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추상화 작업만 하다보니, 조금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풍경화를 그려보기로 했어요. 뭐, 화가처럼 멋진 풍경을 보러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컴터 배경화면에 멋진 경치가 있어 그걸 그려 봤습니다. ㅎ 풍경화는 원래 멋진 풍경이 있는 곳을 찾아가 그리는 것이 묘미인데 말이죠~

 

유화나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기에는 부담이 많이 되어 오일파스텔이라는 도구를 사용해 보기로 했어요. 유화나 아크릴화는 연필로 스케치를 잘 해야 하고 붓과 나이프를 능숙하게 사용해야 원하는 느낌을 구현할 수 있을 거 같기에, 저같은 초보자는 오일파스텔이 꽤 적당한 거 같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뭐, 명칭이 오일파스텔이라 전문가 분위기가 나지만, 사실 어린시절 갖고 놀던 크레파스의 다른 명칭이에요. 크레파스 상자를 자세히 보면 거기 영어로 oil pastel이라고 표기 돼 있어요..ㅎㅎ

 

근데 다이소에서 파는 크레파스나 초등학생용 크레파스는 원래의 오일 파스텔의 효과를 잘 구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전문가용이라는 걸 빌려서 사용해 봤습니다. 전문가용은 일반 학생용 크레파스보다 훨씬 무르고 색의 섞임도 비교적 쉬워 유화 물감을 섞는 느낌이 납니다.

 

유화물감이나 오일파스텔이나 오일로 물감을 희석하는 것은 공통적이라 비슷한 표현이 가능한 거 같아요. 물론 수성 파스텔도 있어 붓펜으로 수성 크레파스를 칠하면 수채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파스텔을 사용해보니, 파스텔만의 장점과 단점이 참 도드라 지더라구요. 가장 큰 단점은 그리고 나서 손에 잘 묻어 난다는 거. 그래서 픽사티브라는 걸 뿌려주긴 하지만 그래도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처음에 멋진 발색을 자랑했던 파스텔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루가 떨어져나가 색이 좀 죽는 느낌이 있더라구요. 그려서 보존을 좀 신경써야 하는 거 같아요. 빨리 액자에 넣는 게 장땡인듯해요.

 

어쨌거나 한 번 그려봤습니다!

일반적인 스케치북에도 그릴 수 있지만, 파스텔은 전문 용지가 따로 있더라구요. 좀 두껍고 표면이 거친 도화지 느낌이 나는 누런 종이였다는..ㅎㅎ

오일파스텔은 그라데이션은 좀 잘 되는 거 같은데, 세부 묘사는 색연필을 사용해야 하더라구요.

 

처음 시도한 풍경화인데, 물감이 아닌 오일파스텔이라 좀 손쉬운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거 그리는데 2시간이 후딱 갔어요~ㅎ 왼쪽 산 모습이 좀 뭉개진 느낌이라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내손으로 그린 첫 오일파스텔 풍경화라 대견해 하고 있습니다.ㅎㅎ 나도 그릴 수 있다는 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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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7-06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yamoo 2022-07-07 07: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7-06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닛 첫 풍경화가 맞단말입니까? 진짜 믿을수 없는....알고보니 야무님 천재였던듯요. 우와 진짜 신기. ^^

yamoo 2022-07-07 07:37   좋아요 0 | URL
이게 잘 그린 건지 몰겠어요. 근데 오일파스텔이 색이 잘 섞이고 발색이 좋아 누구나 그리면 저렇게 됩니다. 저두 처음 그려봤는데, 원하는 색 표현이 모두 가능하더라구요. 천재는 무슨~ ! 아님니다요!!ㅋㅋ
누구나 그릴 수 있어여. 바람돌이 님은 저보다 더 잘 그릴 겁니다. ㅎㅎ

좋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scott 2022-07-06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작품속 저곳
분명 무릉도원 일것 같응☺


명화로 칠하신
야무님
언젠가 온라인 전시를🤗

yamoo 2022-07-07 07:34   좋아요 0 | URL
저거 컴터 매일 바뀌는 배경사진 중 한 곳인데...하도 멋진 곳이라 생각하여 담아두었다가 이번에 그려봤네요..ㅎ

에휴~ 무슨 명화로 칠을 해요..ㅎㅎ 오일파스텔 비싼거 쓸수록 아주 근사하게 나와요~ 스코트 님두 해보시면 알거에요~ㅎ

허접한 그림들도 쌓이니 50점이넘었어요!ㅎ 전시회를 잡아야 할까봐요...ㅋㅋ

페크pek0501 2022-07-06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걸 그리셨단 말입니까? 깜놀이고 좋군요.
원래 재능이 있으셨군요. 그동안 우리를 깜쪽깥이 속이시다니...^^

yamoo 2022-07-07 07:37   좋아요 1 | URL
음...그냥 사진 보고 대충 그린다음에 오일파스텔로 대충 외곽그리고 붓으로 대충 뭉게면 저렇게 되요...ㅋㅋ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재능은 무슨!!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제가 볼 때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건 재능이 아니라 도구의 질감과 발색으로 인해 누구나 그럴듯하게 그릴 수 있어요. 머리털나고 생판 처음 저도 써본 오일파스텔로 그린 그림이라...스케치 조금 잘하시는 분들은 정말 그림이 환상적으로 나옵니다. 저는 거기에 비해서는 그닥...--;;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따름이에요!!

