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진도가 팍팍!! 쑥쑥!! 나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도장깨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잡으려면 한 10년은 걸리겠네. 리뷰나 독후 감상은 아니고 그냥 읽었다는 기록이라도 남기려고 하는데 햐~ 이것도 읽은 지 한 두어달 되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때 그때 뭐라도 조금 끄적여 놔야하는 데 게으른 돼지에게는 그게 또 쉽지가 않다.   















45. 젊은 예술가의 초상 (2021.12.14. 159/ 2023.03.29. 읽음)

2013년도에 겨우 500부 발간된(아직 품절되지 않고 절찬리(?)에 팔리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 전집을 소장하고 있는 소생이긴 하지만 뭐 처음 읽어보는 조이스 선생의 소설이다. 의식의 흐름이니 어쩌니 해서 읽어내기 힘이 들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지만 뭐 그런대로 읽히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지옥의 그 끔찍한 풍경과 죄지은 영혼들이 감당해야 하는 그 무시무시한 고통에 대한 구구절절한 묘사가 장장 30여쪽에 달한다.(p187~p209) 어린 시절에 이런 불지옥에 대한 공갈협박 만땅한 설교를 듣고 자란다면 정말 트라우마가 생길 것만 같다. 이건 뭐 하느님을 안 믿을래야 안 믿을 수가 없게 되어있다. 뭐 정말 꿈에 나올까 두렵다. 천사는 아홉계급이 있다고 한다.(천사라고 다 같은 천사는 아니야..) 천사, 대천사, 권천사, 능천사, 역천사, 좌천사, 주천사, 지천사, 치품천사(p178)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 이런 것들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하늘나라도 평등한 세상은 아닌 모양이다. .

 

 












46. 카탈로니아 찬가 (2011.3.14. 127/ 2023.04.03. 읽음)

정치적 신념을 쫓아서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전쟁에 스스로 참여한다는 것은 얼마만한 용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스페인 내전에는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등도 참여했다고 한다. 당대의 지식인들은 이를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일종의 유행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대단한 일이다. 프랑코의 반란군이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으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반면에 공화국 인민정부는 속내가 몹시 복잡했다. 소련의 지원을 받아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된 공산당은 인민정부 내의 다른 파벌들을 탄압하게 되고 여기서 오웰이 소속된 통일노동자당은 프랑코와 공모한 트로츠키파로 몰려 숙청당하게 된다. 오웰은 전투 중에 실제로 목에 총을 맞아 죽을 고비를 넘겼고 그 후에는 인민정부 내 반란 세력으로 몰려 체포되기 직전에 가까스로 탈출하여 영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오웰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47. 호밀밭의 파수꾼 (2023.01.17. 31/ 2023.04.21. 읽음)

두 번째다. 한 이십년 만에 다시 읽는 것 같다. 2001년 민음사에서 처음 나온 공경희 번역의 판본은 100쇄를 넘겼다고 한다. (소생이 가지고 있는 판본은 2002. 1108쇄다) 이번에 새로나온 2023년 판본은 정영목 번역인데, ‘원작의 문체와 문형에 가장 가까운 한국어 문장을 고심하며 저작권자의 자문과 검수를 거쳐 완성한 텍스트라는 설명이다. 이번 번역본을 읽은 소생의 소감은 1. ‘겁나라는 표현이 정말 겁나 많이 사용되었다. 눈에 안 익어서 그런지 어색하다. 2. 굳이 번역하지 않아도 될 듯한 우리를 굳이 사용해서 역시 어색하다. 나는 아주 형편없는 방을 받았다.(p97) 나는 아주 성숙한 그런 목소리로 말했다.(p101) 내 옆 테이블에는 서른 정도 되는 여자(p109) 등등. 추신 : 소생은 우리의 꼴통 주인공이 가난한 집안 자손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읽어보니 부잣집 도련님이었다. 왜 착각하고 있었지?

 














48. 파르마의 수도원 1 (2009.11.24. 120/ 2023.04.28. 읽음)

49. 파르마의 수도원 2 (2009.08.10. 118/ 2023.05.09. 읽음)

이 소설은 스탕달 1839년에 쓴 소설로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스탕달이 구술하면 속기사가 받아적는 형식으로 52일 만에 씌어진 소설로 오직 행복만을 추구하는 스탕달식 젊은 주인공의 인생사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다. 52일 만에 쓰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 황당하고 작위적인 부분도 많지만 이야기의 재미는 있는 소설이다. 소생 개인적으로 조금 이상하게 느낀 점은 1. 고모와 조카 사이의 사랑. 유럽왕실에 삼촌과 결혼한 조카도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고모와 조카는 촌수로 말하자면 삼촌(아버지의 형제자매)이고, 한 다리 건너면 형제자매간(2)이 되고, 한 다리만 더 건너면 부모자식간이 되는데 조금 거시기 하다. 2. 클렐리아가 다시는 파브리스를 보지 않겠다고 성모 마리아에게 맹세를 했는데, 그 맹세를 지키겠다고 밝은 곳에서는 만나지 않고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만 만나서 아이까지 낳고도 계속 그 맹세를 지키겠다고 밤에만 만난다는 설정은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밤이라고 뭐 성모님 눈에 낑낑꿍꿍(?)거리는 그게 안 보이겠는가?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개가 웃을 일이다. 3. 결말 부분에서 와서 빚쟁이에게 쫓기는지 마감에 몰렸는지 너무 급작스럽게 정리되는 것.

