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지옥 열린책들 세계문학 93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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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고 학창 시절을 거치며,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지식을 배운다. 세상이 변하고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지만 그때 배운 걸로 어느 정도는 충당이 된다. 기초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좀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후회는 언제나 함께 한다. ‘단테=신곡이라는 공식을 언제부터 내가 알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막연히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최근에 읽기 시작한 단테의 신곡-지옥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비해 훨씬 쉬웠고 재미있었다.

 

<신곡-지옥>은 내가 지금까지 읽어왔던 고전의 종합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성서를 비롯하여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그리스.로마 신화, 그리스 비극 작품들의 내용이 반복해서 나왔다. 강대진 선생은 단테의 신곡을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희랍과 로마의 작품들을 피해갈 길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 책들을 지금까지 힘겹게 읽어 기초를 쌓아왔기에 쉬운 접근을 할 수 있었지만, 신곡은 한 번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다. 한 번 읽고 이 위대한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은 어림없다. 그저 이 지면의 글은 신곡에 대한 나의 감상과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해설서를 앞으로 열심히 읽겠다는 다짐에 불과하다.

내가 좀 겸손해졌나

지옥을 읽고 나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된다.





트로이전쟁을 끝내고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오뒷세우스는 저승을 방문한다(오뒷세이아, 11). 트로이아의 유민을 이끌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떠나는 아이네아스의 여정에도 저승은 들어있다(아이네이스, 6). 이미 헤라클레스와 테세우스도 저승여행을 거쳤고, 단테의 신곡은 아예 작품 전체에 저승이 있다.

 

[앞으로 수많은 영웅들의 저승여행의 원조가 될 이 여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많은 이야기에서 영웅들이 저승을 여행하는 것은, 이것이 아마도 모든 통과의례의 대표여서일 것이다. 통과의례는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나아가는 위험스런 순간을 무사히 지나게 해주는 예식이다. 여기서 오뒷세우스는 말하자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이전의 존재를 죽이고있다. 많은 통과의례들이, 이전에 속해 있던 집단과의 격리와, 그 이후의 재통합 과정을 포함한다. 그 격리기간에 이전 것이 죽고새 존재가 생겨난다.

-p315,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읽기’, 강대진, 그린비]

 

단테는 35(1301), 인생의 중반기에 피렌체에서 추방당해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여러 곳을 전전하며 신곡 집필을 했다. 그 역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저승이라는 공간을 선택했다.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에게, 피렌체는 그의 모든 것이었다.

 

[서양 전체의 역사에서 사실상 중세에서 근대로 바뀌는 과도기가 13세기였다면, 변화는 다른 어느 곳보다 피렌체에 집중되고 있었다....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새로운 역사와 문화의 현장에서 단테는 교육을 받고 사랑을 하며 글을 쓰고 현실 정치에 몸을 던졌다.

-p21, '단테×박상진', 아르테)]

 

 

<신곡>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테의 생애와 그 당시 이탈리아 여러 공국, 특히 피렌체라는 도시의 상황을 먼저 알아야만 한다. 단테의 평생과 그의 사후에도 오랫동안 궬피당(교황당)과 기벨리니당(황제당)사이의 이념갈등은 끝이 없었다. 지옥편은 이 정치적 갈등에 대해 어느 정도 정보가 있어야 더 잘 읽힌다. 그가 어릴 때 만나 사랑한 여인, ‘베아트리체도 중요한 인물이다. 그녀는 일찍 죽었는데 단테에게 평생 영감을 준 여인이다. 단테의 지옥여행에 길잡이가 되는 사람은 베르길리우스이다. 그는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단테를 구해주고 지옥의 심연, 연옥의 산, 그리고 그 꼭대기 지상낙원까지 안내한다.

 

[하지만 제2곡에서 우리는 이들의 만남이 우연이 아님을 알게 된다. 베르길리우스는 천국의 베아트리체 때문에 단테에게 왔다....속세에서 출발해 먼저 지옥을 살피는 여행의 절대적 시작점은 천국이다. ...베르길리우스는 모든 단계와 죄의 모든 경험을 통과하도록 단테를 인도한다.

-p12, '단테의 신곡-지옥편‘, 윌리스 파울리, 예문]

 

'지옥3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두운 숲에서 방황하는 단테를 베르길리우스가 구해주고, 그는 단테를 지옥으로 안내한다. 지옥은 제 1원인 림보에서 제 9원인 얼어붙은 코키토스 호수까지 골짜기를 이루며 점점 밑으로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1; 림보

2; 음란함과 애욕의 죄인들(바람, 태풍에 휩쓸리는 자들)

3; 탐식의 죄(비에 젖은 자들)

4; 재물의 죄인들, 낭비와 인색함의 죄(쓰라린 말씨로 서로 싸우는 자들)

5; 분노의 죄인, 스틱스 늪(늪이 잡아당기는 자들)

6; 영혼의 불멸을 부정했던 에피쿠로스와 그의 후계자들

7; 세 개의 작은 둘레(girone)

-첫째 둘레; 이웃에게 폭력을 가한 자들(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핏물의 강)

-둘째 둘레; 자신의 육체와 재산에 폭력을 가한 자들(자살한 이들의 숲)

-셋째 둘레; 신성에 폭력을 가한 죄인들(모래밭에서 불비를 맞음)

8; 열 개의 작은 구렁(말레볼제)

-첫째 구렁; 뚜쟁이와 유혹자(속이는 자)들이 악마들에게 채찍을 맞고 있다.

-둘째 구렁; 아첨꾼들이 더러운 똥물 속에 잠겨 있다.

-셋째 구렁; 돈을 받고 신성한 물건을 거래하는 고성죄(구멍에 거꾸로 쳐 박혀 있다)

-넷째 구렁; 점쟁이, 예언자(앞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머리가 등 뒤쪽으로 돌아가 있다)

-다섯째 구렁; 탐관오리(펄펄 끓는 역청 속에 잠겨 있다)

-여섯째 구렁; 위선자(겉은 화려하지만 안은 무거운 납으로 된 옷을 입고 다닌다)

-일곱째 구렁; 도둑의 영혼(많은 뱀들이 형벌을 가한다)

-여덟째 구렁; 사기와 기만을 교사한 죄인들(타오르는 불꽃)

-아홉째 구렁; 종교나 정치에서 불화의 씨앗을 뿌린 자들(신체의 여러 곳이 갈라지는 형벌)

-열 번째 구렁; 온갖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화폐를 위조한 자들이 역겹고 악취나는 질병에 시달리는 벌

9; 마지막 원(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천사장에서 악마가 된 루키페르가 있다)

-배신자들이 코키토스 호수 속에 얼어붙어 있다.

 

단테는 저승의 지옥을 여행하지만 그것은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 그는 벌 받는 사람들의 이름과 사연을 궁금해 하고 자세히 듣는다.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그들의 이름을 밝혀 주겠다고 한다. 또한 그는 지옥에서 죄지은 자들의 고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스승 베르길리우스는 그런 단테를 보고 나무라지만 단테의 눈물은 계속된다. 저승의 죄인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다가 스승에게 혼나기도 한다. 인간인 단테가 인간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더 그에게 정감이 간다. 단테는 적절한 비유와 시적인 표현으로 지옥의 모습을 묘사했다. 라틴어에도 능숙했던 그는 신곡을 라틴어가 아닌 이탈리어(토스카나어)로 썼다. 특정한 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이를 위해 서사시를 지었다는 것에 그의 위대함이 있다.

 

열린책들의 신곡은 번역이 쉽게 되어 있고, 각 페이지마다 짤막한 해설과 각주가 있어 읽기 편하다. 민음사의 신곡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 있어 좋다. 기회가 된다면 민음사판으로 다시 읽고 싶다.

 

가톨릭교도인 나는 일 년에 두 번(부활과 성탄) 의무적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어떤 죄를 고백해야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신곡의 지옥편을 읽고 죄라는 것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남에게 잘못하는 것도 죄지만 나 자신에게 충실하지 못하고 나를 고통에 빠뜨리는 것도 죄가 되었다.

