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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칼럼을 써야 하는지라 이런저런 뉴스들을 검색해보는데, 역시나 압도적인 건 천안함 조사발표에 대한 것이다. 가장 공감한 건 구역질이 난다고 한 김용옥 선생의 강연 내용(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523144719&section=03). 그는 "국민 세금 몇 십조 원을 강바닥에 버리는 게 4대강 사업"이라며 "이런 짓을 하는 이들이 짐승인지,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일갈도 잊지 않았다. 관련기사를 스크랩해놓으려다가 '구역질'이 나서 조금 '소프트'한 걸로 대체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의 여성비하 선거홍보 동영상 파문에 관한 것이다. 이들이 지방선거에서도 승리한다면, 그들의 '선거전략'의 승리이기도 할 것이다. "여자는 아는 게 쥐뿔도 없다”는 전제하에 세운 전략이다(이런 것이 '제1당'의 비결일까?). 그런 게 여전히 먹히는지 두고볼 일이다.  

 

미디어오늘(10. 05. 19) '여성비하 동영상’, 조중동은 보도 안했다 

한나라당 여성비하 선거홍보 동영상을 둘러산 논란이 증폭되는 가운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나란히 관련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인터넷 홈페이지에 인기 케이블 TV프로그램인 ‘남녀탐구생활’을 패러디한 ‘선거탐구생활’ 선거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내보냈지만,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여성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한나라당 동영상에는 "여자는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해요"라며 "여자는 아는 거 쥐뿔 없어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나라당이 아는 거 쥐뿔도 없다고 소개한 그 여자는 동생으로부터 "이명박 정부가 원전수주를 계약한 나라는"이라는 질문을 받고 고민하다 'USA'라고 답변한다.

한나라당은 동영상에서 "드라마는 재방 삼방까지 보지만 뉴스는 절대 안보는 여자에게 이런 문제는 수능보다 어려워요"라고 설명이 뒤따른다. 한나라당은 동영상이 여성비하 논란을 일으키자 홈페이지에서 내렸지만, 여성계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파문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정당의 선거전략을 담긴 홍보 동영상의 내용이라는 점이다. 여성은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한다는 표현이나, 일반상식에 가까운 시사문제에 엉뚱한 대답을 한다는 내용이나 “난 왜 이렇게 무식할까”라고 자책하는 내용 모두 여성 일반에 대한 모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홍보 동영상은 사전에 기획안을 짜서 토의를 거쳐 내부 결재까지 받아 제작한다. 촬영하고 편집한 다음에는 여러 차례에 걸쳐 시사회와 평가회도 한다.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동영상은 더욱 꼼꼼하게 여러 단계를 거치며 수없이 고친다. 그렇게 토의하고 보완하고 수정해서 태어난 한나라당의 동영상이 고작 이거라니, 한나라당에는 정상적인 성인지 사고를 하는 당직자가 단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대한민국 유권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을 이렇게 모욕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한나라당은 여성비하 동영상이 제작되고 공개된 전모를 밝혀야 한다. 동시에 어머니고 아내이며, 딸이고 누이동생인 이 땅의 여성들에게 석고대죄 하라. 아니면 차라리 당명을 ‘여성비하당’으로 개명하고, 선거를 막장개그로 치르든지”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의 선거 악재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사건은 19일자 주요 아침신문에도 보도됐다. 경향신문은 19일자 4면에 <“여자는 아는 게 쥐뿔도 없어” 한나라 또 ‘여성 비하’ 논란>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5면에 <한나라 선거 동영상 여성비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일보와 한국일보도 각각 <한나라 홍보동영상 여성 비하 논란>, <"아는 것 쥐뿔도…" 여 6.2선거 홍보동영상 여성폄하 논란>이라는 기사를 19일자 지면에 내보냈다.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여성비하 동영상과 관련한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동영상’ 키워드를 담은 기사를 내보내기는 했다. 2면에 <전교조 집회서 조전혁 의원에 폭언 쏟아내>라는 내용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을 둘러싼 논란의 동영상은 보도했던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선거홍보동영상에 담긴 “여자는 아는 게 쥐뿔 없었요” “여자는 뉴스를 바퀴벌레 다음으로 싫어해요” 등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에는 침묵한 셈이다.(류정민기자) 

10. 0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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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3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3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0-05-23 22:35   좋아요 0 | URL
그럼에도 지지율이 여전히 높게 나오는 걸 보면...대한민국 국민들은 아는게 쥐뿔도 없어요 란 말이 그냥 흘러나오기까지 합니다.

