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이 맥주 병뚜껑이니, 위스키나 와인 병의 라벨이니, 스노우볼이니 하는 것들...(뭐 말하나마나 책이 빠질 수가 없고..) 이런저런 쓸데없는 물건 수집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 좋아함의 정도를 논하자면 강박이라고 하기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고 ()’(다음 사전에는 무엇을 지나치게 즐기는 병’, ‘고치기 어려울 정도로 굳어진 버릇이라고 나와있다.)에도 역시 조금 모자란 듯하나 단순 취미는 약간 넘은 듯도 하고 그런데,....나는 왜 이 모양인가? 왜 이런 쓸데없는 곳에 그 귀한 시간과 더 귀한 돈과 조금 덜 귀한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인가?????? 가만 곰곰 생각해본즉슨 소생은 원래!!!, 본래!!!, 생겨 처먹은 것이 잡스러워서 잡다한 것들을 모으기를 좋아한다!!!!!!고 그렇게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어제 저녁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보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수십 년간 강박적인 수집가들과 상담을 해온 심리학자 워너 뮌스터버거는 <수집 다루기 어려운 열정>에서 수집 습관이 모종의 "박탈 혹은 상실 혹은 취약성"이 발생한 후 급격히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으며새롭게 하나를 수집할 때마다 수집가에게는 폭발적인 도취감을 주는 "무한한 힘의 환상"이 흘러넘친다고 말했다....그라나다대학에서 수년간 수집가들을 연구한 프란시스카 로페스-토레시야스는 스트레스나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수집에 의지해 고통을 달랜다며 비슷한 현상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낄 때는 강박적인 수집이 기분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뮌스터 버거가 지적하듯유일한 위험은 여느 강박과 마찬가지로 수집 습관이 신나는’ 일에서 파멸적인’ 일로 바뀌는 어떤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p31)

 

수년간 수집가들을 연구하고,(그게 뭐 연구거리가 되나?) 수집가들과 수십 년간 상담을 해온 학자들이 있다는 것도 무척 놀랍기는 하지만 역시나 교수님, 박사님들의 말씀이 딱 들어 맞았다. 소생도 어렴풋이 희미하게 느끼고는 있었다. 어린 시절의 어떤 상실감이나 박탈감, 인생도 되지못한 축생이라는 존재 자체의 취약성과 무력감 같은 것들과 수집벽이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다. 여기 이렇게 쪽집게 도사님 같은 말씀을 듣고 나니 역시 공부 많이 하신 분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뭐 수집벽의 원인을 알았다고 해도 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그 상실감을 채워주고 박탈감을 날려줄 수도 없거니와, 병인을 알았다고 해서 축생이 문득 인생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수집이라는 이 신나는 일이 어느날 문득 돌아보니 집구석구석에 쓰레기가 가득가득하거나 아니면 내 은행 계좌에서 대출의 폭탄이 터지고 마통의 지뢰가 폭발하는 그런 파멸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신줄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그런 생각은 해보는 것이다.

 

각설하고, 아래 사진은 소생이 수집한 스노우볼 중 일부다. 여기 등장하는 도시들 중에는 소생이 왕년에 가본 곳도 있고 못 가본 곳도 있다. 딱 반반이다. 당연한 이야기로 이 스노우볼 들을 모두 현지에서 구입해서 가져온 것은 아니다. 10개 중 단 한 개만 현지에서 가져온 것이니, 남프랑스 지중해 연안의 꼬뜨 다 쥐르의 에즈!!!! 아아아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으다...정말... 나머지 9개는 당근에서 구입했다. 사실 현지에서 스노우볼을 구입해서 그 살얼음 같은 유리구슬을 여기저기 들고 다니다가 뱅기타고 가져오기는 참 쉽지가 않다. 아아 고마운 당근이시여!!!! 사합니다. 아시겠지만 당근은 눈알 건강에도 정말 좋다고 하네요.. 요즘 눈알이 침침하고 노안도 오고 그래서 당근 열심히 먹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이 스노우볼은 오래 두면 알게모르게 물이 조금씩 새기도 하고, 물 색깔이 누르땡땡하게 변색이 되기도 하고, 또 이것이 살얼음 같은 얇은 유리구슬이라 깨어지기도 쉽다. 그래서 몇 개 버리기도 했는데 이제 소생이 드디어 스노우볼 수리 기술을 습득하였으니, 어느날 갑자기 스노우볼이 문득 깨어지거나 물이 새거나 변색이 되어도 아무 걱정이 없게되었다. 만세이!!! 만세이!!! 만만세이!!!!




