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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 국대 축구인 오만전을 보고 하도 빡쳐서, 기분도 달랠 겸 본 영화 <소울메이트>. <이태원 클라쓰><그해 우리는>을 본 이후 김다미가 주연으로 나왔다길래 찾아봤는데 넷플에 올라오지 않아 못 보고 있었다. 유튜브 숏 영상으로 몇 개를 봤을 뿐, 넷플에 올라오길 기다려야 했다.

 

, 근데 쿠팡에서 국대 축구 보려고(TV를 없애버렸다) 혹시나 검색해 봤는데, 있는 거였다! 얼마나 반갑던지. 작은 화면이지만 축구 중계 끝나고 바로 보게 되었다. 역시 영화는 짧은 숏 영상을 아무리 봐도 전체를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뭐 당연한 얘기겠지만, 숏 영상 많이 보고 작품을 다 봤다는 착각이 들 수도 있기 때문. 물론 이런 작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 <소울메이트>;  김다미, 전소니, 변우석 출연, 민용근 감독 작품]

 

전부터 이 작품에 대한 말이 많았다. 플롯의 핍진성과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아 내 눈으로 꼭 한 번 봐야겠다고 별렀던 작품이다. 다 보고 나니 진짜 플롯의 핍진성과 구성이 떨어진 감이 없지 않았고, 원작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중국 영화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라 박평식 평론가가 충실한 복제품. 초반 리폼서비스에 만족이라는 평가와 함께 별3 개를 주었다.

 

박평식 영화 평론가의 별 3개 평점이면 평타 이상이라는 얘기. 나도 박평식 평론가처럼 나쁘지 않았다. 나는 초반 리폼서비스에 만족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김다미(미소)와 전소니(하은) 두 배우의 연기에 만족했다. 플롯의 아쉬운 부분을 배우들의 연기로 매운 작품. <그해 우리는>의 김다미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었고, <기생수; 더 그레이>에 나온 전소니와 완전히 다른 면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상대적으로 변우석의 역할이 너무 미미했다.)

 

플롯 구조는 떨어졌지만, 감독의 연출력과 두 배우의 빼어난 연기, 그리고 아름다운 화면은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매워주기 충분했다. 마지막의 여운은 크게 와 닿았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뭔가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두 주인공의 우정이 마지막에 충분히 공감되었고, 두 배우를 보는 내내 몰입할 수 있었으니까. 이 영화는 이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다만, 영화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영화 초반에 미소가 '난 불꽃처럼 살다가 27살에 죽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이 부분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복선 구실을 하는 장면이었다. 정작 27살에 죽는 것은 하은. 하은도 미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어느 한 시점 이후 우리 둘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될 거라고 말한다.

 

결국 하은은 어린 시절의 미소가 되어버리고, 미소는 어린 시절의 하은과 비슷한 삶을 살게 된다. 이 영화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이다. 원작 영화는 찾아보고 싶지 않다. 두 배우로 충분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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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3-22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김다미 배우 팬인데 야무님 평을 보니 마녀나 이태원 클라스같은 강한 맛은 없어 보여서 볼까 말까 망설여지는데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다음 명절에 TV방영 할때까지 꾹 참고 기다려야 겠네요^^

yamoo 2025-03-24 13:31   좋아요 0 | URL
카스피 님두 김다미 배우 팬이시군요!
그럼 이 영화 보시는 것 추천드립니다.
넷플에는 아직 없고 쿠팡에서 볼 수 있습니다.
쿠팡 플레이 이용하지 않으시면 좀 기다렸다 넷플에 올라오면 보셔두 되는데..
이클의 조이서 같은 강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매우 섬세한 감정 연기를 매우 잘했습니다. 전소니 배우의 매력 또한 발견할 수 있는 작품~
 

[<사랑의 이해>의 인물 간 계층 위계를 단적으로 나타낸 포스터. 박미경(금수저, 대리)-하상수(강남 8학군 출신, 계장)-안수영(고졸, 텔러 계약직)-정종현(청원경찰, 파견업체 비정규직). 은행이라는 동일한 공간 안에서 이 4명의 위계는 극명하게 갈린다.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직원으로. 은행을 벗어나면 자본에 따라 상류-중류-중하-하류로 계층적 위계가 뚜렷해진다. 이들이 만나 사랑을 하면서도 이들은 아비투스에 따라 자격지심이 발동하고 이것이 그들의 행태를 결정하게 된다.]




