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시에르의 <이미지의 운명>(현실문화, 2014) 제1장을 읽다가 심한 빡침을 감내해야 했다. 이걸 읽으라고 번역해서 내놓은 건지. 비문이 많아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보이기도 한다. 2,3장은 감내하면 읽을 만 하다. 하지만 1장. 이 1장이 문제다.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은 장인데 어떻게 이렇게 번역했을까?

 

일단 번역한 내용 중에서 두 페이지 정도를 옮겨 본다. 이걸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철학과 미학에 정통한 교수급이겠지. 대체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3번 정도 정독하면 얼추 알 수 있지만 줄친 부분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똑같은 변증법이 변성적 이미지들을 특징짓는다. 이런 변성적 이미지들이 식별 불가능성이라는 공리에 의지한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 이미지들은 실현매체를 바꿈으로써, 이것들을 다른 시각 장치 안에 놓음으로써. 다른 식으로 강조하거나 말함으로써 오로지 이미저리들의 형상들의 자리를 바꾸러고 피할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음과 같은 물음이 제기된다. 예술의 이미지가 사회적 이미저리의 형태에 대해 특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차이로서 산출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세르주 다네가 마지막 텍스트들에서 미망에서 깨어난 고찰에 영감을 불어넣었던 것이 바로 이 물음이었다. 이미지의 흔하디 흔한 유통을 혼란에 빠드린다고들 주장하는 모든 형태의 비평.놀이.아이러니는 바로 이런 유통 자체에 의해 첨가된 것이 아닐까? 비판적인 모던 영화는 이야기 전개와 의미의 연결을 중지시킴으로써 미디어 이미지와 광고 이미지의 흐름을 중단시키라고 주장 했다. 프랑수아 트뤼포 Frmcoi Trulaut의 <400번의 구타Les Quasrc cens coups)(1959)의 마지막에 나오는 정지화면은 이런 중지의 전형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렇게 이미지에 찍힌 상표는 최종적으로 브랜드 이미지의 대의에 봉사한다. 컷과 유머에 기초한 절차들은 그 자체로 광고의 상투적 요소가 된다. 즉, 광고가 자신의 아이콘에 대한 숭배를 낳는 동시에, 이런 숭배를 조롱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에 의해 이런 아이콘에 대한 호의적인 태도를 품게하는 수단이 된 것이다." 분명 이 논의는 결정적 유효성을 갖고 있지 않다. 결정할 수 없는 것은 정의상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다. (56쪽)

 

예술의 이미지가 사회적 이미저리의 형태에 대해 특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차이로서 산출되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전형적인 비문(非文)이다. 도대체 뭘 의미하는 문장인지 모르겠다. ‘이미저리’에 대한 정의도 없이 이미지와 이미저리에 대한 걸 논하고 있다. 입문자가 보기엔 이미저리가 뭘 뜻하는지 모른다. ‘특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차이로서 산출되는 것’이라니, 비문을 떠나 원문을 보고 싶게 하는 번역문이다.

 

이미지의 흔하디 흔한 유통을 혼란에 빠드린다고들 주장하는 모든 형태의 비평.놀이.아이러니는 바로 이런 유통 자체에 의해 첨가된 것이 아닐까?

 

모든 형태의 비평, 놀이, 아이러니가 흔한 유통을 혼란에 빠뜨리는 주체들이다. 근데 이런 비평, 놀이, 아이러니가 ‘이런 유통’(?) 자체에 의해 첨가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유통’은 뭐고 첨가된 것은 무엇인가? 이후 기술되는 건 이 문장에 대한 예시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모호한 내용이다. 원문을 보고 싶은 번역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 반대 논리가 지닌 자원을 신중하게 빌려아만 한다. 즉, 애매한 몽타주가 비판 적이거나 유화적 시선의 자유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직시적(명시적인) 대면의 논리를 따라 마주침을 조직해야만 한다. 또한 광고 이미지, 디스코 사운드나 일련의 텔레비전 영상에 커뮤니케이 션의 흐름을 가로막는 작품의 아우라를 부여하는, 커튼 뒤의 약간 어두운 작은 공간 속에 고립된 미술관 공간에서 이것들(광고 이미지, 디스코 사운드나 일련의 텔레비전 영상)을 재-현prscmter 시켜야만 한다. 그렇지만 그 효과가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작은 공간의 출입구에 작은 마분지를 붙이고, 관람자들에게 그들이 들어가려는 공간에서 보통은 그들을 매료시키는 미디어 메시지의 흐름을 지각하고 그에 대해 거리를 두는 법을 새로 배울 것이라는 점을 종종 명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장치의 효력에 부여된 이 터무니없는 힘은 그 자체로 미디어 이미지에 아무 저항 없이 잠겨드는, 스펙터클 사회의 가련한 얼간이라는 다소 단순하기 그지없는 시각에 부합한다. 이미지의 유통을 그다지 거창하지 않게 변경하는 중단, 표류, 재배치에는 성역이 없다. 그것들은 어디서나, 아무때나 생겨난다.

