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사랑한 바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바다 화가가 사랑한 시리즈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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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바다>(오후의서재, 2023)를 단 2시간 만에 다 읽었다. 176쪽 정도 두깨의 책을 이렇게 빨리 읽을 수 있었던 건 본 책이 일종의 화집이었기 때문. 정우철의 책은 슬적 슬적 맛배기로 많이 보긴 했지만 구입해서 본 건 처음이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저자의 책은 읽고 건질 게 별로 없다. (밀도가 평론가들 책에 비해 약해서 이런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정우철이 사랑한 화가들, 그 화가들이 자신만의 눈으로 바라본 바다 그림을 모아놓은 일종의 편집본이다. 정우철이 큐레이팅한 화가의 바다로 보면 되겠다. 좋은 그림이 많아서 구매하긴 했지만, 화집으로서는 진짜 함량미달이다. 무슨 미술책 도판에 캡션 정보가 없나. 그림 제목과 화가만 있고 제일 중요한 크기와 재료 정보가 없다.

 

아울러 체계도 없다. 클로드 모네 작품이 나오다가 갑자기 모네 그림이 아닌 작가의 그림이 연속해서 나온다. 이런 불협화음은 계속된다. 작가별 작품도 들쭉날쭉. 어떤 작가는 4점 또 어떤 작가는 3, 심지어 6점 수록한 작가도 있다. 그 중간중간에 2점에서 4점씩 작가별 구분 없이 들어가 있는 작가들도 심심찮게 있다. 왜 이렇게 편집했는지 의문이다.

 

해당 작가에 대한 설명이나 그림 감상이 없지 않았을 텐데 아무 설명도 없이 모네나 쇠라 작가 다음에 배치하면 어쩌자는 건지. 작가 그림와 같이 배치된 글도 그림 감상평이기 보단 신변잡기식 글이 대부분이다. 글을 안 읽어도 무방할 정도


하지만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시원한 바다 그림을 보는 것. 다양한 바다의 모습을 그린 대가들의 편집 도록판으로 보는 거다. 바다를 주제로, 좋은 그림은 죄다 모아 놓은 느낌이니까.

 

어쨌거나 그림 감상은 잘했다. 그림 도판 때문에 구입했으니 후회는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림 몇 개를 선정해서 내 감상평을 남겨놓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할까 한다.



 

정우철이 이 책에서 보여주는 바다 그림은 낭만주의부터 현대 회화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넓다. 그림들을 보면, 바다라는 대상을 대하는 화가들의 철학적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중에서 나는 잊지 못할 4점의 바다 그림을 선정했다.

 

1.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 <바다 위의 월출>

독일 낭만주의 회화의 거장 프리드리히는 이 작품에서 바다를 단순히 풍경의 대상이 아닌, 신성함과 무한함을 간직한 형이상학적 공간으로 상정한다. 화면 하단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바위와 그 위에 앉아 수평선을 응시하는 세 인물의 뒷모습은 감상자로 하여금 그들과 동일시하게 만드는 장치이다. 보랏빛과 푸른빛이 감도는 밤하늘과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달빛은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우주적 질서를 상징하며, 정박한 배들은 삶이라는 항해 끝에 맞이할 안식 혹은 영적인 세계로의 이행을 암시한다. 프리드리히는 자연의 거대함 앞에 선 인간의 미약함을 고요하고 절제된 색조로 그려냄으로써, 시각적인 재현을 넘어 존재의 근원에 대한 명상적 태도를 견지한다. 이는 당시의 종교적 경건함과 맞물려 자연을 통해 신성을 발견하고자 했던 화가의 고뇌가 투영된 결과물이다.

 


2. 오딜롱 르동 - <하얀 옷을 입은 두 여인이 있는 배>

르동의 회화에서 바다는 물리적 실체가 아닌 내면의 심연과 무의식이 발현되는 환상적 공간으로 변모한다. 인상주의자들이 빛의 분산에 집중했다면, 르동은 빛과 색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영혼의 상태를 가시화하는 데 주력하였다. 화면 상단을 가득 채운 다채롭고 몽환적인 구름과 질감은 현실의 대기라고 보기 어려우며, 마치 상상의 정원이나 꿈속의 풍경을 바다 위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배에 몸을 실은 두 여인은 구체적인 서사를 제공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적 기호로서 존재하며, 정처 없이 떠도는 영혼의 편린을 시각화한다. 르동은 고전적인 원근법이나 형태의 명확성을 포기하는 대신 색채의 음악적인 조화를 통해 바다를 초현실적인 영역으로 확장시켰으며,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내밀한 환상을 투영하게 만드는 강력한 매개체가 된다.