로쟈 2010-05-23 22:39   좋아요 0 | URL
10% 정도의 지지야 이해할 수 있지요. 이해관계가 맞으니까. 나머지는 쥐에 쏠리면서도 좋다고 당하는 경우죠...

자꾸때리다 2010-05-24 11:16   좋아요 0 | URL
서울시장 선거
오세훈은 에러인 것 같은데
한명숙도 별로 맘에는 안 들고 (하는 걸로 봐서는 당선도 힘들 것 같고)
에혀 노회찬이나 찍어야...

2010-05-24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지 2010-05-24 19:06   좋아요 0 | URL
지난주 토요일 한겨레의 장정일 독서에세이를 주의깊게 읽었습니다. 지배자들은 너무 악랄하고 피지배자들은 너무 착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여성에 대한 이런 태도나 강바닥 뒤집어대고 돈없는 국민 목숨 우습게 여기는 걸 보면, 우연한 사고도 공격당한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확신에 가까워집니다... 저들이 떠드는 대로 북한에게 공격당한 거라면, 국방체제 관리 제대로 못한 책임으로 대통령과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겠죠

로쟈 2010-05-24 22:33   좋아요 0 | URL
여론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게 그들의 계산이겠죠. 국민들은 쥐뿔도 모른다고 보니까...

mediocris 2010-05-29 19:20   좋아요 0 | URL
쓰레기 뒤지는 시궁쥐들이 구덩이 파는 들쥐 나무라고 있으니 없는 쥐뿔이라도 만들어 줘야 하나?

로쟈 2010-05-29 19:32   좋아요 0 | URL
쓰레기라는 덴 동의하시나 보군요.

mediocris 2010-05-30 09:59   좋아요 0 | URL
진정 쓰레기가 뭔지 몰라서 그러시나요? 왜 이러세요? 아마츄어 같이...
 

'당신의 민주주의는 안녕하십니까?'란 질문을 던지는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휴머니스트, 2010)를 읽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한 근심에 공감하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는다. 말 그대로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 특강'으로서 제몫을 하는 책이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눈길이 가는 책들을 몇 권 골라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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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 다시 읽기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1-09-09 08:56 
    대선을 일년도 더 남겨놓고 있지만 서울시장 보선과 안철수 열풍으로 '정치의 계절'은 벌써 시작됐다.그런분위기에 부합하려는 듯 정치와 정치철학에 관한 책들도 연이어 출간되고있다(아마도 곧 봇물을이루지 않을까 싶다). '정치학' 전문출판사후마니타스에 나온 로버트 달의 <경제 민주주의에 관하여>와 <제프리 골드파브의 <작은 것들의 정치>가 바로 눈에 띄는 책들이다. 프랑스철학자 랑시에르의 국내 '데뷔작'이었던, 하지만 오역으로 한바
 
 
종이 2010-05-23 16:39   좋아요 0 | URL
로쟈님, 아래 글의 비야냥댓글을 보면서 맨날 정리해 주시는 글 보기만 하다가 한 마디 남깁니다. 귀찮고 발품 많이 드는 문학, 인문학 관련 기사와 연관 정리글들을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제 서재는 방치해 뒀지만 알라딘 들어오면 항상 여기는 들린답니다. 로쟈님의 노고, 화이팅입니다.

로쟈 2010-05-23 19:23   좋아요 0 | URL
네, 감사. 한데, 분위기로 봐선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HOSU 2010-05-29 17:37   좋아요 0 | URL
로쟈님 글을 읽고 지방선거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로쟈 2010-05-29 19:33   좋아요 0 | URL
무관심이 중립적인 결과를 낳지 않으니까요.
 

