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국가의 미학
[김우창칼럼]

김우창/고려대 명예교수
출처 : <경향신문> 2007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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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개발주의<90년대 이후 개발주의>가 민주주의를 허물고 있다
조명래 교수 ‘개발주의와 민주주의 9 계간 ‘비평’에 게재

강성만 기자
출처 : <인터넷한겨레> 2007 12 19


» 새만금 방조제 연결 공사 현장. 보전과 개발이 팽팽히 맞섰던 새만금 간척 사업은 결국 개발 세력의 승리로 끝났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개발주의 세력과 담론의 확산 과정은 ‘민주주의의 후퇴’와 맞물려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겨레> 자료 사진
 
‘토건국가’라는 개념이 한국에 알려진 게 1990년대 중반이다. 일본 현대사 전문가인 개번 맥코맥이 그의 저서 <허울뿐인 풍요>에서 “일본은 막강한 토건세력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어 정치가 썩고 경제가 투기화하며 국토와 환경이 끊임없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이런 국가 유형을 토건국가라고 하는 것이다. 그는 이 유형을 일본 건설성이 공사를 발주하고 시공사는 공사비 일부를 정치인과 관료에게 상납하고 정치인은 이러한 거래를 지원하는 유착·가격 조작·뇌물 제공의 사슬구조로 정식화했다. 이 먹이사슬을 이루는 세력은 ‘토건 마피아’라 일컬었다.

시장경쟁에 의한 개발, 외견상 민주주의 절차 밟지만
실행과정서 시민 배제 관료·전문가 중심 독단적 추진
계층간 혜택·환경 불평등 불러…생태사회로 전환 필요


이 모델은 이 땅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학자들은 1990년대 들어 우리 사회가 이전의 개발국가에서 토건국가로 변모하는 징후가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국내총생산의 지출에서 건설 투자 비중은 1980년대 13∼18%에서 1990년대 21∼24%로 늘어났다. 국민총생산의 지출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가 된다. 특히 현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건설교통부와 관련 국가기관들의 위상과 권한이 강화된 것도 이런 판단의 설득력을 높였다. 건교부와 산하의 개발공사들은 자신의 생존논리를 위해 끊임없이 건설 사업을 기획·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건 마피아’란 소리를 듣기도 하는 이들의 영향력 확대 과정에는 부패와 국토 환경 파괴의 문제도 줄기차게 따라 붙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 및 지역계획 전공)는 계간 <비평> 겨울호에 실은 글 ‘개발주의와 민주주의’에서 개발주의 세력과 담론의 확산 과정이 어떻게 ‘민주주의의 후퇴’와 맞물려 있는지를 살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개발주의를 이전과 구분해 신개발주의라 했다. 이전에는 권위주의 정부의 일방적인 기획과 지시에 따라 개발이 이뤄졌으나 이제 개발 사업은 외견상 절차적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 주도의 발전 전략에서 개방화와 탈규제, 시장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념이 주도하는 개발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조 교수는 여기서 의문을 나타냈다. 신개발주의 프로젝트들은 하나같이 추진과정에서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나 결과를 보면 태반이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 보전주의에 대한 개발주의자의 승리로 귀결되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는 거시 사회적 차원에서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구축되었다고 하더라도 미시 사회적 차원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국책사업인 공공개발 프로젝트들은 타당성 검토, 합리적 계획, 의견수렴, 영향평가 등 절차를 거치지만 이 과정은 대개 ‘형식적 요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토목적 전문성을 이유로 일반 시민의 참여가 제한된 채 관료와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절차적 민주주의의 교란과 왜곡의 배경에는 언론과 학계 등 여론주도층이 뒷받침하는 신자유주의 개발담론의 득세와 ‘불완전한 지방자치제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조 교수는 분석했다. 즉 지역 주민들도 개발담론에 부추겨진 기대와 환상에 사로잡혀 개발의 정당화에 쉽게 동화되면서 기술전문가가 사업을 독단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지역의 유력 상공인들이 지역 언론을 장악하고 각종 지역모임과 기구에서 지역 여론을 호도하면서 개발에 대한 일반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힘들다고 했다.

신개발주의는 사회 여러 부문들 사이의 불균형과 부조화를 키워 절차적 민주주의뿐 아니라 실질적 민주주의의 퇴행으로까지 연결된다고 그는 봤다. 그는 “오늘날의 신개발주의는 철저한 시장경쟁주의 원칙과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의 혜택이 계층차별적으로 분배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본과 시장논리를 띠는 공간환경으로의 개발은 생활세계의 오염과 파괴를 넘어, 계층 간 환경불평등까지 초래해 사회적 약자나 환경약자들의 삶의 지속가능성을 이중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아울러 ‘공동체적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주민들이 그들의 삶터인 공간환경에서 더 이상 진정한 주인이 되지 못하도록 한다고도 했다. 지방자치란 제도에도, 온전한 자치의 구현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개발의 비민주적 권력화는 근대화 과정에서 개방적으로 토의하고 구현할 수 있는 연성적 가치, 민주적 가치, 다양성의 가치, 일상적 가치 등의 발현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생태 사회로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인간과 자연을 통합하는 녹색 교육 △녹색사회협약의 추진 △녹색세력의 정치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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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지상주의자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앞으로 몇 년 동안 애꿎은 땅덩어리가 얼마나 더 고생해야 할까. 지금도 충분히 고생하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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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12-2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 참 더러운 밤이죠? 이럴 줄 알았으면서도 말예요.

내오랜꿈 2007-12-20 02:35   좋아요 0 | URL
지난 여름의 끝무렵에 와인을 좀 담갔지. 12월 초에 1차 숙성을 마치고 2차 숙성중이네요. 조금 전에 그 와인 중에 한 병을 따서 홀짝거리고 있다. 자화자찬이지만, 수준급 와인이 된 것 같다..^^

뭐, 난 기분 덤덤하다. 이명박 되나, 정동영이 되나 정책적 차이가 있겠어? 오늘 밤에 기분 좋아서 술 마시는 사람과 기분 더러워서 술 마시는 사람이 뒤바뀌는 정도의 차이 아닐까? 음... 자신이 진보의 편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는 좀 이로울 것 같네.

민노당의 실패가-이미 예견된 실패였지만- 지랄 같지만... 고민된다. 그래도 엔엘 애들 끌어안고 저걸 계속 끌고 가자는 데 동참해야 할지, 깨고 나가 새로운 모색을 하자는데 동참해야 할지...

다음에 와인 한 병 갖다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