 

단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지옥을 설계했다. 1원에서 제9원까지 어떤 죄인을 배치하고 어떤 벌을 가할지 그는 스스로 정했다. 개인적이거나 집안의 원수도 있고, 평소 자신이 부정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다. 단테의 집안은 금융업에 종사했는데 그 당시 금융업은 고리대금업도 같이 다루었다. 그는 지옥에서 만난 고리대금업자에게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인간이 인간에게 내리는 심판은 완전하지 않다. 단테의 지옥을 보며 우리의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저자 김영민 교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죽음을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단테를 통해 죽음을 보고 지옥을 여행했지만 난 아직 죽음이 두렵다

다음엔 연옥천국이다.

 

[하지만 저는 왜 갑니까? 누가 허락합니까?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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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4-20 2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겸손해지는 책이군요ㅎㅎ역시 지옥에서도 싸움구경이 재밌나봅니다.ㅎㅎ 어렵지 않다하시니 안심이 되네요. 사두었는데 어쩐지 손이 안갔었거든요.^^;아르테의 <단테>와 김영민 교수의 책 저도 있어요🖐

페넬로페 2022-04-20 23:56   좋아요 3 | URL
ㅋㅋ~~말도 조심하게 되고 ~~하겠다는 말의 남발도 좀 자제하게 되네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는데 제가 단순하게 읽어서 그렇겠죠!
해설서를 읽다보면 문장마다 많은 의미가 들어 있으니 조금씩 알아가겠습니다**

희선 2022-04-21 02: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책은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안 하고 모르기도 해요 그래도 단테가 쓴 《신곡》은 아는군요 몇해 전에 책도 사뒀는데, 여전히 안 봤습니다 페넬로페 님은 다른 책을 먼저 보시고 보셔서 그렇게 어렵게 느끼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단테는 글을 이탈리아말로 썼다고 했군요 누구나 볼 수 있게 쓰는 건 중요하죠

고해성사를 의무로 한해에 두번 해야 하는군요 그럴 때 자신을 돌아보겠습니다 그런 시간을 가지면 괜찮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4-21 08:02   좋아요 4 | URL
단테가 신곡을 썼다는 것은 학교 다닐때 배웠던 것 같아요.
저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어요.
고해성사 볼 때 어떤 죄를 고백할것인가가 언제나 고민입니다.
사람 잘 변하지 않는다고 매번 고백할 내용이 비슷해 저란 사람에 대해 실망도 많이 해요^^

새파랑 2022-04-21 07: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왠지 어려워 보여서 접근하지 않았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보니 읽어보고 싶네요. 말로만 들었던 고전이야기가 다 들어있는거 같아요 ㅋ

페넬로페 2022-04-21 08:04   좋아요 5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 읽기가 쉬워요. 열린책들은 각 페이지마다 친절한 주석이 있어 별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요.
민음사는 주석이 책의 끝에 한꺼번에 있더라고요^^

독서괭 2022-04-21 07: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조금 읽다가 중단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보니 제가 고전 지식이 부족해서 힘들었던 것 같네요. 나중에 지식을 더 쌓아서(언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저는 열린책들 합본 구판으로 가지고 있어요!
단테 집안이 고리금융업자라 거기서 슬쩍 외면했단 얘기가 재밌네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2-04-21 08:08   좋아요 5 | URL
단테가 중세와 근대에 걸쳐져 있는 사람이라 결국 그의 시선도 거기에 머물러 있어요. 기독교적인 사상과 그리스 로마의 고전과 철학사상을 가지고 책을 썼기에 배경지식을 아무래도 알고 읽으면 편한데 그것 다 알려면 딴 책 하나도 못 읽잖아요.
그러니 그냥 시도해 보셔도 좋을 듯 해요^^

2022-04-21 1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22 0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4-21 18: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민음사로 읽었는데 윌리엄 블래이크 그림이 좋았어요 ㅎㅎ 자살한 자들이 자유의지를 박탈당하고 나무가 되어 있는 모습이 그렇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ㅠㅠ

페넬로페 2022-04-22 01:46   좋아요 3 | URL
자살한 사람을 표현한 게 정말 절묘하죠?
지옥의 곳곳에 죄를 지은 사람들과 그들이 받는 벌의 연관성에 단테의 위대함을 보았습니다^^

coolcat329 2022-04-21 2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진정한 고전을 읽으셨네요. 8원은 또 구렁이 열개라니 인간들이 지은 죄 종류가 무지많네요. ㅎ
하긴 놀랄 일도 아니지만요.
라틴어가 아닌 토스카나어로 썼군요.
단테가 인간에게 따뜻한 마음이 있었나봅니다.
나한테 잘못해도 죄라는 거 마음에 새겨야 겠습니다.
카톨릭신자로서 이 찐고전을 읽으셨으니 더 의미있는 독서였겠어요. 👍
제가 이 책을 읽을지는 모르겠으나 누가 읽겠다하면 열린책들로 읽고 그림 참고는 민음사로 하라고 조언하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2-04-22 01:49   좋아요 3 | URL
인간의 죄가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되었어요.
제가 벌받는 상황을 상상하게 되더라고요.
민음사판은 그림은 좋지만 주석이 책의 뒤에 한꺼번에 있어 읽기에 약간 불편해요.
쿨캣님 말씀에 저도 동감이예요.
열린책들 읽고 민음사판으로 다시 읽어도 좋을 듯 합니다^^

서니데이 2022-04-22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테의 신곡 여러 출판사의 책으로 보셨군요.
이 책이 희곡이라서 소설보다 읽기가 잘 안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지금 다시 보면 모르지만, 전에는 희곡 읽기가 편하지 않았거든요.
죄가 너무 많은 건 복잡한 법률처럼 좋지 않을 것 같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일수록 고백할 일이 많아질 것 같긴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4-23 12:50   좋아요 3 | URL
서사시에는 그 언어에 맞는 리듬감이 있으니 한국어로 사는 사람은 읽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아이가 사춘기때 서로 갈등이 심했는데 그땐 고백할 죄가 많더니만 요즘은 별로 없어요.
제가 착하게 살고 있나봐요 ㅎㅎ

레삭매냐 2022-04-23 1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원한 고전이라고 해서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으로
구해서 읽겠다고 도전하다가
그만...

여전히 서양 작가들이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오마쥬하
고 인용하는 작품이니 대단
하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04-24 08:09   좋아요 2 | URL
저도 기회있다면 최민순 신부님의 번역판으로 다시 읽고 싶어요.
원어로 읽으면 더 대단하겠지만 번역판으로 읽어도 잘 썼더라고요.
입문을 잘 한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4-24 0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는 것처럼 차가웠는데, 오늘은 그 전보다 기온이 더 많이 올라가서 따뜻한 날이었어요. 다음주 초에는 기온이 더 많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초여름 같은 날씨예요.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4-24 08:07   좋아요 3 | URL
날씨 변화가 심하네요.
좀 쌀쌀하다가 초여름 날씨처럼 덥기도 하고요.
서니데이님, 주말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4-25 2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는 차가운 날이었는데, 오늘은 여름처럼 느껴지는 날이었어요.
흐리고 습도 높은 날이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날이 더 많아질 시기가 되었어요.
이번주는 4월 마지막 주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주 되세요.^^

페넬로페 2022-04-26 13:13   좋아요 3 | URL
봄이 되고 꽃이 피어 좋더니만 날씨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네요.
그래도 그 순간을 지나며 견뎌야 하겠지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오늘 하루 항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4-26 2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초여름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 날이었어요.
비가 올 때마다 조금씩 기온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셨나요.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4-27 09:53   좋아요 2 | URL
정말 초여름같은 날씨였어요.
봄에서 성큼 여름으로 점프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몇 달동안 더위를 참아야하는지 세어 보기도 했어요 ㅎㅎ
아쉽지만 그래도 남은 봄을 즐겨야겠습니다^^

꼬마요정 2022-04-26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강대진님 책이네요!! 반가워요 ㅎㅎ 저 책 저도 읽고 있습니다. 아는 책 나오니까 너무나 반가워요 ㅎㅎ 저는 신곡 중 지옥이 제일 재미있었고 천국이 제일 신기했어요. 천국 묘사가 상상이 잘 안 되어서 이상하게 뱅뱅 돌면서 빛이 한 군데인가 뭐 이랬어요. 지금 생각하니 부끄럽습니다.

