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찾은 금전산

순리적으로 흘러야 할 일상이지만, 유독 심하게 앓았던 '일상 탈출'의 바람 때문이었는지, 개인적으로는 근 10년만에 산에 오를 생각에 내심 설레었던 주말이다. 계획하고 있던 일정이었음에도 때 없이 도사리고 있던 복병은 부산에서 충동적으로 날아든 한 무리의 친구들과 그 가족이었다. 다수가 설왕설래 하는 가운데 여수에서 근거리인 '지리산 피아골의 단풍 - 제암산 갈대숲 - 만만한 광양의 백운산'을 거쳐 결국 최종 목적지로 천년고찰 송광사와 선암사를 함께 품고 있는 조계산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승주IC를 빠져 나와 선암사 들어가는 2차선 도로의 초입을 지나니 얼핏 단풍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플랭카드가 보인다.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좁은 도로에 차량 행렬이 긴 꼬리를 물고 있었다. 한참 가다서다를 반복하던 중 선두의 남편이 운전대를 나에게 맡기고 주차장 상황을 살피러 간 사이, 주목받지 못한 잎 진 감나무 가로수에 올망졸망 달린 유난스레 작은 감들이 생뚱맞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다 수원에서부터 신고 온 새 등산화까지 생뚱맞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일었다. 결국 예상대로 주차장까지 다녀온 남편의 가위표 손짓에 차를 돌렸고, 아이들을 이끌고 산행후 낙안읍성에서 합류하기로 한 팀을 따라 호수를 끼고 도는데, 산빛 물빛이 너무 고와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이 자꾸만 건들거린다.

막상 낙안읍성 주차장에 이르니, 등산에의 미련을 못 버린 일행은 일제히 산이름도 모른 채 바위들이 올망졸망 박혀 있고 그리 험해 보이지 않는 뒷산을 올려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남편은 이미 산행을 포기하여 옷과 신발을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후였지만, 일행의 성화로 다시 채비를 서둘렀다.



낙안온천 앞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 입구를 찾아 신발끈을 재차 고쳐 묶으며 뗀 첫걸음이 사뭇 활기차다. 아침부터 우왕좌왕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무렵이었고, 남들 하산 할 즈음 오른 길이지만 따스한 날씨는 가벼운 옷차림에도 금방 몸에 땀이 배였다. 당당히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건강함이 새삼 감사한 순간이다.

예전에 엄청 폼 재고 다녔던 이력을 살려, 산 중턱까지는 일정한 폭으로 바삐 가는 남자들의 보무를 잘 맞추었지만 그기까지였다. 숨가쁨의 강도가 심해짐에 따라 걸음이 차츰 느려지니, 어느 순간 앞서 가던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일행 중 뒤처져 오는 부부가 있었으니 부끄러운 수준은 아니어서 다행스럽지만 갈수록 힘겹다. 자연스레 몸이 낮춰지며 땅만 보고 걷게 되고, 발끝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의 인기척을 느끼며, 성큼 앞서간 남편에게 같은 페이스를 기대하는 건 어쩌면 앞으로도 요원한 일이란 생각을 했다.



이왕 뒤처진 걸음 위아래를 살피기 시작한다. 정상 가까이 병풍 같은 벼랑을 올려다 보는 재미가 나쁘지 않았고, 발 아래에는 옹기종기 낙안읍성의 초가들과 낙안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혼자 가는 내가 다소 안스러웠던지 하산하던 남자분이 귤 두 개와 오이 하나가 든 봉지를 손에 들려준다. 고맙기도 하지...



경사각이 있는 소나무숲 길을 따라 얼마간 오르니,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 막았다. 이곳이 극락으로 가는 관문이기라도 하듯 머리를 낮추고 이 문을 통과하니, 제법 운치 있는 좁은 돌계단 길이다. 흠씬 땀을 흘리고 난 후라 시원한 바람에 현기증을 느끼며 아슬하게 걸음을 옮겼더니, 작은 산장 같은 느낌의 절집이 나타났다. 바로 '금강암' 이다. 부처님께 인사 드리는 것보다 일행을 찾는 게 급하여, 왼편 바위를 살짝 돌았더니 확 트인 시야가 옹골차다.