배우 금새록 때문에 본 드라마가 있다. <열혈사제>에 나온 금새록을 보고 그녀가 나온 모든 드라마를 찾아 보고 싶어서 고른 첫 드라마. 여기서 금새록은 <열혈사제>에서 보여준 배역과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차기작을 더 궁금하게 하기 충분했다. 한마디로 이 드라마에서 매력이 터졌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나는 주인공 커플에 쌍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멈추고 보기를 반복했다. 이런 드라마인 줄 상상도 못했다. ‘사랑의 이해라고 해서 달달한 로맨스물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걸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이해라는 걸 할 수 없었다.

 

여기 두 쌍의 커플이 있다. 하상수(유연석)-박미경(금새록), 안수영(문가영)-정종현(정가람). 이 네 명의 인물들은 은행이라는 공간에서 서로 얽히며 사랑을 시작하고 끝내는 게 이 드라마의 줄거리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지만 그 과정은 심리적 복잡함이 얽혀 있어 좀처럼 간단하게 시청할 수 없게 하는 드라마다.

 

느린 전개와 캐릭터들의 답답한 행위들은 이 드라마의 최대 결점이자 장점. 그만큼 드라마에서 캐릭터의 성격이 8할 이상을 차지한다. 이 말은 사랑의 감정을 각 캐릭터가 온전히 드러내야 하는 드라마라는 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하상수 역을 맡은 유연석과 안수영 역을 맡은 문가영의 말도 안 되는 행위가 심리적 기저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캐릭터의 감정선은 핵심 요체였다.

 

이 드라마를 욕을 하면서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건 4명의 배역을 아주 훌륭히 소화한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상수의 우유부단함, 박미경의 애절함, 안수영의 위선, 정종현의 찌질함 등 각 캐릭터들은 그 감정선이 보여줄 수 있는 복잡 미묘한 표현들을 다 보여줬다. 그래서 욕을 하면서도 시청을 할 수밖에.

 

참으로 묘한 드라마다. 시나리오는 망작인데, 캐릭터와 연출이 그나마 드라마를 살렸다. 조연급들의 연기 구멍도 거의 없다. 특히 주연급 조연이었던 소경필 역의 문태유가 인상적이었다. 음악도 좋았고 연기와 대사도 좋았다. 오직 시나리오만 최악이었다. 안수영과 하상수를 잇는 플롯이 최악이었다는 거.

 

30줄에 접어들어서도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서로 도망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세대의 사랑법은 저런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10화를 넘어가면서 하상수가 박미경에게 이별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저런 쌍넘의 오소리같은 자식!’이라는 소리가 절로 튀어 나왔다.

 

근데, 이건 안수영이 하는 짓거리에 대하면 애교 수준이다. 그녀는 하상수와 정종현을 정리하고자 소경필하고 호텔에서 잤다는 시나리오를 짰다. 그리고 그걸 소경필로 하여금 녹음하게 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방법을 썼는데, 진짜 쓰레기 같은 짓거리다. 수영은 항상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극단적인 선택(극단적 도피)을 하며 그것으로 자기 위안을 삼는 인물이다.

 

이런 인물은 정말 피곤하다. 아니 위험한 인물이다. 단지 문가영이라는 배우로 인해 예쁘게 포장된 것 뿐. 이런 사람의 실체를 매일 대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피폐해 지기 마련. 연애 시장에서 가장 피해야할 성격형이다. 더군다나 가정이 가난하고 모났다면 그 피해의식은 가공할만하다. 이걸 가리기 위해 아주 두꺼운 가면이 필요한데, 여기서는 그것이 친절함과 거절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로 나타난다.

