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올 한 해는 내게 있어 정말 역사적인 해였다.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결심을 한 후 어쩌다 보니 화가가 됐다. 물론 초짜이고 아직도 정말 갈 길이 멀지만 그 한 걸음을 내 디딜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중요했다. 내 생애에 있어 터닝포인트 이자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알리는 한 해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더욱이 올 한 해 신기록을 썼는데, 경매에서 낙찰 받은 그림이 20점을 돌파했다는 점! 50호에서부터 10호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그림들을 낙찰받았다. 개중에는 북한의 인민예술가 작품도 있었고, 걸출한 그림이지만 작자가 미상이라 저렴하게 낙찰 받은 횡재한 작품들도 있었다.
책은 많이 사도 그리 돈이 많이 나가는 느낌이 안 드는데, 그림은 몇 점만 사도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래도 그림 한 점 당 갤러리에서 사는 가격의 1/10도 안되는 가격에 데려올 수 있어 나름 뿌듯함을 느낀다. 걸어 놓고 감상하다 보면 잘 샀다는 느낌이 볼 때마다 드니 구매 아이템들 중 최고였지 않나 하는 생각을 덤으로 하게 된다.
어쨌거나 여기에 사는 족족 소개한다고 해 놓고 여러 점을 귀찮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소개할 그림들이 너무 많아졌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내 그림과 더불어 컬렉션한 그림도 얼른얼른 업데이트 해 보겠다. 물론 마음에 드는 그림 순대로 포스팅하기 때문에 구매 시차는 바뀌겠지만.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방춘기 화백의 ‘풍경’이다. 15F(64.5cm×63cm) 사이즈의 유화 그림인데, 보는 순간 이걸 낙찰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했다.
아마도 올 9월 경이었을 거다. 입찰을 하고 마감 시간이 가까올수록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다. 나는 3번까지 응찰할 계획이었다. 3번이면 시작가의 2배인데, 그 정도까지 감수할 요량이었다.
헌데 어찌 된 일인지 추가 입찰 없이 마감됐다! 이걸 아마도 갤러리에서 구입했다면 400만원은 가뿐히 넘겼을 거다. 하지만 시작가는 1/10도 안됐다. 1주 후에 그림을 받았는데, 실물은 이미지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멋졌다. 올 해 건진 그림 중 최고의 그림 탑3에 들어갈 정도.
좋은 그림인데 시작가가 낮았던 이유는 아마도 작가 방춘기의 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이었을 듯하다. 이런 작가들은 부지기수로 많은데 공부를 하고 이력을 찾으면 가격은 원래의 가격을 회복한다.
작가 미상 이라든가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사 모으는 매력은 여기에 있다. 경매 시장에 나오는 이들 그림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시작가로 상정된다. (정말 싸다!)
시작가로 낙찰 받으면 그것 자체로 장땡이다. 어디 가서 원화 20호 짜리를 100만원 미만에 데려올 수 있는 곳은 정말 드물기 때문. 아무리 알려지지 않은 화가라 할지라도 그 그림이 자신의 눈에 좋은 그림이고 타인들도 좋아하는 그림이라면 다른 어떤 장식품보다 뛰어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원화가 워낙 비싸다 보니 경매에서 알려지지 않은 화가나 작자미상의 저렴한 작품들을 저렴하게 낙찰 받는 자체가 돈 버는 거다. 환금할 수 없는 그림이라도 집 꾸미기 최고의 아이템이기에 돈 버는 거라 말할 수 있겠다.
요즘 집꾸미기 사이트 등에서 원화를 팔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중국화가들의 프린팅 그림도 있지만 우리나라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무명으로 작업하는 무수한 화가들이 있다. 이들 화가들과 계약하여 이들의 그림을 원화로 파는 사이트가 몇 곳 된다. 이곳의 그림 가격을 보면 대충 10호 기준 30~100만원 정도 한다. 물론 작가 경력 중 미전에 입상한 작가는 없다시피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원화들은 꾸준히 팔리고 있는 듯하다. 사무실이나 병원 또는 레스토랑 등에서 수요가 있다고. 그렇기에 원화는 인테리어용으로 그만이다. 앞으로는 원화시장이 조금씩 확장될 거라 하니 원화 수요는 없어지지는 않겠지.
어쨌거나 원화 걸어 놓고 감상하는 재미는 책 읽고 느끼는 재미만큼은 된다고 본다. 물론 내 생각이다. 그러니 이런 짓을 계속 하것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