 














50. 수레바퀴 아래서 (2008.12.10. 신장판 43/ 2023.05.20. 읽음)

분명히 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읽어보니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안 읽은 모양이다. 뭐 중요한 것은 아니고이 소설은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자신을 짓누르는 가정과 학교의 종교적 전통,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맞서 싸우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라는 책 소개 글은 조금 과장인 듯하다. 주인공의 아버지나 학교의 선생들이 그렇게 위선적이고 권위적이고 사람 못살게 괴롭히는 나쁜 인간들은 아니었다. 그냥 당시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보통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든 견디어내고 있는 한스를 소설 끝에 가서 그렇게 갑자기 죽일 것까지는 없었다는 생각이다. 한편의 성장소설로 열린 결말도 충분히 가능했고, 헤세 자신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그래도 어떻게든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노벨상까지 탄 대문호가 되었는데, 한스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이다니.....!!! 정말 너무하네....

 

이건 기분 나빠서 한마디. ‘1911년 헤르만 헤세는 생명의 원천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인도 여행을 시도하는데, 자신의 그 정신적 고향에 실망한 나머지 인도 국민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난 그들을 언제나 일종의 동물 같다고 여기지요. 우스꽝스러운 염소나 예쁜 사슴 같다고요. 절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이옥순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115)

 












51. 황제를 위하여 (2002.05.20. 12/ 2023.06.10. 읽음)

52. 황제를 위하여 (2002.05.20. 12/ 2023.06.17. 읽음)

20년만에 두 번째로 읽는 것 같다. 지금 민음사 전집의 51, 52번은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이다. 전집의 목록이 바뀐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언론보도를 보니 2019년에 이문열은 민음사와 40년을 이어오던 계약을 해지했다. 특별한 불화는 없었다고 하고, 다만 이문열을 발굴(?)한 민음사 박맹호 회장이 2017년에 타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민음사에서 기획한 삼국지는 2013년 기준으로 1800만부 가량 나갔다고 한다. 엄청나다. 해방이후 아니 전후를 통털어 이만큼 성공한 베스트셀러는 없을 것이다. 일설에 민음사의 망년회는 이문열이 참석해야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건 뭐 소생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소생이 워낙에 의고체 문장을 애호하고, 나름 공맹을 배우고 해서 애정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이 황제를 위하여는 이문열의 소설 중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김지하가 20대 후반(?)에 담시 오적을 발표하자 어느 연로하신 한학자분이 아이고 젊은 사람이 언제 이렇게 한자 공부를 많이 했나?‘ 놀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뭐 의례적인 칭찬일 수도 있다.) ’황제를 위하여를 읽어보면 이문열이 언제 이렇게 중국역사와 고전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나 놀랄 수 있다. 뭐 아닐 수도 있고. 이 소설은 장엄한 한편의 영웅 서사이자 정말 실소가 픽픽 터지는 블랙 코메디요, 낡고 오랜 구습에 대한 신랄한 조롱이자 어쩌면 전통문화에 대한 따뜻한 애정으로 읽힐 수도 있다.

 











51. 내 이름은 빨강 (2023.04.21. 311)

읽은 지 한 15년쯤은 된 것 같다. 지금은 1120쪽 읽고 있다. 예전에는 민음사 모던클래식으로 나왔던 것이 이제는 세계문학전집으로 들어왔다. 아시다시피 배경은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이다. 읽다보니 이런 구절이 있다. ’술탄이 그 밀서를 헤지라 1000년 기념일까지 끝마치도록 명했고 술탄께서는 이슬람 1000년 기념달력이 제작되는 해에 자신과 제국이 유럽의 화풍을 그들 못지않게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 주고자 하신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도망친 해인 헤지라는 서력기원 622년이므로 헤지라 1000년은 서력 1622년이 된다.