얄라알라 2022-07-08 15:35   좋아요 1 | URL
알라딘 서재에서 놀다보면
그냥 책과 문자와만 친하신 게 아니라 그림 음악, 예술 전반 재능 많으신 분들이 보석처럼 촘촘 박혀서 숨어 계시더라고요...^^즐거워요 온라인으로나마 그분들을 접할 수 있어서

하나의책장 2022-07-17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닛! 너무 잘 그리셨는데요?!^^

yamoo 2022-07-17 21: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들 잘그렸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좀 묘합니다^^;;
 

푸어링이라는 세계가 있더라구요. 아크릴 물감으로 추상미술 작업을 하다가 알게된 푸어링의 세계. 아크릴 물감으로 의도치 않는 효과를 내는 공예 예술의 분야인데, 추상미술과 비슷한 면이 있어 빠지게 됐습니다.

 

이게 왜 매력적이냐면...물감을 풀어 캔버스에 이리저리 굴리면 지가 알아서 문양을 만듭니다. 근데, 이게 내가 의도한대로 절대 되지 않고, 어떨 때는 근사하게, 또 어떨 때는 난해하게 무늬가 형성됩니다.

 

색이 서로 간섭하면서 오묘한 색감을 나타내어 공예품으로 각광받고 있다는데, 저는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누구나 만들어 볼 수 있는 손쉬운 활동이랄 수 있죠.

 

크게 작업하는 것보다 작은 사이즈(20*20이하)로 만드는게 더 효과적이고 경제적입니다. 20*20 작품 중에서 예쁘게 나온 것들은 5만원~10만원 대에 거래되고 있는 듯합니다.

 

만들어진 걸 구매해도 되지만(실내장식으로 그만~) 내가 만드는 게 더 매력적이고 성취감도 높습니다.

 

컵 받침, 전등 갓, 시계 판 등 여러가지 디자인에 응용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공예 예술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책도 나와 있습니다. 아크릴 푸어링에 관계된 가장 유명한 책이 알라딘에도 올라와 있어 구매해서 읽어 봤는데, 구색을 갖추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가지 기법도 소개되어 있고, 다양한 소품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도 나와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구매해서 실제 제작해보면 어렵지 않은 작업이란 걸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단지 여기 소개된 도구와 재료가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다는 거에요.

 

어쨌거나 저는 매일 2-3작품 정도 제작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망친 작품이 꽤 됐는데, 그 이유가 물감이 좀 부족해서 였고, 아크릴 물감의 점성도 한몫했습니다. 요새는 처음보다 훨씬 더 나은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ㅎㅎㅎ

 

 

 

저는 다소 큰 20*30 사이즈 캔버스여서 그런지 예쁘게 안 나온 거 같습니다만, 뭐 이정도도 의도하지 않는 우연적 산물의 오묘함이라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ㅎㅎ

 

준비물: 다이소에서 팔고 있는 아크릴 물감 3천원 + 착풀 1천원+캔버스 천원(모두 다이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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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7-0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해변과 파도같은 느낌인데요. 좋아요. ^^
지금은 다이소 제품으로 작업하시지만 조만간 제대로 된 재료들을 써서 진짜 멋진 작품을 만들지 않으실까 짐작해봅니다. 원래 뭐든 하다보면 재료부심은 어쩔 수 없더라구요. ㅎㅎ

yamoo 2022-07-06 08:09   좋아요 0 | URL
와우~ 예리하시네요..ㅎㅎ
밝은 베이지로 모래사장을 그리고 파도를 표현하기 위해 파랑과 흰생을 교차해서 그리고 물감을 부은 후 이리저리 기울이니 물감이 캔버스에서 이리저리 흐르다가 결국 저런 문양을 만들었어요..ㅎㅎ

그래서 더 좋은 아크릴물감을 주문했습니다!ㅎ 재료부심, 맞아요. 근데 좋은 재료는 무척 비싸서 고민이 됩니다..^^;;

scott 2022-07-05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크게 확대 해서 보면
브라질 해변 앙그라도스헤이스Angra dos Reis의 바닷물 처럼 보입니다

야무님 추상화를 시작으로 정물화로 넘어 가실 것 같은 ^^

yamoo 2022-07-06 08:11   좋아요 0 | URL
해변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어느 정도는 성공한 듯해요..ㅎㅎ
뭐랄까 아무렇게나 물감을 붓지 말고 어느 정도 의도하고자 하는 그림을 그리고 난 후에 물감을 부어야 겠어요...그래야 최소한 의도한 효과가 나오는 듯해요..^^

풍경화는 오일파스텔로 하나 그렸습니다. 한 번 올려보도록 하지요..ㅎ
 

계속 뭔가를 그리고 있다. 이건 정말 기막힌 놀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게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거. 거기다가 그림을 완성해 놓으면 뭔가 나만의 작품을 남겼다는 성취감을 느낀다. 아버지는 항상 완성된 그림을 보고 '이게 뭐야?'라는 조롱섞인 비아냥을 날리지만 그래도 굿굿이 계속 그리고 있다.ㅎ

 

최근에 가장 많이 그리고 있는 건 "색의 한계"라는 시리즈로, 여러 색을 섞어 실험을 하는데, 되게 웃긴 게, 비슷한 그림들이 여기저기 보여 알아보니, 이런 추상화를 '백드롭 페인팅'이라 부른다나? 코로나 시대로 굉장한 열풍이라고 하던데, 난 며칠 전에야 알았다.--;;

 

근데, 이 계열의 추상화, 정말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표현된다는 자체가 신기하다. 소위 백드롭 페인팅을 시도하는 누구나 추상화가가 될 수 있다. 마음가는 대로 그리면 그게 작품이 된다는 거! 누구나 할 수 있고, 이걸 걸어놓으면 인테리어로 그만이라는 거.