 

사실 안수영과 같은 성격형은 많은 남자들이 쉽게 빠지는 유형이다. 여기에 미모가 받쳐주면 성실하고 이상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남자가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드라마의 주인공 안상수처럼 말이다. (이런 걸 알고 드라마를 봐도 욕 나오는 건 마찬가지. 그만큼 연기가 독보적이었다!)

 

그에 비해 박미경은 어떤가? 현실의 모든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유형이다. 미모 좋아, 스타일 좋아, 인성 좋아, 말 이쁘게 해, 애교도 있어, 뭐 하나 여자로서 빠지는 게 없다. 거기다 금수저다! 현실에서 이런 여자가 좋다고 직진해 오면 이 사랑을 거절하는 게 바보다. 절대 스스로 거절할 수가 없다. 전생에 나라를 구한 급인데 말이다.

 

헌데 이 사랑을 하상수는 가뿐히 차버린다. 자기 첫사랑의 블랙홀에 빠져 진정한 사람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만다. 근데 그것이 자격지심이라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하상수는 상대에게 배려라는 게 전혀 없다. 오로지 자신의 감정만이 중요해서 그걸 표출하고야 만다. 20대의 첫사랑이면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이에 반해 박미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상수를 배려했다. 부모님에게 하상수가 헤어지자고 한 걸 애써 덮고 자기가 상황이 그렇게 됐다는 식으로 말하고, 마지막에 상수 차에서 안녕이라고 말할 때도 감정을 절제하며 최대한 배려해서 좋은 기억만을 말하고 헤어진다. 은행에서도 상수의 궁색함을 대변해 주는, 배려가 몸에 밴 여자다. 여러모로 하상수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여러 이야기를 주절거려 봤지만, 간단히 이 드라마를 요약하면 'MZ 세대의 사랑 방식'이라 촌평하고 싶다. 요즘 30대는 이러한 연애를 하는 구나 하는. 욕하면서 끝까지 봤지만 그래도 의미를 발견할 수는 있었다. 4명의 주인공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자격지심이다. 드라마는 이 자격지심을 인물들의 기억과 행위 그리고 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낸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자격지심70-80년대에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세태는 좀더 복잡한 듯. 부르디외가 말한 아비투스가 자격지심으로 표출된 듯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랑은 온전히 아비투스를 드러내는 매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지난 70~80년대 사랑은 신분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았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에 있던 사랑, 우리는 이를 낭만이라 칭한다.

 

헌데 21세기 MZ 세대의 사랑은 이런 게 전혀 없고 사랑은 숭고함을 잃었다. 아비투스에 갖혀 사랑은 자격지심이라는 부산물을 생성해 냈다. 이전 새대에게도 있었던 감정이지만 단순한 부산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이 부산물은 사람을 움직이고 사랑을 아비투스에 갖히게 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이제 심리적 기제인 감정이다.

 

드라마는 이 감정의 기제를 4인물을 통해 감각적으로 또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이해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이해(利害)를 통해 상황을 이해(理解)해 보려고 노력한다. 관계가 끝난 시점에서 돌아보는 이 이해의 헤아림이 이 드라마에서 의도하는 오늘의 사랑법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덧]

드라마를 보고 원작을 찾아 읽을 생각을 깡그리 잊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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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3-15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저도 사랑의 이해 중간까지 보다가 고구마 먹은 느낌이라 떄려친 기억이 나네요.야모님 글을 보니 다시 한번 봐야 될것 같네요.
그나저나 열혈사제의 그 여형사가 박미경역을 했다니 잘 매치가 되질 않네요.열혈사제2에서 나올질 않아서(다른 드라마에 출연중) 아쉬울 정도에 임팩트가 강했던 열혈형사였는데 사랑의 이해에서 금수저 은행원이었다니 참 연기려기 대단한 것 같습니다^^

yamoo 2025-03-18 16:48   좋아요 0 | URL
진짜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들고 남주 여주의 행태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욕을 많이 하면서 봤습니다만...그래도 이 드라마 덕분에 금새록이라는 배우를 발견해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요즘 MZㅅ대의 사랑에 대한 접근 방법도 헤아릴수 있는 지점도 있어 나름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꼭 완결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듯 합니다.

