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여러 좋은 걸 보고, 읽고, 들었으며 많은 창작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책 읽기는 언제나 중요했다. 많은 책 중에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했기에. 예전엔 인문 사회 분야를 즐겨 읽었는데, 나이가 드니 문학과 미술 분야를 찾아 읽게 된다. 어쨌거나 23년에도 가장 의미 있는 책은 문학에서 나왔다. 의외로 역사 분야에서도 두 권이 추가가 됐긴 했는데, 한 권은 아직 완독하지 못해 좀 아쉽다.
영화보랴 드라마 보랴 그림 그리랴...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기 어려웠긴 했다. 물론 핑계지만 한 해 50권 미만을 읽으니 책만 줄창 쌓이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23년 구입한 책은 530여 권 정도이다. 알라딘에서 177권 샀고 에스24에서 그 비슷한 분량을 샀으며, 여타 헌책방을 돌면서 사들인 책이 180여 권이다. 빌려서 본 책도 있긴 한데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기 읽었다고 정리된 것들은 생각난 책들이며 완독한 책들이다. 빌려본 책들이나 완독하지 못한 책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아 정리조차 할 수가 없었다. 왜 기록을 해 놓지 않는지 모르겠다. 넷플 드라마나 영화는 보고 하루 지나면 모두 제목이 잊혀져 본 즉시 메모를 해 놓기에 나중에 뭘 봤는지 검색하면 알 수 있는데, 책은 그러질 못해 많이 아쉽다.
어쨌거나 올 해 읽었던 책을 정리해 봤다. 23년 읽었던 최고의 책은 윌리엄 트레버의 <마지막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 대한 상찬은 이미 리뷰를 썼기에 생략하겠다. 다만 이에 버금가는 책이 역사분야에서 나왔다. <압록와 고려의 북계>가 바로 그 책. 사실 오래 전에 사서 논문 2편 읽고 책장에 넣어 뒀다가 김상태의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을 읽고 다시 꺼내어 완독한 책이다.
사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방영된다는 사실을 11월에 접하고 읽어서인지 더 착잡했다. 드라마 역시 거란과 고려의 전쟁은 청천강 유역에서 싸웠다는 교과서 내용을 드라마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모든 역사적 문헌과 지리서 그리고 전쟁사 연구가 요하 일대임을 가리킴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요지부동이며 연구성과들은 묻혀 있었다. 2017년 <압록과 고려의 북게>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학술 보고 대회에서나 간간히 발표될 뿐.
하지만 연구 성과는 쌓이고도 남았다. 소수설을 넘어 통설을 위협할 정도의 증거가 넘침에도 주류고대사학계는 절대 연구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확할 것이다. 자기들 밥줄이 끊기기에. 그만큼 우리 사학계는 고인물이 많다는 증거다. 어느 나라 사학계도 새로운 이론이 나왔을 때 무시하거나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지 않는다. 그 증거와 논문의 질이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면 공동연구를 하는 게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하지만 우리 주류고대사학계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이미 김상태의 저서로 충분히 판명되었다고 본다.
요즘 드라마에서 감강찬의 귀주대첩이라고 불리는 곳은 청천강 유역이 아니다. “993년부터 1018년 사이 거란의 3차에 걸친 고려침략 당시의 주요 전쟁지역인 통주와 귀주 등이 평안북도 지역이 아니라 요령성 철령과 개원 일대였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126-127쪽) 이 연구는 2017년 남주성 교수의 <고려와 거란 간 전쟁지역에 대한 재고찰-주요 전투장소 지명을 중심으로->와 <고구려의 평양과 그 여운>이며 이밖에 남의현, 복기대, 윤학택 교수 등이 비슷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내가 올 한 해 읽은 책을 되돌아 보면서 이 책을 올해 가장 의미깊은 책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우리 고대 강역을 제대로 모르고 있으면서 안다고 착갂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통설이 진리는 아닌데 우리가 잘못된 사실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이를 당연시 한다는 데 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여 교과서에 실어 놓아 일본인들이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배운 것과 결이 비슷하다. 충분히 연구하여 통설을 바로 잡을 수 있는데 주류 고대사학계가 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책임일 것이다. 대중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압록과 고려의 북계>가 2017년에 나왔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다수였다면 아마도 고려거란 전쟁 방영 전이나 후에 전쟁의 강역 위치에 대해서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몇몇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려의 북계>를 읽은 사람들은 극소수였나 보다. 그러니 아무도 강역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대중이 없었겠지. 알라딘에서도 이 책을 읽은 나만 덧글과 페이퍼로 떠든 게 다다. 그래서 최소한 우리 강역에 대한 관심은 갖자는 의도에서 이 책을 내가 읽은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독하셨으면 한다.
다음은 올 해 내가 읽었던 책들이다. <잘못 들어서 길에서>와 같은 좋았던 책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리뷰는 10개를 썼다. 리뷰 쓰지 못한 책들은 나중에 짧은 리뷰로 인상을 대신할까 한다.
정리하고 보니 너무 저조하다. 내년엔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
아무쪼록 올 한 해 내 서재에 오신 모든 알라디너 분들에게 감사한다. 더군다나 좋아요와 댓글로 나눔해 주신 이웃분들과 그 외의 분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특히 내 그림을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내년 한 해 운수대통하시길 기원드린다.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