 

오스만 제국에 관심이 많은 소생은 그럼 당시의 술탄은 누구인가 궁금해서 책을 찾아봤다. 오스만 2세는 13세인 1618년 즉위하여 1622년에 군대 반란으로 처형되었다. 나이 어린 소년 왕이 유럽화풍 어쩌고 신경쓸 것 같지는 않다. 1617-1618, 1622-1623년에 재위한 오스만 2세의 작은 아버지인 무스타파 1세는 정신이상자이기도 하지만 재위기간이 짧아서 그림에 관심이 가질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냥 설정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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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6-24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호밀밭은 6쇄, 황제1은 3쇄, 황제2는 2쇄네요! 죄2002년 비슷한 언저리에 나온 책 읽고 소장중이시니 반갑고 ㅋㅋㅋ오웰 말고는 집에 다 있는 거 같은데 일부러 몇 쇄 찾아 본 읽은 거 말고는 내가 사지도 읽지도 않아서 더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그냥 장식용 겸 언제 읽긴 해얄 건데…하는 책망용? ㅋㅋㅋ

붉은돼지 2023-06-24 22:28   좋아요 1 | URL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시작인 1권 <변신이야기1>의 서지정보를 보니 1998년 8월에 이 시리즈가 시작되었더군요. 한 25년 상간에 420권이라.1년 평균 16.8권...10년 뒤에는 168권 + 420권 = 588권.....따라잡을려면 10년도 더 걸리겠군요..무슨 불구대천의 원수도 아닌데 죽기살기로 따라 잡을 필요는 없을 것 같기도 하고...그냥 산천 구경하며 슬슬 따라가다 보면 언젠간 만나게 될 듯도 하고.....ㅋㅋ
 

예전엔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로 부르던 시절엔 알러지가 아니라 알레르기라고 했다.(뭐 지금도 알레르기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때는 미합중국 대통령도 레이건이 아니라 리건이었다. 맞나? 어찌되었건 이건 뭐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언제부터인가 가끔씩 눈이 꿉꿉하고 따갑고 가렵고 했다. 어떨 때는 눈이 너무 가렵고 따가워서 눈알이 얼얼하고 시뻘겋게 되어 곧 둘러 빠지기 바로 직전까지 열심히 계속 막 비비고 그랬다. 안구 건조증 아니면 무슨 각막염 아닌가 생각했는데, 안과에 가보니 고양이나 개 알레르기일 수 있다고 한다. 아아아 그런 줄도 모르고 작년에 냥이 또 한마리 입양했으니.... 오! 마이! 가련한 내 눈알이여!!!


지난 달에 동네 이비인후과에 가서 알러지 검사라는 것을 했다.(피를 뽑아야 한다. 따끔! ) 며칠 뒤에 결과가 나왔는데, 햐 소생의 늙어 늘어져 현저히 기능이 저하된 이 몸땡이가 이렇게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민한 유기체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소생이 어쩌면 먼지나 진드기 이런거 체질적으로 못 견디는 나름 관이 향기로운 우아하고 고귀한 족속이었나 봅니다. 사실인즉슨 돼지가 더러운 종자가 아닌 건 다들 아시죠.....땀샘이 없는 돼지는 뭐 샤워를 할 수 없으니 부득이 체온유지를 위해(생존을 위해) 스스로 내지른 똥오줌을 몸에 처바르지만 알고보면 꽤나 깔끔을 떠는 짐승입지요....뭐 그건 그렇다치고...


각설하고, 검사결과 108가지 항목(햐 이렇게나 항목이 많다니 참 별의별 달의달 알러지도 있군요. 조금 놀랐습니다.) 중에 새우가 2단계(나 새우 잘 먹는데???), 진드기, 집먼지, 개가 3단계(예전에 결혼하기 전에 청소 뭐 거의 한달에 한번도 안하는 방구석에서도 잘만 구부르고 살았는데...) 고양이, 번데기가 4단계(국민학교 다닐 때 번데기 많이 먹었는데..아무 이상도 없었던 것 같은데...이상하네..) * 범례 : 1단계 낮음, 2단계 보통, 3단계 보통/조금 높음, 4단계 조금 높음, 5단계 높음, 6단계 매우 높음


우리 집구석(堂內)에서 초코, 나나의 서열이 소생을 앞지른지 이미 오래되었고, 혹시나 소생이 천지분간 못하고 겁없이 냥이들을 어디 다른 곳으로 보내자는 의견을 내었다가는 그날로 소생이 빤스바람으로 집구석에서 쫓겨나거나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문득 없어지게 될지도 모를 그럴 형편이니 뭐 어쩌겠습니까? 눈물이 질질 나더라도 소생이 입 꾹 다물고 참는 수밖에요..그래도 일단 침실방과 베란다 쪽으로 방묘문을 설치해서 침실을 금묘의 구역으로 설정하였고, 아내와 딸내미도 털이 덜 날리도록 집안 청소와 냥이 털 빗기기 적극 협조해주기로 했습니다. 감사하고 황송할 따름입니다.ㅋㅋㅋㅋ
