네..열혈사제 서승아역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사랑의 이해에서는 매력이 터졌네요..ㅎㅎ

서곡 2025-03-23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이해 저도 흥미롭게 본 드라마입니다 ㅋ 속 터지기도 했지만요 ㅎ 열혈사제 2에 금새록이 안 나와 아쉬웠어요~

yamoo 2025-03-24 13:33   좋아요 1 | URL
서곡 님두 흥미롭게 보신 드라마군요!
저는 막 욕하면서 봤습니다..ㅎㅎ
드라마보면서 그렇게 많은 욕을 하기도 처음이네요..ㅎㅎ
열혈2에 금새록 안나온 이유가 다리미패밀리 때문이라네요. 다리미 패밀리...플롯이 막장이라 보다가 멈췄는데, 금새록과 김정현 연기는 볼만합니다~~
매인 주연 드라마 찍고 있었기에 서브 주연인 열혈2를 고사한 듯합니다..

transient-guest 2025-03-25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문가영 때문에 보다가 금새록에 빠진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는 안수영은 남자를 정말 피곤하게 하는 무서운 여자에요. 말씀처럼 예쁜 얼굴에 사분사분한 말투, 약간의 약한 모습과 단호한 모습이 공존하되 매일 망설이고 주저하는 모습으로 포장되면 매우 deadly하고 힘든 관계가 될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간다면 무조건 박미경입니닿ㅎ

yamoo 2025-03-27 09:53   좋아요 1 | URL
트랜스 님은 문가영 때문에 본 드라마군요! 전 문가영을 이 드라마에서 첨 봤는데, 문가영은 제가 싫어하는 마스크 스탈이라 첨부터 맘에 안들었네요..ㅎㅎ
안수영 같은 여자는 정말 위험하죠. 남자들에게 가장 최악인 여자인 듯해요. 박미경이 백배 낫습니다.

개인적으로 오딧세우스의 결정이 생각나요..오딧세우스가 요점 칼립소와 7년간의 사랑후에 떠나기 직전 칼립소가 그러죠. 자기와 살면 영원한 생명을 주겠다고. 근데 오딧세우스는 펠넬로페와 아들을 생각해서 이카타로 떠나죠. 바보같은 선택을 합니다. 박미경이 아닌 안수영을 택한 상수가 오딧세우스처럼 보였습니다..ㅎㅎ

transient-guest 2025-03-27 10:20   좋아요 1 | URL
저도 문가영은 이 드라마에서 처음 봤어요 나중에 예능짤에서 책읽는 모습이 예뻐보이더라구요 아이유아 고아성처럼 책읽는 모습이 예쁜 배우들은 뭔가 좋아하게 됩니다 ㅎㅎ사람팔자가 고생을 사서 하도록 되어있나 봅니다 ㅎㅎ
 



클스마스에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원래는 <소방관>을 보려고 했는데, <하얼빈>이 24일 개봉했다고 해서 25일 저녁 타임에 봤다. 영화 평이 하도 좋아서, 그리고 예고편이 기대감이 들게해서 봤는데, 결과적으로 만족한 영화였다.


요즘 영화관에 갈 땐 큰 맘 먹고 가야한다. 올 여름까지 8천원에 볼 수 있던 CGV가 갑자가 내부 공사로 인해 문을 닫았다. 그 두배인 1만5천원에 영화를 보려면 결코 실망스러운 영화를 보면 돈이 아까워서 안 된다. 그래서 검증된 영화만을 보게 된다. 


