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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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르 카레 소설은 헌책방에서 발견하는 즉시 한 권씩 구매했다. 그 결과 번역본을 거의 다 갖추게 됐다.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너무도 재밌게 봐서 원작 소설을 찾아 보고 르 카레 전집을 구입하기 소망했다. 그리고 영화를 본 지 약 8년 만에 번역본을 거의 다 소장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르 카레 전집을 생각나는 대로 읽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에이전트 러너>를 읽은 게 약 2년 전이다. 6 작품을 읽었다. 로버트 러들럼과는 결이 다른 재미다. 독서토론 때문에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열린책들, 2010)를 다시 읽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옛날에 읽었던 세부적인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거다. 역시 리뷰를 써 놓지 않으면 금방 잊혀진다.

 

주인공 이름과 결말은 생각이 났어도 플롯 구조는 정말 처음 보는 것처럼 재밌었다.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는 몰랐지만, 엄청나게 정교한 플롯 구조에 혀를 내둘렀다. 이런 스파이 소설은 그레이엄 그린의 말마따나 첩보 소설 장르에서 독보적이다. 로버트 러들럼의 작품보다 좀 더 고급지다고 해야 할까.

 

정교한 플롯 구조로 내게 각인 된 작품이 하나 있다. 스탠리 포틴저의 스릴러 소설인 <4의 절차>. 아주 세밀한 플롯 구조에 경탄을 금할 수 없었던 작품이다. 르 카레의 <추나돌스>는 여기에 버금가는 엄청난 플롯 전개를 보여준다. 이 소설은 플롯 구조 자체만으로 미학적 완성도를 자랑한다.

 

주인공 리머스(영국 첩보원)가 계속 진실을 은폐하고 관리관과 미리 약속된 공작이 진실인냥 그 역할을 다하다가 갑자기 상대(문트)에게 휘말려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는, 즉 고통스럽게 작전의 전모를 실토하면서 자신은 끝났다고 말하는 순간 모든 퍼즐이 완성되면서 영국 첩보부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이 구조, 그러니까 주인공 리머스가 관리관과 미리 짜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루트 이외에 관리관은 리머스가 결국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게 하는(결국 자신의 의지로) 루트를 조지 스마일리와 조심스럽게 구축한 거다. 리머스가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철저히 완수하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야기의 전모(全貌)는 이렇다. 영국 첩보부는 피들러(문트의 부하)가 문트를 의심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문트가 영국을 위해 일하는 이중 스파이라는 의심을 완전히 제거하고자 관리관과 스마일리는 리머스라는 충실한 장기말을 통해 이 위험한 작전을 성공시킨 것. 성공의 전제는 리머스가 끝까지 문트는 동독을 배신할 이가 없다는 거였다.

 

실제로 리머스는 작전의 본질을 몰랐다. 몰라야 했다. 그래야 성공하니까. 사문회의 마지막 변론이 끝나자 리머스는 알았다. 자기가 철저히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리즈(리머스의 연인) 역시 철저히 이용당했다. 리머스와 리즈에게 피들러는 충실했고, 문트가 이중 스파이라는 사실을 밝히면 피들러는 리머스를 보호하고 리즈를 영국에 돌려보내 줄 인물이었다.

 

하지만 영국 첩보부의 목적은 피들러의 제거였고, 아울러 리즈의 희생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리머스의 선택이었다. 장벽에서 리머스는 스마일리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동독 지역에 떨어져 죽어 있는 리즈의 시신을 택하였고 결국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는 알았다. 영국에 충성한 대가가 배신이었고, 돌아가느니 차라리 사랑(죽음)을 택하겠다고.

 

이 비극적 결말은 스파이 소설의 전형적 결말을 전복시킨다. 전통적인 스파이 소설은 작전을 성공시킨 주인공이 조용히 사라지거나 은둔하는데, 본 작품은 스파이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걸 찾았다는 데 있다. 그것이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사랑일지라도. 마지막 장면은 그래서 문학적 메시지를 강렬히 전달한다.

 

리머스는 리즈가 자기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명확히 깨달았다. “그것은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었다. 평범한 생활이 가치가 있다는 믿음. 빵 부스러기를 종이 봉지에 넣고 해변으로 걸어가 갈매기들에게 던져 주는 소박함. 하찮은 것에 대한 관심은 리머스가 이제껏 가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갈매기에게 던져 줄 빵이든 사랑이든, 다른 무엇이든 간에, 그는 돌아가서 그것을 찾을 것이다.” (p106)

 

아울러 르 카레가 보여주는 문장들은 군더더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힘이 있다. 이는 개인이 사상(이데올로기)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관념을 이야기로 보여주는 데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데올로기(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님들로 붐비는 식당에 폭탄을 던져도 좋다는 건가요? 그게 당신들이 막무가내로 활동해도 좋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느냔 말입니다.” 리머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우리라면 그게 통합니다.” 피들러가 말을 이었다. “우리를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가게 해 준다면 나는 식당에 폭탄을 던지는 것도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대차대조표는 나중에 만들면 되니까. 많은 여자와 아이들이 희생되었지만, 그만큼 많은 진보가 이루어 졌다고.” (p144)

 

도대체 뭘 불평하고 있는 거지?” 리머스가 (리즈에게) 거칠게 물었다. “대중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킨다고 말하지. 사회주의의 현실은 밤낮으로 싸우는 것이다. 그 무자비한 전투. 그게 공산당이 말하는 거잖아? 적어도 당신은 살아남았어. 나는 공산주의자들이 인명의 고귀함을 역설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 (p245)

