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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들의 과거의 삶과 함께했던 트렁크였다. 플라상을 떠나올 때부터 그녀와 함께했던 가방은 이제는거죽이 벗겨지고 망가진 채 끈으로 둘둘 묶여 간신히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트렁크는 그녀가 종종 꿈꾸었던 대로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 P21

하지만 제르베즈는 무언가에 홀린 듯 미친 듯이 빚을 지면서 가장 비싼 것들을 사들였고, 빚을더 이상 갚지 못하게 되면서 더욱더 탐욕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매우 올바른 생각을 간직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일해 수백 프랑을 모아 빚을 진 상인들에게 100 수짜리 동전을 한 웅큼씩 나눠줄 수 있기를 꿈꾸었다. 비록 돈을 어떻게 모아야 할지 알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제르베즈는 점점 더 악화 일로로 치달았고, 그럴수록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얘기를 늘어놓았다.  - P32

부인은 사흘 동안이나몸을 뒤틀면서 끔찍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어요… 아! 아마 노예선에 보내진 불한당들도 그 남자만큼 악한 짓을 하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남편한테 맞아 죽는 여자들을 일일이 신경 쓰다보면 법이 할 일이 너무 많아지겠죠. 매일같이 맞고 사는 여자들한테는 한 대 더 맞고덜 맞는 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안 그래요? 그런데도 그 불쌍한 여자는 자기 남편이 참수형이라도 당할까봐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글쎄.
물통 위에서 떨어져서 배를 다친 거라면서…… 그러고는 밤새 비명을 기르다가 죽었어요.
- P38

제르베즈는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앞으로는 자신의 이불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가 잠자는 것을 방해하는 천하의 웬수같은 남편이 인사불성으로 뻗어 있고, 뒤로는 그녀를 다시 차지하려고 그녀의 불행을 이용할 생각만 하는 비열한 인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 P68

쿠포와 랑티에는 말 그대로 제르베즈의 진을 빼놓았다. 마치 초를 태우듯 그녀를 남김없이 불태우고 있었다. 물론 함석공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모자 제조업자는 그 반대로 아는 게지나치게 많은 게 문제였다. 적어도 불결한 속내를 감추기 위해 새하얀 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처럼 유식함을 자랑했다. 어느 날 밤,
제르베즈는 우물가에 서 있는 꿈을 꾸었다. 쿠포는 그녀를 주먹으로쳐서 우물 안으로 밀어 떨어뜨린 반면, 랑티에는 그녀가 빨리 뛰어내리도록 허리를 간질였다. 그랬다. 그 꿈은 그녀의 삶과 똑 닮아 있었다. 아! 그녀는 아주 된통 걸린 셈이었다. 앞으로 쪽박을 차게 된다고해도 놀랄 게 없었다.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그녀를 두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었다. 제르베즈의 불행은 그녀 탓이 아니었다.  - P95

집세를 낼 수만 있다면 살이라도 떼어서 팔았을 것이다. 찬장과 난로가 텅 빈 것도 모두가 집세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파트 전체에 탄식소리가 넘쳐흘렀다. 불행을 알리는 장송곡이 건물의 층마다 계단과복도를 따라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누군가 죽었다고 할지라도 그렇게까지 끔찍한 곡소리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진정한 마지막 심판의 날, 모든 것의 종말, 불가능한 삶,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빈곤한 삶의 모습이었다. 4층의 한 여자는 벨옴 가의 모퉁이에서 일주일을 서성이며 호객 행위를 했다. 6층에 사는 석공은 주인집에서 도둑질을했다.
- P152

빈곤에 시달리며 살면서도 제르베즈는 주위에 배고픔으로 허덕이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더욱더 고통 받았다. 건물에서 이 구역은독하게 곤궁한 이들의 은신처였다. 마치 서너 집이 빵을 매일 먹지는말자고 담합이라도 한 듯했다. 문을 아무리 활짝 열어놓아도 음식 냄새가 조금이라도 
새어 나오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다란 복도에는 죽음 같은 침묵만이 무겁게 깔려 있었고, 벽들은 텅 비어버린 배처럼 공허하게 울렸다. 때로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면서, 여인네들이흐느끼는 소리와 굶주린 아이들이 애처롭게 칭얼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가족들은 배고픔을 잊기 위해 서로를 잡아먹었다. 굶주린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는 통에 목구멍에 경련이 이는 것은 다반사였다. 먹을 게 없어 각다귀조차 살아남기 힘든 이곳에서 공기를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움푹 파여 들어갔다. - P156

그는 몸을 일으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베개에 깊숙이 머리를 박은 채 침대에 누워 뒹굴면서 거칠게 말을 모는 마차꾼처럼 기다란 채찍을 요란하게 휘둘렀다. 그리고 랄리의 몸 한가운데로 채찍을 내려쳐서는 마치 팽이를 김듯이 딸의 몸을 감았다가 풀었다. 그 자리에 쓰러졌던 아이는 기어서 도망치고자 했다. 하지만 비자르는 또다시 랄리를 채찍으로 휘감아 다시 일으켜 세웠다. - P167

이제 랄리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침묵하는 눈빛, 체념의 빛이 가득한 커다란 검은 눈동자뿐이었다. 
그 눈동자 속에서는 끝없는 고통과 비참한 삶의 모습만을 발견할수 있었다. 이제 랄리는 말문을 닫아버린 채 커다랗게 뜬 검은 눈만껌뻑거렸다. - P170

정신 병원에서 다시 말짱해진 그를 보면서 
새로 인간다운 삶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행복을 꿈꾸었던 순간이 또다시허망하게 날아가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이제 결코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 이젠 아무것도, 심지어 임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조차 그를 막을 수가 없으므로 그녀 역시 이제부터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살리라 굳게 마음먹었다. 집 안이 엉망이 돼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임은 물론, 그녀 자신도 흥청망청즐기면서 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다시 지옥 같은 삶이 시작되었다. 그 어디에서도 좀 더 나은 순간을 향한 기대 같은 것을 가져볼 수없는, 진창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가는 삶이었다. 나나는 아비에게 뺨을 맞을 때마다 치를 떨면서, 왜 저 쓸모없는 인간을 정신병원에서 죽게 놔두지 않았느냐고 악을 써냈다. 그리고 얼른 돈을 벌어아비에게 술을 더 많이 먹여, 아비를 더 빨리 죽게 만들리라 다짐했다. - P178

솥처럼 생긴 저 망할 놈의 기계가, 주물 가게 뚱보 여주인의 배처럼 둥그런 저것이 그녀의 양어깨에 전율을 일으키면서 마시고 싶다는 욕구와 두려움을 동시에 불어넣었다. 그랬다. 몸집이 거대한 창녀나 마녀의 금속으로 만든 내장 같은 것이 뜨거운 불을 한 방울씩 토해내는 것처럼 보였다. 진정한 독의 근원인 저런 기계는 진작 깊숙한 땅속으로 파묻어버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저토록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것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제르베즈는 그 속에 코를 파묻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싶어 했다. - P188

