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야무입니다.  한 무리의 지인분들과 함께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감상했습니다. 한 분이 후기 써 달라는 부탁을 하시는 바람에 몇 자 적어봅니다.

 

사실 이 전시회를 몰랐습니다만,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고, 과천 현대미술관 사이트 들어가서 둘러보고 부랴부랴 관람했습니다. 5.4. 2시간 가량 둘러봤지만 작품이 예상보다 많아 다시 보기를 기약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다른 약속이 있었기에.

 

그리고 19일 다시 전시를 보게 되었는데, 다시 보는 그림들이었지만 처음 본듯한 작품도 있어서 역시 전시는 꼼꼼히 봐야 한다는 걸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한 전시였는데, 5월이 막빠지였고 19일이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나마 도슨트 설명을 듣는 분들이 꽤나 많았습니다. 4일하고는 완전히 판이한 날. 그땐 정말 관람객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쨌거나 추상미술 그것도 기하학적 추상미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분야인데 이런 기획이 있다는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아쉽게도 추상미술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시가 아닌 기하학적 추상미술만 다루어 아쉽긴 하지만 제 작업의 출발선상에 있는 전시라 안 볼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론 대만족. 물론 세세한 부분, 그러니까 디피 부분과 조명 부분은 참으로 아쉬웠지만(1층 옆 사진 전시관도 마찬가지) 추상미술 관련 도판에서도 거의 볼 수 없었던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의 추상미술은 시기적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50년대 이전, 즉 일본 유학 중 서구 추상미술의 세례를 받은 1세대와 1957년 현대미술가협회가 출범한 때를 기점으로 한 2세대로 말이죠.

 

사실 57년은 한국추상미술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분깃점인 해였습니다. 이 해에 현대미술가협회와 더불어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백양회 등이 동시에 출현했기 때문입니다.

 

1세대가 개인 위주였다면 2세대는 이러한 협회를 위주로 단체 경향이 강하고 협회 강령을 내걸고 집단적으로 추상작품을 발표하던 시절이라, 추상 작가와 작품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이때 프랑스에서 도입된 엥포르말(비정형 추상)과 더불어 미국의 모더니즘(특히 클레멘트 그린버그) 회화에 영향을 받은 다수의 작가들이 발생했는데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가 출범하면서 그 경향은 폭발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의 서양 평면은 사실주의 구상계열이 대세라 추상화 작업하는 작가들은 별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전시를 해도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고,

 

서두가 길었습니다만, 이번 전시회에서 전시된 작품들은 거의가 위 협회들 즉 현대미술가협회, 모던아트협회, 창작미술가협회, 신조형파, 백양회, 아방가르드협회에 소속되어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전시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한국 미술 전시회에서 1세대부터 2세대에 이르기까지의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이렇게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는 거의 없었던 듯합니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매우 의의가 있고, 더군다나 한국 추상미술 작가들 중 50-70년대 국전에서 수상한 이름만 들어본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볼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였습니다.

 

대표적인 작가가 김인환, 변영원, 김한(1931년 함경도 출신 반추상 화가 김한이 아님), 최상철, 한영섭, 조용익, 김종일, 최종섭, 함섭, 최창홍, 문복철 등입니다.

 

한국의 대표적 기하학적 추상미술가라고하면 대체로 몇 사람 꼽습니다. 유영국, (이규상), (김환기), 한묵, 이승조, 이태현, 하종현, 서승원, 최명영, 하동철, 윤명로, 김태호 등입니다. 한국 현대미술 전시에서 이들의 작품이 빠지는 것은 별로 없죠.


(이규상과 김환기 작가를 가로 친 이유는 이규상 작가는 작품 수가 너무도 적어서, 그리고 김환기 작가는 엄밀히 말해 순수한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그린 적이 없기 때문)

 

하지만 제가 위에서 언급한 김인환 ~ 문복철 작가 등의 작품군은 전시회에서 잘 다루지 않는 작가군이고, 전시된 작품들도 실물로 보기는 처음인 작품들입니다. 특히 변영원 화백의 입체 파적인 작품(국전에 출품한 작품)은 단연 발군이었습니다.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그리기 전 초기 작품이 정말 좋았습니다.

 

전시는 1관과 2관으로 나뉘어 졌는데, 1관은 시기적으로 1세대 작가들인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의 작품을 메인으로, 하인두, 전성우, 변영원, 이상욱 등을 배치했고, 2관은 60-70년대 활동했던 2세대 작가들로 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1관이 2관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1930년대 기하학적 추상이 건축 및 디자인과 연결되어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기 이전의 다양한 시도가 보기 좋았고, 책 표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1세대 추상미술가 중에서 완전한 추상을 추구한 작가는 유영국과 이규상 두 분뿐이 없습니다. 남아 있는 자료가 이를 뒷받침 해 주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은 구상 작품을 개인전이나 단체전에 선 보인 적이 없던 작가였습니다. 반면 김환기 작가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행했고 뉴욕으로 건너가 완전히 단색화 추상화가로 굳어졌죠.