결혼할 때 구입한 소파가 다 떨어져서 폐기처분하고 소생과 아내를 위한 두개의 리클라이너를 구입하였는데, 당내 서열 변동으로 냥이들이 왕좌를 차지하게 되었다. 냥이들에게도 물론 개별 방석소파를 마련해 주었으나, 굳이 리클라이너를 차지하고 누워서 단꿈을 꾸고 계시는 당내 서열 1,2위 나나 동무, 초코 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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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6-16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레르기는 뭔가 몸에 임계점이 있어서 그걸 넘으면 발현된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번데기도 항목에 있는 줄 몰랐습니다. 놀라워요. 번데기에 알레르기 반응이라니… 너무 슬픈데요ㅜㅜ
초코와 나나는 세상 편하게 자고 있군요. 귀엽습니다… 반려동물에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힘들죠ㅠㅠ 사랑이 담뿍 느껴집니다. 모쪼록 붉은돼지 님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붉은돼지 2023-06-16 20:03   좋아요 1 | URL
정말 번데기는 의외였습니다. 요즘도 가끔 횟집 가면 찌게다시로 나오고...그때 먹어도 아무 이상 없었던 것 같은데...많이 안 먹어서 그런지도 모르죠 ㅋㅋㅋ 이게 알레르기가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말씀대로 임계점이란 것을 넘으면 나타나는 것 같아요....어떨 때는 괜찮기도 한데 어떤 때는 몹시 가렵고해서 힘들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만...요즘은 조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예전보다는 덜 한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3-06-16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서부터 아토피성 피부염 앓아서 애기 때 어느 약국에선 온갖 것 다 먹지 말라고 표를 써주고 돌팔이약도 지어줘서 먹고 그랬는데 하나도 안 낫더니요…삼십대중반에 처음 알러지 검사 해봤는데 저는 진짜 한 항목도 안 나왔어요 ㅋㅋㅋ잃어버린 내 성장기 영양소들…지금이라도 채우려고 아까도 번데기 겁나 집어 먹었습니다(죄송) 돼지님 닉네임이 얹어주신 편견 때문에 안 가리고 다 잘 자시고 다 쓸어모으시고 무던하실 줄 알았는데 세상 섬세 예민 체질이셨군요… 새우랑 고양이랑 무탈하게 건강하시길 빕니다.

붉은돼지 2023-06-16 20:08   좋아요 1 | URL
사실 가리는 것 없이 아무거나 잘 먹고...또 왠만한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들도 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더럽다면 더러운 축생이온데....알레르기 검사결과가 저리 나오니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햐~ 나의 정신과 나의 몸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조금 따로 노는구나....이런 생각을 했습니다..ㅋㅋㅋㅋ 4단계라 뭐 그리 심한 단계는 아니라 그럭저럭 지내는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인터넷에 보니 어떤 6단계 집사님도 계시더라구요...열심히 쓸고 닦고 하시더군요....

은오 2023-06-17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슬픈 얘긴데 이렇게 웃기게 쓰시면ㅜㅜ저는 웃음이 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해요ㅜㅜ근데 어쩌겠어요....냥이들 모시고 사셔야지요ㅜㅜ

붉은돼지 2023-06-17 09:48   좋아요 1 | URL
뭐 어쩌겠어요 ㅋㅋㅋ 귀여운 냥이들 모시고 살자면 어쩔 수 없지요........그래도 알러지가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인터넷에서 보니 어떤 6단계 집사님은 정말 고군분투 하시더라구요..ㅜㅜ
 

오늘 문득 소생이 그간 수집한 스노우볼을 쓸고닦고빨고(이건 아니고..), 핥고(..이것도 아니고...) 하다가 소생의 도도하고 유장한 수집의 역사를 우리 알라디너 분들에게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몇자 적어봅니다재미로 함 보시기 바랍니다스노우볼 구경도 하시고더불어 책 구경도...뭐니뭐니해도 알라디너 분들에게는 책구경만한 것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수집의 역사는 보통 우표로부터 시작한다하지만 우표 수집이 나름 돈도 소홀찮게 들고 우표 발행일 날은 새벽부터 줄을 서야하는 경우도 있어서 조금의 어려움이 있는데이런 전차로 우표수집이 점차 시들시들해지고 푸들푸들해질 무렵이면 등장하는 것이 껌종이 되겠다껌은 씹고 종이는 모으니 일석이조에 가격이 싸서 학생 신분으로 부담없이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반짝반짝하는 예쁜 종이들이 많았다. "멕시코 치클(이게 뭔가일전에 텔레비젼에 함 나왔던거 같은데..)처럼 부드럽게 말해요~ **껌처럼 향기롭게 웃어요~~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껌이라면 역시 **!!!" 기억 나시쥬롯데껌 삼총사 쥬시후레쉬후레쉬민트스피아민트노래가 기냥 지절루 줄줄줄 나오쥬? 무려 윤형주 작곡입니다. 이 노래 자동으로 줄줄나오면 아재, 아짐 인증 ㅋㅋㅋㅋ  

 