 

내가 작업한 건 캔버스에 오일이다. 붓이 아니라 나이프로 색을 섞어 캔버스에 칠하는 게 훨씬 더 재밌다.

 

<색의 한계>, 6호(F6), 캔버스에 오일, 2022

 

유화 물감이 훨씬 색감이 좋다. 아크릴 물감으로도 가능한데, 아크릴 물감에 퍼티를 섞으면 점성이 생기면서 유화처럼 두터운 질감 표현이 가능하다. 아크릴 물감으로도 그려봤느데, 퍼티를 섞으니, 색이 파스텔 톤으로 변한다. 어쨌거나 다음에는 아크릴로 작업했던 걸 올려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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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27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멋진데요. 제목도 멋지고요.
이런 추상화 인테리어 효과도 진짜 만점!! 야무님의 한계 돌파 노력을 계속 응원합니다. ^^

yamoo 2022-06-28 06: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바람돌이님의 격려로 뻔뻔해질 수 있었습니다~^^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그려 올려 보도록 하겠어요!ㅎㅎ

감은빛 2022-06-27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글 엄청 오랜만에 읽어요. 무척 반갑습니다.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멋지네요. 백드롭 페인팅이라. 색감이 마음에 들어요.

yamoo 2022-06-28 06:24   좋아요 0 | URL
와~~~ 감은빛님 오랜 만입니다!!
반가워요. 서재에서 다시 뵐 수 있어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네...이런 작업을 백드럽이라하더라구요.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그렇네요...현실이..ㅎㅎ

stella.K 2022-06-27 1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전문가의 숨결이 느껴지는데요?
조만간 데뷔하시겠는데요? 이거 싸인 받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ㅎ
독학이신가요? 부럽습니다.^^

yamoo 2022-06-28 06:34   좋아요 1 | URL
이거이거 너무 나가시는 거 아니에요??ㅎㅎㅎ
무슨 데뷔인가요?ㅎㅎ 그냥 평소 생각을 그림으로 나타내 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서 버닝하고 있는 거지 무슨 전문가의 숨결인가요??ㅎㅎ 그림도 못그리데..그림을 못그리는데는 추상화가 제격이라...--;;
개인적인 야심작은 파랑을 관통하는 오랜지 입니다만...^^;;

프레이야 2022-06-27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정말 멋집니다
백드롭 페인팅이라고 하군요.
세잔도 아버지에겐 인정을 받지 못했죠 평생.
세상 아버지들은 뒤늦게 그걸 깨달으시니 꿋꿋이 ㅎㅎ 응원합니다. 아마 속으론 미소 지을걸요.

yamoo 2022-06-28 06:39   좋아요 2 | URL
오..정말 멋지더고 평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네..요런 걸 백드롭페인팅이라하고 스스로 해보게끔 세트단위로 파는 것도 있어요.
아버지는 그림에 의미가 있어야한다는 지론을 갖고 계세요. 추상화는 애들도 그릴 수 있는 무의미한 장난으로 보는데...저도 그런 생각을 가졌던지라..걍 재미있기도해요.비아냥과 비판이.ㅎㅎ

근데 이걸 집에 걸어구면 최고의 인테리어라는 거..ㅎㅎ

transient-guest 2022-06-29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멋지네요. 저는 적색 녹색이 섞이면 잘 구분하지 못하는 색약인데 전체적으로 색조에 대한 감이 떨어집니다. 그림을 그린다면 뎃생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yamoo 2022-06-29 22:43   좋아요 1 | URL
아..트랜스님은 색약이시군요. 그래두 미술품을 감상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듯싶어요. 유명화가들도 색약을 가졌더군요. 고흐도 마네도 색약이었던 걸로 압니다.

뎃생은 정말 자난한 노력이 뒷받침되야하더라구요. 아는 60대 자인리 미술학원에서 데생을 배우는데 잔도도 잘 안나가고 재미가 없다하더라구요. 그치만 꾸준히하면 성취감을 맛볼 수 있을거 같아요~~

실천이 중요합니다! 파이팅!

transient-guest 2022-06-30 02:28   좋아요 0 | URL
고흐와 마네가 색약이었다니 더욱 놀랍습니다 언젠가 시작하더라고 합니다 ㅎㅎ

페크pek0501 2022-06-29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니 천둥 번개 속에 폭우가 쏟아지는 느낌입니다. 아니면 마음의 혼란...ㅋㅋ
계속 올려 주시면 감사히 감상하겠습니다. 해석은 제 마음대로입니당~~~

yamoo 2022-06-29 22:46   좋아요 0 | URL
흠...천둥 번개 속에 폭우의 느낌이라...좋네요~~ㅎ
의도는 그게 아니지만 그런 느낌으로 받아드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추상미술의 최대 강점이 맘대로 그리고 각자 맘대로 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일 거에요~~ㅎ

계속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닷!ㅎㅎ

2022-06-29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6-29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전히 그림이 좋아서 구입했습니다. 서사를 엿볼 수 있게 상징화한 구도가 맘에 들었고 무엇보다 그림이 순수함을 지향하는 느낌이랄가요. 정말 다른 그림들과 다른 지점이 저를 끌어당겼습니다. 소장품 경매에서 매우 저렴하게 나온 좋은 작품들 중 하나였는데 작가가 생소하여 낙찰받은 후 작가에 대해 공부를 좀 해봤습니다.