 

어쨌거나 유영국과 이규상 두 분의 초기 작품들을 볼 수 있어 정말 좋았고, 무엇보다 이규상 작가의 두 점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어 광영이었습니다.

 

1-2관을 여러번 둘러보고 느낀 건 우리나라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추구한 작가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도 지금도 인기가 없었던 기하추상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던 작가들의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했다고 할까요.

 

평론가들에 의해 한국 기하학적 추상은 정체성이 없다고 박한 평가(서양의 아류밖에 안된다)를 받고 있지만, 전시를 둘러보면 당시 작가들이 한국적 정서를 기하학적 추상에 덧입히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전시는 그 결과물을 확인하게 해 주는 자료이 보고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전시를 계기로 추상미술이 대중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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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5-23 0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4월 초에 갔었어요. 저는 지금 떠올려보니 왠지 이성자 화가의 작품, 붉은 바탕에 색동 반원이 떠오르네요. 아마 이 전시에 작품이 출품된 유일한 여성 화가라서 그런가요,

yamoo 2024-05-23 15:06   좋아요 0 | URL
엣지나인 님 오랜만입니다!!

엣지나인 님두 갔다 오셨군요! 이성자 화백의 두 점은 타 추상미술 도록에도 잘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붉은 바탕에 흰 산맥들 위로 떠오른 작은 색동 반원 달의 형상들...아마 200호 쯤 되는 대작이었는데 저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맞은 편에는 한묵 화백의 작품들이 있었죠.^^

당시 여서 화가들은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잘 다루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요. 엄밀히 말하면 이성자 화백의 작품은 기하학적인긴 하지만 2백호 작품은 서정추상 쪽에 가깝습니다. 아무튼 70년대까지 한국 추상회화에서 여류화가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기에 이번 전시에서도 이성자 화백 정도만 소개된 듯합니다.
 

알라딘에 드디어 페이퍼를 쓰는 날이 왔군요! ㅎㅎ

연초부터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그림 그리고 책 읽고 나면 알라딘에 글 쓸 기력이 제로가 되어 버려 1월부터 본의 아니게 페이퍼 한 개를 못 썼네요.


이럴 줄 몰랐는데..ㅎㅎ


근데, 회사에서 연초부터 너무 바쁘고, 짬이 나면 책을 읽고 퇴근하면 그림을 그려야 하기에 정말 알라딘에 페이퍼를 쓰는 게 너무도 어려웠습니다. 


책이야 좀 읽었지만 리뷰를 쓰고 싶어도 쓸 기력이 없어요. 왜냐하면 종종 필받으면 그림을 왕창왕창 그리고 있기에..ㅋㅋ 1월부터 현재까지 100점이 넘게 그렸습니다.ㅎㅎ 물론 작은 사이즈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그 이유는 그림이 있는 에세이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왼편에는 짧은 글을 쓰고 오른편에는 그림 이미지를 싣는...뭐, 일반적인 그림 에세이 책인데, 작가들 중 그림 에세이를 펴낸 이가 별로 없어서 부랴부랴 내기 위해 그림을 가열차게 그리고 있어요. ㅎㅎ


물론 풍경화도 그리고 있는데,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을 선 보이고 싶어 예전에는 불가능할 것만 같은 그림도 이제는 어느 정도 그립니다. 그래서 추상화는 B4, A3 정도 크기를 줄창 그리고, 풍경화는 10호 내지 20호 정도를 그립니다.


예전에 추상풍경화를 그렸던 걸 기반으로 조금만 변형하면 보기 좋은 풍경화가 되더라구요. ㅎㅎ 요즘 그 재미로 정말 다양한 풍경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추상 드로잉도 많이 그리고 있어요.


책은 주로 한국미술사 책을 중심으로 현대미술 분야를 줄창 읽고 있습니다. 소설은 엔날에 다이제스트판으로 읽었던 <안나카레리나>를 민음사본으로 읽고 있고, 여타 세계문학 전집 위주로 야금야금 읽고 있는데, 올 해 최대의 수확은 렌츠의 단편을 발견했다는 거!


지크프리트 렌츠의 <루드밀라> 단편집은 단연 최고였습니다. <독일어시간>도 정말 좋았죠. 헌데 단편에 비하면 장편은 약간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렌츠의 서사는 정말 탁월하여 여운과 잔상이 정말 오래 남습니다.