오늘 수리대상. 한놈은 물이 많이 샜고, 한놈은 물색이 누르띵띵, 한놈은 유리구가 박살


준비물 : 정제수, 유리구, 고무마개, 아쿠아 접착제, 글리터(눈송이), 글루건


일단 끓인 물 속에 수리할 스노우볼을 2~3분 정도만 담가주면 쉽게 분리가 됩니다. 


분리된 스노우볼, 유리구와 받침대에 글루건 덩어리들이 붙어 있는데, 가능한한 깨끗하게 벗겨낸다. 글루건이 뜨거운 물에 녹아 흐물흐물 하므로 벗기기 쉬움


유리구와 고무마개, 피규어를 분리하고 글루건 찌꺼기 제거한 모습


피규어부분이 고무마개에서 떨어질려고 해서 접착제로 부착하였음


유리구를 뒤집어 정제수를 넣고, 글리터(눈송이)를 넣은 후 스푼으로 저어줌


고무마개로 유리구 입구를 막는다. 이 작업이 조금 어렵지만 조금 해보면 요령이 생김. 이때 유리구 안에 공기기포가 생기는데 고무마개를 살짝 벌리고 정제수를 채워주면 공기방울이 없어짐 


물이 새지 않도록 고무마개와 유리구 입구 부분에 글루건으로 발라주고 받침대 안쪽에도 글루건을 발라준 후 결합시키면 끝.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23-05-05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노우볼도 시간이 지나면 수리가 필요한 거군요. 새것처럼 깨끗해보여요. 리폼의 달인 하셔도 되겠어요.
붉은돼지님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붉은돼지 2023-05-05 21:00   좋아요 2 | URL
스노우볼 수리하는 게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더라구요. 예전에는 불면 날아갈까? 깨어지면 어쩌나, 물 새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걱정 없습니다. ㅎㅎㅎㅎ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은하수 2023-05-06 00: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색다른데 도움되는 좋은 정보네요!
저도 깨질까봐 이사때마다 뽁뽁이 칭칭., ㅎㅎ
감사합니다~~ 잘 기억했다가 활용해 보겠습니다^^

붉은돼지 2023-05-06 10:57   좋아요 2 | URL
스노우볼 수리가 뭐 생각만큼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언제 시간나실 때 날 잡아서 함 해보서요
이것저것 구입하고 준비하는 것이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ㅎㅎㅎㅎ.

니르바나 2023-05-06 0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도 부처 이름이 자주 바뀌고 정치에 관심이 없어 요즘은 무엇으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문화공보부 산하 문화재 관리청장으로 붉은돼지님이 딱 안성마춤 자리인데
참 대단하십니다! (이 소리는 니르바나가 감탄하는 소리입니다.^^)

붉은돼지 2023-05-06 11:00   좋아요 2 | URL
아이고!! 저야 뭐 시켜만 주신다면 감지덕지 ㅎㅎㅎㅎㅎㅎ
검색해보니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외청으로 문화재청이 있네요..예전에 유홍준 교수가 청장을 했었죠 아마

책읽는나무 2023-05-06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아..대단하십니다.👍 👍
전 알라딘 스노우볼 변색되어 응? 하면서 바로 버렸었는데....^^;;;
진정한 스노우볼 수집가 이셔요.
그 와중에도 솔 출판사 울프 시리즈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도 시리즈 모으는 중인데 다 모으면 저런 색감이 되는군요? 예쁘네요.
스노우볼도, 울프 책두요^^

