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바다생태계 장기 영향 불가피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 보호 위기
태안 앞바다 유조선 사고는 유출된 기름양에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인 만큼 직간접 피해액도 천문학적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태안 해역은 수산자원의 보고이자 해안 국립공원이어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생태계 파괴도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름이 상륙한 해안 17㎞의 피해는 심각할 것”이라며 “수산생물뿐 아니라 해역 생태계에 큰 영향 줄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기름이 든 태안군의 개펄면적은 100㎢에 이른다. 개펄 1㎢가 수산물생산·여가·재해방지 등 연간 생산하는 가치가 39억원이라는 해수부의 추정을 적용하면, 연간 피해액은 태안군 개펄에서만 3900억원에 이른다. 태안군 이외 지역의 중장기적 오염피해와 손상되는 생태계 가치까지 포함하면 그 피해액은 더욱 커진다.
해양오염 피해에 관한 국제관례상 보험사는 3년 동안의 수산물 생산액을 배상한다. 기름 유출이 적어도 3년은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이보다 훨씬 오래 지속한다고 지적한다.
1998년까지 시프린스호 사고의 환경영향을 조사했던 이종협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원유에는 저농도이지만 장기간 남아 플랑크톤·조류·갑각류 등에 축적되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AHs) 등 독성 물질이 많다”며 “1989년 4만여t의 기름을 유출한 ‘엑슨 발데즈’호 사건의 환경영향이 아직까지 보고되는 등 그 영향은 장기간 계속된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당장 눈에 보이는 원유를 없앤다고 영향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유출된 원유 일부는 야구공 크기의 덩어리가 돼 해저에 가라앉아 이동한다. 시프린스호 사고 때 이들은 여수에서 부산까지 이동했다.
유처리제 사용도 ‘2차 피해’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유처리제는 기름을 없애는 게 아니라 세제 성분으로 기름을 잘게 부숴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출된 기름 가운데 해안에 밀려든 약 80%를 뺀 나머지 바다 위 기름막을 제거하려면 유처리제 사용이 불가피하다. 유처리제는 8일까지 이미 3만4919ℓ이 바다에 뿌려졌다.
하지만 잘게 부서진 기름 입자에서는 유해물질이 바닷물에 더욱 잘 녹아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런 문제점을 의식한듯, 해양부는 “시프린스호 사고 때 유처리제의 무차별 사용이 2차 오염을 일으킨 것을 교훈삼아 바깥바다에서만 사용하고 어장이나 연안에서는 살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해역과 해변은 태안 해안국립공원의 북쪽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이곳엔 천연기념물인 검은머리물떼새, 노랑부리백로 등을 포함해 다수의 철새가 도래하며, 기름띠가 덮친 신두리 사구 일대는 천연기념물이자 습지보호지역, 해양생태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핵심 보호구역이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시프린스호 사고가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발생한 데 이어 또다시 국립공원에서 대규모 유출사고가 나 해안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기름띠가 남하해 동북아 최대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을 위협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신환 서산태안환경련 공동의장(수의사)은 “8일부터 죽거나 죽어가는 바다쇠오리, 뿔논병아리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며 “기름에 빠진 새는 털의 단열이 안 돼 동사하거나 피부호흡을 못해 죽게 된다”고 말했다.
<< 펼친 부분 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