이 껌종이는 두꺼운 사전 같은 데 한참 넣어놓으면 편편해 지는데성질급한 어떤 종자들은 다리미로 다리는 인간들도 있었다하여튼 기억이 생생하다오랜만에 추억에 흠뻑 젖어 껌 한번 신나게 씹어보고 싶다짝짝짝!! 딱딱딱!! 소리를 내면서...ㅋㅋㅋㅋ 역시 껌을 씹을 때는 경쾌한 소리가 시원하게 나줘야 제 맛인데일단 풍선을 크게 불어 터뜨린 후에 입안에서 껌을 착착 접어주면서 어금니로 지그시 눌러 씹어주시면 껌의 접힌 부분에 들어있던 공기가 터지면서 소리가 잘난다이 소리를 영 못내는 사람도 있는데 소생은 쫙쫙!!똭똭!! 하는 소리를 꽤 잘 내어서 어떨 때는 양턱이 다 아프도록 껌을 씹은 적도 있었다는 이야기옆에 누가 있으면 구타 유발하기 십상이니 공공장소는 피하고 가급적 방구석에서 혼자 오만상 거들먹거리며 딲딱닥거리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껌 좀 씹다가 대갈통이 굵어져 대학에 들어가고 술담배를 하게 되면이제 껌종이는 좀 거시기해지면서 다음 단계로 진화발전하게 되는데 고것이 바로 성냥갑되겠다. 80~90년대에 커피숍이나 카페 같은 곳에 가면당시는 당연당당하게 실내에서 끽연하던 뭐 구석기시대같은 시절이라 테이블 위에 성냥이 항시 구비되어있었다허름한 선술집에서야 색동저고리에 족두리 쓰고 장고춤 추는 아가씨 그림이 있는 무슨 돌덩이 같은 아리랑 성냥이 있었지만까페나 레스토랑 같은 곳에는 가게의 명함이나 다름없는 이 성냥갑을 아주 예쁘고 특이하게 만들어서 나눠주고는 했으니 각양각색의 성냥갑을 모으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어쩌다 옛날에 모아둔 성냥갑 하나를 집어 쑥 밀어보면 뒷면에 전화번호 같은 것이 적혀있기도 했다술먹고 적은듯한 삐뚤뻬뚤한 숫자들아아아아!! 누구의 전화번호였을까???

 

예전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큰 형님하고 지하실을 정리하다보니 성냥갑들이 꽉꽉찬 와이셔츠 박스가 몇 박스나 나왔다또 다른 와이셔츠 박스들에는 철지난 주택복권 쪼가리들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주택복권아나운서가 숫자 적힌 커다란 둥근 판때기를 획돌리면서 자준비하시고오오쏘세요!!! 하면 그날 초대가수로 나온 사람이 무슨 석궁같이 생긴 화살을 쏘았다!!(은 아니고...) 가끔씩 불발도 있었다불발!!! 아시는 분은 아신다습기찬 지하실에 보관된 이 박스들은 모두 곰팡이가 심하게 슬어서 다 내다버리고 말았지만..., !!! 아버지도 이런 걸 모으셨구나!! 조금 놀랬다뭐 아버지와는 30초 이상 지속된 대화다운 대화라고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그런 관계였다항상 아버지의 말씀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했다!! 수집이란 이런 것이었구나막내아들과 30초이상 대화(일방적인 의사전달이 아니라 상호간에 이야기를 주거니받거니 하는 행위)를 나누어 본 적이 없는 근엄하신 아버지도 수집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각설하고우표와 껌종이와 성냥갑을 거쳐 취업을 하고 돈을 조금 벌게되면서 수집 본능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게된다대충 훑어보면기념주화지포라이터트럼프카드피규어프라모델술병 라벨스노우볼열쇠고리냉장고 자석, 만년필, 영화전단지 등등 그리고 책!!! 작금에 와서는 다른 것들은 대충 다 처분되었고 현재에도 진행중인 것은 스노우볼과 술병라벨 그리고 책!!! 정도 되겠다수집이란 결핍(그것이 애정이든 물질이든 뭐든 간에)에 대한 일종의 자기방어기제 혹은 보상심리가 아닌가 생각한다순간의 호기심이나 잠깐의 재미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이걸 오래 지속시키는 힘은 바로 유년의 어떤 결핍의 기억 혹은 상처일지도 모른다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나간 시절의 결핍이 현재의 수집으로 채워질 수는 없다흘러간 세월은 이미 흘러간 것인데머리 속 어디에선가는 자꾸 헛된 신호를 보낸다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런가아니면 포식자에게 쫓기면서 수렵 채집으로 근근히 연명하던 아득한 시절의 힘든 기억이 우리 DNA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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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6-10 1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서 모르는 수집품 없는 나도 아재 대열에…ㅋㅋㅋ지금은 책 말고는 다 내버리기 바빠유. 깨먹은 알라딘 스누피 스노우볼도 소장하고 계시네요. 수리능력보유인간문화재이신 거 진작 알았으면 안 버리고 의뢰드렸을텐데…

붉은돼지 2023-06-10 14:02   좋아요 2 | URL
돌이켜보면 저는 한 10년을 주기로 처분하고 다시 모으고를 반복하는 것 같아요...뭐 이승에서도 윤회의 수레바퀴를 벗어나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백년 면벽을 하고 천년 수행을 한들 이무기는 이무기일뿐, 용되어 승천하거나 깃털 생겨 등선하기는 어려울듯 합니다. 아하...다만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가호만을....

