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문호 헨리크 입센은 다작의 작가이기도 한데, 대표작 <인형의 집>과 <유령> 외에도 몇몇 작품을 더 읽어보고픈 생각이 있었다. 강의에서 다룰 만한 마땅한 번역본이 없었는데, '지만지 희곡선집'으로 나온 세 작품도 마찬가지다. 이달에 나온 <헤다 가블레르>까지 포함하면 세 작품인데,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와 <바다에서 온 여인>이 나머지 두 작품이다. 확인해보니 매번 구입해두긴 했다. 


 

세계문학 전집판과 달리 지만지판은 좀 비싼 게 흠이다. 강의용 책의 '백업'으로만 쓰게 된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는 <인형의 집>과 <유령> 정도만 나와 있는 듯싶다. 



그밖에 입센 작품집으로는 곽복록 교수의 번역으로 나온 신원문화사판이 있는데, <인형의 집>에 <유령>이 같이 수록돼 있고, <페르 귄트>에는 <아기 에욜프>와 <헤다 가블레르>가 들어 있다. 그리고 <민중의 적>까지. 이 역시 강의에서 다루기는 좀 미덥잖은 판본이다. 결과적으로 극작가로서 입센의 의의나 위상에 맞는 관심을 할당하기가 어렵다.  



내친 김에 적자면, 좀 낡은 느낌의 범우사판도 마찬가지로 <인형의 집>과 <유령>, <민중의 적>이 나와 있다. 희곡 작품의 번역과 소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편이지만, 입센 정도 되는 작가라면 제대로 된 한국어판이 선집 규모로는 나와 주면 좋겠다. 무대에 자주 오르는 작품들부터라도...


18. 11. 26.



P.S. 참고로 강의에서 주로 쓰는 번역본은 열린책들판으로 <인형의 집>과 <유령>이 수록돼 있다. 민음사판은 <인형의 집>으로만 돼 있다. 김미혜 교수의 연구서 <헨리크 입센>(연극과인간)은 아마도 국내서로는 거의 유일한 참고문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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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신학자이자 목회자 에두아르트 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포이에마)가 다시 번역돼 나왔다. 원저는 1921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한국어판은 종로서적판(1983)으로 나왔었다. 나도 기억하고 있는 얇은 책으로 저자도 생소해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었다(에드워드 카의 평전과 루카치와 지라르의 도스토옙스키론에 끌리던 때였다).

그간에 관심사나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이해가 달라져서 신학자들의 독해에도 흥미를 느낀다(당면한 관심사는 니체와 도스토옙스키의 관계를 해명하는 것이다). 게다가 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는 20세기초 최대 신학자 칼 바르트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바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나를 도스토옙스키라는 길로 인도한 사람은 투르나이젠이다. 그의 발견이 없었다면 나는 <로마서>의 초고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곧 투르나이젠의 <도스토옙스키>와 바르트의 <로마서>는 짝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비슷한 시기에 헤세 역시 도스토옙스키론을 쓴다. 니체를 포함하여 나는 독일 남부와 스위스 지역의 도스토옙스키 수용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이 두 책의 한국어판을 같은 역자가 옮긴 점도 신뢰감을 갖게 한다. 문제는 <로마서>의 분량이 만만찮다는 점. 아직 장바구니에 있지만 조만간 ‘해결‘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도스토옙스키 강의도 내볼 계획이어서 더 미루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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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보다 한두 시간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휴일의 유익은 없는 편이다. 내내 강의자료를 만드는 등의 강의준비로 채워지기에. 그렇다고 미뤄둔 책을 마음놓고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만한 여유 시간이 없어서다. 지난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도 스무 권 가량은 당장 손에 들어볼 만하지만 이 또한 가능하지 않다. 겨우 몇 권 정도 목차를 들여다볼 뿐. 그런 책 가운데 하나가 장세진의 <숨겨진 미래>(푸른역사)다. 제목의 뜻은 부제까지 봐야 가늠할 수 있다. ‘탈냉전 상상의 계보 1945-1972‘.

저자의 주 관심분야는 동아시아의 냉전 문화이고 이에 대한 연구서들을 낸 바 있다. 냉전 연구자가 동시에 탈냉전에 대한 통찰도 가질 수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단체제를 넘어서 한반도의 탈냉전, 더 나아가 평화체제 발명과 구축이 시대적 과제가 된 시점에서 지난 시대 탈냉전 상상의 계보를 되짚어본다는 것은 시의적절하면서도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작업이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강의자료를 만드는 중에 유튜브에서 도올 김용옥의 ‘여순 민중항쟁 특강‘을 들었는데(올해가 70주기였다) 모처럼 깊이 공감하면서 역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난 정권하에서라면 이런 특강은 방송에서 볼 수 없었을 터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역사적 사건이 제대로 해석되기까지 70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우리는 그날그날의 일상을 살아가지만 동시에 이러한 역사적 시간의 증인이고 목격자이며 기록자다. 70년 뒤에 기억될 지금 시대를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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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순천 삼산도서관에서 12월 8일에 서평강좌를 진행한다. 서평에 대한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실제 서평쓰기로 리처드 번스타인의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를 같이 읽으려고 한다. 지역에서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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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2018-11-2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후후. 역시 교수님 다워요..~ 교수님 인기가 많으셨고 시간이 아쉽다고 그러시네요.~ 많이 웃으세요~^^

로쟈 2018-11-25 21:16   좋아요 0 | URL
네, 조금 아쉬울 때 떠나야.^^

소요 2018-11-2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 도시에서 강연해 주셔서 기쁩니다

로쟈 2018-11-25 20:46   좋아요 0 | URL
어찌하다 보니 인연이 닿았습니다.~

monde 2018-11-30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내일 순천에서 미국문화깊이 읽기 신청했습니다^^기대가 됩니다.또한 서평 강의까지 하신다니 12월이 기대됩니다.저희서평단동아리에도 공지할게요~조심히 내려오세요^^.

로쟈 2018-11-30 14:50   좋아요 0 | URL
네 내일 뵐게요.~
 

비 내리는 진영역을 뒤로 하고 귀갓길에 올랐다. 엊저녁 김해도서관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인근 한옥체험관에서 하룻밤을 묵었고(전주의 한옥마을에 비해 규모는 작았지만 내부는 비슷했다) 오늘 오전에는 숙소 바로 옆 수로왕릉(가락국 혹은 가야의 시조 김수로왕의 릉)과 진영역에서 가까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노대통령의 사저는 예약자에게 개방하는데(현장과 인터넷 예약자를 포함해서 시간당 25명) 이미 매진이어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다 날씨도 쌀쌀한 편이었지만(첫눈이 내린 서울에 비하면 포근한 편?) 방문객의 발길은 여전했다. 생가와 묘소, 생태학습체험장 등을 둘러보고 공식기념품가게에서 어록집과 회고록을 구입했다. 노무현재단에서 발행하는 소식지 ‘사람사는세상‘ 송년호에는 이번에 취임한 유시민 이사장의 인사말이 실려 있었다. 어느덧 내년이면 서거 10주기가 된다.

노무현은 재임시절보다 퇴임 이후, 그리고 서거 이후에 더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치적이 아니라 정신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의 좌절과 실패가 역사의 밀알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제사이기도 한 요한복음의 구절은 이렇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노무현의 죽음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진보의 열매로 맺어지기까지의 10년, 그리고 20년...의 시간이 흘러갈 것이다.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인간이 소망하는 희망의 등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이상이란 것은 더디지만, 그것이 역사에서 실현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진보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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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4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5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