폴 드 만 읽기 리스트도 만들어놓았던 김에 <독서의 알레고리>(문학과지성사, 2010)에 대한 리뷰기사도 옮겨놓는다. 드 만식 읽기 혹은 드 만식 해체론이 어떤 것인지 잘 정리해주고 있다.  

한겨레(10. 05. 22) “책은 언제나 의도와 다르게 이해된다” 

폴 드 만(1919~1983·사진)은 덴마크에서 태어나 벨기에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예일대에서 학문적 전성기를 보낸 문학이론가이다. 그는 이른바 ‘예일학파’의 우두머리였다. 그의 이력을 요약하면, 프랑스에서 출현한 ‘해체주의 사상’을 영어로 번역해 미국에 퍼뜨렸다는 한 줄의 문장이 될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번역자이고 전파자였는데, 뛰어난 전파자들이 그러하듯 원본을 재해석해 새로운 사유를 덧붙였음은 물론이다. 드 만의 목소리는 특히 문학이론, 문학비평에서 크게 울렸고, 그 울림이 퍼져 사상 일반에까지 미쳤다. 



드 만은 평생 65편이라는 적지 않은 에세이와 평문을 썼지만, 생전에 펴낸 책은 두 권에 지나지 않는다. <독서의 알레고리>는 그중에서 두 번째로 낸 책이다. 이 책의 출간 연도는 1979년이지만, 실린 글들은 대부분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에 썼다. 해체주의의 대명사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1930~2004)인데, 드 만은 데리다를 1966년 처음 만난 뒤 해체주의 사상 활동의 동지가 됐다. <독서의 알레고리>에 묶인 글들은 이 해체주의가 드 만의 언어로 옮겨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은 그대로 해체주의가 영어권에 번져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드 만은 이 책의 머리말에서 “이 책의 대부분은 ‘해체’가 불화의 씨가 되기 이전에 쓰였다”고 밝힌다. 이 책이 출간될 무렵 해체주의는 ‘이론 전쟁’으로 불린 격한 논란의 한가운데로 진입한 상태였다. 그 전쟁을 더욱 격렬하게 만든 것이 이 책인 셈인데, 드 만은 그 머리말에서 해체주의가 그동안 오해받아 왔음을 강조한다. 한쪽에서는 해체주의가 아무런 현실적 불온성도 없는 대학 강단의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해체주의가 모든 가치를 부정하고 파괴하는 지적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한다. 드 만은 둘 다 틀렸다고 말한다. ‘해체’는 단순한 지적 유희도 아니고 허무주의적인 지적 테러도 아니다.

그렇다면 드 만이 생각하는 ‘해체’는 무엇인가. <독서의 알레고리>는 해체에 관한 드 만의 생각을 드 만의 언어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릴케·프루스트·니체, 그리고 특히 루소의 저작들에 대한 분석이다. 그 저작들을 읽어 추출해낸 결정체가 제목으로 쓰인 ‘독서의 알레고리’다. 여기서 ‘독서’(reading)란 말 그대로 ‘책을 읽는 행위’를 말하는바, 책 속의 기호(글자)를 매개로 삼아 저자가 말하는 것을 실제 사태와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쉽게 말해, 책을 읽고 사태를 이해하는 것이 독서다. ‘독서의 알레고리’는 그 독서가 곧 ‘알레고리’(allegory)라는 말인데, 여기서 알레고리는 ‘(어떤 것으로써) 다른 것을 말하다’라는 어원적 의미로 새겨야 한다. 비둘기로 평화를 나타내고, 왕관으로 권력을 암시하는 것이 그런 경우다. 그렇다면 알레고리는 일종의 은유(메타포)라고 할 수 있는데, 은유가 보통 단어나 문장 같은 작은 단위에서 구사되는 표현 기교라면, 알레고리는 통상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총체적인 은유 구실을 한다.

