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의 소장도서가 물경 3,000만권은......물론 아니고, 대충 3,000권은 넘었는데, 근 이년 사이에 아마도 2,000권 정도는 팔아치우고 이제 몇 권 남지 않았다. 맹자가 세상사 천하의 일을 일러 일치일난(一治一亂)이라 했던가. 소생의 짧은 인생사를 돌이켜보면 소생 장서의 일치일난은 10년을 한 주기로 하는 것 같다. 2010년대에 대거 팔아치웠다가 다시 꾸역꾸역 사모았고, 2020년대에 또 다시 대거 팔아치워었으니....음 이제 다시 꾸역꾸역 끌어모을 그런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가련한 억조창생이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에 속절없이 끌려가듯이 미련한 축생 따위가 어찌 이 윤회의 물레방아를 멈출 수 있으리오.
한 권의 책을 샀다가 팔아치우고 다시 사는 경우는 비일비재...까지는 아니라도 뭐 그럴 수도 있지 양해가 되는 수준인데, 다시 산 책을 또 다시 팔아치우고 그 책을 또또 다시다시 사는 그런 샀다팔았다샀다팔았다사는 무슨 공중제비 연속 2회전반 같은 고난이도 기술을 소생이 수차례 시전하게 된 것은 아마도 소생이 필시 윤회의 물레방아 절구통에 머리를 다친 때문일 것일레라. 무슨 소린가 하면 바야흐로 이제 때가 되었음이라. 무슨 때? 책을 사야할 때!
현암사에서 나온 <왕실문화총서>(총4권)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런 귀한 책은 절판되기 전에 구입각! 고럼!! 돌배게의 <왕실문화총서>(총9권)도 있는데 현암사판보다는 못한 것 같다. 문화재청에서 나온 <궁궐의 현판과 주련>(총3권)도 너무 솔깃하고 쫄깃하다. 이것도 소장각! 그리하여 이 중 <국새와 어보> <궁궐의 현판과 주련(경복궁)> 일단 두 권을 구입했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요즘은 퇴직하고 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 나름 꿍꿍거리고 있는데 '1인 출판'이 어떠한가 하는 생각에 요즘 관련 도서를 열심히 주워 읽고 있다. 그래서 금회에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두권을 구입했다.
사실 이건 정말 진짜 비밀 이야기인데, 쉿! 비밀!! 소생이 사실 자비출판도 해봤고 부크크 pod 출판도 해봤어요. 자비 출판은 2013년에 소판 돈 580만원 처박아 1,000부 찍었는데 500권 정도 팔려서 인세로 350만원 정도 들어왔고, 나머지 500권중 300권은 내가 받아서 똥품나게 사인해서 이곳저곳 내 꼴리는대로 마구 뿌렸고(그래도 아직 집에 50권쯤 있습니다), 50권은 출판사에서 도서관, 언론사 등등에 납본했다하고, 나머지 150권은 아마도 출판사 물류창고에서 썩고 있거나 아니면 벌써 폐기처분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
자비 출판은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두 번 할 것은 못되고, 그 뒤로 부크크로 책을 한번 만들어 봤는데, 이게 나름 취향 저격인 것이 소생 무슨 편집의 '편'자는 커녕 'ㅍ'도 모르는 쌩초짜인데, PC에서 원고 조물조물 거리는 것이 나름 재미가 있더란 말입니다. 그래저래 이리저리 쭈물럭쪼물럭거려, 잘되었든 못되었든, 똥인지 된장인지, 책 한 권을 뚝딱하고 떡하니 만들었는데, 표지 디자인 비용 30만원(20만원 이었던가?)을 제외하고는(물론 공짜 표지도 있고 본인이 디자인 할 수도 있다) ISBN 등록비 5천원 밖에는 돈이 안들어서 주린 서생이 책 만들기에는 똑딱이긴한데....... 역시나 기름칠을 안하니 떼깔이 거무죽죽퇙퇙하다. 나름 소박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조금 허접한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도 가능하다. 소생의 허접한 책은 2020년에 출간되었는데 지금까지 총 24권이나 팔렸다. 자그마치 24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권당 수익은 700원,,,700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00 곱하기 24는 = 16800원. 디자인 비용 감안하면 283,200원 적자다.
지멋대로 싸질러 놓은 잡문도 조금 있고, 인디자인(도서 편집 프로그램)도 조금 배우고, 뭐 아직 그럴듯한 아이템은 없지만 어쨌든 퇴직해서 1인 출판사를 떡하니 차려놓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꿍짝꿍짝거리면 돈벌이는 안되도 인생 말년 보람있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한창 이 생각 만발했다.
*** 민음사세계문학전집 벽돌깨기는 얼마전 21,22 파우스트를 끝내고 역시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을 읽고 있스므니다. <신곡>도 역시 민음사판으로 읽겠지만 열린책들에서 나온 저런 특별양장본은 또 반드시 소장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