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돌아온 서재에 제 다요트 펀드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무려 2분이나(!)
계셔서 그동안의 경과를 알려드립니다.
아시다시피 11월 말무렵에 있었던 1차 점검은 비교적 체계적인 과정을 통하여 무난하게
통과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죠...
최종 점검은 작년 12월 21일에 실시되었는데,아시다시피 평소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도
12월이면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에 비례하여 체중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늘어나는 시기인게
문제죠.. 저야 평소에도 술자리를 그다지 마다하는 편이 아닌데다, 직장인으로 살아온지 어언 14년차 정도 되다보니 이래저래 불러주는 데도 좀 있고, 가서 얼굴도장이라도 찍어야할 모임들이 제법 됩니다...
게다가 다요트 펀드 1차 점검은 최종 점검보다 좀 덜 빼도 되기 때문에 큰 고생을 안 했는데, 최종 점검은 1차 점검보다 3킬로그램 정도를 더 빼야하니 다요트를 해 보신 분들은 그 고통의 무게를 대충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먹을 기회는 많아지고, 운동할 시간은 덩달아 짧아지며, 빼야할 체중은 더 늘어난 3중고의 상황이 한꺼번에 닥친 거죠...
평소에도 음식을 크게 가리지 않고 아무거나 잘 먹는 식성인데, 술자리의 음식들은 고단백, 고칼로리, 고열량의 음식들이 많고, 앞에 놓인 음식을 외면할 정도의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 못해 섭취량을
인위적으로 줄이지도 못하였습니다.
이러한 악조건에서 제가 세운 계획은 술약속이 없는 날은 저녁식사를 무조건 굶고,정 배고프면 오이 1개,고구마 1개를 먹고,운동은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하루에 3시간씩 스쿼시 치고, 헬스클럽에 있는 자전거 타고,토,일요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 굶으면서 운동하고,저녁은 역시 오이와 고구마로..술자리는 나에게 장소를 잡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면 안주는 무조건 회나 해산물 종류로,2차는 호프집 같은데보다는 노래방으로(가무를 즐기다보면 땀도 나고,술도 덜 마실수 있으니..).....
이렇게 3주정도를 하루는 술먹고,하루는 계획대로 보내고 12월 20일을 맞이하였습니다.
하필 이날은 울 회사 노동조합 창립기념일.....생일잔치에 먹을 거 빠질 수 없겠죠?
다요트 펀드를 주관하는 부서에서는 창립기념일 행사의 원활한 참가유도를 위해 다요트 펀드 참가자들에게 하루 먼저 최종 점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습니다.
안되면 다음날 다시 점검해도 된다는 말에 그날 오전 저울에 과감하게 올라섰으나,결과는 1.5킬로그램 초과... 참담한 기분을 더욱 바쁘게 만든 건 주관부서 직원의 한 마디..."이번에 다요트 펀드 낙방한 사람이 많아서 배당금이 꽤 큰데....." 펀드 가입금 10만원도 아깝지만(원금 손실),배당금이 크다는 말에 더욱
열이 받아... 12월 20일은 아침,점심,저녁을 다 굶고,물 한잔만 마셨습니다.
같은 부서 직원들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점심을 굶자 슬슬 걱정이 되는지 한 두마디
염려의 말씀을 던졌습니다. 만약 한 3킬로그램정도 초과되었으면 찍 소리 못하고 포기했을 겁니다.
그러나 1.5킬로그램은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저히 포기가 안되는 겁니다.
오후 6시 20분..평소보다 1시간 빨리 퇴근해서 스포츠센터로 달려가 스쿼시를 쉬지도 않고 5셋트 치고,
물 반잔 마시고, 자전거를 30분정도 타고,런닝머신을 30분정도 죽어라 뛰고, 골프 연습을 30분하고 다시 스쿼시 치고... 종종 집이 비슷한 방향이라 카풀을 해주던 골프 코치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만 짓더군요..밤10시쯤 되자 어지럽기 시작하고, 다리에는 힘이 빠져 걷기조차 힘들었습니다.
10시 30분쯤 집에 도착하니 짱구엄마는 일찍자라고 합니다. 기운이 없어 책조차 볼 수 없었네요..
같이 침대에 눕고 30분 정도 지나자 짱구엄마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순간 눈앞에는 세상의 온갖 먹을거리들이 제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순대,떡볶이,짜장면,라면,갈비,삼겹살,맥주,폭탄주,초밥,생선회,아이스크림,케이크,바나나,사과,어륀지(대선이후에는 이렇게 발음해야 한다데요^^),닭꼬치,통닭,와인,치즈,피자,냉면,불고기,삼계탕,멍멍탕,보쌈,족발,빈대떡 등등등등등...12시를 알리는 벨소리를 듣고 참다못해 냉장고 문을 힘차게 열었으나, 1.5킬로그램만 빼면 되는데...하는 생각에 힘없이 다시 냉장고를 닫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이렇게 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니 시간은 어언 새벽 4시... 어떻게 잠든지 알 수 없지만 눈떠보니 오전 7시...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서 있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여 20분 정도 엎어져 있다가 최종 점검을 위하여 체중계에 올라서니 목표체중보다 1킬로그램 더 감량되어 있었습니다. 하룻동안 악쓰고 빼니 2.5킬로그램이 빠지더군요... 배도 쏘옥 들어가고....
사무실에 오자마자 어륀지 쥬스에 초코파이를 먹으니 살아있는 희열이 느껴집니다.
초코파이의 매쉬멜로우의 걸죽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가득퍼지니 그 감동의 물결이 쓰나미가 되어 몰려오더군요... 우어어어어
배당금에 눈이 어둡기도 했지만,1.5킬로그램의 해볼만한 초과 체중이어서 독한 마음먹고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돈이 동기의 전부는 아니지만 꽤나 큰 일부는 되었던 거 같구요...
배당금으로 젤 먼저 한 거는 친한 선배하고 해산물 뷔페에 가서 신나게 먹었습니다.
세상에 먹는 게 이렇게 큰 즐거움인지 이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 다시는 다요트 펀드 참가 못할 거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