겨울이 되자 쿠포 가족의 삶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나나는 매일 저녁 구타를 견뎌야 했다. 그러다가 아비가 지친 듯보이면, 이번에는 어미가 똑바로 처신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뺨따귀를 올려붙였다. 그러다가 상황은 가족 전체의 난투극으로발전하곤 했다. 한 사람이 때리면 다른 한 사람은 두둔하다가는 결국셋이 함께 깨진 그릇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바닥으로 나뒹구는 일이반복되었다. 게다가 늘 배가 고팠고, 지독한 추위마저 그들을 괴롭혔다. 혹시라도 나나한테서 장식용 리본이나 소맷동에 다는 단주 같은 것이 띄기라도 하면 부모는 그것을 빼앗아 즉각 돈으로 바꾸었다. 나나의 것이라곤 매일 저녁 할당받는 따귀밖엔 없었다. - P222

독약이 온몸을 망가뜨린 듯. 마치 살아 있는 유령 같았다! 알코올을 잔뜩빨아들인 그의 몸은 약국에 진열된 병 속의 태아처럼 쪼그라들어 있었다. 그가 창문 앞에 서면 갈비뼈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움푹 팬 볼에, 눈에서는 밀랍 같은 분비물이 대성당에 조달할 수도 있을 만큼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그의 얼굴에서 유일하게 번성한 것은황폐해진 얼굴 한가운데에 마치 아름다운 카네이션처럼 활짝 피어난붉은색 코뿐이었다. 쿠포가 노인처럼 허리를 구부린 채 비틀거리면서거리를 지날 때면, 그가 이제 겨우 갓 마흔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몸서리를 쳤다. 손 떨림 증상 또한 날로 심해졌는데, 특히 오른손은그 정도가 심각했다.  - P253

"전 그럴 수가 없어요,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전 지금 죽어가고 있어요."
그사이 제르베즈는 비자르에게 달려들어 채찍을 빼앗았다. 그는 얼빠진 표정으로 아이의 침대 앞에서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저 코흘리개 계집이 지금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지? 아프지도 않은데 어떻게이렇게 어린 나이에 죽을 수 있다는 건지! 일하기 싫어서 수작을 부리는 게 틀림없다!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본 다음 거짓말이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다!
"이제 곧 아시게 될 거예요. 제 말이 사실이라는 걸, 그동안 식구들을 성가시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 말을 좀 들어주세요. 그리고 제게 작별인사를 해주세요. 아빠."
비자르는 딸의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고 자신의 코를 비틀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이의 얼굴이 평소외는 달리 죽은 사람의 얼굴빛을 띤 채 어른처럼 진지해 보였다. - P275

제르베즈는 자신의 무덤속으로 들어가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시각에 황폐한 모습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건물 입구가 마치 굶주린 짐승의 아가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한때 그녀는 짐승의 시체처럼 흉물스럽기 짝이 없는 이곳 한 귀퉁이에서 사는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귀가 멀어 저 벽들 뒤에서 나지막이 울리는 크나큰 절망의 음악 소리를 미처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후로 추락이 시작되었다. 그랬다. 빈곤한 노동자들끼리 아래위로 겹겹이 살아가는 초라한 공동주택에서의 삶은 불행하게 끝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콜레라와 같은 가난에 전염되고 마는 것이다. 그날 밤은 그곳의 모든 사람이 죽어버린 것만 같았다. 다만 오른쪽에서는 보슈 부부가 코를 고는 소리가, 왼쪽에서는아직 잠들지 않은 랑티에와 비르지니가 눈을 감고 편안히 가르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다. 안뜰로 들어서자 공동묘지 한가운데에있는 기분이 들었다. 바닥에는 눈이 그려놓은 희고무레한 사각형이보였다. 불빛이라곤 하니도 없이 납빛을 띤 회색으로 높이 솟은 건물들의 정면은 폐허의 잔해를 연상케 했다. 마을 전체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어 매장되기라도 한 것처럼 조그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 P308

그러는 동안 쿠포는 웅얼거리듯 신음을 했다. 전날보다 고통이 심한 듯 보였다. 이따금 끊어지는 신음은 그가 온갖 종류의 고통을 겪고있음을 짐작게 했다. 수천 개의 바늘이 몸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또한 묵직한 무언가가 몸 곳곳을 짓눌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차갑고축축한 짐승이 허벅지 위를 기어 다니면서 송곳니로 살을 물어뜯는느낌이었다. 또 다른 짐승들은 그의 어깨에 매달려 발톱으로 등 거죽을 벗겨냈다.
- P324

죽음은 제르베즈가 자초한 비참한 삶 속에서마지막까지 조금씩 그녀를 침범해왔다. 심지어 제르베즈가 어떻게 죽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추위 때문에 얼어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빈곤함과 불결함그리고 삶의 고단함으로 인한 것이었다. 로리외 부부의 표현에 의하면, 제르베즈는 조금씩 타락해감으로써 죽음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복도에서 악취가 풍겼고, 사람들은 이틀 전부터 제르베즈가 보이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계단 밑 골방에서 이미시퍼렇게 변해버린 제르베즈의 시신을 발견했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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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3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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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3세는 노동자의 퇴직연금제도를 실시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1864년 그는 노동조합 금지법을 폐기하고 파업권을 인정했지만 노동자의 삶은 여전히 비참했다. 하루 노동시간은 12시간이었고 에밀 졸라는 그의 작품 목로주점제르미날에서 그들의 생활상 중 알코올 의존증과 난잡한 생활의 참상을 묘사하고 있다.

- '프랑스사', 앙드레 모루아, 김영사, p638]

 

1877년에 출간된 목로주점의 시대적 배경은 1850년경부터 1869년까지이다. 작가 에밀 졸라는 이 책의 서문에서 자신이 쓴 소설 중에서 목로주점이 가장 순수한 편에 속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초반부에 랑티에가 제르베즈에게 어린 자식 두 명만 남기고 떠나 버리고, 세탁장에서 제르베즈와 비르지니가 뒤엉켜 싸우는 장면에서부터 강한 막장의 향기와 더불어 나의 진을 완전 빼놓았다.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인 에밀 졸라의 문장은 적나라한 사실적 묘사에 빛을 발했고, 1권의 마지막 부분인 제르베즈의 생일 파티에서 그것은 극에 달한다.

 

별 탈 없이 일하면서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 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 아이들을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 있으면(p71)’ 더 바랄 것이 없다는 여자, ‘제르베즈 마카르 쿠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프랑스 노동자의 삶은 비참하다. 그들에게 항상 붙어 다니는 것은 가난, , 폭력, , 나태, 체념이다. 열 살부터 세탁소에서 일을 시작하고, 열네 살에 아들을 낳은 제르베즈 역시 하층민의 삶을 살아간다. ‘엎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처럼 그녀에게 행운이나 요행은 주어지지 않는다. 조금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되면 거기에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다시 불행해지는 삶이 되풀이됨으로써 그녀는 점점 체념하고, 식탐으로 인해 뚱뚱해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착하고 열심히 일하며, 남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한 보상은커녕 점점 삶이 어려워만 간다. 그 이유가 단지 계급적인 문제와 사회 구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그러한 환경에 처해진 노동자들의 개인적인 성향이나 나태함, 삶의 포기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목로주점의 원제는 아쏘무아르(L'Assommoir)이다. ’때려눕히다, 머리를 쳐서 죽이다라는 의미의 동사 assommer의 명사형 assommoir는 도살용 도끼 혹은 곤봉이라는 뜻인데, 비유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돌발적인 사건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아쏘무아르는 당시 파리 벨빌에 있던 선술집 이름이자 노동자들 사이에서 싸구려 독주를 파는 주점이라는 의미로도 통용되었다. -2, p341, 역자 해설에서]

 

아쏘무아르목로주점으로 번역될 만큼 이 소설에서는 매번 술과 술을 마셔 취한 인간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술은 인생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 첫 번째이자 가장 최고의 관문이다. ‘증류주라는 파란색 글씨 하나만으로 간판을 채우고 있는 콜롱브 영감의 주점으로 대표되는 술집을 노동자들은 스스로, 동료들의 유혹으로 찾아온다. 아침에 파리로 물밀듯이 들어오는 노동자의 대열 중에서도,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할 때도 이 술집을 지나치지 못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죽치고 앉아 술을 마시며 하루를 허비해 버린다. 싸구려 독주를 마시고 취한 그들에게 자연스레 따라붙는 건 폭력이다.