 

정교한 플롯 구조, 캐릭터를 통한 신랄한 이데올로기 비판, 그리고 수미쌍관된 배경(소설의 처음과 끝이 장벽이다!). 소설 구성의 3요소가 스파이 소설 장르에서 이처럼 잘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장르 소설을 넘어 세계문학의 고전 반열에 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볍지 않고 신중하게 사건이 전개되다가 사문회 이후 숨막히게 치달리는 플롯 구조는 독자들에게 첩보 영화를 보는 듯한 긴장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벽에서 허물어지는 두 주인공을 보면서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야기는 좋은 소설이 갖추어야 할 미덕의 전형이지 않을까? 나는 그렇다고 확신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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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23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60년대의 스파이소설은 이언 플레밍과 존르 카레가 쌍벽을 이루고 있지요.상업적 성공은 영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007시리즈가 더 유명하지만 문학적 성취는 존 르 카레의 소설이 휠씬 위인것 같습니다.이는 국내에서 조차 007소설을 읽는이도 출간하는 곳도 없지만 르 까레 소설은 지금도 꾸준히 출간되고 읽히는 것에서 잘 알수 있는것 같아요.

yamoo 2026-01-23 10:59   좋아요 1 | URL
대중적 장르적 소설은 이언 플레밍이 가장 유명했죠. 그러다가 80년대 냉정시대를 맞이하여 첩보소설의 열풍이 불었습니다. 잭 히긴스와 프레드릭 포사이스의 첩보소설들의 인기는 대단했지요. 모두 영화와 됐고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당시에 르 카레와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도 인기있었죠. 그레이엄 그린, 서머셋 몸 등도 첩보서설을 썼지만 히긴스와 포사이에 비해서 서스펜스가 많이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순수문학에서 보여주는 호흡의 길이가 장르 소설에서 보여주는 빠른 전개를 보여주지 못했던 듯합니다. 그런데 르 카레는 이들의 특징을 모두 흡수해서 작품활동을 한 듯보여요. 그래서 지금 재평가를 받아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게 아닌가 합니다..ㅎㅎ

카스피 2026-01-23 13:27   좋아요 2 | URL
죽은자에서 걸려온 전화를 읽어 보셨나요.제 기억에 아마 최초의 르 카레 스파이 소설이고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전작에 해당 할 겁니다.오래전 르 카레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을 적에 사자로부터의 전화라고 국내 초역본(7~80년대 번역)을 본 기억이 나는데 나중에서야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의 전작(실제 추운나라에서 온 등장인물과 이야기들이 죽은자에서 걸려온 전화와 연결되어 있음)이란것을 알았지요.
르 카레 스파이 소설의 모든 토대를 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yamoo 2026-01-23 13:56   좋아요 0 | URL
당연히 읽었습니다. 데뷔작도 훌륭했지만, 추나돌스가 훨씬 완성도가 높고 재밌더군요. 팅커 테일러도 좋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6권 중 단연 으뜸은 추나돌스라고 생각합니다..ㅎㅎ

그레이스 2026-01-23 1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안읽어 봤는데,,, 플롯을 칭찬하시니 ...^^

yamoo 2026-01-23 14:51   좋아요 1 | URL
오오~~ 이 유명한 작품을 아직 안 읽어 보셨군요! 강추드립니다! 정말 플롯이 정교하고 재밌습니다!!
 
색의 비밀 - 색의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
미셸 파스투로 지음, 전창림 옮김 / 미술문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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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색채는 물리계에서 실재하지 않는다. 색채는 태양광선의 파장이 사람의 눈에 의해 인지된 우연의 산물이다. (어떻게 보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고마운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색체는 실재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재하지 않는 현상들 중 하나이기에, ‘잠정적 실체라는 특성을 띠고 있다. 이 기묘한 특성으로 인해 색채는 인간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로지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는 색채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곧 색채는 인간의 정서를 표출하는 하나의 상징화된 통로였다. 그래서 색채는 이성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를 상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종교, 신화, 예술, 의식 등에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역할을 해 왔다.”

 

2011.8.30. 나는 알라딘 페이퍼에 색체, 그 빛깔의 유혹이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위 인용은 당시 발행한 글의 일부를 가져온 것. 이걸 재인용한 이유는 이후 색채에 관계된 다양한 책들을 봤지만, 색채의 특성을 잠정적 실체라고 당시에 표현한 것보다 더 나은 표현을 찾지 못해서다. (내가 명명한 조어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기특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무엇보다 색채는 인간의 정서를 표출하는 하나의 상징화된 통로였다. 그래서 색채는 이성적인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서를 상징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모든 문화권에서 종교, 신화, 예술, 의식 등에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역할을 해 왔다.”는 부분. 이에 부합하는 걸출한 색채에 관한 책을 만났기에, 전에 써둔 페이퍼를 호출할 수밖에 없었던 거.

 

<색의 비밀>(미술문화, 2003)은 색에 관계된 문화사 책 가운데 아주 유용하고 걸출한 책이다. 무척 쉽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 역사적으로 서구 문화권에서 색(Color)이 종교, 예술, 의식, 생활, 스포츠 등 중요한 상징적 메타포로서 그 사회적 의미를 어떻게 확장해 왔는지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 색에 대해서 우리가 몰랐던 내용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지는 책이다.