파울로와 프란체스카가 지옥에 있는 건 너무 슬펐어요ㅠㅠ

페넬로페 2022-04-27 09:58   좋아요 3 | URL
강대진님 글로 일리아스 넘 재밌게 다시 읽고 있어요.
마치 참고서 보는 느낌으로 머리에 잘 들어오게 해설을 잘 하셔서 재밌어요.
저는 아직 천국과 연옥 시작하지 않았는데 아마 우리들은 지옥이 제일 상상하기 좋은게 아닐까요.
살아오면서 지옥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도 또 매번 똑같이 잘못한 일을 되풀이하고 ㅠㅠ
저도 파울로와 프란체스카가 안타까웠어요.
사랑도 죄가 되나요!

서니데이 2022-04-27 2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공기가 좋지 않아요.
내일도 아마 미세먼지가 나쁨일 것 같습니다.
봄이라서 그런지 황사 오는 시기가 된 것 같기도 해요.
페넬로페님,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4-29 09:00   좋아요 3 | URL
언제부터 내렸는지는 몰라도 일어나보니 비가 제법 내렸어요.
멀리 보이는 산에 구름이 내려와 산의 모습이 감춰져 있어요.
계속 더웠는데 이 비로 날씨가 좀 누그러지고 미세먼지가 씻겼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
오늘 하루도 평안하고, 건강한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희선 2022-05-06 2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여러 지옥 모습을 보니 작은 잘못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사람이라는 게 죄일지도...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네요 우울해지니...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기만 해도 괜찮겠습니다

페넬로페 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05-10 00:3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그래도 ‘우리는 연옥정도는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ㅎㅎ

mini74 2022-05-07 0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2-05-10 00:34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5-07 08: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사 천재 페넬로페님~! 언제나 멋지십니다 ^^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5-10 00:36   좋아요 3 | URL
제가 새파랑님이 아니면 어디서 천재 소리를 들어보겠습니까.
멋지다는 말도요^^
정말 넘, 감사합니당**

미미 2022-05-07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립니다🌹
게다가 단테로 당선되시니 어쩐지 더 멋집니다^^*
고전 신화는 외워야 할 것들이 많아 어렵게 느껴지지만
자체로는 흥미진진한것 같아요ㅎㅎ

페넬로페 2022-05-10 00:38   좋아요 2 | URL
세계 4대 시인에 뽑히시는 단테님의 글을 읽고 당선되어 넘 기쁘고 영광입니다.
ㅋㅋ
흥미롭고도 깊이있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5-07 12: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5-10 00:39   좋아요 2 | URL
감사드려요, 독서괭님**

서니데이 2022-05-07 17: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5-10 00:39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러블리땡 2022-05-08 0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캬

페넬로페 2022-05-10 00:40   좋아요 2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캬~~ㅎㅎ

Redman 2022-05-22 0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연구자들은 단테의 신곡은 당시 피렌체의 상황, 단테 개인사 등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역사적 배경에만 초점을 맞추어서 사람들이 더 읽기 힘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신곡에는 이름이 나오지 않는 인물들도 많은데, 이건 단테의 어떤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인물은 무슨 당이고, 어디 출신이라는 등 역사정보를 담은 각주를 담은 건 단테의 의도에 배치되지 않나...

페넬로페 2022-05-23 17:48   좋아요 1 | URL
신곡을 처음 접하니 단테가 쓴 글들이 모두 비유적이라 주석을 참조할 수밖에 없었어요.
주석대로 움직이다보니 민우님의 말씀대로 자유롭게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도 많고요~~
기회 있으면 여러번 읽고 싶은데 그러기도 쉽지 않아요^^
 

「신곡」의 원제목은 Commedia 즉 ‘희곡‘ 또는 ‘희극이다. 참으로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내용을 다루고 있는 <지옥 편에 비해 연옥 편)과 천국 편>은 매우 쾌적하고 행복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슬픈 시작‘에서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 하여 이 같은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보카치오가 다시 이 제목에 형용사 Divina를 덧붙임으로써 단순한 희곡 차원을 넘어 숭고하고 성스러운 뜻을 가진 DivinaCommedia(신성한 희곡)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ㅡ머리글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나를 통해 슬픔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영겁의 고통으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저주받은 영혼들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정의는 지존하신 하느님을 움직여
성스러운 힘과 최상의 지혜, 
그리고 태초의 사랑으로 나를 이루셨도다.
나보다 먼저 창조된 것은 영원한 존재인 전사 이외는 없으니 나는 영원토록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 P27

"저들은 이처럼 별빛 하나 없는 어두운 곳에서 언제까지나 미로를헤매느니보다 차라리 지옥의 구멍에라도 틀어박혀 죽어 버리고 싶은심정인데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지, 저들에게는 천국에가는 사람들은 물론 지옥으로 가는 사람들마저 부러운 존재일세. 자.이제 그만 자리를 이동하세나."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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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29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더 자세한 문장이군요. 저 마지막 문장은 늘 무섭네요. 단테는 어쩜 저런 표현을 썼을까요?! 두렵지만 역시 명문입니다.^^*

페넬로페 2022-03-29 22:22   좋아요 2 | URL
4, 5월에 신곡 읽을 예정이라 가벼운 책으로 워밍업 하고 있어요.
지옥을 슬픔의 세계로 표현한 것이 넘 멋진것 같아요^^
마지막 문장은 지옥에도 못 들어가는 영혼이 있는 곳이예요.
영원히 어둠 속에서만 있어야 해요
지옥보다 더 무서운 곳이더라고요^^

scott 2022-04-04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으로 보는 신곡!
이런 류 책 좋아합니다!

영상 강의 추!천 ^^

페넬로페 2022-04-04 23:48   좋아요 2 | URL
쉽게 씌어 있고 그림도 있어 좋아요.
영상으로도 찾아봐야겠어요^^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에릭 드 케르멜 지음, 강현주 옮김 / 뜨인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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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해 많이 읽고 있으며, ‘책쟁이의 대열에도 당당히 끼이고 싶다. 내게 감동을 준 책이 너무 많아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 혹은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을 꼽는다면?”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빨리 대답할 수가 없다. 이런 대답은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백 권의 책을 읽은 것처럼 떠벌릴 수 있는 사람이 더 잘할지도 모른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는 하지만 우연히 읽게 된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이나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의 서문만 읽어도 주눅이 든다. 책 얘기로 한 권의 책을 채울 수 있다는 건 인생의 많은 시간을 독서에 바쳤다는 뜻이다.

 

에릭 드 케르멜의 장편소설인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에세이처럼 읽힌다. 이 책속에 많은 책이 있으며, 책을 통한 만남, 관계의 발전, 소통 등 다양한 것들이 담겨있다. 이국적이고 프랑스적인 걸로 거의 채워져 있지만, 그런 것들이 나를 설득하고 감동을 준다면 그것은 더 보편적이고 삶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예의와 적당한 거리를 지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는 나탈리는 내가 나이 들어가며 닮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파리 생활에 지친 문학교사 나탈리는 그곳을 떠나 인구 8573명이 거주하는 남프랑스의 위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책이라면 뭐든지 사랑하는 그녀는 위제의 에르브 광장 모퉁이에 있는 작은 서점을 운영해 보기로 한다. 이 책은 서점을 찾아온 9명의 사람들과 나탈리가 책을 통해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각자의 사연과 상처가 있다. 나탈리는 서점 주인으로서의 자세를 가진 채, 그들을 책의 세계로 초대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 각자의 상처는 독자적인 것이지만, 우리는 타인의 상처에서 나의 것을 본다. 타인에게 내민 도움의 손길은 내가 가진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엄마가 골라주는 책을 더 이상 읽기 거부하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나선 클로에. 아내와 딸을 유방암으로 잃은 슬픔을 순례의 길을 통해 이겨내는 자크. 지칠 줄 모르는 여행자, 필립. 마그레브 출신의 임신 거부증이 있는 레일라.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 그에게 책을 보내는 바스티앙. 외인부대의 군인이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을 당해, 아무것에도 반응하지 않는 세르비아인 타릭. 소박한 행복을 가르쳐주는 베로니카 수녀님. 배우가 되고 싶지만 현실의 벽에 갇혀 있는 우체부 아르튀르. 자신의 욕구보다 다른 사람의 욕구에 함몰된 삶을 살고 있는 주부, 솔랑즈.

이들에게 나탈리는 책을 통해 다가가고 그들에게 자신을 찾고, 꿈과 자유를 포기하지 않게 해준다.