붉은돼지 2023-05-06 15:35   좋아요 1 | URL
저도 울프 전집 나오고 한 권씩 두 권씩 사모아서 얼마 전에야 드뎌 완비!! 했습니다....만......아직 읽은 게 없습니다. ㅜㅜ 아마도 언젠가는 3~4권 정도는 읽겠지만 나머지는 그냥....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일종의 수집가여서..ㅜㅜ 특히 전집선집한정판특별양장판 등등등 말이죠 ㅜㅜ 이렇게 한 권씩 사모으고 있는 전집세트가 여러 종류가 됩니다........

hnine 2023-05-06 1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노우볼 좋아해서 몇개 가지고 있어요.
사진 보다가 눈송이를 어디서 구입을 하셨지? 하고 보니까 스노우볼 클리닝 키트를 파는군요.
대~단 하십니다.

붉은돼지 2023-05-06 15:39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준비하는게 좀 귀찮아서 그렇지 뭐 대단한 기술을 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혹시 나중에 스노우볼 문제 생기면 한번 해보시어요..ㅎㅎㅎㅎ 인터넷에 보니 스노우볼 DIY 세트 파는 곳이 있더군요.. 저 눈송이는 글리터라고 하던데...손톱에도 붙이는.....금박,은박,별모양,하트모양,세모,네모....종류가 많더라구요...

바보한스 2023-05-18 1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뮌스터버거의 수집 책은 원서인가요 국내 번역이 안된거죠

붉은돼지 2023-05-19 10:1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보한스님..ㅎㅎㅎ
저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 글을 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알라딘에도 찾아봤는데 국내에 번역된 것은 없는 것 같더군요 ㅜㅜ
 

언제였던가? 예전에유홍준의 책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몇 권까지 읽었나 모르겠다. 서울편은 안 읽었고, 일본편은 교토만 읽은 것 같고, 가장 최근에 나온 중국편 돈황, 막고굴, 실크로드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소생이 돈황에 나름 관심이 많아 200만원(은 아니고)이 넘는 돈황학대사전도 구입했었다.(물론 지금은 팔아먹고 없다.ㅜㅜ), 영국놈 스타인, 불란서놈 펠리오, 일본놈 오타니 등등이 돈황의 유물 약탈하는 이야기 <실크로드의 악마들>은 왠일인지 조금 읽다 말았다. 파란 눈의 펠리오가 막고굴의 한 토굴에서 촛불 켜놓고 산더미처럼 쌓인 두루마리 문서를 검토하고 있는 모습은 나에게는 약간 경이롭게 보였다. 막고굴의 고문서들은 현대의 한자로 쓰인 것도 아니고 고대 한자에 서역문자에, 갑골문같은 문자도 있고 하여튼 아무나 읽을 수 있는 뭐 그런 문서는 아닌데,,,,파란 눈의 펠리오가 과연 읽어내기는 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펠리오는 아주 짧은 기간동안에 엄청한 양의 문서 중에서 나름 가치가 있는 문서들만 골라내어 거의 껌값으로 그 문서들을 본국으로 실어 날랐던 것이니...아 대단하다. 펠리오여!!!!!!! 여기 극동의 반도의 한 서생은 몇 년째 눈알이 빠져라 영어공부에 매진하고 있지만 뭐 쉬운 원서 한권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하는 처지라..가슴이 아프다.ㅜㅜ), 무슨 설화 내지는 전설 같은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돈황>도 재미있었다. 윤후명의 소설 중에 <돈황의 사랑>도 있는데 부끄럽게도 이건 읽어보질 못했다.    


