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랑시에르의 <이미지의 운명>(현실문화, 2014) 제1장을 읽다가 심한 빡침을 감내해야 했다. 이걸 읽으라고 번역해서 내놓은 건지. 비문이 많아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보이기도 한다. 2,3장은 감내하면 읽을 만 하다. 하지만 1장. 이 1장이 문제다.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은 장인데 어떻게 이렇게 번역했을까?

 

일단 번역한 내용 중에서 두 페이지 정도를 옮겨 본다. 이걸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철학과 미학에 정통한 교수급이겠지. 대체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3번 정도 정독하면 얼추 알 수 있지만 줄친 부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똑같은 변증법이 변성적 이미지들을 특징짓는다. 이런 변성적 이미지들이 식별 불가능성이라는 공리에 의지한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 이미지들은 실현매체를 바꿈으로써, 이것들을 다른 시각 장치 안에 놓음으로써. 다른 식으로 강조하거나 말함으로써 오로지 이미저리들의 형상들의 자리를 바꾸러고 피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물음이 제기된다. 예술의 이미지가 사회적 이미저리의 형태에 대해 특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차이로서 산출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세르주 다네가 마지막 텍스트들에서 미망에서 깨어난 고찰에 영감을 불어넣었던 것이 바로 이 물음이었다. 이미지의 흔하디 흔한 유통을 혼란에 빠드린다고들 주장하는 모든 형태의 비평.놀이.아이러니는 바로 이런 유통 자체에 의해 첨가된 것이 아닐까? 비판적인 모던 영화는 이야기 전개와 의미의 연결을 중지시킴으로써 미디어 이미지와 광고 이미지의 흐름을 중단시키라고 주장 했다. 프랑수아 트뤼포 Frmcoi Trulaut의 <400번의 구타Les Quasrc cens coups)(1959)의 마지막에 나오는 정지화면은 이런 중지의 전형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렇게 이미지에 찍힌 상표는 최종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의 대의에 봉사한다. 컷과 유머에 기초한 절차들은 그 자체로 광고의 상투적 요소가 된다. 즉, 광고가 자신의 아이콘에 대한 숭배를 낳는 동시에, 이런 숭배를 조롱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에 의해 이런 아이콘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품게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분명 이 논의는 결정적 유효성을 갖고 있지 않다. 결정할 수 없는 것은 정의상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56쪽)

 

예술의 이미지가 사회적 이미저리의 형태에 대해 특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차이로서 산출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전형적인 비문(非文)이다. 도대체 뭘 의미하는 문장인지 모르겠다. ‘이미저리’에 대한 정의도 없이 이미지와 이미저리에 대한 걸 논하고 있다. 입문자가 보기엔 이미저리가 뭘 뜻하는지 모른다. ‘특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차이로서 산출되는 것’이라니, 비문을 떠나 원문을 보고 싶게 하는 번역문이다.

 

이미지의 흔하디 흔한 유통을 혼란에 빠드린다고들 주장하는 모든 형태의 비평.놀이.아이러니는 바로 이런 유통 자체에 의해 첨가된 것이 아닐까?

 