니르바나 2023-06-10 14: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국립박물관장 하셔야 할 분이 알라딘서재에 계시니 영광입니다.^^

붉은돼지 2023-06-10 16:03   좋아요 1 | URL
이동진씨의 파이아키아인가요? 정말 그런 개인 박물관 같은 거 하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만..
저야 뭐 이동진씨 만한 아이템도 능력도 재력도 없으니 그냥 방구석에서 혼자 쭈물럭거리는데...이게 나름 적성에 맞고 재미도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hnine 2023-06-10 14: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샤넬 스노우볼까지 모으셨군요. 저는 조~기 붉은 돼지 피겨가 딱 눈에 들어오네요. 제가 그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본 이유는 오로지 붉은돼지님 때문이었답니다.
우표수집, 성냥갑, 영화포스터, 영화 티켓, 저는 이 정도 모아보았고 지금은 아무것도 모으고 있지 않답니다.
수집은 결핍에 대한 자기방어기제 혹은 보상심리라는 말씀도 멋집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전 아마도 이젠 자기방어나 보상심리에 대한 의지마저 없어진 듯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붉은돼지 2023-06-10 16:09   좋아요 1 | URL
저 샤넬 스노우볼 제가 가지고 있는 스노우볼 중 최고가입니다...저게 샤넬 블렉회원인가 뭔가하는 회원에게 연말에 주는 비매품 선물같은 거라고 하네요....저는 모두 당근에서 구매했는데요..(다른 스노우볼도 거의) 당근에 6~10만원 정도로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운좋으면 조금 더 싸게 살 수도 있어요..ㅎㅎㅎㅎ
수집은 성격과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저 처럼 혼자 방안에서 꿍꿍거리는 걸 남과 어울려 노는 것 보다 더 즐거워하는 인종들이 이런저런 수집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3-06-10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의 소장품 목록 보는 제 눈도 즐겁지만, 플친님들의 고품격 댓글에 마음도 훈훈...저는 미니멀리스트인데다가 세상 사는데 둔해서 올려주신 수집품 중 친근한 게 없어서 눈이 휘둥그레질 지경입니다!!! 정리도 어쩜 이렇게 깔끔하게 잘 하시는지!

붉은돼지 2023-06-10 23:26   좋아요 1 | URL
저도 가끔 정갈한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정신 사나운 것들 처분하고 주위 정리정돈도 해보지만 돌아서면 어느새 이것저것 지저분한 것들이 어지럽게 꾸역꾸역 모여들어...도로아미타불 ㅋㅋㅋㅋㅋ 사진 찍는다고 책 높이도 좀 맞추고 먼지도 조금 닦고 정리 좀 했어요 ㅎㅎㅎㅎㅎ

박균호 2023-06-10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오래전에 쓴 <수집의 즐거움>을 붉은돼지님의 포스팅에서 보니 정말 반갑네요. 그리고 스노우볼이라는 재미난 수집의 또 다른 세계도 알게 되어서 신기하고요. 수집가들은 한결같이 나이와 상관없이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열정이 있더군요. 그리고 소세키 전집이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도 제 애장품이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평온한 주말 되시길..

붉은돼지 2023-06-10 23:40   좋아요 0 | URL
박균호님의 <수집의 즐거움> 책 처음에 나오는 경산에 있는 피규어 갤러리는 저도 4~5년 전에 방문했던 곳입니다. 정말 진기한 볼거리도 많고 나름 유명한 곳이지요.. 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 무언가를 수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즐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수집품이 방구석을, 집구석을 넘어가려고 하면 그때부터는 조금 머리가 아플 것도 같습니다. 가능하면 자기 방구석내에서 잘 조절해야할 듯..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ㅋㅋㅋㅋㅋ

chika 2023-06-11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붉은돼지 피규어가 제일 눈에 띄어요! 오래전에 라퓨타의 거신병피규어가 탐나 살까 고민하던 차에 품절되어버려서.. 일본 여행갔을 때 지브리샵 가서 사려고 봤더니 뭔가 좀 품질이 다르게 느껴져서. 일본도 다 메이드인치나,여서리.
붉은돼지님페이퍼보니 꽃한송이 단 거신병이 아른거리네요 ㅎㅎㅎ

붉은돼지 2023-06-11 23:16   좋아요 1 | URL
저는 스노우볼을 주로 당근에서 구입하는데 이상하게 지브리 스노우볼은 거의 안 올라오더라구요..ㅜㅜ 살까말까 고민하던 차에 품절되어 버리면 왠지 더 사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지곤 하잖아요 ㅎㅎㅎㅎㅎㅎ 안타깝습니다. ㅜㅜ 꽃송이 건네는 거신병 기억납니다. 라퓨타 ost ‘너를 태우고‘도 정말 좋아합니다. 하울의 ‘인생의 회전목마‘ 좋아하구요 ...
 

찾아보니 출판사 고딕서가에서 나온 책은 세 권이 전부다. 1. 숲 속의 로맨스 2. 공포, 집, 여성 3. 엉클 사일러스. 이 세 권을 모두 번역한 장용준 이란 분이 운영하는 고딕소설 전문 1인 출판사인 것 같다. 사실 고딕 소설은 거의 읽어보질 못했는데 책이 예뻐서 보자마자 얼른 구입했다. 크게 번창하기를 기원한다. 