각설하고,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는 말은 참 많이도 회자되었다. 조선시대 어느 문인의 말이었다고 하는데, 뭐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긴 한데, 그때는 무슨 대단한 진리를 발견한 듯 이 말을 이리저리 옮기고 또 이곳저곳 사용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어쨌든 멋있는 말이었다. 각성을 촉구하고 사랑을 독려하는 말이랄까???? 하기사 어떤 대상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여사로 보일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또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 아마도 답사기 1권에 나오는 어느 대학생의 말. '돌이 말을 하네요'. 감은사지 석탑을 두고 한 말이었다. 불초한 소생이 이 책을 읽고 정말 돌이 말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감은사터에 갔었다. 그것도 두번이나...그 황량한 감은사지 들판에서 돌덩이들과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뭐 거의 30년 전 일이라...답사기1권이 1993년도에 나왔더라).....어쨌든 어린 내가 그 돌덩이들 앞에 섰을 때, 소생의 털난 가슴(아!! 그때는 가슴에 털이 없었나???? 아니 있었나????)속 에서 무언가 부르르... 찌르르... 띠리리한 어떤 감정의 파동이 있었던 기억은 난다. 그것이 부르르인지 띠리리인지, 찌리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번 더 각설하고, 예전에는 유홍준의 답사기를 비롯해서 완당평전, 무슨 미술사관련 서적 등등.... 유홍준의 책도 여러권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 팔아먹고 없다. 요즘은 문득 나중에 소생 일생일대의 소망인 퇴직을 하고 국내 두루두루 구석구석 금수강산 팔도강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유람을 다닐려면 유홍준의 답사기 정도는 구비해 놓아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답사기 시리즈를 다시 장만해야 하나 어쩌나 나름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찰떡같이 콩떡같이 그래24에서 예쁜 모양의 답사기 리커버 세트를 보았던 것이었으니,,, 에라 모르겠다. 구입하고 말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amoo 2023-04-28 17: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언제였던가? 예전에유홍준의 책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있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몇 권까지 읽었나 모르겠다....

소생이 쓴 문장인줄 알았습니다!!ㅎㅎ 저도 한 때 열심히 읽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잊혀졌고...아니 눈에 계속 밟히지만 읽을 생각을 안했는데...요즘 자주 알라딘이나 예스24에 가면 유홍준의 신간들이 아주 많이 나왔던군요. 북한유산답사기...뭐, 여행 답사기, 서울답사기...온갖 답사기가 유홍준 님에 의해 재탄생하는 책들을 보면서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보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돼지 님의 이 페어퍼를 보니 유홍준의 책을 다시 모아야 하는지 심각히 생각을 거듭하게 됩니다..ㅎㅎ

붉은돼지 2023-04-28 19:35   좋아요 0 | URL
여행기를 이만큼 재미있게 쓰는 사람도 아마 없을 겁니다. 뭐 유홍준의 말빨이야 익히 조선 3대 구라니 어쩌니 하는 정도니 말할 것도 없고 글도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입니다. 전에 읽었던 유시민의 유럽도시여행 1편은 너무 실망이었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답사기 중국편 3권을 읽었는데요. 제가 돈황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유홍준 본인이 너무 가고 싶어했던 돈황에 어렵게 가게되었고 또 본인 전문분야와도 관련되어 있어 그런지 내용이 재미도 있고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오잉??? 알라딘에서 소생의 은행계좌로 5,000원이 입급되었습니다.

마일리지도 아니고 적립금도 아니고 상품권도 아니고 

현금 오천원이 내통장으로 에??? 내 계좌는 어떠렇게 알았지????

요즘 책 너무 많이 사서 밥 못 얻어먹고 굶고 다닐까봐 보내준 것인가? 정녕!!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3-04-18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군요.
좋으시겠어요.
오천원이면 삼각김밥과 우유 정도는 살 수 있지 않나요?
굶지 마십시오. ㅋ
제목에 오천원이 들어가는 책이 있군요.

붉은돼지 2023-04-18 13:33   좋아요 1 | URL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잖아요?
오천원은 좀 그렇고 한 오만원쯤 주면 좋은데.... 이런 생각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붉은돼지 2023-04-18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객센터에 문의 결과,
** pay 5000원 환급 이벤트였다고 합니다.
하니 생각납니다. 5000원 환급 받으려고 얼마전에
앞으로 쓰지도 않을 **pay 앱을 낑낑대며 설치하고 했었습니다.
어쨌든 감사히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ㅜㅜ