모든 형태의 비평, 놀이, 아이러니가 흔한 유통을 혼란에 빠뜨리는 주체들이다. 근데 이런 비평, 놀이, 아이러니가 ‘이런 유통’(?) 자체에 의해 첨가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유통’은 뭐고 첨가된 것은 무엇인가? 이후 기술되는 건 이 문장에 대한 예시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모호한 내용이다. 원문을 보고 싶은 번역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반대 논리가 지닌 자원을 신중하게 빌려아만 한다. 즉, 애매한 몽타주가 비판 적이거나 유화적 시선의 자유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직시적(명시적인) 대면의 논리를 따라 마주침을 조직해야만 한다. 또한 광고 이미지, 디스코 사운드나 일련의 텔레비전 영상에 커뮤니케이 션의 흐름을 가로막는 작품의 아우라를 부여하는, 커튼 뒤의 약간 어두운 작은 공간 속에 고립된 미술관 공간에서 이것들(광고 이미지, 디스코 사운드나 일련의 텔레비전 영상)을 재-현prscmter 시켜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작은 공간의 출입구에 작은 마분지를 붙이고, 관람자들에게 그들이 들어가려는 공간에서 보통은 그들을 매료시키는 미디어 메시지의 흐름을 지각하고 그에 대해 거리를 두는 법을 새로 배울 것이라는 점을 종종 명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장치의 효력에 부여된 이 터무니없는 힘은 그 자체로 미디어 이미지에 아무 저항 없이 잠겨드는, 스펙터클 사회의 가련한 얼간이라는 다소 단순하기 그지없는 시각에 부합한다. 이미지의 유통을 그다지 거창하지 않게 변경하는 중단, 표류, 재배치에는 성역이 없다. 그것들은 어디서나, 아무때나 생겨난다.

하지만 이미지들의 동시대적 변증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직시적 이미지의 변성(변신)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58쪽)

 

직시적(명시적인) 대면의 논리를 따라 마주침을 조직해야만 한다.

 

마주침을 조직해야한다? 한국어 문법 구조에 이런 조어법이 있을까?

 


광고 이미지, 디스코 사운드나 일련의 텔레비전 영상에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가로막는 작품의 아우라를 부여하는, 커튼 뒤의 약간 어두운 작은 공간 속에 고립된 미술관 공간에서 이것들(광고 이미지, 디스코 사운드나 일련의 텔레비전 영상)을 재-현prscmter 시켜야만 한다.


프랑스나 독일 철학 번역본에서 가장 많이 보는 유형의 문장이다. 직역을 했는데, 한국어 문법을 무시한 문장의 나열이다. 번역이 아닌 해석 작업이다.

 


왜냐하면 작은 공간의 출입구에 작은 마분지를 붙이고, 관람자들에게 그들이 들어가려는 공간에서 보통은 그들을 매료시키는 미디어 메시지의 흐름을 지각하고 그에 대해 거리를 두는 법을 새로 배울 것이라는 점을 종종 명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걸 번역이라고 했는지. 학부생의 원서 해석 과제와 대동소이한 문장이다. 번역자들은 왜 한국어 문법 공부를 하지 않는지 정말 의문이다.

 

이 번역본은 전체적으로 매우 난해한 문장들로 점철되어 있다. 1장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위와 같은 문장들로 채워져 있어, 읽기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다. 비문은 아니더라도, '이런 번역본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를 한 번 더 읽었다. 이로써 도합 4번이다. 현직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진행하는 독토가 있어 참석했는데,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무감각’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 좋았다. 이 책으로 3번의 독토를 경험했지만, ‘무감각’에 대해 심도 있게 짚은 토론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시 현직 상담사의 시각은 참신했다. 기억하기 위해 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으로 독토를 복귀하며 논제를 정리해 놓는다.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새로운 판본으로 읽었다. 각 타이틀은 토론의 논제를 집약한 것이다.

 

 

1⃣  '무감각'은 자기방어인가, 감정의 메마름인가

 

'무감각'은 분명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극단적 상황에서 작동하는 ‘정신적 자기방어’의 측면이 있다. 인간이 지속적으로 고통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정을 차단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이를 전적으로 ‘선택된 방어’로만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경우 '무감각'은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정서적 소진이나 탈진에 가깝다. 특히 반복된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개인의 성향(회피형, 불안형 등)에 따라 감정 둔화가 자동적으로 나타난다. 즉, 이는 능동적 선택이라기보다 환경과 성향이 결합된 결과다. 또한 '무감각'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인간의 공감 능력과 도덕적 판단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따라서 '무감각'을 긍정적 적응으로만 해석하기보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신호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 점에서 저자의 설명은 지나치게 기능적 측면만 강조한 한계가 있다.