 

제르베즈의 남편 쿠포 역시 마찬가지였다. 성실한 함석공이었던 그는 지붕에서 떨어져 부상당하자 그때부터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독주로 희석시킨다. ‘온몸의 근육을 달콤한 무기력함에 내맡긴 채 무위도식하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게으름의 느긋한 승리를 느끼며 앞으로도 죽 이렇게 살고 싶은(p198)' 욕망으로 제르베즈의 등골을 빼먹기 시작한다.

 

사람이 사는 모습을 담은 풍경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 중의 하나는 결혼식이다. 이 책에서는 제르베즈와 쿠포의 결혼식을 통해 가난한 노동자의 결혼 과정을 자세히 보여 준다. 가난한 그들은 빚을 얻어 결혼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시청과 교회에서조차 그들은 차별 당한다. 그들은 자신의 결혼식이 날림으로 진행되는 느낌을 받는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와, 그들의 산책, 피로연도 왠지 씁쓸하고 슬프다.

 

산책길에 비에 젖은 그들은 하객 마디니에 씨의 제안으로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한다. ‘낡은 옷으로 호사스레 치장한 가난한 이들의 모습옷장에 오랫동안 넣어둔 탓에 퇴색해버린 코믹한 모양의 낡은 모자를 쓴 남자들의 모습은 다른 관람객들의 구경거리가 된다. 아폴론 갤러리와 살롱 카레를 지나며 그들은 여러 그림들을 감상한다. 그들에게 그 그림들은 별다른 의미를 주지 않는다. 넓은 박물관에서 길을 잃은 그들은 지루해하고 지친다. 하지만 어쩌면 그 순간들이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새로운 경험이 아니었을까? 평생을 뼈를 깎는, 되풀이되는 노동으로만 살아가야 하는 그들에게 주어진 처음이자 마지막 문화적 향유일지도 모른다. 작품 메두사 호의 뗏목’, ‘가나의 혼인 잔치는 흡사 그들의 모습 같고, ‘모나리자’, 무리요의 성모마리아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에밀 졸라는 소설 속의 여러 부분에서 그 시대 사회상에 대한 비판을 한다. 1850531일 의회는 투표를 하려면 최소 3년간 한 선거구에 거주해야 한다는 선거법을 통과시킨다. 이 선거법은 일자리를 찾아 거처를 수시로 옮기는 수많은 노동자의 투표권을 앗아갔다(p143, 역자 해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3세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18482, 6월 혁명으로 공화파가 국립작업장을 해산하기로 하자,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으나 정부에 의해 진압 당한다.

 

[민중은 언젠가는 팔짱을 낀 채 구경만 했던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쿠포는 그런 일에 목숨을 바친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것도 단지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밥이나 축내는 의회 의원들에게 일당 25프랑을 주기 위해서라니. -p177]

 

대장장이 구제를 만나러 간 제르베즈는 구제가 보여 준 엄청난 기계의 움직임에 압도당한다. 새로운 기계 때문에 구제의 일당은 12프랑에서 9프랑으로 떨어졌다.

 

[인간의 육체가 쇠로 된 기계와 싸워 이길 수 없음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자 애쓸 때조차 그의 우울함은 커져만 갔다.....물론 언젠가는 기계가 노동자들을 모두 죽이고 말 터였다..... p277]

 

똑같이 불행한 밑바닥 인생이라도 여자의 삶은 더 척박하고 비참하다. 아이를 낳기 직전까지 일을 하고 남편의 저녁밥을 준비해야 한다. 술 취한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일쑤이고 아이들은 고스란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나를 낳고 여자로 파리에서 살아가기에 힘들다며 슬퍼한 제르베즈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하며, 심술을 부리고 나쁘게 말하는 인간의 악한 심리도 작가는 잘 표현했다.

 

1권의 마지막은 제르베즈가 질펀하게 자신의 생일 파티를 여는 장면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빚만 늘어나는 생활이 계속되지만, 제르베즈는 또 빚을 얻어 생일 파티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녀와 초대받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먹고 마셔댄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밑바닥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체념과 아귀 같은 허기의 욕망들이 어지럽게 펼쳐진다. 그 모습들을 보며 저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건가?’그럴 수밖에 없으니 이해하자는 내 마음속의 두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나에게는 제르베즈와 같은 성향은 없는지 점검하게 된다.

 

한 번씩 볼일을 보러 집을 나섰을 때, 우리 동네 대로변에서 날렵하고 잘 빠진 스포츠카가 큰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쫓아가 한 대 패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아직 1권만 읽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그러한 분노가 자주 치솟아 올랐다. 왜 그렇게 패주고 싶은 사람이 많은지. 특히 제르베즈의 남편인 쿠포가 랑티에를 데리고 왔을 때 폭발할 뻔 했다. 2권을 읽으며 나의 분노지수는 얼마나 올라갈지 벌써부터 긴장된다.

 

무슈 에밀 졸라여!

그대는 과연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이십니다.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오, 아름다운 부인....그대도 언젠가는 죽는 걸 다행으로 여기게 될 거요....아무렴, 난 죽음이 데려간다면 오히려 고맙다고 할 여인네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거든....죽는다는 건 말이지....내 말을 명심하시오.....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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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3-10 15:38   좋아요 1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3-10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10 15:39   좋아요 1 | URL
thkang님, 감사드려요.
오늘은 정말 봄이 온 것처럼 날씨가 좋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래요**

thkang1001 2022-03-10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scott 2022-03-10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관왕 축하 합니다!
졸라 담번 어떤 작품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ㅅ^

페넬로페 2022-03-11 00:01   좋아요 0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담번은 아마 ‘나나‘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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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창비세계문학 1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송승철 옮김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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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많이 알려진 이 소설의 원제목은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이다. 창비 세계 문학판의 제목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라서 처음에는 내가 아는 그 소설이 맞는지 의아했었다. 다른 출판사는 거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번역했고, 최근에 출간된 민음사판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다.