단편집 <루드밀라>는 오래된 책이지만 중고책으로 구할 수 있어요. 끝내주는 책이 정말 저렴하니 얼른 구해서 읽어보셔요. 단편 구하는 게 어렵다면 그 유명한 <독일어 시간>은 충분히 구해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자, 책 야그는 이쯤에서 접고, 제가 본격적으로 그리고 있는 풍경화를 몇 점 소개합니다. 흐믓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사이즈는 모두 10호, 20호 입니다.



S20, 아크릴, 오일파스텔 ; 예전에 그렸던 색면추상화에서 조금만 변형시킨 그림


F20, 아크릴 및 오일파스텔 ; 이 작품 역시 이전에 비정형 작품을 약간 손봐 구상화시킨 작품


P20, 주택을 그려보고 싶어 오일파스텔로 그렸음.


P10, 파스텔 및 오일파스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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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4-05-10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의 색감이 너무 좋아요. 추상하에서 이런 구상화도 그리시는군요. 둘다 좋네요. ^^
야무님 에세이 기대하겠습니다.

yamoo 2024-05-14 15: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추상화는 다른 주제로 계속 그리고 있고, 추상화를 조금 변형시키면 나름 멋진 구상화가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계속 그리고 있어요. 색감은 추상하고 거의 똑같아요. 추상작품을 구상화시킨 것이기에..^^
에세이는 글을 써야하는데..미적거리고 있네요. 작품 제작하는게 재밌는지라..이제 얼른 써야겠어요. 그림이 얼추 모였으니~

자목련 2024-05-10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 님, 그림들이 정말 좋아요.직접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에세이도 응원힙니다!

yamoo 2024-05-14 15:1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자목련님. 좋게보시니, 힘이 납니다. 열심히 그려야 겠어요.! 에세이는 글을 써야해서 완성하려면 시일이 걸릴듯합니다. 응원 고맙습니다!!

chika 2024-05-10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헙. 따뜻한 호퍼가 생각나요!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완전 부러운데, 지금 제게 가장 부러운 야무님이십니다.
그림을 실제로 보면 더 좋은 느낌일 것 같네요. ^^

yamoo 2024-05-14 15:19   좋아요 0 | URL
네, 호퍼와 세잔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이에요. 그래서 호퍼나 세잔풍의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저도 첨에는 어떻게 그리나 했는데, 그냥 그려보고 계속 반복적으로 그리면 그림은 늘어요. 아는 분들도 취미미술 시작해서 2년 정도 꾸준히 그리면 다 잘그립니다. 치카님도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러우시면 바로 시작하시면 되요. 저는 그림 그린지 이제 1년 됐습니다. 습작한 기간까지 포함하면 2년 정도 됐구요. 치카님두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singri 2024-05-10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아침부터 눈 호강하고 갑니다 ;;

yamoo 2024-05-14 15:2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싱그리님!^^

페넬로페 2024-05-10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 너무 좋아요.
직접 보면 더 좋을 듯 해요.
회사 다니시면서 그림 그리고 독서 하시고 대단하십니다^^

yamoo 2024-05-14 15:23   좋아요 1 | URL
좋게 봐주셔서 넘 감사드려요, 페넬로페 님!
회사에서 힘이들어 시작한 그림인데, 조금 위안이 됩니다. 창작물이 쌓여가니 뿌듯하구요. 올해엔 3번 정도 전시회에 참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전에서는 본상에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작년에 국전 입상했으니 올 핸 본상을 받아보고 싶어서요..^^;;

stella.K 2024-05-10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놀랍습니다! 이거 야무님 그림 정말 맞습니까?
넘 좋네요. 정말 호퍼가 생각나기도 하고.
역시 작품은 질이 아니라 양에서 나온다더니 마침내 야무님이 증명하시네요.ㅋ
야무님의 에세이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yamoo 2024-05-14 15:24   좋아요 1 | URL
항상 좋게 봐주시는 스텔라님^^
네...작품은 무조건 많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갤러리에서도 저보고 매년 100점 정도 그리면 최상이라고....전 올 해 아마도 300점 이상 그리게 될 듯합니다..ㅎㅎ

새파랑 2024-05-11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멋지십니다~! 한국의 호퍼 Yamoo님이 되실거라 믿습니다~!!

<루드밀라> 읽어봐야 겠습니다~!!

yamoo 2024-05-14 15: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근데 호퍼 그림은 그리는 시간이 좀 걸려요. 그래도 호퍼풍으로 그릴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기고 있어요..ㅎㅎ

루드밀라 꼭 읽어보셔요!!