 

 

2⃣  삶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인가

 

저자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인간 존재의 핵심 동력이라고 보지만, 이는 인간을 지나치게 ‘의미 추구적 존재’로 단순화한 측면이 있다. 실제 삶에서는 의미 없이도 살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일상은 반복과 습관, 관계 유지와 생존의 연속이며,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또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태 자체가 또 다른 고통을 낳기도 한다. “왜 나는 의미를 못 찾는가”라는 자기 비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극단적 상황에서는 의미가 강력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필수 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의미를 찾으려는 집착을 내려놓고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건강할 수 있다. 따라서 삶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이론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뿐, 보편적 해법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3⃣  현대 사회에서 타인의 삶의 의미

 

수용소에서 인간이 번호로 환원되었던 것처럼, 현대 사회 역시 개인을 기능이나 역할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직장에서는 성과, 사회에서는 효율과 관계의 소비성이 강조되면서 개인의 삶 자체는 쉽게 주변화된다. 이런 맥락에서 타인의 삶이 ‘중요하지 않게’ 취급되는 현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삶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의미는 구조적으로 주어지기보다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개인의 존재는 대체 불가능한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우리가 그러한 의미를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점이다. 저자의 논의는 인간 존재의 존엄을 강조하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적 조건이 그 존엄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킨다. 따라서 개인의 삶의 의미는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밀도와 인식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이 점에서 저자의 인간 존엄에 대한 강조는 이상적이지만, 사회 구조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4⃣  기대와 실망, 감정 절제의 문제

 

기대가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무너질 때 치명적인 좌절을 낳는다는 점은 중요한 통찰이다. 실제로 지나친 기대는 현실과의 간극을 키워 심리적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을 절제하고 기대를 관리하는 태도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 그러나 감정 절제를 무조건 ‘현명한 전략’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 감정을 억제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정서적 둔화나 관계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성향에 따라 기대를 통해 동기를 얻는 사람도 있고, 기대를 줄여 안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즉, 기대와 감정 조절 방식은 개인차가 크다. 저자의 사례는 극단적 상황에서의 경향을 일반화한 측면이 있으며, 일상적 삶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기대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고 유연하게 조정하는 능력이다.

 

 

5⃣  자유 의지와 도덕성은 보편적인가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보지만, 이는 인간의 조건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도덕적 선택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성장 환경, 교육, 성향, 그리고 당시의 심리적·신체적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극단적 상황에서는 생존 본능이 도덕성을 압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선한 자유의지’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것은 일정한 조건 속에서 발현될 가능성에 가깝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극한 상황에서도 도덕적 선택을 한다. 그러나 이를 보편적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지나치게 비난하게 되는 위험이 있다. 저자의 주장은 인간 존엄을 강조하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현실 인간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자유의지는 존재하지만, 그것은 절대적이라기보다 조건적이고 제한적인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끝)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26-08-30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9-01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1월이 가기 전에 얼른 기록해 두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없지 않다. 25년 결산을 빨리 마무리 하고 싶다. 헌데 독토 요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리가 좀 늦어진듯. 


작년에도 역시 많은 책을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읽은 책은 반드시 리뷰를 남기려고 노력했다. 남기지 않으니 분명히 읽었는데 나중에 보면 생각이 하나도 나지 않아 좀 충격이었다. 이에 비해 리뷰를 남긴 책들은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쓰다 보니 권수를 더하지 못 한듯. 짧은 감상평을 남기고 싶지만, 어쨌건 읽은 책은 나중에라도 리뷰를 남길 것이기에 여기에는 읽은 리스트만 남겨 놓는다.













































이 외에도 서물당 미술문고 <클레>와 <미로>를 읽었다. 검색이 되지 않아 이미지를 넣지 못했다. 총 44권을 읽었다. 


이 중 최고는 <히스토리에> 1~12권이다. 6권을 보고 잊고 있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알라딘 중고사이트에서 12권을 세트로 구매해서 2번 읽었다. 역시 명불허전! 근데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 이제 막 서막이 올랐을 뿐. 이 작품도 <베르세르크>처럼 작가가 연재하다가 사망할 듯하다. 