 

나탈리에게도 자신의 가족이 있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사람은 자신 안에서만 머물며 거기에 멈추어있다. 기대, 갈등, 상처가 내부에만 있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고통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바깥의 것을 끌어당겨 내 것을 보고, 성찰해야만 한다. 타인의 고통에 내가 안도하는 것이 아닌 감사를 배우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이 스스로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p214)’을 이해해야 한다.

나탈리 역시 서점을 찾아 온 9명의 사람들에게 단순하게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가족을 더 잘 이해하고 기다려 줄 수 있는 엄마가 된다.

 

[책이 흘러가는 여정과 우리 자신의 여정이 겹치는 부분이 생기고, 그럴 때 우리는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그런 만남이 발생하는 순간이 존재한다. 따라서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는 단지 읽었던 내용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책에 쓰인 단어들은 세상의 다른 끝에서 시작된 파도와 같다. 우리의 인생을 휩쓸고 가서 절벽에 부딪쳐 부서지거나, 고운 모래사장 위로 부드럽게 미끄러지게 한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책을 다시 덮는다고 해서 이러한 절벽을 사라지게 만들 수는 없다. -p62]

 

책이 흘러가는 여정과 우리 자신의 여정이 겹친다는 구절을 읽고, 한 번씩 리뷰에 나의 이야기를 쓴 것에 대해 안도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거나 책 내용에 대하여 평가하여 논하는 글인 리뷰에 내 얘기를 쓰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매번 고민을 해왔다. 나탈리가 책과 타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듯 우리도 책에서 종종 나 자신과 마주친다. 지금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나, 거기에 존재하는 내가 책 속에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럴 때 내 얘기를 쏟아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의 주인공 마까르가 고골의 외투를 읽고 그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도 자기 마음속에 절벽이 사라지지 않아서이다.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은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읽은 책이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나에게 행복을 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는 행위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고 인생의 가르침을 주는 명상 수업이었다. 책을 읽는 방법과 자세를 알게 해주었고, 책 속의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노력, , 사랑, 자유 같은 단어들을 어느 순간 잊고 살았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단어를 다시 찾았다. “당신이 희망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면, 내가 당신에게 꿈꾸는 법을 가르쳐주겠노라는 세네카의 말처럼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법(p286)“을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나탈리는 나에게도 도움을 주었다.

 

[네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려주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줄게. -p330]




책은 당신 내부에 있는 욕망의 왕국, 가능성의 민족, "안 될 게 뭐야?"라는 무적함대를 일깨웁니다. - P7

나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나를 성장케 하고 내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독서였다. 나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다른 세상, 다른 시대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 준 것도 독서였다. 책을 읽을 때만큼 나 스스로와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은 없었다. - P2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풍요롭고 깊이 있고 웅장하다. 그 흐름 속에 인간의 가장 내면적인 생각이 모두 담겨 있다. 마치 큰 강 한가운데 있는 섬에 멈춘 것처럼 우리는 책을 읽다가 한 단어, 한 문장 앞에서 멈출 수 있다. - P38

아버지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쓴 마젤란의 전기를 읽다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책과 함께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책 아래에서......사람들은 대개 부드러운 손동작으로 고인의 눈을 감긴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을 감긴 것은 펼쳐진 책장이었다....입관을 할 때까지 우리는 마젤란을 아버지의 얼굴 위에 그대로 두었다. 아버지가 슈테판 츠바이크와 대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 P154

같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 함께 읽은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거의 무방비 상태로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 P182

마크툽(mektoub)-우리의 삶은 신에 의해 이미 대강의 윤곽이 그려져 있다는, 즉 각자의 정해진 운명이 따로 있다는 의미의 아랍어.
운명이란 우리 자신을 넘어서 있는 그 무엇이며, 운명으로 인해 우리가 펜이 아닌 잉크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우리가 모든 책임으로부터 면제된다는 뜻이 아니다. 모두에게 동일하게 요구되는 기준 따위는 없다는 것. 그러므로 세속적 의미의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 P211

태양, 꾀꼬리, 달, 혹은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영원할 거라 여기지 말고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면 어떨까? 괜한 불안감 속에 살라는 말이 아니라, 그들의 존재에 행복해하며 살아보자는 뜻이다. - P299

문학뿐 아니라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
단어만으로 충분했고, 단어는 하나의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와 공범이 되어주었다. 외부에서 나를 구하러 온
단어 덕분에 나는 바깥세상의 지지에 의존할 수 있었다.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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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21 17: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인생책이군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페넬로페님은 이미 책쟁이 이십니다 ^^ 행복을 주는 책은 정말 좋은거 같아요~!! 게다가 책에 대한 책이라니~!@

페넬로페 2022-03-21 19:31   좋아요 4 | URL
책 속에 있는 글들이 다 마음에 와 닿았어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었고요.
프랑스의 위제도 한 번 가보고 싶어졌어요^^

미미 2022-03-21 1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말씀하신 프루스트가 언급된 책이 이거군요~♡ 같은 책을 통해 연결된 견고한 느낌! 제가 북플에 중독된 이유네요.ㅎㅎ 페넬로페님이 올려주신 발췌문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쏙 듭니다. ^^*

페넬로페 2022-03-21 19:36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도 그렇고 저의 로망인 산티아고 순례길도 나와 있어 좋았어요. 하버드 스퀘어에서도 프루스트가 언급되잖아요. 조만간 ‘잃어버린 시간들‘을 읽어야겠어요.
이 책에서도 같은 책을 읽고 꼭 얘기를 나눠보라는 해요. 북플의 기능이 그런 것을 나누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cyrus 2022-03-21 21: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책이 많으면 책쟁이 맞습니다. ^^

페넬로페 2022-03-21 23:10   좋아요 3 | URL
cyrus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오늘부터 저는 책쟁이 1일차인 걸로 하겠습니다 ㅎㅎ
반가워요, 잘 지내시지요?

희선 2022-03-22 0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학교사였다가 작은 책방을 하게 됐군요 멋지네요 교사도 많은 사람(제자)을 만나야 하고 책방에서도 많은 사람(손님)을 만나겠습니다 이런 소설을 보면 책방 주인과 친해지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그런 거 못하네요 책과 책방이 여러 사람이 소통하게 해주기도 하는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03-22 20:22   좋아요 3 | URL
서점 가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우리동네 책방은 조그마한데 아이들 문제집과 참고서를 거의 파는 곳이라 별로 가지 않거든요. 문학책을 많이 파는 서점이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사람과의 소통의 내용이 잘 나와 있어요.

얄라알라 2022-03-22 00: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저는 ˝책벌레˝라는 단어 쓰면서, 뭔가 아쉽다 싶었는데 페넬로페님께서 쓰신 ˝책쟁이˝ 이 말 좋은데요?^^

에릭 드 케르멜

한꺼번에 잘 외워지지 않는 조합이라, 일단 케르멜부터 외우고 [에르브 광장의 작은 책방] 리딩리스트에 올려두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3-22 20:26   좋아요 3 | URL
책쟁이란 말은 레삭매냐님께서 많이 사용하시는데 저도 이 말이 좋더라고요. 왠지 거국적이면서 약간의 소속감도 주는 말이라 멋지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책벌레는 은둔형 외톨이 스타일이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저도 에릭 드 케르멜 작가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났어요. 에릭이란 이름으로봐서 아마 남자작가이겠죠?

stella.K 2022-03-22 11: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정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과연 그럴까요?
어렵다고 해서 아직도 못 읽고 있는 책이구만요.ㅠ

페넬로페 2022-03-22 20:28   좋아요 5 | URL
저도 아직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지 못했는데 다른 책에서 자주 언급되길래 역시나 읽어야하는 책인가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사는것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라 좋았어요^^

mini74 2022-03-22 2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 얼마나 좋은데요 ㅎㅎ 책벌레보단 책쟁이가 정말 더 좋네요. 책이 좋아서, 책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여기 북플을 찾아오는거겠지요. 북플님들 글 읽으며 저는 여기가 책방이기도 하고 에세이 한권이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그 중심엔 페넬로페님도 계시구요 ㅎㅎ