마루☆ 2024-05-11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점을 제작하신 열정에 감탄합니다. 구상에 추상이 섞인 느낌 독특하고 재미있네요. 더 보고 싶습니다.~^^

yamoo 2024-05-14 15:27   좋아요 1 | URL
5월 끝나면 200점 돌파될 듯합니다..ㅎㅎ 지금까지 100호 사이즈 15점 정도 그렸더라구요..ㅎㅎ 추상에서 약간 변형하면 구상이 되니 이 재미로 계속 그립니다. 더 올려보더록 하겠습니다. 격려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4-05-14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그림 너무 좋아요.
여기에 들어가는 에세이도 궁금합니다.
책 기대가 됩니다.

yamoo 2024-05-16 22:0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당! 에세이는 줄창 써야 할듯합니다.^^
책이 완성되어도 출간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페크pek0501 2024-05-17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개월만의 출현이십니다. 반갑습니다.
그림이 다 좋네요. 특히 하나만 뽑으라면 2번이 좋습니다. 저는 길, 이나 물, 이 있는 풍경을 좋아해요, 다른 건 흉내 내어 대충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2번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아 가장 탁월하다고 뽑습니다.^^

yamoo 2024-05-22 13:15   좋아요 0 | URL
네, 알라딘 서재 글 올리는 게 워낙 힙겹더라구요. 예전엔 몰랐는데 올 초 되면서 급격히 느꼈습니다.

아, 길이나 물이 있는 풍경을 좋아하시는군요! 음...2번이라..사실 2번을 가장 많이 그렸긴 합니다..ㅎㅎ

어쨌거나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transient-guest 2024-05-18 06: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F20와 S20나 들어오네요.ㅎㅎㅎ 글이 안써진 것이 너무 오래인 저는 님께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적당한 수준의 바쁨과 스트에스 + 여유가 있어야 뭔가 잘 읽고 남기게 되는 것 같아요. ㅎ

yamoo 2024-05-22 13:17   좋아요 1 | URL
트랜스 님 올만입니다요!!

맞아요. 적당한 수준의 바쁨과 스트레스...이 정도를 아주 훌쩍 넘어버리면 읽는 시간도 줄고 남기는 시간은 더더욱 없어짐을 느낍니다.^^

워쨌거나 반갑습니다!ㅎㅎ
 

2023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여러 좋은 걸 보고, 읽고, 들었으며 많은 창작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책 읽기는 언제나 중요했다. 많은 책 중에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했기에. 예전엔 인문 사회 분야를 즐겨 읽었는데, 나이가 드니 문학과 미술 분야를 찾아 읽게 된다. 어쨌거나 23년에도 가장 의미 있는 책은 문학에서 나왔다. 의외로 역사 분야에서도 두 권이 추가가 됐긴 했는데, 한 권은 아직 완독하지 못해 좀 아쉽다.

 

영화보랴 드라마 보랴 그림 그리랴...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기 어려웠긴 했다. 물론 핑계지만 한 해 50권 미만을 읽으니 책만 줄창 쌓이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23년 구입한 책은 530여 권 정도이다. 알라딘에서 177권 샀고 에스24에서 그 비슷한 분량을 샀으며, 여타 헌책방을 돌면서 사들인 책이 180여 권이다. 빌려서 본 책도 있긴 한데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기 읽었다고 정리된 것들은 생각난 책들이며 완독한 책들이다. 빌려본 책들이나 완독하지 못한 책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아 정리조차 할 수가 없었다. 왜 기록을 해 놓지 않는지 모르겠다. 넷플 드라마나 영화는 보고 하루 지나면 모두 제목이 잊혀져 본 즉시 메모를 해 놓기에 나중에 뭘 봤는지 검색하면 알 수 있는데, 책은 그러질 못해 많이 아쉽다.

 

어쨌거나 올 해 읽었던 책을 정리해 봤다. 23년 읽었던 최고의 책은 윌리엄 트레버의 <마지막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 대한 상찬은 이미 리뷰를 썼기에 생략하겠다. 다만 이에 버금가는 책이 역사분야에서 나왔다. <압록와 고려의 북계>가 바로 그 책. 사실 오래 전에 사서 논문 2편 읽고 책장에 넣어 뒀다가 김상태의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을 읽고 다시 꺼내어 완독한 책이다.

 

사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방영된다는 사실을 11월에 접하고 읽어서인지 더 착잡했다. 드라마 역시 거란과 고려의 전쟁은 청천강 유역에서 싸웠다는 교과서 내용을 드라마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모든 역사적 문헌과 지리서 그리고 전쟁사 연구가 요하 일대임을 가리킴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요지부동이며 연구성과들은 묻혀 있었다. 2017<압록과 고려의 북게>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학술 보고 대회에서나 간간히 발표될 뿐.

 

하지만 연구 성과는 쌓이고도 남았다. 소수설을 넘어 통설을 위협할 정도의 증거가 넘침에도 주류고대사학계는 절대 연구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확할 것이다. 자기들 밥줄이 끊기기에. 그만큼 우리 사학계는 고인물이 많다는 증거다. 어느 나라 사학계도 새로운 이론이 나왔을 때 무시하거나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지 않는다. 그 증거와 논문의 질이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면 공동연구를 하는 게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하지만 우리 주류고대사학계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이미 김상태의 저서로 충분히 판명되었다고 본다.