 


3. 에드워드 호퍼 - <더 롱 레그 (The Long Leg)>

호퍼가 그려낸 바다는 현대인이 마주하는 고립과 고요의 정수를 보여준다. 맑고 투명한 대기 속에서 항해하는 돛단배와 저 멀리 보이는 등대는 평화로운 휴양지의 단면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호퍼 특유의 서늘한 정적이 흐르고 있다.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처리된 수면과 규칙적인 파도의 묘사는 감정의 과잉을 철저히 배제하며, 화면 전반을 지배하는 밝은 푸른색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타자와 단절된 현대적 고독을 극대화한다. 등대는 항로를 안내하는 기능적 존재를 넘어, 망망대해에 홀로 서 있는 단독자로서의 자아를 투영하는 상징물로 읽힌다. 호퍼는 장식적인 요소를 모두 제거하고 빛과 그림자의 대비만을 남김으로써 공간의 물리적 무게감을 덜어냈으며, 이를 통해 관람객이 바다라는 텅 빈 공간에서 스스로의 외로움과 대면하게 만드는 독특한 심리적 풍경을 완성하였다.

 


4. 앙드레 브라질리에 - <물이 흐르면서>

 

브라질리에의 바다는 캔버스 위에서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과 리듬감의 총체이다. 화가는 바다를 정지된 풍경으로 보지 않고, 파도의 포말과 바람의 흐름, 그리고 그 안을 질주하는 생명체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역동적인 장소로 정의한다. 수채화적인 기법이 가미된 유려한 붓질은 형태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색채의 유희를 극대화하고, 푸른색의 변주를 통해 물의 투명함과 깊이감을 동시에 표현한다. 특히 바다를 가르며 달리는 말들의 군상은 자연과 동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원초적인 일체감을 상징하며, 화면 전체에 경쾌한 음악적 운율을 부여한다. 브라질리에는 구체적인 세부 묘사를 생략하고 선과 색의 정수만을 추출하여 바다의 본질적인 인상을 포착하였으며, 이는 보는 이에게 시각적 해방감과 더불어 자연의 근원적인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듯한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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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없는 남자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5
로베르트 무질 지음, 박종대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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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문학동네, 2023) 1권은 단순한 장편소설이라기보다, 20세기 초 유럽이라는 거대한 정신사적 전환기를 해부하는 사유의 장치에 가깝다. 작품의 배경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이른바 카카니엔은 겉으로는 안정된 질서를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붕괴의 징후가 만연한 공간이다. 무질은 이 모순된 상태를 단순한 역사적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 무대로 변환한다. 이 세계는 더 이상 확고한 가치나 중심을 갖지 못한 채, 다양한 담론과 이념이 부유하는 의미의 진공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설정 속에서 특성 없는 남자는 세기말적 데카당스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그 자체를 하나의 신화적 구조로 조직한다.

 

성직자, 역사가, 예술가처럼 영혼과 관련된 것으로 먹고사는 탓에 영혼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해야만 하는 이들은 영혼이 수학에 의해 파괴되었으며, 수학이 인간을 지구의 주인으로 만들었으나 기계의 노예로 전락시킨 그 사악한 오성의 원천임을 증언한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 시대의 특징을 이루는 내적 황폐, 신랄한 개체와 냉담한 전체의 혼합, 개별성의 황무지로 내팽겨쳐진 개인들, 그들의 불안, 악의, 얼음처럼 차디찬 심장, 돈에 대한 탐욕, 냉혹성과 폭력성, 이 모든 것이 바로 논리적으로 날카로운 사고가 영혼에 손실을 입힌 결과라고 한다.” (p58)

 

 


특성 없음이라는 역설적 정체성

 

주인공 울리히는 이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인 특성 없음을 체현하는 인물이다. 그는 수학자이자 지적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지만, 어떤 특정한 정체성이나 역할에 자신을 고정시키는 것을 거부한다. 울리히가 말하는 가능성 감각은 현실을 단일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언제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 열린 상태로 인식하는 능력이다. 이는 근대적 합리성이 구축한 확정성과 필연성을 근본적으로 의심하는 태도이며, 동시에 세기말적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수학자는 개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처럼 생겼어, 전체적으로는 지적으로 보이지만, 그만의 고유한 내용이 없다는 거야! (발터가 울리히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장면; 중략) 그는 재능이 있고, 의지가 강하고, 선입견이 없고, 용감하고, 끈기가 있고, 대담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야. 다만 그에게 이런 특성이 모두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아냐. 그는 그런 특성을 갖고 있지 않아! 그 특성들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고, 그의 길을 만들었지만 그의 것은 아냐. (중략) 그의 눈엔 고정된 것은 없어. 모든 것에 변화 능력이 있고, 모든 것이 전체 속의 부분이야. (중략) 어떤 것에서든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냐 하는 사물의 본질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상태냐하는 사물의 양태야. 그에게 중요한 건 언제나 부가적인 것이지.” (pp97-98)

 

그러나 이 가능성 감각은 해방의 가능성과 동시에 공허를 동반한다. 울리히는 어떤 것도 절대적인 것으로 인정하지 않기에, 결국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문다. 이 점에서 그는 전통적 의미의 영웅이 아니라, 방향을 상실한 시대의 전형적인 인간형이다. 그의 특성 없음은 결핍이 아니라 과잉된 가능성의 결과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데카당스적 감수성이 발생한다. , 울리히는 붕괴된 세계 속에서 자유를 획득했지만, 그 자유는 곧 무의미와 동일한 것이 된다.