그리고 자우메 카브레의 <겨울 여행>과 무질의 <특성없는 남자>도 최고 리스트에 나란히 꼽을 수 있겠다. 워낙 <히스토리에>가 재밌어서 후순위로 조금 밀린 감이 있지만 정말 걸출한 작품들이다! 


작년에도 역시 미술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구나. 문고본까지 합치니 20권이나 되네~~ 생각나지 않은 몇 권을 더 읽었지만 이 정도로 정리해도 좋을 듯싶다. 작년보단 많이 읽었다는 거에 나름 만족한다. (끝)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감은빛 2026-02-04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점점 해가 갈수록 책을 많이 못 읽고 또 안 읽게 되네요.
작년에는 그래도 재작년 보다는 좀 더 읽기는 했는데,
역시 기록을 따로 안 남기니 뭘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해요.

yamoo 2026-02-04 17:36   좋아요 0 | URL
점점 책 읽는 분량이 줄어가요. 애니와 영화 드라마 등 볼 것이 넘치고....그림도 그려야 하고..ㅎㅎ

기록 남기지 않으면 정말 나중에 기억이 하나도 안남습니다. 몇 년 전에 읽었는지도 몰라요..ㅜㅜ
 

요즘 사 놓고 못 읽는 책들이 꽤 있다. 소위 벽돌책들. 나에게 이제 벽돌책 기준은 500페이지가 됐는데도 그렇다. 500페이지 넘들 책들은 내게 이제 전부 벽돌책 부류로 들어간다.


예전에는 심심찮게 읽었는데, 그림 시작하고 부터는 책 읽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어 벽돌책은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더군다나 최근에 탁구도 다시 시작하여(의사가 운동을 하라고 한다!!) 책 읽을 시간은 더더욱 줄어들고 있다.  


물론 소장한 책들은 아직 많은 자리를 차지하며 얼른 읽어 달라고 아우성 치지만 손이 절대 가지 않는다.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을 다시 꺼내들었는데 그만 무서움이 엄습하는 거다. 이걸 언제 읽지??


이런 책들의 책등을 보니 식은 땀이 흐른다. 팔 수도 없고, 참으로 난감하다. 





















































이 중에는 오래 전 읽은 책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생각나지 않아 다시 읽어보려고 하는데 분량에서 압도당해 질려버렸다. 상하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 역시 벽돌책이라 생각되어 읽기를 미루게 된다.


어쨌거나 <그녀를 지키다>를 읽기 시작했다. 읽어야 하겠기에! 첫 3페이지 스타트는 괜찮았는데, 이 벽돌책을 돌파하고 난 후 위 책들에 대해 좀 심도있게 생각해 봐야겠다. <서구의 몰락>은 어느 서재 글을 보고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잠시 숨 좀 고르는 차원에서 이거부터 해치워야지..(근데 두깨에 한숨이 나오는 게 왜 일까?)


내게는 지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대상이 바로 벽돌책이다. 눈에 띠는 것만도 300권은 족히 넘어 보이는데, 이걸 어쩌나....근심과 걱정이 깊어가는 가을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하나의책장 2025-10-27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딱 3권 읽어봤네요.
한국전쟁의 기원은 올해 지나가기 전에 읽으면 좋겠지만 약간은 엄두가 나질 않아 내년에라도 꼭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ノ◕ヮ◕)ノ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yamoo 2025-10-28 09:15   좋아요 1 | URL
이햐~ 그 3권이 뭔지 궁금하네요..^^
한국전쟁의 기원은 예전 한길사판5권 짜리로 봤어요. 오래 되어서 굵직한 것만 기억나고 세부적인 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서구의 몰락>도 마찬가지에요. 넘 오래되면 기억나지 않나봐요..ㅎㅎ
하나의책장님두 환절기 감기 조심하셔요~~