 

저자 미셀파스투로는 <파랑의 역사>로 널리 알려진 문장학과 상징학의 거두이다.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사과의 상징적 역사>, <문장학 개론> 등 국내에 번역 소개된 책들이 다수이기에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서양 상징사의 대가. 본 책은 대가가 풀어 설명해 주는 색에 대한 상징과 의미의 역사적 스케치이다. (스케치일 수밖에 없는 게 설명이 너무 간략해서)

 

이 책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내용이 무척 많은데, 일단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보색 관계는 출현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거. 보통 미술 시간에 빨강색의 보색은 청록색(또는 녹색)이라 배우고, 노랑색의 보색은 보라색이라고 배우지만 중세 시대 빨강의 보색은 흰색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옛날의 색채 계단은 스펙트럼의 순서대로가 아니라(뉴턴의 실험이 행해진 것은 17세기 후반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양단에 백과 흑이 오는 배열이었다(적색이 한가운데 있을 것이다). (p187]

 

“18세기까지 녹색이 빨강의 반대 색으로 생각되었던 적은 전혀 없었다. 빨강에는 흰색(원시시대 이래)과 파랑(12~13세기 이후)이라는 두 개의 반대색이 있다. 서구 세계에서 최초로 녹색을 빨강의 반대색으로 여기게 만든 것은 1750~1850년 사이에 출현한 원색과 보색에 관한 색채 이론이었다. 이 이론에 의해 빨강이 원색의 지위를 차지하고 색상환에서 녹색이 빨강의 보색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p99)

 

색은 역사적이고도 문화적인 그 시대의 산물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색의 의미는 과거와는 아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현재 녹색은 교통표지판이나 병원(또는 약국) 그리고 기분을 차분하게 하는 벽지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린에 대한 이미지는 현재 매우 우호적이어서 그린색을 좋아한다고 하면 의례 평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옛날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중세부터 이미 녹색은 악마의 색이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색을 피했다. 그러나 녹색은 오히려 행운도 상징한다. 녹색은 양면성 즉 행운과 불행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녹색은 요행수가 작용하는 상황이나 의식과 연결된다. 적어도 16세기부터 도박판은 녹색이며, 대부분의 스포츠 경기장도 그렇다. (탁구대, 축구장을 생각해 보라!)” (pp32-33)

 

재미있는 내용도 있다. 색 중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색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파란색이 나온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색 선호도 조사에서 서유럽, 미국, 캐나다에서도 항상 50%에 가까운 사람들이 파랑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니 좋아하는 색은 다수가 좋아하는 색인 듯하다.

 

하지만 가장 혐오스러운 색에 대해서는 각자가 다르지 않을까? 어떤 이는 검정색이라고 할 수 있고 , 어떤 이는 베이색이라고(특히 내 어머니)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이 질문의 답에 대해서는 거의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대체로 황색과 녹색, 갈색의 중간쯤 되는 색이다. 이 색을 옛날에는 거의 똥색이라고 불렀고 최근에는 카키’, 현재는 겨자색이라고 부른다.” (p44)

 

웨딩드레스 이야기도 나온다. 개인적으로 하얀 웨딩드레스가 언제부터 출현했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비교적 최근까지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 전의 행실이 순결했음을 선언하는 수단이었다. (중략) 그러나 유럽의 젊은 여성이 옛날부터 항상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었던 것은 아니다. 이 유행은 18세기 말 이후에야 출현한 현상으로, 이것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19세기에 이르러 개혁적인 프로테스탄트와 반개혁적인 가톨릭의 두 고전적 가치체계가 결합하여 이른바 부르주아적 가치관이 탄생했을 때부터였다.” (p171)

 

식품과 색의 관계에 대해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식품산업에서 사용하지 않는 색이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연 식품과 식습관을 통해서 노랑, 녹색, 하양, 빨강 등의 색을 식품에 사용해 왔다. 검정색 계열에 속하는 식물은 드물기는 해도 존재하고는 있다. 그러나 파랑색 계열의 식물은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랑은 일반적으로 의약품(정신안정제나 수면제)”에 한정되어 있지, 식품산업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pp178-179)

 

책의 부제는 색의 상징성과 사회적 의미이다. 미셸 파스투로가 다채롭게 풀어내는 색에 대한 상징과 사회적 의미는 실로 재미있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면이 다분하다. 사전 형식을 취하는 책이어서 그런지 내게는 윤덕노의 <음식 잡학 사전>처럼 나만 몰래 보고 싶은 책이다. '색(컬러)'에 관계된 책을 많이 읽어 왔지만, 색에 대해서 파스투로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저자는 거의 못 본듯싶다.