페넬로페 2022-03-22 21:53   좋아요 2 | URL
책쟁이는 뭔가 연대하는 기분이 들어 저도 좋아요. 이곳 북플이 아마 에르브 광장의 작은 서점 같은 곳인것 같아요. 책을 매개로 여기서 소통하고 격려하고 서로 위로해주고요~~이곳 높은 곳에 미니님께서 딱 중심에 계시고요.
저에겐 서재 친구분들이 다 나탈리 같은 분이십니다^^

서니데이 2022-03-22 22: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는 읽는 사람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내용을 읽었을 때에도 이전 지식에서 연장선이 될 때가 있기도 하고, 타인의 경험과 생각을 읽으면서 이전의 기억과 경험으로 공감하게 되는 것도 있고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3-23 19:37   좋아요 3 | URL
네, 서니데이님의 말씀에 공감해요. 이 책에서 나와 맞지 않는 책은 오히려 그 책속의 내용과 같은 경험때문이라는 내용도 있어요. 내가 아는것 만큼, 내가 경험하고 인식한 대로 이해의 폭은 정해지는것 같아요^^

2022-03-25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6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eepapggot 2022-03-27 05: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정말 책쟁이들이 책고 만나고 서로 소통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여기 와 보면 등불을 보는 것 같네요. 독서가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우선 독서는 글쓰기의 마중물이라는 확신은 듭니다. 오늘 우선 세 권 구했슴니다. ˝에브르 고아장의 작은 책방˝, ˝끝내주는 과물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페넬로페 2022-03-27 13:14   좋아요 3 | URL
네, 정말 이곳은 책에 대한 정보도 많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더 좋아요. 독서가 완벽한 구원을 주는것은 아니지만 삶을 헤쳐나갈 힘을 주는것은 맞는것 같아요. 오늘 만난 세 권의 책이 다 좋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leepapggot님의 감상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2022-03-27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7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8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8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2-04-02 0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통을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바깥의 것을 끌어당겨 내 것을 보고, 성찰해야만 한다.˝ ..........내것만으로도 회복될 수 없고 한 인간은 다른 이가 필요하고..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나를 알게되는 거이라는 생각인가요? 아. 먼가...저에게 요즘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이 책도 꾹꾹 담아두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4-02 11:16   좋아요 2 | URL
힘들거나 사람과의 갈등이 있을 때 나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것만 보이고 이기적이 되기도 하고, 타인이 옳지 않다고만 생각할수도 있고, 주관적이고 편협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거기서 벗어나려면 일단 그 어떤 종류든 바깥의 것을 끌어와야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떨때는 내것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는 조금 부족할때가 있더라고요^^
 
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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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을 처음 읽었을 때는 가난이라는 것의 외양만 눈에 들어왔다. 부엌 한 귀퉁이에 칸막이만을 세워 방을 만든 곳에서 하숙을 하는 마까르 제부쉬킨의 열악한 환경과 다 해진 옷’, ‘누더기 조각만 걸치고’, ‘구멍 난 신발같은 단어들로 불행한 가난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우정과 부성애를 내세운 사랑의 희생이 감동적이었다. 가난은 가난을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그 정도로만 이 소설을 읽었다.

 

이번에 다시 읽은 가난한 사람들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9등 서기관 마까르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가난하고 병약한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를 딸처럼 대하고 아끼며 그녀에게 온갖 정성을 쏟는다. 자신도 겨우 먹고 살지만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사서 보내고, 격려한다. 그러던 그는 소설의 중간 시점에서부터 갑자기 변한다.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표현하며 한탄하고 세상의 불공평에 대한 원망을 한다. 바르바라는 마까르가 전에 보이지 않던 단점을 드러내며 흉한 모습으로 망가지고 술을 마신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마까르는 아무리 아껴 살아봐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고 빚만 늘어나는 삶에 허우적대기 시작한다. 차 한 잔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고 행복한 순간에도 울음을 터트리게 하는 가난은 집요하게 엉겨 붙고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인 바르바라를 먼 곳으로 떠나보내게 한다. 번역자 석영중의 해설에서와 같이 도스토옙스키는 이 소설에서 가난을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시선과 그들의 불안, 좌절, 고통을 작가는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가난은 생활의 불편함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점점 사람의 영혼에 잠식해 들어가며 정신을 파멸시킨다. 마까르와 같은 집에 살았던 가난해도 그처럼 가난할 수 없는고르쉬꼬프와 고골의 소설 외투의 주인공인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그런 이유로 허무하게 죽는다.

 

러시아 소설에는 하급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들은 지금의 공무원과 같은 신분인데도 무시당하고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절실히 필요한 새 외투 한 벌 해 입지 못하고 다 해진, 더 이상 천을 덧대어 수선조차 할 수 없는 실내복 같은 외투만 입고 다녀야만 했다. 이런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 러시아의 수도였던 뻬쩨르부르그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직 고귀한 자리에 오르지 못한 4만 명이 넘는 가난한 공무원의 대부분을 이루는 하급관리들은 이처럼 궁핍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은 받는 월급을 거의 식료품과 하숙비에 다 썼다. 혼자서 온전한 식권 한 장을 사는 것이 부담되어 두 세 사람이 시내에서 가장 값싼 식당의 식권을 공유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새 외투를 사거나 장화를 사기 위해서는 몇 달간 신경을 써서 저축하고 희생해야 했기에, 고골의 단편소설 <외투>의 주인공이 자신의 새 외투를 도둑맞자 거의 미칠 지경이 되었다는 것을 읽고서 놀란 독자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와 고골이 자신들의 작품에서 밤에 계단 밑에 있는 작은 집으로 돌아오는 가난한 주인공에 대해 쓴 것은 사실 그대로였다. 그런 공간은 1840년대에 교육은 좀 받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일상적인 주거지였다. -p196 ‘상트페테르부르크, W.브루스 링컨, 삼인]

 

하급관리가 받는 월급은 형편없었지만 농촌에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출세하기 위해 수도로 몰려들었다. 1840년대에 좋은 교육을 받은 수백 명의 하급관리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정부 건물에서 단지 서류 필사 서기로 일해야 했다. 정부는 이들의 재능을 활용하지 못했고, 먹고 살만한 월급을 주지도 못했다. 이르면 9월부터 내리는 눈을 다음 해 5월까지도 볼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궂은 날씨도 이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데 한 몫 했다. 허술한 옷에 잘 먹지도 못한 그들이 춥고 질퍽한 도시를 몇 시간만 돌아다녀도 감기가 들기 일쑤이며, 며칠간 앓아누워야 했다. 생활비의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은 아무리 아껴가며 살아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이것이 러시아 혁명의 씨앗이 되었다.

 

도스토옙스키의 처녀작인 가난한 사람들은 출간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평생 고통스럽게 살아간 작가가 그나마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 쓴 작품이다. 하급관리 마까르가 사랑하는 사람인 바르바라와 주고받는 편지의 형식이며 중간에 짧은 바르바라의 수기가 들어 있다. 서한체 소설이기 때문에 사실 바르바라와 마까르의 관계를 확실히는 알 수 없다. “순수한 부성애”, “당신은 저의 사랑스런 딸이에요!”, “우정이라는 표현으로 보면 마까르가 바르바라의 후원자일 수 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그 사랑은 결코 무분별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왜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 안다면의 문장으로 본다면 두 사람은 연인관계이다.

두 사람은 가난하지만 선량하고 친절하다.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한다. 마까르는 바르바라에게 아낌없이 베풀고, 그녀를 사랑한다. 마까르보다 더 지적이고 교양이 있는 바르바라는 더 정확한 사회를 인식시키기 위해 그를 뿌쉬낀과 고골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녀가 그에게 보내준 책은 벨낀 이야기외투이다. 군주에 대한 비판에 가장 앞 선 작가가 뿌쉬낀인 것을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도스토옙스키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마까르는 벨낀 이야기중에서 역참지기에 대해서는 자신이 삼손 비린과 비슷하다며 칭찬한다. 그러나 외투는 어떤 사람의 사생활을 글로 써낸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비판한다. 솔직히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하지는 못했다.

 

제부쉬킨과 바르바라는 서로를 돌봐주고 산책도 가고, 연극도 보러 가지만 더 이상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가 없다. 가난이 점점 그들의 발목을 잡고 삶을 지탱할 수 없게 만든다. 바르바라는 마음에도 없는 결혼으로 현실을 탈피하려 하고, 그런 그녀에게 마까르는 무기력하다. 오히려 마까르는 휘몰아치는 듯 급하게 진행되는 바르바라의 결혼식을 위해 그녀의 심부름을 하다가 앓아눕는다. 이 어이없고 웃기기도 한 상황이 기가 막히지만 미래를 저당 잡힌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른 대안은 없다.