 

요즘 드라마에서 감강찬의 귀주대첩이라고 불리는 곳은 청천강 유역이 아니다. “993년부터 1018년 사이 거란의 3차에 걸친 고려침략 당시의 주요 전쟁지역인 통주와 귀주 등이 평안북도 지역이 아니라 요령성 철령과 개원 일대였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126-127) 이 연구는 2017년 남주성 교수의 <고려와 거란 간 전쟁지역에 대한 재고찰-주요 전투장소 지명을 중심으로-><고구려의 평양과 그 여운>이며 이밖에 남의현, 복기대, 윤학택 교수 등이 비슷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내가 올 한 해 읽은 책을 되돌아 보면서 이 책을 올해 가장 의미깊은 책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우리 고대 강역을 제대로 모르고 있으면서 안다고 착갂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통설이 진리는 아닌데 우리가 잘못된 사실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이를 당연시 한다는 데 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여 교과서에 실어 놓아 일본인들이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배운 것과 결이 비슷하다. 충분히 연구하여 통설을 바로 잡을 수 있는데 주류 고대사학계가 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책임일 것이다대중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압록과 고려의 북계>2017년에 나왔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다수였다면 아마도 고려거란 전쟁 방영 전이나 후에 전쟁의 강역 위치에 대해서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몇몇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려의 북계>를 읽은 사람들은 극소수였나 보다. 그러니 아무도 강역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대중이 없었겠지. 알라딘에서도 이 책을 읽은 나만 덧글과 페이퍼로 떠든 게 다다. 그래서 최소한 우리 강역에 대한 관심은 갖자는 의도에서 이 책을 내가 읽은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독하셨으면 한다.

 

다음은 올 해 내가 읽었던 책들이다. <잘못 들어서 길에서>와 같은 좋았던 책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리뷰는 10개를 썼다. 리뷰 쓰지 못한 책들은 나중에 짧은 리뷰로 인상을 대신할까 한다.





















정리하고 보니 너무 저조하다. 내년엔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 


아무쪼록 올 한 해 내 서재에 오신 모든 알라디너 분들에게 감사한다. 더군다나 좋아요와 댓글로 나눔해 주신 이웃분들과 그 외의 분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특히 내 그림을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내년 한 해 운수대통하시길 기원드린다.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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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31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도 제법 읽으셨는데요?
트레버의 책을 최고의 책으로 꼽으셨군요. 조금 지루하다는 평이 많던데...
고려 거란 전쟁 아직 안 보고 있는데 언제고 보긴 해야하는데 왜 마음이 안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ㅋ
암튼 올핸 야무님 덕분에 그나마 미술에 대해 실눈이라도 떠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기대하겠습니다.
야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만 가득한 한 해되시길 기원합니다!
댓글 일빠 찍어드립니다.ㅋㅋ

yamoo 2024-01-02 09:22   좋아요 1 | URL
이 페이퍼 올리고 다시 생각난 책도 있긴 한데...그건 재독 및 삼독 한 거라 리뷰를 쓸 요량으로 제외했습니다..ㅎㅎ

흠...이게 제법 읽은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30여권 읽은 건 참 이도저도 아닌 건 같았는데...그래도 제법 읽었다고 하시니...그나마 좀 낫네요..ㅎㅎ

드라마보단 스텔라 님에게 <고려의 북계> 추천드립니다! 많이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통설을 뒤집는 여러 기록과 증거를 보면 나름 신선할 거라 생각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스텔라 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가하시길 빕니다!

그레이스 2023-12-31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그리시면 시간이 많지 않으실텐데 언제 이렇게 읽으셨나요?!
대단하십니다
2024년에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그리세요~~~

얄라알라 2024-01-01 00:11   좋아요 2 | URL
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어떤 틈에서도 책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시는 알라디너분들이 많으셔서 ! 놀라고 자극 받습니다^^

야무님만큼이나 그레이스님께서도 정독다독하시잖아요^^


yamoo 2024-01-02 09:24   좋아요 1 | URL
그림 그리기 위해 여러 도록과 미술관련 책을 본 건 읽은 게 아니기에 제외했습니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50권은 가뿐히 넘을 듯합니다..ㅎㅎ

아침 시간 매일 활용하니 한 달에 두 권 정도는 읽는 거 같아요. 나머지 시간에는 그림그리고 자기 전에는 드라마 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님두 새해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길 빕니다!!