 

“‘빨강, 파랑, 검정, 하양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즉시 이러한 색을 가진 사물을 보여 줄 것이다. 그러나 색을 나타내고 있는 그 단어들의 더 깊은 의미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색채론>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이 쉽지 않은 일을 파스투로는 이 책을 통해 아주 성공적으로 해 냈다. 책을 즐겨 읽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책을 만나는 건 축복이다좀처럼 만나기 힘든 이 행운을 이 페이퍼를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드린다. ()

 

 

[]

색은 문화적 소산으로 사람이 지각하지 않으면, 즉 눈에 보일 뿐만 아니라 특히 뇌, 기억이나 인식 능력 혹은 상상력으로 해독되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간주된다. 보이지 않는 색은 존재하지 않는 색이다.” 이 책 61페이지에 나온 대목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2011.8.30.자 발행한 페이퍼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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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5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12-15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초의 현대 화가들 - 대표작으로 본 12인의 예술가
다카시나 슈지 지음, 권영주 옮김 / 아트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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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현대미술과 관련된 책들을 잡다하게 읽고 있다. 그냥 손에 걸리는 대로 읽는 편인데 개중에는 좋은 책도 있고 아쉬운 책도 있다. 물론 설치미술이나 행위예술 또는 비디오아트와 관련된 분야가 포함되어 있고, 이 분야가 현대미술에서 그 위세를 불려 가서 그런지 몰라도 최근에 외국에서 출간된 책 중 이쪽 분량이 상당히 늘고 있다.

 

나는 여전히 회화나 조각 이외에는 불편한 시각이 많아 실험성이 짙은 설치미술, 행위미술, 비디오아트 등이 포함된 책은(그것도 많이!) 아직은 별로라는 느낌이 강하다. 뭐 어째겠는가, 내 취향이 그런데. 이렇게 읽어 가는 와중에 만난 책이 <최초의 현대화가들>(아트북스, 2005)이다. 일본 작가가 쓴 현대미술가론쯤 된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다.

 

저자는 다키시나 슈지. 1932년 생. 일본 국립서양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현대미술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동경대 졸업 후 프랑스 파리1대학과 루브르 미술관에서 서양 근대미술사를 전공했다니, 믿고 볼 수 있는 서양미술 전문가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쓴 책을 신뢰하는 편인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전문가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평이하지만 수준 높은 '작가론'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화가를 선별하고 정리한 저자의 시각이. 누구나 알 만한 작가와 생소한(?) 작가의 비율이 5:5 정도라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모르는 작가는 건너뛰고 아는 작가만 읽어도 좋다. 나중에 생소한 작가 순으로 읽어도 된다. 우리나라에서 잘 다루지 않는 움베르토 보초니, 에밀 놀데, 쿠르트 슈비터스, 프랑시스 피카비아 등의 대표작을 잘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반갑고 귀한 책이다.

 

예술을 이야기할 때, 무엇보다도 작품이 출발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작품은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동시에 예술가는 작품으로 비로소 자신의 본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 송이의 들꽃에 우주의 신비가 숨어 있듯이, 한 점의 작품에 예술가의 내면세계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단 한 점의 작품으로 예술가의 전모를 논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내가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머리말중에서

 

이 책의 집필 의도를 가장 잘 나타낸 부분이다. 화가의 대표작 한 점을 매우 심도 있게 분석하여, 왜 최초의 현대 화가로 자리매김 되었는지 논평하는 책이다. 그런데 쉽다. 우리나라 평론가 그 누구도 본 책의 저자처럼 쉽고도 간결하게 작가의 대표작으로부터 작가의 전모를 잘 드러내는 글을 본 적이 없다. 그랬다면 책을 읽고 그 누가 연상됐겠지.

 

그도 그런 것이 이런 방식의 작가론은 쓰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 한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내면세계와 작가가 지향했던 바를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공이 깊어야 하기에 그렇다. 폴 세잔의 대표작 하면, 누구나 사과를 떠올린다. ‘세잔의 사과라고 회자될 만큼 미술사에서 세잔의 사과 그림은 매우 유명하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세잔의 대표작은 <대수욕도>이다. 208×249cm의 대작이다. “이 작품이야말로 진짜 나 자신의 그림이 될 테지.”라고 말할 정도로 고심해서 그리려고 하던 나 자신(세잔)의 그림’. 지금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1899년부터 1906까지 무려 7년이라는 세월을, 이 대작을 완성하기 위해 바쳤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화가의 대표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 대표작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림을 보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 좋다. 그림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다름 아닌 그림을 보는 방식인데, 이걸 가르쳐 주는 책이 별로 없다.

 

그림을 보는 방식과 그림이 왜 좋은지 그리고 왜 작가가 이 그림을 그렸는지 알려면 미술관에 가서 도슨트 설명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혼자 미술책을 보며 그림 보는 방식을 스스로 깨치려면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 매우 답답하고 지쳐간다. 헌데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한 방에 날려주는 아주 고마운 책이다. (다음과 같은 서술을 보면 왜 고마운지 단박에 알게 된다.)

   

그에게(브란쿠시에게) <공간속의 새>는 단순히 조형적인 아름다움만을 노린 작품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새의 비상이어야 했다. 왜냐하면 브란쿠시는 이 작품에서 다름 아니라 새의 존재와 본질을 하나로 종합하는 일을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p113)

 

책의 부제는 대표작으로 본 12인의 예술가’. 12명의 예술가를 선별해서 대표작 12점만을 소개했으면 우리나라 저자들의 책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12명의 대표작 12점과 그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전 작품들, 그리고 연관된 다른 작가의 작품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아 본작이 탄생했는지 그림의 이력을 볼 수 있다는 거.

 

본 책에 수록된 12점의 대표작들은 화가들이 없던 걸 그린 게 아니었다. 이전 선배 대가들의 작품에서 어떤 구성과 부분을 차용하여 자신만의 색깔로 변형해 표현한 결과물이었다. 세잔에게 있어서는 푸생의 <플로라의 승리>, 피카소에게 있어서는 오귀스트 프레오가 그리고 조르조 데 키리고에게는 뵈클린이 있었다. (물론 클레나 슈비터스는 이와는 좀 달랐다.)