여기서 요점은 ‘다른 것을 이야기한다’라는 알레고리의 그 본질에 있다. 우리의 통념으로 보면, 독서란 저자가 말하는 것을 독자가 그대로 읽어내는 행위다. 그러나 실제의 독서는 저자가 말하려는 것을 언제나 다르게 이해한다는 것이 드 만의 논점이다. 기표와 기의의 일치, 단어나 문장이나 책 전체가 가리키는 것과 그 가리킴의 대상 사이의 일치, 요컨대 책이 말하려는 것과 독자가 이해한 것의 일치가 독서의 이상적 상태일 터인데, 이런 완결된 독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 만의 발상이다. 독서는 언제나 기표와 기의 사이의 차이를 내장하고 있다. 글이 의도하는 바와 실제로 이해되는 바 사이에 거리가 있다. 그러므로 독서는 번번이 오독·오해·오인을 포함한다는 것, 저자가 진짜 의도한 것과는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것, 이것이 드 만의 주장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독서 곧 읽기가 책을 넘어 삶 일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삶 자체가 읽기의 과정이다. 우리 삶은 끊임없이 읽고 해석해야 할 것들의 연속체다. 사람들의 눈빛, 표정, 몸짓을 읽어야 하고, 책을 읽듯 사람의 말을 읽고 속뜻을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읽기가 언제나 완결된 읽기에 도달할 수 없고 궁극적 읽기에 성공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인식이란 언제나 굴절과 착란과 오해를 동반한다. 그렇다면 투명한 인식,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정 위에 세워진 근대 학문은 그 토대를, 근거를 잃어버리게 된다. 객관적인 총체적 인식이 가능하다는 근대적 믿음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는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드 만의 ‘완결된 독서의 불가능성’이라는 테제가 말 그대로 해체적임을 실감할 수 있다. <독서의 알레고리> 이후의 작업은 드 만 사후에 <이론에 대한 저항> <미학적 이데올로기> 같은 책으로 묶여 나왔는데, 거기에서 그의 해체 사상은 정치적·사회적 이념으로 확장된다.(고명섭기자) 

10. 05. 22.  

P.S. '독서의 알레고리'가 비단 고급 텍스트들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매직'으로 쓰인 간단한 글씨도 '필자'(혹은 '조작자')가 진짜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의도를 '배반'하는 것이 '독서의 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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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ocris 2010-05-22 13:21   좋아요 0 | URL
"'매직'으로 쓰인 간단한 글씨도 '필자'(혹은 '조작자')가 진짜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때로는 그러한 의도를 '배반'하는 것이 '독서의 윤리'다."에 접붙인 만화 꼬라지라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한심한 쓰레기 글이다. 내가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식으로 수만의 책을 읽는다는 게 도대체 무슨의미냐고? 그런데, 댁이 어리석다고 보는 국민의 독서 윤리는 댁과는 전혀 다른 배반도 가능함을 잊지 마시길...

로쟈 2010-05-22 13:39   좋아요 0 | URL
'쓰레기'라서 쓰레기 댓글이 올라오나 보군요. '어리석은 국민'이 꽤나 고마우신가요? 아시겠지만, 권력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mediocris 2010-05-22 14:01   좋아요 0 | URL
나는 어리석다고 보지 읺지만 댁은 어리석다고 보는 쪽인가? 권력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일반론과 천안함과 현정권이 무슨 연관이 있나요?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명제를 너무 다의적으로 사용하셨고, 게다가 권력이라는 매개념을 부당하게 주연시키고 있습니다. 화가 나시더라도 웬만하면 쓰레기 만평은 접붙이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

로쟈 2010-05-22 14:09   좋아요 0 | URL
민주주의가 다수결이라고 하지만 소위 '다수'가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건 아니죠. 그게 다수의 두 얼굴 아닌가요? '쓰레기 만평'이라고 하셨는데, 무성의하면서도 노골적인 북풍 몰이라는 '쓰레기 전략'이 없다면 쓰레기 만평도 없겠지요...