 

마까르가 바르바라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는 아마 그녀에게 전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슴이 찢어지며, 시릴 정도로 슬픈 마음이지만, 그녀를 사지로 보낸 것 같은 심정이지만, 이 남자는 여자를 위해 그 어떤 것도 해줄 수가 없다.

미래를 위해 현실을 포기하는 것,

사람과 사랑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

그것이 가난이다.

 

[나의 소중한 바렌까, 귀여운 사람, 고귀한 이여. 당신을 내게서 떼어 내 멀리 데려갑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고 있습니다! 차라리 내 가슴속 심장을 꺼내 갈 일이지, 어째서 당신을 내게서 떼어 놓는단 말입니까!....당신은 제가 불쌍한 거죠? 당신도 저를 사랑하고 있는 겁니다!....그곳에선 당신의 작은 가슴이 슬프고 괴롭고 시릴 텐데요. 우수가 당신 심장의 피를 모두 빨아먹을 겁니다. 비애가 그 심장을 부숴 버리고 말 것입니다. 당신은 그곳에서 죽게 될 겁니다.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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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3-16 19:4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두 번 읽으셨군요. 가난하면 바로 이 소설이 생각나요. 기본적 생활도 힘들지만 그와 더불어 상대적 박탈감에 초라한 내 모습에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든게 가난의 무서움인거같아요.ㅠ
그래도 마까르가 자기보다 더 비참한 이웃남자 도와주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이었어요.
저도 조만간 도끼님의 소설 읽어볼까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16 20:38   좋아요 3 | URL
소설의 여러 부분에서 맘이 넘 아팠어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도선생님께서 어떻게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라는 생각도요.
가난은 참 무섭고 집요해요.
그래서 더 사람을 피폐하게 하나봐요^^

막시무스 2022-03-16 22:46   좋아요 2 | URL
두 분께서 말씀하신것 처럼 가난의 고통이 순수하게 개인이 감당해내는 절대적 가난의 고통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부족함이나 사회적 빈부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훨씬 더 큰 가난의 고통이 될 수 있다는걸 깊이 느낄수 있었던 작품이었던것 같아요!ㅎ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페넬로페 2022-03-16 22:54   좋아요 2 | URL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먹고 사는 일이 더 힘들어지다보니 제 개인적으로도 미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과 저번 달에 읽었던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이 단지 소설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어요.
물론 절대적인 빈곤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미래를 대비해 현실을 희생하고 불안과 걱정이 많아졌어요. 그런 면에서도 고전작품은 무척 큰 의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coolcat329 2022-03-16 2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저 상트페테르부르크 책 저도 좀 땡기네요. ㅋ 중고 알아봐야겠습니당

페넬로페 2022-03-16 20:39   좋아요 1 | URL
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를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는데 이 도시에 대해 많은 것을 서술했고 가독성도 좋았어요. 읽어두시면 고골의 소설을 읽는데도 도움이 되실 거예요^^

mini74 2022-03-16 20: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조금 남았어요 ㅎㅎ페넬로페님 제목부터 아~ 맞아 하며 공감하며 갑니다. 가난한데 행복하긴 힘든 일, 사랑이 이루어져도 아슬아슬할 거 같아요 ~ 편한 저녁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2-03-16 20:41   좋아요 3 | URL
오늘 우리 서로 엇갈리네요.
미니님은 이 책을, 저는 인민에게 복무하라를 남겨 두었네요.
가난한 사람들, 넘 감동적이죠?
전 바르바라가 그곳에 가서 죽을것 같아요 ㅠㅠ

미미 2022-03-16 2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다가 고골의 <외투>가 떠올랐는데 바로 다음에 관련한 인용문이 나와 놀랐어요~♡
저도 페넬로페님처럼 재독해보고 싶네요! 죄와벌과 이 소설이 도선생님 작품중 가장 마음을 흔들었어요.🥲

페넬로페 2022-03-16 20:44   좋아요 2 | URL
도선생님의 이 소설과 외투는 글의 방식이 좀 다른데도 뭔가 통하는게 있더라고요. 고골이 자연주의적인 글을 썼다고 했는데 전 ‘가난한 사람들‘에 더 마음이 울렸어요.
재독하면 또다른 의미로 다가올 거예요^^

새파랑 2022-03-16 20: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좋은 작품을 재독하셨군요. 역시 도선생님 찐팬 페넬로페님입니다~!!
저도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랑 <백야> 완전 좋았어요 ^^ 페넬로페님은 책부자 입니다~!!

페넬로페 2022-03-16 21:12   좋아요 4 | URL
제가 새파랑님에 비해서는 한참 못 미치지만 도선생님의 찐 팬인것은 확실합니다. 고골의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는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도 좋아요^^

singri 2022-03-16 21: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전을 잘 못 읽긴하지만 읽어보고싶네요;;
잘 읽히는 고전 찾는게 쉽지않아서요.
겨우겨우 읽는 수준이라.

제가 이번에 안나까레니나를 읽었더니
전 톨스토이보다 도스토옙스키쪽을
훨씬 좋아한다는걸 알았어요ㅎ

뭔가 다양한 군상의 모든 이야기보다
어떤 인물위주의 이야기요.

어렵긴 하겠지만 도스~작가님
한번 봐야겠네요ㅎ

페넬로페 2022-03-16 21:15   좋아요 4 | URL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은 작가의 중기나 후기 작품에 비해 읽기가 휠씬 좋아요. 저도 고전읽기 힘들어하지만 이 책은 쉽게 읽었어요.
singri님,, 꼭 읽어보시길 바래요^^

그레이스 2022-03-16 22: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끝냈습니다.
이제 들어와 보니 리뷰가...^^
내일 토론 끝나고 쓰렵니다~~
내일 봬요~~♡^^

페넬로페 2022-03-16 22:47   좋아요 5 | URL
수고 많으셨어요^^
낼 풍성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리뷰도요**

scott 2022-03-17 00: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가난과 참혹한 삶을 도끼옹 처럼 처절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가는 없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실을 포기하는 것,

사람과 사랑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

그것이 가난 ,,,,

21세기에도 ,,,,

페넬로페 2022-03-17 09:07   좋아요 4 | URL
네, 그러한 면 때문에 200년이 지나도 이렇게 그의 작품이 읽히는 것 같아요. 언제 읽어도 좋습니다.
세상은 참 불공평하고 지금도 계속 진행중에 있고요 ㅠㅠ

희선 2022-03-17 00: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가난한 사람은 아무리 해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죠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고 하니... 그게 개인의 책임만은 아닐 것 같은데... 이 소설에 나오는 시대에 러시아에서 하급 관리여도 가난하군요 관리라면 좀 나을 것 같기도 한데... 외투나 신발 살 돈이 없다니, 사려면 오랫동안 모아야 하는군요 가난해서 사랑하는 사람도 떠나 보내야 하다니...


희선

페넬로페 2022-03-17 09:13   좋아요 4 | URL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는 말처럼 맞는 말이 있을까요~~아무리 애써봐도 점점 더 나빠지는 인생이라면 누구나 다 그냥 포기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외투와 신발은 기본적인 것인데 그것마저 변변치 않으니 얼마나 불행할까요^^

2022-03-17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7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3-17 13: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두고 재독하셨군요. 참 좋은 독서를 하셨습니다.
저도 재독할 때가 있는데 느낌이나 생각이 달라지더군요. 그 경험이 신기했어요.
노년엔 책을 새로 사지 말고 재독하는 시간으로 보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페넬로페 2022-03-17 16:50   좋아요 5 | URL
저 같은 경우엔 책을 재독하면 별점이 4개에서 꼭 5개로 변하더라고요 ㅎㅎ
저도 나중에는 저의 일생에서 좋았던 책들을 다시 한번 정독하고 싶어요**

희선 2022-04-08 23: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돈이 없어서 가난한 것도 힘들지만, 마음이 가난한 것도 안 좋을 듯해요 가난해도 마음은 부자면 좋을 텐데, 그게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페넬로페 님 또 축하합니다


