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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강의할 때 모든 것을 준비해서 그대로 읽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학자의 삶에서 가장 비극적이며 원시적인 것이 바로 강의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무시무시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항상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며, 이것은 내가 준비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강연할 때 나는 청중들에게 대화를 건네려하며, 그 대화는 누군가 중심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말하는 그러한 방식이 아니다. 그리하여 나의 짧은 강연의 마지막에는 당연히 활발한 토론이 있을 것이며, 이 토론은 자신의 고유한 지평의 경계를 넘어서는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할 것이다. 모든 대화는 자신의 고유한 경계를 일깨우게 하기 때문에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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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의의 모든 사람이 아마도 다음과 같이 나에게 사랑이라는 것을 말한다..   

 

너는 나의 달, 나는 너의 지구 

너는 네가 내 주위를 공전한다고 말하지 

난 모르겠어, 내가 아는 건 오직 하나 

밤마다 내가 빛나는 건 너 때문이라는 것 뿐 

 

너는 나의 영혼, 너는 나의 심장 

너는 나의 기쁨, 너는 나의 고통 

너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 

내가 솟아 오를 하늘 

오, 너는 나의 무덤, 그 속에서 나는 

모든 근심 묻어버리고 영원히 쉬리라! 

 

너는 고요, 너는 평화, 

너는 내게 허락된 천국 네 사랑으로 내 사랑도 가치있게 되고 

네 시선은 나를 거룩하게 만들지 

너는 내가 나 자신을 초월할 수 있게 해 주나니, 

나의 선한 영혼, 나의 더 나은 자아여!              
                    p 100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이 답하리..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한다. 

나는 너의 기대를 채우려고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너 역시 내 기대를 채우려고 있는 게 아니겠지.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만약 우리가 우연히 서로를 발견한다면 아름다울 테지. 

그렇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고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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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봤던 뮤지컬인데, 생각이 나서 기록해 둔다. 


내가 생전 처음 소극장에서 연극이라는 것을 관람한 것은 작년 8월 초였다.  무대가 있고 배우가 있으며 막이 있는 살아 숨쉬는 희곡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배우들이 바로 내 눈앞에서 리얼한 연기를 펼치는 광경이 사뭇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 이래서 연극이라는 것을 관람하는 구나’하고 생각했다. 영화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현장감과 생동감이 전해져 왔다.

함께 연극을 관람했던 지인이, 생전처음으로 연극이라는 것을 봤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못하시면서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그로부터 이 주일 뒤, 그분으로부터 좋은 공연이 있으니 같이 보러가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다. 선약이 있었지만 선약을 조정하여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의 실체는 뮤지컬 이었다. 내가 생전 처음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했다는 말에 그분이 나를 염두해 두고서 이 뮤지컬에 초대한 모양이다. 보고 난 지금 그 분에게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정말 재밌게 봤고, 돈 아깝지 않은 알찬 뮤지컬이었다.

뮤지컬이라는 것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니다. 대학 1학년 때 KFC를 하도 많이 먹어서였는지, 그 회사의 본사로부터 뮤지컬 티켓이 2장 선물로 배송되어 왔다. 많이 팔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그 뮤지컬이 윤석화 주연의 <아가씨와 건달들>이었는데, 여자친구와 같이 본 최초의 뮤지컬 이었다. 그땐 공짜표라서 그런지 단지 재밌었다는 느낌만 있었다. 하지만 입장료가 얼마인지 알고나서는, 내 사전에 입장료를 내고 뮤지컬을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다짐했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러 2번째로 본 뮤지컬은 결론적으로 상당히 재밌었고, 충분히 입장료를 지불하고서도 볼 가치가 있음을 느꼈다. 사전 정보 없이,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본 뮤지컬 이었기에 더욱 재밌었는지도 모른다.

대학로 SM아트홀에서 오후 4시 30분에 본 <스페셜 레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선전 팜플렛을 100퍼센트 실현한 뮤지컬이었다는 점이다. ‘본격 명랑 뮤지컬’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공연은 웃기고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기에 충분했고, ‘당분간 이런 뮤지컬은 없다’는 카피가 거짓이 아님을 입증한 뮤지컬이었다.

현 뮤지컬 시장이 로맨틱 코미디가 대세를 이룬다고 하는데, 뮤지컬 시장에 전혀 문외한인 나와같은 사람에게는 별로 중요한 정보가 아니다. 대세건 아니 건 오늘 본 뮤지컬은 정말 웃기고, 재밌고, 씁쓸했다.

웃기고 재밌었던 이유는 배우들이 하나같이 개성강한 캐릭터들의 역할을 아주 잘 소화했다는 점이다. 씁쓸했던 것은 군대시절의 똑같은 상황과 아무개 병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뮤지컬은 남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군대의 취사병에 대한 이야기를 기발한 구성과 역동적인 안무 그리고 적절한 노래로 풀어낸 작품이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한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지만, 이 뮤지컬에서의 축구장면은 가장 파워풀하고 신나는 장면 중의 하나였다. 이 부분에서 여자분들의 즐거운 반응은 거의 최고였던 것 같다.^^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얘기를, 힘찬 안무와 역동적인 음악으로 되살려내어 여성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은 이 뮤지컬의 연출력의 힘이라 할 수 있겠다.

