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의 마지막 날이라니! 이웃님이 11월 산책, 읽은 책 정리해 올리신 걸 보고 깨달았다. 

이런, 다미여 아직 절반도 못 읽었는데?? 12월에 열심히 달려야겠다.. 


이번달에 산 두권의 책은! 

















<빌레뜨>1,2권과 <작별인사>

다락방의 미친여자 관련, 뭘 읽어야하나 고민하다가 이웃분들 말씀을 참고하여 <빌레뜨>로 결정! 

다미여 4, 5장 읽으면서 제인오스틴을 읽어야했나, 했지만 아닌 것 같다. 제인오스틴 작품은 너무 많아서 한두권 봐가지고는 별로 도움도 안 됐을 듯;; 제인오스틴은 천천히 읽자. 

<작별인사>는 이거 아니고 밤하늘 에디션인데..? 검색창에 뜨지 않는다. 

책은 예뻤고 술술 읽혔으나 내 취향이 아니었다.. 

<드립백 쿠아 마운틴 파푸아뉴기니>는 썩 괜찮았다. 


예외: 아이들 책


 
























<글자동물원>- 지인이 공유해준 아이들 책 추천 글 중에, 초1용 동시집을 골라봤다. 읽어주는데, 처음에는 좀 관심 없다가 첫째가 비둘기 시를 마음에 들어하더니 필사를 해서 뿌듯^^ 

미니특공대 스티커북 2권 - 요즘 미니특공대 주제곡에 빠져 매일 들려달라고 하는 둘째를 위해.. 물론 첫째도 줘야하므로 두권. 

<아홉 살에 처음 만나는 정글북> - 첫쨰가 정글북 이야기를 좋아한다. 디즈니 정글북 만화영화로 시작해서 실사판도 보고, 키카에 있던 정글북 책(디즈니 만화를 책으로 만든 것)을 읽더니, 하나언니의 동화나라에서 들려주는 정글북 이야기를 몇번 들었다.. 디즈니 만화판과 실사판이 결론이 달라서 원작이 궁금하던 차, 아이들 용으로 축약된 이 책을 찾아 사주었다. 첫째가 보자마자 붙들고 열심히 읽었다. 글밥 적당하고 좋은데, 그림이 좀.. 예쁘지 않은데다가 똑같은 그림을 붙여넣기 식으로 써먹은 게 눈에 띈다. 

<왠지 이상한 멸종 동물도감> -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동물에 관심이 많고 도감 보는 걸 좋아한다면! 추천. 우리 첫째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왠지 이상한~ 이라는 시리즈인 것 같은데, 다른 책도 사볼 듯.

<초록아줌마, 갈색아줌마, 보라아줌마> - 이거 예전에 어디선가 추천하는 걸 보고 담아뒀던 것 같은데.. 중고에 있길래 주문. 아이들은 별로 흥미가 없고;; 내가 볼 땐 괜찮은 책인데. 읽어줘봐야겠다. 


지금은 전집대여를 한 <알파짱 사회동화>에 애들이 빠져 있다. 괜찮은 책이다. 












읽은 책: 6권





























<안녕, 나의 순-정>은 90년대 순정만화들을 소재로 한 에세이. 100자평을 썼다. 페이퍼를 쓰고 싶은데, 아 시간이 없네..

<토지 9> 토지 오디오북 듣기는 계속된다. 9권은 리뷰를 못 썼다!! ㅠㅠ

<아그네스 그레이>는 리뷰를 남겼다.

<작별인사>는 100자평을 남겼다.

<디어 마이 네임>은 페이퍼를 썼고, 리뷰를 쓸 예정이라고 써놨는데.. 음.. 하반기 비문학 원픽이 되지 않을지?? 

<빌레뜨1> 다 읽고, 이제 2권 딱 펼쳐놨다^^ 


후아, 매섭게 추운 11월의 마지막 날이다. 겨울이 온 것이 실감난다. 겨울,, 집에서 이불 덮고 귤이나 까먹으며 책 읽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지만.. 애들 데리고 나가 노는 데 제약이 많아 별로다. 추운 것도 싫고. 흥.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해야 하고.. 산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합니까..? 그냥 엄마가 사줄께 하고 선물 사주면 안 되는 걸까? ㅠㅠ 

2022년이 끝나간다. 바쁜 연말, 다들 무사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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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30 15: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토지 4권까지만 제대로 된 리뷰를 쓰고 5권부터는 휙휙 넘겨버렸네요^^; 사실 배경이 만주로 옮겨간 뒤부터는 주 무대가 조선이 아니다 보니 어찌 써야할지 정리가 안되기도 해서...ㅎㅎㅎ 암튼 저는 오늘 7권까지 들었답니다.
빌레뜨 잘 읽고 계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남은 2권 읽고 리뷰 써주시는 거 기대해보겠습니다*^^* 날이 춥네요. 괭님 건강 유의하시면서 12월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독서괭 2022-12-02 12:33   좋아요 0 | URL
화가님 7권! 저는 지금 10권 듣는 중입니다^^ 오디오북인데다가 하루 30~40분 정도 짧게 끊어 들으니 리뷰를 쓰기가 어렵네요 ㅠ 그래도 남겨야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빌레뜨 2권 시작했는데 재밌습니다. 어서 읽고 리뷰도 쓰고 싶어요^^ 오늘 진짜 너무너무 추워요. 화가님도 건강하게 12월 보내시길 바랍니당. 감사합니다^^

mini74 2022-11-30 15: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타 ㅎㅎㅎ 저는 졸업했습니다. 겨울이라 더 힘드시겠어요. 나의 순정 보면서 만화 삽화 나올때마다 우왕! 하며 읽었던 기억납니다. 푸르매는 잘 있는지 ㅎㅎ

독서괭 2022-12-02 12:34   좋아요 0 | URL
산타에게 선물받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들이 있는데 저는 사주기 싫고 ㅋㅋ
저도 만화 삽화 나오는 거 보면서 넘 반갑더라구요. 푸르매 ㅎㅎ 저는 은비가 내리는 나라를 더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ㅋ 조금더 유치한데 ㅋ

물감 2022-11-30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별인사 별론가요? 회사에 있길래 볼까 했는데요...

독서괭 2022-12-02 12:35   좋아요 1 | URL
물감님, 찾아보심 평이 좀 갈릴 거예요~ 전 감동이 와야할 포인트에 뭐가 느껴지질 않아서;; 금방 읽으니 한번 봐보세요^^

단발머리 2022-11-30 1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2월은 산타의 달이죠. 게으름뱅이 엄마는 항상 17일쯤 선물 주문하고 맘 졸이고는 했습니다. 덕분에 저희 아이들은 산타 졸업이 빨랐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빌레뜨 화이팅!!

건수하 2022-11-30 15:43   좋아요 2 | URL
앗 그러고보니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해야 할 때이군요... 머엉.. @_@

독서괭 2022-12-02 12: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저도 항상 맘 졸이는 것 같아요. 이번달엔 좀 빨리 해봐야할텐데요.
수하님도 아직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시나요? 저는 산타가 주는 선물, 만 준비하고 제가 따로 주지는 않아요.
빌레뜨 화이팅 >ㅁ<

건수하 2022-12-02 13:16   좋아요 0 | URL
독서괭님/ 아 저희집은 언제나 산타 선물만요 ㅎㅎ

건수하 2022-11-30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별인사 땡투 적립금이 들어왔던데 독서괭님이셨나봅니다 ^^
지금까지 한 달 두 권 계속 잘 지켜오신거죠? 대단하십니다~ 12월까지 잘 채우시고
내년부터는 좀더 목표 상향을 기대합니다 :)

독서괭 2022-12-02 12:39   좋아요 1 | URL
네, 저 맞습니다 ㅎㅎ
지금까지 한달 두권! 계속 지켜오고 있지요. 12월까지 잘 마무리하고 내년 목표도 열심히 고민해서 계획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1-30 2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레뜨 1,2권에 작별인사까지 구매하셨으면



3권 구매하신거 아닌가요? ^^

독서괭 2022-12-02 12:39   좋아요 2 | URL
에이 새파랑님 아시면서~ 세트나 전집은 1권으로 치기로 한 거 아심시롱!! ㅋㅋ
그래도 제가 전집을 안 사고 버텼다는 거 아닙니까? 대단하다 독서괭!!

책읽는나무 2022-12-01 0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싼타 비밀 잘 지켜 주세요^^
전 아이들 총등때 크리스마스 지나고 방학이 시작되길래, 전 영악한 아이들 분명 학교에서 지네들끼리 ˝싼타 없다!˝라고 할 줄 알고, 그럼 내가 미리 밝혀두지~싶어 아들 앞에 앉혀두고 잘 듣거라~~싼타는 ~.;.%@:~-.
말했더니 아들이 울어버렸...ㅋㅋㅋ
그게 가장 두고두고 미안하더라구요.

독서괭 2022-12-02 12:40   좋아요 1 | URL
아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책나무님 ㅋㅋㅋ
울어버린 아드님 귀엽네요 ㅋㅋㅋ 우는 모습 보는 것도 나름.. 재밌을 것 같... 음.. 미안하려나요? ㅋㅋ
전 4학년때쯤 자연스럽게 알게 됐던 것 같아요. 요즘 애들은 좀더 빨리 알겠죠? 알아도 계속 받고 싶어서 모른 척 할지도^^

scott 2022-12-02 0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괭님 아이들 산타가 온다는 걸 알고 있는 거쥬! ㅎㅎ

전 여섯살 때까지 산타가 왔는데(잠든 사이에)

선물+편지까지 ㅎㅎ

울 아부지 막둥이를 위해 산타 복을 입으셨던 적이(일곱살때 발견함 ^^)

독서괭 2022-12-02 12:42   좋아요 1 | URL
여섯살때까지요! 일곱살에 산타복 발견하고 깨달으신 건가요? 깨달음이 빠르셨네요 ㅎㅎㅎ 똘똘한 일곱살 ㅎㅎ
선물 주문해서 몰래 숨겨놓고 카드도 필체 바꿔서 써야하고 아휴 정말 귀찮은데 빨리 졸업을 시켜드렸군요ㅋㅋ
막둥이를 위해 직접 산타로 변장하셨던 아버님~ 멋져요^^
 

며칠 전 꾼 꿈. 

한 커플이 있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은 남자는 떠나야했고, 여자는 같이 갈 수가 없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장녀인 여자는 일을 해야했고, 둘은 헤어지면서 엉엉 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발길을 돌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횡단보도 중간쯤 갔을 때, 뭔가 이상해서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복면을 쓰고 있다. 한명이 내 목에 칼인지 총인지를 들이대고, 자폭테러를 하러 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까지 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데..

깼다. -_-;; 뭔 개꿈인가.

침대에 누운 채로 잠시 꿈을 복기하는데, 커플 등장 전에 꾸던 꿈은,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던 한 동료가 등장했고, 역시 뭔가 싫은 짓을 했다.. 

그러다 다시 잠들어서 또 꿈을 꿨는데, 그건 기억이 안 난다. 

그날 둘째를 등원시키면서 어젯밤에는 무슨 꿈을 꿨는지 물어보자, 기억이 안 난다면서 "왜 어떤 꿈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꿈은 기억이 안 날까?"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게, 왜 그럴까. 

그 둘째가 오늘 아침에는 깨자마자 나에게 달려오더니(6:10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상어 조각상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한강으로 떨어졌는데 다행히 이불이었다고 한다..(???) 네 꿈도 만만찮구나.. 

첫째는 자신이 엘사가 되었고 책을 들고 가는데 안나가 쫓아와서 도망가다가, 안나가 안 보는 틈을 타 책을 비밀함에 숨긴 후 엄마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고,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비밀함에 열었는데.. 그 순간! 잠에서 깨버렸다고 한다. 