mediocris 2010-05-22 13:33   좋아요 0 | URL
댁이 읽지 않은, 아니 읽고 싶지 않을 책의 내용 중에 이런 장면이 있지. 위대한 수령께서 고압 송전선을 주체적으로 지하매설하라는 지시를 하셔서 고압선을 플라스틱 파이프에 넣어 지하 매설을 했지. 그래서 북한의 누전율이 거의 70% 이상이지. 금강산 가보셨나? 고압선 전주 꼬라지 보셨어? 그게 천안함 폭파 어뢰에 매직으로 쓰인, 댁이 남조선을 비꼬고 싶어하는 ‘1번’과 아주 연관이 깊은데 그건 어떻게 생각하시나? 그 잘난 송전선으로 남한의 고급 전기를 보내겠다던 대통령 되겠다는 어느 놈하고 댁과 다른 것 같지?

로쟈 2010-05-22 13:49   좋아요 0 | URL
국방부 주장대로 이번 사건에서 북한이 '대단한' 군사력을 보여준 것이라면 '감탄'이라도 하겠습니다(저는 나름대로 북한을 얕잡아보는 쪽입니다). 하지만, 놀라운 건 너무도 무성의한 '증거들'이네요('1번'도 녹 위에 쓴 거라는 의혹은 아시겠지요?). 송전선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나라의 잠수정이 작전 중인 한미 해군을 농락하다니요...

mediocris 2010-05-22 14:06   좋아요 0 | URL
누군가의 말대로 댁은 '권력의 어리석음'과 '권력의 전지전능'을 동치시키고 있군요. 책을 많이 읽으시니까 나폴레옹의 러시아 전선에서의 패퇴가 프랑스군의 군복 단추 때문이라는 내용도 아시겠군요. 역사적 계기란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 '무성의'하게 보이거나 '의혹'이 있다고 증거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어요. 게다가 '열 사람이 한 도둑 못잡는다'는 속담도 있어요. 자중하시기 바랍니다.

로쟈 2010-05-22 14:02   좋아요 0 | URL
참고로, '천안함의 기적'이란 제목으로 어느 분이 제기한 의혹을 옮겨놓는다.
1. 절단면도 보안상 비공개라고 하더니 선거기간되니깐 공개~
2. 선체의 스크레치 자국이 선거기간이 되니 지워진다.
3. 침몰 원인도 모르고 두 달 넘게 질질 끌더니 선거기간 며칠 남겨놓고 갑자기 북한 어뢰 공격이라고 발표
4. 선거 4 일 남겨놓고 대통령이 3개 방송 생방송으로 북한 공격이라고 대국민 간담회 발표
5. 없던 어뢰가 선거 기간 되니까 갑자기 발견된다. 그것도 어부가 건졌단다.
6. 어선 어부에게 어디서 건졌냐고 물어보니 우물쭈물하다 해군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7. 천안함을 충격파만으로 두동강낸 가공할만한 어뢰가 멀쩡하게 건져졌다.
8. 어뢰는 마치 몇십년은 된 것처럼 부식되어있는데 매직으로 쓴 한글은 마치 방금 쓴 것 같다.
9. 아예 건지는 김에 조중동이 말했던 어뢰 조종 잠수부 시체도 건저내지?
10.잠수함에서 발사된 어뢰가 주무기였다고 발표했으면 조중동이 주장한 인간조종어뢰설도 유언비어아녀? 이 놈들도 유언비어 날조로 족쳐봐야지 안나?
11. 잘 녹화되던 TOD가 폭발당시에만 안찍혀있다는 건 뭐 다 아는 사실..
그 사병 지금쯤 영창 가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그에 대한 이야긴 없네?
12. 버블제트 어뢰가 터져서 충격파만으로 배를 두 동강 냈는데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뇌진탕은 커녕 피한방울 안흘리고... 사망자들은 전부 익사로 인한 사망. 무슨 물기둥이 레이저냐?
13. 어뢰 폭발로 100m의 엄청난 물기둥이 솟아올랐는데 갑판위의 사람들은 물방울이 얼굴만 살포시 적셨다.
14. 갑판 위에 있던 여러명의 군인들은 100m 짜리 거대한 물기둥을 못보고 야간에 몇 Km 떨어진 곳에서 한 엄청난 시력을 가진 군인 단 한명만 물기둥을 목격했다네?
15. 한미연합 훈련으로 이지스함까지 있었다는데 잠수함과 어뢰는 탐지도 안되고 천안함만 격추시키고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천안함에 대잠수함, 어뢰 탐지능력이 있는데 전혀 탐지도 되지 않았다는 것...

