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의 소장도서가 물경 3,000만권은......물론 아니고, 대충 3,000권은 넘었는데, 근 이년 사이에 아마도 2,000권 정도는 팔아치우고 이제 몇 권 남지 않았다. 맹자가 세상사 천하의 일을 일러 일치일난(一治一亂)이라 했던가. 소생의 짧은 인생사를 돌이켜보면 소생 장서의 일치일난은 10년을 한 주기로 하는 것 같다. 2010년대에 대거 팔아치웠다가 다시 꾸역꾸역 사모았고, 2020년대에 또 다시 대거 팔아치워었으니....음 이제 다시 꾸역꾸역 끌어모을 그런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가련한 억조창생이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에 속절없이 끌려가듯이 미련한 축생 따위가 어찌 이 윤회의 물레방아를 멈출 수 있으리오.

 

한 권의 책을 샀다가 팔아치우고 다시 사는 경우는 비일비재...까지는 아니라도 뭐 그럴 수도 있지 양해가 되는 수준인데, 다시 산 책을 또 다시 팔아치우고 그 책을 또또 다시다시 사는 그런 샀다팔았다샀다팔았다사는 무슨 공중제비 연속 2회전반 같은 고난이도 기술을 소생이 수차례 시전하게 된 것은 아마도 소생이 필시 윤회의 물레방아 절구통에 머리를 다친 때문일 것일레라. 무슨 소린가 하면 바야흐로 이제 때가 되었음이라. 무슨 때? 책을 사야할 때!  

 

현암사에서 나온 <왕실문화총서>(4)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런 귀한 책은 절판되기 전에 구입각! 고럼!! 돌배게의 <왕실문화총서>(9)도 있는데 현암사판보다는 못한 것 같다. 문화재청에서 나온 <궁궐의 현판과 주련>(3)도 너무 솔깃하고 쫄깃하다. 이것도 소장각! 그리하여 이 중 <국새와 어보> <궁궐의 현판과 주련(경복궁)> 일단 두 권을 구입했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요즘은 퇴직하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나름 꿍꿍거리고 있는데 '1인 출판'이 어떠한가 하는 생각에 요즘 관련 도서를 열심히 주워 읽고 있다. 그래서 금회에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두권을 구입했다.

    

사실 이건 정말 진짜 비밀 이야기인데, 쉿! 비밀!!  소생이 사실 자비출판도 해봤고 부크크 pod 출판도 해봤어요. 자비 출판은 2013년에 소판 돈 580만원 처박아 1,000부 찍었는데 500권 정도 팔려서 인세로 350만원 정도 들어왔고, 나머지 500권중 300권은 내가 받아서 똥품나게 사인해서 이곳저곳 내 꼴리는대로 마구 뿌렸고(그래도 아직 집에 50권쯤 있습니다), 50권은 출판사에서 도서관, 언론사 등등에 납본했다하고, 나머지 150권은 아마도 출판사 물류창고에서 썩고 있거나 아니면 벌써 폐기처분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

 

자비 출판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두 번 할 것은 못되고, 그 뒤로 부크크로 책을 한번 만들어 봤는데, 이게 나름 취향 저격인 것이 소생 무슨 편집의 '편'자는 커녕 'ㅍ'도 모르는 쌩초짜인데, PC에서 원고 조물조물 거리는 것이 나름 재미가 있더란 말입니다. 그래저래 이리저리 쭈물럭쪼물럭거려, 잘되었든 못되었든, 똥인지 된장인지, 책 한 권을 뚝딱하고 떡하니 만들었는데, 표지 디자인 비용 30만원(20만원 이었던가?)을 제외하고는(물론 공짜 표지도 있고 본인이 디자인 할 수도 있다) ISBN 등록비 5천원 밖에는 돈이 안들어서 주린 서생이 책 만들기에는 똑딱이긴한데....... 역시나 기름칠을 안하니 떼깔이 거무죽죽퇙퇙하다. 나름 소박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조금 허접한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도 가능하다. 소생의 허접한 책은 2020년에 출간되었는데 지금까지 총 24권이나 팔렸다. 자그마치 24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권당 수익은 700원,,,7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00 곱하기 24는 = 16800원. 디자인 비용 감안하면 283,200원 적자다. 