희선

서니데이 2022-04-09 00: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2-04-09 18:4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꼬마요정 2022-04-09 0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어른들이 가난하면 사랑은 창문으로 도망간다면서 그랬는데, 가난은 사랑 뿐 아니라 모든 기회도 붙잡기 어렵게 하고 인간성마저 흔들리게 하는 것 같아요.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가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ㅠㅠ
저도 읽으러 갈래요~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4-09 18:43   좋아요 3 | URL
네, 정말 나랏님도 구하지 못한 가난이 무척 슬퍼요.
복지가 잘되어 적어도 가난때문에 사랑이 도망가지는 않았으면 해요~~
꼬마요정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4-09 0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선생님과 페넬로페님의 조합은 무조건 좋을 수 밖에 없죠 페넬로페님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2-04-09 18:44   좋아요 3 | URL
도선생님의 작품으로 당선되어 넘 영광입니다.
적립금으로 도선생님의 작품을 구입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미미 2022-04-09 1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선 축하드려요!!
♡(ෆ ͒•∘̬• ͒)◞♡

페넬로페 2022-04-09 18:46   좋아요 2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당^^

mini74 2022-04-09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저도요 !!! 축하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2-04-09 18:46   좋아요 3 | URL
미니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4-09 1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4-09 18:48   좋아요 2 | URL
thkang님, 매번 서재에 찾아와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 2022-04-09 15: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끼옹은 가난했지만
페넬로페님은 이달의 2관왕!
추카 합니다
주말 가족과 행복하게 ^ㅅ^

페넬로페 2022-04-09 18:49   좋아요 4 | URL
scott님, 감사해요.
요즘 많이 바쁘신 것 같으신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래요~~

bookholic 2022-04-09 21: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축하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소개와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04-09 23: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4-10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관왕!! 진정한 여왕님 페넬로페님!!^^
저 며칠 전 <브리저튼> 영화를 봤었는데요.
거기 페넬로페란 이름이 나오더군요. 반가웠어요^^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가난한 사람들 읽어 보려고 책만 꺼냈다가 아직도 그 자리에 놔두기만 한 저.ㅋㅋ
읽어봐야겠네요^^

페넬로페 2022-04-10 14: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는 브리저튼 시즌 1을 잠깐 봤는데 페넬로페가 그 시대에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여성이라 좋았어요.
그 다음엔 안봐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모르겠어요~~
저 역시 책이 있으니 언젠가는 꼭 읽겠다는 마음으로 삽니다 ㅎㅎ
 
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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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보면 어떤 소설은, 스토리의 흐름보다 문장이 나를 계속 붙잡아두는 경우가 있다. 문장 속에 머물며 상황을 그려보고, 질문도 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안드레 애치먼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하버드 스퀘어가 그랬다. 애치먼이 묘사한 카페 알제에서 소설 속의 와 독자인 내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 느낌이다.

 

는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미숙했던 자신에 대한 고해를 한다. 그러나 결국 인생이라는 모순되고 이기적인 것에 함몰되는 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를 나는 애처롭게 보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에게서 똑같은 나를 발견했기에 이해하고 만다. 체념하고 순응하며 그저 그런대로 살아가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삶만 있을 뿐이다.

 

이집트에서 나고 자랐지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부모 밑에서 자란다. 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나고 자랐지만 여전히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프랑스어가 가장 사용하기 편한 언어이지만 그들은 프랑스인이 아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또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다른 언어로 살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사용하고 한국인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사는 나는 절대 그들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방인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것인지를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열네 살 때 이집트에서 추방당한 는 파리를 거쳐 지금은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있다. 뛰어난 인재들만 다닌다는 하버드이지만 그는 논문 전 단계인 종합시험을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기회는 마지막 한 번만 있는데 그동안 17세기의 문학 거의 전부를 읽어야만 한다. 가난하고 외로운 그는 낯선 세계에 주눅이 들어 있고, 새로운 곳에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드였다. 하버드엔 엄청난 부자와 와스프(앵글로 색슨계 백인 개신교 신자, 미국 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계층)도 많아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소외감을 느끼며 산다.

 

[“사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근데 정말 힘들었던 건 이 모든 게 신기루일지 모른다는 불안을 떨쳐내면서 하버드가 요구하는 삶을 사는 거였어. 그땐 형편도 많이 어려웠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모래에 그린 선이 아니라 산골짜기처럼 느껴졌지. 눈앞에 파티가 펼쳐지고 심지어 그 소리가 들리는데도 초대받지 못한 느낌이랄까. -p17]

 

하버드 광장 옆에 있는 아랍풍의 카페 알제는 그가 자주 가는 곳이다. 어느 날 그는 카페 알제에서 따다다다 속사포를 쏘듯 말을 하는 튀니지 출신의 칼라지를 만난다. 그는 길들여지고 억눌려 살고 있는 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사람이다. ‘는 칼라지에게서 잃어버린 자신의 근원을 발견한다. 여기저기에서 가져와 덕지덕지 붙여 만든 브뤼뇽(천도복숭아)같은 삶에 진절머리가 난 시점에서 칼라지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을 묶어준 건 어린 시절의 노스탤지어뿐이었고, 그것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다. ‘는 하버드 학생에 미국 영주권자였고, 칼라지는 추방될 일만 남은 택시 운전사에 불과했다. 혼란스러운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고 원하는 것이 뭔지 뚜렷하게 모르지만 는 이미 쓴 가면을 벗지 못하고, 그런 삶의 안전함과 미래의 보장을 받아들인다.

 

이방인으로 사는 삶이 힘들고 미국이라는 특대형 대용품 천지의 나라가 싫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그 세계에 동화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쓴 가면에 철벽 장벽을 추가해 경계 안쪽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은 집요하다. ‘는 어느 순간 걸리적거리기 시작하는 칼라지를 완벽하게 내친다. 애치먼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영화에서 엘리오의 아버지는 엘리오에게 가장 예상치 못할 때 본성은 교활한 방식으로 우리의 약점을 찾는단다라고 말한다. 본성의 교활한 방식은 에게도 똑같이 찾아온다.

 

[내가 어쩌면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포옹하고, 울컥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나누는 절차마저 생략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마치 죽어가는 친구에게 다량의 모르핀을 투여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슬픈 작별 인사를 나눌 기회마저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p369]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힘들고 외로운 삶에 한줄기 빛 같은 즐거움도 있지만 그것은 일회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섹스도 공허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은 차별과 경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소설의 첫 부분과 끝에 나오는 의 아들은 의 어떤 사랑의 결과인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순수했는지, 아님 하버드라는 주류에 소속된 시스템에 들어 있는 선택이었는지가 궁금했다.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하버드 스퀘어는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준다. 그립고 아련하지만, 미흡하고 구차한 행동들, 순간을 모면하고자 온갖 변명을 늘어놓고 아닌 척 눈감았던 나의 치졸함도 본다. 지직거리며 돌아가는 LP판에서 들리는 오래된 노래 같다.

 

Y씨는 나와 남편을 연결시켜 준 사람이다. 그는 나의 먼 친척의 처조카이고, 남편의 군대 동기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나의 결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때 이미 먼저 결혼한 Y는 가족을 이끌고 우리의 신혼여행지까지 쫓아와 사진사의 역할을 확실히 해주었다. 아랍어를 전공한 그는 털이 많고 가식이 없고 남자다워 칼라지를 닮았다. 한국에서 딱히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내가 결혼한 지 얼마 안돼서 가족을 이끌고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그 뒤에 들린 소식은 그가 미국에서 택시운전사가 되었다고 했다. 떠난 지 오래 되었는데 아직 한 번도 한국에 오지 못하고, 결국 그의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칼라지를 닮은 그가 생각났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아내기가 많이 힘들지나 않았는지 걱정된다. 아니면 지금쯤 그 호탕한 성격으로 카페 알제같은 곳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Y씨와 그의 가족이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기원하며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본 수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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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3-07 20:3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어도 역시나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걸 페넬로페님
의 글을 읽으며 느끼게 됩니
다...

아마 이런 게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쿡에서 택시 드라이버란 -
쌩뚱맞게도 잠이 오지 않아
야밤에 택시 운전을 하던
월남전 참전용사 트래비스
(로버트 드 니로) 생각이 납
니다.

