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꾼 꿈. 

한 커플이 있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은 남자는 떠나야했고, 여자는 같이 갈 수가 없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장녀인 여자는 일을 해야했고, 둘은 헤어지면서 엉엉 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장면을 보고 있다가 발길을 돌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횡단보도 중간쯤 갔을 때, 뭔가 이상해서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복면을 쓰고 있다. 한명이 내 목에 칼인지 총인지를 들이대고, 자폭테러를 하러 가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까지 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는데..

깼다. -_-;; 뭔 개꿈인가.

침대에 누운 채로 잠시 꿈을 복기하는데, 커플 등장 전에 꾸던 꿈은,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던 한 동료가 등장했고, 역시 뭔가 싫은 짓을 했다.. 

그러다 다시 잠들어서 또 꿈을 꿨는데, 그건 기억이 안 난다. 

그날 둘째를 등원시키면서 어젯밤에는 무슨 꿈을 꿨는지 물어보자, 기억이 안 난다면서 "왜 어떤 꿈은 기억이 나는데, 어떤 꿈은 기억이 안 날까?" 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게, 왜 그럴까. 

그 둘째가 오늘 아침에는 깨자마자 나에게 달려오더니(6:10이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상어 조각상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서 한강으로 떨어졌는데 다행히 이불이었다고 한다..(???) 네 꿈도 만만찮구나.. 

첫째는 자신이 엘사가 되었고 책을 들고 가는데 안나가 쫓아와서 도망가다가, 안나가 안 보는 틈을 타 책을 비밀함에 숨긴 후 엄마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고,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비밀함에 열었는데.. 그 순간! 잠에서 깨버렸다고 한다. 

애들은 다 꿈을 많이 꾸는건지 나를 닮아 꿈을 많이 꾸는건지 모르겠지만, 내꿈보다는 애들 꿈이 재미있군 ㅋ 

내꿈에서 제일 비현실적인 부분은 테러범이 길 한복판에서 버젓이 복면을 쓰고 서있었다는 것이고,

제일 현실적인 부분은 커플 중 여자 외모가 지극히 평범했다는 것이다..(남자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 


 <빌레뜨> 1권 후반부를 달리고 있다. 평생을 관찰자 역할을 자처하고, 무대 위에는 오르려 하지 않으며 눈에 띄지 않는 고독을 자처해 온 여성, 루시 스노우는 얼떨결에 학교 무대에 주인공 중 한명으로 오르기도 하고, 평소 호감을 품고 있던 존과 우정을 나누게 되기도 한다. 그녀와 정반대되는 사람, 지네브라 팬쇼의 화려한 외양, 경박한 행동과 허영심을 보노라니,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계속 강조하는 19세기 여성 작가들의 '양피지 같은 글쓰기'가 떠오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외모를 내세워 구애하는 남성들을 가지고 놀듯 즐기는 여성은 앤 브론테의 <아그네스 그레이>에도 등장한다. 브론테 자매 근처에 모델이 될 만한 여성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그네스 그레이>에서는 로잘리에게 넘어가지 않은 웨스턴이 아그네스와 맺어지는데, 과연 존도 그럴까? 그나저나, 사랑받고 싶고, 좀더 빛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자신은 아름답지 않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반복해 말하면서 뒤로 물러나는 루시 스노우가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당시에는 특별히 아름답거나 매력적이거나 지위나 돈이 있는 여성이 아니라면 "주제 파악"을 하듯 저렇게 처신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지금도 여성에게 "주제 파악"이 강요된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루시 스노우는 존으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는데, 그녀 마음속 '이성'이라는 가혹한 "마녀"가 등장하여 글을 쓰지 말라고 위협한다.


"하지만", 내가 다시 끼어들었다. "육체적으로 보잘것 없고 말솜씨가 형편없는 사람이 떨리는 입술보다 더 나은 전달 수단인 글을 택하는 게 잘못이란 말이야?"

'이성'은 단지 이렇게만 대답했다. "그런 생각을 간직하는 게 위험하다고! 너의 글 어디엔가 그런 생각이 스며 발랄해지는 것도 위험해!"

"하지만 느끼면서도, 절대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절대로!" '이성'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 359쪽 


<다락방의 미친 여자> 5장을 거의 끝내가고 있다. 5장은 특히 힘들었는데, 제인 오스틴 작품 중 <오만과 편견> 밖에 읽지 않은 자로서 따라가기가 힘들었기 때문 ㅠㅠ 오만과 편견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대표작 아니었음? 그마저도 읽은지 오래되어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말이다.. 훑어보니 <빌레뜨> 이야기는 12장에서 나온다. 빌레뜨 읽고 나면 그 부분은 그나마 읽기가 수월하겠..지? 