하지만 이미지들의 동시대적 변증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이 직시적 이미지의 변성(변신)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58쪽)

 

직시적(명시적인) 대면의 논리를 따라 마주침을 조직해야만 한다.

 

마주침을 조직해야한다? 한국어 문법 구조에 이런 조어법이 있을까?

 


광고 이미지, 디스코 사운드나 일련의 텔레비전 영상에 커뮤니케이션의 흐름을 가로막는 작품의 아우라를 부여하는, 커튼 뒤의 약간 어두운 작은 공간 속에 고립된 미술관 공간에서 이것들(광고 이미지, 디스코 사운드나 일련의 텔레비전 영상)을 재-현prscmter 시켜야만 한다.


프랑스나 독일 철학 번역본에서 가장 많이 보는 유형의 문장이다. 직역을 했는데, 한국어 문법을 무시한 문장의 나열이다. 번역이 아닌 해석 작업이다.

 


왜냐하면 작은 공간의 출입구에 작은 마분지를 붙이고, 관람자들에게 그들이 들어가려는 공간에서 보통은 그들을 매료시키는 미디어 메시지의 흐름을 지각하고 그에 대해 거리를 두는 법을 새로 배울 것이라는 점을 종종 명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걸 번역이라고 했는지. 학부생의 원서 해석 과제와 대동소이한 문장이다. 번역자들은 왜 한국어 문법 공부를 하지 않는지 정말 의문이다.

 

이 번역본은 전체적으로 매우 난해한 문장들로 점철되어 있다. 1장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위와 같은 문장들로 채워져 있어, 읽기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다. 비문은 아니더라도, '이런 번역본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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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26-11-04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다 보니 정말 많이 빡치네요. ㅋㅋㅋㅋ 이걸 만연체라고 해야 되나.. 만연체도 아닌 것 같고, 죄다 꼬여서 무엇이 주어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yamoo 2026-11-05 15:34   좋아요 0 | URL
아주 고약한 번역입니다. 비문이 아닌 문장도 아주 이해하게 어려운 문장을 써놔서 빡칩니다. 중간까지 읽다가 던져버렸네요..
 

2026 아트코리아 국제미술대전 수상작가 5인展, 장은선갤러리서 개최

김선자·김영은·유진희·이순우·이승배 참여-사진과 회화로 펼치는 다섯 개의 시선

김선자-아제르바이잔-플레임타워-사진 장은선갤러리 제공

 

김영은 작가는 도시의 밤과 불빛을 자신만의 감각적인 색채로 풀어낸다. 2026 제5회 아트코리아 국제미술대전에서 아트코리아 우수상을 수상한 그는 낮에는 차갑고 반복적인 구조물처럼 보이는 도시가 밤이 되면 수많은 불빛을 통해 사람들의 꿈과 기억, 소망을 품은 공간으로 변화한다고 바라본다.

김영은의 작품에서 창문과 건물 사이로 번지는 빛은 단순한 야경의 아름다움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하루를 살아낸 사람들의 희망과 기다림, 아직 포기하지 않은 꿈이 담긴다. 익숙한 도시 풍경을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꿈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그의 회화가 가진 특징이다.

김영은, 초여름 밤 도시는 속삭인다, Mixed media, 90.9 × 60.6 cm, 2026-사진 장은선갤러리 제공

 

유진희 작가는 제주 깊은 숲속에서 반딧불이가 만들어내는 빛의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어두운 숲을 가로지르는 작은 빛들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존재를 드러내며, 인간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미세한 자연의 움직임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유진희의 사진은 단순히 반딧불이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작은 생명체와 이를 품고 있는 숲의 관계를 통해 제주 자연환경의 생명력과 보존의 의미를 함께 환기한다.