페넬로페 2022-03-07 21:42   좋아요 5 | URL
아마 그것이 현대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같은 소설은 읽고 나서의 느낌이 거의 비슷할 듯 해요.
생각보다 리뷰 쓰기가 쉽지 않았어요. 전 레삭매냐님처럼 리뷰에 많은 것을 담지는 못한 듯 해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예전에 로버트 드니로의 택시 드라이버 영화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해요^^

mini74 2022-03-07 20: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신혼여행에 따라온 ㅎㅎㅎㅎ 빵 터졌는데 왠지 부잣집 딸과 결혼하라며 부추기던 칼리지를 닮았네요. 이 책 참 좋아요 그죠 ㅎㅎ

페넬로페 2022-03-07 21:46   좋아요 5 | URL
처음엔 황당했는데 막상 신혼여행지에서 찍사, 가이드, 운전을 다해주어 저와 남편은 넘 편했어요. 사실 신혼여행에 따라간 커플이 하나 더 있어요. 근데 그 커플의 아내는 저의 딸아이와 나이가 같은 쌍둥이를 낳고는 얼마 안되어 암으로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이래저래 슬픈 추억입니다 ㅠㅠ
칼라지와 술 한잔 하면 좋겠습니다^^

mini74 2022-03-07 21:49   좋아요 5 | URL
아이고 그런 슬픈일이 ㅠㅠ 일면식은 없지만 쌍둥이들 잘 자라길 , 그 어머님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ㅠㅠ 바랍니다.

새파랑 2022-03-07 2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Y라는 분이랑 칼라지의 공통점이 많이 느껴지네요. 그래서 페넬로페님에게 이 책이 더 와닿았을거 같아요~!!

전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책도 제 취향이겠군요 ^^ 사는건 쉽지 않은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03-07 21:49   좋아요 3 | URL
네, 이 책 읽으며 추억에 많이 잠겼어요. 제가 살면서 손절한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칼라지를 닮은 Y씨도 생각나고요.
분명 이 소설을 새파랑님께서는 좋아하실 듯 합니다^^

stella.K 2022-03-07 2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미쿡에 가서
공부하게 되길 진심 바랐던 적이 있었죠.
정말 중2는 무서운 게 없나 봐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앙큼한 꿈을 가졌나 모르겠어요.
학교 공부하기 싫어서 미쿡가면 날까 싶어 가진 꿈인데
한쿡에서 못한 공부를 미쿡이라고 날까 싶기도 하고.ㅋㅋ
살아내느라 악전고투하는 주인공 모습이 내 모습 같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ㅠ
공부가 힘들어 약하는 사람도 많다던데...
페넬로페님의 먼 친척분 정말 잘 살고 있으면 좋겠네요.^^

페넬로페 2022-03-07 21:53   좋아요 4 | URL
중 2때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stella님께서는 꿈이 큰 소녀였군요. 공부를 떠나 미국이 한국보다는 기회가 더 많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하버드를 간다고 해서 모든게 잘 굴러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세상에 잘난 사람도 많고 부자도 많고요~~
아마 Y씨는 잘 살고 있을거예요^^

서니데이 2022-03-07 21: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새로운 과정을 지나가는 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불안정한 시기 같아요. 나중에 생각하면 그 시기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시기를 지나갈 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싶어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7 21:55   좋아요 4 | URL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방인의 삶,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그 삶을 상상해 봅니다. 불안정하고 외롭겠지요.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러다 보면 또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요^^

미미 2022-03-07 2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칼라지를 읽으며 어떤 면면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는데 요즘 TMI과다방출인듯해 리뷰에 담지 못했어요ㅎㅎ 페넬로페님 리뷰 넘 공감만땅입니다~♡ 칼라지라는 캐릭터 오랫동안 잊지못할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03-07 21:59   좋아요 5 | URL
미미님께서는 칼라지를 통해 아빠를 생각하셨군요. 이곳에서 TMI 과다방출이란 없습니다. 언젠가 한 번 얘기해주세요. 기대할께요~~
같은 책을 읽고 같이 공감할 수 있어 넘 행복해요^^

scott 2022-03-07 2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과 남편분의 추억을 사진 속에 담아 주신 분
미국에서도 분명 잘 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따스한 온정이 느껴지는 리뷰!^ㅅ^

페넬로페 2022-03-08 00:35   좋아요 4 | URL
네, 잘 살고 있으리라 믿고 있어요.
scott님께서 카페 알제부터 이 책 여러 차례 페이퍼에 올려주셔서 더 정감있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03-08 0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추억에 잠기게 하는 책을 만나셨군요.
Y씨가 아랍어 전공에 택시운전까지 칼라지랑 비슷하네요, 물론 이민자의 삶 힘들지만 Y씨는 잘 사실거 같아요. 저리 적극적이고 활달한 분이시니~

페넬로페 2022-03-08 08:22   좋아요 2 | URL
하버드 근처에도 안가봤지만 소설 속에서 과거로 한 번 다녀온 것 같아요 ㅎㅎ
신혼때 Y씨랑 만나서 재미 있었는데 많이 그리워요.
미국에서 자리 잡고 잘 살고 있을거예요^^

거리의화가 2022-03-08 0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따스함이 느껴져요^^ 페넬로페님을 추억 속으로 떠나게 해 준 책이었군요! 이 책 마음속으로 찜해두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풍경이 그려지는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스토리를 중요시 여기지만 사로잡는 문장을 만나는 경험을 해보고 싶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3-08 09:55   좋아요 3 | URL
따뜻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추억 속으로 들어가 칼라지도 만나고 소설 속의 ‘나‘에게서 저의 모습도 만나고 했어요^^
사람 사는 것이 하버드 광장이나 저의 동네나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거리의화가님께도 이 책이 좋은 의미로 다가오면 좋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8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본성은 교활한 방식으로 우리의 약점을 찾는다...최근에 그 영화를 봤던지라, 좀 와닿습니다^^
저도 늘 교활한 나의 본성을 보고서 한 번씩 깜짝 놀라는지라~약점을 많이 들켰나 봐요ㅋㅋㅋ
암튼 Y씨 덕분에 지금의 페넬로페님이 계신 거였어요. 원두 커피 잘 마시게 된 남편분을 기특하게 바라봐 주시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03-08 18:23   좋아요 3 | URL
저도 영화를 며칠 전에 봤는데 어쩜 그렇게 엘리오의 부모가 멋있던지요~~
영화 마지막에 엘리오의 아빠가 해주는 말이 넘 좋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소설로 읽고 싶었어요^^

정말요.
소설 읽으며 나 자신을 거울로 비춰볼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찔끔하기도 하고 반성도 하고요. 참 제가 많이 미숙했더라고요^^
한번씩 Y씨가 원망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미국에서 잘 살기를 바래요 ㅎㅎ

희선 2022-03-09 0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조금 다르기는 해도 칼라지를 보고 옛날을 떠올리셨겠습니다 Y분도 미국으로 가서 택시기사를 하시다니... 그 뒤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나 보네요 한국도 아니고 미국이니 연락하기 힘들기는 하겠습니다 그곳에서 잘 사시면 좋겠네요 미국이든 어디서든 이방인으로 사는 건 쉽지 않겠습니다 나라가 아니어도 이방인이라 느낄 때도 있겠습니다

페넬로페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03-09 01:54   좋아요 5 | URL
그 뒤로 한번도 본 적은 없고 남편과 한번씩 연락하는것 같더라고요.
이 책이 칼라지를 통해 그 분도 떠올랐지만, 저의 과거도 생각났어요^^
제가 한 행동이나 말들이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았어요.
이방인으로 산다는 건 많이 힘들것 같아요^^
희선님,
오늘 선거 잘하시고 덕분에 얻은 휴일 잘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3-09 17: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휴일이 생겨서 좋았는데, 오늘도 금방 하루가 지나가서 아쉽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는 않아서 이제 3월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휴일 잘 보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9 18:16   좋아요 3 | URL
네, 확실히 3월의 느낌이 있더라고요. 휴일이라 그런지 금방 또 6시가 되었어요.
하루가 휘리릭 지나갑니다.
남은 저녁은 책 좀 읽어야겠어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3-12 0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번주 들어서 날씨는 더 따뜻해졌어요.
여긴 주말에 비소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그래도 따뜻할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12 12:25   좋아요 2 | URL
가뭄이 너무 심해 비소식이 반가워요~~
산불도 그렇고 모든 것에 지금 비가 절실히 필요한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주말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