 

근데, 처음에 박영 화백을 검색하면 판화가 박영하고 같이 검색됩니다. 첨엔 누가 그림의 원작자인지 모를 수 있는데, 조금만 검색해 보면 52년생 홍대 서양미술학과 졸업한 분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작가를 탐구할수록 성인의 인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작품을 팔아 2억원을 모금할 수 있을 정도면, 그림의 가치가 어느 정도되지 않는 이상 힘들겁니다. 외국에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 그렇고.

 

그의 기획작품전을 통한 그림 판매는 항상 억대를 찍었던듯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학교를 짓거나 파산직전의 사업가를 구할 수 없었겠죠. 아마도 박 화백이 그 모든 수익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전업작가였다면 그림을 팔아 수백억을 벌었을 겁니다.

                            

 

불교계에 법정 스님이 있다면 기독교계에는 박영 화백이 단연 돋보입니다. 프랑스에 유학할만큼 그림 실력이 뛰어났지만, 유학생활 중 신을 만나는 체험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 신학 박사학위를 받습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다는 소설가 김승옥. 김 작가는 신을 만나는 체험을 한 후 붓을 꺽었습니다. 그리고는 선교활동에 그의 모든 삶을 바쳤습니다. 김승옥 작가는 신비한 체험을 한 이후 자신의 작품이 신에 비해 말할 수 없이 비루하다고 한 바 있습니다. 더 이상 작품활동을 하지 않아 한국문단에서는 큰 손실을 봤죠.

하지만 박영 화백은 신학 박사로 목회를 했지만 화가의 길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그림을 팔아 선교 후원을 하고 교회를 짓는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낮아지기 위해 해남으로 내려가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면서 영감이 충만할 때, 다시 말해 지독히 고독하여 신의 인도함을 느낄 대 그림을 그린답니다.

불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거기다가 라틴어와 히브리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진짜 우리나라에 몇 안 된다는 라틴어와 히브리어 능통자), 교수를 역임했던 엘리트 중 엘리트가 모든 걸 버리고 신의 영광을 위해 살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젊은날의 우쭐함과 우월함을 반성하면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듯 그렇게 낮아지고자 그렇게...

(그의 아내분(이화대 영문과 출신)도 그의 이런 생활을 응원하고 지원한다니 놀라운 부부입니다.)

아프고 낮은 자들을 위해, 그리고 신의 영광을 위해 죽는날까지 그림를 그리고자 한다는 화백의 인터뷰를 보면서, 고 이태석 신부가 오버랩 되기도 했습니다.

화가의 그림값은 화가의 삶과 밀접한관계가 있죠. 박수근, 이중섭,  손상기 등등. 우리는 압니다. 그들의 그림값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는 걸. 그건 그림에 화가의 드라마틱한 삶이 녹아있기때문이죠.

화가의 특이한 이력 때문인지, 박 화백은 오래 전에 서울 미대 김병종 명예교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 작가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그림의 소재는 항상 어머니와 소가 등장한다는군요. 제가 낙찰 받은 그림을 봐도 박화백의 작품인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크기까지 20호! 정말 가치있는 작품을 너무도 저렴하게 낙찰받아 미안할 정도.

 

아마도 내가 구입한 그림 중 제일 가치있는 그림이었다고 생각하며, 아니 우리나라에서 기라성 같은 화가가 많았지만 그 화가들 중 단연 돋보이고 내게 감탄사를 나오게 했던 화가이며 그런 화가의 그림을 소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이미 대가에 오른 김종학 화백 만큼 작가 아우라를 가진(아니 이미 넘었다고 나는 판단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우리시대의 마지막 성자적 화가라 칭송하고 싶은 분입니다.

이 그림을 소장품 경매로 내 놓으신 분의 사연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작가의 삶과 그의 철학을 아는 분이라면 헐값에 그림을 처분할 마음을 먹지 않았을 거라 사료됩니다.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그림을 잘그리는 분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도구로 사용하는 화가는 정말 손에 꼽습니다. 그런 작가 중에 자신의 모든 사회적 지위와 금전적 가치를 버리고 낮아지고자 자발적 가난이라는 구도자적 길을 가는 화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나누지만, 작가적 이상은 한없이 치열하여 오직 영감이 온몸을 휩쌀때 작품을 시작하고, 작업 후 맘에 들지 않으면 가차없이 폐기한다니 그가 세상에 내 놓은 그림은 모두 그의 온전한 삶의 기록이라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작가가 초야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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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2022-06-13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가격에 훌륭한 작품을 구하게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

yamoo 2022-06-14 07:3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ㅎㅎ 좋은 가격도 아닌 완전 헐값이라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작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뒤에 작가가 꼼꼼히 적은 작품 제목과 시를 보니 박영 화백 진품이 맞더라구요. 어쨌거나 장님 문고리 잡은 격리라 하겠습니다!ㅎㅎ