페넬로페 2025-10-27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눈에 띄는 벽돌책이 300권!
요즘 저는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 벽돌책 하나 깨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렇지만 책 욕심이 있어 읽고는 싶어요 ㅎㅎ

yamoo 2025-10-28 09:16   좋아요 2 | URL
네..이중으로 꽂혀 있는 다른 책꽂이에도 안보이게 꽂혀있어 더 될 듯합니다. 하드커버 책만 모아놓은 책꽂이도 있어..이넘의 벽돌책은 정말 많은 듯해요..ㅜㅜ

저는 벽돌책을 잡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냥 회피해버려요...이제는 읽고 싶은 마음도 안들어요...ㅋ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25-10-27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녀를 지키다는 가독성이 아주 좋아서 빨리 읽을 수 있습니다!

yamoo 2025-10-28 09:17   좋아요 1 | URL
아~~ 그렇습니까!! 그렇게나 가독성이 좋단 말이죠?!! 그럼 별 문제가 안되겠습니다..ㅎㅎ 안심하고 읽어야 겠어요!^^

Falstaff 2025-10-28 04: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책만 눈에 띄는데요, 전부 명작 또는 명작에 아주 근접한 책들만 골라 놓으셨군요. 와우.... 피어시그의 책은 좀 뒤편으로 밀어놓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소설책은 재미있는 벽돌이라 그리 겁먹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yamoo 2025-10-28 09:20   좋아요 2 | URL
흠...명작 또는 명작에 아주 근접한 책이라....폴 님께서 아주 잘 보셨네요...저건 전부 폴님 서재에서 폴님이 별5개 준거 위주로 구매한 책이거든요~~ㅋㅋㅋ

피어시그는 말씀대로 안 읽겠습니다요...ㅎㅎㅎ 나머지는 재밌는 듯하니, 말씀마따나 겁먹지 않고 기대하면서 읽어보겠습니다!ㅎ

페크pek0501 2025-10-30 11: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공감이 가면서도 웃깁니다.ㅋㅋ
저도 집에 쌓여 있는 책을 보면 근심이 깊어갑니다. 분명히 꼭 읽어야 해서 구매했던 것일 텐데..^^

yamoo 2025-10-30 14:13   좋아요 2 | URL
책덕후들의 공통사항이 아닐까요?ㅎㅎㅎ
욕심이 많아 눈에 띄면 읽어야지 하고 구매했다가 일주일 뒤면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ㅎ 정말 어쩔 수가 없어요..ㅜㅜ

카스피 2025-10-30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진정한 벽돌책은 최소 천 페이지는 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천 페이지 쯤 되면 실제 읽는 것은 매우 어렵고 오히려 양손 운동용(한손으로 드는 분은 헬창임)이나 자신을 보호할 무기 대용으로 쓸 수 있기 떄문이죠^^
근데 저도 야무님이 갖고 계신 책 몇권은 있는 것 같아요ㅋㅋㅋ

yamoo 2025-10-30 14:39   좋아요 2 | URL
저도 예전에는 1000페이지가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500페이지만 넘어도 제게는 벽돌책으로 분류가 된답니다. 그만큼 시간내서 읽기가 너무 힘들어요..ㅎㅎ
 

우연찮게 예스24 중고서점에서 건진 책 가운데 걸출한 책이 있어 간략하게나마 소개해 본다.




<마음과 철학>(서양편 하). 이게 철학사 책인줄 읽어 보고 알았다. 다만 한 사람의 저자가 쓴 책이 아니라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가 엮어낸 일종의 철학자별 논문집인데 그게 플라톤부터 시작해서 데이비드 차머스까지다. 주제는 마음의 본성에 대한 탐구. 즉 색다른 세계 심리철학사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나는 고중세 철학 보다는 근대나 현대 철학에 관심이 많기에 하편부터 읽었다. 하편은 니체부터 시작한다. 여기에는 철학사에서 누누히 보아온 현대철학자들이 줄줄이 나열된다. 근데 다른 현대철학자들을 다룬 철학사와는 좀 결이 다르다.