루피닷 2024-01-01 0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yamoo 2024-01-02 09: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비닷 님두 새해 늘 건강하시길요~!!ㅎㅎ

새파랑 2024-01-02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매량이 엄청나네요~!! 저의 몇년치이신듯~! 트레버 좋으셨다니 트레버 팬으로써 뿌듯합니다 ㅋㅋ24년에는 더 많이 읽으시길 바라겠습니다~!!

yamoo 2024-01-02 09:28   좋아요 1 | URL
흠...4-5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그땐 700권 이상 구입했었던 듯합니다..ㅎㅎ

트레버는 항상 좋았습니다. 까먹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재독했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너무 좋았더랬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을 땐 감흥이 없었는데, 베르그손 읽고 다시 보니 더없이 좋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페이퍼에는 빼먹었네요..^^;;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새해 늘 건강하시고 즐독하시길 빕니다!ㅎㅎ

자목련 2024-01-02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그림도 많이 그리시고요^^

yamoo 2024-01-02 17:49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24-01-03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 가지 하시면서 깊이 열심히 읽으신 것 같아요 책은 읽는 것보다 사들이는 속도가 빠른 것이 저같은 장년 사람의 독서일상이라서 언제 다 읽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두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책을 계속 사들이게 됩니다 ㅎㅎ

yamoo 2024-01-03 09: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트랜스 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들이는 속도는 읽는 속도를 50배 쯤 앞서있습니다..ㅎㅎ 100권 사면 1-3권 읽는다는..--;; 사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책보는 효과를 톡톡히 봐요...100권을 볼(?) 수 있으니까요!!ㅎㅎ

감은빛 2024-01-05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감이 가는 대목이, ˝영화 보랴, 드라마 보랴, 그림 그리랴˝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우셨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바쁜 일들 틈틈히 책을 읽으리라 늘 다짐을 하지만, 실상은 영화나 드라마는 보면서 책에는 손이 잘 안 가더라구요.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정리를 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하는데,
제가 워낙 정리 같은 것과 거리가 먼 성격이라 늘 생각만 하네요.
그나저나 작년에 책을 많이 사셨네요. ㅎㅎ

[압록과 고려의 북계]는 관심 가네요.
예전에 야무님 서재에서 본 다른 역사책들과 함께 찜 해두었어요.
고맙습니다!

yamoo 2024-01-07 20:12   좋아요 0 | URL
저는 항상 책은 많이 삽니다. 처치 곤란할 정도로...그리곤 후회하고 자책하죠. 무한반복입니다..^^;;

저도 정리하는 거 질색인데 정리를 해 놓지 않으면 하나도 생각이 안나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려고하는데 잘 안돼요..

고려의 북계.. 강추드입니다!!

페크pek0501 2024-01-07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그리는 분들 중에 독서광이 많죠. 문학과 미술의 접점이 있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중에 글을 잘 쓰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라고 짐작.
한쪽은 글로 쓰는 그림, 또 한쪽은 그림으로 쓰는 글, 이 될 것 같네요.(이건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음)
책과 그림의 두 마리 토끼로 새해에도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

yamoo 2024-01-07 20:21   좋아요 1 | URL
그림 그리는 분들 중 일부는 책을 많이 읽고 일부는 전혀 읽지 않아요. 읽지 않은 부류의 공통점은 주로 자기 얘기를 그립니다. 자기 삶의 감정과 경험 등...책 많이 읽는 분들은 대부분 추상미술이나 행위예술 또는 조각 등을 하더군요. 제가 최근 안 바로는 화가 중 상당수가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작품활동을 한다는 거..또한 화가 중 상당수가 글쓰는 거에 부담을 느낀다고합니다. 화가들에게 직접들은 내용이어서 첨으로 의외였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2023년 올 한 해는 내게 있어 정말 역사적인 해였다.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결심을 한 후 어쩌다 보니 화가가 됐다. 물론 초짜이고 아직도 정말 갈 길이 멀지만 그 한 걸음을 내 디딜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중요했다. 내 생애에 있어 터닝포인트 이자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알리는 한 해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더욱이 올 한 해 신기록을 썼는데, 경매에서 낙찰 받은 그림이 20점을 돌파했다는 점! 50호에서부터 10호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그림들을 낙찰받았다. 개중에는 북한의 인민예술가 작품도 있었고, 걸출한 그림이지만 작자가 미상이라 저렴하게 낙찰 받은 횡재한 작품들도 있었다.

 

책은 많이 사도 그리 돈이 많이 나가는 느낌이 안 드는데, 그림은 몇 점만 사도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래도 그림 한 점 당 갤러리에서 사는 가격의 1/10도 안되는 가격에 데려올 수 있어 나름 뿌듯함을 느낀다. 걸어 놓고 감상하다 보면 잘 샀다는 느낌이 볼 때마다 드니 구매 아이템들 중 최고였지 않나 하는 생각을 덤으로 하게 된다.