 

그래서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그림은 잘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지침을 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들을 볼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알 수 있다는 말씀. 그만큼 유익하고 쉽고 알찬 책이다. 아주 좋은 책인데 한 부분에서 오류*가 발견되어 아쉽게 별 하나를 뺐다. 그래도 누구에게나 강추할 수 있는 책이다.  ()

 

 

* 104p 피카소 <게르니카>를 논한 부분 ; 피카소에게 이와 같은 화면 구성의 힌트를 준 것은 역시 죄 없는 여자들과 아이들의 학살을 테마로 한 로마파의 거장 오귀스트 프레오의 부조 <학살>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프레오를 로마파라고 했는데, 찾아보니 프레오는 낭만주의 조각가로 나온다. 도대체 로마파는 어디 유파인지 모르겠다.

 

<<덧>>

사실 이런 책을 오래전부터 기다려왔다! 12인의 현대화가가 누구인지 직접 책을 읽고 확인하시길!

1. 이 책에 수록된 쿠르트 슈비터스를 보고 그의 독일어 작품집을 구매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영향을 깊게 받아 나의 조형 언어를 형상화하게 됐다.

2. 에밀 놀데는 내가 그리 좋아하는 화가는 아니지만 지크프리드 렌츠의 <독일어 시간>의 모티브 화가라 해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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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1-29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짝짝짝. 반가운 리뷰입니다.
˝무엇보다 그림을 보는 방식을 배울 수 있어 좋다.˝ - 이 점이 맘에 듭니다. 적은 작품을 가지고 논한다면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아 설명하는 책이겠군요. 반드시 구매하겠습니다. 예전에 제가 읽은 이런 종류의 책과 얼마나 다른지 잘 살펴보겠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어 화집을 많이 갖고 있어요. 감솨^^

yamoo 2025-12-01 10:10   좋아요 1 | URL
출간된지 오래된 책이긴 하지만 현대회화 작가론을 다룬 책 중에서 가장 쉽고 유익한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자평하고 있습니다. 다카시나 슈지는 서양미술 전문가이지만 현학적인 설명을 전혀 하지 않고 일반일들도 쉽게 그림을 보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끔 친절히 설명해 준는 게 장점입니다. 우리나라 현대미술 전문가들과는 차원이 다른 글쓰기를 보고 주고 있는 사람...이런 류의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은데, 거의 없는 게 이분야의 실상이라...이 책의 장점이 두드러집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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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 재미있는 책만 골라 읽는다는 지인으로부터 한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앨런 베넷의 <일반적인지 않은 독자>(문학동네, 2010). 저자도 몰랐고, 책은 143쪽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이었다. 표지 그림도 마음에 들지 않고, 중간중간 삽화도 있는데, 문고판(인디북)<톨스토이 단편집>에 나오는 삽화와 비슷했다.

 

책에 대한 첫인상은 드럽게 재미없게 생겼다’, ‘청소년 소설등과 같은 느낌이었다. 책 표지가 한몫 단단히 했다. 읽을까 말까 주저한 게 사실. 하지만 추천인이 문학을 전공했고, 나름 재밌는 소설만 찾아 읽는 이라 부정적인 인상을 걷어 내고 읽어 보기로 했다. 정말 모험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럴까 첫 10여 페이지를 읽는데 책을 덮고 싶은 충동이 마구 드는 거다. 재미가 없을 거 같고 흡입력도 별로고, 많이 밋밋했다. 그래도 5페이지에 첫 등장하는 삽화가 있어 계속 읽기로 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번역이 거슬리긴 했지만, 이야기 속에 슬며시 스며들었다. 책에 관한 책을 소설로 읽으니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책 읽기에 대한 우화. 처음 책을 읽는 사람이 책에 빠져 독서왕이 되는 과정을 플롯에 오롯이 담고 있기 때문.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들었던 의문들과 책 속에 소개되는 책을 찾아 읽는 과정은 독서 이력이 어느 정도 있는 독자들에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를 작성하고 모으고 읽는 과정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본 소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책덕후 노먼이 추천해 주는 책을 읽어나가며 보여주는 일련의 행위들은 우리가 책에 빠져 지내온 지난날의 행태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시절 한창 읽어나가던 우리의 한때를 발견하고, 공감의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여왕이 읽어가는 책 리스트를 보면서 내가 읽었던 책을 발견하는 일은 그래서 재밌다.

 

책을 덮고 보니, 본 소설은 독서 덕후들을 위한 책이다. 지금 막 독서에 재미를 붙인 사람들에게는 여왕에 감정이입이 제대로 될 수 있고, 어느 정도 독서 이력이 붙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지점들이 생각나 고개를 주억거리고 은근한 미소를 띨 수 있게 한다. 책에 관한 책을 재미있는 우화로도 읽을 수 있다니, 근사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작가는 책을 읽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을 여왕과 대비시켜 여왕의 독서를 방해하는 인물들로 설정했다. 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각국 정치가들과 각료 그리고 비서실장 및 여왕 주변의 시중드는 메이드까지 여왕이 책을 읽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총리는 여왕을 책의 세계로 인도한 노먼을 왕실에서 내쫓기까지 한다. (대학 학위를 핑계로)

 

이 상황이 매우 재밌는 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경향이 있어서다. 우리 가족만 봐도 어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헌데 아버지는 책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래서 어머니가 책을 보면 책을 빼앗곤 했다. 책을 읽으면 못 읽게 방해하기까지 했다. 이런 기억이 있으니 소설 속 여왕의 독서를 방해하는 사람들로부터 아버지가 생각나 웃음이 났다.