프로이트, 라캉, 데이비슨, 설, 데넷, 차머스 등은 다른 철학사 책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철학자들이다. 프로이트와 라캉은 정식분석학자들인데 여기 포함된 이유가 이 책이 마음(심신)에 대한 철학사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당히 재미철학자 김재권이 한 챕터를 장식하고 있다. 물론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소장학자들이 엮어낸 책이기에, 그리고 심리철학 분야이기에 김재권이 중요 철학자로 선택된 듯도하다. 하지만 데이비슨이 한 장을 차지하고 있기에 김재권이 들어가는 건 당연한 순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부수현상론 시비에 대한 김재권과 데이비슨 간의 논쟁때문이다. 수반이론을 여기서는 부수현상론이라고 하는 듯한데, 어쨌든 김재권이 데이비슨의 무법칙적 일원론이라는 주장(정신 속성을 인과적으로 무력하게 하는 부수현상론)을 반박하고, 이를 데이비슨이 재반박한 논문으로 학계에서 유명해진 논쟁이다.


그러니 심신문제에서 데이비슨을 선택한다면 김재권은 반드시 검토해 보아야할 철학자인 것. 김재권은 미국 현대철학사 그것도 심리철학 분야에서 매우 탁월한 업적을 쌓은 미국철학자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여기 포함되는 게 당연한 듯하다. 문제는 그가 한국철학자가 아니라 미국철학자라는 사실이기에 그 부분에서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이름 자체가 쟁쟁한 서구권 학자들과 동일선상에서 다루어진다는 것이 신선하다 할 것이다.


여러 소장학자들이 참여해서 쓴 철학사여서 체계가 없을 듯하지만 마음의 문제로 한정해서 집필된 책이기에 심리철학 역사에 훌륭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논제로 마음의 문제가 철학사의 주요 화두가 됐는지 읽어보면 체계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 특히나 각장 말미에 붙어 있는 '더 읽을 거리'의 서지 정보는 정말 좋다. 관련 분야의 핵심 추천 리스트 역할을 하기에.


개인적으로 한국철학사상연구소에서 펴낸 책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책을 읽어보면 각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학자들이라는 인상이 짙다. 밀도가 높으면서도 어렵지 않고 풍부한 서지 정보를 알려주는 책은 많지 않은데 서울대 철학연구소가 펴낸 책들은 대부분 이를 충족하고도 남는다.








본 책 <마음과 철학>(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8)은 그 중에서도 아주 잘 엮어낸 철학자들의 편집판. 관심있는 분들이 일독하셨으면 좋겠다. 고전적인 심신문제의 논의가 어떻게 현대철학으로 연결되어 심화되는지 그 발달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라 사료된다. 마음을 바라보는 개념틀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우리는 과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마음의 본성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지만 심리 현상에 대한 자연과학적 탐구의 성과는 아직 빈약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수학적 모형이나 과학적 실험이 아니라 마음을 바라보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철학적 개념틀이 아닐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stella.K 2025-08-02 20: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웬만해서 책 좋다고 말씀하시지 않는 야무님께서 이리 말씀하시니 마음이 가네요.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찜해놓겠습니다. ㅋ

yamoo 2025-08-04 10:16   좋아요 3 | URL
이 책 별로 어렵지도 않고 논점 파학하기도 좋아요. 철학사 책 치고는 평이합니다. 물론 핵심 개념들은 어렵긴한데, 철학자 소개와 그들이 중요하게 펼친 이론들을 주마간산하기는 아주 좋습니다.

카스피 2025-08-03 0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종류의 책들 중에서 철학사 책들이 가장 읽기 어려운 것 같아요^^;;;

yamoo 2025-08-04 10:43   좋아요 1 | URL
철학사 책들이 무척 두껍기 때문일거에요. 그리고 철학자별로 또는 시대별로 이론들을 주제에 맞게 시대순으로 정리한 책이라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