 

[여기서 사례라고 번역했지만 영어 ‘case'는 법적인 경우는 사건이고, 정신의학의 경우가 사례이다. 이 작품은 기이한 살인사건을 다루는 선정적이고 엽기적인 추리소설이면서, 동시에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과 윤리의 충동 및 기이한 사례를 다루는 진지한 심리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p193, 번역자 작품해설 중에서]

 

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 중의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 우리는 이 작품에 대해 대충은 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어떤 관계이고, 여기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도 알고 있다. 지킬 박사의 친구인 변호사 존 어터슨이 이끌어가는 이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재미도 별로 없고 약간 밋밋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예상했던 것만큼 잔인하지 않았고 어떤 상황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없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번갈아 등장시키고, 여러 사건의 발생에 따라 독자 스스로 앞뒤의 정황을 이해하게 했다. 소설의 끝에 나오는 두 통의 편지를 읽고서야 비로소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을 알 수 있었고, 지킬과 하이드의 관계가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그렇게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재독을 할 때 복선과 인물의 행동, 말들이 잘 갖춘 틀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아 훨씬 더 흥미롭고 긴장한 상태로 읽을 수 있었다.

 

지킬은 인간의 본성이란 하나로 합쳐져 있지만 원래는 선과 악 두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p97)’이라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 그는 인간에게서 올바른 본성부정직한 본성을 분리해 별개의 육신 속에 넣는다면 양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위해 과학 실험을 한다.

 

[나는 도덕적 측면과 나 자신의 인성 안에서 철저하면서도 시원적인 인간의 이중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즉 내 의식의 영역에서 두 본성이 투쟁하고 있으며, 만일 내가 그 둘 중 어느 하나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근본적으로 그 둘 모두이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화해 불가능한 둘이 하나의 다발로 묶인 것, 즉 고통스러운 의식의 자궁 속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쌍둥이가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에게 가해진 저주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둘을 분리할 것인가? -p98~99]

 

처음에 실험은 성공한 듯 보인다. 거울에 비친 하이드의 모습을 보며 이것 역시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며 만족해한다. 그러나 점차 지킬의 본성은 하이드의 악마적 광기와 폭력에 휘둘리게 된다. 그에게서 분리된 악은 그 자체로 더 달콤해지고 해방감을 느끼며, 이유 없이 무모해진다. 통제할 수 없이 커진 하이드적 본성은 계속 질주하고 지킬은 힘을 잃는다. 그 둘은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한다.

 

지킬이 어터슨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내용은 모두를 옮기고 싶을 정도로 이 소설의 압권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인격에 대해 고민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나 말은 나 자신의 모든 것이 아닌 그저 일부분에 불과하다. 나의 성격이나 기질 중에 버리고 싶은 것도 많고, 남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내 속에 집어넣고 싶기도 하다. 내가 원하고 행하고 싶은 것이 도덕이나 관습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어쩌면 나의 페르소나가 나를 대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으로 지킬 박사의 원대한 계획은 사실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은 실패할 것이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결국 나는 내 속의 많은 것들을 통제하고 제거시켜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좌절은 인간의 숙명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고, 매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하이드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추악하고 기형적이며 흉악하다고 말한다. 그냥 싫고 사악한 영혼이 진흙 덩어리 육신을 관통해서 형체를 비틀고 나오면 저런 모습(p30)'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정말 악의 모습은 비정상적이고 메피스토펠레스처럼 발을 절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우리는 악의 모습을 그렇게 상상하며 악에 대한 혼돈을 서슴지 않는다. 어쩌면 악은 반듯하고 친근한 모습에서 더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 절묘하게 숨겨진 곳에서 악의 행동은 더 많이 자행되고 거침없다.

 

래니언 박사를 찾아 간 하이드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혜를 원하십니까? 자기 자신을 지키기를 원하십니까?....선생 결정에 따라 선생은 예전 그대로.....반대로 선생이 원하기만 하면 여기 바로 이방에서 지금 이 순간 지식의 새로운 영역, 그리고 명성과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눈 앞에 펼쳐질 겁니다. p93]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지킬과 하이드는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작품이다. 일단 연극과 뮤지컬로 유명하고, 수많은 영화에 패러디되었다. 좋은 작품이란 텍스트 그 자체로서도 물론 훌륭해야 하지만, 이 작품처럼 수많은 변용과 다양성을 줄 소재와 형식을 갖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소설은 광장 한가운데에 던져져 수많은 사람들이 기웃거리고 그것에 대해 궁금해 하고 계속 얘기할 수 있는 큰 구경거리임에 틀림없다.

 

2015, 조승우 배우의 지킬 앤 하이드뮤지컬을 볼 땐 거기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에 더 치중했던 것 같다. 이번에 본 홍광호 배우의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책을 읽은 후에 봐서 그런지 훨씬 더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그와 다른 배우들이 부르는 넘버들도 좋았다. 책이란 그런 것 같다. 읽을 때는 잘 못 느끼지만 어느 순간, 다른 곳에서 그 책을 만났을 때, 밀려오는 감동과 깊이는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이번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를 읽었지만,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이번에도 그저 뮤지컬의 넘버에 더 치중했을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책의 위대함은 바로 이런 것이다.

 

홍광호 배우는 그야말로 무대를 찢었다. 노래는 물론이고 그의 연기는 더 좋았다.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은 너무 당연했고, 한 씬에 지킬과 하이드를 표현한 '대결(confrontation)' 역시 더할 나위 없었다. 그의 노래는 음원으로 듣는 것 보다 직접 듣는 것이 백배 더 좋다. 뮤지컬에는 원작과 달리 지킬의 약혼자인 루시와 거리의 여자, 엠마가 출연한다. 그녀들이 부르는 넘버도 좋았다. 'Once upon a Dream', 'In His Eyes', 'Someone Like You',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다






홍광호 배우는 워낙 유명해 그가 출연하는 회차에 예매하기가 어렵다. 딸아이가 힘들게 2매를 예매했다. 난 전에 이 뮤지컬을 봤기에 남편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남편은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나보고 가라고 했다. 뮤지컬을 관람하며 양보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그의 노래는 완벽했다. 매번 집에 있는 나의 책을 버리라고 협박하는 딸아이가 인터미션때 캐스팅보드를 찍으로 갔는데, 내가 생각나 지킬 앤 하이드노트를 샀다며 나에게 주었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독서 노트하라고 사 준 것이다. 노트의 겉표지는 마음에 들었지만 촘촘히 그려져 있는 줄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노안으로 고생하는 내가 쓰기에는 좀 벅찼다. 그러나 그런 내색을 하지도 못하고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역시나 난 나를 감추고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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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10 14: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양보하지 않아 다행!!ㅋㅋㅋ
감동이셨겠어요^^
딸아이의 엄마를 배려한? 선물까지!!
두 세 줄 한꺼번에 한 줄로 쓰면 어떨까요?^^
딸 앞에서 열심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나중에 또 다른 선물도 받을 수 있습니다ㅋㅋㅋ

페넬로페 2022-02-10 16:22   좋아요 3 | URL
네, 정말 양보하지 않아 다행일 만큼 감동적이었어요. 노트를 열심히 사용해야 하는데 요즘은 메모를 거의 컴이나 패드로 해서 고민이예요~~
뭐라도 써야겠어요, 그래야 원망 듣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은 자식보다 남편이 더 편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2-10 14: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원제에 대한 깔끔진 스타트,
아주 좋았습니다.

피라미드 시절부터 세상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했다죠...

고전의 울궈먹기, 작가들의
영원한 밥줄이 아닐 수 없습
니다.

뮤지칼 관람 고저 부럽삽니다.