25일 본 영화 <하얼빈>은 촬영, 영상, 음악, 연기, 서사 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거 없는 웰매이드 영화였다. 하지만 단 하나 아쉬웠던 점은 '고뇌하는 인간'으로서의 안중근의 모습이 미미했다는 점. 고뇌하는 인간 안중근의 현빈은 별로 안 보였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서사는 우리가 아는 안중근 업적을 착실히 따라간다. 너무 단순한 이야기라 빼고 더할 게 없을 정도로 매우 심플하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심플한 이야기에 '아마도 이렇게 거사가 이루어 졌을 거야'라는 상상을 했고, 그걸 매우 사실적으로 영상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실제 블라디보스토크처럼 보였던 라트비아 촬영 씬과 몽골 사막 씬 등은 영화를 넘어 거의 사진 미학의 정점을 보는 듯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도 이런 영상미는 보기 힘들다. 


당시 시대상으로 관람자를 데려가 실제 독립 지사들이 그렇게 활동했을 거라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해 냈다. 몰입감의 원천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건 순전히 감독의 역량이다. (특히 미술감독 기보묵이라는 분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영화 오프닝 장면. 그리고 마지막 다시 등장한 그 얼음판 씬의 수미상관된 영상 미학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한다. 화면으로 보여지는 압도적인 얼음판에 홀로 누워 있는 안중근의 모습은 미술관에 걸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300호 작품이었다.


아울러 마지막 바로 그 시작 장면과 동일한 얼음판을 걷는 안중근의 내레이션. 마지막 내래이션만으로도 이 영화는 돈 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 현재의 시대상과 절묘히 유비되면서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려는 메세지가 너무도 명확히 다가왔다. 영화를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것이다. 감독이 이 영화에서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당시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기 위해 싸운 독립군은 대한의군. 안중근은 이 대한의군 참모 중장의 신분으로 이토를 격살했다. 이를 위해 이름 없이 숨진 대한의군 동지들은 20-30대의 청년들이었다. 현재 굥 탁핵을 위해 거리로 나와 탄핵봉을 흔드는 이들이 약 1세기 전 청년들과 겹치는 것은 우연일까.


예술영화치고는 2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이건 영화관에서 봐야 할 영화다. 액션 영화인줄 알고 다소 실망하는 관객들이 있긴 하겠지만 감독의 마지막 메시지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다. 반드시 보시라!


[덧]

1. 유일한 아쉬움이 배우 캐스팅. 특히 현빈. 김명민이나 조진웅이 안중근 배역을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2. 현빈 보다는 이동욱이 더욱 빛났던 영화.

3. 김훈의 <하얼빈>이 원작이 아닌가보다. 김훈 소설을 얼른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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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2-27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상이 뛰어나다는 얘기는 들어서 저도 이 영화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해요. 듄을 만들었던 팀이 촬영을 했다나 뭐라나 그랬던 것 같은데. 현빈은 약간 선이 가는 게 있죠? 생각해보니 진짜 김명민이나 조진웅 괜찮겠네요. 영웅에서의 정성화 배우도 나쁘진 않았어요.
김훈 작가의 하얼빈을 텍스트로 했겠죠? 차라리 고뇌를 보려면 책을 읽는 게 낫지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yamoo 2024-12-30 17:19   좋아요 1 | URL
영상미와 연출력이 극대화된 예술영화인데, 시간이 금방갑니다~
김훈 작가 하얼빈이 원작이면 자막에 나왔을 건데...이상하게 김훈 원작이라는 자막이 없어 좀 다른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못봤을 수도 있어요..^^;;

transient-guest 2024-12-28 0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뮤지컬 ‘영웅‘은 영화로는 크게 성공을 못했던 것 같은데 이번 ‘하얼빈‘은 잘 됐나보네요. 이래저래 한국영화를 미국에서 보는 건 어렵고 이상하게 COVID이후로는 극장에 안 가게 되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건 인디애나 존스 5가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보고 싶고 감동 받고 싶네요. 지금 시국엔 더더욱...

yamoo 2024-12-30 17:22   좋아요 1 | URL
뮤지컬을 못봐서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고...
영화 자체는 매우 잘 만든 웰메이드 작품입니다. 배우들도 모두 좋고, 연출도 좋고, 영상미도 뛰어납니다. 음악은 말할것도 없구요..영상미와 웅장한 음악 때문에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해요. 영상미와 음악이 만난 장면은 정말 압도합니다~~

transient-guest 2025-01-03 04:35   좋아요 0 | URL
뮤지컬은 정성화배우가 한 것이 유명하고 YouTube에 보면 노래하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이 배우가 직접 ‘영웅‘ 주연을 맡고 뮤지컬영화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완성도가 떨어졌는지 흥행은 못했어요. ‘하얼빈‘은 지금 시국에 힘을 주는 영화 같고 흥행도 잘 되고 있어서 좋습니다