애들은 다 꿈을 많이 꾸는건지 나를 닮아 꿈을 많이 꾸는건지 모르겠지만, 내꿈보다는 애들 꿈이 재미있군 ㅋ 

내꿈에서 제일 비현실적인 부분은 테러범이 길 한복판에서 버젓이 복면을 쓰고 서있었다는 것이고,

제일 현실적인 부분은 커플 중 여자 외모가 지극히 평범했다는 것이다..(남자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 


 <빌레뜨> 1권 후반부를 달리고 있다. 평생을 관찰자 역할을 자처하고, 무대 위에는 오르려 하지 않으며 눈에 띄지 않는 고독을 자처해 온 여성, 루시 스노우는 얼떨결에 학교 무대에 주인공 중 한명으로 오르기도 하고, 평소 호감을 품고 있던 존과 우정을 나누게 되기도 한다. 그녀와 정반대되는 사람, 지네브라 팬쇼의 화려한 외양, 경박한 행동과 허영심을 보노라니,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계속 강조하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양피지 같은 글쓰기'가 떠오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내세워 구애하는 남성들을 가지고 놀듯 즐기는 여성은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에도 등장한다. 브론테 자매 근처에 모델이 될 만한 여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그네스 그레이>에서는 로잘리에게 넘어가지 않은 웨스턴이 아그네스와 맺어지는데, 과연 존도 그럴까? 그나저나, 사랑받고 싶고, 좀더 빛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자신은 아름답지 않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반복해 말하면서 뒤로 물러나는 루시 스노우가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당시에는 특별히 아름답거나 매력적이거나 지위나 돈이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주제 파악"을 하듯 저렇게 처신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지금도 여성에게 "주제 파악"이 강요된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루시 스노우는 존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는데, 그녀 마음속 '이성'이라는 가혹한 "마녀"가 등장하여 글을 쓰지 말라고 위협한다.


"하지만", 내가 다시 끼어들었다. "육체적으로 보잘것 없고 말솜씨가 형편없는 사람이 떨리는 입술보다 더 나은 전달 수단인 글을 택하는 게 잘못이란 말이야?"

'이성'은 단지 이렇게만 대답했다. "그런 생각을 간직하는 게 위험하다고! 너의 글 어디엔가 그런 생각이 스며 발랄해지는 것도 위험해!"

"하지만 느끼면서도, 절대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절대로!" '이성'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 359쪽 


<다락방의 미친 여자> 5장을 거의 끝내가고 있다. 5장은 특히 힘들었는데, 제인 오스틴 작품 중 <오만과 편견> 밖에 읽지 않은 자로서 따라가기가 힘들었기 때문 ㅠㅠ 오만과 편견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대표작 아니었음? 그마저도 읽은지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말이다.. 훑어보니 <빌레뜨> 이야기는 12장에서 나온다. 빌레뜨 읽고 나면 그 부분은 그나마 읽기가 수월하겠..지? 


오늘밤에는 즐거운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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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9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후반부 루시 스노우의 편지는 내가 다 안타까웠어요. 이성으로 꾹꾹 누르는 모습!
꿈의 내용이 강해서였던 걸까요. 복면인 등장이라니! 저는 요새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거의 다 평범한 꿈들이라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꿈을 안꿨다고 하기에는 수면의 질도 그닥인데 말이죠ㅎㅎㅎ

독서괭 2022-11-29 17:32   좋아요 2 | URL
끝까지 꾹꾹 누르는군요 ㅠㅠ 어휴..
저는 황당한 꿈 많이 꿉니다. 이게 실제 일어난 일인가 아닌가 긴가민가 할만큼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꿈도 많이 꾸고요. 금방 기억이 휘발되어 그렇지 안 꾸는 날은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일 듯요.. 꿈에서 뛰고 그러면 괜히 더 피곤한 것 같기도 ㅋㅋ 꿈 안 꾼다고 수면의 질이 좋은 건 아닌가봐요! 그러고보니 <수면과 꿈의 과학>이었나? 그책 담아놨는데 못 읽었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29 17:36   좋아요 2 | URL
앗! 편지는 1부 후반부라는 이야기였어요^^; 2부 재미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듯^^ㅎㅎㅎ

독서괭 2022-11-29 17:38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11-29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기들 꿈 얘기, 넘 귀여워요~~
떨어지는 꿈은 키 크는 꿈이라고 어릴 때 어른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서점에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 훑어봤는데 거기서 인용되는 책을 읽어야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 면에서 엄두가 안나서 지금 읽고 있는 책들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독서괭님의 읽기를 응원합니다^^

독서괭 2022-11-29 17:33   좋아요 2 | URL
ㅎㅎ 우리 쪼그만 둘쨰 키 크려고 그런가 봅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인용책 다 읽을 자신도 없고 안 읽어도 읽을 수 있겠지! 싶어 시작했는데요, 확실히 인용되는 책들 읽고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전부 읽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흠. 제인오스틴은 작품이 많은데 이것저것 섞어 얘기하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항상 따뜻한 응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다락방 2022-11-29 1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앗.. 그렇다면 저도 12장 읽기 전에 빌레뜨를 읽어두는게 좋겠네요. 사실 저는 관련 책들을 읽어두면 도움이 되겠지만 안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인 오스틴 부분에서 읽은지 얼마 안되는 <설득>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머릿속에 훨씬 더 잘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읽어두는게 더 나았겠구나 싶었어요.
지금 밀턴 들어가야 하는데 밀턴 먼저 읽고 그 다음에 바로 빌레뜨 가야겠어요. 아 그런데 다른 책 읽고 싶다.. 흑흑 ㅠㅠ

독서괭 2022-11-29 17:35   좋아요 2 | URL
관련 책 안 읽어도 되긴 하지만 읽으면 훨 낫다.. 인 듯 합니다 ㅜㅜ 그런데 밀턴 실낙원 읽으시려고요? 진짜? ㅎㅎ 빌레뜨 읽고 싶어지실 듯요 ㅋ 아 그런데 다락방님은 다른 책도 많이 읽고 계시지 않나요 ㅎㅎ 저는 12월까지는 다락방/관련책에 올인해야 할 듯 합니다. 내년 1월엔 나를 위한 선물을...!!! 빠방~~

단발머리 2022-11-29 18:37   좋아요 3 | URL
밀턴을 계획한 다락방님! 훌륭하시며 대단하시되 그 마음 변치 마시고요ㅋㅋㅋㅋㅋㅋ 저는 세 쪽 읽다가 다운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1-29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간 정도까지 읽으면서 이미 읽었던 <프랑켄슈타인>이랑 <폭풍의 언덕> 다시 못 읽은게 안타깝더라구요. 빌레뜨 읽으려고 하는데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좀 지루하다고 하신 거로 기억나는데 <아그네스 그레이> 궁금하네요. 아니에요, 그냥 <빌레뜨> 어서 읽을게요^^

독서괭 2022-11-30 13:17   좋아요 0 | URL
차라리 안 읽은 게 나은가, 읽었는데도 어라 이런 게 있었나 하는 것보담은.. 이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아그네스 그레이>는 지루한 정도는 아니고 슴슴합니다. <빌레뜨>를 읽으시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ㅎㅎ 빌레뜨도 지루하다고 하신 분 있었던 것 같은데..? 전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11-30 15:30   좋아요 1 | URL
여기서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ㅋㅋㅋㅋㅋ 저 빌레뜨 작년인가 재작년에 읽었더랍니다. 근데 주텍스트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어보니 예전 기억으로는 안 될 거 같아 재독 시기를 보고 있죠. 책장에서 뽑아 놓았는데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2-02 12:44   좋아요 0 | URL
으앗 이미 다 읽으신 분, 단발님..
저도 다락방 미친 여자 읽기 전에 읽었으면 그냥 넘겼을 부분도 유심히 보게 되더라구요. 타락한 이브 비유라든가?
처음 읽을 책도 한가득인데 재독은 정말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제인에어, 폭풍의언덕, 오만과편견 재독해야 하는데 이미 저의 마음은 새로 주문하려는 새책들에 가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1-29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1 권 앞부분 지루해서 지지부진 하다가 100 쪽 넘어가니까 이제 좀 속도가 붙었습니다. 이상하게 그 시기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100 쪽을 넘겨야만 흥미진진해 지더군요?? 원래 다른 소설도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왜 그럴까???? 혼자 고민을!!!ㅋㅋㅋ
괭님도 꿈 이야기 적으셨네요? 저도 제 꿈 이야기 적었어요ㅋㅋㅋ
근데 괭님 꿈은 좀 더 스펙타클 합니다.ㅋㅋㅋ
자폭테러???? 복면 쓴 사람들?
혹시 괭님 스트레스 받으시는 일 있으신가요??
왠지 느낌이 그렇게 느껴집니다.^^;;;
둘째는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꿈도 귀엽게 꾸는군요?ㅋㅋㅋ
둘째 떨어지는 꿈 꿨으니 키가 쑥쑥 크겠네요?^^
첫째는 엄마를 많이 좋아하는군요?^^
그것도 책 읽는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첫째는 꿈 이야기를 동화로 써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쁜 꿈 같아요.
이거 어쩌다 보니 꿈 해몽가??????ㅋㅋㅋ
사이비 해몽이어 신뢰성은 제롭니다^^

독서괭 2022-11-30 13:29   좋아요 1 | URL
ㅎㅎ 책나무님, 속도 내어 읽고 계시군요! 저는 오히려 앞쪽에 폴리나 이야기 나올 때 재밌었고, 중후반부에 살짝 지루했다가 다시 재밌어졌어요^^ 루스 스노우의 관찰자적인 태도가 재미있었는데 갈수록 좀 답답하더라고요. 지금은 안타깝습니다..ㅠ
지금 책나무님 꿈 이야기 읽고 왔어요 ㅋㅋ 제꿈이 더 드라마틱하지만 책나무님 꿈은 더 기분좋은 꿈이네요. 저도 이제 그런 꿈을! 오늘밤엔 책나무님과 눈사람라떼 꿈을!! ㅎㅎ
안 그대로 첫쨰가 꿈 얘기를 하면서 이거 동화로 써도 되겠지! 하길래 그래 어디에 써놓으면 좋겠다 했더니 정말 써놓았어요^^ 매일 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첫째가 요즘은 안 하는데, 제 반응이 부족했나?? 싶어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ㅎㅎ
책나무님, 오늘도 재밌는 꿈 꾸세요^^

공쟝쟝 2022-11-29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안되겠다 빌레뜨 펴고 잠들겠어요!!!

독서괭 2022-11-30 13:29   좋아요 0 | URL
펴고 왜 잠들어요, 읽어야죠 ㅋㅋㅋㅋ

공쟝쟝 2022-11-30 13:34   좋아요 1 | URL
펴고 딥슬립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1-30 14:15   좋아요 1 | URL
침흘리지 말규ㅋㅋㅋㅋ

새파랑 2022-11-29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왠지 꿈도 독서괭님다운 꿈을 꾸시는거 같아요 ㅋ 책보다 더 재미있는 꿈 이야기~!!

독서괭 2022-11-30 13:30   좋아요 1 | URL
복면자폭테러범이 저답다고요..? ㅋㅋㅋ 막 도망가고, 숨고, 그런 꿈 많이 꿉니다..왜인가..

mini74 2022-11-29 2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독서괭님과 아이들 꿈이 장르를 넘나드는군요 ㅎㅎ 즐거운 꿈 꾸세요 ~

독서괭 2022-11-30 13:30   좋아요 1 | URL
꿈이란 건 참 요상한 것 같습니다. 좀 잔잔하고 평화로운 꿈을 꾸고 싶은데^^;; 미니님 감사합니다~^^

미미 2022-11-30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꿈 이야기 흥미롭네요. 장르가 다른 두 개의 꿈! ㅎㅎ 저도 로멘틱에서
스릴러나 호러로 변할때가 간혹 있어요.

독서괭 2022-11-30 13:31   좋아요 2 | URL
미미님도 꿈 좀 꾸시는군요!! 로맨틱에 스릴러,호러, 액션, 모험, 후후후
 

상처를, 고통을, 눈물을, 분노를, 

어떤 사건으로 인해 유예된 시간을 가슴 한켠에 품고 일상을 유지해본 적이 있는가?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형성했다고, 완치되지 않는 트라우마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더욱 내면의 다른 곳들을 단단하게 닦아 낸 나를, 그렇게 받아들이며 의연히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가? 

여기, 고통스런 경험을 딛고 회복의 동력을 타인들에게까지 확장시키는 데 성공한 두 사람이 있다. 

한국의 마녀 D와 미국의 샤넬 밀러다. 




 













샤넬 밀러는 2015년 1월, 동생과 함께 집 근처 스탠포드에서 열린 남학생 사교클럽 파티에 참석한다. 술을 마시다가 기억이 끊긴 후 깨어난 곳은 병원.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화장실에 갔다가 팬티가 없다는 걸 깨닫고, 머리카락과 옷에 수많은 낙엽들이 붙어있다는 걸 깨달을 뿐. 그녀는 자신이 파티가 열린 곳 바깥, 쓰레기통 뒤에서 반라의 상태로 발견되었음을 알게 된다. 만취한 그녀의 몸을 붙들고 그녀의 몸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다가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붙잡힌 가해자의 이름은 브록 터너, 유망한 수영선수다. 

