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딩 2학년인 도토리는 혜화동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닌다.
예비 신학생 과정으로 입학해서 주중이면 기숙사에 있고, 주말에 집으로 온다.
아침 잠이 심하게 많고, 형인 짱구보다도 깨우면 더 잘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복사를 한다고 할때도 우리 부부는 열심히 뜯어말렸는데, 초딩 3학년부터 중딩 2학년까지
복사 생활을 어쨌든 통과했고, 중 3때 예비신학생 과정을 거쳐 카톨릭대 신학과를
가고 싶다고 했을 때도 우려의 마음이 우선 들긴 했으나,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 중에 신부나 목사, 승려 등 종교인으로 지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러한 분들의 생활이 어떠한지 잘 알지는 못하지만, 평생 수도 생활에 정진을
해야하고, 결혼(목사님은 안 그렇지만)도 할 수 없으니 상당히 어려운 길일거라는
짐작을 한다.
그래서 도토리가 예비 신학생 과정을 다니고 있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나나 도토리 엄마가
추천했냐고 물어보는 이들도 있는데, 결코 그렇게 해서 갈 길은 아닌 듯하다.
아버지로써 그러한 신앙생활에서 모범을 보여준 적은 없으므로(장기간 냉담 교우로 분류됨)
작년에 입학하면서 내가 한 약속은 매주 미사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겠다였고,
약 1년 반정도 지난 지금 보면 거의 그 약속을 준수하고 있다.
매주 미사에 참석하면서 신부님의 강론을 듣는데, 여전히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는
하지만, 어제 강론에서는 100% 공감가는 말씀을 하신 것을 기억한다.
"나의 스마트폰 어플의 70%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집에 있는 물건 가운데 70%정도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그동안 틈틈이 미니멀리즘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였으나, 여전히 나의 스마트폰에는
쓰지도 않는 어플로 넘쳐나며, 사무실/집에는 보지 못한채 쟁여진 책들과 물건들로
가득하다. 왜 위와 같은 말씀을 하셨는지는 까먹었으나, 나의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하기로 내 맘대로 정하고 스마트폰부터 정리 들어가야겠다.
향후 도토리의 신앙 여정에 조그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항이 무엇이 있을지 좀더 찾아보기도 해야할 거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