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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는 잠을 설친다
한강 하구 깃대종 삼총사 개리, 재두루미, 저어새… 일산대교 등 건설 뒤 찾아드는 수 줄어
한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생물종을 ‘깃대종’이라고 한다. 생태계가 얼마나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가늠할 중요한 잣대라는 뜻이다. 펄 속에 머리를 파묻고 먹이를 찾는 개리, 유려한 맵시를 뽐내는 재두루미, 주걱 같은 부리를 휘휘 저어 먹이를 얻기에 이름이 붙여진 저어새는 한강 하구의 깃대종 삼총사이다. 넓은 습지와 농경지, 다양한 식물과 저서생물, 어패류 등을 고루 갖춘 한강 하구는 새들의 안식처이다. 그중 철조망으로 막혀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강화 북단은 새들의 낙원이다.
△ <철새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 뜨인돌출판사 제공 |
거위의 조상인 개리는 전세계 5만 마리 정도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과 동북아로 나뉘어 월동하는데, 동북아에서는 우리나라, 그중 한강 하구에서 집중적으로 볼 수 있다. 10·11월에 머물다가 한겨울에는 남쪽으로 이동하고, 2·3월에 다시 나타나 먹이를 얻은 뒤 시베리아로 이동한다. 개리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자라는 매자기 같은 기수식물의 알뿌리를 먹고 산다. 최근 들어 급격히 개체수가 줄고 있다.
역시 겨울 철새인 재두루미도 매자기 알뿌리를 파먹는데, 개리가 완전 초식성이라면 재두루미는 잡식성이다. 일반적으로 두루미는 낟알을 먹지만, 강화도를 찾는 재두루미는 펄에서 갯지렁이와 게도 잡아먹는다. 일산대교와 이산포 나들목 등이 건설되면서 이산포와 장항습지를 잠자리로 하던 재두루미가 잠을 설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들이 다니고 불빛이 밝고 소음이 많아지면서다. 먹이가 많아도 잠자리가 뒤숭숭하면 월동지를 바꾸게 마련이다. 1970년대 2천 마리 넘게 우리나라를 찾았으나 지금은 500~800마리 정도를 꼽는다.
저어새는 세계적 희귀종으로 환경부도 멸종위기 야생종으로 분류했다. 지구상에 1천~1500 마리 생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유일하게 동북아에서만 서식하고 여름철 우리나라에서 번식한다. 한강 하구의 유도와 강화도 일대 섬과 무인도에서 새끼를 친다. 바위에다 둥지를 틀기 때문에 사람들, 특히 낚시꾼을 극도로 경계한다.
*도움말: 윤상훈 녹색연합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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