 

어쨌거나 여기에 사는 족족 소개한다고 해 놓고 여러 점을 귀찮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소개할 그림들이 너무 많아졌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내 그림과 더불어 컬렉션한 그림도 얼른얼른 업데이트 해 보겠다. 물론 마음에 드는 그림 순대로 포스팅하기 때문에 구매 시차는 바뀌겠지만.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방춘기 화백의 풍경이다. 15F(64.5cm×63cm) 사이즈의 유화 그림인데, 보는 순간 이걸 낙찰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했다


아마도 올 9월 경이었을 거다. 입찰을 하고  마감 시간이 가까올수록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다. 나는 3번까지 응찰할 계획이었다. 3번이면 시작가의 2배인데, 그 정도까지 감수할 요량이었다.

 

헌데 어찌 된 일인지 추가 입찰 없이 마감됐다! 이걸 아마도 갤러리에서 구입했다면 400만원은 가뿐히 넘겼을 거다. 하지만 시작가는 1/10도 안됐다. 1주 후에 그림을 받았는데, 실물은 이미지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멋졌다. 올 해 건진 그림 중 최고의 그림 탑3에 들어갈 정도.

 


좋은 그림인데 시작가가 낮았던 이유는 아마도 작가 방춘기의 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이었을 듯하다. 이런 작가들은 부지기수로 많은데 공부를 하고 이력을 찾으면 가격은 원래의 가격을 회복한다


작가 미상 이라든가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사 모으는 매력은 여기에 있다. 경매 시장에 나오는 이들 그림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시작가로 상정된다. (정말 싸다!)

 

시작가로 낙찰 받으면 그것 자체로 장땡이다. 어디 가서 원화 20호 짜리를 100만원 미만에 데려올 수 있는 곳은 정말 드물기 때문. 아무리 알려지지 않은 화가라 할지라도 그 그림이 자신의 눈에 좋은 그림이고 타인들도 좋아하는 그림이라면 다른 어떤 장식품보다 뛰어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원화가 워낙 비싸다 보니 경매에서 알려지지 않은 화가나 작자미상의 저렴한 작품들을 저렴하게 낙찰 받는 자체가 돈 버는 거다. 환금할 수 없는 그림이라도 집 꾸미기 최고의 아이템이기에 돈 버는 거라 말할 수 있겠다.

 

요즘 집꾸미기 사이트 등에서 원화를 팔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중국화가들의 프린팅 그림도 있지만 우리나라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무명으로 작업하는 무수한 화가들이 있다. 이들 화가들과 계약하여 이들의 그림을 원화로 파는 사이트가 몇 곳 된다. 이곳의 그림 가격을 보면 대충 10호 기준 30~100만원 정도 한다. 물론 작가 경력 중 미전에 입상한 작가는 없다시피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원화들은 꾸준히 팔리고 있는 듯하다. 사무실이나 병원 또는 레스토랑 등에서 수요가 있다고. 그렇기에 원화는 인테리어용으로 그만이다. 앞으로는 원화시장이 조금씩 확장될 거라 하니 원화 수요는 없어지지는 않겠지.

 

어쨌거나 원화 걸어 놓고 감상하는 재미는 책 읽고 느끼는 재미만큼은 된다고 본다. 물론 내 생각이다. 그러니 이런 짓을 계속 하것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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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9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3-12-29 0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소품 하나 샀습니다. 낙찰 받으신 방춘기 화백 그림이 매우 좋네요. 부럽습니다.

yamoo 2023-12-29 10:43   좋아요 0 | URL
오~~~뽈 님두 하나 구입하셨군요! 어떤 그림인지 궁금합니다..ㅎㅎ
소품이시라니 10호 미만이신거 같은데....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3호 미만이면 좀 거시기하더라구요..^^;; 방에 걸 수 있는 건 10호가 가장 적절한 듯해요. 거실은 크기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20호 이상이 무난한 거 같구요.

감사합니다!^^ 저두 경매에 나온 저 그림을 보고 살 작정을 했는데, 실물은 훨씬 더 좋더라구요..ㅎㅎ 액자값도 안되게 낙찰받아 횡재한 그분입니다요...ㅎㅎ

호시우행 2023-12-29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40대 초반 시절을 떠올리게 하네요. 난 돈벌이 수단으로 그림을 사모았다가 실패했어요.ㅠㅠ

yamoo 2023-12-29 10:46   좋아요 0 | URL
저는 절대 돈벌이 수단으로 그림을 사진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삽니다요...보고 감상하는 즐거움이 환금성보다 더 커서 내가 볼 때 좋지 않지만 비싼 그림은(환금성 좋은 그림) 절대 사지 않아요. 그래서 작자미상이나 무명 작가의 그림들 중 내 맘에 쏙 드는 저렴한 그림만 삽니다. 그렇게 해서 작가를 발굴하는 재미도 커요. 작자 미상이어서 매우 저렴했었지만 작자를 알아내면 그림 값은 회복이 되거든요~~ㅎㅎ 그 차액은 실로 큽니다..ㅎㅎ

