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움직이는 네 가지 힘
김봉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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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4학년 시기에 개설되었던 '미국사'를 수강하지 않았다. 임용고사에 미국사 문제가 몇문제나 나오겠나! 하는 얇팍한 생각이 나의 발등을 찍었다. 그해 임용고사 시험에 미국 독립선언서가 지문으로 나왔다. 미국 독립선언서와 프랑스 인권선언을 혼동한 나는 재수의 길을 밟아야했다. 오랜 동안 한국사를 가르치다가 작년 부터 세계사를 가르치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르치는 세계사 과목이다보니 수업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제 각 나라에 대한 개설서들을 통독하며 보다 생동감 있는 세계사 수업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미국사 전문가 김봉중 교수의 1'미국을 움직이는 네가지 힘'이라는 책 제목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미국의 어떠한 면을 나에게 보여줄까?


1. 미국의 정신, 프론티어! 

   미국 역사에서 변경이 아닌 곳이 없었다. 영국에서 배를 타고 아메리카로 첫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아메리카는 프론티어였다. 그리고 그 역사는 자신의 정착을 도와준 인디언들을 제압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아 새로운 국가 미국을 건설했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놀라은 사실은 식민지 정부가 인디언들과의 분쟁을 염려해서 서부로의 진출을 막은 것이 독립 전쟁의 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온 그들은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찼다. 인디언들이 가진 땅을 빼앗아 부를 이루고 싶었고, 결국 그 걸림돌인 영국에게서 독립하여 서부개척에 나섰다. 그리고 미국은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아 더욱 살이 토실토실 올랐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황금에 눈이 멀었던 피사로가 동료를 살해하고 자신도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던데 반해서,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아메리카 대륙에 뿌리 내리게했다. 서부 개척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결과는 '비민주주의적'일지 몰라도 그 과정은 지극히 '민주적'"이었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정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굳건히 세우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서부개척과 함께 수많은 이민의 행렬이 짧은 기간에 미국으로 밀려들었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땅을 빼앗고, 인디언에게 땅을 빼앗으면서 그 땅을 이민자들로 채웠다. 성공에 대한 욕망은 서부로의 이주를 자극했다. 짧은 기간의 급속한 변화가 혼란과 붕괴로 이어지는 모습을 우리는 역사속에서 많이 보아왔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급속한 팽창과 변화가 다문화주의, 다원주의 정책이 뿌리내리게 했다. 이민 초기에 아일랜드인과 유대인에 대한 차별은 새로운 이민 행렬 속에서 사그러들었다. 심지어는 히스페닉계와 아시아계 이민 행렬이 늘어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과해 세계 인종의 전시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미국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성숙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안정된 다문화 사회로 안착한 것일까?


2. 흑백문제, 치유가 가능할까?

  백인들은 인디언에게서 빼앗은 토지를 흑인들로 하여금 경작하도록했다. 북부는 빠른 공업화를 하여지만, 남부는 넓은 농장을 흑인 노예들을 부려 경작했다. 남부 백인은 그들의 귀족 왕국을 만들었다. 남부의 백인왕국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흑인노예의 피와 땀이었다. 노예제를 반대하는 링컨의 당선은 남부의 백인왕국을 위협하는 일이었다. 결국, 남북전쟁은 필연적으로 발발할 수밖에 없었다. 남부의 백인왕국이 스스로의 기득권을 내려 놓을리 없었다. 

  전쟁에서 보여준 남부와 북부의 모습도 극명하게 차이가났다. 북부의 뉴욕에서 징집제에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났다. 흑인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아까원 백인의 피를 흘릴 이유가 그들에게는 없었다. 반면, 남부는 물자가 부족해지자, 일반 시민들이 가정에서 쓰던 물품, 기타 금속제품을 헌납했다. 걷지 못하는 노인도 지원했다. 지원병이 너무도 많아서 지원자를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정신력에서 남부가 앞섰고, 물량면에서는 북부가 앞섰다.  

  결국, 전쟁은 북부의 승리로 끝났다. 연방정부는 북부군을 남부에 10년 동안 주둔시키면서 남부를 북부화하려했다. 그러나 남부의 정신마져도 북부화하지는 못했다. 남부의 대학에서는 남부의 이장에서 역사를 연구한다. 남북전쟁은 남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남부가 분연히 일어선 전쟁이며, 헌법에 보장된 노예라는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남부 학자들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들의 탄탄한 논리에 갖혀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는 자폐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시대 변화와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의 가치에 매몰되어 현실을 부정한다. 인간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계몽사상이 그들에게는 머나먼 나라의 꿈이야기인듯하다. 

  남부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이 변하기 시작했다. 흑인들의 인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루스벨트 대통령을 비롯해서, 트루먼, 케네디, 존슨 대통령들이 등장했다. 우리의 경우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삼당합당을 하며 민자당으로 들어가자, 부산과 영남이 보수의 색채를 강하게 띈 것과는 달리, 미국은 민주당을 버리고 공화당을 선택했다. 남부는 자신이 진리라고 믿는 전통과 문화를 지키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미국 사회에서 흑백문제는 너무도 뿌리가 깊다. 그 해결책이 너무도 아득해보인다.


  갈등의 요소가 너무도 많은 미국이 왜? 분열되지 않고 세계 초강대국으로 굴림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파이가 크기 때문이라 말한다. 서부라는 풍부한 기회의 땅이 있으며, 세계 초강대국으로서의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힘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부상하고, 코로나 19 펜데믹에 재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서 그 파이가 무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 김봉중은 "21세기 중반쯤에 미국은 흑백으로 양분될 가능서잉 높다."라고 말했다. 흑인을 한편으로 하고 아시아계 소수민족과 히스패틱을 포함한 백인의 대립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중국에 대한 협오감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혐오범죄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전선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흑인 VS 백인 VS 아시아계라는 대립전선이 형성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해본다. 미국은 모순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 모순을 극복하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있기에 미국의 밝은 미래에 한표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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