mediocris 2010-05-22 14:08   좋아요 0 | URL
서프라이즈가 인터넷 여론장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아신다면 서프라이즈 대표나 부르킹스연구소 연구원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군요.

로쟈 2010-05-22 14:10   좋아요 0 | URL
안타깝게도 인터넷 여론장에서 더 바닥을 기고 있는 건 국방부 주장입니다...

mediocris 2010-05-22 14:14   좋아요 0 | URL
그렇게 생각하세요? 답이 없군요. 댓글 이만 접겠습니다.

qualia 2010-05-22 15:42   좋아요 0 | URL
mediocris 님, 걍, 가마니나 짜고 앉아 계시면 “중간”쯤은 갈 수 있을 텐데요. 아쉽네요. 그럼, mediocris 님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남한 군부의 일방 발표를 철석같이 믿으신다는 겁니까? 증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참, 내원, 무뇌아 인증도 그런 무뇌아 돌빡 인증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합리적 · 논리적 반박이 궁해지니까, 꼬랑지 내리고 내빼는 건 정말 비겁해 보입니다. 자기 소신이 철석 같다고 믿는다면, 논리정연하게 반박하셔야지요. “명제”니 “매개념”이니 “주연”이니, 한 논리 하시는 분이 내빼긴요.

[주인장 님께 실례인 줄 압니다만,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어서요. 질 낮은 댓글 죄송합니다.]

mediocris 2010-05-29 19:43   좋아요 0 | URL
"가마니나 짜고 앉아 계시면 중간쯤은 갈 수 있을 텐데요. mediocris 님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남한 군부의 일방 발표를 철석같이 믿으신다는 겁니까? 무뇌아 인증도 그런 무뇌아 돌빡 인증도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합리적, 논리적 반박이 궁해지니까 꼬랑지 내리고 내빼는 건 정말 비겁해 보입니다." 오랫만에 들어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로쟈스키들의 댓글이 달렸다. 가마니는 아니로되 어릴 때 새끼는 꼬아봤지만, 정작 이 친구의 속셈은 나를 수구꼴통 노인네로 만들고 싶은 건데 전형적인 ‘우물에 독타기’다.

천안함 사건에 관한 한 뒤레퓌스 재판의 프랑스 우익 군부를 연상케 하는 로쟈스키들의 인식은 ‘증거’나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다. 그들의 굳센(?) 믿음과 만나면 어떤 합리적 논쟁도 교점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물러났더니 “명제니 매개념이니 주연이니, 한 논리 하시는 분이 내빼긴요.”라고 나무란다. 전투함의 중심 부분 20m가 아예 날라가버렸는데도 굳세게 좌초설을 믿는 이들에게는 차라리 “꼬랑지 내리고 내빼는 무뇌아”가 되는 게 낫지, 뭣하러 없는 TOD 영상 만드는 따위의 헛심 빼겠는가?

nanasi 2010-05-22 16:03   좋아요 0 | URL
댓글은 본문의 주내용과 별 상관없이 먼 산으로 가는군요.
mediocris님이 저 만평에 동의하든 동의하지않든 시의적절한 예제같습니다만.