페넬로페 2022-02-10 16:25   좋아요 2 | URL
이번에 원제를 알게 되었어요. 저는 당연히 지킬과 하이드로 알고 있었거든요~~
여러 방향으로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 고전의 힘인 것 같아요
뮤지컬은 홍광호 배우를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미크론을 뚫고 다녀왔어요^^

미미 2022-02-10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페넬로페님 처음 올려주신 영상이 홍광호라니!👍👍👍👍
저 이 노래 너무 좋아해요! 특히 홍광호버젼으로요~🧡
공연보고 오셨다니 너무×200
부럽습니다!!!!🙆‍♀️ 아직 안읽었는데 기대만땅이예요ㅎㅎ

페넬로페 2022-02-10 16:29   좋아요 3 | URL
미미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해서 첫 영상 올리기 성공했어요~~
정말 감사감사해요^^
홍광호 배우, 공연 넘 좋았어요.
화욜 저녁에 관람했는데 지금까지 기분 좋아요~~
생각보다 원작도 깊이가 있어 좋았어요^^
살짝 재미는 없더라고요~~

stella.K 2022-02-10 16: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기이한 사례까지가 진짜 제목이었군요.
홍광호도 잘하긴 하지만 역시 이 노래는 조승우를 위한
노래는 아닌가 싶기도 해요. 조승우는 뭔가 꽉찬 느낌인데
형만한 아우 없다는 심리 때문일까요?
하긴 조승우가 유키즈에 나와서 자기만 보면 사람들이
지금이 순간을 부르려고 해서 부담스럽단 얘기를 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작품도 세대 교체가 된 걸까요? 조승우가 오래하긴 했죠.
저도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ㅠ

페넬로페 2022-02-10 16:36   좋아요 5 | URL
네, 원제에 기이한 사례가 들어가더라고요~~
요즘 뮤지컬 공연에 세대교체가 많이 된 듯 해요.
그래도 조승우 배우는 레전드죠.
연기력은 어떨지 몰라도 노래는 홍광호 배우가 더 앞선 느낌이었어요. 홍배우는 영국 뮤지컬 미스 사이공 오디션에서 데모 테잎만으로 투이역에 합격했다는 전설이 있어요 ㅎㅎ
홍광호 버전으로 꼭 보시길 바래요~~
그리고 stella.k님께서 쓰신 극본으로 올려진 뮤지컬 꼭 보고 싶어요^^

stella.K 2022-02-10 17:50   좋아요 4 | URL
헉, 이런...!ㅠㅠ 그런 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 있게된다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mini74 2022-02-10 18: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장발장 생각나네요.쭈욱 장발장인줄 알았는데. 하이드 책 원제를 페넬로페님덕에 알게 되네요 ~ 딸아이 예쁩니다. 줄공책 ㅠㅠ 막 아른거리죠 ㅎㅎ

페넬로페 2022-02-10 18:46   좋아요 5 | URL
우리가 아마 원제를 모르는게 수두룩할 것 같아요~~
미운짓도 많이 하는데 이럴 때 키운 보람이 있더라고요^^

새파랑 2022-02-10 19: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은거 같은데 그동안 안읽은 책이었어요 ㅋ 작년에 열린책들 35주년 세트로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 뮤지컬도 즐기시는 페넬로페님 넘 멋지십니다~!!

페넬로페 2022-02-10 21:03   좋아요 5 | URL
열린 책들, 미드나잇에 이 책이 있군요. 소설에 많은 의미가 들어 있어 좋았어요~~
뮤지컬 좋아하는데 이번에 특히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2-10 1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페넬로페 2022-02-10 21:0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ㅎㅎ

2022-02-10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02-10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책의 위대함!
페넬로페님을 폭풍 감동으로 몰아 넣은
홍광호!
꼬옥 기억 하겠습니다 ^ㅅ^

페넬로페 2022-02-11 00:08   좋아요 3 | URL
책의 위대함은 누구나 다 알지만 이렇게 뭉클할 수 있는 이유가 그나마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책을 읽는 제가 받은 선물일 것 같아요.
뮤지컬, 특히 홍광호 배우의 노래는 정말 폭풍 감동이었어요^^
scott님, 반가워용^^

꼬마요정 2022-02-12 0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홍광호님 지킬 하이드 보고 오셨네요 ㅎㅎ 진짜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 중에서 저런 성량과 고음을 뽑아내는 배우는 진짜 없을 거에요 ㅎㅎㅎ 심지어 노력으로 만들어낸 거라고 하더라구요.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지킬 앤 하이드는 이젠 낡은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고전의 힘이 쎄긴 한가봐요. 뮤지컬 속에서 댄버스 경이 예비 장인이라는 게 재밌지 않나요 ㅎㅎ

저는 류정한님, 조승우님, 홍광호님 지킬 앤 하이드 정말 추천합니다^^

페넬로페 2022-02-12 08:55   좋아요 3 | URL
네, 정말이지 홍광호배우님, 무대를 찢더라고요. 심지어 지킬과 하이드의 목소리를 다르게 해서 노래하고 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노래를 잘하더라고요. 책에서는 하이드가 댄버스경을 죽이는데 저도 좀 그랬어요 ㅎㅎ
담엔 꼭 류정한 배우의 지킬앤 하이드를 보겠습니다^^

희선 2022-02-12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은 읽지 않고 어렸을 때 만화영화 같은 걸로 봤던 것 같아요 본래 제목은 조금 다르군요 이 소설 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보물섬》을 썼더군요 이 책은 몇해 전에 봤는데... 책 보고 뮤지컬 보셔서 좋으셨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2-12 08:58   좋아요 3 | URL
보물섬은 어릴 때 동화책으로 많이 읽었고, 이 책도 어린이용 버전으로도 많이 나와 있더라고요. 희선님께서 이 책 읽으셨군요. 감상이 궁금하네요~~
뮤지컬은 많이 각색되어 있는데 그래도 더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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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잘 알지 못해, 처음 SF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작가가 그려내는 여러 장면들을 모두 다 이해해야만 책을 잘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만 한다는 강박도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것을 가져와 현재의 시점에 대비시키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독자의 몫인 것 같았다. 그러다 점점 SF라는 장르가 꼭 원인과 결과에 따른 과학만이 바탕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이 장르는 인간의 상상이 불러올 수 있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김초엽의 소설은 이러한 나의 느낌에 날개를 달아주고,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타게 만들었다. 그녀는 비교적 쉽게 과학과 미래를 끌어와 지금 현재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만날 미래의 모습이며, ’존재하거나 또는 존재하지 않거나의 선택이기도 하다.

 

행성어 서점에는 14편의 짧은 소설이 담겨 있다. 짧아서 유독 단숨에, 스르륵 문장이 풀려 나왔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들은 짧다. 짧아서 읽기에 좋았지만, 그것이 주는 의미가 짧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짧게 읽고, 길게 멈춰 오래 생각할 것이 많았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030년인 것도 있지만, 대개는 외계인들과 인류가 교류하고, 은하계로의 여행이 가능하고, 때론 옛 지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사이보그의 도움을 받는 건 당연하고, 클론, 시간 여행, 수만 개 은하 언어를 지원하는 범우주 통역 모듈이 있어 우주 공간을 돌아다니는데 별로 불편하지 않다.