유진희, 숲속 반디, 60 × 41 cm, 2025, Ed.-사진 장은선갤러리 제공

 

이순우 작가는 제주 바다와 현무암을 오랫동안 사진에 담아오면서, 최근에는 제주 현무암의 돌가루를 흑백사진 위에 직접 입히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사진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2026 아트코리아 국제미술대전 사진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이번 초대전에서는 ‘Memory of stone’을 중심으로 제주 대지에 축적된 시간과 물질의 기억을 보여준다.

사진 위에 실제 제주 현무암의 물성을 더하는 이순우의 작업은 사진이 한순간의 장면을 기록하는 매체라는 기존의 개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빛으로 기록한 이미지와 실제 땅에서 나온 돌가루가 하나의 화면에서 만나면서 사진과 회화, 오브제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낸다.

이순우, 황우치-사진 장은선갤러리 제공

 

이승배 작가는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이미지들을 반투명한 색면과 콜라주로 중첩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층위를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하나의 이미지 위에 또 다른 기억과 색, 흔적이 겹쳐지면서 화면은 단일한 장면이 아니라 여러 시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그의 작업에서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니다. 기억은 현재의 시선 속에서 다시 불려 나오고, 서로 다른 이미지와 색면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중첩은 인간의 기억이 하나의 선명한 장면으로 남기보다 끊임없이 덧붙여지고 변형되는 과정이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승배_구조의 확장3_캔버스에 아크릴, 116.8×91cm-사진 장은선갤러리 제공

 

이번 전시는 사진과 회화를 사용하는 다섯 작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과 ‘기억’, ‘빛’과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김선자가 세계의 풍경 속에서 사색의 시간을 발견하고, 김영은이 도시의 빛에서 인간의 꿈을 바라본다면, 유진희는 제주 숲의 반딧불이를 통해 생명의 빛을 기록한다.

이순우는 제주 현무암이라는 실제 물질을 사진에 결합해 대지의 시간을 화면 안으로 불러들이고, 이승배는 여러 이미지와 색면을 겹쳐 보이지 않는 기억의 층을 드러낸다.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작업하지만 다섯 작가 모두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감정, 기억을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다시 해석한다.

특히 이번 장은선갤러리 초대전은 ‘수상 이후’를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모전은 작가의 작업을 평가하고 발견하는 출발점이지만, 예술가에게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자신의 작업을 어떻게 지속하고 발전시키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아트코리아 국제미술대전 역시 수상자 발표에 그치지 않고 주요 수상작가들에게 전시와 홍보의 기회를 제공하며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영은과 이순우의 경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장은선갤러리 초대전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실도 아트코리아방송의 기존 보도를 통해 확인된다.

사진은 순간을 붙잡고, 회화는 색과 물질을 통해 시간을 쌓아간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두 매체의 경계는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사진은 돌가루와 만나 물질성을 얻고, 회화는 콜라주와 중첩을 통해 기억의 기록이 되며, 자연과 도시의 빛은 각 작가의 시선을 거쳐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태어난다.

‘2026 아트코리아 국제미술대전 수상작가 5인展’은 다섯 작가에게는 수상 이후 새로운 창작으로 나아가는 자리이며, 관람객에게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이 세계를 얼마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시다.

그린란드의 얼음과 조지아의 풍경, 밤의 도시를 밝히는 불빛, 제주 숲의 반딧불이와 현무암, 기억 속에 겹쳐진 이미지까지. 서로 다른 장소와 매체에서 출발한 다섯 작가의 작업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바라볼 것인가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전시명: ‘2026 아트코리아 국제미술대전 수상작가 5인展’
참여작가: 김선자, 김영은, 유진희, 이순우, 이승배
전시기간: 2026년 11월 4일~11월 12일
장소: 장은선갤러리
연계: 2026 제5회 아트코리아 국제미술대전 수상작가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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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템포럴 <구조의 시간> 전경


천정 층고가 아주 높아 전시에 그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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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ucture of Time', 시간과 경험의 흔적을 구조로 읽어내다

[아트코리아방송 = 최윤영 기자] 제5회 아트코리아국제미술대전 수상전이 2026년 8월 19일부터 8월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2층과 3층 전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우수상을 수상한 이승배 작가와 8월 19일 오후 전시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승배 작가는 이번 미술대전에 'Structure of Time'을 출품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작가가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구조 중심 연작 가운데 하나로, 화면 속에 두드러지는 구조를 통해 시간의 축적과 기억의 질서를 탐구한 작업이다.