페크pek0501 2025-01-05 1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화가다운 영화평입니다. 잘 쓰셨네요. 안중근 역으로 너무 미남자를 캐스팅한 것 같습니다.
김훈, <하얼빈>을 읽었어요. 좀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작가도 그것을 알고 있는지 유튜브 보니까 개정판을 낼 계획을 갖고 있더라고요, 안중근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점이 좋았어요. 언제 리뷰를 써 보려 합니다.^^

yamoo 2025-01-06 11:0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현빈 캐스팅은 미스 캐스팅은 아니라도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현빈은 선굵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아니라 멜로물 이미지가 강한 배우라서뤼..^^;;

김훈의 <하얼빈>에 대한 혹평이 하도 많아서 읽지 않고 있습니다. 본 소설이 영화의 원작은 아닌 것같아요. 자막 올라갈 때 원작이었으면 표기되었을텐데 못봐서 원작이 김훈 소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2024년 한 해를 결산하는 때가 다시 도래했다! 올 해는 무척 많은 드라마를 보게 되어 드라마로 점철된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에서 정말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봤으니까. 이전에 못 본 드라마도 넷플에는 있곤 해서 유명한 작품은 거의 본듯..


2024년 올 한 해 내가 본 한국 드라마만 해도 10작품은 가뿐히 넘는다. 개중에 정말 명작이라고 칭할 만한 작품들만 봐서 그럴까. 정말 재밌는 시간이었다.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도 있었고 기분 좋은 작품도 있었으며 재밌지만 시큰둥한 작품들도 있었다. 


여러 작품들을 보다보니 내가 싫어하는 작품들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로맨틴 코미디물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근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의 8할 이상이 로코다. 그러니 잘 된 작품들도 중간에 보다 말거나 빠른 배속으로 보거나 아니면 건너 뛰면서 마지막회까지 보았다. 이렇게 본 올해 드라마 리스트다.


살인O난감

경성크리처

기생수 더 그레이 

사냥개들

모범택시

눈물의 여왕

군검사 도베르만

굿 파트너

빈센조

이태원 클라쓰

그해 우리는

모범형사

마이네임

이번생도 잘 부탁해

벌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시그널

소년시대

인간실격

눈이 부시게

청춘기록

슬기로운 의사생활

슬기로운 감빵생활

사이코지만 괜찮아

철인왕후

환혼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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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2-13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올해 만들어진 것만이 아니라 어쨌든 야무님이 올해 본 드라마군요. 저도 본 드라마가 몇 편 있네요. ㅎ 저도 로코는 별로더라구요. 최근 몇년내 끝까지 본 건 한 두편에 지나지 않을겁니다. 전 눈물의 여왕도 결국 끝까지 못 봤죠. 한석규가 나온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범죄 스릴러인데 너무 우울해서 나의 해리에게로 갈아 탓는데 그것도 멜로긴 하죠. 전 법정 드라마가 좋더라구요. 그래서 굿 파트너 볼까 생각중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많이 보는 것도 야무님 미술 작업하시는데 도움이 되긴히죠? ㅎ

yamoo 2024-12-13 14:58   좋아요 1 | URL
저두 눈물의 여왕...보다가 빨리보기 눌러 대충 봤습니다..ㅎㅎ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요거는 재밌을 거 같아 봤는데, 이게 드라마 방영 중이라 완결되면 볼 요량으로 끝나길 기다렸는데...완결되어서, 요것도 조만간 볼 예정입니다.
굿파트너...볼만합니다. 저는 중반까지는 매우 재밌게 봤다가 후반부로갈수록 재미가 떨어지더라구요..ㅎㅎ
드라마 영화...미술작업하는데, 아주 약간은 도움이 되긴 합니다..아주 약간이요..ㅎㅎ

