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문학기행 준비차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를 손에 들게 되었다. 민음사판 완역본(전6권)도 갖고 있지만 사실 강의에서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량이다. 차선을 발췌본인데 청소년용으로 나와 있는 걸 제외하면 두 종의 선택지가 있다.

국내판으로는 전문번역가 이종인 선생의 노작이 있는데 이번에 보급판(책과함께)으로 나왔다. <쇠망사>를 세 차례나 완독하고서 독자적으로 엮은 책으로(그러면서 두번 더 완독했다니 로마사 전공자 이상의 공을 들였다) 발췌본이라지만 분량이 1148쪽에 이른다. 원서의 1/3 분량이다.

조금 더 평범한 선택지는 까치판이다. 데로 손더스가 엮은 것으로 530쪽 분량. 여느 책에 비하면 두꺼운 책이지만 <쇠망사> 리그에서는 최경량급에 해당한다. 준비강의에서는 가장 가벼운 책을 바탕으로 하되 책과함께판과 민음사판을 참고하려고 한다. 로마를 방문하려고 하니 숙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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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하는 문학기행 공지다. 올해 일본근대문학기행과 독일문학기행을 진행한 데 이어서 내년에는 이탈리아(3월초)와 영국(9월말) 문학기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이탈리아 문학기행 일정이 확정되었는데, 내년 3월 3일부터 12일까지로(8박 10일) 밀라노로 출국하여 로마에서 입국하게 된다(구체적인 일정은 http://linkandleave.com/?r=home&m=stshoplnl&mod=shop&cat=1&uid=198 참조). 여행에 관한 사전 특강은 12월 14일 저녁에 한겨레교육화센터에서 있을 예정이며 내년 1-2월에는 이탈리아문학기행 준비강좌(7주 7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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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두 편의 시를 쓰고 두 개의 강의를 했다. 다른 건 하지 못했다. 아니 이제 남은 시간 동안 뭔가 더 해봐야 한다. 강의준비든 원고준비든. 지난봄부터 쓰기 시작한 시는 세보니 176편이다. 연말까지 200편을 쓰는 게 목표였는데 요즘 페이스로는 아마도 이번 겨울까지 써야 목표를 채울 것 같다. 반타작을 하더라도 시집 한 권 분량은 채운 셈. 20년 전에 중단한 시작 이력을 우연히 다시 되살리고 싶었고 그렇게 되었다. 그걸로 만족한다.

세계문학강의도 전체 규모를 고려하면 후반부로 향하고 있는데 내년에 전체적인 윤곽을 그린 책도 낼 예정이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 30년간의 관심사를 정리하게 되는 셈. 더 구체적으로는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 뒤를 잇는 책(그는 <소설의 이론>을 도스토예프스키론의 서론으로 썼다)을 나는 읽고 싶었고, 여차하면 내가 써보고자 했다. 사실 15년 전에 쓴 학위논문도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비교시학‘ 대신에 ‘사회주의 이후의 도스토예프스키‘가 될 수도 있었다. 그때 썼다면 아마 지금 생각과는 다른 논문이 되었을 것이다. 늦어진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인 셈.

근대소설사에 대한 정리와 도스토예프스키론은 짝이 되는데 막연한 예상보다는 앞당겨서 책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30년간의 과제의 종결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어서 만감을 갖게 된다.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살아왔던가 같은 느낌. 아마도 장성한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들의 심정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끝나간다는 느낌 말이다. 이런저런 책들을 포함하면 앞으로(10년간?) 20권의 책을 더 낼 듯싶다. 그러면 만년에 이를 터이다.

대학 1학년 때의 치기어린 포부는 한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소설, 그리고 한 권의 철학서를 쓰는 것이었다. 시는 적잖게 써보았으니 만년에는 소설과 철학서를 궁리하면서 보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렇게 살다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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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8-11-06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년간의 연구를 종합해 세계문학사가 나온다니.. 너무 기다려집니다.^^

로쟈 2018-11-06 22:00   좋아요 0 | URL
연구할 시간은 부족했지만 강의는 넘치게 했기에 정리를 해보려고요.

로제트50 2018-11-06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인생의 씨실과 날실은 강의하기와 책쓰기군요.
제 인생의 그것들은
희망과 기다림.
최근 쌤 책 제목에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2012년은 제가 다시 일 시작한 해.
올해는 오랜 애씀의 시간이 끝나는 때.
로쟈님 블로그 보면 운동선수가
생각나요. 김연아.
선수시절 회상할때 그랬지요.
시상대에 오를 때 잠시 좋았고 계속
힘들었다고요...그래도 그녀의
소소한 낙은 인터넷쇼핑과 주말에
좋아하는 음식먹기라네요.
쌤도 그러한 기쁨 가지시길요...
응원합니다!

로쟈 2018-11-06 22:01   좋아요 1 | URL
저도 책쇼핑은 매일.~
 

거실이나 베란다에 빨래를 널 때마다
그리고 걷을 때마다
이건 아니었지 싶다
빨래건조대에 집게도 없이 널었다가
거두어들이는 빨래라니

빨래란 모름지기 옥상에다 널어야 하는 것
손빨래 대신 세탁기를 돌린다 해도
빨래는 옥상에서 말려야 하는 것
마치 식물처럼
빨래한테도 햇볕과 바람이 필요하기에

햇볕 받으며 마른 빨래는 촉감이 다르지
바람에 한껏 부풀어올랐던 빨래는
생각의 품도 다를 거야
흰 빨래는 그렇게 다시 희어지고
젖은 삶은 그렇게 생기를 되찾고

언젠가 옥상에 널었던 빨래가
소나기에 흠뻑 젖은 날도 있었지
부리나케 뛰어갔지만
소나기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어
거둬다가 세탁기에 도로 넣을 수밖에

하지만 마음은 즐거웠지
다시금 헹궈지면서 빨래도 즐거웠을까
인생은 모험이란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빨래는 옥상에 널어야 하는 거지
집게로 집어서 빨랫줄에 널어야 하는 거지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
빨래건조대에 누워 있는 것 같은 날
나는 옥상이 그리워진다네
이건 아니었지 싶으면서
햇볕과 바람과 소나기가 그리워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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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8-11-06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건조된 옷이 머금은 햇볕과 바람냄새 참 좋지요~^^ 하지만 요즘은 건조기가 다 해준다는..ㅋ

로쟈 2018-11-06 22:02   좋아요 0 | URL
편리해지면서 잃어버리는 것들도 많아지고 있네요.
 

국경을 지나니 아침이었다
가슴에 손을 대 패스포트를 확인하고
다시 눕는다
지나온 날들이 모두
되돌아갈 수 없는 나라
무단잠입한 경우는 있었지
영원한 반복은 믿을 수 없어도
어쩌다 반복은 가능하니까
두번째 스물이 가능하고 두번째
서른이 가능한 것처럼
그때도 슬픈 서른일까
반복은 감정을 무디게 한다네
괴테의 모든 사랑은 첫사랑의 반복이었지
되돌려받으려는 몸짓이었지
사랑은 얼마나 지루한 것일까
그 많은 사랑이 사랑의 무덤일 것이니
눈 뜨면 나는 전철을 타고 있네
서울역에서 청량리까지
지하철이 첫 운행한 날도 있었지
그날은 대통령도 지하철을 탔지
모두가 가슴이 벅찬 날이었지
세월이 지나 아침 전철은 지옥철이 되었지
그 아침에 나는
어제 넘은 국경을 떠올린다
모두가 쉽게 넘어온 건 아니다
언젠가 나도 넘어질 날이 오겠지
모든 죽음이 첫 죽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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