 

 

대비되는 인물들: 통합과 분열의 스펙트럼

 

울리히를 중심으로 배열된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 분열된 세계에 대응한다. 아른하임은 자본과 정신, 경제와 문화의 통합을 지향하는 인물로, 분열된 근대 세계를 다시 하나의 총체로 복원하려는 욕망을 체현한다. 그는 백과전서적 지식을 갖춘 르네상스형 인간으로 묘사되지만, 그의 통합적 비전은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보다는 수사적 차원에 머무른다.

 

디오티마는 이상주의적 담론과 사교적 권위를 통해 공허한 현실을 미화하는 인물이다. 그녀가 주도하는 살롱은 지적 담론이 넘쳐나지만, 그 내용은 구체성을 결여한 채 공허하게 순환한다. 발터는 예술적 자의식 속에서 좌절하는 인물로, 근대 예술가의 불안과 무력감을 드러낸다. 그는 울리히의 특성 없음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지닌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질투를 느낀다.

 

특히 모스브루거는 이성 중심의 사회가 억압해온 비이성과 폭력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는 단순한 범죄자가 아니라, 문명 내부에 잠재된 원초적 충동이 표면으로 드러난 사례로 읽힌다. 울리히가 그의 재판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단순한 도덕적 판단으로 환원될 수 없는 복합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인물들은 통합과 분열, 이성과 비이성, 현실과 가능성 사이의 긴장을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평행운동이라는 공허한 거대 기획

 

작품의 중심 사건인 평행운동은 황제 즉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애국적 프로젝트로 시작되지만, 점차 그 실체 없는 공허함이 드러난다. 수많은 정치가, 지식인, 귀족들이 참여하지만, 이 운동은 명확한 목표나 실질적 성과를 갖지 못한 채 담론의 स्तर에서만 확장된다. ‘오스트리아의 해와 같은 구호는 등장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끝내 규정되지 않는다.

 

이 평행운동은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세기말적 사회의 본질을 드러내는 은유적 장치다. , 의미를 생산하려는 집단적 시도가 오히려 의미의 부재를 드러내는 역설적 구조를 형성한다. 무질은 이를 통해 근대적 합리성과 제도,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던 가치 체계가 이미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평행운동은 거대한 에너지와 담론을 소모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실현하지 못하는 공허한 기계로 남는다.

 

 

세기말적 데카당스의 신화적 구축

 

오늘날에는 책임의 무게중심이 인간이 아니라 사물들의 관련성에 있다. 경험이 인간과 무관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가? 현대의 경험들은 무대로 옮겨졌고, 책 속으로, 연구소의 보고서 속으로, 탐사 여행 속으로, 그리고 사회적 실험 시도와 같이 남의 비용으로 특정 앙태의 경험을 양성하는 이념 공동체와 종교 공동체 속으로 옮겨 갔다. 경험들은 업무 영역에 속하지 않는 한 공중에 둥둥 떠 있을 뿐이다.” (p232)

 

특성 없는 남자가 지니는 독특한 위상은, 단순한 시대 묘사를 넘어 하나의 신화적 구조를 형성한다는 데 있다. 카카니엔은 실제 역사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붕괴 직전의 문명을 상징하는 추상적 장소로 기능한다. 이곳에서 인물들은 끊임없이 말하고 사유하지만, 그 모든 언어는 중심을 상실한 채 부유한다.

 

무질은 과잉된 담론, 공허한 이상, 분열된 주체들을 통해 데카당스의 정서를 치밀하게 조직한다. 특히 사건보다 사유가 중심이 되는 서술 방식은, 외부 세계의 붕괴가 곧 내부 의식의 해체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 세기말적 정신 상태를 총체적으로 형상화한 지적 신화라 할 수 있다.

 

 

사유의 미로로서의 소설

 

특성 없는 남자1권은 명확한 서사적 결말이나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를 끊임없이 사유의 과정 속으로 끌어들인다. 울리히의 가능성감각은 독자에게도 전이되어, 현실을 고정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만든다. 이 작품을 읽는 경험은 곧 하나의 철학적 실험이며, 독자는 그 실험의 참여자가 된다.