  

지멋대로 싸질러 놓은 잡문도 조금 있고, 인디자인(도서 편집 프로그램)도 조금 배우고, 뭐 아직 그럴듯한 아이템은 없지만 어쨌든 퇴직해서 1인 출판사를 떡하니 차려놓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꿍짝꿍짝거리면 돈벌이는 안되도 인생 말년 보람있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한창 이 생각 만발했다.   

 

*** 민음사세계문학전집 벽돌깨기는 얼마전 21,22 파우스트를 끝내고 역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을 읽고 있스므니다. <신곡>도 역시 민음사판으로 읽겠지만 열린책들에서 나온 저런 특별양장본은 또 반드시 소장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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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5-28 0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하셨다는 책이 어떤 책인지, 몹시 궁금하옵니다.
책 출판은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붉은돼지 2022-05-28 11:54   좋아요 1 | URL
요즘 한창 1인 출판 생각으로 머릿 속에 백화만발입니다. 24권 판매한 주제에 혹시 대박나는 거 아냐 어쩜 좋아 ㅎㅎㅎ 온갖 상상을 다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퇴직은 좀 남았고 뭐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1인 출판 관련 이런저런 책을 보면서 혼자 사상누각을 올리며 즐겁습니다.

제가 거금 투자하여 자비로 출판한 책은 여행기입니다. 정말 여행기는 쏟아져 나오고 있죠 <자동차로 유럽여행 90일의 diary> 휴직하고 아내와 5살 딸하고 자동차 리스해서 유럽 돌아다닌 일기체 여행기입니다.
부크크에서 출간한 책은 <이스탄불, 영원한 제국의 수도>로 여행기는 아니고 역사인문교양서 쯤 되는 뭐 그런 책입니다. 한 도시의 연대기랄까, 나름 공력을 들여 만들어 자그마치 24권 판매 ㅋㅋㅋㅋㅋ 사진도 없고 모양새도 조금 허접합니다. 나중에 1인 출판사 차리면 칼라사진 넣고 모양내서 뽀대나게 함 만들어보고 싶습니다만....


hnine 2022-05-30 13:16   좋아요 1 | URL
중고책은 아직도 구입할수 있네요.
다행입니다 ^^

2022-05-30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30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2-05-28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언제 책을 내셨습니까? 2013년 따님 5살과 함께 떠나셨다면 지금은 처녀티가 나겠는데요?ㅎ
근데 절판이 됐네요. 아쉬운데요? 언제 다 팔렸나요?
부크크에서 내셨다는 책도 아쉽네요.
나중에 언제요? 당장 내십시오! 보고 싶습니다.ㅎㅎ

붉은돼지 2022-05-28 20:09   좋아요 1 | URL
여행은 2012년에 가서 지금은 처녀는 아니고 중2 중2 중2 입니다. 책은 다 팔린건 아니고요. 계약이 그런지 몇년 지나니 그냥 절판시켜 버리더군요 ㅜㅜ

제가 나중에 일인출판사 차려 떡하니 책내면 소식 올리겠사옵니다. ㅋㅋ

프레이야 2022-06-09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인출판사 응원합니다. 나중 신고해주세요 차리면. ㅎㅎ

붉은돼지 2022-06-09 17:22   좋아요 1 | URL
요즘 이런저런 책들을 읽어보는데 이게 또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듯 합니다만....
열화와 같은 응원에 힘잆어 꼭 떡하니 뚝딱 차려보이겠습니다요.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언젠가는요 ㅎㅎㅎ
 

아아아 우리집에 식구가 하나 늘었다.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지난 5월8일 어버이날 새끼 냥이 한마리 입당(入堂)했다. 그리하여 소생의 당내(堂內) 서열은 1단계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당내 서열 5위. 소생의 서열 하락은 뭐 거의 확정적이나, 신입 냥이의 서열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당내 서열 1위인 8kg 거대 고양이 초코는 새로 입당한 400g의 나나(소생은 작명에 콩순이를 적극 주장하였으나 역시 하위서열의 의견은 접수되지 못했다.)가 아무 생각없이 쫄래쫄래 다가가자 화들짝 놀라면서 도망갔다. 뭐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다는 똑 그런 형국이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아직 본격적인 합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분간은 호상간 탐색의 시기이다. 모쪼록 당내에 사랑과 평화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번 파우스트 1을 읽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그 옛날 초코의 입당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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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16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기 냥이 몹씨이 귀엽습네다.