 

그런 세상에서도 전뇌 통역 모듈 부적응자는 존재하고 망해가는 시골 행성에서 판매하는 해독 불가능한 책을 읽기 위해 행성어를 배우는 사람도 있다. 이 책의 표제작인 행성어 서점엔 평생 읽지 않을 책을 사 가는 이색적인 취향을 가진 이도 있고, “수만 개의 언어를 할 수는 없지만, 그 수만 개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조차 읽지 못한 책들을 읽을 수 있는(p72)‘사람도 있다.

 

사진을 찍으려다 잘못 놀러 핸드폰에 내 얼굴이 갑자기 나타날 때가 있다. 어떨 때에는 그런 내 얼굴이 생경스러워 당황하기도 한다. 화면에 비친 내가 평생 내 속에 있는 내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내가 나 자신을 계속 쳐다보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평생 내 속에 있는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를 원할 때도 있다. ‘라이프 사진전에 전시된 앨프리드 아이젠스타트<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동명의 소설엔 여러 세계에 존재하는 동일한 인물이 등장한다.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는 다른 세계에 존재하지만 같은 사람이고 가끔씩 만나기도 한다. 동일한 인물이라도 다른 세계에 존재하면 달라야 하지만, 그들은 그 두 세계에서 똑같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구절에서 난 많이 웃었다.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김이 빠지기도 해서이다. 동일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난 좀 달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좀 더 잘났고, 더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결국 동일한 존재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허탈했다. 결국 나란 인간은 니체의 영원회귀를 숭배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미친듯이 뛰어다녀야만 하는 허접한 존재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하고 두 남자는 똑같은 목소리로 키득거렸다. 그들은 정말로 즐거워 보였다. 나와 줄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굴렀다. 나는 멜론 장수의 말을,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로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면, 한 세계에서는 멜론을 팔고 다른 세계에서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같은 존재라면, 어느 세계에서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건 아주 슬픈 일이어야 할 텐데.

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은 정말로 유쾌해 보였다. -p52]



출처; 네이버 이미지

 

 

같은 현실을 공유하지만, 거기서 느끼는 빛과 맛과 관점은 다 다르다,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하고,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다데이지와 이상한 기계도 생각할 것이 많았다. 먼 곳에서 가져온 생물 샘플의 유출로 시몬 사람들의 얼굴엔 모두 가면이 생겨버린다. 처음엔 불편했지만 점점 그들은 가면을 쓴 생활을 편리해하며 가면을 쓴 채로 살아가기로 한다. 시몬을 떠나며는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쓴 삶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의 현실이 연상되었다. 불편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나의 많은 것을 가려주어 편리함으로 변해버린 마스크를 코로나가 끝났을 때 난 쉽게 벗지 못할 것 같다.

 

필요 없으면 제거하고, 문제가 생기면 격리해버리는 살벌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 클론인 소년 하나가 만신창이가 되어 늪으로 도망쳐 온다. 늪은 안락하고 평온한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라고 하지만 소년은 완강히 거부한다. 그럼에도 늪은 드론이 다시 소년을 공격했을 때, 그를 도와준다. 소년은 스스로 회복하고, 자신의 고유성을 위해 위험한 세상으로 다시 떠난다. 늪지의 소년은 클론이지만 인간의 개체성과 고유성을 지향한다. 복제되어도 자신의 의지가 있는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러한 행동을 부여받았는지 확실하지는 않다. 내 몸의 모든 것이 기계로 대체되어도 본래의 뇌와 생각할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그건 나인지도 잘 모르겠다.

 

[개별적 개체성, 그게 인간일 때의 나를 가장 불행하게 만들고 외롭게 만들었어. 동시에 나를 살아가게 했지. 개별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전체의 일부라는 건 모순이 아니야. 아니면, 전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p119]

 

개별적 개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은 누군가의 도움과 자생력이다. 이 소설에서의 늪과 버섯의 존재는 인간의 개별성을 위해 끝까지 보존되어야할 마지막 보루이다. 적대적이고 파괴적인 저쪽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경계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 수록된 마지막 단편인 가장자리 너머에도 이것은 연결된다. 감시, 처분, 삭제하는 세상에서 결국 필요한 것은 공존이며, 그것을 위한 것은 늪과 운무림이라는 환경이다. 그것만이 인간의 자생력을 도울 수 있다.

 

김초엽작가는 이 책에서 두 개의 큰 제목인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다른 방식의 삶이 있음을으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산뜻한 이야기의 마을(p7)’에서 가져 온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이야기로 생각과 대안, 방향을 제시한다. 난 이 좋은 이야기를 딸아이에게 들려주다 식겁했다. 그 아이가 나를 붙잡고 3시간동안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나의 생각을 물었다. 복제 인간에 대해, 작가가 말하는 미래의 모습이 과학적으로 진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난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대답하진 못했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의 그 어떤 변화에도 다수의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고. 먼 미래는 고사하고 당장 문 밖에서 변하고 있는 것들에 적응하기 위해 내가 흘리는 진땀과 상실감이 고려되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하고 싶다.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그때 나는 불행히도 나에게 고통이 곧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다.

-선인장 끌어안기중에서,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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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1-12 07: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리 읽어야 되는데...^^

페넬로페 2022-01-12 11:22   좋아요 3 | URL
읽기 시작하면 금방 읽을 수 있어요^^

독서괭 2022-01-12 07: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진 리뷰예요! 얼마전 우리가빛의속도로~ 로 김초엽을 처음 만나고 이 책도 찜해놨어요. SF에 느끼던 거리감을 많이 없애줬어요.
질문 쏟아내는 딸아이가 기특하네요! 🥰

페넬로페 2022-01-12 11:25   좋아요 4 | URL
저도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를 읽고 팬이 됐어요.
어렵지 않은게 좋았고 글에서 생각할 것이 많더라고요. 저의 딸아이는 기특하기도 하면서 또 한 번씩 심술도 부립니다 ㅎㅎ

mini74 2022-01-12 07: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선인장 끌어안기 참 좋았어요. 끊임없이 과학적 요소로 다름을 다루는 것 같아 참 좋아요 ~~

페넬로페 2022-01-12 11:27   좋아요 3 | URL
여기있는 14편이 다 좋았어요 각각 다르면서도 연결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선인장 끌어안기도 그 설정과 내용이 넘 좋았어요^^

새파랑 2022-01-12 08: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평생 읽지 않을 책을 산다는 부분에서 제가 조금 찔리네요 😅
저도 SF는 좀 안땡기긴 한데 페넬로페님 글 읽으니 재미있을거 같아요~! 아이와의 독서토론도 너무 멋져요~!! 독서괭님 처럼 리뷰에서 장인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

페넬로페 2022-01-12 11:30   좋아요 4 | URL
행성어 서점 읽고 알라딘 서재 친구들 생각났어요. 아마 우리들은 모두 다 그곳에 가서 책 잔뜩 사 올 것 같았어요. 저는 테드 창의 sf도 좋아하는데 김초엽의 글들도 울림이 있어 좋아해요. 새파랑님, 장인이라는 말은 새파랑님께 어울립니다^^

미미 2022-01-12 08: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PC로 읽어봤는데 두 번째 문단 좋네요! 특히 거기 마지막 문단이요!! SF장르를 막 읽고싶어지는 리뷰입니다.^^* 저도 이론물리학 책을 보면서 다양한 차원에 다양한 모습의 제가 있을거라고, 어떨지 상상해보고 그랬는데 멜론장수와 바이올린연주자 궁금해요ㅋㅋㅋ페넬로페님 딸의 호기심 넘귀여운데요?ㅋㅋㅋ선인장 끌어안기도 기대되네요! 저도 찜♡