프레이야 2022-06-1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 화백에 대해 알게 되네요.
잘은 몰라도 그림 참 좋습니다.
좋은 가격에 구입하셔서 기쁘시겠어요 ^^

yamoo 2022-06-14 07:33   좋아요 1 | URL
저도 몰랐습니다. 작품 낙찰 받고 보니, 너무도 대단한 작가더라구요. 쓰고 보니 박영 화백을 알리는 글 같아 더 잘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요~ㅎ
좋은 가격도 아닌 완전 헐값이라 이건 뭐지? 했답니다. 좋은가격이란 200만원 짜리를 한80-90만원 정도로 구입하는 건데...저는 뭐, 걍 거저먹기 정도로 데리고 온 거라서뤼..소장자가 작가를 잘 몰랐거나 자신과 맞지 않는 그림일 가능성이 높았던 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6-13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한동안 이 맛에 사실 것 같습니다.^^

yamoo 2022-06-14 07:37   좋아요 0 | URL
넵~
근데, 페크님의 ‘한 동안 이 맛에 살거 같다‘는 말씀이 딱이네요..ㅎㅎ 나중에 박수근 화백만큼 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길 작가인 듯해서 요즘 실실 쪼게고 다녀요~ㅎㅎ 주식값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저는 좋은 작품들을 요즘 거의 1/10 가격으로 구매하고 있어 계속 기분이 좋습니다요~~ㅎㅎ

scott 2022-06-14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의 그림 컬렉션에 담긴 스토리
가슴 뭉클 따숩!
혼신을 다해 그림 작품에 가치를 알아 보시는
야무님
황금의 눈 ^00^

yamoo 2022-06-14 13:11   좋아요 1 | URL
스코트님, 좋게 봐주셔서 감솨합니다~~~
용기를 내서 제가 소장한 작가분들을 열심히 공부하고 알려볼까 합니다!

희선 2022-06-16 0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영 화백 몰랐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신학도 공부하셨군요 yamoo 님은 그림을 산 다음이지만 이 분이 어떻게 살고 살아가는지 알아서 더 기뻤겠습니다 아프고 낮은 사람을 늘 생각하시고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실 듯하네요 이런 분이 많이 알려지시면 좋을 텐데, 이 분이 어떠신지 아는 사람은 알 것 같기도 해요


희선

yamoo 2022-06-19 09:53   좋아요 1 | URL
정말 그래요. 화가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그림을 소장하고 난 다음에 매우 갚어지는 거 같아요. 누군지 모르지만 그림이 좋아서 구매했는데 작가의 이력 또한 드라마틱하다...이런 확률은 극히 드물어요. 그림만 잘 그리는 화가도 있고, 여러모로 내공있는 작가지만 유독 상복이 없어 무명우로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화가도 있죠. 하지만 자신만의 사상과 철학을 갖고 그림을 그 표현 도구로 활용하는 작가는 정말 드물어요. 그런 사람들은 이미 유명해 졌거나 유명세를 타고 있죠. 박영 화백처럼 철저히 낮아지고자...신의 뜻을 펼치고자 추억과 이상을 조화시켜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림 한 점 팔면 소품이라도 수백만원을 받을 수 있음이 증명됐는데도 그 모든 속세를 버리고 순수함의 원형을 탐구하고자 하는 화가가 얼마나 될까요??

그레이스 2022-07-2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영 화백 기억하겠습니다.

yamoo 2022-07-28 08:10   좋아요 1 | URL
네, 고맙습니다! 거의 알려지지 않아 무명 쪽에 가깝습니다. 좋은 일 많이 하시고, 자신의 사상을 그림으로 표현하시는 작가적 열정이 매우 충만한 분인데 미술계에서 조명하지 않아 많이 아쉬운 감이 있어 제가 몇 자 적어본 것이에요.
 

요즘 미술품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작년부터 시작된 이 조짐은 비트코인으로 된서리를 맞은 MZ세대들이 찾은 마지막 투자의 보루처럼 느껴진다. 2021년 미술품 투자액이 9000억을 돌파해 사상최대였다는 기사는 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미술품이 정말 투자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세뇌적 환상이다. 옥션에서 이우환 그림이 30억을 넘었다는 둥, 박서보의 묘법이 15억을 넘었다는 둥 등등. 이런 미술 시장의 화젯거리 뉴스는 투자만 잘하면 미술품도 얼마든지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하다.

 

아니, 사실이긴하다. 자신이 몇 십억을 투자할 여력이 있어,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천경자 등과 같은 우리나라 대표 화가의 대표작 한 점 정도를 살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하여 돈을 벌 수 있다.

 

헌데 일반적으로 막 미술에 막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사람들이 몇 십억짜리 그림을 산다?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반 샐러리맨들이 지갑을 열어 미술품을 살 수 있는 여력은 200만~300만원이 한계이다. (사실 이도 매우 높은 금액이다.)

 

미술 투자와 미술 시장을 알려주는 몇 권의 책을 읽어봐도 초보 미술 투자를 5백 미만에 시작하라고 알려준다. 자신의 연봉의 10퍼센트가 적정선이라고. 아래는 내가 읽었던 미술시장 관련 책들인데, 이들 책에서 공통으로 추천해 주고 있는 초보의 그림투자법이다.

 

 

 

 

 

 

그래, 좋다. 이우환, 천경자 급은 아니더라도(이중섭과 박수근은 우리의 시야 밖이다) 모두의 검증을 어느 정도 끝마친 중견 화가의 그림 정도는 괜찮겠지. 개인전과 초대전을 합해서 20회 이상 하고, 미술대전과 같은 공모전에서 몇 번 입선을 한 화가의 그림 정도면 적당할 듯싶다. 예산은 200만원. 그럼, 이런 그림은 어디서 구매해야할까?