예전에 불새라는 출판사가 있었다. 역시 번역하시는 분이 운영하는 (아마도) 1인 출판사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유명한 SF소설들을 선구적으로 선보였는데, 지금은 날개를 접은 모양이다. 불사조처럼 다 타버린 재 속에 다시 부활하기 기대해본다. 예전에는 몇 권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전부 팔아먹고 없다. 현대의 역사학자가 야만인들이 로마를 지배하던 시절로 타임슬립해서 중세 암흑시대를 막아낸다는 이야기 <암흑을 저지하라>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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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5-13 2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 <공포, 집, 여성> 있어요.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두 권이나 더 있군요? 예쁩니다. 저도 사렵니다. ㅋㅋ 옆에 빅 벤 뭔가요? 책 사면 주나요? 탐나요!!!

붉은돼지 2023-05-14 11:19   좋아요 1 | URL
어머! 요정님 뒷모습이 너무 당당하세요! 도복입은 모습 멋집니다. ㅋㅋㅋㅋㅋ 고딕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되 왠지 제 취향일 듯한 느낌입니다. 옆에 있는 빅벤은 예전에 영국갔을 때 구입한 겁니다. 빅벤이 아마 고딕양식은 아닌줄로 알지만 그래도 뭔가 고딕서가 책들과 어울릴 것 같아서 옆에 한번 세워봤습니다. ㅎㅎㅎ

꼬마요정 2023-05-14 16:52   좋아요 1 | URL
도복이 예쁘죠? 당당해지려고 늘 노력하는데 잘 안 될 때도 많아서 그냥 저냥 삽니다. ㅋㅋ 뒷모습이라도 당당해 보이니 좋네요. 고맙습니다^^ 빅벤 탐납니다. ㅋㅋ 붉은돼지 님과 고딕소설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또 리뷰는 얼마나 잘 쓰실까요 ㅎㅎ 기대할게요!!
 

성경 완독(정독)은 소생의 오랜 숙원......까지는 아니고, 뭐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인데, 무슨 종교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소생은 무신론자요, 불신론자요(이건 무신론과 다른가?), 회의론자요, 회색분자요, 양비론자요, 이중간첩이요, 간보는 축생이요, 박쥐와 같은 종자이니 당췌 소신과 지조가 있을 리 없고, 믿는 구석이 있을 턱이 없다.) 그냥 책 읽기를 즐기는 독서가의 입장에서 성경은 왠지 꼭 한번은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그런 책인 것이다. 무인도에 가져가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면? 하는 물음에 성경이라고 답한 적도 있었다.

 

성경은 한 유일신교(이것도 약간은 이상한 것이 아버지 신이 있고, 또 아들 신이 있고(딸 신은 없나???), 또 혼령스러운 신이 있으니, 이른바 오묘한 삼위일체인데, 오로지 알라! 유일신교인 이슬람에서 보자면 이것도 일종의 다신교인 것이다.)의 성스러운 경전이자, 한 고단한 민족의 파란만장한 역사서라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요세푸스의 유대 고대사는 결국 구약을 풀어 쓴 것이니, 나약한 인간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신의 분노와 질곡의 세월을 견디며 헤쳐나가는 인생들의 고군분투, 전쟁과 살육, 사랑과 배신, 천태만상과 해괴망측, 눈물과 한숨, 탄식과 경탄없이는 읽을 수 없는 그야말로 한편의 경이로운 드라마인 것이다.

 

신약은 또 어떠한가. 인간의 몸에서 태어나서 신이 된 사나이, 신의 아들이자 또 본인이 신이었음에도, 신의 놀라운 권능으로 일거에 악을 쓸어버리지 않고(슈퍼맨처럼 눈에서 광선을 뿜어내서 나쁜 넘들 싹 처리하지 않고),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고통을 감내하며 손발이 꿰어저 십자가에 못박히고 인류의 원죄를 대속(이게 또 놀라운 이야긴데,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내가 범하지 않은 나도 모르는 나의 죄가 있었다니, 내 아비도 아니고 그 아비의 아비의 무슨 죽을 죄도 아니고, 대를 오르고 올라 궁극으로 처올라 태초의 인간이 순간의 실수로 저지른 죄를 왜 수천년 뒤의 수십억 명의 인간들이 뒤집어 써야하는 지도 의문이긴 한데, 만의 하나 그 죄가 유전된다고 한들 누가 그걸 대속해 달라고 메달려 통사정을 한 적이 있나 하는 이야긴데, 믿음의 문제를 뭘 모르는 무신론자가 자꾸 거론하면 복잡해지니 여기서 그만.) 죽었다가 부활하고 결국은 승천하여 신이 된 사나이, 예수의 이야기는 또 얼마나 놀라운가?