페넬로페 2022-01-12 11:35   좋아요 4 | URL
저번에 미미님께서 혼자서 물리학을 공부하셨다는 내용이 생각나네요. 저에게 과학은 넘 어렵고 특히 물리학은 더 그래요. 그래도 그냥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설정으로 보니 편해졌어요. 멜론 장수와 바이올린 연주자의 내용이 참 흥미로웠고 후반부의 환경을 다룬 것과 외계인 같은 분야도 좋았어요. 그날 우연히 딸아이에게 낚여 고생 좀 했어요 ㅋㅋ

scott 2022-01-12 1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에 마지막 단편 『가장자리 너머』에서 보여주는 감시, 처분, 삭제하는 세상이 현재 세상인 것 처럼 느껴집니다
구글에서 검색하지 않고 엄마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딸!!
엄마 페넬로페님의 지성美를 믿고 있는 딸 ^ㅅ^

페넬로페 2022-01-12 11:38   좋아요 3 | URL
네, 분명 미래에 일어날 일인데도 현재에 다 접목되더라고요. 우리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감시되는 세상이 맞는 것 같아요. 딸아이와 약간 맞장토론식으로 대화하다가 의견이 나뉘어지니 아빠를 붙잡고 또 얘기했어요. 둘의 의견이 같아지니 그때 멈추더라고요, 에고~~

거리의화가 2022-01-12 11: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따님과의 대화 참 좋아 보입니다~^^
저는 김초엽 작가의 소설을 읽지 못했는데 어느덧 마스크가 익숙해지고 코로나가 끝나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공감했어요.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에서 자유롭다고 해야 할까.
SF소설이 저도 참 멀게 느껴졌었는데 저는 천선란 작가의 책을 먼저 읽었어서. 어쩌면 먼 미래가 아닌 현실을 그려내더라구요. SF 작가들이 점점 많은 책을 내고 있는데 여러 모로 주목해야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01-12 11:42   좋아요 4 | URL
애가 하나이다보니 제가 친구처럼 느껴져 많은 걸 공유하고 있어요. 벌써 20대인데도요.
마스크가 지금은 익숙해져서 편해졌어요. 책에서도 어차피 가면이 없어도 우리는 상대방이나 나에 대해 잘 모른다고 나와 있어요~~
천선란작가의 책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읽어 보겠습니다^^

클로드 2022-01-12 1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많은 해외 SF소설은 과학과 미래 중심인 반면 국내 SF 소설은 배경은 미래지만 사람을 향한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행성어 서점도 읽어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1-12 13:40   좋아요 3 | URL
네, 저도 그랬어요.
한국 sf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현재를 생각하게 해주고, 클로드님 말씀처럼 사람을 향해서요.
국내 다른 작가의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항상 읽을 책이 쌓여 있어요^^

coolcat329 2022-01-12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SF는 늘 이해하기가 힘들어 거의 안 읽게 되는데 김초엽작가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더라구요.
따님이 참 초롱초롱 영특한거 같아요.엄마닮아 책도 좋아해서 나중에 친구처럼 책 이야기 나누는 친구도 될 수 있겠어요. 부럽네요~~

페넬로페 2022-01-12 13:44   좋아요 3 | URL
제가 과학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도 김초엽작가의 작품은 읽기가 쉽고 어떤 걸 생각해야하는지 알게 해주어 넘 좋아요.
저는 친정엄마와 많은 걸 공유해보지 못해 전화할 때 매번 같은 소리만 하거든요~~
그래서 딸아이와는 지금 많은 것을 같이 하려고 해요.
나중을 위해서요^^
쿨캣님 자제분은 저의 딸아이보다 휠씬 어린것 같은데 그저 여러가지 경험 쌓고 친구처럼 지내는게 젤 좋은 것 같아요**

stella.K 2022-01-12 2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따님이 무서우시겠어요.이거 뭐
상대를 해 줄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고...3시간을 꼼짝없이...ㅋㅋ
따님이 청소년 아닌가요?
저도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에 괜히 사람들하고 진지하게
얘기하고 싶고 막 그랬던 것 같아요. 생각이 갑자기 자라고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을 받죠.
그래도 페넬로페님은 좋은 엄마 같습니다. 그도 세월이 지나면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아, 근데 전 이제 마스크는 그만 굿바이 했으면 좋겠어요.
편한 것도 있긴 하지만 이젠 정말...ㅠㅠ

페넬로페 2022-01-12 20:59   좋아요 3 | URL
처음에 상대해 주다가 차츰 넘 힘들었어요 ㅎㅎ
딸아이는 대학생인데 2년동안 학교도 못가고 해서 저와 거의 붙어 있어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요^^
마스크는~~
불편한데 제가 요즘 팍삭 늙은 느낌이라 그나마 마스크로 가리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stella.K 2022-01-12 21:08   좋아요 2 | URL
헉, 대학생이요? 아이고 따님이 그렇게 장성한 줄 몰랐네요.ㅠㅋ

서니데이 2022-01-12 2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김초엽 작가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신간알림이 자주 오는 것 같아서요. 이 책은 처음 나왔던 11월 말인가 12월 초에 선물용으로 한 권 사고는 저는 아직 못 읽었어요.
그리고 새 책이 또 나오더라구요.
페넬로페님, 잘 읽었습니다.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1-13 00:36   좋아요 1 | URL
네, 김초엽작가님 장편소설도 있고 책이 여러 권 나와요.
천천히 다 읽어보고 싶어요,
날씨가 넘 춥네요.
서니데이님, 좋은 꿈 꾸세요^^

희선 2022-01-13 0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학소설이라 하지만 과학 이론이 많이 나오는 소설은 아니군요 다른 소설은 어떻게든 보기는 하는데, 과학소설은 머릿속에 잘 떠오르지 않기도 하네요 그런 걸 재미있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여기 담긴 소설 배경은 지금보다 나중일지 몰라도 지금을 생각하게도 해주는군요 과학소설이나 판타지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님이 세 시간이나 말을 하다니... 뭔가 말이 하고 싶었나 봅니다 들어주기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1-14 17:27   좋아요 2 | URL
과학 이론이 많이 나오는 책은 어려워 제가 잘 못 읽을것 같아요.
이런 제 수준에 김초엽작가의 작품이 너무 좋더라고요.
딸아이는 밖에서 있었던 얘기들이나 스트레스를 주저리주저리 저나 아빠에게 말을 하며 푸는 편이라 많이 들어주고 있습니다. 근데 가끔씩 귀찮기도 하고 힘들기도 해요 ㅎㅎ

mini74 2022-02-10 17: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성어서점 아이랑 저도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 페넬로페님 감축드리옵니다 ~~

페넬로페 2022-02-10 18:48   좋아요 4 | URL
자녀분과 함께 같은 책 읽으셔서 좋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2-10 18: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2-10 18:48   좋아요 3 | URL
감사,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2-10 18: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02-10 18:49   좋아요 3 | URL
thkang1001님
매번 축하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새파랑 2022-02-10 19: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멋진 페넬로페님 진심 축하드려요~!! 즐거운 책 또 만나시겠네요 ^^