오늘밤에는 즐거운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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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1-29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후반부 루시 스노우의 편지는 내가 다 안타까웠어요. 이성으로 꾹꾹 누르는 모습!
꿈의 내용이 강해서였던 걸까요. 복면인 등장이라니! 저는 요새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거의 다 평범한 꿈들이라 그런게 아닌가 싶어요. 꿈을 안꿨다고 하기에는 수면의 질도 그닥인데 말이죠ㅎㅎㅎ

독서괭 2022-11-29 17:32   좋아요 2 | URL
끝까지 꾹꾹 누르는군요 ㅠㅠ 어휴..
저는 황당한 꿈 많이 꿉니다. 이게 실제 일어난 일인가 아닌가 긴가민가 할만큼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꿈도 많이 꾸고요. 금방 기억이 휘발되어 그렇지 안 꾸는 날은 일년에 손에 꼽을 정도일 듯요.. 꿈에서 뛰고 그러면 괜히 더 피곤한 것 같기도 ㅋㅋ 꿈 안 꾼다고 수면의 질이 좋은 건 아닌가봐요! 그러고보니 <수면과 꿈의 과학>이었나? 그책 담아놨는데 못 읽었네요 ㅎㅎ

거리의화가 2022-11-29 17:36   좋아요 2 | URL
앗! 편지는 1부 후반부라는 이야기였어요^^; 2부 재미납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듯^^ㅎㅎㅎ

독서괭 2022-11-29 17:38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11-29 1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기들 꿈 얘기, 넘 귀여워요~~
떨어지는 꿈은 키 크는 꿈이라고 어릴 때 어른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서점에서 ‘다락방의 미친 여자‘, 훑어봤는데 거기서 인용되는 책을 읽어야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 면에서 엄두가 안나서 지금 읽고 있는 책들에 집중하자고 생각했어요.
독서괭님의 읽기를 응원합니다^^

독서괭 2022-11-29 17:33   좋아요 2 | URL
ㅎㅎ 우리 쪼그만 둘쨰 키 크려고 그런가 봅니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인용책 다 읽을 자신도 없고 안 읽어도 읽을 수 있겠지! 싶어 시작했는데요, 확실히 인용되는 책들 읽고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전부 읽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흠. 제인오스틴은 작품이 많은데 이것저것 섞어 얘기하니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항상 따뜻한 응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다락방 2022-11-29 1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앗.. 그렇다면 저도 12장 읽기 전에 빌레뜨를 읽어두는게 좋겠네요. 사실 저는 관련 책들을 읽어두면 도움이 되겠지만 안읽어도 괜찮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인 오스틴 부분에서 읽은지 얼마 안되는 <설득>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머릿속에 훨씬 더 잘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아, 읽어두는게 더 나았겠구나 싶었어요.
지금 밀턴 들어가야 하는데 밀턴 먼저 읽고 그 다음에 바로 빌레뜨 가야겠어요. 아 그런데 다른 책 읽고 싶다.. 흑흑 ㅠㅠ

독서괭 2022-11-29 17:35   좋아요 2 | URL
관련 책 안 읽어도 되긴 하지만 읽으면 훨 낫다.. 인 듯 합니다 ㅜㅜ 그런데 밀턴 실낙원 읽으시려고요? 진짜? ㅎㅎ 빌레뜨 읽고 싶어지실 듯요 ㅋ 아 그런데 다락방님은 다른 책도 많이 읽고 계시지 않나요 ㅎㅎ 저는 12월까지는 다락방/관련책에 올인해야 할 듯 합니다. 내년 1월엔 나를 위한 선물을...!!! 빠방~~

단발머리 2022-11-29 18:37   좋아요 3 | URL
밀턴을 계획한 다락방님! 훌륭하시며 대단하시되 그 마음 변치 마시고요ㅋㅋㅋㅋㅋㅋ 저는 세 쪽 읽다가 다운 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1-29 1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간 정도까지 읽으면서 이미 읽었던 <프랑켄슈타인>이랑 <폭풍의 언덕> 다시 못 읽은게 안타깝더라구요. 빌레뜨 읽으려고 하는데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좀 지루하다고 하신 거로 기억나는데 <아그네스 그레이> 궁금하네요. 아니에요, 그냥 <빌레뜨> 어서 읽을게요^^