 

소생이 성경 완독의 마음을 처음 먹은 것은 군대에서였다. 소생은 얼마전에 BTS 진이 입대한 경기도 연천의 5사단 열쇠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어떠한지 몰라도 그때의 병영생활이라는 것이 병장이 되기 전에는 내무반(당시 내부반에서 30~4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음)에서 구멍난 양말이나 꿰메고 있어야지 감히 책 같은 것은 펼칠 수가 없었다. 독서가인 소생은 책이 읽고 싶어서 몸살이 나고, 구중생형극하야 입이 다 헐어빠지고 쌩똥을 싸며 생병을 앓다가 어디선가 손바닥만한 작은 논어책을 한권 구했는데 이걸 시간날 때 몰래 종이에 한두 구절을 옮겨 적어놓았다가 새벽에 보초 나가서 몰래 꺼내보며 외우곤 했었던 것이니......아아아아!!!! 실로 동방의 소국 오랑캐 땅에 대단한 큰 선비가 나셨음이라. 아하!!!!!!!!!!!!

 

한편 일요일 저녁이 되면 가련한 쫄따구들은 모두 교회로 몰려 갔는데, 믿음의 교인이어서가 아니라 초코파이와 커피를 얻어먹을 수가 있어서였다. 소생은 여기에 더하여 교회에 가면 성경책을 펴 놓고 읽을 수가 있었던 것이니...아 고달프구나!! 독서가의 군생활이여!!! 교회에 갈 때마다 성경을 읽으면 군생활 30개월에 어느정도까지 읽을 수 있나 이걸 계산했던 것도 같은데, 소생의 야심차고 원대한 계획은 아마도 애굽을 끝끝내 탈출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일단 교회에 가서 앉으면 잠이 무슨 별처럼 쏟아지는데, 은혜 충만하신 군종병님은 가련한 중생들이 푹 주무시도록 가만히 놔두질 않았다.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떠난다.’~~(실로암! 이 노래 정말 좋아해서 열심히 율동!!! 그래!!! 율동하며 노래 불렀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니 물이 변하여 포도주 됐네~~(얼씨구!!)’ 어쩌고 저쩌고 계속 노래 부르고 또 율동을 해야했기 때문에 느긋하게 앉아서 성경을 읽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여차저차 니미혼자 생똥물똥 싸고 지리며 지랄용천을 하는 동안에도 국방부 시계는 고장없이 어김없이 여측없이 똑딱똑딱 흘러흘러(! 감사합니다.!!) 소생이 어느듯 병장이 되어서 이제는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내무반에서 뒤로 나자빠질 수도 있고, 딩가딩가 기타를 칠 수도 있고, 눈알이 빠져라 떼레비를 볼 수도 있고, 책을 떡하니 펴놓고 읽을 수도 있게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때부터는 책을 읽기가 싫은 것이었다. 이상도하고, 요상도 하고, 희한도 하여라!! 인간이란 종자의 심사란 얼마나 간사하고 한심한 것인가!! 쯥쯥!!

 

그러다가 제대를 하고 세월은 또 흐르고 흘러, 미라보 다리 아래로 세느강도 흐르고, 가을날의 벤치 위로 낙엽은 떨어져 쌓이고, 우리의 사랑은 깨어져 흩어지고.....이건 아니고..... 하여튼 오랜 세월이 흘러도, 술을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 한 켠에는 항상 성경 완독의 이루지 못한 꿈이 세느강물에 쓸려 저 멀리로 흘러가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 그득하니 고여 있었던 것이니....어쩔 것이냐? (이누카이 미치코의 성서이야기 5권을 읽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건 성경책이 아니다.) 책을 읽으려면 일단 책을 구입해야 하고, 성경 같은 책을 어찌 허투루 살 수 있겠는가. 고르고 골라(고르곤 졸라.....는 아니고) 구입한 성경책이올습니다요. 바로 이 책이!!! 성경신학 스터디 바이블!!!!!!!!



찬란한 금박 대신에 은은한 은박을 입었다. 표지는 가죽이다. 2900쪽이 넘는 대분량이지만 종이가 습자지 같은 재질이어서 그렇게 두껍지는 않다.

성경 본문보다 주석과 해설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모세의 출애굽 추정경로 같은 지도자료와 성경에 기록된 묘사와 수치를 바탕으로 재현한 언약궤 같은 성막기구들의 모습도 그림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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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소리 2023-05-10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나드 앤더슨의 ‘구약성서 탐구‘라는 책이 도움이 되실지 모르겠습니다ㅎ신약성서의 경우 통독을 위해서는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가 좋더라고요ㅎ

붉은돼지 2023-05-10 22:47   좋아요 1 | URL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일단 장바구니에 담아놓았습니다..... 200주년 신약성서 주해는 금장본이더군요..스터디 바이블은 은장본이니 금장본도 하나 구비해 놓는 것도 좋을 듯....금도끼 은도끼 ㅎㅎㅎㅎ

배부른소리 2023-05-10 23:47   좋아요 0 | URL
아주 근사하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