심장
이강혁 지음 / 지식프레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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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가를 거닐다가 스페인에 관한 책을 골랐다. 프랑스와 영국에 관한 책에 비해서 스페인에 관한 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스페인에 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적은 나로서는 산책하듯이 스페인을 거닐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스페인 이야기 37'을 선택했다. 스페인은 어떤 나라일까?


  스페인은 모순이 가득한 나라이다. 첫째, 하나의 나라이 면서 4개의 언어가 공식언어가 존재한다. 카탈루냐, 바슼, 갈리시아, 카스티야라는 4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하나의 나라라니... 그럼 우리가 스페인어라고 부르는 언어는 도대체 어떤 언어라는 말인가! 보통 스페인어도 카스티아어를 지칭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1국가 1민족 1언얼르 당연시하는 우리로서는 참으로 생소하고 놀라운 일이다. 우리의 당연함이 타인에게는 생소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더올린다. 

  둘째, 다양함 속에서 획일성을 추구하는 나라이다. 이베리아 반도에 로마인, 게르만족, 무슬림이 쳐들어왔다. 레콩키스타를 통해서 로마 카톨릭 세력이 재정복을 완성하고 나서는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공존하는 이벨리아 반도가 로마 카톨릭으로 획일화 되기 시작했다. 신항로를 개척하며 밖으로 나아가는 스페인이 내부에서는 획일성을 추구하는 모순된 일이 벌어졌다. 종교와 민족이 다른 스페인 사람들을 로마 가톨릭으로 묶으려했으나, 결국, 로마 가톨릭을 선택하고 부유함을 포기하는 꼴이 되었다. 하느님은 사랑을 이야기했으나, 스페인은 성인 '산티아고'의 이름을 외치며 신대륙에서 인디오를 학살하는 군대의 사기를 높였다. 

  셋째, 승리하는 시대와 패배하는 시대의 교차점 펠리페 2세! 스페인 절대왕정을 이끌었던 펠리페 2세는 스페인 쇠락의 주점이라는 사실이 모순적이지 않은가? 1588년 무적함대가 영국에게 패배하면서 그 이전을 칼롤로스 1세, 펠리페2세의 '승리하는 스페인'이라하고, 그 이후 합스브르크 왕가 시대를 패배하는 스페인이라고 한다. 무리한 영국 침공과 무리한 로마 가톨릭 정책으로 해가지지 않는 제국 스페인은 쇠락하고 있었다. 특히 유대인을 비롯한 이슬람인들을 추방하고 종교 재판으로 화형에 처하면서 금융과 상업 및 제국 통치에 필수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외화내빈의 스페인! 내실을 다지지 않고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그들은 결국 패배하는 시대를 맞이한다. 그것도 너무도 빨리.....

  넷째, 유럽이라는 선진지역에 위치하지만, 1975년까지 프랑코라는 독재자에 의해서 통치된 나라이다. 독재자 프랑코는 마드리드가 위치한 카스티야지방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했지만, 바로셀로나가 위치한 카탈루냐 지방은 탄압을 했다. 이것은 카탈루냐 지방이 분리 독립을 외치는 씨앗이되었다.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모습은 박정희와 신군부가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영남을 발전시키면서도 호남을 소외시킨 것과 너무도 흡사하다. 독실한 로마 가톨릭 신자로서 가톨릭에 특혜를 주었던 독재자 프랑코! 그는 로마 가톨릭에서 말하는 천국에 갔을까?


  스페인에 대한 기초 지식이 부족한 나와 같은 사람에게 무척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스페인이 친밀해졌다. 코로나 19 펜데믹이 끝나면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그런데, 이 책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현재 남부의 도시 카디스는 페니키아인이, 동부의 도시 카르타헤는 카르타고인이 건설했다."(89쪽)라고 적어 놓았는데, 페니키아인들이 건설한 도시국가가 카르타고이다. 그렇기에 페니키아와 카르타고를 분리해서 서술할 필요가 없다. 저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저자가 대전에 스페인어 교사로 있다니, 기회가 된다면 만나서 스페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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