자연석불인 줄도 모르고(?) 바위에 기댄 남편의 '고생했다'란 인사를 받으며, 땀도 식히고 자랑겸 손에 쥔 봉다리를 풀려는 찰나, 작대기를 들고 나타나신 스님. 그의 첫 마디가 불경스럽게도 금지구역에 들어간 남편에게 하는 꾸지람이다. 암자에 혼자 기거하시는 진성스님은 대화가 깊어질수록 겉모습과는 다르게 스님 같지 않는 편안한 느낌을 준다. 대구 파계사에 적을 두시다가 이곳에 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단다. 불청객인 우리 일행에 대한 몇 가지의 질문과 이 산 주변 정세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더불어 선암사와의 불편한 관계를 풀어내신다.



간밤에 보성의 대한다원 제2농장의 매점에서 구입한 녹차 막걸리 한 통을 얼려서 베낭에 넣고 왔는데, 이 또한 부지런한 남편 덕이다. 안주로는 아침에 해장국을 먹으며 덜어 온 김치 조각. 혹시나 하여 스님께 잔을 권했더니,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면 서운했을 만큼 시원하게 목을 축이신다.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등산객이 단감을 가지고 와서 막걸리 한 잔을 청했다. 땀 흘리고 난 후 소 잔등 같이 부드러운 주변 산들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들이키는 한 잔 막걸리의 맛을 음미하니, 신선이 따로 없다.

스님과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을 잊고 있었지만 하산해야 할 시간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스님은 라면을 끓여줄테니 먹고 가라고 몇 번을 재촉하신다.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애써 자리를 터니 제법 아쉽다. 금강암까지 다시 걸어나오며, 목이라도 축이고 가라는 스님의 말씀을 따라서 좁은 마당에 들어서니, 물이 귀하여 반나절을 받았다는 흰 생수통이 놓여 있다. '아, 스님! 저 바위 아무리 봐도 석불 같지 않은데...' 란 의문을 전하니 다시 가서 자세히 보라고 한다. 이조차 다음을 기약하며 하산을 서두른다. 오를 때와는 달리 달리 하산하는 걸음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2005/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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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철도공사는 KTX승무원 사용자"
법원 판결, 노동부 주장 뒤집어…노정권 불법 부채질

박점규 현장기자
출처 : <프레시안> 2007-12-27


“한국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의 채용에서부터 실무수습, 교육, 승객서비스 업무의 수행, 평가 등 모든 측면에서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거나 실질적으로 KTX 여승무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으므로, 한국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9개월째 파업과 투쟁을 벌여 공공부분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된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철도공사라는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재판장 구회근)은 지난 12월 20일 철도노조 KTX 여승무원지부 민세원 지부장의 업무방해에 대한 판결문에서 “한국철도공사는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2조 소정의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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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오랜꿈 ----------------------------------------------------------------------------

난 KTX란 말만 들어도 욕이 나올 정도로 안 좋은 기억들로 채워져 있다. 애초의 기억부터가 안 좋다. 사업선정시 가장 조건이 좋았던(가격, 기술이전 등 모든 면에서) 독일 고속철도 'ICE(이체)'를 탈락시키고 'TGV(떼제베)'를 선택한 것부터 노태우 정권의 최대 비리사업의 하나란 점에서 그렇다. 경주 통과 노선 설정의 문제도 그렇고, 그 결과 천성산 터널 문제기 불거졌던 것 역시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완공되고 난 뒤엔 KTX 승무원 파업문제까지. 도대체 언제부터였던가, KTX 승무원 파업이.

2년이 다 되어가도록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 여승무원을 두고도 노무현, 이상수, 이철이란 인간들은 목구멍에 밥이 잘 넘어갔는가 모르겠다. 이들이 누구던가? 과거엔 민청학련의 주역이자 민주투사였고, 노동악법 철폐를 외치던 인권변호사들 아니었든가? 지금은 참여정부의 대빵이자 철도공사의 사장이자 참여정부의 노동부 장관 아니던가. 이렇게 이 인간들 셋 모두가 지금의 KTX 여승무원 파업사태와 맞물려 있다. 차~암 나... 대통령, 노동부장관, 철도공사 사장이라니...