1심 재판의 최후변론에서, 샤넬 밀러는 '에밀리 도'라는 가명으로 법정에 서서 피해자 진술서를 낭독한다. 이 피해자 진술서는 이후 온라인에 공개되어 널리 퍼져나갔다. 비록 1심 판사는 브록 터너에게 불과 6개월의 형을 선고하였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샤넬 밀러는 성폭력 피해자, '생존자'들의 연대에 눈을 뜬다. 작가로 변신한 샤넬 밀러가 쓴 <디어 마이 네임>은 사건 이후 그녀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을 섬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1년 내내 외로움이 나를 따라다녔다. 직장 계단참에서, 필라델피아에서, 나무로 된 증인석에서, 거의 비다시피 한 내 청중석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하지만 자기 침실에서, 차에서, 층계참에서, 아파트에서, 줄곧 나를 지켜보고 나를 응원하는 눈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 우리의 고통, 우리의 두려움, 우리의 익명성 안에 은폐되어 있었을 뿐이다. 내 주위에는 생존자들이 있었다. 나는 어떤 우리의 일부였다. 그들은 나를 대수롭지 않은 인물로, 말 없는 육체로 보게 만드는 농간에 걸려들지 않았다. 나는 전선에서 싸우는 지도자였고, 내 뒤에는 보병대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정의를 찾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승리는 내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주에 있는 마을의 방 안에서 조용히 박수갈채를 받을 것이다.    - <디어 마이 네임> 332쪽 


'마녀 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그녀 역시 성폭력 생존자다. 그녀는 사법시스템의 부당함을 느끼고 이후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연대활동을 시작한다. 책을 읽으며 D의 연대활동의 범위가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얼마나 세심하게 여러 측면을 고려하며 활동하고 있는지에 놀랐고, 생계를 위한 직업이 따로 있다는 점에 또 놀랐다. 힘들었을 텐데. 다른 이를 돕는 일이 나 자신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겠지만, 내 상처를 다시 후벼파는 일이 될 때도 많았을 텐데. 그냥 다 잊어버리고, 없었던 일로 치부하며 자신을 속이고, 무력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었을 텐데. 대단하다고밖에 못 하겠다. 개인의 영달, 유명세, 그런 것에도 등돌린 채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체 가능한 연대자"가 되겠다는 소망을 품는 사람.  



연대 초기에는 '잊히기 위해' 연대한다고 했다. 물론 이는 내가 연대한 피해자들이 나와의 연대마저 잊고 일상을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연대 활동의 중단을 염두에 둔 발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연대자로서 내가 수행해야 할 공적 활동과 책임을 의미하는 말로 바뀌었다. 피해자가 편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피해자들과의 연대를 위해, 그리고 시스템 감시와 변화를 위해 연대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내가 없어도 이런 활동이 이어질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연대자로서의 나는 잊혀도, 내가 한 활동이 피해자를 위해 남아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 가능한 연대자가 되기를 원한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384쪽 


이 두 권의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으니 어쩐지 한 가지 주제를 다룬 문학(디어마이네임)과 비문학 실용서(그림자를 이으면), 또는 피해자를 위한 지침서: 심리편(디어마이네임)과 절차편(그림자를 이으면)을 본 느낌이다. <그림자를 이으면~> 뒤에 실린 깊이 읽기 위한 자료 중에는 <디어 마이 네임>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다만, <디어 마이 네임>은 자신의 경험을 위주로 썼고, 종류가 직접적인 성폭력인 반면, <그림자를 이으면~>은 연대 경험 위주로 썼고, 종류가 직접적 성폭력보다는 디지털 성폭력(불법 촬영, n번방 사건 등) 중심이라는 점, 전자는 '문학'이라고 표현할 만큼 풍부한 비유와 묘사들로 가득한 반면 후자는 '실용서'라고 표현할 만큼 매우 꼼꼼하게 사법 절차를 분석하고 비판해 놓은 점 등에서 결이 다르다. 

  

자, <디어 마이 네임>의 자세한 내용은 따로 리뷰로 쓸 예정이고, 여기에서는 두 책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들만 써보겠다. 그 전에, 함께 분노할 만한 사례 하나를 소개한다. 나는 이 일이 결코 남일같이 여겨지지 않는다.



Q씨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11월이었다. 그때는 이미 법적 싸움이 마무리된 후였다. 전 남자친구인 가해자의 불법촬영과 영상 유포로 고통받던 그는 가해자를 고소했고, 가해자는 촬영에 한해서만 기소된 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유포는 증거가 없어 기소조차 안 되었다고 한다. (...)

재판에 들어가서도 가해자는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을 부각하며 '성실한 학교생활'을 했다고 강조했으며,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탄원 등 선처를 위한 다양한 양형자료를 제출했다. 20대 후반 남성의 '미래'를 감안한 재판부는 벌금형을 선고했고, 검사는 항소를 포기했다. 피해자의 엄벌 요구는, 피해자의 미래는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Q씨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자신의 영상을 삭제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는 가난한 집안의 성실한 장녀로 집안의 기둥이었다. 가족은 그에게 부양할 대상이었지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

2017년 1월, 그는 또다시 자신의 영상이 올라왔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의 직원에 의해서. 남성 직원들이 자신을 보며 수군대는 일이 잦아지던 어느 날, 그중 한 명이 피해자에게 사적 만남을 요구했고, 피해자가 거부하자 '걸레'라고 모욕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봤다고 피해자에게 말한 것이다. 삭제 작업을 외부에 맡기고 이제 좀 숨을 쉬려 했던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랑하던 이와 보냈던 그 시간이 영원히 박제된 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며 자신을 옭아맬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는 절망했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313-315쪽 


1. 피해자에게만 적용되는 엄격한 기준


  가해자보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더 엄격하게 요구되는 무결성, '피해자다움'이라는 이미지. 피해자는 사건 이후 재판까지 이어지는 혼란 속에서 자신의 무결성을 입증하기 위한 태도를 요구받는다. 하지만 무결한 피해자란 누구인가? 어린아이 외에 누가 완벽하게 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무죄 추정의 원칙' 아래, 한번의 거짓말(또는 착각에 의한 잘못된 증언)도 피해자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피해자는 일상이 무너지는 바람에 생계에도 타격을 입지만, 섣불리 피해보상을 받을 수도 없다. 합의하는 순간, 돈을 노린 '꽃뱀'이 되기 일쑤. 


이번에 나는 피해자에게는 어떤 태도가 허용되는지 궁금했다. 어떤 톤이요? 아라레는 화를 내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나는 화를 내면 방어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배웠다. 단조로운 어조는 무심해 보인다. 너무 명랑하면 미심쩍어 보인다. 울면 신경질적으로 보인다. 감정에 치우치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지만 감정이 너무 없으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처럼 보인다. 내가 그 모든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한단 말인가? 침착해. 내가 나에게 말했다. 차분하게. 하지만 심리를 하는 동안 나는 자제력을 잃었다. 그런 일이 일어날 때는 어쩌지? 배심원들은 내가 힘든 일을 하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검사가 상기시켜주었다. 그냥 당신 자신이 되세요. 그녀가 말했다. 어떤 자신이요? 나는 되묻고 싶었다.  - <디어 마이 네임> 235쪽

피해자는 거짓말을 하면 종종 자동으로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가해자가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는 낙인이 찍히지 않는다. 우리는 어째서 피해자가 잘못된 기소를 할지에 대해서는 경계하면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자기 행동에 대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지, 자신의 행동을 축소하는지, 다른 사람들을 조종해서 자기 행동을 덮는지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 걸까?   - <디어 마이 네임> 301쪽 

가해자들이 수사와 재판의 과정에서 '합의'를 이용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수사 과정에서는 소의 취하를 유도하기 위해 합의를 요구하지만, 실상 합의에 실패해도 불리할 것이 없다.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가 금전적 요구를 했거나 금전적 보상 제안에 응했다면, 그 사실을 내세워 피해자가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으로 몰아가면 되기 때문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합의해야 공소사실(범행 내용)을 인정하겠다고 버티거나, 합의를 해야 법정 싸움이 길어지는 걸 막고 피해의 일부라도 회복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를 밀어붙인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도, 합의에 실패한 피고인은 불리하지 않다. '진지한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한국 법원은 합의에 성공해도, 합의에 실패해도 피고인에게 유리하도록 판단한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106, 107쪽


2. 가해자의 미래를 생각하라는 요구


  성폭력 사건만 발생하면 등장하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론! 바로 그것이, 브록 터너 사건에서도 생생하게 나타난다. 그는 앞날이 창창한 수영 유망주다. 장래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도 있다! 그는 10년 동안 외과의사의 꿈을 품어왔는데, 수영선수로서 성취가 끝나면 외과의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네가 망쳐놨다! 앞서 Q씨의 사례에서도 재판부는 가해자의 미래를 고려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반면, 피해자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라고 표현되지 않는다. 정작 불의의 타격으로 앞날 뿐 아니라 현재의 생활이 무너진 사람은 누구인가? 



피해자가 도움을 얻고 싶어서 나설 때 사람들은 보통 폭행범을 공격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별개다. 도움을 구하는 것이 그녀의 일차 동기이고, 가해자에게 악영향이 미치는 것은 부차적인 효과다. 하지만 네가 떠들어대면 그에게 나쁜 일이 벌어진다는 훈계를 듣는다. 당신은 그가 얻지 못한 모든 직장에 대해, 그가 뛰지 못한 모든 경기에 대해 비난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의 가족, 친구, 공동체, 팀이 당신에게 지옥을 풀어놓을 텐데 당신은 그걸 원하는 게 확실한가? 가해자는 자신의 행동이 그녀의 인생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전혀 고민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너의 행동이 그의 인생에 어떤 의미일지 치열하게 생각해보라고 강요한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린 한 번도 그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걸 본 적이 없어. 네가 거짓말을 하는게 분명해. 이런 정서는 브록의 누나가 작성한 탄원서에서도 똑같이 느껴졌다. 재판 과정에서 제시된 증거와 그의 성격에 대해 내려진 결론은 그의 일생에서 단 하룻밤을, 그를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건 브록이라는 존재의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피해자는 빙산의 일각이 아니다. 우리는 빙산 전체다.  - <디어 마이 네임> 442, 443쪽 


나는 그들의 눈에는 피해자가 그 20분이라는 시간 안에 영원히 살면서 정체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지 궁금했다. 브록은 점점 다면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고, 그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삶과 추억의 스펙트럼이 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그녀는 냉동되어 있었다. 그는 한 인격이 되었다. 그녀가 구원받은 이야기는 어디 있나? 누구도 그녀가 무엇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나는 내 고통을 다 드러내 보였지만 나에게는 핵심 요소가 없었다. 판사는 내게로는 전혀 확장되지 않을 무언가를 브록에게 선사했다. 그것은 바로 공감이었다. 내 고통은 그의 잠재력보다 결코 더 중요하지 않았다.   - <디어 마이 네임>376, 377쪽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배제로는 성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들 한다. 모두 구조의 문제란다. 그래서 가해자도 그 구조의 피해자란다. 가해자를 용서하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공동체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한다. 참 이상적인 말이다. 그래, 그러니 성폭력 가해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작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가해자들이 자신들의 가해행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며, 책임질 수 있게 만들고 있는가? 가해자에 대한 응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 회복과 일상 재구성을 위해서는 피해 사실을 잊고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이 낫다고 피해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합당한가?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261쪽 


3.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상실의 크기


  성폭력 피해를 축소하려 드는 이들은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 샤넬 밀러의 경우, 그녀는 집에서도 편안하게 잠드는 데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는다. 문앞에 물건을 쌓아 막고, 호신용품을 준비하고, 긴장 속에서 아침을 맞이한 후에야 잠이 든다. 사람들은 너는 집 안에 침입한 자에게 폭행을 당한 게 아니잖아? 하고 의문을 표하지만, 샤넬 밀러는 자신은 잠 든 상태의 취약성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아무 기억이 없는 상태에서 당한 폭행, 뉴스에서 보고서야, 법정 기록을 통해서야 알게 된 자신의 드러난 몸의 형태와 증거사진들.. 그녀는 단지 남학생 사교클럽만 피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취약한 상태에서 저항할 수 없이 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는, 나아가 그런 경우 그녀의 전후 행동이 낱낱이 조사되고 심판대에 올려질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야 한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특히 유포된 영상의 피해자는? 그 두려움과 불안을 감히 재단할 수 있을까? 이런 두려움과 불안, 긴장은 인간관계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친다. 피해자는 고립되기 쉽다. 