 

결국 무질은 세기말의 혼란과 데카당스를 단순히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사유의 형식으로 승화시킨다. 특성 없는 남자는 붕괴하는 세계를 기록하는 동시에, 그 붕괴 자체를 이해하려는 지적 시도의 정점에 위치한 작품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문학 작품을 넘어, 20세기 인간 존재를 탐구하는 하나의 거대한 사유 체계라 할 수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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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6-04-03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특성 없는 남자 1>의 리뷰가 너무 좋습니다. 전체적인 것을 놓치지 않고 두루 담으신 것 같아요. 이 책이 사유소설이라 여기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담기에 저는 역부족을 느꼈어요.
2, 3권의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다.

yamoo 2026-04-04 09:22   좋아요 1 | URL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이 브로흐의 <몽유병자들>보다는 읽기 수월했습니다. 사유소설, 관념소설 등으로 분류되는 소설인데, 이 작품들이 타 작품과 다른 점은 분명한 사건이 있다는 점이고 캐릭터들이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좀더 수월하게 읽히는 듯해요. 최근에 완독한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 3번 도전 끝에 완독했지만 거의 의식에흐름에 기반한 서술과 비슷해서 읽기 아주 고약했습니다. 조금만 딴 생각하면 <순수이성비판>을 읽는 것처럼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겠더군요. 번역이 한 몫하기도 했지만 참 재미없고 난망한 책이더군요. <특성없는 남자>도 부분부분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는 하지만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명확해서 좋았습니다. 2권, 3권 리뷰는 언제 쓸 수 있을지요.ㅎㅎ 1권을 1달 내내 읽었습니다.ㅎㅎ 의미있는 독서이긴한데 이 책을 잡는 순간 다른 책들은 또 못읽게 되서뤼..^^;;

그레이스 2026-04-04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능성감각은 해방의 가능성과 동시에 공허를 동반한다‘
공감합니다. 독서하는 내내 느꼈던 느낌입니다. 역설적으로 갇힌 느낌도 들었어요.

yamoo 2026-04-04 09:24   좋아요 1 | URL
아마도 이 소설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동일하게 느끼는 지점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도 역시 같힌 느낌도 받았습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당시 오스트리아에서 느끼던 감정을 작가가 전달해 주는 듯해서 작가의 역량에 놀란 부분이기도 합니다..ㅎㅎ
 
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 시공을 초월해 예술적 시각을 넓혀가는 주제별 작품 감상법
수잔 우드포드 지음, 이상미 옮김 / 시그마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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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마북스에서 미술 문고본 시리즈가 나왔다. 내게 시그마북스는 심리학 전문 출판사로 각인된 출판사였는데, 여기서 미술 단행본을 냈다니 좀 신기했다.  알고 보니 시그마프레스가 심리학 전문 출판사고 시그마북스는 종합 출판사인듯. 시그마북스, 시그마프레스 너무 헷갈린다. 글자체도 비슷하다.


어쨌거나 이 시리즈 첫 구매 책이 수잔 우드포드의 <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시그마북스, 2019)이다. 원제는 <ART ESSENTIALS>. 이후 <단숨에 읽는 현대미술><단숨에 읽는 미술사의 결정적 순간>을 차례로 구매했다. 책 자체가 매우 컴팩트하고 예쁘게 만들어져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다

 

그러고 보니 이 시리즈를 전부 컬렉션하고 싶어졌다. 분량은 200페이지 이내의 얇은 책인데, 도판과 편집이 끝내준다. 두 권 읽었는데, 입문자에게 더없이 좋은 내용이다. 특히 수잔 우드포드의 <그림 보는 법>은 그림 감상 초보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부제가 시공을 초월해 예술적 시각을 넓혀가는 주제별 작품 감상법이다.

 

주제별 작품 감상에 관한 서양 미술 안내서는 꽤 출간됐다.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 책이 가장 간결하고 강력한 책일 듯하다. 목차만 봐도 저자가 미술사를 어떻게 13개의 주제로 재구성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본 책의 최대 장점은 각 주제 끝에 수록되어 있는 핵심질문에 있다. 비슷한 주제별 작품 감상 책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

 

예컨대 5(‘5은 내가 임의로 붙였다) ‘역사와 신화를 보면, 작가가 선택하는 소재가 곧 그림의 모든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화가는 과거의 사건을 볼 수 없기에 텍스트로부터 영감을 얻어 재구성한다.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조용한 용기를 묘사한 대화록을 남겼다. <파이돈>이다.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며 죽음을 맞이했는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1787년 자크 루이드 다비드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그린다. 130× 196cm 정도의 대작이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파이돈>을 보면 플라톤이 얼마나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죽음의 장면을 묘사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애쓴 다비드의 노력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여러분 각자가 판단해 보라.” (68)

 

그리고 핵심질문에 이른다

예술가는 역사적 사건을 얼마나 정확하게 그려야 하는가?”

예술가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가?”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다비드의 그림을 보고 우리는 나만의 감상 포인트로 답할 수 있다. 정답이 아닌 인식의 확장으로. (화가는 그림의 시대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생각을 확장시킨다)

 

하나 더 보자. 7장의 주제는 평면에 무늬를 입히다이다. 다른 장과 다르게 7장은 분량이 8페이지로 적다. 많은 장은 16페이지 정도 된다. 적다고 해서 밀도가 낮은 건 아니다. 주제가 무늬이기에 8세기 영국의 채식사(종교적 무늬)14세기 이슬람 채식사뿐만 아니라 현대의 추상미술(알버스, 몬드리안, 데이언 허스트) 작품도 소개하고 있다.

 

이 주제의 말미에 다음과 같은 4가지 핵심질문이 이어진다. (107)

- 어떤 깊이나 공간의 흔적도 없이 효과적인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한가?