독서괭 2022-11-30 13:17   좋아요 0 | URL
차라리 안 읽은 게 나은가, 읽었는데도 어라 이런 게 있었나 하는 것보담은.. 이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아그네스 그레이>는 지루한 정도는 아니고 슴슴합니다. <빌레뜨>를 읽으시는 편이 나을 것 같아요 ㅎㅎ 빌레뜨도 지루하다고 하신 분 있었던 것 같은데..? 전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단발머리 2022-11-30 15:30   좋아요 1 | URL
여기서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ㅋㅋㅋㅋㅋ 저 빌레뜨 작년인가 재작년에 읽었더랍니다. 근데 주텍스트 <다락방의 미친 여자> 읽어보니 예전 기억으로는 안 될 거 같아 재독 시기를 보고 있죠. 책장에서 뽑아 놓았는데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2-02 12:44   좋아요 0 | URL
으앗 이미 다 읽으신 분, 단발님..
저도 다락방 미친 여자 읽기 전에 읽었으면 그냥 넘겼을 부분도 유심히 보게 되더라구요. 타락한 이브 비유라든가?
처음 읽을 책도 한가득인데 재독은 정말 쉽지 않은 일 같아요.. 제인에어, 폭풍의언덕, 오만과편견 재독해야 하는데 이미 저의 마음은 새로 주문하려는 새책들에 가 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1-29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1 권 앞부분 지루해서 지지부진 하다가 100 쪽 넘어가니까 이제 좀 속도가 붙었습니다. 이상하게 그 시기 여성 작가들의 소설은 100 쪽을 넘겨야만 흥미진진해 지더군요?? 원래 다른 소설도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왜 그럴까???? 혼자 고민을!!!ㅋㅋㅋ
괭님도 꿈 이야기 적으셨네요? 저도 제 꿈 이야기 적었어요ㅋㅋㅋ
근데 괭님 꿈은 좀 더 스펙타클 합니다.ㅋㅋㅋ
자폭테러???? 복면 쓴 사람들?
혹시 괭님 스트레스 받으시는 일 있으신가요??
왠지 느낌이 그렇게 느껴집니다.^^;;;
둘째는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꿈도 귀엽게 꾸는군요?ㅋㅋㅋ
둘째 떨어지는 꿈 꿨으니 키가 쑥쑥 크겠네요?^^
첫째는 엄마를 많이 좋아하는군요?^^
그것도 책 읽는 엄마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첫째는 꿈 이야기를 동화로 써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쁜 꿈 같아요.
이거 어쩌다 보니 꿈 해몽가??????ㅋㅋㅋ
사이비 해몽이어 신뢰성은 제롭니다^^

독서괭 2022-11-30 13:29   좋아요 1 | URL
ㅎㅎ 책나무님, 속도 내어 읽고 계시군요! 저는 오히려 앞쪽에 폴리나 이야기 나올 때 재밌었고, 중후반부에 살짝 지루했다가 다시 재밌어졌어요^^ 루스 스노우의 관찰자적인 태도가 재미있었는데 갈수록 좀 답답하더라고요. 지금은 안타깝습니다..ㅠ
지금 책나무님 꿈 이야기 읽고 왔어요 ㅋㅋ 제꿈이 더 드라마틱하지만 책나무님 꿈은 더 기분좋은 꿈이네요. 저도 이제 그런 꿈을! 오늘밤엔 책나무님과 눈사람라떼 꿈을!! ㅎㅎ
안 그대로 첫쨰가 꿈 얘기를 하면서 이거 동화로 써도 되겠지! 하길래 그래 어디에 써놓으면 좋겠다 했더니 정말 써놓았어요^^ 매일 저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첫째가 요즘은 안 하는데, 제 반응이 부족했나?? 싶어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ㅎㅎ
책나무님, 오늘도 재밌는 꿈 꾸세요^^

공쟝쟝 2022-11-29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안되겠다 빌레뜨 펴고 잠들겠어요!!!

독서괭 2022-11-30 13:29   좋아요 0 | URL
펴고 왜 잠들어요, 읽어야죠 ㅋㅋㅋㅋ

공쟝쟝 2022-11-30 13:34   좋아요 1 | URL
펴고 딥슬립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11-30 14:15   좋아요 1 | URL
침흘리지 말규ㅋㅋㅋㅋ

새파랑 2022-11-29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왠지 꿈도 독서괭님다운 꿈을 꾸시는거 같아요 ㅋ 책보다 더 재미있는 꿈 이야기~!!

독서괭 2022-11-30 13:30   좋아요 1 | URL
복면자폭테러범이 저답다고요..? ㅋㅋㅋ 막 도망가고, 숨고, 그런 꿈 많이 꿉니다..왜인가..

mini74 2022-11-29 2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독서괭님과 아이들 꿈이 장르를 넘나드는군요 ㅎㅎ 즐거운 꿈 꾸세요 ~

독서괭 2022-11-30 13:30   좋아요 1 | URL
꿈이란 건 참 요상한 것 같습니다. 좀 잔잔하고 평화로운 꿈을 꾸고 싶은데^^;; 미니님 감사합니다~^^

청아 2022-11-30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꿈 이야기 흥미롭네요. 장르가 다른 두 개의 꿈! ㅎㅎ 저도 로멘틱에서
스릴러나 호러로 변할때가 간혹 있어요.

독서괭 2022-11-30 13:31   좋아요 2 | URL
미미님도 꿈 좀 꾸시는군요!! 로맨틱에 스릴러,호러, 액션, 모험,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