붉은돼지 2022-05-16 13:43   좋아요 3 | URL
너무 귀여워요 꼬물락 거리는 거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ㅎㅎ

프레이야 2022-05-16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고고 이뻐라. 나나가 일순위지요 ㅎㅎ
넘 귀여워요 아가냥이라뇨.
책갈피도 냥님 얼굴이네요 ㅎㅎ
졸라의 나나는 담아갑니다.

붉은돼지 2022-05-16 13:47   좋아요 1 | URL
초코가 나나를 조금 시샘하는 것 같아요. 당내 권력다툼이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됩니다. ㅎㅎㅎㅎ
책갈피는 우리 초코를 모델로 딸내미가 만든 거예요 ㅎㅎ

수이 2022-05-16 1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 무슨 종이든지 아가가 모든 귀여움을 독차지하는군요. 사랑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붉은돼지 2022-05-16 13:5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인간이고 짐승이고 어린 것 앞에서는 뭐 속수무책이죠 ㅎㅎㅎㅎ

꼬마요정 2022-05-16 1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까아아아앗!!!!! 너무 귀엽습니다. 콩순이란 이름도 참 귀여운데 나나도 이쁩니다.
졸라의 나나 저 책 표지 너무 유혹적이에요. 희안하게 벨 아미는 쉽게 읽었는데 나나는 쉽지 않네요.
모쪼록 당내 서열 정리가 잘 되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사진 자주 올려주실거죠???^^)

붉은돼지 2022-05-16 14:20   좋아요 2 | URL
예 너무 귀엽습니다. 저는 졸라의 나나를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저 표지는 조금 도발적이군요 ㅎㅎㅎ 벨아미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당내 서열 정리 끝나면 초코와 나나 합사 사진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05-16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세상 귀엽습니다^^ㅎㅎ 넘넘 쪼매나요ㅠㅠ
즐거움이 하나 더 느실 것 같네요~ㅎㅎㅎ

붉은돼지 2022-05-16 14:21   좋아요 1 | URL
맞아요 너무 작아요. 400g쯤 나가는 것 같더라구요. 첫째인 초코도 처음에는 저렇게 쪼꼬미였는데 지금은 8kg이 넘는 뚱냥이가 되었습니다. ㅜㅜ

종이달 2022-05-16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붉은돼지 2022-05-16 17:09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합니다.

blanca 2022-05-16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너무 예쁘네요. 인형인가요?

붉은돼지 2022-05-16 17:11   좋아요 0 | URL
인형같은 작은 것이 꼬물거리는 모습 너무 귀엽습니다. ㅎ

yamoo 2022-05-16 15: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나 입당이라길래 졸라의 나나를 읽고 계신갑다했는데 냥이네욤..^^
좋네요~~~~ㅎ

붉은돼지 2022-05-16 17:18   좋아요 0 | URL
졸라의 나나에서 따온 것은 아니구요
그냥 쉽게 부르다 보니 나나가 되었습니다. ㅎㅎ

Breeze 2022-05-16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기 고양이 너무 예뻐요.
울집 고양이는 커다래서 ㅠ.ㅠ

붉은돼지 2022-05-16 17:19   좋아요 1 | URL
우리집에도 순둥순동한 거대 냥이 한마리 있습니다. 쪼꼬미하고 비교하니 정말 거대 냥이더군요 ㅎㅎㅎ

mini74 2022-05-16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나 우와!!! 꽃미모. 콩순이보단 나나이옵니다 ㅎㅎㅎ

붉은돼지 2022-05-16 17:20   좋아요 1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콩순이가 마음에 들지만 당내 서열이 낮아서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나나도 마음에 들어요 ㅎㅎ

moonnight 2022-05-16 16: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400g@_@;;;; 너무 작고 연약해서 만지기 두려울 것 같아요@_@; 참 귀엽네요♡

붉은돼지 2022-05-16 17:22   좋아요 1 | URL
정말 손에 잡으면 거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슨 구름을 잡는 기분이에요 ㅎㅎ 뭐 구름을 실제로 잡아본 적은 없지만요 ㅎㅎ

페넬로페 2022-05-16 18: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예쁘고 귀여워요.
품에 안아주고 싶어요~~
미래에 어떤 나나로 성장할지 궁금한데요 ㅎㅎ

붉은돼지 2022-05-16 20:40   좋아요 1 | URL
너무 작고 가벼워서 안아도 안은듯 만듯합니다. ㅎㅎㅎ
부디 초코와 사이좋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ㅎㅎ
 