우수상 이승배 작가 인터뷰-제5회 아트코리아국제미술대전-사진촬영 최윤영 기자

이 작가는 “이번 작품은 구조 중심의 연작 중 하나”라며 “화면 속 구조는 단순한 조형적 구성을 넘어, 축적된 시간의 기억이 만들어낸 일종의 질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상의 사물, 인쇄물, 기록 등 시간의 흔적을 품은 요소들에 주목했고, 그것들이 서로 충돌하고 중첩되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질서를 화면에 담고자 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시간의 경험, 시간과 경험이 남긴 흔적을 구조로 읽어내는 회화”라고 말했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를 배열하는 작업이 아니라,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흔적, 사물의 물성과 시간의 층위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이번 작품에서 이승배 작가가 특별히 고민한 지점은 서로 다른 이미지와 물성을 하나의 화면 안에서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였다. 그는 단순한 콜라주에 머무르지 않고, 중첩과 덮음의 과정을 통해 각각의 요소가 지닌 시간성을 살리고자 했다.

특히 작품에는 X 형태의 커다란 구조적 틀이 중심을 이루고, 그 안에 다양한 색과 물성이 배치되어 있다. 작가는 이전의 흔적을 어디까지 보여주고, 어디까지 감출 것인가를 깊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에게 재료와 기법은 화면을 장식하는 수단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과 구조를 드러내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이번 수상에 대해 이승배 작가는 놀라움과 기쁨을 전했다. 그는 앞서 아트코리아국제미술대전에 출품해 특선을 수상한 경험이 있으며, 올해는 새롭게 전개하고 있는 구조 중심 작업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 다시 출품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전에는 '아비투스' 연작 중 하나로 특선을 받았고, 올해는 그것과 다른 구조적인 면이 두드러지는 작품으로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다”며 “의외로 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놀랍고 기뻤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승배 작가의 작업 세계는 개인의 기억과 사회적 시간의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이미지와 사물, 기록들은 개인적 경험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흔적을 담고 있는 단면이라고 본다. 개인과 사회는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 사람의 감각과 기억 속에 축적된다.

작가는 “개인의 기억 속 이미지와 사물은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흔적이기도 하다”며 “개인과 사회는 부지불식간에 떨어질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유는 그의 화면에서 중첩된 이미지, 감춰진 흔적, 드러나는 구조로 구체화된다.

그가 언급한 ‘아비투스’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특이한 경험은 사회와 무관하게 존재하지 않고, 사회적 조건과 시대의 분위기는 개인 안에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이승배 작가는 이 관계를 회화의 구조 안에서 드러내며, 관람객이 작품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시간의 흔적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이승배 작가는 시간과 구조에 대한 탐구를 더욱 심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예정된 개인전 '구조의 시간'을 통해 시간의 구조와 시간의 층위를 관객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큰 작품에서는 구조의 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작은 작품에서는 매체 실험을 병행하며 작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 작가는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관객 누구나 자신의 특정한 경험이나 기억을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회화는 작가 개인의 기억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관람객 각자의 시간과 경험을 불러내는 열린 구조로 확장된다.

수상작 'Structure of Time'은 시간의 흔적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조로 읽어내고 다시 화면 안에 조직한 작품이다. 충돌하고 중첩되는 이미지와 물성, 드러남과 감춤 사이의 긴장은 우리가 살아온 시간의 층위를 떠올리게 한다. 이승배 작가의 화면은 개인과 사회, 기억과 사물, 경험과 구조가 만나는 회화적 장소다.

이번 제5회 아트코리아국제미술대전 우수상 수상은 이승배 작가가 구조 중심의 새로운 작업 방향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작가가 시간과 구조,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더 깊이 확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덧]
 미술 전문 방송 매체 '아트코리아 방송'에서 한 인터뷰 기사입니다. 