그래서 난 KTX란 말만 들어도 '인간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된다. (아래 글은 이상수가 노동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한국일보에 '특별기고'했던 글이다. "여성인력을 경제성장의 엔진으로"으로 삼아야 한다나 어쩐다나... )


[특별기고] 여성인력 경제성장 엔진으로 - 이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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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칼럼] 민주노동당, 시간이 없다

고종석
출처 : <한국일보> 2007년 12월 20일


오직 한 캠프만 환호작약이고 다른 모든 정치세력은 상혼낙담이다. 집권의 길이 아득함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민주노동당은 뒤쪽에 속할 테다. 그러나 낙담은 사치다. 시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18대 총선은 넉 달도 남지 않았다. 시간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모든 정치세력에게 넉넉지 않지만, 민주노동당에겐 특히 그렇다.

다른 정치세력들은 꽤 두툼한 전통적 지지층이 있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쓴맛을 본다 해도 이내 세력을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지지층이 가녀린 민주노동당은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얻지 못하면 영원히 원내외를 넘나드는 경계정당으로 남거나 가뭇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

■ 통일 근본주의와의 결별을

이합집산이 상례인 보수정치권에서야 정당 하나가 몰락하는 것이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진보정치 사상 처음으로 8년 역사를 이끌어온 민주노동당의 몰락은 진보정치 전체의 영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것이 뜻하는 것은 시장독재의 만개다. 낙담할 여유가 없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민주노동당은 보수정파나 중도자유주의 정파에 견주어서는 분열상을 덜 드러냈다. 적어도 당원들이나 핵심 지지자들의 이반이 또렷한 흐름을 이루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다. 완고한 민족주의자들과 사회민주주의자들의 동거는 이 정당의 역사 내내 그랬듯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삐걱 소리를 냈고, 당내 자주파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후보가 된 권영길씨는 민족주의 수사와 북핵에 대한 모호한 태도로 당내 후원세력을 만족시켰다.

그리고 그 사실이, 당 밖의 적잖은 진보 유권자들로 하여금 이 정당과의 유대를 재고하도록 만들었다. 바뀌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은 내년 4월 이후 그저 무책임한 직업적 비순응주의자들의 동호회가 되거나 둘로 쪼개질지 모른다. 민주노동당은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우선 당 안팎에서 지적해왔듯, 민주노동당은 민족통일이라는 의제를 제 가치목록의 변두리로 밀어내야 한다. 다시 말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정분을 공식적으로 끊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기반은 이웃나라 정권이나 인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노동계급과 농민, 사회경제적 문화적 약자라는 점을 잊지 말자. 이것은 북한이 지금과 같은 시대착오적 가산국가(家産國家)가 아니라 해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민족지상주의와 통일근본주의는 좌파정당 민주노동당의 근본가치가 될 수 없다. 그것들이 적어도 역사의 지금 단계에선 반동적이고 복고적인 가치, 다시 말해 극단적으로 우익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낭만적 민족지상주의에 이끌리는 통일 담론은 수많은 사회경제 문제들을 '관념 속의 핏줄'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우익적이다. 더 나아가 역사 상의 어떤 민족주의가 진보적 역할을 수행했다 해도, 민족의 이익이나 재결합 같은 가치는 복지나 사회연대나 인권 같은 가치가 보편가치인 것과 달리 본디부터 특수가치다.

다음으로 민주노동당은 자신이 설계하고 있는 사회의 내용과 그 프로그램을 지금보다 더 또렷이 보여주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식 사회민주주의의 속살만이 아니라 그 테두리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이 정당이 추구하는 평등과 복지의 한계는 어디인지, 비정규 노동자와 대기업 조직노동자의 서로 엇갈리는 이해관계는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다양한 수준의 문화적 소수자인권이나 환경 의제는 이 정당의 가치목록에서 어디쯤 자리잡고 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 어떤 사회주의인지 또렷이

이것들을 또렷이 하는 것은 북한문제와 더불어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진보'를 자임하는 한국사회당과 어떻게 다르고 닮았는지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민주노동당의 상대적으로 긴 역사가 저절로 이 정당을 좌파 정치세력의 주류로 붙박아두는 것은 아니다. 대선 결과를 두고 좌절하거나 안도할 때가 아니다. 시간이 없다.


