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
어느 새 만으로도 40이 되었구나.
빼도박도 못한 나이
사진으로 돌아보니 십년전 나 몇년 전 나 그래도 젊어보였는데
열심히 살았는데
50이 되어도 그런 생각했으면 싶다.
매해 생일 때마다
난 며칠 전부터 그날 어찌할지 뭐할지를 미리 말했다.
혹 정작 그 날이 되어 몰라 주면 그 상실감과 속상함 서운함을 감내하기 힘들것 같아서였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고
내생일이라고 손글씨와 별도 치고
선물은 없더라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면서 툴툴 대기도 했었던 것같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있고 싶다.
엄마는 아침에 미역국 끓여먹었냐고 전화하셨고 그렇다고 했지만
난 사실 아무것도 안했다.
나 편한게 좋은 거라고 만사 귀찮아서 그냥 말았다.
어릴때 엄마는 내 생일을 챙겨주시는 분이 아니었다.
생일 상 받아본 기억이 별로. 미역국이 올라오면 그런가보다
잊어버리시기도 일쑤. 딸하나를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엄마에게 자식이란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알수 없는 게 엄마 맘이니.
난 그냥 어릴때부터 대접 받은 사람이 커서도 대접받는 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가능한 태은이 생일때는 아무리 바쁘고 어려울때라도 꼭 수수팥떡을 떡집에 주문하고(직접은 할줄 몰라서리) 가능한 소박하게라도 챙겨주려고 한다.
꼭 그렇게 하자고 옆지기에게도 약속했다.
아이에게 좋다는 건 미신이어도 꼭 하자고.
옆지기도 모르는 거 같고
따로 연락오는 사람도 없다.
생일도 사실 음력으로 하기에 기억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고
만날 약속이나 잡아야 생일인가 보다 한다.
정말 암말 안하면 정말 모르고 넘어갈까를 실험해 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벌써 입이 근질거려 여기 이렇게 쓰는 걸 보면
나도 참 수다쟁이 버릇 버리질 못해서리
아마 오늘 가기전에 툴툴댈지도.
하지만 올핸 이상하게도 내 생일 따위 잊어버리거나 몰라주어서 섭섭하거나 외롭지가 않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다.
옆지기 생일때도 난 딱히 미역국과 잡채밖에 해준게 없으니 툴툴댈 상황도 아니고 또 운동화 선물도 땡겨 받았으니 뭐~
다만 어젯밤 잠시 그래도 말하고 이거 받고 싶다할까 고민하긴 했다
노란색 프리지아 향기가 그립고
상큼한 허브 화분도 탐이 난다.
샤랄라 봄스카프라도
노란색 프리지아 한다발
옆지기가 활짝 웃으며 사다주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하지만 택도 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건 결혼전에도 몇번 안되는 드문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아무도 몰라주어도 그냥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오늘
그래도 조금 아쉬워 자축해 본다.
많이 축하하고 열심히 살아서 내년 내 후년에는 오늘이 헛되지 않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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