폭행이 일어난 그 밤은 내게서 어떤 속 편한 감정을 앗아갔다. 즉흥성과 무모함은 어떻게 다를까? 알몸 상태가 문란함과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까? 조심성과 피해망상의 경계는 어디일까? 나는 이 점이 애통하다. 어떻게 해야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 <디어 마이 네임>  402쪽 

아무리 만만찮거나 자신감에 넘치더라도 나는 언제나 올챙이일 것이다. 나는 피해자가 된다는 건 그런 거라고, 당신 안에 그 작고 까탈스럽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품고 사는 거라고 믿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달이 선형이라고 말하지만, 생존자들에게 발달은 순환이다. 사람들은 위로 성장하고, 피해자는 돌면서 성장한다. 우리는 상처의 장소를 돌면서 강해지고, 나이가 들고 더 옹골차지지만, 취약한 핵심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생존은 개구리가 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 바들바들 떠는 올챙이와 함께 영원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믿는다.   -  <디어 마이 네임> 472쪽 

성폭력 피해로 생긴 부수적인 상실로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일이 어려워진 것, 문화와 예술을 향유하기 힘들어진 것 등이 있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 타인을 신뢰하고 고민을 털어놓으며 책임을 분담하는 일을 꺼리게 되었다. 또한 감각과 감정을 인지하고 조절하는 일 모두 엉망이 되었고, 문화와 예술 등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일상에 부재하거나 결핍되면서 삶이 상당히 단순해졌다. 모난 인간, 재미없는 일상, 사라지지 않는 상흔, 홀로 멈춘 것 같은 기분. 피해 이후 일상이 무너진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내가 어떤 인간이었는지, 내 주변에는 누가 있었는지, 무엇에 흥미를 갖고 재미를 느꼈는지, 도통 모르는 것 일색이었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334쪽 


샤넬 밀러와 마녀 D의 앞으로의 활동을 응원한다. 피해자가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시스템이 바로서지 않으면, 정의는 구현될 수 없다.



이제까지 한국 사회는 망각을 선택했고, 피해자들에게는 기억을 강요했다. 가해자들이 미래를 계획할 때 피해자들은 과거에 머물렀다. 이제 법적 싸움이 끝난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선택권을 갖고 자신의 삶을 구상할 수 있게 조력해야 한다. 그들이 더이상 피해자로만 머물러 있지 않도록 그들의 말, 시간, 자리를 함께 지키고 찾아야 한다. 사회가 기억하고 개인은 잊을 수 있도록, 그들의 피해 회복과 일상 재구성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   -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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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1-23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된 글과 내용 모두 참.. 할 말이 많지만 하~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꾸준히 싸우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이 성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은 여타의 다른 물리적 폭력들과 함께 사라져야 할 것입니다. 연대하고 함께 싸울테다! 좋은 글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자...> 책을 읽고 페이퍼 한 번 더 읽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2-11-24 10:14   좋아요 0 | URL
네 건강해야 합니다, 쟝쟝님! 잘 먹고 운동하고 건강해야 싸움을 지속할 수 있지요!
그림자~ 사두셨군요. 촘촘하고 법률 얘기가 많이 나와서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디어 마이 네임> 쪽이 읽기 쉬우실 거예요.

다락방 2022-11-24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읽기 힘든 책을 읽으셨네요. 저는 준비해 두고서도 읽기가 겁나더라고요.

오늘 페이퍼 읽으니 ‘캐리 멀리건‘ 주연의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생각이 납니다.
영화속에서는 여주인공의 친구가 위에 말씀하신 것처럼 술을 마셨고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자살을 합니다. 우리의 여주인공은 그들에게 복수를 준비하고요. 그때 그 피해를 학교에 알렸었지만 모두가 다 가해자의 미래가 약속되어 있다, 전도유망하다고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그렇다면 피해자의 미래는?‘ 을 묻는 영화라고 해요. ‘프라미싱 영 우먼‘ 은 성폭행 가해자를 풀어줄 때 했던 ‘프라미싱 영 맨‘에 대한 표현이고요.

왜 다들 성폭행 가해자의 미래가 스러질까 두려워할까요? 피해자의 미래는 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걸까요?

힘든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독서괭 님.

독서괭 2022-11-24 10:18   좋아요 1 | URL
오 프라미싱 영 우먼? 그런 영화가 있군요. 프라미싱이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Promising‘이네요 ㅎㅎ 어떤 복수를 하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수사와 재판이 시작되면 가해자에 대한 처벌로 시선이 집중되어서 그런 건지.. 가해자가 휘저어놓은 피해자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폭행 가해자의 미래는 일단 합당한 처벌을 받은 후에 사회가 고민할 문제가 아닐런지요.
<디어 마이 네임>은 힘든 책이지만 또 필력이 좋아 읽기 쉬운 책이기도 합니다. 샤넬 밀러가 좋은 가족과 친구들, 심지어 좋은 남친(!!)을 주변에 두고 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요. 한번 시작해보세요^^

공쟝쟝 2022-11-24 10:26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까 진짜 이상하고, 이해가 안돼요 .. 가해자 걱정하고 두둔하는 거… 진짜 성폭행 사회네요… 징글징글

건수하 2022-11-2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가 기억하고 개인은 잊을 수 있도록... 정말 따뜻한 말이에요.
사회가 기억할 때에야 개인은 비로소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이 책을 자꾸 깜박하게 되는데,
알라딘 북토크에서 모자를 쓰고 나오셨던 마녀 D님이 생각납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던 북토크였어요.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제2의성, 가부장제의 창조, 페미니즘 철학 입문...
내년에 읽어야 할 책이 많네요. (올해는 일찍 포기..)

독서괭 2022-11-24 12:49   좋아요 1 | URL
수하님, <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는 두번 읽으시려는 거죠? ㅋㅋㅋㅋ (놀림)
저는 가부장제의 창조는 읽었지롱~요!^^ 저도 페미니즘 철학 입문 담아놓긴 했는데, 내년에는 또 내년의 여성주의책읽기 도서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일단 페미니즘 서적은 그거랑 이미 사둔 책으로 충분할 것 같아요. 백래시도 있고 페미니즘의 도전도 아직 못 읽고 가지고만 있어요.
북토크는 못 봤는데 익명으로 활동하시는데 어떻게 나오실지 궁금했어요. 모자를 쓰셨군요.
수하님 올해 아직 안 끝났어요, 화이팅~^^

건수하 2022-11-24 13:08   좋아요 1 | URL
앗 왜 두 번 있는 거죠 ㅋㅋㅋㅋ 읽겠다는 강한 의지를 무의식적으로 표현한…?;; (수정했어요 ㅋㅋ)

참 D님은 모자가 아니고 가면? 을 쓰고 나오셨어요.

저는 이미 사둔 책이 너무 많아요. 이러다가 안 읽고 관심사가 바뀌는 일을 몇 번 경험했기에 자제중입니다. 페미니즘은 안 그럴 거라 생각은 하지만.. 언제 사놓고 안 읽은 책 점검 들어가야겠어요 :)

독서괭 2022-11-29 11:08   좋아요 1 | URL
가면을 쓰고 나오셨군요. D님이 더이상 분투하지 않아도 되도록 시스템이 많이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안 읽고 관심사가 바뀌는 일 저도 많이 ㅋㅋㅋ 쌓여있는 벽돌들 어떡하죠? ㅠㅠ 내년엔 안 읽은책들 좀 열심히 읽고 치워보려합니다.

그레이스 2022-11-28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너무 의미가 좋아서 한참 생각했습니다.
대체 가능한 연대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말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글들이네요.

독서괭 2022-11-29 11:09   좋아요 1 | URL
이런 마음을 품고 활동하신다는 게 놀랍고 신선하더라고요^^
개인이 이렇게 분투해야만 하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고요..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단발머리 2022-11-30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서괭님 이 페이퍼 읽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정리하시려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어요. 작가의 노고도 엿보이고요.


읽는 것만으로도 연대할 수 있다고 믿어요. 정희진


정희진쌤 말씀이 딱 맞네요. 독서괭님의 연대에 저도 함께합니다.

독서괭 2022-12-02 12:45   좋아요 1 | URL
읽는 것으로 연대한다니, 참 책읽기에 힘이 되는 말씀이네요^^
우리는 읽는 데다가 공유하기까지 하니! 한단계 업! ㅋㅋ
함께해서 좋습니다 단발님♥
 




「백설 공주」에서 여왕이 자기가 미워하는 의붓딸과 싸우는 데 무기로 사용한 빗, 코르셋 끈, 사과와 마찬가지로, 거식증이나 광장공포증 같은 고통은 가부장제가 정의한 ‘여성성‘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극단으로 몰고 간 결과이자, 사회적 처방에 대한 본질적이고 어쨌든 피할길 없는 패러디다.
그러나 19세기에 여성들을 아프게 한 것은 이런 질병이 패러디하고 있는 복잡한 사회적 처방전만이 아니었다. 19세기 문화 자체가 여성들을 병들게 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고통받았던 ‘여성의 질병‘은 꼭 여성성 훈련이 낳은 부산물만은 아니었다. 그 질병이 바로 훈련 목표였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와 디어러 잉글리시가 보여주었듯, 19세기 내내 ‘상류층과 중상층 여성들은 ‘병든‘(허약한, 건강이 나쁜) 존재로 여겨졌으며, 노동자 계급 여성들은 ‘병들게 하는‘(감염시키는, 병적인) 존재로 여겨졌다.‘ 그들은 ‘숙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계속 ‘숙녀란 약하고 병약한 존재라는 사회적 동의가 있음‘을, 그 결과 ‘여성의 병약함에 대한 숭배‘가 영국과 미국에서 발달했음을 지적한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무자비한 자기 억제를 의미한다면 필연적으로 질병을 수반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감염된 문장은 새끼를 친다‘는 디킨슨의 주장에서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수세기 떨어진 곳‘에 있는 우리가 ‘들이마시는 절망은 마카리에의 인생 같은 삶, 즉 ‘이야기를 갖지 못하는‘ 삶이라는 절망, 바로 그것이다. - P153~155



제2장 감염된 문장

: 에밀리 디킨슨의 시에서 따온 제목이다. "감염된 문장은 새끼를 친다. 우리는 절망을 들이마시겠지." - 책을 읽어나갈수록 이 시가 오싹하게 느껴진다. 이는 페미니즘 비평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유구한 억압의 역사 속에서 쓰이고 살아남은 문장들은 감염되었고, 우리는 읽음으로써 그 안의 절망을 들이마신다. 적절한 비평을 통해 감염된 문장이 '감염되었다'는 사실 자체를 깨닫고 내 안에 항체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특히 이 책에서 새롭게 깨닫는 부분은 여성혐오, 여성대상화로 가득한 남성작가들의 글 뿐만이 아니라 여성주체를 내세워 여성작가가 쓴 문장들 역시 감염되었고, 오히려 더 교묘한 방식으로 감염되어 있다는 것이다. 