내오랜꿈 --------------------------------------------------------------------------------------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부족한 것이리라. 갈라서는 한이 있더라도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세우겠다는 의지가.

작년 당대표 경선때도 그렇고 이번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그렇고, 충분히 '장군님을 받드는' 교주파들을 당지도부에서 물러나게 만들 수 있었지만, 경쟁자가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교주파가 낫다는 식으로 행동한 일군의 그룹이 있었다.

작년 당대표 경선시, 조승수 전 국회의원과 문성현의 양자 대결구도에서 조승수 후보가 충분히 당선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조승수 당대표라는 꼴을 못보아 넘긴 일부 세력들이 주대환을 후보로 나서게 만들었다. 같은 이념을 공유한 경쟁자가 당대표 되는 것 보다는 차라리 주사파한테 당권 넘기고 그 옆에서 자신들이 최대한의 지분을 챙기겠다는 것 말고는, 그 어떤 명분도 없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고 하는 인간들.

이번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그랬다. 심상정 후보가 2차투표에서 충분히 권영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대환을 비롯한 일부 '인민노련'의 후예들은 주사파를 도와 권영길 후보를 지지했다. 80년대 한국노동운동의 역사나 진보정당 창당 과정에서 '인민노련'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나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으리라.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이놈의 정당이 뭐 그리 이뻐보이겠는가. 어제 투표장에서 한국사회당에 투표할려다 겨우 참았다. 하지만 그래도 길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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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대사들 "한국 대선 이상해요"
권영길 후보와 간담회서 '솔직한 관전평'

윤태곤/기자
출처 : <프레시안> 2007-12-07


  대한민국 국민 상당수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강소국'들인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의 한국 주재 대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참 이상하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3개국 대사들은 모두 "인물 중심 선거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의 눈에는 위장전입, 탈세, 주가조작, 파업 엄단이 주요 이슈인 '한국적 현실'이 그로테스크하게 보인 모양이다.
  
  이들과 간담회를 가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그래도 당신네가 우리랑 제일 비슷하다'는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공약에 대해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망상가들의 망상'이라고 집중 공격이 심해 '내가 혹시 몽상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을 정도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핀란드 대사 "인물중심정당이란 것도 있구나"

▲ 권영길 후보와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적 현실'에 의문을 표시한 킴 데이비드 루오토넨 핀란드 대사, 라르스 바리외 스웨덴 대사, 디드릭 톤셋 노르웨이 대사
  7일 오전 권영길 후보는 라르사 바리외 스웨덴 대사, 킴 데이비르 루오토넨 핀란드 대사, 디드릭 톤셋 노르웨이 대사와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민노당의 정책과 북구 3개국의 정책을 비교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바리외 스웨덴 대사와 톤셋 노르웨이 대사는 "한국의 선거가 정책적 대립보다는 개인 중심이다"면서 "북유럽에서는 정당정책이 선거의 중심이다"고 말했다. 루오토넨 핀란드 대사도 "한국정치에서 '인물중심 정당'이 생기는 게 의아했다"고 거들었다.
  
  특히 톤셋 대사는 "민노당의 구체적 정책대안이 눈에 띄고 북유럽과 유사한 선거 캠페인이다"고 평가하면서 "다른 후보들도 거시정책을 제시하지만, 실현방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톤셋 대사는 "후보들이 경제성장을 말하기는 하는데,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고찰해야 할 경제학자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건가"라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스웨덴 대사 "산별협약이 스웨덴 산업발전의 기반"
  
  3개국 대사들의 '대선 관전평' 앞에서 '권 후보는 이들에게 "보육, 교육, 의료, 산재문제 등에 대해 국가 역할이 전혀 없는데, 국민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들은 전적으로 개인들이 책임지고 있고 더욱더 이런 경향들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오늘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권 후보는 "보육, 교육, 의료 등의 사회보장제도 이야기하면, 국민들과 다른 정당들은 '실현불가능하다'고 비판해서 북유럽을 예를들어 사회보장제도를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지난 해 정권 교체 이후 한국의 언론과 기업가들로부터 '복지병에 걸린 나라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는 괴이한 찬사를 받았던 스웨덴의 바리외 대사는 "신임 총리가 '복지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효율화 노력이 있다'고 이야기 했다"면서 "스웨덴의 복지시스템 유지는 사회적 합의다"고 강조했다.
  