stella.K 2023-04-18 15:38   좋아요 0 | URL
아, 그런게 있었군요.
그러니까 그 오천원은 앱을 설치하느라 수고한 비용이었네요.
그럴 줄 알았으면 저도 설치해 볼 걸 그랬습니다. ㅎㅎ
아무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인물사전 10권을 드디어 다 사모았다. 한권씩 한권씩 야금야금 사모은 것이 작금에 이르러 완비의 성취를 이루었으니 나름의 콧물 흐르는 감동이 없을 수 없다. 글쓰는 사람에게 사전이란 목수에게 연장같은 것이라고 김훈이 말했던가. 어쨌든 소생은 뭐 글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옛날부터 사전을 좋아했다. 일사짜 사전이든 말씀사짜 사전이든....다 좋아하지만 특히 무슨무슨 대백과사전은 특히 깊이 애정한다


사전 애정하는 소생으로서는 안타까운 것이 나름의 노작이요 역작인 이 책이 아무리 둘러보고, 돌아보고다시봐도 10권 모두에 백자평이고리뷰고페이퍼고북플이고 뭐하나 알라디너님들의 언급이 없어서 너무 쓸쓸해서 나홀로 눈물을 뿌렸다는 것이고그래서 땡투를 하나도 못해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손해(는 아니고 이익을 보지 못했다고 해야하나?)를 보았다는 것이다. (알라디너의 관심을 받지 못한 외로운 책들이여!!!! 그대들을 위해 내 여기 소외된 책들을 위한 장엄한 책탑을 세울지니 버려진 책들의 신이시여 알뜰히 살피시옵소서!!!)


 


사진은 10권의 힙폴리토스 부분이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등 여러 버전의 힙폴리토스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 중 일인인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힙폴리토스>의 내용은 이러이러하다. 힙폴리토스는 아테네왕 테세우스(미궁 속에서 소대가리 미노타우로스를 몽둥이로 때려죽인)와 아마존족의 공주(여왕인가? 소생이 사실 뭐 에루리페데스를 직접 읽은 건 아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를 주워들었을 뿐) 히폴리테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테세우스는 말년에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자 자신이 내다버린 아리아드네(조국과 부왕을 배반하고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실타래를 몰래 건내준 희랍의 낙랑공주)의 동생인 파이드라와 결혼하게 된다.(재주도 좋다.) 이때 힙폴리토스는 아름다운 청년으로 장성해있었는데 아마존 족의 아들답게 운동과 사냥을 즐기면서 사냥과 순결의 신인 아르테미스를 신봉하고 있었고 남녀사이의 얼레리꼴레리한 사랑이라든지 결혼 같은 것은 아주 하찮게 여기고 있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힙폴리토스를 골탕먹이기로 작정한다. 감히 얼레리꼴레리를 능멸하다니!! 흥흥흥!!!! 흥칫뽕한 여신의 무자비한 농간에 파이드라는 의붓아들인 히폴리투스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버린다.(아아아!! 어쩔것이냐!!!!!!! 희랍 막장드라마 개봉박두!!) 파이드라의 유모는 그녀의 가슴속에 숨겨진 활활 불타오르는 사랑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하여 자살하려는 그 속절없는 마음을 알고 힙폴리토스에게 이야기를 해보지만 순결의 여신을 숭상하는 힙폴리투스에게는 가당찮은 일!!! 우웩!!! 꾸엑!!! 무슨 똥덩어리를 본듯 역겨움을 나타내며 단호하게 단칼에 거절한다. 아아아!!! 그대 단호박같은 젊은 청년이여!!! 칼같은 그대의 혀 끝이 조금이라도 무디었더라면...........어땠을까??????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파이드라는 너무 분하고 수치와 모욕을 당했다는 생각에 음흉한 의붓아들놈이 새어머니인 자신을 겁탈하려 했다는 거짓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버린다. 황당한 힙폴리투스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아버지 테세우스는 이를 믿지 못하고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향해 아들에게 저주를 내려줄 것을 간청하면서 아들을 추방한다. 억울함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힙폴리토스는 무심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무심한 하늘을 한탄하며 해안을 따라 그야말로 성난 노도와 같이 전차를 전력으로 몰고 달린다. 그때 갑자기 바다에서 한 괴물이 튀어나오고 여기에 놀란 말들이 뒤엉키며 마차를 부수고 힙폴리토스는 마차에서 떨어져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결국은 죽고만다. 아비의 저주를 실현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 테세우스는 나중에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고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이야기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는 17세기 프랑스 작가 장 라신에 의해 다시 극화되기도 했고, 20세기에 와서는 영화감독 줄스 다신이 필름에 담기도 했다. 영화 <페드라>의 내용은 조금 다르다. 현대의 힙폴리토스는 고대의 그 칼같은 단호박 청년과는 달리 새엄마(페드라)와 찐하게 붙어먹었고, 나중에 아버지에게 뒤지게 두드려 맞고 집을 나와 스포츠카를 타고 미친 듯이 해안을 달리다가 건너편에서 오는 트럭을 피하려다 절벽으로 추락해서 죽고 만다. 뒤이어 페드라도 음독자살한다.