운이 좋아서 우수상 수상자 중 초대 개인전 대상이 되었어요. 아마도 9월 이후 하반기에 할 듯합니다. 내년엔 점수를 채워 협회 초대 작가가 됐습니다. 인터뷰도 해 보네요..ㅎㅎ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중 괜찮은 책인 거 같아 소개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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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식 2026-08-24 18: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분이 좋네요. 축하드려도 되는 것이겠지요. 협회 초대작가가 꼭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

yamoo 2026-08-25 09: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초대작가 작가 자격은 이미 획득했고 내년에 초대 작가로 전시에 참여할 예정입니다..ㅎㅎ

곰돌이 2026-08-24 2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yamoo님!! 축하 크게 드립니다!! 그동안 작품 준비하시느라 바쁘셨겠어요, 그 노력이 이렇게 결실로 ㅎㅎ

yamoo 2026-08-25 09:57   좋아요 0 | URL
특선만 2번 하다가 올 해 운좋게 기획초대전 대상인 우수상에 선정됐습니다. 공모전 참가하다 보니 참 심사위원들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걸 알아가네요..ㅎㅎ 워쨌든 감사합니다!^^

오후즈음 2026-08-24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 멋지십니다! 축하드립니다

yamoo 2026-08-25 09:5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오후즈음님~^^

카스피 2026-08-24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드디어 인터뷰를 하실 정도로 화가로 인정받으셨네요.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시길 기원합니다^^

yamoo 2026-08-25 10:00   좋아요 0 | URL
여기 공모전 특색이 우수상 이상 본상을 받으면 인터뷰를 해 주더이다. 유명한 방송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작업 세계를 소개할 루트가 있다는 게 참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cyrus 2026-08-25 06: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얼굴이 가려져 있어서 인터넷에 기사 찾아서 확인했습니다.. ㅎㅎㅎ yamoo님, 잘 생기셨는데요. ^^

yamoo 2026-08-25 10:00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찾아보시기까지!! 어이구, 감사합니다!!

stella.K 2026-08-25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합니다! 잘됐네요. 야무님 그림 시작하실 때부터 잘되실 줄 알았습니다! 근데 그때 저한테 선물해 주신다고 했을 때 제가 무슨 정신으로 왜 괜찮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잘 되실 줄 알았으면 선물 받고 두고두고 자랑하는 건데. 흐흑~ 암튼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승승장구하십시오. 또 좋은 소식 전해 주시고요!^^

yamoo 2026-08-25 16:49   좋아요 1 | URL
엇! 스텔라님이시다!! 아주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그러게나 말입니다. 영~ 사양하셔서 좀 뻘줌했다는..^^;;
어쨌거나 감사합니다!

마힐 2026-08-25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경축드립니다. yamoo 님! 무더운 여름 날을 식히는 단비같은 소식이네요. 저도 기사 찾아서 얼굴 뵈었네요. 멋지시네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작품 속의 고문들은 무슨 의미인지 알려 주실 수 있나요? 갑자기 궁금해져서요.^^

yamoo 2026-08-26 12:53   좋아요 1 | URL
와~~ 기사까지 찾아보실줄이야!!
작품 속 고서는 1890년대 서당에서 배웠던 사서삼경의 해설서 같은 걸로 보입니다. 구한말 서당에서 배웠던 맹자본을 구해서 붙인 작품도 있어요. 이런 고서는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지요. 서로 다른 요소들이 서로 충돌하고 중첩되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해 저는 고서와 60년대 미국 광고 이미지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제 작품은 시간과 경험이 남긴 흔적을 구조로 읽어내는 회화이기에 고서는 그래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설명이 잘 됐는지 모르겠어요~~~

페크pek0501 2026-08-30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라고 말한 니체가 떠오르네요.(책에서 읽음.)
가령 같은 풍경을 봐도 어떤 것에 집중해 보느냐, 무엇을 편집해 보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 있지요. 본인의 경험, 생각, 떠오른 이미지 등이 영향을 미친 각자 본인의 렌즈를 통해 보는 거지요. 그러니 어떤 풍경을 보든 자신을 빼고 전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풍경만을 본다는 건 불가능.
날로 발전해 가는 점, 축하드립니다. 재능과 노력의 결과겠지요.^^

yamoo 2026-08-31 09:4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니체가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제 작업과 상통하는 면도 있구요~~

건수하 2026-09-02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우수상에 인터뷰, 개인전까지! yamoo님 축하드립니다~!!

yamoo 2026-09-02 16:0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건수하님~~

고양이라디오 2026-09-02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moo님 기쁜 소식 축하드립니다^^! 개인전까지 승승장구하시길 기원합니다^^

yamoo 2026-09-14 13:2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댄스는 맨홀 2026-09-16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yamoo님 대단하시고 멋지십니다. 쭉~쭉~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래요. 축하드립니다.