호시우행 2023-12-29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하시는 것 같네요. 전 처음부터 재테크차원에서 배워서 말이죠.ㅠㅠ

yamoo 2023-12-29 16:13   좋아요 1 | URL
첨부터 재테크 차원에서 그림을 사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요. 그림은 환금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최소한 3-4년은 갖고 있어야 하는데...30퍼 오르면 본전이에요. 수수료 빠져서뤼..그래서 40퍼 이상 되어야 수익이 나는데... 그림 값이 40퍼 오르는 게 매우 더뎌요. 재테크를 하려면 주식을 해야합니다.
보통 그림으로 큰 돈을 번 분들 보면 그림이 좋아서 구매하고 작가 공부하고 하다가 자식 결혼 때 그림 가격이 많이 올라 환금해서 이익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 그림이 요즘 핫하다고 해서 구매했다가 낭패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아주 저렴하게 요즘 득템하고 있는 그림들은 2000년대 초반과 10여 년 전에 그림 경매 시장이 뜨거울 때 높은 가격으로 구매했던 그림들이에요. 이땐 정말 그림이 잘 팔리던 시기였거든요..당시 1000만원에 산 그림들이 지금은 100만원 줘도 안팔리기에 아주 저렴하게 그림을 내놓을수밖에 없는 거...제가 경매에서 낙찰 받은 그림 주 일부는 당시 5-6백 했던 그림들입니다.

호시우행 2023-12-2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림으로 재테크하는 건 저도 적극 말리고 싶어요.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평면에 구현해 보고자하는 게 내 작업의 요체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 사람의 몸은 시간을 통과하는데 그때 몸과 정신에 쌓이는 게 기억이다. H.베르그손은 인간의 전 생애기억을 순수기억이라고 명명했고, 순간순간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을 이미지-기억이라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순수기억은 무의식의 영역이라 사람이 만날 수 없지만 집중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매우 어렵지만 순수기억(무의식)은 이미지 기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상호 중첩되는 과정을 통해 발현될 수밖에 없기에, 나는 순수기억이 발현되는 그 찰나적 이미지-기억을 평면에 표현해 보고자 했다.


(헌데, 사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좀 무모한 시도였다. 이게 아마도 내 첫 전국공모 응모작이다. 도대체 시대상을 담을 수가 없었고, 이걸 낼 당시에는 대상과 주제 탐구에 급급했던 때다.ㅎㅎ 같은 주제를 표현을 약간 다르게 하여 2개 대회에 냈는데, 아래 20호는 창작미술대회 입상작이다.)


(순수기억의 발현이미지-기억1, 종이보드에 아크릴혼합, 72.7×50cm, 2023)


순수기억은 전 생애에 축적되어 온 기억이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이미지로 기억해 낼 수 없다. 일종의 무의식의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전 생애에 축적되어 온 무의식의 영역을 푸른색의 그라데이션을 통해 거칠게 표현했다. 그 위에 관입된 거친 갈색 층은 우리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잠재적 기억들이 불규칙하게 축적되어 있는 상태를 구현해 본 것. 오른편 상단의 선명한 3개의 사각형은 아주 특정한 상황에서 이미지-기억을 통해 발현되는 순수기억이다. 베르그손이 집중하면 아주 예외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한 바로 그 순간을 조형적으로 구성해 본 작품이다.

 


덧. 아마도 이걸 올 5월에 그렸을 거다. 시대성을 담보하지 못해 본상 수상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표출된 전경 자체는 만족하는 편이다. 사실 11월까지 창작한 작품 중에서 지인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고, 실제로도 팔렸던 작품이다. 지인들 왈 이걸 주력으로 그리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망설여진다. 난 4작품 그리고 이 시리즈를 더 이상 그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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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23-12-24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3년 알라딘 서재에서 화가의 탄생을 지켜보다 연말이 되었네요. 축하드리고 응원합니다.

yamoo 2023-12-26 09: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쩌다 보니 화가의 길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올해 감개가 무량한 한 해였습니다..^^ 지켜봐 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3-12-26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팔린 그림도 있다니 화가 님이 맞습니다.
님의 글을 읽어 보니 고차원적 사고력을 요구하네요.
앞으로도 설명의 글을 부탁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그림 공부의 맛을 보고 감.)

yamoo 2023-12-27 10:35   좋아요 2 | URL
팔려도 뭐 몇 점 안되요~~
제 그림은 제가 잘 알아요. 팔릴 수 있는 그림으로는 많이 부족하죠..^^;;
페크 님 덕택에 그림 포트폴리오를 올릴 있게 됐어요~
봐 주셔서 감사드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