 

이 영화 <페드라>1967년에 국내에 들어오면서 그 제목이 바뀌는데 여기서 신의 한수 같은 실로 감탄스러운 네이밍이 탄생한다. <죽어도 좋아> !!!! 멋지지 아니한가??? 인생 뭐 있나???? 죽어도 좋아.!!!!!..죽어도 좋아!!!!!!!....죽어도 좋다는데......그래 그러다 결국 죽었다. 좋다는데는 뭐. 어쩌겠나............그래도, 그렇다고 해도....... 나는 죽기 싫타아아아아...정말!! 천년만년 살고만 싶다....벽에 떵칠떡칠하면서 오줌을 질질 지리더라도 ...살고만 싶다......아아아아.....니미... 너무 구차한가 ㅜㅜㅜㅜ 어쩌겠나 죽어도 죽기 싫다는데, 뭐 그런다고 안 죽을 수도 없는 것이지만.... 참!!!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페드르>(1880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3-04-01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태권브이가 지키는 그리스 로마 신화 사전 ^^
저런 사전류는 정말 붉은 돼지님같은 소장가가 아니면 선뜻사기는 힘들듯합니다. ^^

붉은돼지 2023-04-02 13:06   좋아요 1 | URL
사실 사전류는 전문적으로 필요로 하시는 분들 말고는 그렇게 펼쳐 볼 일이 없고 또 요즘에는 인터넷 찾아보면 다 나오고 해서 큰 쓰임이 없지만....그래도 왠지 장서가로서는 구비해 놓아야 할 듯 해서요ㅎㅎㅎ

oren 2023-04-02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로마 신화 인물사전>은 제게도 꼭 필요한 책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만들 때마다 하도 자주 신화들을 검색해봐서 그런지, 제게도 낯이 익은 인물들이 아주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은 선입견도 조금 들고요.^^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휩폴뤼토스>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와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테세우스 편>에서도 거듭 읽었기 때문에 아주 익숙한 스토리인데, 라신의 비극과 영화 페드라는 여태까지도 구경조차 못 해봤네요. 언젠가 죽기 전까지는 그 영화와 프랑스 비극을 볼 날이 올지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안 봐도 좋아! 죽지 않고 살다보면 언젠가는 한번 보겠지! 하는 심정으로 견뎌봅니다. 그나저나 <그리스 로마 신화 인물사전>은 저한테는 정말 탐이 나는 시리즈이긴 하네요!!

붉은돼지 2023-04-02 20:44   좋아요 1 | URL
<그리스 로마 신화 인물사전>은 오렌님에게 꼭 필요한 아이템 같습니다. 가까이 두시면 쓰임이 많을 듯 합니다. 테세우스는 신화 속의 인물인데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에 나온다고 하니..조금 이상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리스로마 신화나 희랍의 비극이나 고대의 서사시들은 그 내용이 서로 얽히고 섥혀있어 알면 알수록 재미있기도 하고 이 이야기들이 현대까지 오면서 수많은 창작물들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서양문명의 뿌리라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 대유형하고 있는 마블이나 어벤져스 이런 것들도 뭐 그대로 가져온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결국은 그리스로마신화의 변주내지는 변종들이라는 생각이들기도합니다.