 

여기서 한 가지, 이 책이 갖고 있는 미덕 하나를 부가할까 한다. 책 타이틀이 본 작품을 일반적이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Uncommon reader>이다. ‘common’에는 영국에서 왕족이 아닌 평민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uncommon’은 그와 반대되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론 ‘common reader’의 의미 중 하나가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니, ‘Uncommon’은 그 반대의 뜻으로도 볼 수 있겠다. 책에서 여왕은 처음에 책 읽는 즐거움에 빠져 책을 찾았다. 그러다가 책을 점점 많이 읽게 되면서 여왕은 자신의 독서 철학을 나타내게 된다. 즐거움이 아닌 궁금증을 해소하고 자신의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책은 행동을 촉발하지 않습니다. 책은 대개 자신이 이미 하기로 마음먹은 바를, 어쩌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하기로 마음먹는 바를 확신시키기만 하죠. 우리는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려고 책을 찾습니다. 말하자면 책은 책으로 끝나는 겁니다.“ (p131)

 

어쨌거나 책의 타이틀은 매우 중의적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는 본 소설에서 여왕을 말하는 것으로,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2세는 특별한 존재다. 그래서 인간이되 비인간적 특권을 가진 인물로 본문에 표현된다.

앤서니 파월은 작가라고 해서 인간답게 행동하지 않을 특권이 부여된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여왕에게는 그러한 특권이 주어진다. 나는 항상 인간처럼 보여야 하지만,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pp85-86)

 

이런 비인간적 특권을 행사하는,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가 독서 덕후인 노먼을 만나 일반적인 책 읽기의 세계로 들어가 일반적인 독서 행태를 보이는 과정이 이 책의 줄거리다. 책을 읽으면서 특권화된 여왕이 점점 그런 의식이 엷어지며 자신이 이전에는 미처 볼 수 없었던 인간적인 부분을 인식하며 시나브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뭔가 주장하지 않아도 독자에게 독서의 진정한 힘을 발견하게 하는 게 소설에서 말하는 Showing의 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울러 나는 여왕의 독서에 대한 입장(p131 인용문)에 동의하지 않는다. 책은 행동을 촉발한다. 책으로부터 영감을 받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물론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기 위해 책을 찾아 읽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책은 책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적은 나의 삶이 변하기 위해서다. 책이 책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허망한 것이다. 삶과 유리된 독서는 가치가 없는 게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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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10-30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봐요. 그런데 그 효과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우선 재밌으니까 또는 끌리니까 또는 궁금해서, 가 읽는 이유일 듯해요.
저의 경우 제가 글쓰기에 뜻을 두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책에 대한 큰 흥미가 없을 것 같아요. 마치 가수가 다른 가수의 노래를 공부 삼아 들어보듯이, 저는 다른 이들의 글을 공부 삼아 읽는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공부만이 독서의 목적은 아니에요. 확실히 독서를 하면 재미를 발견하거든요.^^

yamoo 2025-10-30 14:38   좋아요 0 | URL
어느 경우에나 책을 읽는 유입 경로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책을 접하고 읽어나가면서 사람은 바뀌게 되죠. 재미를 찾아서 책을 읽지만...결국에는 페크님처럼 글을 쓰는 경우도 있구요. 이전에는 하지 않던 일을 하게 되는 힘...그게 저는 독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책에서 끝나면 안되고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지라...^^

transient-guest 2025-10-31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재미, 활자를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의 지의 훈련, 가끔은 뭔가 배우거나 얻기 위해서. 그런 이유로 읽습니다. 물론 책을 잘 정리해놓고 흐뭇해하는 것도 좋아합니다만.ㅎㅎ 눈에 띄는 변화까지는 몰라도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의 차이는 분명하죠. 근데 물도 독사가 마시면 맹독이 되는 것처럼 책 많이 읽고 공부 많이 해도 사람이 이상하면 어쩔 수가 없네요.ㅎㅎ

yamoo 2025-10-31 10:24   좋아요 1 | URL
트랜스 님은 재미, 배움을 위해 읽으시는군요!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근데 그렇게 재미와 배움을 위해 꾸준히 읽으면 확실히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거 같습니다. 결이 계속 달라지고 추구하는 바가 달라지는 듯해요.

책 많이 읽고 공부 많이 한 사람 중 이상한 사람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교수들 보면 이상한 사람들 많더라구요..^^;;

cyrus 2025-11-02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제목이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제목 <보통의 독자>를 노리고 만든 걸까요? ㅎㅎㅎ

yamoo 2025-11-03 13:09   좋아요 0 | URL
<보통의 독자>라는 책이 있나봐요?!! 전 금시초문...아마도 울프의 그 책이 있었다면 그걸 노리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입니다.ㅎㅎ
아마도 그렇겠지요...아마도요..ㅋㅋ

jong9100 2025-12-23 0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책으로 끝나지않아요 공감합니다

yamoo 2025-12-23 09:37   좋아요 0 | URL
그쵸...책은 책으로 끝나지 않고...점점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정말 인지 하지 못하지만 세월이 누적되면 사람이 좀 달라져 있습니다..ㅎㅎ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 개정보급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직장 내에서 나하고 친한 팀장님 한 분이 있다. 나보다 선배고 세 살 정도 연상이다. 직장에서 꽤 친한 선후배 사이인데,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매우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가 책과 관련된 TV 프로그램과 책 콘텐츠 등을 찾아보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게서로 시작해서 교양서 위주로 열심히 읽고 있다.