페넬로페 2022-02-10 22:30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감사드려요.
새파랑님의 말씀처럼 언제나 멋지게 살고 싶어요**

미미 2022-02-10 19: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선 축하드려요*^^* 이 책 저도 꼭 읽어볼께요~♡

페넬로페 2022-02-10 22:31   좋아요 3 | URL
미미님, 감사해용.
미미님께 좋은 책이었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 2022-02-10 22: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2-02-10 22:33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항상 축하해주셔서 무한 감사 드립니다♥

독서괭 2022-02-10 2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특한 따님이 등장하는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02-11 00:04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감사합니다^^

scott 2022-02-10 2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성어 서점에세 페넬로페님에게 신간 책을 보내 줘여함요!ㅎㅎ

마음산책에서 오프 행사로 작가님이 직접 행성어 읽어 줬다고 하네요

페넬로페님의 행성어 서점은
짠돌이 알라뒨 (◍●◡ु‹◍)☆

페넬로페 2022-02-11 00:05   좋아요 4 | URL
언젠가는 행성어 서점에서 보내준 책을 받고 싶어요 ㅎㅎ
그런 이벤트가 있었네요~~
작가님 목소리도 한 번 듣고 싶어요^^

러블리땡 2022-02-11 00: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

페넬로페 2022-02-11 09:46   좋아요 1 | URL
러블리땡님,
감사드립니다^^

희선 2022-02-12 0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02-12 09:01   좋아요 1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02-12 0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02-12 09:02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감사드려요^^
 
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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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체로 사람이라면 ~~~~ 해야 한다고 규정된 것들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척박한 곳에서 척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 기본적인 것조차 지킬 여력이 없다. 불행이 거듭되고,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사람들의 행동을 일반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마르그리트 뒤라스>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출구가 없는 삶의 여러 단면을 말해주고 있다. 처음 읽은 뒤라스의 문장은 불행을 열거한 내용에 비해 담담하고 건조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매력적이기도 해서 책을 읽는 순간부터 몰입해서소설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한 나라의 모든 것을 긁어모아 수탈해가는 제국주의자들은, 그곳에서 유토피아적인 삶을 살고자 희망하는 자국의 사람들에게까지 강제로 빼앗은 남의 나라 땅을 불하하며 뒷돈을 요구한다. 그래야 좋은 땅을 내어준다. 그러한 사정을 전혀 몰랐던 쉬잔과 조제프의 순진했던 어머니는 그동안 고생하며 모든 돈을 다 투자하여 인도차이나 캄보디아 해안 지역의 땅을 불하받는다. 그러나 불하받은 땅은 경작이 불가능했다. 매해 7월에 바닷물이 밀려와 수확을 앞둔 작물들이 그 물에 잠겨 버린다.(p23) 어머니는 그곳의 농민들과 함께 태평양 남중국해의 바다에 맹그로브 통나무로 방조 제방을 쌓아 밀려오는 바닷물을 막고자 한다. 어머니는 땅을 저당 잡히고 대출받은 돈으로 담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광적인 희망으로 마침내 오랜 마비 상태에서 깨어난 평야의 농부 수백 명이 온 힘을 쏟아 부어 제방을 쌓았는데, 그 제방이 태평양 파도의 단순하고 가차 없는 공격으로 단 하룻밤 사이에, 마치 카드로 쌓은 성처럼 그대로 무너져 버린 광경을 어느 누가 비탄과 분노 없이 떠올릴 수 있겠는가? 또 어느 누가 도대체 그런 어처구니없는 희망이 왜 생겨났는지 밝히기보다는 그냥 모든 것을, 그 평야를 지배해 온 비참한 가난부터 어머니의 발작까지 모든 것을 운명적인 그날 밤의 사건 하나로 설명하고 싶은, 천재지변이라는 간략한, 하지만 매력적인 설명으로 만족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 낼 수 있겠는가? -p28]

 

크지 않지만 태평양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있는 바다에 그저 통나무로 방조 제방을 쌓는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무모하다. 그 무모함은 이성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의 출구와 대안이 없는 사람들은 무모함이라는 것에 가진 것 전부와 심지어 목숨을 걸 수도 있다. 거의 모든 것을 잃은 어머니는 병이 들어 발작을 하고 자식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악을 쓰기만 한다. 한 번씩 그 분을 삭이지 못해 딸 쉬잔을 계속 때리기도 한다. 희망을 잃은 조제프와 쉬잔 역시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낼 뿐이다. 그들은 그저 누군가가 비포장도로에서 나타나 도시로 데려다 주기만을 기다린다. 얼굴이 예쁜 쉬잔은 그녀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남자들에게 몇 번 키스를 받기도 한다. 그런 그들에게 조 씨라는 식민지에서 일확천금에 성공한 전형적인 투기꾼의 외아들(p64)이 나타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예전에 보았던 영화, ‘연인이 연상되었다. 내용이 조금 다르지만 영화에 나오는 모습들과 이 소설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도 소녀가 중국인을 데리고 자신의 어머니가 제방을 쌓았던 바다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연인과 마찬가지로 <태평양을 막는 제방>뒤라스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책의 표지는 십대의 뒤라스의 실제 모습이다. 작가는 그곳에서 자신의 가족들이 겪었던 것을 쉬잔의 가족들을 통해 보여 준다. 소설 속에서 그들은 비겁하고 철면피이며 뻔뻔하기까지 하다. 남이 사주는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고 떠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행으로 숙성된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다. 그 모습으로 그들을 평가하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 어머니는 결국 조제프를 떠나보낸다. 쉬잔은 그를 따라간다. 그들의 떠남이 불행의 연속이 아닌 새로운 희망으로 비치는 이유는 그들이 결코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친근하지는 않지만 측은함을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진정성이 있다.

 

작가는 자신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더 열악하고 고통만을 안고 사는 그곳 식민지 농부의 삶을 자세히 여러 부분에 걸쳐 서술하고 있다.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것들의 여과 없는 표현에 마음이 많이 움직였다.

 

[사실 아이들은 죽어야 했다. 평야는 좁았고, 여전한 어머니의 바람과 달리 바다는 앞으로도 긴 세월 동안 물러나지 않을 터였다....그런데 바닷물이 어디까지 올라오든 아이들은 악착같이 태어났다. 그래서 아이들이 죽어야 했다. 만일 몇 년 동안 죽지 않으면 들판은 아이들로 가득 찰 테고, 다 먹일 수 없는 그 아이들을 개에게 주어 버리거나 숲 어귀에 데려다 놓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호랑이들마저 아이들을 먹는 게 신물이 나서 더는 잡아먹지 않으리라. -p120~121]

 

마음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채 웃을 때가 있다. 그러다 그 웃음에 더 크게 웃게 되고, 헛헛하게 변한 웃음이 결국 저 깊은 곳에서부터 울음을 불러낸다.

마치 영화 애정만세의 마지막 장면처럼.

이 소설이 딱 그 느낌이다.

 

[당신이 내 입장이 되어 봐요. 다가오는 해에 만일 내가 이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면, 다시 한번 실패할지 모른다는 전망마저 없으면 당신들을 죽이라고 시키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남겠습니까?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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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책장 2022-01-10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01-10 13:46   좋아요 0 | URL
하나의책장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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