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에 이번주 도배공사를 위해 문제의 방 짐을 거실로 다 빼다보니(내일은 붙박이장을 들어낸다) 말 그대로 이삿집이 되어 책을 찾는 일도 여의치 않다. 이번주 강의책 가운데 하나인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돌베개)를 하는 수없이 다시 주문했다. 그리고 지난주에 주문한 줄 알았는데 누락되었기에 공저로 나온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민음사)도 주문했다.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학사‘가 부제. 지난해 초에 진행된 강좌를 책으로 엮었다.

˝바로 지금, 오랫동안 뚝심 있게 ‘페미니즘 프리즘‘으로 한국문학사를 검토해 온 소장, 신진 여성연구자들이 1910년대~2010년대 한국문학사의 주요 마디를 점검하면서 한국문학(사)의 성별을 우아하고 거침없이 묻는다.˝

대안적 문학사라는 점에서는 역시나 연속강좌를 책으로 엮었던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푸른역사)도 떠올리게 한다(강의에는 나도 참여했지만 원고는 펑크를 냈었다). 민족문학사연구소에서 펴내기 시작한 시리즈 가운데 <문학사를 다시 생각한다>(소명출판)도 문학사책으로 주목할 만하다. 한국문학사에 대한 생각을 다시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될 책들이다.

더 기대하자면 동아시아 현대문학사나 세계문학사를 다룬 책들도 나옴직하다. 너무 거창한가. 나대로 세계문학사를 교양수준에서 짚어보는 강의책을 기획하고 있어서 관심을 갖는 분야이기도 하다. 준비하는 책은 내년 여름쯤 내는 게 목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엊그제 <페미니즘의 방아쇠를 당기다>와 같이 배송받은 책은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의 <법복 입은 악마들>(민중의소리)이다. ‘불신의 키워드가 된 대한민국 사법부‘가 부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다시금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시사에 둔감하지 않은 독자라면 다 알고 있는 사안인데 이 책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민낯을 심층취재를 통해 폭로한다.

˝법조 취재를 하는 동안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법부가 ‘독립성’이라는 이름으로 재량권을 남용하고 있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법 지식의 우월성’과 ‘독립성’을 내세워 비판의 사각지대에서 군림하고 있는 사법부의 위선적 행태에 회의감을 느꼈고, 양승태 사법농단을 접하면서 좌절했다. 나의 첫 출판물인 이번 책에서는 ‘과연 사법부가 성역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사법부의 지배 또는 법관의 지배 실태를 단편적으로 드러내주는 최근의 판결 사례들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실제로 ‘법’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무력화되고 있는 현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사법농단의 한 축이라고 한 김기춘에 대해서는 이미 김덕련의 <김기춘과 그의 시대>(오월의봄)가 출간돼 있다. 바로 두 해 전만 하더라도 우리가 살았던 시대다. 그리고 노동전문 변호사 김선수의 헌법재판 변론기 <헌법의 현장에서>(오월의봄)가 지난주에 나왔다. 수많은 사건들에 대한 변론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한계 등을 논의하고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하는지 그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전에 또 책나르기를 ‘한따까리‘ 하고 점심을 먹은 뒤 동네카페에서 한숨 돌리고 있다. 이번주 도배공사를 대비해서 아이방에 있는 책을 거실과 베란다로 옮겨놓는 일에 한 시간이 소요됐고 땀이 났다. 저녁에도 추가작업을 해야 한다. 방 공사가 끝나고 거실이 재정비될 때까지는 계속 어수선할 것 같다. 나머지 책이사도 내내 숙제가 될 테고.

머릿속이 복잡해서 가방에는 단출하게 책 몇권만 넣고 카페로 탈출해온 것인데, 그 중 하나는 크리스토퍼 헤이즈의 <똑똑함의 숭배>(갈라파고스)다. 미국의 능력주의(엘리트주의)를 해부하고 비판한 책이다. 책이 나왔을 때 첫장 정도 읽어두었는데 토마스 프랭크의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열린책들)에서의 언급을 보고 마저 읽고 리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부록 서평이자 AS서평.