yamoo 2026-09-17 16: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맨홀님^^
 


나의 작업은 내가 살아온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서 시작되었다. 지난해 개인전의 제목을 「세계는 나의 아비투스다」라고 정한 것은 내가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경험하고 축적해온 세계의 영향을 받으며 동시에 그 세계를 다시 구성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는 오래된 문서와 인쇄물, 책의 일부, 화폐, 문자와 광고 이미지들은 특정한 사건이나 기억을 재현하기 위한 소재가 아니다. 그것들은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접하고 지나온 것들의 흔적이며, 나에게 내면화된 세계의 파편이다. 나는 이 파편들을 화면 위에 다시 배열하고 겹쳐 놓으면서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그것은 실제 풍경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세계가 기억과 습관을 통해 변형된 내면의 풍경에 가깝다.

 

특히 아비투스 콜라주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붙였는가보다 서로 다른 것들이 어떤 관계를 이루는가였다. 오래된 종이 위에 이미지가 겹쳐지고, 문자가 일부 가려지며,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들이 한 화면 안에 공존한다. 처음에는 각각의 이미지가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화면 안에서 그것들은 더 이상 독립적인 대상으로 남지 않는다. 잘려지고, 중첩되고, 가려지고, 다시 드러나면서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또한 하나의 구조라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기억은 모든 것을 그대로 보존하지 않는다. 어떤 것은 남고 어떤 것은 사라지며, 어떤 것은 다른 기억 위에 포개진다. 현재의 경험은 과거의 기억을 다시 해석하고, 이미 지나간 시간은 현재의 시선 속에서 새로운 형태를 갖는다. 내가 화면 위에 파편을 쌓아 올리는 행위는 결국 이러한 기억의 작동 방식과 닮아 있었다.

 

따라서 아비투스는 나에게 단순히 사회적 환경이 남긴 습관이나 성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세계를 보고 선택하고 배열하는 하나의 감각적 구조이기도 하다. 내가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화면에 남기는가, 어떤 이미지를 선택하고 어떤 것을 지우는가, 무엇을 겹치게 하고 무엇을 비워두는가 역시 내가 축적해온 시간과 경험의 결과다.

 

지난해의 「세계는 나의 아비투스다」는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작업에 대한 하나의 출사표였다. 나는 세계를 재현하려 한 것이 아니라, 세계가 내 안에 축적된 방식 자체를 화면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그리고 그때 시작된 질문은 이후 작업에서 점차 이미지의 문제를 넘어 구조의 문제로 이동하게 된다.

 

지금의 작업에서 내가 말하는 ‘구조’ 역시 결국 그 아비투스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남긴 흔적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충돌하고, 겹쳐지면서 하나의 화면을 이루듯이, 나의 작업 역시 그렇게 축적되어 왔다.

 

그러므로 지난해의 아비투스 콜라주는 끝난 작업이 아니라 지금의 작업이 시작된 자리다. 내가 남기는 모든 작품은 결국 내가 살아온 세계가 나에게 남긴 흔적이며, 동시에 그 흔적을 다시 바라보고 재구성한 나 자신의 기록이다. 세계가 나의 아비투스라면, 내가 만드는 화면 역시 나의 아비투스가 된다.



[덧] 개인전 포스터가 나왔습니다. 5월부터 8월까지 쉬지 않고 달렸네요. 올해는 8월 개인전 이후 9월 이후 초대전이 한 번 더 잡혀 있습니다. 올해는 제 조형언어를 발견한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그래서 올 개인전과 도록은 제게 무척 중요한 사안이 됐네요. 모처럼 근황을 전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최근 읽고 있는 유익한 현대미술사 책이 있어 부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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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8-12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대단하시네요.개인전이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yamoo 2026-08-13 11:0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대단할 정도는 아닙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할 수 있어요~~ㅎㅎ

cyrus 2026-08-12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월 28일에 하루 연차 신청했어요. 그날 저녁 독서 모임이 있어서 연차 신청을 한 건데, 마침, 잘됐네요. 개인전 보러 서울에 가야겠군요. ^^

2026-08-13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리얄리 2026-08-14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yamoo님. 원하시는 결과 얻으시길 기원드리고 응원드립니다!

yamoo 2026-08-21 07:55   좋아요 0 | URL
응원 감사합니다! 원하는 결과는 이미 얻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