김동리의 생애는 그 자체가 뭐 소설 이상이고 한 편의 막장 드라마입니다.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나무위키의 내용과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여러 신문 기사들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김동리(1913~1995)

 

해방후 한국 문단에서 시는 미당, 소설은 동리 아닌가 생각한다. 뭐 정치적 성향은 별론으로 하고 말이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동리의 혈통은 조선 사림의 거두로 영남학파의 시조로 추앙받는 김종직에 닿아 있다. 점필재의 17대손이라고 한다. 한학자이자 동양철학자 범부 김정설(1897~1966)은 동리의 친형이다. 이분이 또 대단하신 분이다. 김지하는 생명사상과 관련하여 우리 민족 유사이래 3대 천재로 원효, 최제우, 김범부를 호명하고 있다. 동리는 16년 연상인 이 형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범부가 지은 책 중에 <화랑외사>가 있고 동리의 신춘문예 당선작이 <화랑의 후예>였다.

 

동리는 결혼을 세 번 했다. 첫 번째 부인은 김월계이고, 두 번째 부인은 소설가 손소희(1917~1987)이고, 세 번째 부인은 소설가 서영은(1943~)이다. 김월계와는 1940년 결혼해서 1966년 이혼했다. 슬하에 51녀를 두었다. 1937년 동리는 경남 사천의 광명학원 강사로 있었는데 당시 하숙집 딸이 김월계였다. 진주의 한 성당에서 식을 올렸는데 그때 주례가 만해 한용이었다고 한다.

 

1948년 서울 명동에서 전숙희와 손소희가 마돈나 다방을 차리고 있었다. 당시의 다방은 지금과는 달라서 인텔리 사교 살롱같은 곳이었다. 한무숙이 소설을 쓰려는 손소희에게 김동리를 소개해 주었다. 손소희 역시 유부녀였지만 어쨌든 동리와 눈이 맞고 말았다. 전쟁 중에 동리는 북한군이 점령한 서울에 숨어 있었는데, 이때 손소희가 위험을 무릎쓰고 헌신적으로 보살폈다고 한다. 1953년에 부산에서 동리는 손소희와 살림을 차리고 동거를 시작했다. 이 때 본부인 김월계가 손소희를 찾아와서 머리 끄댕이를 붙잡고 어쩌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바탕 난리를 친 적이 있는데, 이게 또 당시 신문에 특종기사로 보도되어 가판대에서 기록적으로 팔렸다고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이왕지사 이렇게 된거 손소희는 동리의 집안 살림 경제을 도맡아 처리하면서 남의 서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동리가 문학가로, 문화 권력으로 출세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동리는 손소희의 내외조에 힘입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서라벌예술대학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1966년 본부인 김월계와 이혼한 후, 손소희와 따로 결혼식을 올렸는지 혼인신고를 했는지는 찾아봐도 기록이 없다. 어쨌든 1966년 이후에 김동리-손소희 커플은 떳떳한 부부가 되었지만 동리는 이때 이미 새로운 여인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968년경에 동리는 서영은을 만난다. 당시 현대문학 실기 강사였던 박경리가 서영은의 습작소설을 보고 김동리를 한번 찾아가 보라고 권했다. 1943년생인 서영은 그때 이십대 중반이었고 김동리는 오십이 훌쩍 넘은 나이였다. 문학계에 있어서 동리의 위치로 보나, 둘 사이의 연차로 보나, 더구나 동리는 재혼한 유부남이었고 서영은은 이십 대의 처녀였으니 이 불륜 사건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손소희는 자신 역시 불륜으로 이루어진 관계라서 업보로 생각했는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대범해서 그런지 서영은을 묵인 내지 관용했던 것 같다. 1973년 김동리 손소희 부부가 <한국문학>을 창간했을 때 편집장 이문구가 서영은을 경리 및 편집기자로 채용했고, 서영은이 문단 후배이니 손소희는 서영은을 그런대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영은의 증언에 의하면 손소희는 서영은에게 동리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1987년 손소희가 죽고 그 이듬해에 서영은은 동리와 어느 절간에서 단촐한 결혼식을 올린다. 20여 년을 음지에서 숨겨진 여인으로 살아오다가 이제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지만, 남편은 1990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5년을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다가 죽었다. 서영은이 동리와 법적 부부로 건강하게 같이 지낸 기간은 3년에 불과했고 그후 5년은 똥오줌 받아내는 식물인간 병수발이었고, 동리가 죽은 후에는 전처 소생 자녀들과 재산을 둘러싼 진흙탕 법정 분쟁을 겪었다. 서로의 상처를 물고 뜯고 울고 불고 할퀴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서영은은 이 와중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수모와 치욕을 겪고 결국 재판에서도 패소해서 거의 빈털터리로 쫓겨났다고 한다. 그 기구한 사연은 당시 여성잡지에 수없이 오르내렸다. 동리 자식들 측의 변호인은 김평우였다. 김동리의 차남으로 박근혜 탄핵심판에 참여한 바로 그 변호사다.