- 장식무늬에서 곡선적인 형태만을, 또는 각진 형태만을 쓰는 것이 중요한가?

- 평면을 장식할 때 얼마나 적은 요소들을 사용해야 여전히 흥미로운 그림을 유지     할 수 있는가?

- 평면의 무늬를 사용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가?

 

여러분들은 어떤가?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입문자가 저런 질문에 답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평면에 무늬를 입히다는 장을 읽으면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 방>과 토리기요노부 1세의 <가부키 배우> 그리고 종교적 용도의 장식 디자인을 지나 데미언 허스트의 <술피속사졸(항균제)>에 이르면 4개의 질문에 답하는 나를 볼 수 있게 된다.

 

미술 감상 입문자가 주제를 통해 그림을 읽는 방식을 배워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된다는 말씀. 읽기가 더딜 수 있지만 그래도 하루 2시간이면 2주 내에 완독할 수 있다. 부록을 제외하면 161쪽 밖에 안되는 분량이니까. 줄리언 벨(<회화란 무엇인가>의 저자)의 말마따나 학습과 즐거움(도판 보는 즐거움)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유용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

 

 

[]

책은 읽기 어렵지 않지만 학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밀도가 있긴 한데, 주제의 분량이 들쭉날쭉해서 그게 좀 아쉽다. ‘숨은 의미장은 달랑 4페이지밖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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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관한 101가지 질문 - 피카소에서 백남준까지
주자나 파르치 지음, 홍은정 옮김 / 경당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1


순전히 표지 때문에 고른 책이 있다. 주자나 파르치의 <현대미술에 관한 101가지 질문>(경당, 2012)이라는 현대미술 안내서. 독일 뮌헨에서 미술사가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 1952년 생이고 박사이다. 청소년을 위한 미술사 안내서인 <미술의 집>으로 독일에서 문학상을 수상하고, 렘프란트, 파울 클레, 구스타프 클림프 등의 책을 통해 광범위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저자다. 물론 알라딘에도 이 책밖에 번역된 저작물이 없다. 그렇지만 책 표지에 오스카어 슐레머의 <바우하우스 계단>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는 걸 보니 눈길이 확 끌렸다. 현대미술가들 중에서 덜 알려졌지만, 독일에서 매우 중요한 작가의 회화 작품을 표지로 전면 내세운 책이다 보니 궁금해서 구매를 안할 수가 없었다. 슐레머는 조각가이자 안무가로 더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에. (물론 평면 작가이기도 했지만)

 

그의 대표적 평면 작품인 <바우하우스 계단>은 현재에도 <바우하우스>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오스카 슐레머는 인체 구성과 해부를 여럿 그렸는데(데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를 바탕으로 유화 작품도 꽤 제작했다. 그 중에서 <바우하우스 계단>이 가장 회화적이고 유명하다.


오스카어 슐레머, <바우하우스 계단>, 1932, 뉴욕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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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관한 책들을 일단 빠르게 꾸준히 모은 다음 야금야금 읽는 중이다. 그 가운데 표지에 혹해서 읽은 책. 101가지 질문에 답하면서 현대미술을 보다 쉽게 알리려는 목적 아래 집필된 현대미술 입문서다. 현대미술을 안내하는 입문서 치고는 도판도 흑백이고 배판도 좀 작아 아쉬운 감이 없지 않은 책이다.

 

물론 내용은 괜찮다. 여기 등장하는 예술가가 무려 240인이다. 367페이지의 작은 책(A5 정도) 치고는 무척 많은 현대미술가들을 수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책 뒤의 부록으로 이들을 색인화하여 소사전을 제공하고 있으니 정보량에서도 알찬 책이다. 문제는 도판에 있다. 흑백이라도 소개해 주면 감사한데 도판 없이 설명만 간략하게 있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느낌이 강하다.

 

장단점이 뚜렷한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래도 읽을만하다. 왜냐하면 질문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 물론 101가지 물음에 저자가 짧게 대답하는 형식으로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책이다 보니, 체계성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101가지의 개별적 물음을 통해 진지하게 더 생각하고 주제를 심화하여 공부해 나갈 수 있다. 질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몇 가지만 살펴보자.

 

4. 현재의 모든 경향을 현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7. 지금 우리가 동시대의 미술, 현재의 미술에 대해서 논할 수 있을까요?

11. 현대적인 교회미술도 존재할까요?

21. 미술가 단체는 어떤 의미를 갖나요?

27. 앤디 워홀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31. 20세기 최고의 미술가는 누구일까요?

32. 추상주의와 추상표현주의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34. 추상, 비구상, 구체라는 용어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37. 현대미술에서 재료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45. 미술은 현대의 미디어에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

49. 현대미술에서 영화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50. 해프닝, 이벤트, 퍼포먼스는 연극과 시각예술이 결합한 것인가요?

60. 공예와 디자인은 어떻게 다른가요?

63. 밀라노의 디자인과 동시대 미술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74. 현대건축과 세계화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82. 언제부터 여성이 미술가로서 제대로 인정받기 시작했나요?