oren 2023-04-02 21:01   좋아요 1 | URL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담긴 <테세우스 전기>는 거의(!) 실존인물로서의 테세우스를 다루고 있지요. 테세우스가 크레타 섬으로 건너가 아리아드네를 만나고,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아테네로 돌아오는 과정들까지도 아주 세세하게 기록해 놓고 있구요. 제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할 때 그 소설의 배경인 크레타 섬에 얽힌 신화를 소개할 때에도 <테세우스 편>을 한번 더 자세히 읽어봤는데, 이게 도대체 신화인지 실화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언제 한번 <테세우스 편>만이라도 한번 읽어보세요~ 이게 도대체 신화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구체적이니까요. 하기사, <일리아스>도 신화와 실화가 마구 뒤섞여 있는 형편이고,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오이디푸스 왕도 실존인물이라면서 후손들의 가계도를 쫘악 소개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헤로도토스는 절세미인 헬레네까지도 실존인물로 상세하게 그 행적을 기록하고 있고요. <테세우스 편>일부만 복붙해 봅니다.^^
* * *
여러 시인이나 역사가들에 따르면, 배가 크레테에 닿았을 때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를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그녀는 그가 미궁에 들어갈 때 삼으로 만든 실타래를 주면서 길을 찾아 나오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테세우스는 미궁 속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아테네 소년 소녀들은 물론 아리아드네까지 데리고 무사히 아테네로 돌아왔다.

이 사건과 아리아드네에 대해서는 이밖에도 여러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확실한 이야기는 없다.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에게서 버림받아 목을 매 죽었다고도 하고, 테세우스의 배를 타고 낙소스 섬으로 가 디오니소스를 섬기는 오이나루스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를 그곳에 버려두고 떠났기 때문이다.

- 플루타르코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테세우스> 중에서

붉은돼지 2023-04-02 21:25   좋아요 1 | URL
저는 을유문화사판 플루타크코스 영웅전을 갖고 있는데요....1권 펼쳐보니 처음이 바로 테세우스와 로물루스이네요. 신화와 역사의 사이를 오가는 인물. 로마의 시조를 로물루스라고 한다면 그럼 테세우스는 희랍의 시조쯤 되는 모양입니다. 예전부터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럼 오레님 덕분에 오늘부터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언제 끝을 볼지는 모르겠지만..ㅎㅎㅎ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3-03-13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기 책장면의 저 붉은색과 문자들 실화입니까? 너무 멋져서 눈이 뒤집히는 경험중입니다. ㅎㅎ

붉은돼지 2023-03-13 21:22   좋아요 1 | URL
멋지긴 멋집니다만....한편으로는..... 꼭 샀어야했냐?? 꼭 그랬어야만 했냐??? 하는 생각도 ㅋㅋㅋㅋㅋㅋ

가넷 2023-03-13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사고 싶지만 참아야 하는데 멋지네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붉은돼지 2023-03-13 21:30   좋아요 0 | URL
가넷님...가정 경제의 안녕을 위하여....신중히 생각하신 후에 구매 결정하시길 ㅎㅎㅎㅎ
뭐 책은 멋지기는 합니다요 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23-03-14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원달러 환율이 좋지만 (여기선) 배송비까지 하면 후덜덜 하네요. 전 아직 망설이고 있습니다. 사실 Easton Press에서 나온 가죽으로 제본한 장정본이 있어서 더더욱.. 근데 보니 멋지네요.

붉은돼지 2023-03-14 12:04   좋아요 0 | URL
검색해보니 Easton Press 에서 멋진 가죽장정본 책들 많이 나오더군요... 특히 램브란트 도판 가죽장정 성경은 정말 멋지더군요...1500불 정도라고 하는데...ㅜㅜ Easton Press 가죽장정본 있으시면..뭐 굳이 한글판까지야....하지만....한편으론 구색을 갖추려면 ...한글판도 구비하셔야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