  바리외 대사는 "노동시장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노조 조직률이 높아지면 경제 부담이 커진다는 오해가 있지만 오히려 산업계에 큰 자산이다"면서 "노사간 합의는 지킨다는 신뢰가 바탕되면 노조는 경제발전의 도움이다"고 말했다.
  
  바리외 대사는 "산업별 노사간 협약이 지켜지고 그것이 경제 문제를 예측할 수 있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스웨덴의 산업이 발전했다"고 부연했다.
  
  노르웨이 대사 "북유럽 성공의 기반은 사회연대의식"
  
  이들은 한국의 사회적 의식수준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톤셋 노르웨이 대사는 "저희들의 성공 이유는 모든 계층이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의식이 강하고 목적의식이 있기 때문이다"고 사회연대의식을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꼽았다.
  
  톤셋 대사는 "한국은 유교전통이 강하고 가족중심이 강하지만 이제는 민주노동당 등이 사회공동체 중심으로 가야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고 충고했다.
  
  루오토넨 핀란드 대사도 "핀란드에서는 법질서, 정부기관, 정부당국 등 국가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높다"면서 "한국에서는 국가보다는 가족, 동창 등 혈연, 학연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더 큰 것 같다"고 꼬집었다.
  
  루오토넨 대사는 "핀란드에서는 그런 학연의 의미가 없다"면서 "노키아가 제일 큰 회사인데 그 회사 경영자들이 다 지방대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1시간 10분 여 동안 진행된 간담회를 마친 후 권 후보는 "오늘 세 분 말씀을 듣고 크게 힘을 받아 간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박용진 대변인 역시 "선거 기간에 주한 외국 대사와 정치적 이야기를 나누는 게 관례가 아니었지만 다행히 다들 초청에 응해 주셨다"면서 "서로 말이 너무 잘 통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변인은 "이런 저런 이유로 사진도 한 장 못 찍었다"고 전했다. 솔직한 고언을 해준 3개국 대사들이 혹여 외교적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이들 역시 오랜만에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간담회 이후 권 후보는 '삼십년 전에 헤어진 동생 만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작 북유럽 대사들과 간담회가 필요한 사람은 권영길 후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게 솔직한 평가다.



스웨덴 대사 "높은 노조조직률은 자산
권영길 북유럽 3국 대사 만나 "사회보장은 꿈 아니라 과제"

김은성 기자
출처:<레디앙>2007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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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커밍아웃'을 기대한다

2004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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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쯤 '나는 누구 지지한다'가 아니라 '나는 어느 정당 지지한다'로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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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이유
    from 또다른 시작, 그리고 준비... 2007-12-15 10:16 
    난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 뭐..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일을 열심히 한다는 거다. 다른 건 몰라도 일하라고 국회의원으로 뽑았으면 일을 열심히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국회의원은 입...
  2. 대선후보 복지정책 공약평가
    from 또다른 시작, 그리고 준비... 2007-12-15 10:16 
    [한겨레]각 정당과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대통령 선거 뒤 정책으로 전환돼 집행될 내용이다. <한겨레>와 참여연대는 다음 정권의 정책방향을 예측하고, 공약의 타당성·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유...
 
 
sui 2007-12-24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분들은..다들 공부잘해서..울나라왔겠지요?
생각하는 것도 잘 집어내시는군...
다시 태어나면,북유럽같은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어요...

내오랜꿈 2007-12-24 23:3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북유럽 같은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요.
공부는,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하세요.^^;
 

[유레카] 냉소 이성
유레카

고명섭 책·지성팀장
출처 : <한인터넷한겨레> 2007 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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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BK의 후폭풍 1 - 내 편은 善, 네 편은 惡

'냉소이성'이라? 글쎄, '이성'이라는 게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지금 대한민국을 돌아보면 모두가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느낌이다. '내편'이 하는 일은 모두 善, '네편'이 하는 일은 모두 惡. 논리도 이성도 없다.