2010-05-23 1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oonta 2010-05-23 16:07   좋아요 0 | URL
미꾸라지 한마리가 기어들어와서 분탕질을 쳐놨군요.
폴드만 책의 서평글에 "1번"을 연계시킨 로쟈님의 센스에는 무릎을 치지 않을수 없네요..^^

펠릭스 2010-05-23 17:22   좋아요 0 | URL
영화(소설)을 보는(읽는) 재미는 극적 반전이나 인물의 갈등구조를 보(읽)는 재미입니다. 모두가 당신이 옮다는 찬사보다는 의도적인(?) 미꾸라지일지 모르지만 헤집고 돌아가는 이단아도 필요합니다. 막아내는듯(?)한 주인장도 애쓰기는 마찮가지입니다. 좀 더 자신의 의문이나 주장을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면밀함(공감대)과 지구력 그리고 예절이 필요합니다. 로쟈님과 mediocris님 감사합니다.

오감독 2010-05-27 02:24   좋아요 0 | URL
누가 로쟈님 서재에서 열폭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분개해서 들어왔는데, 이미 정리분위기군요..^^ 좋은 글 항상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국방부의 주장을 이처럼 '열렬히' 옹호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대타자는 '항상 이미' 죽어 있다"는 지젝의 명제가 떠오릅니다. 대타자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주체는 죄의식을 떠맡고 희생의 제스쳐를 취함으로써 대타자의 동일성을 지킨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요, 아이구 맙소사.. 이 양반들아 지킬 게 따로 있지... 싶네요. 쩝!

mediocris 2010-05-29 20:32   좋아요 0 | URL
대타자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주체는 죄의식을 떠맡고 희생의 제스쳐를 취함으로써 대타자의 동일성을 지킨다? 지젝을 제대로 이해하던 말던 개의하지 않기로 하고, 어쨌든, 하여간, 좌우간, 자신들은 선군정치의 타자가 아니라는 로쟈스키들의 뱃보는 알아줘야 한다.

오감독 2010-06-03 21:55   좋아요 0 | URL
껄껄껄 "배포" 하나는 크다는 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선군정치니 타자니 무슨 말인지 복잡해서 찾아봤더니, 뭐 별말 아니고 빨갱이라고 욕하는 거였군요. 맙소사 요즘 같은 세상에 ^^.. 님의 "뱃보"도 알아줄만 합니다.
 
인간생태와 어머니, 그리고 종교라는 주문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동녘사이언스, 2010)에 대한 리뷰기사를 옮겨놓는다(친절한 박스기사도 곁들여져 있다). 나도 조금 읽어보고 있는데, 일단 '데닛은 읽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주는 책이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비슷한 난이도라고 보여진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모처럼 '즐독'할 수 있는 교양서이다.  

 

한국일보(10. 05. 22) 종교를 진화론적 관점으로 해체… '금기의 장막' 깨기 

과학과 종교는 양립할 수 없을까. 각각이 '겹쳐지지 않는 교도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스티븐 제이 굴드 같은 평화공존파가 있긴 하지만, 최근 과학계에서 부상하고 있는 이들은 맹렬한 우상 파괴 과학자들이다. 과학계의 '신(新) 무신론' 운동을 주도하는 최전선의 전사가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69)라면, 대니얼 데닛(68)은 이를 종합하는 철학적인 버팀목 같은 인물이다. 이 양대 거두의 대부는 물론 찰스 다윈이다. 



인지과학 및 심리철학의 거장인 대니얼 데닛 미국 터프츠대 교수의 <주문을 깨다>는 2006년에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함께 나란히 출간된 종교 비판서다. 생물학뿐만 아니라 인지과학, 인류학, 경제학 등으로 퍼져가고 있는 현대 진화론의 성과를 집적, 종교 현상을 진화론적 관점에서 분석한 논쟁적 저작이다.

데닛이 책 제목에서 직접 겨냥하고 있는 '주문'은 종교를 솔직하고 전면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막는 금기다. 주문 깨기는 곧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종교를 둘러싸고 있는 거짓과 신화, 위선의 장막을 걷어내려는 시도다. "나는 금기 깨기를 두려워하는 신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놓으시오! 놓으시오! 추락하는 걸 느끼지도 못할 겁니다!"(47쪽)

데닛의 작업은 먼저 종교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 뒤 애니미즘, 샤머니즘 등의 민속종교가 체계적인 종교로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그가 종교적 관념의 뿌리로 꼽는 것은 '활동이 있는 곳에 행위자를 찾으려는 과잉 경향'(예컨대 바람이 분다면 바람을 일으킨 행위자를 찾는 것)이다. 이는 원래 포식자를 탐지하고 추론하는 능력으로서, 자연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류가 진화시킨 능력이다(먹고 먹히는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바스락거리는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 인지능력에서 나온 부산물이 바로 나무, 바람, 구름 등에 각각의 행위자들이 있다는 물활론(物活論) 등의 초기 종교형태라는 것이다.