97. 미술가에게 교육이 필요할까요?

99. 현대미술에는 사용 설명서가 필요한가요?

 

질문 하나하나가 거의 책 한 권 수준으로 답해야 할 주제들이다. 하지만 대답은 너무 간략하다. 예컨대 45번인 미술은 현대의 미디어에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란 물음에 대한 답은 달랑 반쪽 분량이다. 이 책에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제일 짧다. 헌데 짧아도 될 듯싶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세부적인 내용이 풍부하게 검색된다.

 

오늘날의 미술은 다양한 미디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느 매체에서나 미술이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이같은 미술과 미디어의 밀접한 관계는 독일 카를스루에에 세워진 예술미디어센터(ZKM)’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요. 그것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강연이 진행될 뿐만 아니라 박물관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p145)

 

45번의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이다. 이 짧은 대답의 핵심 키워드는 KZM이다. 예술미디어센터를 처음 들어봐도 괜찮다.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정보가 쭉 뜰 정도로 공히 알려진 정보이다.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디어로 바라본 인간과 세계>라는 전시가 있었다. 국현미가 독일 KZM과 공동 기획한 교류전이다. 이 정보만 검색해도 미술과 미디어의 관계를 풍부하게 살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술가 한스 하케를 다룬 80번 질문, “베를린 국회의사당에 설치한 한스 하케의 <국민에게>는 왜 논쟁거리가 되었나요?”에서 저자는 한스 하케를 3페이지 정도를 할애해 설명해 주고 있다. 작품 이미지도 없어 하케가 어떤 작품을 만드는지 감을 잡을 수 없지만, 역시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한스 하케에 대한 정보가 이미지와 함께 주르륵 나온다.


보통 미술 애호가라고 하더라도 한스 하케를 모르는 분들이 많을 터인데, 이 책을 통해 그 키워드를 탐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빈약한 설명은 검색을 통해 폭넓게 공부할 수 있기에 책을 사전 형식으로 활용하면 아주 좋다. 한스 하케의 <국민에게>라는 작업물도 사진으로 찾아볼 수 있다.

 

  한스 하케, <국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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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 본 책에만 소개된 미술 작품(미술가)이 있다. 구글 검색으로도 작품을 찾을 수 없다. 물론 챗 GPT로는 인명 정보는 찾을 수 있지만, 작품 이미지는 도저히 찾을 수 없다. 예컨대 빌리 볼프. 동독 사회주의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1970년 빌리 볼프가 제작한 <레닌>은 최초의 러시아 팝아트 작품으로도 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본 책에만 이미지가 수록되어 있다. (검색으로 찾을 수 없음!)

 

이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중요 작가들이 이 책에 100명 이상 수록되어 있다. 알바르 알토, 크리스 오필리, 다니엘 스포에리, 알렉산더 키놀트, 제프 월, 빌리 지테, 다니 카라반, 아르눌프 라이너, 프란츠 폰 렌바흐, 알베르트 렝거-파치, 더글라스 고든 등. 아마 처음 듣는 작가들이 많을 듯한데, 비디오 아트 예술가, 건축가, 설치미술가 등이 많기 때문.

 

그래도 검색을 통해 이런 현대 작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독서 방법일 듯하다. 저자의 빈약한 설명은 검색을 통해 어느 정도 매울 수 있기에 책의 활용도에 따라 가치는 달라지겠다 싶다. 부록으로 실린 <유럽의 주요 현대미술 전시장> 정보는 끝내준다. 여행 가서 둘러볼 좋은 정보이지 않을까. 여러모로 다채롭게 읽을 수 있는 동시대 미술 안내서라 아니할 수 없다. ()

 

[]

본 책은 동시대 미술 인명 및 서지 가이드로 집필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독일권 동시대 미술가를 이렇게 풍부하게 알려주는 책도 드물기에. 검색해서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책이라 생각하면 빈약한 설명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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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6-03-11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현대미술 저도 좀 어려워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근데 절판이네요. 아직 중고로는 있지만.

yamoo 2026-03-12 09:32   좋아요 1 | URL
이 책은 현대미술 책이라기 보다는 동시대미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현대미술에 대한 대부분의 책은 인상주의부터 다룹니다만...이 책은 클래식 모던부터 다룹니다. 클래식 모던은 후기 인상주의자들부터 1980년대 작가들까지 다루고 있는데 핵심은 요제프 보이스처럼 설치 및 퍼포먼스 작가들이 많아요. 건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절판이라는 사실을 몰랐네요. 말씀마따나 중고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요. 처음 들어보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검색으로 공부할 수 있으니 검색용으로 책을 활용해도 좋은 그런 책입니다..ㅎㅎ

