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을 교체하고서야 핸드폰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핸드폰을 오래 써서 그렇다는데 다행히 기기에는 이상이 없어서 당분간은 더 쓰게 될 것 같다. 독일여행의 여독이 남은 탓인지 비가 오락가락하는 금요일을 요양 모드로 보냈다. 그렇다고 손을 아주 놓은 건 아니어서 ‘당신이 없는 사이에‘ 나온 책들을 가늠하고 필요한 책은 주문했다. 원서들도 주문하거나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미국 정치학자 버트럼 그로스의 <친절한 파시즘>(현암사)도 그 중 하나다.

파시즘의 출처는 독일이지만 ‘친절한 파시즘‘이란 용어로 저자가 겨냥하는 것은 미국이다. ‘민주주의적 폭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가 부제이고, 원서의 부제는 ‘미국에서 새로운 권력의 얼굴‘이다. ˝미국 정부 관료 출신의 정치학자인 버트럼 그로스(1912~1997)는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거대기업과 거대정부가 점점 더 강하게 결탁하며 등장할 이른바 ‘친절한 파시즘’이 조용히, 교묘하게 시민적 자유와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80년에 나온 책이지만 마치 한 세대 뒤를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현재의 미국사회와 세계정치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관점을 제공한다. 친절한 파시즘이라는 유령은 우리에게도 기시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지?

˝1980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 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날 파시즘적 경향을 도발적이며 독창적으로 분석해냈다고 평가된다. 특히 2016년 말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위협이 도래할 미래를 정확히 예견한 분석으로 재조명되며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엄 촘스키, 마이클 무어 등 여러 진보적 지식인들은 미국이 국제정치 무대에서 도발할 때마다 이 책과 “친절한 파시즘”이라는 용어를 소환하고 있다.˝

파시즘이라는 주제와 관련한 기본서는 케빈 패스모어의 <파시즘>(교유서가)과 로버트 팩스턴의 <파시즘>(교양인)이다. 팩스턴 책의 원제는 ‘파시즘의 해부‘인데, 말 그대로 ‘파시즘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친절한 파시즘>을 그 옆에 꽂아두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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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프스키 2018-10-2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념서는 책세상에서 출간한 ‘파시즘‘도 있는데 이 도서랑 목록의 교우서가 도서랑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당돌하고 광범위하게 느낄 수 있는 질문 좋고 갑니다...

로쟈 2018-10-27 21:13   좋아요 0 | URL
책세상판은 국내 전공자가 쓴 책이고요, 교유서가판은 옥스포드대학판 ‘아주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책입니다.
 

엊저녁에 국문학자이자 문학평른가 김윤식 선생(1936-2018)의 부고를 접했다. 위중한 상태라는 소식은 들은 바 있어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대학에 처음 입학하던 해 ‘한국근대문학의 이해‘라는 강의를 들은 이후 30년간 선생의 많은 책을 읽었고 많이 배웠다. 러시아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 근대와 근대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고 강의하고 있는 현재의 일상도 선생의 강의와 책에서 계발된 바 크다. 공저를 포함해 250권이 넘는 저작은 앞으로도 후학들에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질에 있어서도 <이광수와 그의 시대>를 필두로 한 선생의 한국근대문학사 탐구와 비평은 후학들이 뛰어넘어야 할 산맥이다.

올해 한국문학계는 황현산 선생(1946-2018), 허수경 시 인(1964-2018)에 이어서 소중한 경륜과 자산을 잃었다. 애석한 마음과 함께 감사를 표하고 싶다. 선생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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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2018-10-26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올려주시는 교수님께 감사드려요
문학의 깊이를 폭넓게 배우고 있고 자극도 됩니다
건강관리 잘하십시오~

로쟈 2018-10-26 23: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시금 돌아와 서재의 PC로 적는 페이퍼다. 출국하는 날부터 상태가 안 좋았는데 핸드폰이 고장이 나서 긴급통화만 가능하고 카톡도 와이파이존에서만 된다. 핸드폰 상태만으로는 독일에 있을 때와 다를 게 없다(와도 온 게 아닌 것인가?). 



열흘간이었지만 밀린 책들이 또 적지 않다. 그 가운데, 러시아문학도 끼여 있어서 미리 '처리'한다. 언젠가 한번 소개한 바 있는 블라디미르 보이노비치의 <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문학과지성사)이 드디어 나왔다(알라딘에는 영어판과 함께 스페인어판도 뜬다). 소비에트 풍자문학 대표작가의 대표작. 


"러시아 우화에 등장하는 '바보 이반'을 차용해 스탈린 체제하 소련을 그린 <병사 이반 촌킨의 삶과 이상한 모험>이 지하 출판에 이어 서방에서 출판되고, 보이노비치가 반체제 인사 탄압 저항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역시 반체제 인사로 분류됐다. 그는 감시와 협박에 시달리고 심지어 KGB의 독살 시도까지 뒤따랐으며, 끝내 국외로 추방당했다. 하지만 보이노비치는 어떤 상황에서도 펜을 꺾지 않고 부조리한 체제와 그 체제가 낳은 개인들의 위선에 끊임없이 성내고 대들며 소련 사회와 온갖 군상을 기록했다. 한 편의 부조리극 같은 현실을 코믹하지만 신랄하게 풍자한 <촌킨>은 보이노비치의 삶과 문학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풍자문학으로는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와 비교해볼 수도 있겠는데, 예술가소설과 민담류 소설이라는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 20세기 러시아문학을 새로 강의한다면, 한 주를 할애해도 좋겠다 싶다...


18.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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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18-10-25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오시자마자! 독일문학기행 잘 읽었습니다^^건강도 챙기십시오^^요즘 건강이 걱정되는 한분(!)이 있는데 선생님 걱정까지 되네요ㅋ 오래오래 건강히 뵙고 싶은 욕심에~

로쟈 2018-10-26 08:35   좋아요 0 | URL
아직은 괜찮습니다.^^
 

강의 공지다. 이진아도서관에서 10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매주 화요일 저녁에 ‘20세기 러시아 예술가소설‘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다. 이반 부닌과 나보코프, 그리고 파스테르나크의 작품을 읽는 강의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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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8-10-25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착하시자 마자 강의 공지~ 감사합니다^^

로쟈 2018-10-26 08:34   좋아요 0 | URL
^^
 

함부르크공항에서 탑승을 앞두고 있다. 출국이라고 적지 않은 건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환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유일한 일정으로 찾아간 곳은 함부르크미술관인데 뭉크의 대표작 몇 점과 인상파 그림들도 소장하고 있지만 간판 그림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다. 독일 낭만주의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책표지에도 자주 쓰이기에 친숙한 그림이다. 실물을 보니 생각만큼 큰 그림은 아니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거리였지만(10-15분) 교통체증으로 무려 한 시간 가까이 걸려서야 미술관에 도착했고 관람시간도 한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그림들만 바쁘게 둘러보고 기념품숍에서 소개책자를 구입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륙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기는 프랑크푸르트. 이제 귀국행 비행기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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