 

내가 추천해 준 책들도 꽤 읽었다. 작년부턴가는 문학책도 꾸준히 읽으시는 듯하다. 지난 달인가, 점심을 먹으면서 내게 강력히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단다. 궁금하고 반가워서 뭐냐고 하니,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청아출판사, 2020)랬다. 엄청 감동적으로 읽었고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추천 책을 듣고 책 표지가 떠 올랐다. 몇 년 전에 보급판으로 저렴하게 나온 걸 헌책방에서 천 원 주고 데려온 책이 바로 <죽음의 수용서에서>였기 때문. 읽고 있는 책이 있어 다음에 읽을 요량으로 옆 책더미 위에 엊어 놓았는데, 추천받아 읽으려고 찾아보니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거다. 할 수 없이 하드커버 책을 다시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출퇴근용으로 읽었는데, 의외로 좋은 책이었다. 솔직히 기대치가 거의 없었는데 삶의 의미를 곱씹어 볼 수 있는 지점이 있어 일독할 가치가 충분했다. 나치 생존기는 좀 식상한 면이 없지 않고(아우슈비츠 생존수기는 많다), 더군다나 정신분석 쪽이라 사례 위주의 이론서 인줄 알았다. 헌데 본 책은 담담한 체험으로부터 명확한 정신-심리적 치료법을 평이하게 제시해 주는 책이라 신선했다.

 

책 후반부에 정신분석학적 담론과 철학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전혀 현학적이지 않다. 수용소의 체험으로부터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어 거부감 없이 사유를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로고테라피의 본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밌는 점은 정신분석학에서 제3의 학파라 일컫는 '로고테라피'가 니체 철학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why)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딜 수 있다.” (p137)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에 나오는 니체의 말이다. 저자가 인용한 이 말은 본 책에서 매우 중요하다. 플랭클린 박사가 수용소 체험에서 살아 돌아와 로고테라피라는 정신 치료 요법을 제창하게 된 이론적 뿌리와 같은 언명이기에. 니체의 이 명제로부터 플랭클 박사의 의미 치료 이론이 도출될 수 있었다. 로고테라피의 핵심이 바로 의미 치료라고 할 수 있기 때문. “심리치료와 정신 위생학적 치료를 하려는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말”(p137)이라고.

 

<죽음의 수용소>는 읽어보니 정말 좋은 책이다. 음미해 봐야 하는 문장들이 꽤 된다. 특히 2부인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에 저자의 핵심 사상이 집중되어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의사 선생이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최적의 안내서라 할만했다. 힐링 분야의 책으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본질은 정신분석학 이론서(임상서). 1부 수용소 체험이 반을 넘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자기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물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이런 질물을 던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짊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따라서 로고테라피에서는 책임감을 인간 존재의 본질로 보고 있다.” (p181)

 

행복은 얻으려고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의 결과로써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행복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이유를 찾으면 인간은 저절로 행복해진다. 알다시피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함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라 할 수 있다.” (p221)

 

읽기를 잘한 책이고, 줄도 많이 쳤다.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도 매우 좋았다. 하지만 2로고테라피 개념을 읽으면서 로고테라피에 대한 의구심이 점점 커졌다. 의미 있는 지점도 있었지만, 수긍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 이후 서술할 내용은 로고테라피에 대한 내 개인적인 비판점이라 하겠다.

 

의미를 찾는 의지력이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면, 수용소에서 그냥 죽음을 택한 사람들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것을 삶에의 의지로 설명한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갖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p215)

 

정말 간편한 발상이다. 사람의 내면에는 성자와 돼지(카포)가 되려는 잠재력이 있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건 전적으로 그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다니, 이런 도식화는 정말 그럴듯하게 많이도 보아 왔다. 특히 정신분석학 이론들이 그렇다. 항상 그럴싸하지만 증명할 길이 요원한 뭐 그런 거. 비슷한 논증으로 내가 현재 이 모양 이 꼴로 있는 건 과거의 어느 한 순간에 어떤 결정을 해 버렸기에 그렇다는 거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결정은 좋은 길과 나쁜 길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불확실한 무수한 선택의 갈림에서 최선으로 당시의 순간 내가 택한 결정이다. 좋은 반대편 길이란 현재의 순간에는 없다. 항상 과거를 돌이켜보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좋은) 길을 재구성하여 상정할 뿐이다. 우리의 뇌는 이러한 편견에 자주 사로잡히는 경향이 있다.