페넬로페 2026-03-11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우하우스 계단> 그림 좋네요.
책도 그렇지만 화가와 그림도 너무 많아요^^

yamoo 2026-03-12 09:35   좋아요 1 | URL
저도 좋아하는 그림입니다!ㅎㅎ 슐레머는 저런 형식의 유화그림을 꽤 그렸는데 색감과 형태가 아주 좋아서 매우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맞아요. 화가와 그림은 정말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지금도 세계 어느 지역 어느 갤러리에서 작가와 작품들이 태어나고 있으니까요..ㅎㅎ 하지만 현대미술에 관한 책은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듯해요. 마르크스 저작물 관련 책들보다 적은 듯합니다..ㅎㅎ

카스피 2026-03-12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현대미술의 경우 바우하우스 정도면 그래도 감상이 가능한데 너무 추상적인 작품들은 당최 작가가 무스 의도로 그렸는지 해설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위 책은 현대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 같아요.

yamoo 2026-03-12 17:18   좋아요 0 | URL
특히 설치나 퍼포먼스가 그렇죠. 모더니즘 회화도 그렇구요..^^

맞아요. 요 책은 길라잡이로 활용하면 아주 좋을 그런 책입니다!ㅎㅎ
 
살아남은 그림들 -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
조상인 지음 / 눌와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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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는 슬프지만, 살아남은 그림은 위대하다. 화가는 갔지만 그림은 살아남아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화가의 생각을 전달하는 책이 있다. <살아남은 그림들>(눌와, 2020). 기자 출신 미술평론가 조상인이 쓴 한국 근현대미술가론즘 되는 책이다. (부제가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

 

비슷한 책은 많다. 이미 1세대 미술평론가들이 <한국의 근현대미술가들>이라는 책을 꽤 많이 냈다. 최근에 읽은 정하윤의 <커튼콜 한국현대미술>도 비슷한 책이다. 보통 평론가가 10명에서 30명 정도 작가를 선정해서 그림과 작가의 생애를 나열식(연대순)으로 쓴 책들이라 보면 된다.

 

본 책도 비슷하다. 한국 작가론에 관계된 책을 읽다 보면 대체로 거기서 거기다. 헌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제목이 <살아남은 그림들>이다. 미술사를 공부해 보니 그림이 살아 남기 정말 힘들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림이 100년 넘게 보전되고 관리되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림을 죽을 때까지 그리다가 작가가 죽으면, 그 그림은 어떻게 될까? 작업실이 크고 집이 부자이면 대체로 그 그림은 가족이 소유하며 보존하게 된다. 집이 없는 가난한 화가라면? 그림은 모두 없어진다.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도 죽어서 그림이 남아 있지 않으면 잊혀진 존재가 된다.

 

비운의 화가 나혜석은 남아 있는 작품들이 거의 없다. 월북한 화가들은 말해서 뭘할까. 그래서 살아남은 그림은 명작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림이 남아 있어야 보여지고 연구될 수 있기 때문. 월북작가(1953년 포로교환 때 북을 택함) 이쾌대는 오랫동안 잊혀진 존재였다. 1988년 해금 조치가 된 후 1991년에야 겨우 이름이 알려졌다.

 

이쾌대,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1940년대 후반, 캔버스에 유채, 72×60cm


“1991년 신세계미술관에서 월북작가 이쾌대전이 열렸을 때는 한국 근대미술사를 다시 써야 한다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대규모 회고전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가 열려 잊혔던 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p47)

 

1991년과 2015년 전시를 채운 이쾌대의 그림들은 어디에 있었던 걸까? 53년 월북한 작가들은 모두 한국 공안의 감시 대상이었다. 이쾌대의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부인 유갑봉 여사는 53년까지 남편이 그렸던 그림들을 모두 다락방에 꽁꽁 감췄다. 아들도 몰랐단다.

 

여사는 혹여라도 남편의 그림을 뺏앗길까 누구에게도 다락방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해방고지>를 포함한 일련의 그림들은 모조리 그 다락방에서 나왔다.“ (p51) 우리가 각종 책과 전이에서 이쾌대의 자화상과 엄청난 대작 그림들을 볼 수 있었던 건 바로 유갑봉 여사가 이쾌대 작가의 그림을 지켰기에 가능했다.

 

화가 곽인식은 어떤가? 우리나라에서 이우환 작가는 알아도 곽인식 작가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왜냐하면 곽인식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활동하던 작가였기 때문(일본 물파주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작가가 곽인식. 물파주의의 철학적 기조를 형성한 이가 이우환이다). 그런 그가 1982년 갤러리 현대에서의 개인전을 발판으로 귀국했다.

 

1985년 한국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렸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곽인식은 1988년 폐암으로 사망했다. 그의 그림들은 어떻게 됐을까? 2019탄생 100주년 기념-곽인식전은 화가의 아들 곽경직이 아버지의 유작들을 지킬 수 있었기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재료가 다양하고 보관이 쉽지 않은 100여 점이 전시됐고 뒤이어 고향인 대구미술관으로 순회전이 이어졌다. (p341)

 

200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최한 배운성전은 배운성이 파리에서 전쟁 때문에 가지고 나오지 못한 그림들로 채워진 전시였다. 전창곤 대전 프랑스문화원장이 유학생 시절 파리의 골동품상에서 뭉치째 나온 배운성의 그림 48점을 발견하고 구매했기 때문이다. 눈도 밝았고 운도 따랐다는 게 전언이다.