페크pek0501 2024-12-23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많은 것 중 제가 시청한 것은 넷플릭스로 본 이태원 클라쓰 하나네요. 티브이로 드라마 본 지 오래된 것 같아요. 뉴스 보고 나면 유튜브로 이동합니다. 간혹 누가 재밌다고 하면 드라마나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찾아보죠. 이태원 클라쓰도 누가 꼭 보라고 해서 봤네요.ㅋ

yamoo 2024-12-27 14:43   좋아요 0 | URL
이태원 클라쓰 정말 재밌죠! 전 3번 정주행하고 연출 잘된 부분 10여 번 넘게 돌려 보았습니다!

저도 누가 보라고 해서 봤어요..ㅎ 2019년 쯤 방영된 전도연 주연의 <인간실격> 있습니다. 고거 꼭 보셔요~~ 정말 잘 된 드라마~!^^
 

소위 명작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그 후 뭘 봐도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 전작과 비교되어 보다가 그만두기를 반복한다.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진짜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대로 보는 영화나 드라마가 없게 된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뒤늦게 본 후로, 뭘 봐도 재미가 없는 거다. 넷플 영화는 죄다 재미가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헌트>를 보게 되었다. 2020년 영화라 이것도 보다가 재미없으면 꺼버릴 요량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B급 영화를 이처럼 재밌게 본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 영화, 정말 B급 저예산 영화 맞다. 이름 있는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힐러리 스웽크가 특별 출연한 정도) 제작비가 많이 든 스팩타클한 영화도 아니다.  그냥 데스 게임 형식의 고전물에 가까운 장르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입력이 대단한 작품. 감독이 그만큼 연출을 잘한 케이스.

 

원래 작품 의도는 정치적인 풍자를 하드 코어 영화로 만들었다지만, 그냥 데스 게임 영화로 봐도 손색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장르 영화가 갖추어야할 미덕(재미)을 충실히 구현한 영화로써 한계가 뚜렷하지만, B급 장르 영화를 이 정도로 재밌게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다크 시티> 이후 최고의 B급 영화였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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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4-11-28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영화 예전에, 그러니까 누군가가 불법 다운로드 받아서 공유해준 파일로 봤었어요. 그때 저도 야무님과 거의 비슷하게 정말 비급 영화치고 참 괜찮게 만들었다. 재밌었다. 라고 생각했었죠.

어제 밤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걸 보고 설마 그건가? 하고 영화 소개를 보니 맞더라구요. 반가웠습니다. 알라딘에서 야무님의 글을 읽으니 더 반갑네요. ㅎㅎㅎㅎ

yamoo 2024-11-29 15:01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 님두 이 영화를 보셨군요!
저하고 생각이 같으시네요..ㅎㅎ
늦었지만 같은 영화를 보고 같은 생각을 했다니, 무척 반갑습니다!!^^

페크pek0501 2024-11-30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크 시티>와 <헌트>를 기억해 놓겠습니다. 어디 적어 둬야 기억 나서 보게 될 듯합니다.
읽은 책 목록은 꼭 적어 두는데 영화는 적다가 말았어요. 앞으론 영화도 기록해 놔야 할 것 같아요.
넷플에 영화가 많다 보니 뭘 봐야 할지 몰라 누가 보고 나서 추천한 영화를 주로 찾아봅니다.
좋은 영화 정보 얻어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yamoo 2024-12-03 15:17   좋아요 1 | URL
아...그러시군요!! 일단 <다크시티>는 좀 오래된 영화긴한데, 아주 재밌고 의미심장합니다. 제니퍼 코넬리 리즈시절 영화에요~~

넷플 영화 중 재밌는 영화 일단 몇 개 추천드리겠습니다!!
리브더 월드 비하인드,
더 포가튼 배틀(스헬더강 전투),
뮌헨;전쟁의 문턱에서,
행복한 남자,
미스슬로운,
아이리시맨,
노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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