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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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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아도 생존본능은 유전자 속에!~[피카이아]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살아가면서 힘든 시기가 있습니다. 그걸 견뎌 내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일입니다. 세상에 살아남아 존재하는 것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요. (작가의 말)

 

 

 

 

 

동물과 사람, 생존과 진화, 주류와 비주류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다. 문제아라고 부르는 아이들, 상처를 받고 소외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동물과 소통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다. 5억 3천만 년 전에 살았던 화석들을 보며 산다는 것, 생존한다는 것의 의미를 깨우쳐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골든 레트리버종인 커다란 개 키스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면 늘 목욕을 한다. 상쾌한 기분으로 도착한 도서관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아이들의 냄새, 이야기 냄새, 땀 냄새, 책 냄새, 떡볶이 냄새 등이 섞여 있다.

 

아이들은 키스를 반기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눈다. 마치 대장에게 하듯이 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들을 한다.

 

-혁주가 날 좋아하게 해 줘.

-혁주 좀 잡아 줘. 혁주는 나만 따라다녀!

-우리 집에 좋은 일 생겼어. 아빠가 다시 직장에 다니신다. 너에게 처음 말하는 거야! (본문에서)

 

 

 

키스는 아이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도 한다. 이제 아이들은 키스 주위로 와서 한 사람씩 키스에게 책을 읽어 준다. 마치 친구에게 책을 읽어 주듯이.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아픔과 슬픔을 간직하고 있다.

 

 

 

상민이.

형편상 엄마 아빠와 떨어져서 할아버지와 사는 상민이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 오히려 월급도 더 많아야 되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아야 하는데 그 반대인 세상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맞벌이 부모님, 공공근로하면서 때때로 폐휴지도 줍는 할아버지를 보면 분명 더 잘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학교에서는 그런 걸 가르쳐주지 않는 걸까.

 

 

-내가 고양이보다 똑똑한 거 맞아? 그런데 왜 난 고양이보다 못나 보이는 걸까?

....

-설마 바퀴벌레랑 비교해도 인간이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없는 거냐?

-바퀴벌레는 인간보다 더 오랫동안 생존해 왔거든. 인간은 머리로 생각하지만 바퀴벌레는 온몸으로 생각한대. 머리가 잘려 나가도 미로를 빠져나올 수 있고 위기에 처했을 땐 순간적으로 지능이 인간보다 높아진다는데? (본문에서)

 

 

 

세상은 우월한 종이 꼭 살아나간다는 법은 없나보다.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눈이 다섯 개나 달린 오파비니아는 멸종하고, 오히려 특별한 것이 없는 피카이아는 살아남았다. 발견 당시에 4cm 크기의 지렁이처럼 생긴 이 작은 생물은 고생물학자들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발견된 버제스셰일층에서는 눈을 가진 동물도 있었고 단단한 껍데기를 가진 동물도 여럿 있었지만 그 중에서 피카이아만 유일하게 척삭을 몸속에 지닌 것이다. 척추가 될 척삭을 보유한 동물 피카이아. 척삭은 척추의 기원이 되는 물질이기에 피카이아가 모든 척추동물들의 기원인 셈이었다.

 

 

미정이는 인간의 몸에 털이 북슬북슬 나도록 진화하는 것이 좋았을 거라는 혁주의 말에 종아리를 덮을 자신의 털을 만든다며 다리 토시를 뜨고 있다. 그러다 학원시간을 놓치게 되고...

 

 

-난 엄마가 무얼 원하는지 아는데, 엄마는 내가 무얼 원하는지 알까? (본문에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든 미생물이 35억 년 전, 바다에 산소가 없을 때 햇빛을 받아 스스로 광합성을 시작했다고 한다.

 

 

-스스로의 생명 활동으로 남을 이롭게 하는 것, 아마도 생명은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되었을 거야. (본문에서)

 

 

 

 

동네오빠 끈적이의 성폭행 피해자인 윤이는 자신이 자꾸 작아져서 아이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무거울 때면 공원에 간다. 공원에 있는 길고양이가 윤이의 유일한 친구다.

 

산다는 건 버티는 것일까. 그렇게 살아남는 것도 의미가 있을까.

 

채림이 아빠는 다시 복직의 기쁨을 누리게 되고....

정리해고의 위기에서 서로 일거리를 나누고 월급도 나누어 함께 살아내어 회사를 살리기로 한 것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피카이아 그라실렌스!

피카이아는 피카 산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그라실렌스는 우아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먼 조상인 피카이아는 부드럽고 매끈한 것이 인간과 닮았다. 그렇다면 그 유전자가 지금 우리 몸의 어딘가에 있겠지.

 

 

남보다 능력이 월등하지도 않고 특별할 것 없는 데도 살아간다는 의미가 있는 걸까.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는 의지는 인간의 본능 같다. 먼 조상 피카이아가 전해준 유전자일지도 모른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도서관에서 생물의 진화를 담은 책을 읽으며 서로 돕는 삶, 그래도 사는 것이 이기는 것임을 깨달아가는 아이들이다.

 

 

 

이 책에는 개와의 교감, 고양이와의 교감이 인상적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언제나 위로가 되고 든든한 일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고양이와 개의 존재만으로도 , 그렇게 상처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가슴에 엉킨 응어리는 풀리고 상처는 치유되기도 하니까.

 

 

 

 

이 책은 2010년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하는 독서프로그램 중에서 키스라는 개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보며 영감을 얻은 동화다. 그림과 이야기가 색다르다. 커다란 책의 여백에 자신들의 이야기, 생각, 그림을 그려서 자신만의 그림책으로 만들어 보라는 작가의 말도 인상적이다.

 

아이들을 동화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어른들이 미처 알지 못했거나 믿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진화하는 생물을 빗대어 더불어 살기를 가르치고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는 동화다. 작가는 더 불온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의 불편한 진실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고민, 상처, 소망 등을 작가의 예리한 눈으로 포착해서 섬세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펼쳐 낸 동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그래도 산다는 것, 견디어 낸다는 것이 의미가 있음을 피카이아를 통해 말하고 있다. 산만하던 문제아들이 개와의 교감, 고양이와의 교감으로 정서적 안정을 찾고 치유해감을 보면서 아이들 스스로 자가 치유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며 이런 기적의도서관이 더 많이 필요함을 느낀다.

 

 

특별할 것도 없는 피카이아가 살아남은 것처럼 아이들도 이 험한 세상을 꿋꿋이 살아냈으면 좋겠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힘인 자가 치유력이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은 정말 희망적이다.

 

쉬운 듯 어려운 이야기, 자꾸만 되새김질이 되는 이야기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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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09-17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