 

일단 초보자가 그림을 구매하려고 하면 매우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다. 어디서 사야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갤러리(화랑)인데, 이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미술에 대해, 그리고 그림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기 때문에 무슨 그림을 사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도 넘어야 할 장애물은 더 있다. 위화감을 느끼는(어떤 게 좋은 그림인지 알 수 없기에) 그림들 앞에서 관련자를 찾아 이 그림이 얼마냐고 물을 수 있는 배짱 좋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격을 물어야 그림을 살 수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림을 사는데 위화감이 없고 그림 값을 묻는 데 스스럼 없는 곳이 있긴하다. 바로 아트페어란 곳인데, 일종의 그림 장터와 같은 곳이다. 이곳은 그림을 사고 팔기 위한 거대한 시장이다. 쉽게 말해 미술품 마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에서는 그림 구매가 쉽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그림은 경쟁이 붙어 쉽게 구매할 수가 없다. 지난 3월 열린 화랑미술제에는 수십만 인파가 몰려 단 3일만에 주요 작가들의 좋은 그림은 매진이 됐다고 한다.

 

아트페어가 그림 구하기는 쉽지만, 장터이기 때문에 시간적 한계가 있다. 상설 장터가 아니라 부정기적 장터이기에. 보통 길어봐야 1주일 행사인데, 이 기간을 놓치면 땡이다. 물론 대한민국 내에서 연중 아트페어가 대도시 위주로 열리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림을 사기 위해 그런 곳의 정보를 찾아 차를 타고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장애물은 더 있다. 매우 중요한 사실인데, 전시 첫날 오프닝 때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는 거다. 입장해서 빠르게 맘에 드는 그림을 골라야하는데, 이건 거의 전쟁이나 다름 없다. 좋은 그림들은 첫날 모두 매진된다. 바쁜 직장인들이 이런 수고를 들인다? 확률적으로 적다.

 

하! 또다시 원점이다. 어디서 구매해야 좀 더 쉽고 발품을 덜 들일 수 있을까? 옥션이다. 온오프라인 경매회사의 경매에 참여하여 낙찰을 받으면 의외로 중견 작가들의 작품들을 200-300백 만원 대에 낙찰받을 수 있다. 오프 라인 경매의 난도가 높다면 온라인 경매에 참여하면 된다.

 

옥션 회사들은 여럿 있지만 대표적인 곳이 서울옥션과 K옥션이다. 중저가 작품을 위주로하는 온라인 경매가 성황이니 여기 가입하여 미술품을 낙찰받으면 된다. 가입도 쉽고, 경매 참가도 쉽다. 개중에는 작가에게 직접 연락하여 작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는 작가를 만날 수 있고 작가의 연락처도 알 수 있다.

 

자, 이제 답을 알았다. 미술품을 구매하려면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회사, 작가 등을 통해 구매하면 된다. 여기에 개인딜러에게 구매를 하는 방법(헌데 이는 초보자에겐 무리)도 추가할 수 있다. 일단 구매하는 곳은 알았는데, 그럼 예산 2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작품은 어떤 게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호당가격제라는 벽을 넘어야한다. 아주 이상한 가격상정 체계인데, 우리나라에서만 맹위를 떨치는 계산법이다.

 

그냥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겠다. 우리나라 그림가격은 호당 가격으로 책정된다. 1호는 약간 큰 엽서 크기이다. A4용지를 반으로 접은 크기의 정도다. 0호에서부터 100호 이상까지 나열할 수 있는데, 100호가 1호의 100배가 아니라는 점이다. 1호는 22.7센티x15.8센티 이고, 100호는 162.2센티 x 130.3센티 정도의 크기다. 대학을 막 졸업한 미대생의 그림은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전이기에 호당 5만원 이만으로 책정된다. 보통 2-3만원 정도된다. 위에서 말한 중견 작가(경력20년 이상) 정도 되면 호당 20만원 정도 된다.

 

가장 많이 팔리는 사이즈는 10호에서 30호 정도의 크기인데 미대 졸업하고 막 전시회 몇 번 한 신진작가의 작품은 10호에 30만원 정도 한다. 중견작가는 200만원이다. 단순하게 호와 가격을 곱하면 얼추 가격이 나온다. 이게 대략의 그림 가격이다. 근데, 위에서 언급한 갤러리와 아트페어에 가서 붙어 있는 그림가격을 보라. 대개가 200만원 이상이다. 더군다나 10호 사이즈 크기는 별로 없고 거의가 30호 이상이다. 200만원으로 중견작가 10호 그림을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 산다? 어림도 없다. 공모전 입선까지 하면 가격은 호당 30만원으로 뛴다. 개인전과 초대전 합해 10회도 안 된 신진작가가 공모전에서 입상이라도 하면 호당 10만원은 가뿐히 넘는다.

 

참고로, 삼성이 택한 최승윤 작가는 호당 13~15만원 정도 하는데, 사이즈가 최소 50호 이상이어서 그림 한 점당 500만원이 가뿐히 넘는다. 거대 자본 삼성이 밀어주기에 개인전과 초대전이 일천해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다. 요즘 잘나간다는 팝아트 작가들은 옥션에서 없어서 못팔 정도. 이동기와 우국원 작가의 작품들이 옥션에서 얼마에 낙찰되는지 보면 참으로 한국 미술 시장의 가격이 거품이 많다는 걸 실감한다.