병약함에 대한 숭배, 예전 어느 미술관에서 여성 초상화 작품을 설명하면서 당시 창백한 피부를 아름답다고 여겼기 때문에 초상화를 그리기 전에 찬물에 손을 담가 일부러 피부를 창백하게 만들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일이 떠오른다. "영원이 여성적인 것이 무자비한 자기 억제를 의미한다면 필연적으로 질병을 수반하지 않겠는가?" 수세기 떨어진 곳에 있는 우리는 여전히 절망을 들이마시고 있다. 10대 여자아이들이 거식증에 걸리는 사회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몸무게에 대한 걱정, 거부에 대한 두려움, 완벽주의에 대한 갈망 같은 특정한 주제는 여자아이 개인의 '병리 현상'이라기보다 여성에 대한 문화적 기대에 뿌리를 두는 듯했다. 여자아이들은 뒤섞인 메시지와 씨름해야 했다. '아름다워야 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섹시해야 한다. 하지만 야해서는 안 된다.' '솔직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독립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다정해야 한다.' '똑똑해야 한다. 하지만 남자아이들을 위협할 정도로는 안 된다.'  - <내 딸이 여자가 될 때> 67쪽 


 시몬 드 보부아르는 "자기 삶의 주체였던 여자아이들이 다른 사람 삶의 객체가 된다"고 소녀들이 겪는 문제를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어린 소녀들은 천천히 유년기를 땅에 묻고, 독립적이고 도도한 자아를 버리고, 순종적으로 성인이라는 존재가 되어간다."고도 했다.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은 인간 존재로서의 지위와 여성으로서의 소명 사이에서 갈등한다. 보부아르 말에 따르면 "여자아이들은 '존재하기being'를 그만두고 '보여지는seeming' 삶을 시작한다". - 같은 책, 36쪽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는 시기에 겪는 여자아이들의 혼란을 분석한 <내 딸이 여자가 될 때>의 내용이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서술하는 여성 작가들의 혼란과 겹쳐 보인다. 어쩌면 사회 전체가 여성에 대하여 한 목소리를 내던 19세기보다 상반된 메시지가 다양한 경로로 무분별하게 전달되는 21세기가 여성(소녀)들에게는 더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가정에서는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그러나 학교에서 배우는 고전들은 대부분 남성 작가에 의하면, 남성 정신의 위대함을 그리는 이야기다. 상업광고, 뮤직비디오, 같은 학교 남자아이들은 '섹시하지만 야해서는 안 되는' 등의 기준을 들이대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여자아이들을 조롱한다. * 그나저나 여기나 저기나 등장하여 적재적소 촌철살인을 날려주시는 보부아르님, 당신은 대체.. 내년엔 꼭 읽을게요. 



유사하게 『오이디푸스』에서 『파우스트』까지 전형적으로 위대한 비극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남자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추는데, 남자 주인공은 지배하거나 반항하려는 강한 의지로(또는 둘 다를 원함으로써) 고귀해질 뿐 아니라 상처받는다. - P174


고귀한 자는 결국 맥베스이고 레이디 맥베스는 괴물이다. 마찬가지로 오이디푸스는 영웅이지만, 메데이아는 마녀일 뿐이다. 리어의 광기는 거룩하고 보편적이지만, 오필리아의 광기는 그저 측은할 따름이다. - P175


고전에 한하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탐험하고, 모험하고, 정의를 구현하고, 악당을 물리치는 만화영화들에서는 남자캐릭터가 대세다. 한팀 중 한두명 여자를 끼워넣을 뿐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혼성팀에서 대장은 예외없이 남자다. 혼성팀 대장이 여자인 경우를 본 적이 있나? 나는 없다. 옥토넛도, 퍼피구조대도, 미니특공대도 마찬가지다. 대장은 남자다. 과거에 반장은 남자였던 것처럼. 대다수의 대통령과 CEO가 남자인 것처럼. 등장하는 여성인물의 숫자가 적을 때, 문제는 해당 캐릭터의 '성별'이 강조된다는 것이다. 해당 여성캐릭터가 아무리 훌륭하게 묘사된다고 해도(여성캐릭터가 적을수록 그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있다. 여자아이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여성캐릭터에 자신을 동일시하기 쉬운데, 동일시할 캐릭터가 적으면 그만큼 선택지가 적어진다. 남성캐릭터는 많기 떄문에 다양한 성격구현이 가능하다. 

많은 고위집단에서 소수인 여성들은 완벽을 요구받는다. 실패해도 그 사람의 문제로 여겨지는 남성들과 달리, 소수자 여성의 실패는 '여자라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1837년에 샬럿 브론테는 ‘저는 여자가 해야 할 모든 의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했습니다‘고 말하며 로버트 사우디를 안심시켰다. 브론테는 ‘항상 성공한 것은아닙니다. 왜냐하면 가르치거나 바느질할 때 가끔 저는 차라리 독서하거나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하고 부끄러운 듯 고백하고, ‘저는 저 자신을 부정하려고 애씁니다. 아버지의 인정은 그런 결핍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어주고요‘라고 공손하게 덧붙인다. - P168


오, 샬럿 브론테가 나왔다. 이런 말을 했구나. 샬럿 브론테의 <빌레뜨>를 읽고 있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강인함과는 상당히 거리가 느껴진다. 저런 말을 한건, 정치적 스킬이 아니었을지..? 



<빌레뜨> 너무 재미있다.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에 뒤이어 읽고 있자니, 언니쪽이 훨씬 유명한 이유가 있구나 싶다. 인물의 생생함이나 독자의 흥미를 돋우는 능력 면에서 특히 샬럿 쪽이 탁월해 보인다.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 얼마나 개성있고 입체적인지, 감탄하며 읽는다. "이해관계야말로 성격의 핵심이자 동기의 주요 원천이고, 삶의 알파이자 오메가"(112쪽)이며 "혼자서 수상과 검찰총장을 겸임할 수도 있었을 인물"(113쪽)이라는 베끄부인, "즐거움과 쾌락 만세! 위대한 열정과 엄격한 정조 따위 물러가라!"(140쪽)고 외치는 팬쇼 양, 또한 꽤나 도덕적이고 보수적으로 보이는 화자 루시 스노우도 자신의 앞길을 찾아 낯선 곳에 과감하게 발을 디디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에 용감하게 나서는 인물로 그려진다. 정말 매력적이다. 




그런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앤 브론테를 언급하는 부분을 보니, <와일드펠 홀의 거주인>(혹은 소작인)을 읽어봐야 그녀의 진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번역본이 없다..



앤 브론테의 『와일드펠 홀의 거주인』(1848)은 일반적으로 기독교 가치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은 여성 해방 이야기다. 특히 잘못된 결혼의 감옥 밖으로의 탈출, 그리하여 예술가로서 성공해 독립성을 성취하고자 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소설의 주인공 헬렌 그레이엄은 남편을 피하려면 신분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전문 화가가 된 뒤 자신의 풍경화에 가짜 서명을 써넣고, (...)- P193


관람객 중에는 그녀가 도망치고자 하는 남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헬렌은 자신의 상황을 그려야 할 필요성과 자신의 위치를 숨겨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한다. 따라서 자신의 예술과 맺는 긴장 관계는 거의 전적으로 젠더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헬렌의 불안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통해 여성 예술이 여성성에 의해 어떻게 근본적으로 제한받는지 추정할 수 있다. - P196



어찌됐든, 감염이 되었든 아니든 간에 여성 작가들이 시대의 역경을 뚫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낸 데에는 큰 의미가 있다. 남성인물에 자신을 투영하거나, 남성작가가 쓴 여성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독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므로. 



자기 이야기를 함으로써 근본적인 권위를 획득한 이런 작가들은 또한  ‘모든 진실을 말하되, 비스듬히 말하라‘는 에밀리 디킨슨의 유명한 (그야말로 여성적인) 충고를" 따름으로써 이들 특유의 작가 됨에 대한 불안을 누그려뜨렸다. - P182


제인 오스틴과 메리 셸리에서 에밀리 브론테와 에밀리 디킨슨에 이르는 여성들은 어떤 의미에서 양피지에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쓴 것 같은 문학작품을 생산했다. 이런 작품들의 외관은 표면의 무늬가 훨씬 깊고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가 더 어려운) 층위의 의미를 감추거나 흐려놓았다. 작가들은 이렇게 가부장적인 문학의 표준에 순응하는 동시에 그것을 전복시킴으로써 진정한 여성문학의 권위에 도달하는 어려운 임무를 해냈다. - P183


숨겨진 이야기나 메시지는 ‘인류의 반이 꾸려가는 한낱 사적인 삶’이다." 좀 더 상세하게 말한다면, 우리가 여기에서 관심을 갖는 19세기 여성문학 대부분에 은폐되어 있는 단 하나의 플롯은 어느 정도는 자기 이야기에 대한 여성 작가 자신의 탐색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자아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여성의 탐색이다. - P186


‘어떤 남자도 추측할 수 없는‘ 이 이야기는 자신의 감염과 질병을 치유해 자신을 온전하게 만들고자 애쓰는 여성의 이야기다. - P187


이 모든 선택, 즉 확실히 주류적인 것이 아니라 외관상 소품 같은것, 극적인 것이 아니라 가정적인 것, 공적인 것이 아니라 사적인 것, 영광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은 것을 선택한 데는 의식적이거나 반의식적인 아이러니가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그런 선택의 필요성은 아주 최근까지 영미의 거의 모든 여성 작가들이 처했던 상황, 즉 작가 되기의 병적인 불안을 강조해준다. 모든 여성의 삶과 시, 그리고 선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바는 간단히 말해, 여성 문인이 세계 내에서 자신의 공적 현존을 규정해야 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든 똑같이 항상 자기 존재를 비하하는 결과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여성 문인은 자신의 작품을 전적으로 억압하거나 작품의 출판을 필명이나 익명으로 출판해야 했고, 그렇지 않은 경우 그녀는 겸손하게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고백하고, 열등한 능력에 걸맞게 숙녀들을 위한 ‘더 하찮은‘ 주제에 집중해야 했다. 후자의 선택이 실패의 인정으로 보인다면 여성 문인은 반항할 것이며 그 결과 불가피하게 추방당할 것이다. 그리하여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듯, 여성 작가는 당황스러운 이중의 속박에 갇혀 있었다. 여성 문인은 자신이 ‘단지 여자‘일 뿐임을 인정하거나 ‘남자만큼 훌륭하다‘고 저항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이 같은 불안감을 조장하는 선택에 직면한 여자들이 문학작품을 창조하자 그들의 작품에는 제한된 선택에 대한 강박적 관심뿐 아니라 예외 없이 강박적 감금의 이미지가 강력하게 나타난다. - P168, 169


이런 혼란과 억압 속에서 자기 이야기를 감추고 비틀며 써냈다고 생각하니, 19세기 여성문학을 읽는다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그냥 재미로 읽었던 과거 독서와는 달리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빌레뜨는 그냥 재미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긴 하지만. 여기에도 감금의 이미지가 나오는지 잘 살펴봐야겠다.

<제인에어>에서 등장하는 로체스터의 미친 전부인이 작가의 분신이라는 분석은 흥미롭다. 샬럿이 제국주의자라는 비평도 있다는데, 이 부분 염두에 두고 재독하고 싶다.



심지어 표면상으로는 가장 보수적이고 얌전하게 보이는 여성 작가들조차 대단히 독립적인 인물들을 강박적으로 창조했으며, 이런 인물들은 작가나 작가의 순종적인 여자 주인공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들이는 모든 가부장적 구조를 파괴하고자 한다. 물론 이 작가들은 자신들의 반항적 충동을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미치거나 괴물 같은 소설이나 시 속에서 적절하게 벌을 받는) 여자에게 투사함으로써 자신의 자아분열, 즉 가부장적 사회의 억압을 수용하고자 하는 욕망과 거부하고자 하는 욕망을 동시에 극화한다. 그러나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여성문학에 등장한 미친 여자가 남성 문학과 달리 단순히 여자 주인공의 적대자거나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미친 여자는 어떤 의미에서 작가의 분신이고 작가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이미지다. - P189



3장: 동굴의 비유는 크게 인상적이지 않아서 패쓰.

4장, 5장에서는 제인 오스틴 작품들을 본격 분석한다. 제인 오스틴 예습할 걸 그랬다고 후회막심 중. ㅠㅠ 5장 읽는 중인데, 모르고 읽어도 읽을 만하긴 하지만 답답한 지점도 많다. 또 언급되는 다른 작품 중 마리아 에지워스의 <래크렌트 성>이 궁금한데 번역서가 없다. 번역 좀 해주세요.. 19세기 문학을 원서로 읽을 자신은 더더욱 없다구?!! 





