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포로원정대
펠리체 베누치 지음, 윤석영 옮김 / 박하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미친 포로원정대/박하] 전쟁포로들의 케냐 산 원정대, 진짜였어! ~

 

세상에 이런 일이!

아무리 현실이 소설 같고 소설이 현실 같다지만 이게 실화라니!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포로수용소에 갇힌 세 명의 전쟁 포로들이 포로수용소를 빠져나와 빙벽으로 뒤덮인 5200m의 케냐 산을 오를 꿈을 꾸고 반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설산을 정복했다. 5년 동안 탈출에 성공한 사례가 단 한 번이었을 정도로 탈출이 쉽지 않았던 수용소에서의 탈출은 분명 극적이었다. 더구나 다시 포로수용소로 돌아와 탈출에 대한 처벌도 당당히 받았다. 산에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대담하고 무모한 도전을, 상상불가의 모험을 펼칠 수 있었을까. 누가 봐도 믿기지 않는 전쟁 포로들의 원정대다. 이들의 미친 원정대 모험담은 너무나 잘 짜인 소설 같아 혀를 내두르며 읽게 된다.

 

 

 

 

저자인 펠리체 베누치가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함께 줄리안 알프스와 돌로미테를 무수히 드나들었기 때문일까. 그렇게 등산에 대한 유전자가 남다르기 때문일까. 이탈리아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다져진 근육들이 근질거려서 였을까. 그도 아니면 설산이 주는 샹그릴라에 대한 환상 때문이었을까. 어쩜 이들이 케냐 산기슭의 나뉴키 제354 수용소에 이송된 게 운명 같았으리라.

 

거대한 치아 모양을 한 검푸른 색의 깎아지른 암벽, 지평선 위로 두둥실 떠 있는 푸른빛 빙하를 몸에 두른 5,200미터 높이의 산을, 이때 처음 보았다. 낮게 깔린 구름이 이동하며 급기야 그 위용을 숨길 때까지, 나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었다. 이후 몇 시간이 지나서까지, 나는 여전히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나는 완전히 사랑에 빠져버렸다. (58-60)

 

베누치는 1938, 로마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식민지청 소속으로 에티오피아에 파견되지만 무솔리니의 패배로 연합군에 잡혀 케냐의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외국에서의 근무 경력을 쌓고자 했던 젊은 인재는 그렇게 외국에서 전쟁포로가 된다. 밑도 끝을 알 수 없는 막막한 전쟁포로라는 현실에서 펠리체 베누치는 케냐의 설산을 보는 순간 산악인의 꿈을 꾸게 된다.

 

베누치가 케냐 산에 오를 원정대를 모으고 함께 수용소에서 고철을 모아 직접 등산장비(로프, 아이젠, 예리한 피켈 등) 를 만드는 과정, 가시철조망을 탈출을 위한 재료로 활용하는 아이러니, 등산용 신발, 등산복, 텐트까지 만들기,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준 수용소 포로들, 고지대 적응과정도 없이 상상으로 계획하고 체력을 단련하는 과정들, 수용소를 탈출하는 긴박한 상황, 사람들을 피해, 동물들을 피해 케냐 산에 이르는 여정들이 모두 힘들고 험난하지만 신나게 해내는 이야기다. 귀안, 엔초, 베누치 등 포로원정대 세 명이 포로수용소를 극적으로 탈출해 케냐 산의 레나나 봉을 오른 뒤 다시 수용소로 돌아오는 18일의 일기다.

 

 

 

 

현재의 전문산악인들도 어렵다는 고도의 암벽 등반 기술을 요하는 케냐 산 원정길, 전쟁포로산악인들의 등반이 실제 상황이었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해낼 수 없는 일들이다. 케냐 산 포로원정은 전쟁포로라는 갑갑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한 치유책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들의 케냐 산 원정대 이전과 이후의 생각과 삶이 달라도 많이 달랐다니까 말이다. 자유를 그리던 아름다운 영혼의 승리가 아닐까. 꿈과 희망을 향한 순수한 영혼의 쾌거일 것이다.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나의 케냐 산은 무엇인지. 나를 설레게 하는 꿈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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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4-2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는지..

참으로 대단하네요.

그리고 수용소로 왜 다시 돌아갔을까요? ㅋ

봄덕 2015-04-28 10:15   좋아요 0 | URL
탈출을 위한 탈출이 아닌, 산에 오르기 위한 탈출이었기에 본분을 잊진 않은 거죠. ㅋㅋ 원칙을 지키는 산악인이었던 거죠. 나중에 풀려나서 이탈리아에서 외무고시에 합격하고 각국 대사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외교관이 되어서도 꾸준히 산에 올랐고, 남극 여행도 여러 번 한 산악인이죠.

붉은돼지 2015-04-28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쌍둥이 같아요^^ ㅎㅎㅎㅎㅎ

봄덕 2015-04-28 21:4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쌍둥이 아닌데요^^ 뭔가 통하긴 하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