 

어쨌거나, 다시 돌아와서 예산 200만원은 제대로 된 그림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가격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없는 예산을 올려 500만원에 잘 나가는 신진작가 작품을 사면 되느냐? 그러면 안 된다. 그림을 살 수 있는 곳이 3곳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절대 이런 곳에서 그림을 구매하면 안 된다.

 

왜냐고? 간단하다. 구매한 그림을 되팔 수 없기 때문이다. 500만원을 주고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 그림을 구입했다고 치자. 1년 잘 감상하고 작가가 유명세를 타니, 그림을 팔아 시세차익을 볼려고 아트페어나 갤러리에 되팔고 싶다고 해봐라. 우스운 사람 취급한다. 절대 그곳에서 판 그림을 재구매 해 주지 않는다.

 

갤러리에서는 판 가격의 20퍼센트 미만으로 재구매 해 주기도 한다. 500만원에 산 그림을 50만원도 안 산다는 말이다. 미술품 투자라는 말이 허무 맹랑한 소리임을 이때에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 투자의 대상이 되는 그림은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한 그림에 한 해서 통용되는 말이다.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 구매한 그림들은 절대 되팔 수 없다.

 

여러 미술품 투자 카페에서 애호가들이 천 만원 주고 산 그림을 팔지 못해서 발을 동동구르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심지어 아프페어에서 500만원에 산 그림을 어느 갤러리에 10만원을 주고 팔았는데, 이 갤러리가 운영하는 옥션에서 이 그림을 300만원에 낙찰하여 파는 것을 보고 한 애호가는 절망어린 토로를 했다. 이런 글 부지기수다.

 

아트페어나 갤러리 그리고 옥션의 미술품 가격들은 매우 뻥튀기 되어 있다. 갤러리는 작가 홍보와 전시대관과 각종 비용 때문에 마진을 100% 붙인다. 갤러리에서 500에 팔리면 250은 갤러리 몫이다.

 

아트페어 또한 부스를 돈을 들여 사야하고 작가들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그림 당 50% 정도의 마진을 붙인다. 원래 100만원 정도 하는 그림인데 백화점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있기에, 500만원에 팔리고 있고, 유명 아트페어에서 판매해야 하기에 300만원에 책정하고..이런 식이다. 이걸 옥션에서 사면 100~200만원 사이에 낙찰 받는다.

 

200만원 정도의 예산이면 사실 큰 돈이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를 잘 찾아보면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 500-600만원 정도 하는 그림을 1/5가격 심지어는 1/10가격에도 구매할 수 있다. 모두 검증이 끝난 화가들이다. 20년 이상 작가활동을 하면서 개인전과 단체전 합해 100여회 이상은 물론이고 국전 최우수상, 심사위원, 교수 및 원로 화가의 좋은 그림들을 30~100만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직접 작가가 보증하고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어 위작을 방지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런 곳에서 구매하면 덤탱이를 쓰지 않고 제대로 된 '미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산 제품을 회원들의 시장가격에 되팔 수도 있다!

 

명심하자. 아트페어, 갤러리, 작가 등에서 절대 그림을 구매하면 안 된다. 되팔 수 없고 환금성이 절대 보장되지 않는다. 그림은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그림은 세월이 흐르면 값이 오르게 돼 있다. 그때 되팔 수 있는 그림, 되팔 수 있는 곳이 있어야 진짜 미술품 투자다. 거대 자본에 절대 휘둘리지 말자!

 

 

덧말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림 구매 초보자를 위해 개략적으로만 스케치한 글입니다. 여전히 봐야 할 그림은 많지만 쌩초보였던 때 내가 느꼈던 그림 구매의 막막함이 있었기에, 그림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라고 쓴 페이퍼입니다. 그림 구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하나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그림으로 투자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시라구요. 그냥 좋은 그림을 소장하고 평생 보고 즐긴다고 생각하시고 '작품'을 저렴하게 구매하시면, 세월이 흘러 그 작품은 돈이 돼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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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5-19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정보입니당~~~
이 글을 읽으니 조영남 가수가 재판 받았던 사건이 생각납니다. 티브이 나와서 그러더군요. 그림이 말썽이 되지 그동안 사 갔던 고객들의 환불 요청이 많았다고요. 그런데 그림이 팔릴 때마다 갤러리가 50프로 가져갔는데 환불할 땐 갤러리를 제외하고 혼자서 환불해 줘서 자기 손해가 컸다고요.ㅋㅋ
저 같으면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좋은 그림을 사 두고 감상하면서 오래 보관해 두겠습니다. 값이 오를 때까지요.^^

yamoo 2022-05-20 07:56   좋아요 2 | URL
20~30년을 내다보고 그림을 사 두며 감상하는 것이 가장 추천할만하고 애호가로서 정말 모범적인 컬렉터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요즘은 미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해져서 갤러리에 가도 직원들이 서슴없이 이 그림 지금 사 두면 돈 된다고 마구 부추깁니다. 1-2년 내지 길게는 5년 내에 분명히 뜰거라는 사탕발림을 마구 날리죠. 젊은 작가들 홍보를 그렇게 하더군요. 요즘 갤러리들은..