 

동리는 김월계와 사이에서 51녀를 두었다.(손소희와 서영은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자식들이 모두 재주와 능력이 있어 신문기자, 법관, 외교관, 대기업 임원 등으로 입신 양명했다. 차남 김평우는 1945년생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사생활 후에 변호사 개업했고 나중에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박근혜측 변호인단에 참여해 진상을 부려 구설에 오르내렸다.

 

2014년에 서영은은 김동리와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자전적 소설 <꽃들은 어리로 갔나>를 펴냈다. 여러 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서영은은 동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이는 인색했고, 폭군이었고, 이기적이었다. 그리하여도 그 남자는 운명이었고 애뜻했다.“ 동리에게 심한 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살의의 가까운 주먹으로 맞아서 피투성이가 된 적도 있다고 한다. 소설에 묘사된 동리는 소유한 것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 그의 소유란 젖동냥에서 비롯된 생래적 결핍감을 채우고 또 채워서 쌓이게 된 잡동사니들이었다. 그에겐 아내도 소유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토록 혹독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동리의 어떤 부분이 두 사람을 끈끈하게 맺어줬느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린 몸이 잘 맞았어요

 

미당은 동리 산소의 비문에 이렇게 적었다. ”무슨 일에서건 지고는 못 견디는 한국 문인 중의 가장 큰 욕심꾸러기, 어여쁜 것 앞에서는 매양 몸살을 앓던 탐미파 중의 탐미파, 신라 망한 뒤의 폐도에 떠오른 기묘하게도 아름다운 무지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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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5-12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영은 작가와의 관계에 대해 알고서 꽥-_-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탄핵심판에 등장한 김평우 변호사에 이어져서 또 놀랐던@_@;;; 친구에게 저 사람이 김동리 아들인데 말이야 하며 주절주절 설명했던 기억이@_@;;;

붉은돼지 2022-05-12 19:35   좋아요 1 | URL
정말 꽥! 하고 놀랄 일이지요 참... 알라딘으로 검색해보니 김동리 문학전집이 33권이나 되는데 또 한번 놀랐습니다.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역마> 같은 소설은 참 괜찮았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경주 출신으로 화랑의 후예라는 부심이 있었는지 신라 관련 역사소설도 많이 썼더군요.

moonnight 2022-05-12 19:39   좋아요 0 | URL
와 그렇게나 많나요? 저는 무녀도, 등신불 밖에 모르겠는..ㅠㅠ;
 

19. 파리대왕 (1판 83쇄, 2021.11.24.)


두 번째 읽는다. 10년 전인지, 20년 전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가물치ㅋㅋ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무언가 뒷골이 서늘하게 섬뜩하고 무서웠던 기억만은 뚜렷하게 남아있다. <15소년 표류기> 같은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의 흥미진진한 모험소설은 아니었다.


알라딘에는 백자평이 94건이 올라와 있는데 거의 반 정도는 번역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졸역이니 최악이니 꽝이니 하는 표현들이 보인다. 소생도 소설을 읽어보니 조금 이상한 문장도 있고, 지문에도 한문체 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특히 12세의 소년들이 대화 중에 회합, 미구, 화경, 미채 등등 그 뜻도 어려운 한자를 사용한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보면,    


- 넌 헤엄치지 않으련?(p16)

- 그래서 랠프가 회합을 연 거야(p28)

- 잭은 멋있게 창칼을 빼들었다.(p42)

- 한동안 부산하게 과일을 찾아 걸귀처럼 먹으면서(p43)

- 따라서 미구에 배가 한 척이 이리로 찾아들 거야‘(p53)

- 저 애 안경! 그걸 화경(火鏡)으로 쓰면 돼!(p57)

- 미채(迷彩)라는 속임수 있잖아?(p90)

- 열적은 듯 킬킬거리는 소리가(p118)