검찰 발표 이후 이명박 지지선언이 봇물이 터지듯 넘쳐난다. 단연 압권은 한국노총의 지지선언일 게다. 그러나 그보다 대중의 관심을 끈 것은 일부 연예인들의 이명박 지지선언이다. 이명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비난을 쏟아붓는다. '공인(?)이 그러면 되나?', '밥그릇을 위한 줄서기냐?' 등등. 그런데 한번 물어보자? 연예인들이 왜 이명박 지지선언 하면 안 되는가? 정동영 지지선언 하는 것은 괜찮은가?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은?

지난 2002년 대선과 2004년 4.15 총선 당시 박찬욱, 봉준호, 문소리, 오지혜 등 많은 영화감독들과 배우들을 중심으로 민주노동당 지지선언을 한 적이 있다. 이 지지선언이 어디 잘못되었는가? 이 지지선언을 두고 내가 기억하는 한 조선일보 같은 데서 '안티'를 건 적이 없다. 영화배우들이 무슨 정치에 참여한다는 식의 허접한 비난을 한 적이 없다(물론 있었는데 내가 못 보고 넘어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 연예인들도 누구를 지지선언할 권리가 있다. 이걸 인정해줘야, 상대편 지지선언을 인정해줘야 우리편 지지선언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편 지지선언은 잘하는 것이고 상대편 지지선언은 골빈 놈들이 하는 짓이다? 2002년 대선때 노사모 회장까지 했던 영화배우 명계남씨는 이회창 지지선언한 연예인들을 일러 '닭(돌이었나?)대가리' 운운하는 발언을 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자신은 노사모 회장도 모자라 전국을 돌며 노무현 선거운동까지 하면서 다른 연예인들이 이회창 지지하는 것은 닭대가리라서 그런 것이라니?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사고방식 아닌가?

난 이명박 지지선언하는 연예인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지지 안 한다고 싸잡아 골빈 놈이라고 비난하는 명계남 류가 더 '한심한 이성'이라고 생각한다. 연예인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지지하면 그냥 격려해주고, 좀더 적극적으로는 음반 하나 더 사주고 그들이 나오는 영화 한번 더 봐주면 된다. 다른 정당 지지하면 그냥 무시하고, 좀더 적극적으로는 음반 안 사고 그가 나오는 영화 안 보면 그만이다. 이것이 논리의 일관성, 사고의 일관성, 행동(실천)의 일관성을 가진 이성적(합리적) 태도 아니겠는가?

한국노총, 이명박 지지 선언…노동단체가 가장 친기업 후보를?

2. BBK의 후폭풍 2 -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

한국노총에 관한 위의 기사를 보라. 대한민국에서 '네 계급대로 투표하라!'가 안 되는 이유를 자기 한 몸 불살라 보여주고 있는 조직이다.

'노동귀족'은 돈을 많이 받는다고 노동귀족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그러나 천박하게도 노무현부터 이 땅의 보수언론들까지 돈만 많이 받으면 노동귀족이라고 부르고 싶어한다) . 연봉 1억을 받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사회적 약자, 일테면 자신의 직장에서 같이 근무하는 비정규직 동료들과 연대해 싸운다면 그는 훌륭한 계급의식을 가진 노동자다. 연봉 삼천만원 밖에 못받는 노동자라 할지라도 동료의 어려움에 나몰라라 하고 좀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사측에 붙어 같이 근무하는 비정규직 동료들을 외면한다면 그는 노동귀족이다.

끊임없이 존재를 배반하고픈 (계급)의식의 유혹. 그래서 대한민국의 선거는 맨날 누가 좋다, 누가 싫다가 된다. 어느 정당이 좋다, 어느 정당이 싫다가 아니고.

‘BBK사건’ 검찰의 치욕, 수사의 ABC가 모두 빠졌다”

3. BBK의 후폭풍 3 - 연장전이 남았다.

축구 경기도 몇 백만이 함께 모여 길거리 응원을 즐기는 이 '스펙터클한' 민족이 대선 끝났다고 그냥 주저 앉을소냐. 벌써부터 이명박 특검이니, 검찰 특검이니 하는 소리가 국회 주변에서 들린다. 그들은 대선만이 목적이 아니다. 아니 솔직한 그네들의 속내는 대선이 목적이 아니라 내년 4월의 총선이 진짜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BBK는 진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서 필요한 존재로 남아있어야 한다.

그래서 'BBQ'의 브랜드 가치는 끊임없이 상승중이라나 어쩐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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