무엇이 그렇게 시종일관 재밌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순전히 캐릭터들의 힘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상, 이런 뻔한 이야기가 재미있을려면 캐릭터들이 대표성을 가져야 하며,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가 완벽히 그 역을 소화해 내야한다. 뮤지컬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

우선 캐릭터들이 군대에서 누구나 한 명쯤은 있는 캐릭터들이다. 얼빵한 신병, 신병 때문에 갈굼당하는 일병, 꺽였지만 여전히 한탕까리서 자유롭지 못한 상병, 그리고 만고의 병장과 병장킬러 하사관. 거기다가 독특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 설정까지. 군대 생각이 새록새록 나서 씁슬할 정도였다.

군대이야기뿐만 아니라 군대에 간 친구를 매개로 연인 사이로 발전하는 두 커플의 이야기도 재밌었다.

결론적으로 <스페셜 레터>는 매우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라는 점이고, 돈을 내고 봐주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연극과 뮤지컬에 시큰둥한 나같은 사람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나를 이 뮤지컬에 초대해 준 지인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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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 무렵때였을 겁니다. 한 오프라인 모임에서 일명 문학에 대해서 해박한 친구를 알게 되었습니다. 친해지고 이러저러한 말이 오간 끝에 '고전읽기 모임'이라는 걸 만들어 보자고 했습니다.  

책을 읽는 비율이 성인 10명 중 한 사람이라는..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에 고전을 읽으러 모임에 나오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냐는 푸념도 있었습니다. 

4명만 모이면 정식으로 모임을 시작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읽었던 고전 중에서 1차분 50여권을 추렸습니다. 그리고 2007년 9월 첫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모임을 시작하고 보니, 정말 놀랍더군요. 1회 참석인원이 15명이었고, 그 후 계속 사람이 많아져서 모임을 진행할 사회자를 선정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1회부터 9회까지는 목록 리스트 조율 상태라서 고전 목록 중에서 읽었던 것을 급하게 공지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때 한 책들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등이었습니다. 이때 문학은 주로 한국문학 위주로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것이 아래 리스트가 완성된 후 논제위주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해 갔습니다. 몇 달 못갈것 같은 이 모임이 2달 후면 3주년이 되네요.. (문학과 인문 사회 비율이 50:50. 한달에 두 번 모임. 한주는 인문사회, 한 주는 문학)

1  조선상고사,  신채호 

2  요한시집,  장용학 

3  눈물이란 무엇인가,  심노승 

4  백석전집,  백석 

5  광장,  최인훈

6  용재, 총화성현 

7  슬견설,  이규보 

8  에덴의 동쪽,  존 스타인 백 

9  아큐정전,  노신 

10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11 25시,  게오르그 

12 오이디프스 왕,  소포클레스 

13 파우스트,  괴테 

 

14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안톤 체홉

15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16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

17 마음,  나쓰메 소세키

18 농담,  밀란 쿤데라

19 나무위의 남작, 이탈로 칼비노

20 안개, 우나무노

21 변신·시골의사, 카프카

22 푸른꽃, 노발리스

23 고도를 기다리며,  사무엘 베케트

24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25 우리들,  예브게니 자먀찐

26 꿈의 해석,  프로이트

27 도덕경 

28 장자

29 논어

30 변명/크리톤/파이돈

31 징비록,  유성룡 

32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33 공산당 선언, 칼 마르크스 

34 군주론, 니콜로 마키아벨리 

35 우연과 필연,  자크 모노

36 바가바드기타

37 권리를 위한 투쟁,  루돌프 폰 예링

38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39 생명이란 무엇인가,  에르빈 슈뢰딩거

40 역사를 위한 변명,  마르크 블로크

41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장 폴 사르트르

42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43 작은 것이 아름답다,  조엘 슈마허

44 예술의 의미,  허버트 리드

45 죽음에 이르는 병,  키에르 케고르

46 권위에 대한 복종,  스탠리 밀그램

47 엔트로피,  제레미 리프킨

48 유토피아,  토마스 모어

49 나와 너,  마틴 부버

50 시지프의 신화,  알베르 카뮈

 

감개가 무량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 리스트가 8월이면 모두 끝나내요~ 그간 만든 논제만도 책 한권 분량이 됩니다..ㅎㅎ 모임 평균 인원 20여명. 그간 거쳐간 인원도 200여명 정도 될 거 같습니다.

고전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 지 모임을 진행하면서 처음을 알았습니다. 모임을 만든 이유중의 하나는 이런 고전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 없어서 만든 것인데, 참석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시더군요..책 않읽는 대한민국 사회라고 하지만...기이하게도 고전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긴 있습니다..ㅎㅎ 

열띤 토론과 사람들이 주마등 같이 스쳐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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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3 0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6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서관이나 서재는 나에게 하나의 피안처 였다. 책으로 꽉 들어찬 벽들이 나를 둘러싸서 보호해 주던 그 순간, 세상의 그 무엇도 나를 공격하지 못한다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저 절대적인 시간의 갉아먹음마저 거기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를 배반지 않는 유일한 행복인 그 단조로움과 함께 시간은 그저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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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7-22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첫번째 실연을 당하고는 대학교 도서관에 박혀서 책꽂이 하나를 다 읽을 때까지 몇 달이고 박혀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오래된 책내음도 참좋아요.

yamoo 2010-07-22 18:49   좋아요 0 | URL
저하고 매우 비슷하시네요^^ 그르니에의 저 문구가 바로 학부 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한 생각인데, 너무 흡사해서 놀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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