 

프랭클 박사가 말하는 사람의 내면에 잠재해 있다는 성자와 돼지가 의지를 통해 발현된다는 건 신화에 가깝다. 성자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하면 성자가 된다는 건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좀 우스운 감이 없지 않다. 이건 '범죄의 탄생'에서 이미 밝혀진 통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이론이다. 극악무도한 범죄자(배트맨에서의 조커)는 환경적 요인이나 사회적 구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지 자신이 악한이 되겠다는 의지에 차서 범죄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내면에는 성자적 측면과 돼지적 측면(악한 측면)이 있긴 하겠지만 복합적으로 섞여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환경에 따라 적응하면서 성자적 측면이 나타날 때도 있고, 돼지적 측면이 나타날 때도 있을 것이다. 잠재적 한 면만이 의지로 발현된다는 건 환경을 도외시한 발상이다. 저자가 수용소라는 특별한 환경의 체험을 통해 이를 발견하여 이론화했지만, 장소의 특수성이 너무 크게 작용한 듯하다.

 

무엇보다 플랭클 박사는 인간의 성향에 대한 면을 너무 간과했다. 사람이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면 내면의 의지보다는 성향의 차에 의해 생존 방식을 달리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두 가지 성향 차이를 보인다. 위험을 선호하는 성향과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 어떤 사람은 새디스트적 경향을 띠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이러한 성향의 차가 많이 좌우한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희망을 발견하는 것조차 힘들 수 있다.)

 

아주 쉽게 말해서 컵에 물이 반이 있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컵에 물이 반만 찼다고 보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만큼이나 있다고 본다. 이 성향의 차이가 삶을 대하는 방식을 가른다. 어떤 사람은 삶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보고, 어떤 사람은 삶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본다. 포기가 빠른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다. 수용소에서도 이런 성향의 차이가 생존 경향을 갈랐을 거라고 본다. 이는 내면의 성자 - 돼지 측면과는 별로 관계가 없을 듯싶다.

 

사람의 내면에 성자적 측면과 돼지적 측면이 있다는 발상은 프랭클 박사에게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발상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박사가 수용소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었기에, 내면의 '성자 - 돼지' 유비는 로고테라피 이론을 정립하는데 매우 좋은 도식이 될 수 있었을 듯해서다.

 

아울러 로고테라피는 인간의 의미 추구 동기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만(사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가 쉽지 않음), 모든 상황에 의미를 부여하려다 보면 의미를 위한 의미를 찾게 될 수도 있다. 일부 정신분석 이론에서는 의미를 가볍게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극단적인 환경에서 개인의 선택권만으로 모든 것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

 

 

[]

1. 본 책을 뒤늦게 읽은 감이 없지 않다. 좋은 책인데 거의 모든 리뷰가 찬사 일색이라 이 책에 대한 비판점을 좀 부각해 보고 싶었다. 로고테라피가 만능은 아닐진대, 책을 읽으면 모든 것을 의미로 환원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듯한 내용이라 여기에 좀 반박을 해 볼 요량이었다. 

2.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정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마다 삶의 의미는 다 다르기 마련이고, 삶의 의미는 다차원적인 개념이다. 근데 이 책에서는 삶의 의미만 찾으면 자신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요법이라,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정할 수 없으면 한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 (삶의 믜미는 '당신은 누구입니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과 같은 차원이라 확정하기 매우 어렵다.)

3. 음미해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자신이 실업에 처해 있거나 수년간 입시나 입사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본 책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자신이 터널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히 권해줄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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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0-19 0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why)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딜 수 있다.”한국의 자살율이 높다고 하는데 그런 분들이 마음속에서 음미해야 할 글귀가 아닌가 싶어요

yamoo 2025-10-20 09:47   좋아요 0 | URL
네, 우리나라에서 방황하는 분, 번아웃 오신 분, 실업에 처해 있는 분들이 이 책을 보시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좋은 책이에요~

잉크냄새 2025-10-19 1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환경에 의하여 성자와 돼지로 구분되는 것이 잠재력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인간의 의지에 깊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아우슈비츠의 또 다른 생존자인 프리모 레비는 매일 이를 닦고 단테의 신곡을 수도 없이 외운 것이 최소한 인간으로서 남기 위한 처절한 절규였다는 것에 수긍이 갑니다.

yamoo 2025-10-20 09:50   좋아요 1 | URL
환경에 의해 개인이 영향을 받고 인간의 의지가 작동된다는 거라면...환경결정론자인 저도 충분히 이해했을 거고, 의문점이 들지 않았을 거에요. 근데 분명히 이 책에서는 인간의 잠재력이 순수한 의지로 발현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우슈비츠의 극단적 환경에서 발견한 이론이기에 보편적이지는 않은 듯합니다. 저는 그렇게 느꼈다는..^^;;

페크pek0501 2025-10-19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삶은 운, 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이 책의 저자가 운 줗게도 자기가 치료해 준 적 있는 사람을 만나 덕을 보는 경우와 같이, 또는 딴 사람은 운 나쁘게 폭력을 잘 쓰는 사람 밑에서 일해야 하는 나쁜 자리에 배치되는 경우와 같이.
그리고 최악의 샹황 속에서 어째서 짐승 같은 악질이 있을 수 있는지 의아했어요. 인간에 대한 연민이 왜 없을까 하는... 인간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책이에요.^^

yamoo 2025-10-20 09:53   좋아요 1 | URL
그렇죠. 저자도 자기 바로 옆 줄(자기가 서 있었던 줄에서 옆 줄로 옮겨졌음)이 이동한 곳이 아우슈비츠 가스실이었다는 걸 담담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순간의 결정과 이동으로 죽음이 한순간에 결정된다고..
실제 일상적 삶도 우연이 작용한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운이 좋은 거죠. 저는 환경결정론자이기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맞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인간관철 기록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