프랭크의 책 때문에 다시 구입한 건 제프 슈미트의 <이데올로기 청부업자들>(레디앙)이다. 주문한 원서의 배송이 계속 미뤄져서 독서도 지연되고 있는 책. 학자계급(전문가계급)의 배신을 다루고 있어서 번역서의 제목도 ‘전문가의 배신‘ 정도였으면 더 주목 받았겠다. ‘이데올로기‘란 말을 표지에 박는 것은 보통의 독자들에겐 읽어보지 말라는 주의와 다를 바 없다. ‘데인저‘ 같은. 여하튼 <똑똑함의 숭배>와 <이데올로기 청부업자들>까지 리뷰를 쓰는 게 스스로에게 부여한 과제인데, 책의 유효성이나 난이도를 확인하고 최종결정을 내리려 한다.

역할을 서평가에 한정하면, 서평가의 휴일은 이런 궁리와 독서로 채워진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은데 다른 할일도 무척 많다는 게 서평가의 애환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산역에서 점심을 먹고 잠시 쉬면서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난다)을 읽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몇 개 장을 읽고 이제 다시 손에 든 것인데, 그 사이에 선생은 유명을 달리했다. 선생을 수년 전에 어느 학회 자리에선가 마지막으로 뵌 나조차도 이 산문집이 선생의 마지막 책이라는 걸 어림짐작하고 있었다. 선생이 우리말로 옮긴 <어린왕자>에 대한 강의도 그래서 일정에 포함했었다.

선생의 육성을 들어본 독자라면 이 산문집이 음성지원이 된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런 경우라서 조리 있으면서 말의 기품이 살아있는 글들을 선생의 육성을 직접 듣는 듯한 기분으로 읽었다. 육신과 이렇듯 분리돼 있으면서도 실재하는 이 음성의 주인은 누구인가? 손택이 인용한 롤랑 바르트의 말이 떠오른다. ˝말하는 사람은 쓰는 사람과 다르고, 쓰는 사람은 그 사람의 존재와 다르다.˝ 바르트의 원의와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다름을 ‘같지만 다름‘으로 이해한다.

황현산 산문집에서 우리가 듣는 목소리의 주인은 황현산 선생이면서 또한 그렇지 않다. 만약 같다면 그건 우리가 환청이라 부르는 것에 해당한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쓰는 사람의 목소리, 곧 저자의 목소리이고 이는 ˝그 사람의 존재˝와 다르며 다른 운명의 삶을 산다. 우리 곁에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라고 내가 이미 말한 바 있는 바로 그 존재다. 선생은 떠났지만 또한 그대로 남아있다. 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익숙한 신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연차 부산에 내려가면서 가방에 챙겨넣은 책은 수전 손택의 평론과 연설을 모은 <문학은 자유다>(이후)와 제발트의 산문과 에세이 모음, <캄포 산토>(문학동네), 그리고 산문집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난다) 등이다. 예전에 읽었던 손택의 연설들을 다시 읽어보고 제발트의 책으로 넘어왔는데, 애초에 관심을 두었던 ‘역사와 자연사 사이‘라는 에세이는 <공중전과 문학>(문학동네)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그래서 눈길을 돌린 게 ‘영화관에 간 카프카‘인데, 이건 한스 치슐러(치쉴러)의 <카프카 영화관에 가다>란 책에 대한 리뷰다.

20년쯤 전에 한국어판도 나왔다가 절판된 책으로 알라딘에는 이미지도 뜨지 않아 따로 검색을 했다. 나도 나오자마자 구입했기에 어딘가에 보관돼 있을 책이기도 한데 제발트를 읽다 보니 다시금 관심을 갖게 돼 영어판도 주문했다. 제발트는 이 책을 뛰어난 카프카 연구서로 높이 평가한다. 제발트의 독자라면 이런 평가가 충분히 예측가능하고 또 이해될 것이다.

카프카에 관해서라면 나도 꽤 많은 자료를 갖고 있는데(정작 독서를 미루고 있다) ‘영화관에 간 카프카‘는 카프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카프카와 제발트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아주 요긴해 보인다(이번 겨울에 제발트와 카프카에 대해 강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견적상 제발트의 리뷰에 대한 꼼꼼한 읽기는 영어판을 배송받은 이후로 미뤄야겠다. 이제 황현산 산문집으로 넘어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