- 랠프는 모경(暮景) 속에 서 있는 꼬마를 응시하였다.(p127)

- 주위의 어둠은 (중략) 수수께끼와 위협으로 미만했다.(p146)


- 창칼 : 여러 가지 작은 칼을 통틀어 이르는 말

- 걸귀 : 음식을 몹시 탐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미채 : 적군이 식별하지 못하도록 차량, 비행기 따위에 주변의 색과 비슷한 색을 칠하는 위장

- 미구 : 얼마 오래지 아니하다

- 화경 : 햇빛을 비추면 불을 일으키는 거울이라는 뜻으로 볼록렌즈를 이르는 말

- 모경 : 해가 질 무렵의 경치

- 미만 : 정한 수효나 정도에 차지 못함 또는 그런 상태 

 

창칼이 작은 칼을 이르는 말인줄 처음 알았다. 볼록렌즈를 화경이라고 하고, 미채가 군사적으로 위장 색칠을 이르는 말인 줄 처음 알았다. 견문 일천한 소생의 천학 무식이 부끄러워 몸 둘 곳을 알지 못하겠다.   


2010년 이전에 나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뒷날개에는 새 문학전집을 펴내면서라는 발간사 비슷한 글이 실려 있다. "(상략) 세대마다 문학의 고전은 새로 번역되어야 한다. <두시언해>는 조선조 번역 문학의 빛나는 성과이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시대의 두시 번역이 필요하다. 엊그제의 괴테 번역이나 도스토예프스키 번역은 오늘의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시키지도 못한다. 오늘에는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오늘의 번역이 필요하다. (하략)" 편집위원으로 김우창, 유종호, 정명환, 안심환의 이름이 올라있다. 요즘 나오는 책에는 이 발간사가 없어졌다.


민음사의 <파리대왕>은 이른바 대한민국 문단의 4대 평론가(김현, 김우창, 유종호, 김윤식) 중 1인인 유종호 번역인데, 그는 1935년생이고, 이 책 초판이 1999년에 나왔으니 역자가 65세에 번역했다는 이야기인데, 이제 20년도 훌쩍 넘었으니 위 발간사에서 아주 적확하게 지적했듯이 오늘의 젊은 독자에게 호소하는 오늘의 번역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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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4-30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민음사 파리대왕 두번 도전했다가 두번 실패했어요. 읽히지가 않더라고요.

붉은돼지 2022-05-01 10:14   좋아요 2 | URL
문예출판사판도 있더라구요. 미리보기로 보니 민음사판 보다는 좀 더 매끄러운 느낌입니다.

mini74 2022-04-30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뭔가 어색하다 하면서도 15소년 표류기의 다크버젼인가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

붉은돼지 2022-05-01 10:16   좋아요 2 | URL
맞아요! 방드리디가 로빈슨크루소의 뒤집기라면 파리대왕의 15소년 표류기의 다크버젼!!

거리의화가 2022-05-01 0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번역 정말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외국 소설이 잘 안 읽히는 이유가 번역 문제가 크더라구요-_-;

붉은돼지 2022-05-01 10:21   좋아요 3 | URL
맞아요! 여러 번역본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파리대왕이 나름 유명한 소설인데 번역본이 2개뿐인 것 같더라구요

서니데이 2022-05-04 2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도 여러 번역본을 보는 게 좋더라구요. 번역가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이 있기도 하고요, 시간에 따라서 우리 말의 느낌도 달라지는 것들이 있어서요. 말씀하신 것처럼 시대에 따라 새로운 번역이 나오는 것도 좋고, 이전에 번역된 책이 소실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해요.
잘읽었습니다. 붉은돼지님, 내일 어린이날 공휴일 즐겁게 보내세요.^^

붉은돼지 2022-05-05 09:47   좋아요 2 | URL
고전문학전집을 펴내는 출판사들이 많으니 아마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번역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민음사 번역본에 대한 불만이 많지만 나름의 의미와 성과가 있는 번역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니데이님 즐거운 어린이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근 삼 년만에 기차타고 서울 가는 것 같다. ktx 잡지에 초판1쇄본과 정간물 창간호를 모은 유별난 서점, 충북 제천의 ‘처음책방‘에 대한 소개가 있어 올려본다. 기차간에서 읽을 책으로 민음세계문학19 <파리대왕>을 준비했다. 옛날옛날에 한번 읽었는데 다 읽고 무서웠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책든 손 귀하고 읽는 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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