따라서 여성 예술가의 고독, 여성 선배와 후배에 대한 갈증과 남성 선배로부터의 소외감, 남성 독자의 반감을 사는 일에 대한 두려움, 여성 독자에 대한 절박한 갈구, 문화적 조건 안의 자아를 극화시킬 때 튀어나오는 소심함, 예술의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두려움, 여성창조의 부적절함에 대한 불안 등등 이 모든 ‘열등화’ 현상은 여성 작가가 예술가로서의 자아를 정립하려는 분투의 표식이며, 자아 창조를 위한 그녀의 노력을 남성 작가와 구분해주는 현상이다 - P147

게다가 그런 여성들은 루퍼스 그리스월드 같은 사람의 주장("우리는 여성의 글을 읽으면서 ""쓸데없는 감정‘이 넘쳐날 뿐인데도 창조적인 지성을 피워내는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오인할 위험이 있다")에 깔려 있는 전제에 깊이 영향받았다. 이 말은 비록 여성이 펜을 드는 일이 부조리하지는 않다 할지라도 병적(오늘날의 말로 하자면 ‘신경증적‘)임을 암시하고 있다. - P162

자신을 낮추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시인 자신뿐만 아니라 예술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 P166

자신의 문학적인 노력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여자들은 미친 사람 내지 괴물로 취급받았다. 성을 ‘벗어났기‘ 때문에 기이하고 성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에 기이하다는 것이다. - P167

현대 여성들이 활력있고 당당하게 펜을 들어 써내려간다면, 그것은 18세기와 19세기의 여자 조상들이 병들 정도로 심한 고립 속에서, 미칠 듯한 소외감 속에서, 마비를 일으키는 모호함 속에서 자신들의 문학적 하위문화에 고질적으로 퍼져 있던 작가 되기의 불안을 극복하려고 싸웠기 때문이다. - P148

남성 모델의 지속적 사용은 여성 예술가를 심리적 자아 부정이라는 위험한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몰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심리적 자아 부정은 키츠가 숙고했던 형이상학적 자아 상실을 훨씬 넘어선다. 배럿 브라우닝의 상드 소네트가 드러내듯, 자아 부정은 심각한 정체성 위기로 치닫을 것이다. - P177

첫째, 많은 여성 문인이 여성의 ‘겸손함‘이나 남성 흉내를 벗어버리고 뛰어넘어 성장했다. 오스틴에서 디킨슨에 이르는 이런 여성 예술가들은 모두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중요한 경험을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 P181

여성의 관점에서 보면 괴물 여성은 자신을 표현할 힘을 구하는 여자일 뿐이다. 메리 셸리는 창조자에게는 단지 ‘움직이고 말하는 더러운 덩어리‘에 불과한 괴물을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며 그런 인물의 내면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 P191

글자 그대로의 집이 된다는 것은 결국 몸을 정신적으로 초월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거부당하는 것이다. 그런 초월성이야말로 시몬 드 보부아르가 주장했듯, 인간을 고유하게 인간으로 만들어주는데 말이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출산에 갇혀 있는 것은(그리고 우리가 지금 ‘출산‘이라고 부르는 행위를 일컫는 19세기 단어가 ‘감금‘이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어떤 점에서는 집이나 감옥에 갇혀 있는 것만큼이나 문제적이다. - P206

배반당한 에우리디케는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주디스 셰익스피어’처럼) ‘무덤 동굴‘이라는 감옥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 시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므로 여성 예술가는 이시스와 에우리디케를 복원하면서 문학 유산의 잃어버린 아틀란티스, 즉 가라앉은 대륙을 재정의하고 되찾는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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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1-22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흐.... 독서괭님 명품 페이퍼 너무 좋네요. 저는 아직은 샬럿이 최애인데 에밀리는 독특한 느낌이 있잖아요. 앤도 그에 못지않는 특별한 매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작가들은 이렇게 가부장적인 문학의 표준에 순응하는 동시에 그것을 전복시킴으로써 진정한 여성문학의 권위에 도달하는 어려운 임무를 해냈다. - P183

저는 183쪽의 이 문장이 기억에 남아요. 당시 이 소설을 사서 읽을만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와 가부장제에 대한 고발, 조롱, 냉소를 ‘섞어서‘ 창조했다는 점에서요. 순응과 전복. 여성 작가들의 위대함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저도 페이퍼 쓰고 있어요. 곧 돌아오고 싶으나, 쩜쩜쩜.

독서괭 2022-11-22 17:29   좋아요 1 | URL
단발님 샬럿이 최애시군요! 전 아직까지는 완독이 딱 1작품 씩이라 ㅋㅋ 뭐라 단정하기 어렵지만 ㅋㅋ 그동안은 <폭풍의 언덕>이 최애였어요. 하지만 빌레뜨 읽으니 넘 좋아서 샬럿파로 갈수도.. 읽은 것도 재독하고 안 읽은 것도 읽어보려면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그러게요. 저도 그 부분 넘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제인오스틴 4장 읽으면서 참 영리한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단발님 페이퍼 기대할게요^^

거리의화가 2022-11-22 16: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재밌죠^^ 저는 역시 오스틴보다는 브론테 쪽인 것 같아요^^; 3부 들어가야 하는데 역시 안 읽고 진입하기는 답답한가보군요. 3장 동굴의비유는 인상적이지 않은 것도 그랬지만 굳이 이 타이밍에? 라는 생각도 있었고 단 번에 이해는 잘 안갔어요. 수하님 댓글과 페이퍼 통해서 뒤에 관련해서 내용이 나온다고 하길래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괭님 좋은 페이퍼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1-22 17:31   좋아요 1 | URL
오 화가님에게 오스틴보다 브론테 승! ㅋㅋ전 오스틴은 좀더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오만과 편견 나름 재밌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서;; 다미여 읽고 읽으면 또 달리 보일 것 같기도 하고요.
동굴비유 뒤에 또 나오는군요? 저도 수하님 페이퍼 보며 공부 좀 다시 해야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2-11-22 18:33   좋아요 2 | URL
제가 페이퍼는 안 썼는데....
7장에서 메리 셸리와 <프랑켄슈타인>이 나올 때 3장의 내용이 조금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2-11-23 13:11   좋아요 0 | URL
오, 네. <프랑켄슈타인> 읽었으니 7장은 조금 수월하려나요? 어렵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다락방 2022-11-22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어서 빨리 빌레뜨 시작해야 겠습니다. 저는 오늘 3장 들어갔어요. 독서괭 님의 진도가 훨씬 앞서있네요!

제2의 성 읽을 때 와 이런 얘기도 했어? 이런 얘기도? 하면서 온갖 얘기 다 들어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보부아르 님 대단... 아무튼 저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같은 책을 읽는 분이 이렇게나 근사한 페이퍼를 작성해주시다니. 감동이 밀려옵니다 흑흑 ㅠㅠ

독서괭 2022-11-22 17:32   좋아요 1 | URL
으흐흐 다락방님, 빌레뜨 책 딱 보고 넘 예뻐서 기분 좋았는데, 내용도 재밌어서 완전 씐나요^^
제2의 성에 엄청난 얘기들이 많군요. 밑줄 어마하게 긋게 될 것 같네요. 내년에 벽돌들 좀 깨 볼까 해서.. 제2의 성도 도전해보렵니다..! 다락방님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셔서 넘 감사해요^^

건수하 2022-11-23 13:25   좋아요 0 | URL
오, 저도 읽다만 제2의성 내년에 마저 읽으려고요! 독서괭님 같이 읽어요 ㅎㅎㅎ

독서괭 2022-11-23 13:43   좋아요 1 | URL
수하님, 좋아욧!🤩

건수하 2022-11-22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샬롯 브론테의 <셜리>도 번역되지 않아 매우 아쉬운 책 중 하나예요.
<실낙원>에서 넘어졌다가 버지니아 울프의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읽으며 다시 회복하고 있습니다.

8장에서 <폭풍의 언덕> 나오는데 역시 넘 어려워요 ㅎㅎ 제가 왜 그 소설을 읽으며 혼란스러워했는지 정도만 이해하며 넘어가려고 해요 :)

독서괭 2022-11-23 13:13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셜리>는 왜 번역 안 해줄까요? 어서 해달라!
실낙원은 영 다들 어려우신가 봅니다. 전 시도 안하려고요;; <집 안의 천사 죽이기>는 읽어보고 싶어요!
<폭풍의 언덕> 읽은 책이라 나오길 기대하고 있는데 어렵군요ㅠㅠㅠㅠ 역시 비평은 어렵다.. 페미니즘도 어려운데 페미니즘 비평이라니ㅠ 수하님 파이팅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1-22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빌레뜨로 선택하셨었군요?
책 표지 이쁘죠??^^
다미여도 많이 읽으시고, 아까 바람돌이님 서재에서 디킨슨 시인의 정답 한 개도 맞추시고?? 괭님 너무 천재 아니신가요??
알고 보니 천재!!! 알천재????ㅋㅋㅋ

독서괭 2022-11-23 13:13   좋아요 1 | URL
네 나무님! 책이 넘 예뻐서 여러번 쓰담쓰담 했어요 ㅎㅎ 볼때마다 기분 좋네용^^
알천재라니 ㅋㅋㅋㅋㅋ 뭔가 어감이 요상하지만 ㅋㅋㅋ 그런 이미지로 밀어봐야겠습니다 ㅋㅋ

바람돌이 2022-11-22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부아르와 에이드리언 리치는 무슨 책을 보든 어디에서나 튀어나오는 주인공들! 저는 내년에 이분들의 책을 목표로 해야 할 거 같아요. ^^ 후발주자의 이점은 앞선 사람들이 이룬 성과를 온전히 흡수하고 간다는거죠? 먼저 읽으신 분들의 이런 명품 글을 보면서 아 이런 면을 유의해서 봐야겟구나 막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은 제인에어의 버사가 샬럿 브론테의 분신일수도 있다는 것,
또 샬럿 브론테가 제국주의자? 이것도 염두에 두면서 읽어볼게요. ^^

독서괭 2022-11-23 13:15   좋아요 0 | URL
오 에이드리언 리치도 그렇군요. 둘다 꼭 읽어봐야겠어요..
명품 글이라니 과찬이십니다. 버사가 분신일 수 있다. 샬럿 브론테가 제국주의자라는 비평 등의 내용은 다른 분 페이퍼에서 봤어요 @_@ 참 해석이란 재미있습니다.
바람돌이님 파이팅입니다^^

scott 2022-11-22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레트 이토록 잼 나는데
영쿡인들은 오로지 오스틴 작품만 줄창 영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ㅎㅎ

독서괭 2022-11-23 13:15   좋아요 1 | URL
ㅎㅎㅎ 오스틴만 편애하다니! 브론테도 사랑해달라!^^
 


문학작품은 강제적이라는 (또는 적어도 설득을 강제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된 결론 중 하나였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남성작가가 반복적으로 규정해왔던 여성에 대한 은유를 (마치 그 은유가 암시하는 의미를 이해하려고 애쓰기라도 하듯) 자신의 작품에서 실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반응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우리의 문학 연구 방법론은 문학사가 강력한 행위와 그에 대한 불가피한 반작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블룸의 전제에 기초한다. 나아가 가스통 바슐라르, 시몬 드 보부아르, J. 힐리스 밀러 같은 현상학 비평가들처럼 우리는 ‘은유를 낳는 경험’과 ‘경험을 낳는 은유‘ 둘 다를 묘사하고자 했다. - P21, 22


문학작품은 설득을 강제한다!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 바와 같이, 1장에서부터 저자들은 또박또박 18~19세기 여성작가들의 창조를 가로막았던 문학(문화)의 압력을 진술해 나간다.


과학이 강하고 우리가 부드럽다면, 그 이유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우리가 캠퍼스에서 문화 변용과 사회화라는 점잖은 아내의 일을 하는 반면에, 남자 천체물리학자들은 화성에 우주선을 발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상을 풍부하게 받는 과학자들이 습득하기 힘들고 어려운 그들만의 언어로 말하는 세계에서 이전에는 평범하게 말했던 소박한 우리 인문학자들 역시 어려운 사적 담론(말하자면 우리끼리 쓰는 특수 용어, 우리 영역의 신참자들에게 미생물학자와 지질학자의 전문성을 나타내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언어적 통달을 제공해줄 전문용어)에 대한 유일한 접근권을 열망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철학적 사회문화적 상투어를 파괴하는 흥분과 함께 ‘이론‘은 일상의 언어를 ‘의문시해‘ ‘사람‘ 대신 ‘주체‘나 ‘주체성‘으로, ‘책들‘ 대신에 ‘언어의 장들‘로 대체함으로써 전문성을 보증하는 ‘담론‘을 제공했다. 그 과정에서 ‘이론‘은 심지어 캠퍼스 밖 우리의 고객이었던, 울프가 말한 교양 있는 ‘보통 독자‘로부터도 우리를 유리시켰다.

(...)  반면, 시인으로서, 또한 평범한 독자로서, 작가이자 교수로서 나는 일상의 삶과 비평을 위해 에이드리언 리치가 품었던 ‘공통 언어를 향한 꿈‘에 공명한다. -P62, 63


이 부분은 저자들이 쉽고 대중적으로 문학사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을 밝힌 것인데, 뭔데, 에이드리언 리치,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라니 멋있고 난리람.. 읽고 싶어지게.. 