전 제가 좋은 그림들을 오래 소장할 요량으로 아주 저렴하게 구입합니다. 최소 국전 입상자나 국전 심사위원 또는 미대 학장 정도 한 이력의 화가 작품들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하지요. 몇 십만원에요. 갤러리 그림들과 비교하면 정말 환상적인 일입니다..^^

scott 2022-05-19 2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정 금액을 내면 짧게는 육개월에서 1년 정도 그림 구독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소유 하지 않고 렌트해서 내집 내방 그리고 사무실에 미술 작품을 주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ㅎㅎ

그림 구매도 쉽지 않지만 (액수의 문제 ㅠ.ㅠ)
구매한 그림 팔기도(적당한 가격에 손해 보지 않고) 쉽지 않는,,


yamoo 2022-05-20 08:05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스코트님! 반갑습니다~^^

저도 그림 대여 서비스 알고 있어요. 근데, 그 금액이면 원화를 소장하는 게 더 이득이에요. 외국 대가들 정도의 화력을 갖춘 국내 중견작가들이 꽤 많이 있더라구요. 아직 세계적으로 안 알려져서 그렇지 대단한 화풍을 자랑하는 화가들이 있습니다. 그런 작품들은 현재 10호 사이즈를 200~3백 만원 정도로 구매할 수 있어요. 보면 기가 찰 정도입니다. 그 보다 약간 못 미치는 작가들의 원화는 몇 십뭔원 정도에 평생 소장이 가능해요. (구매한 가격에 다시 재경매로 내놓을 수도 있어요!)

저도 첨엔 스코트 님처럼 그림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냈었는데, 찾아보니 애호가들 만의 그림 구매 루트가 있었더라구요.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는 작은 사이즈 최소 가격이 150부터(신진 작가 10호 사이즈) 인데, 이걸 평생 소장한다고 가격이 오를 것 같지도 않고 평생 소장할 정도의 가치도 없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럴 바에야 저도 그림 렌트가 훨씬 낫죠. 하지만 렌트는 렌트일 뿐...내 소장이 아니라 많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죠. 대여해 놓고 보다 보면 더 좋은 그림에 눈이 가고 그럼 더 높은 대여료를 내야하고...그래서 전 걍 원화를 사기로 하고 팔품과 책품을 판 것이죠..^^

희선 2022-05-20 0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좋아해서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림 투자를 하려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그것도 잘 알고 해야지 모르고 하면 그림을 다시 팔기 어렵겠네요 실제 그림값보다 더 비싼 값으로 팔고 다시 살 때는 그것보다 싸게 사다니... 그런 데서는 한번 판 거 다시 사는 일 아주 적겠습니다

그림 사는 데 관심 있는 분은 yamoo 님이 쓰신 글 보면 도움 되겠네요


희선

yamoo 2022-05-20 08:14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희선님! 오랜만입니다요~~ㅎ

보통 책이나 언론에서 말하는 그림 투자라는 건....말 그대로 아주 유명하고 비싼 그림을 말하는 겁니다. 유명하지 않는 화가는 되팔 수 없는 구조가 우리나라 미술시장이더라구요. 이동업, 장용길, 차일만, 하판덕, 김순겸, 강창열, 차일만, 한희원 같은 작가들은 그림에 조금 관심 있는 사람들도 전혀 모릅니다. 그러니 되팔 수 없고, 좋은 그림을 소장만 하고 있는 형편이었는데, 한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이들 그림을 온라인으로 경매에 붙여 팔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습니다. 십년 전에 70만원에 구입한 이동업 작가의 그림은 현재 150만원 선에서 이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어요. 앞으로 10년 안에 제가 위에서 열거한 작가들은 옥션에서 거래되는 걸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뭐, 제가 많은 얘기를 하긴 했지만 그림에 대한 투자는 분명히 있어요. 그건 책과 언론에서 떠드는 그런 얘기는 아니구요. 현재 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그림을 저렴하게 사는 거에요. 200만원에 사도 2년 있으면 300만원이 되거든요. 그때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것. 이게 바로 그림이 투자의 대상이 되는 본질이지 않을가 합니다. 아트페어나 갤러리에서 1천만원 주고 산 그림은 절대 되팔 수 없다는 전언을 생생히 듣고 내린 결론입니다. 발품팔고 책품팔아 얻은 결론..ㅎㅎㅎ

transient-guest 2022-05-20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장도 그야말로 복마전이 따로 없네요. 일단 옥션이 좋은 시작 같은데 앞서 글에서 말씀하신 ‘공부‘가 ‘심미안‘은 좀 나중에 따라올지 모르겠지만, 그 공부, 혹은 작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가 뒷받침 되어야 할 것 같고, 일단 욕심을 좀 내려놓아야 하겠습니다. 투자로 접근하지는 않고 너무 부담이 없는 가격에서 자신의 예산에 맞춰 눈에 잘 들어오는 그림을 언젠가 하니씩 사보겠습니다. ‘투자‘에 중점을 맞추기엔 예산도 그렇고 뭐랄까 재미가 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프린트나 복제가 아닌 원화일 것, 그리고 뻥튀기된 가격이 아닐 것, 제 예산에서 넘어가지 않을 것 (물론 기본적인 수준의 예산을 잡았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제 눈에 편할 것 이렇게 네 가지를 기준으로 잡으면 어떨까 싶네요.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yamoo 2022-05-20 14:27   좋아요 1 | URL
네...그 정도 기준이면 충분할 거 같아요. 단지 뜰만한 작가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작가를 고르면 됩니다. 위 댓글에 나열한 작가들과 신범승 화백 작품 중 마음에 드는 걸 고르시면 됩니다 2~3년 후에 반드시 오를 만한 작품이기에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