 

이렇듯 화가들은 갔지만 그림들은 살아남아 한국 현대미술의 보고(寶庫)가 됐다. 이 책에 소개된 37명의 화가들은 한국 근현대미술계에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이다. 모두 미술사적으로 최초라는 업적을 쌓았고, 미술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걸출한 화가들이다.

 

그럼에도 모르는 화가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변월룡(1916~1990).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이 탄생 100주년을 기리며 덕수궁관에서 개최된 대규모 전시가 국내 최초의 회고전이었다.“ (p196) 변월용은 남한이 몰랐고 북한이 지워버린 화가다. 연해주에서 태어난 변월룡의 국적은 소련.

 

변월룡, <진달래>, 1954, 캔버스에 유채, 78×59cm


죽을 때까지 한국적 향수를 간직했던 변월룡은 평생 그림에 한글로 서명을 적더니 비석에도 한글로 이름을 새겼다. 한국 미술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화가를 발굴한 사람이 미술평론가 김영대이다. 국립 러시아미술관 복도에 걸린 그림에서 한국인의 피를 느꼈다고. 그렇게 변월룡은 김영대 평론가의 노력으로 한국 현대미술사로 편입되었다.

 

<살아남은 그림들>은 소주제를 잡아 작가들을 분류하고 연대순으로 나열한 작가론이다. 2년 이상 신문에 연재한 조상인의 예()’가 수정 증보되어 단행본으로 간행된 책. 그래서 그런지 화가와 그림 소개가 전형성을 띠고 있다. 대표작 그림에 저자의 그림평과 해석, 작가 소개 그리고 작품의 영향 및 의의 등 서술 형식을 보인다.  단점이자 장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

 

도판 그림도 좀 아쉽지만 내용이 충실하고 작가들의 몰랐던 관계도 알 수 있어 모쪼록 유익한 책이다. 이쾌대의 작업실에서 조수로 일했던 이가 물방울 작가 김창렬이었고, 이 이력 때문에 김창렬은 대학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더욱이 김창렬은 소학교 시절 딱 1번을 제외하고 1등을 놓친적이 없다고.

 

최영림은 월남하는 도중에 이중섭에게 신세를 졌고, 이중섭은 부산에서 박고석에게 신세를 졌다. 도상봉은 원래 메이지대학 법학부에 입학하여 정치적 실력을 다질 예정이었지만 교양수업으로 듣던 서양미술사에 빠져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변관식은 서화미술회에서 스승인 안중식을 만났고 이당 김은호와 동문이 되었다. 이응노는 김규진에게 그림을 배우고자 무보수로 허드렛일을 해주면 주변을 멤돌았다고. 문하생이 된 이응노는 대나무에 탁월하고 죽순처럼 빠르게 배운다 하여 스승 김규진에게 죽사라는 호를 받았다. 1933년부터 고암이라는 호를 쓰기 전까지 그는 죽사였다. (p304)

 

화가와 그림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 선수의 앞가슴 일장기를 지워버린 이가 청전 이상범이었다. (p236) “당신의 이름을 내게 주세요. 그러면 평생 그 이름으로, 그 이름을 위해서 살겠어요.” 이렇게 말한 여자의 이름은 변동림이고, 받은 이름이 향안’. 아호를 내 준 이가 김환기다. (p102)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은 총 155. 도판 전문 용지가 아니라 인쇄가 좀 아쉽지만 37인의 대표작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자 조상인이 본 그림의 느낌과 내가 그보고 느낀 지점이 무엇인지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책을 읽는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내게 제일 좋은 그림이 뭔지 나름 생각해 보는 사치는 보너스. 나는 변월용의 <진달래>가 잊히지 않는다. ()

 


[덧]

1. 37인 중에서 저자 조상인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한 작가는 유영국. 무려 16페이지를 할당하고 있다. 다른 작가들은 9~14페이지 정도.

2.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회화

 -배운성의 <가족도>. 당시의 옷차림과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는 사료적 가치가 높아 지정. p88

 -김환의의 <론도>. 실험적인 추상미술로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등록.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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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6-02-08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한 자가 오래 가는 것이 아니고 오래 가는 자가 강한 것이다.˝ 짝패의 이범수 대사가 그림에도 딱 들어맞네요.^^

yamoo 2026-02-09 07:05   좋아요 0 | URL
그림이 참 그렇습니다. 평론가나 미술사가에게 발굴되고 재조명 되지 않으면 그냥 없는 그림이나 마찬가지더라구요. 화가의 그림이 화가가 죽으면 없어진다는 게 대개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도록이 중요하다는군요. 그림이 없어지더라도 도록은 남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도록은 작가에게 최후 보루나 마찬가지 인듯합니다.
어쨌거나 100년이 넘게 그림이 남아있다는 건 그만큼 예사롭지 않다는 증거가 되겠죠.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그래서 귀한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