1장, 첫 부분에서는 펜=페니스로 여겨지는 문학에서의 부권 은유에 관해 설명한다. 

철저히 가부장적으로 전개되는 문학작품에 몰입할 때, '존재의 용해'가 일어난다는 말은 흥미롭다. 

20대까지 읽은 책 대부분이 남성 작가의 작품이었다. 특히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필독서들은 거의 남성 작가의 것이다. 그 안에 나를 이입할 때, 수동적이고 평면적인 여성 인물에 이입하든 마음에 드는 남성 인물에 이입하든 여성이 거기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전제에 깔린 남성 세계다. 여자아이들에게 우리는 여성작가의 작품을 의도적으로 더 많이 읽힐 필요가 있다.



핀치가 (빈정대는 어조이기는 하지만) 절망적인 심정으로 남성의 요구와 의도를 수용한다는 사실은 문화적 구속의 강압적 힘과 더불어 그 힘을 구현한 문학작품의 강압적 힘까지 뚜렷이 드러내준다. 왜냐하면 학식 있는 여성들은 ‘멍청해지라고 요구받고 그렇게 키워진다‘는 것을 ‘일상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배우기 때문이다. 리오 베르사니가 말하듯, ‘글은 단순히 정체성 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정체성, 나아가 육체적 정체성을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 우리는 문학에 몰입함으로써 일어나는 일종의 존재의 용해, 혹은 적어도 존재의 유연성을 고려해야 한다. - P85


남성 작가들은 대대로 ‘말의 그 무한한 일람표‘에 새겨넣은 여성 ‘인물‘에 대해 가부장적 소유권을 취했다.
(...) 역사상 소설을 소설로 반박할 수 있는 도구인 펜/페니스가 없었던 여성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재산으로, 또 남성 텍스트에갇힌 인물과 이미지로 환원되어 왔다.  - P87


여성은 남성이 ‘만들어놓은‘ 사고에 따라 남성의 텍스트, 그림, 그래픽 속에 ‘갇혀' 있었으며, 여성은 남성의 우주론 속에서(죄 많은 결함투성이로) ‘날조되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자신이 문학작품의 소도구 이상이라고 느끼는 여성에게는 권위가 제기하는 문제가 형이상학적이거나 철학적일 수 없다. 여성에게 이 문제는 (앤핀치와 앤 엘리엇이 표현한 고통이 보여주듯이) 심리적이다. 여성은 그토록 철저하게 금지당했던 펜을 들어보기도 전에 이미 가부장제와 문학작품에 의해 종속되고 감금당했기 때문에, 남성 텍스트들을 피해야 한다. 그 텍스트들은 여성을 ‘영’으로 규정하고, 여성에게 (여성을 가두고 펜을 들 수 없게 만드는 권위에 맞서 대안을 만들 자주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 P89


‘예술가는 경험을 죽여서 예술로 만든다. 일시적인 경험이 죽음을 피할 유일한 길은 예술 형식의 ‘불멸성’ 속으로 죽어서 들어가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술 속의 고정적 ‘삶’과 자연 속의 유동적 ‘삶‘은 속성상 양립할 수 없다. 따라서 펜은 칼보다 더 강할 뿐만 아니라 죽이는 힘(그 필요성)도 칼과 다를 바 없다. - P90


1장 후반부에서는 천사와 괴물이라는 대립적인 이미지로'만' 형상화될 뿐인 여성들에 대해 서술한다. 

작가에게 필수적인 '자아 정의', 그러나 남성 작가들의 시선에 의해 왜곡당한 문학들을 접하며 문학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을 여성 작가들에게는 자아 정의 자체가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는 간단하게 '집 안의 천사' vs 혐오감을 자아내는 '괴물' 둘 중 하나다. 

이 부분을 읽으며 든 생각은, 예로부터 남자들이 "여자는 정말 모르겠다니까!" 하며 여성을 이해하기 어려워한 데는 자아상이 왜곡된 데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실제 모습을 숨기고 남성들이 원하는 모습을 추구해야만 하는 여성의 내면은 늘 복잡할 수밖에 없고 상반된 특성들이 불쑥불쑥 드러나게 될 것이다. 영문을 모르고 알 필요도 없는 남성들 눈에는 그것이 여성의 변덕이나 복잡함, 비논리성으로 여겨질 뿐이었을 지도. 



(...) ‘천사‘와 ‘괴물‘ 이미지는 남성이 쓴 문학 전반에 퍼져 있을 뿐아니라, 두 이미지 중 어느 하나라도 확실하게 죽인 여성은 거의 없을 정도로 여성문학에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 모든 작가에게 자아 정의는 자기주장보다 반드시 선행한다창조적인 ‘나란 존재‘가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한다면 언어화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 예술가에게 자아 정의의 본질적 과정은 그녀와 자신 사이에 끼어든 모든 가부장적 정의 때문에 복잡해진다.  - P95


다시 말해 오노리어의 본질적 미덕은 그녀가 남자를 ‘위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녀 자신은 위대하지도 않고 뛰어나지도않다.  - P103


빅토리아 시대의 천사 같은 여자는 가정 안에 갇힌 채 남편의 ‘의미 있는 행위의 삶‘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피와 땀으로부터 그를 지켜주는 신성한 안식처가 되어야 하며, ‘명상적인 순수함‘으로 신 같은 타자성을 상기시키는 살아 있는 기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P106


여성을 괴물로 만드는 가부장제적 심리를 설명한 부분은 <여성 괴물>에서 접했던 내용이다. 

*역시 보부아르는 날카롭다.. 내년에는 꼭 <제2의 성>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스펜서의 ‘에러’나 밀턴의 ‘죄‘처럼 여신 비판은 새끼 치고 먹고 토하고 먹이고 다시 먹어 치우는 영원한 생물학적 순환과 관련되어 있다. 세 시인 모두 이런 순환이 초월적 지적 삶에 파괴적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각각의 괴물 같은 어머니가 만들어낸 창조물은 전부 그녀의 배설물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의 배설물은 전부 그녀의 음식이자 무기이기 때문에, 어머니는 새끼와 함께 자폐적인(서로를 잡아먹는 유아론적인)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다.  - P120


여성 괴물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해주는 본보기다. 남성이 자신의 육체적 실존, 즉 자신의 출생과 죽음을 통제할 수 없다는 무능감에 대한 모든 양가적인 감정을 바로 여성이 대변하도록 만들어왔다는 주장 말이다. 타자인 여자는 삶(파괴되도록 만들어진 삶)의 우발성을 나타낸다. ‘남자가 여성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육체적 우발성에 대한 남성 자신의 공포‘라고 보부아르는 말한다. - P121


모든 괴물 여자와 연관되어 있는 성적 혐오는 왜 그토록 많은 여자들이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여성 신체에 대해 혐오감을(또는 적어도 불안감을 끊임없이 표현해왔는지 설명한다. 예술 작품이 되도록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치장하고 꾸미고 광적으로 거울을 보는 일, 냄새와 노화 걱정, 항상 너무 곱슬거리거나 너무 반듯한 머리카락 걱정, 너무 야위거나 너무 뚱뚱한 몸 걱정)은 여성이 천사가 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여성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음을 입증한다. 더 의미심장한 것은 여성의 변덕이 글쓰기에 대한 열망을 남몰래 품고 있던 여성에게는 위압적인 훈계의 이미지로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 P122


예로 드는 '릴리스' 이야기와 백성공주 동화 이야기는 아주 재미있다. 

릴리스는 얼마전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바로 아담의 첫번째 부인이라고 알려졌다는 인(?)물. 호, 흥미로운데? 망겔의 책에서 봤을 떄는 신이 났다.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이브만 알고 있다가, 흙으로 직접 빚어졌다는 릴리스, 아담의 아래에 눕기를 거절하고 자기 마음껏 말하고 행한 아담의 부인이라니! 하지만 이 책에서 릴리스 이야기를 해석한 걸 보니 우울해진다. 여성의 주제넘음에 대한 잔혹한 처벌의 이야기라니.. ㅠㅠ 



릴리스 이야기가 암시하는 바는 가부장적 문화에서 여성의 말과 여성의 ‘주제넘음‘ (남성 지배에 대한 분노에 찬 저항)은 불가분하게 뒤엉켜 있으며 필연적으로 악마적이라는 것이다. 인간사회에서는 물론 심지어 성경의 반신적인 공동체 연대기에서도 배제당한 릴리스는 여성이 자신을 자리매김하고자 할 때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보여준다. 실로 끔찍한 대가다. ‘달아났기‘ 때문에, 그리고 명명하는 행위에 암시된 문학의 권위를 감히 강탈하려 했기 때문에, 릴리스는 복수(아이 살해)에 갇히고 이로써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고통으로) 더욱더 고통스러워지는 저주를 받았다. - P123



백설공주가 가부장적 메시지를 듬뿍 담고 있는 동화라는 거야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서 해석하는 내용을 보니 몰랐던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다. 특히 백설공주와 여왕(왕비?)이 한 사람의 양면과 같다는 해석. 그리고 늘 왕은 코뺴기도 비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는데, 거울의 목소리가 왕의 목소리라는 것. 그리고 죽었다고 표현되는 백설공주의 친모와 마녀인 여왕이 같은 인물일 수 있다는 것(그림형제 원작에서는 친모=마녀라고 하니..)에 관해서, 이제 그녀는 왕, 즉 가부장제의 목소리를 완전히 내면화했기 때문에 더이상 왕은 등장할 필요가 없고 그녀를 비추는 거울로 충분하며, 또 여왕이 그처럼 변모한 것과 마찬가지로 백설공주의 결말 또한 같은 길을 따르리라는 해석이 아주 흥미로웠다. 



두 여성은 가부장제가 그들 스스로를 죽여서 예술로 만드는 데 사용하라고 권하는 도구(마법의 거울, 마법에 걸린 유리 관, 마법을 거는 유리관 등)를 무기로 휘두르며 솜씨를 부려 문자 그대로 서로를 죽이려 한다.  - P125


왕이 모습을 드러내는 방식만큼은 분명히 존재한다. 거울의 목소리는 분명 왕의 목소리다. 그것은 여왕의 (그리고 모든 여자의 자아 평가를 지배하고 심판하는 가부장적인 목소리다.   - P127


그러나 이를 넘어서서, 백설공주에 대한 증오심을 야기한 것은 자아도취 의식을 행하는 여왕의 강한 절망인 것 같다(또는 증오심인 것 같다). 순결하고 수동적이며 여왕을 소모시키는 거울에 대한 광기로부터 자유로운 자아-부재 상태의 백설 공주는 이야기 서두에서 여왕이 진작 내버렸던 체념의 전형을 표현한다.   - P128


여왕은 자신을 내세우고 과장할 양으로 세이렌의 빗과 이브의 사과 같은 여성적 계략을 전복적으로 사용해 천사같은 백설 공주를 죽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술수는 딸을 통해 자신이 실현하려던 바와는 정반대 효과를 낸다. 한마디로 백설공주가 수동적인 처녀라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공주를 영원히 아름답고 생명력 없는 예술품으로 만들어버렸다. 이것은 바로 가부장적 미학이 젊은 여자에게 바라는 것이다. 광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왕의 관점에서 보면 여성의 인습적인 기술은 죽을 만큼 고통을 준다. 그러나 온순하고 자아가 없는 공주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여성의 기술이, 그 기술이 자기를 죽이긴 해도, 가부장적 문화에서 여성이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권력 수단을 제공한다. - P130


일곱 난쟁이는 그녀 자신의 위축된 권력, 발육 부진의 자아를 나타낸다고도 볼 수 있다. 베텔하임이 지적했듯, 그들은 백설 공주를 여왕으로부터 구해내는 일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하는 생활은 순종적인 여성성을 교육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백설 공주는 난쟁이들을 돌봐주면서 봉사, 이타심, 온순성이라는 기본 교훈을 배우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백설 공주가 작은 집에서 집안일을 해내는 천사라는 사실은 ‘여자의 세계와 여자의 일‘에 대해 이 이야기가 취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가정 영역이란 최상의 여자가 난쟁이처럼 되고 난쟁이의 하녀가 되는 왕국의 축소판이다. - P131


사실 이 이야기 전체에서 백설 공주가 드러내는 유일한 이기심은 변장한 살인자가 주는 코르셋의 끈과 빗과 사과에 대한 ‘자아도취적‘ 욕망이다.   - P131


백설 공주가 처한 운명의 순환은 냉혹하다. ‘명상적 순수성‘을 거부한 백설 공주는 이제 ‘의미 있는 행위‘의 삶을 시작해야 하는데, 여성에게 그런 삶은 바로 마녀의 삶이라 규정된다. 그런 삶은 매우 괴물 같고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에러, 두에사, 루시페라처럼 기괴한 백설 공주는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방에서 잘못된 기술을 연마할 것이다. 릴리스나 메데이아처럼 자기 파괴적인 백설 공주는 자녀 살해와 그 시도에 내재한 자기 살해를 결심한 살인자가 될 것이다. 결국 그녀 자신이 고안한 빗과 코르셋처럼 확실하게 여성의 복식인 불타는 구두를 신은 채 백설공주는 이야기, 거울, 자아상으로 만든 투명한 관 밖에서 끔찍한 죽음의 춤을 말없이 출 것이다. 이 죽음은 그녀의 유일한 행위는 죽음의 행위이며 자아 파괴라는 치명적인 행위임을 암시할 것이다. - P133, 134


「노간주나무」는 남자아이가 성인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자기 확신과 자기표현을 향한 성장이며 언어의 힘을 발전시키는 일임을 암시한다.   - P134


여자아이가 주인공일 때(백설공주)와 남자아이가 주인공일 때(노간주나무)의 차이를 지적한 점도 흥미롭다.

1장 마무리는 멋있게 끝내는 저자들. 


그리하여 앤 핀치와 앤 엘리엇부터 에밀리 브론테와 에밀리 디킨슨에 이르는 자부심 강한 여성들이 남성 작가의 텍스트라는 유리관에서 나와 여왕의 거울을 폭파했을 때, 오래전 침묵 속에 추었던 죽음의 춤은 승리의 춤, 언어를 향한 춤, 권위의 춤이 되었다.   - P137


밑줄을 많이 그어서 옮기는 것만도 한참 걸렸다(물론 이 많은 걸 타닥타닥 치지는 않았고, 북플의 기능을 이용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신난다. 이런 멋진 책 읽자고 한거, 대체 누구야? 누구?



 오늘 아침에는 4:30경 깨는 바람에(물론 귀염둥이 둘째 때문이다) 둘째는 금방 다시 잤지만 나는 금방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게다가 둘째가 또 6시쯤이면 깰 것 같아서, 그냥 책을 읽었다. 둘째가 6:30에 깨준 덕에 <아그네스 그레이>를 절반 정도 읽었고, 둘째와 함께 조금 더 잤다. 

 브론테 자매 중 막내인 앤 브론테의 작품 <아그네스 그레이>는 표지에 쓰인대로 '모슬린처럼 수수한' 작품이다(특히나 언니들 작품에 비교해보면). 작가 자신이 가정교사를 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풀어낸 걸로 보이는데, 전반부는 대체로 고생한 이야기다. 당시 가정교사는 집안마다 달랐겠지만 종종 하녀와 유사하게 무례한 취급을 당한 듯한데, 처음 간 집에서 어린아이들 (6세, 7세)을 맡게 된 아그네스의 고군분투가 눈물겹다. 신분과 관계없이 제대로 된 가정교육(도덕성, 품행, 배려심 등)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당연히 그 부모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이제 중반부, 드디어 아그네스의 높은 도덕적 품성과 어울리는 남성 목사보가 등장하는데..! 둘 사이에 로맨스가 펼쳐질 것인가? 수수하지만 쉽게 술술 읽히고 나름 재미도 있다. 




오늘 저녁엔 얼른 퇴근해서 아이들과 개기월식을 봐야 한다. 잘 보일까? 두근두근!! 


문학에서의 부권 은유는 (사회학적으로도 생리학적으로도 불가능하기에) 여성이 문학에 관여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문학 권력과 끈끈하게 연관되어 있는 반면,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19세기 사상가 오토 바이닝어의 표현에 의하면) ‘여성은‘ 문학 권력이 없기에 ‘존재론적 실재를 [남성과]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고로 이어진다.
부권/창조성 은유가 나타내는 암시는 또 있다. 여성은 문학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관능의 대상으로서 남성의 행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바이닝어와 사우디의 편지에 공히 드러나는) 생각이다. - P81

다시 말하면, 여성은 펜이 나타내는 자율성(주체성)을 부정당하기 때문에 문화로부터 (문화의 상징은 펜이니) 배제되는 한편 스스로 신비한 타자와 비타협적인 타자라는 양극단을 체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는 이 타자를 숭배와 공포, 사랑과 혐오로 마주한다. 여성은 ‘유령, 악마, 천사, 요정, 마녀, 정령‘으로서 남성 예술가와 미지의 것 사이를 중재하며, 동시에 남성 예술가에게 순수함을 가르치고 그의 타락을 지적한다. - P99

여성의 순종하는 삶, ‘명상적인 순수한 삶은 침묵의 삶이요, 이야기도 없고 펜도 갖지 못한 삶인 반면, 반항하는 여성의 삶, ‘의미 있는 행위‘의 삶은 침묵을 강요받고 괴물 같은 펜으로 끔찍한 이야기를 말하는 삶이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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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08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장 길지만 저도 잼나게 읽었어요^^ 아그네스 그레이 수수해서 소소한 포인트가 있군요ㅎㅎㅎ

독서괭 2022-11-09 11:00   좋아요 0 | URL
아그네스 그레이는 아직까지는 뛰어난 소설이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그래서 언니들만큼 안 유명한가) 그 시대 여성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좀 귀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다락방 2022-11-08 1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부르셨어요? 데헷~

많이 읽으셨네요 독서괭님! 부럽.. 공통 언어를 향한 꿈 멋있고 난리람~ 네 풋 웃었어요 ㅋㅋ
독서괭님 이 글에서 독서괭님이 재미있어 하시는게 뽝 느껴집니다. 계속 화이팅!!

독서괭 2022-11-09 11:01   좋아요 0 | URL
오셨군요! ㅋㅋㅋ
1장 읽었을 뿐인데 많이 읽었다니 ㅎㅎㅎ 다락방님은 맘 먹으면 진도 쭉쭉 빼실 텐데요. 페미니즘 책 읽으며 멋진 언니들 많이 발견해서 좋습니다^^
다락방님, 함께 화이팅해요~!

책읽는나무 2022-11-08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미친 듯 재미나게 읽으시는 미친 독서괭님!!ㅋㅋㅋ
이런 내용이란 거죠??
저도 천천히 최대한 빨리 읽겠습니다.
브론테 자매들 작가 DNA는 참 대단하군요?
둘째는 엄마 책 읽도록 알아서 코~ 자 주고^^
괭님 몸 상할라~ 건강 잘 챙기세요^^;;;

독서괭 2022-11-09 11:04   좋아요 1 | URL
ㅎㅎ 책나무님, 제가 애들이랑 동화책을 많이 읽다보니 동화속 성차별 메시지에 관심이 많은데, 백설공주 자세히 분석한 내용이 너무 재밌었어요^^ 책나무님도 곧 시작하시겠군요!
브론테 자매들이 함께 책읽고 쓰고, 참 좋습니다. 하지만 에밀리브론테 죽고 얼마 후 앤브론테도 29세(?)쯤에 사망했다고 해요 ㅠ 찾아보니 그나마 샬럿 브론테가 38세로 가장 오래 살았네요..
걱정 감사합니다^^ 건강 잘 챙겨야쥬!!

잠자냥 2022-11-08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요미 둘째는 엄마를 책 읽게하는군요! ㅋ

독서괭 2022-11-09 11:05   좋아요 1 | URL
엄마 책 읽으라고 깨운 걸까요. ㅋㅋㅋ 요즘 말썽 많이 부리는 귀요미 ㅠㅠ

잠자냥 2022-11-09 12:1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문제는 우리 귀요미 둘째도 요즘(?), 늘 새벽 5시 반에서 6시 사이에 저를 깨운다는 것입니다!
화장실 간다고 문 열어 달라고 하고는.......턱시도 입고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 -_-;;;
저는 그 시간에 일어나서 책을 읽으려고 하지만... 그것은 생각뿐... 괭님 대단해요. ㅋㅋㅋ

바람돌이 2022-11-08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기 전에 먼저 읽으신 분들 글 보면서 미리 열심히 예습중입니다. 역시 약삭빠른 바람돌이!!! ㅋㅋ

독서괭 2022-11-09 11:06   좋아요 1 | URL
오 바람돌이님, 예습 후 바람처럼 빠르게 진도 나가시려고요! ㅎㅎ 같이 읽어요^^

공쟝쟝 2022-11-09 0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찌지뽕! 저와 진도 같습니다! 저도 1장 끝내고 2장 넘어가기 전에 제인 오스틴 밀린 거 읽을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오늘 밤에 책을 정리하면서 글을 쓸까 말까도 고민 중입니다...
독서괭님이 적어주신 릴리스, 저도 너무 흥미롭게 읽었어요. 릴리스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읽고 싶은 데,(악마의 자식을 백을 낳았다니 ㅋㅋㅋㅋㅋ) 있나 없나... 호홋.

독서괭 2022-11-09 11:09   좋아요 2 | URL
찌찌뽕! ㅋㅋ 제인 오스틴 저는 <오만과 편견> 밖에 안 읽어서.. 하지만 이 책 서문에 메인이 샬럿 브론테라고 한 걸 보고 <빌레뜨>를 주문했습니다. <제인에어>는 옛날에 두번 읽어서.. 안 읽어도 되겠..져? ㅋㅋ
릴리스 정말 놀라웠어요. 릴리스 관련 이야기 발견하면 공유하자구요 ㅎㅎ

잠자냥 2022-11-09 12:11   좋아요 2 | URL
쓰라!쟝쟝
쓰라쟝!

단발머리 2022-11-10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설공주 이야기 무척 인상깊었어요. 저는 왕비가 사실은 친모다... 이런 이야기만 들었었는데, 거울의 소리가 왕의 목소리다, 그 부분이 참... 가부장제의 내면화, 여기랑 닿아서 신기하면서도 놀라웠어요.

저는 읽는데 치중하느라 ㅋㅋㅋ 정리를 못 하면서 읽고 있는데 독서괭님 페이퍼 읽으니 쫘악 정리가 되서 넘 좋으네요. 앞으로도 많은 활약 부탁드립니다. 근데, 어느 집이든 둘째들은 왜... 전부 귀염둥이인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1-17 15:55   좋아요 0 | URL
아이고 pc 접속이 오랜만이라 이제야 대댓을 답니다. 단발님 잘 지내시죠? ㅎㅎ
거울의 소리가 왕의 목소리라는 말에 소름이 쫘악 =ㅁ=;;
정리하면서 읽어가지 않으면 이 벽돌을 소화해내지 못할 것 같아서 ㅋㅋ 정리를 계속 하려고 하는데요, 지금 4장 읽는 중인데 2, 3장 묶어서 정리해야지 하고는 못하고 있습니다.
막내들은 귀엽둥이로 태어날 운명인가봐요 ㅎㅎㅎ

프레이야 2022-11-11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그네스 그레이 오래전 읽었는데 수수하지만 똑부러지죠. 앤의 화신 아그네스. 앤도 너무 일찍 죽어서 안타까워요. 더 오래 살았더라면 언니들만큼 아니 그보다 더 좋은 작품을 냈을건데요. 불쌍한 세 자매. 1장 총체적이고 의미있는 내용이었어요

독서괭 2022-11-17 15:57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이미 오래전에 읽으셨군요! 자전적 소설이라는 게 딱 느껴지더라고요. 진짜 브론테 자매들 더 오래 살았다면 좋았을텐데 안타까워요 ㅠㅠ 셋이서 같이 작품활동도 하고 우애가 깊었을 듯한데..
1장 좋았어요. 4장은 오스틴 작품 여러개가 막 섞여나와서 예습을 할걸 그랬다 후회중입니다^^;;

레삭매냐 2022-11-14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텍스트를 읽어도 참으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타인의 해석이 아닌 자신
만의 고유한 해석을 추구하는
게 바로 독서인이 아닌가 싶네요.

독서괭 2022-11-17 15:5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레삭매냐님! 어떨 땐 같은 책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우리가 같은 책을 읽은 게 맞나 싶을 만큼 서로 기억하는 부분이 다르고 중점을 둔 부분이 다르고 받아들인 해석이 다를 때가 있어 깜짝 놀랍니다.
나만의 고유한 해석을 한다는 게 매력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