이런 종교관념들이 무익한 것만은 아닌데, 인간에게 '책임 회피' '건강 유지' 등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데닛은 이로써 종교 관념이 자연선택 과정에서 살아남아 복제와 변이 등을 거치면서 진화를 거듭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데닛이 줄기차게 던지는 질문은 '누가 이익을 보느냐'다. 초기 종교 형태에서 '비밀주의'와 '반증에 대한 방어' 등이 출현한 데에는 종교적 사제들의 이기적 동기가 개입했으며 사제와 정치권력의 동맹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종교는 이후 '믿음에 대한 믿음'이라는 만능의 패를 개발해 합리적 이해를 불가능하게 만들며 영속성을 획득하게 됐다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지옥불이 채찍이라면 신비는 당근이다. 믿음을 요구하는 명제는 이해할 수 없어야 한다!"(301쪽)

여기서 궁극적 수혜자는 누구인가? 데닛에 따르면, 바로 종교 그 자체다. 종교 스스로가 독자적 단위로 자율성을 획득해 숙주(인간)들의 충성을 이용해 복제하고 번식한다는 결론이다. 이는 곧 도킨스가 제기한 '밈 이론'과 같은 맥락이다. 도킨스가 종교를 해악만 끼치는 '바이러스'로 본다면, 데닛은 종교를 야성에서 순화된 '길들여진 밈'으로 보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종교인들이라면 소름 끼칠 정도로 경악스런 주장이다.

종교적 실체를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종교는 도덕성을 함양하고 삶의 의미를 주는 긍정적측면이 있지 않는가? 이에 대한 데닛의 대답은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신앙의 절대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종교의 특성상 관용의 제스처는 위선이며 언제든지 광신과 배타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위선의 함정에 빠졌고, 빠져나갈 길은 없다… 엄숙한 종교의 세계에서 급진파는 자신의 신앙을 내세워 비타협을 고집하고 중간파는 위협을 느끼고 침묵을 지키며,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로 믿는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377쪽)

물론 진화론자들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생물학적 환원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진화론자들이 무기로 삼는 '누가 이득을 보느냐'는 질문 자체가 환원주의적 요소를 깔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데닛이 이 책에서 설명한 종교의 진화 과정 역시, 그 스스로 인정하듯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다. 하지만 각종 종교 현상을 둘러싼 무수한 호기심에 대해서 그냥 얼버무리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으려 한다면, 종교와 과학의 최전선의 대척점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데닛의 이 저작은 피해갈 수 없는 책이다. 56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는 종교에 대한 무수한 질문들이 쏟아지며, 거기 답하기 위한 진화론자들의 현대적 연구 성과가 결집돼 있다.(송용창기자)  



●종교 진화론 진영內서도 시각차 

진화론 진영 내부에서도 종교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학자들마다 조금씩 달라 논쟁이 한창 진행중이다. 초월자를 믿는 행위가 독 있는 음식을 피하는 행위처럼 진화적 적응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보는 '종교 적응주의론'의 대표적 학자는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데이비드 슬론 윌슨 뉴욕 주립대 교수다. 에드워드 윌슨은 종교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고, 사후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며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도와주기 때문에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즉 종교가 개인의 생존과 번식에 직접적 이득을 줬기 때문에 선택됐다는 것이다. <사회생물학> <인간본성에 대하여> <통섭> 등의 여러 저서가 번역돼 있다.

데이비드 슬론 윌슨 교수도 종교를 적응의 산물로 보지만, 개인이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에드워드 윌슨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집단의 협동심을 증진시키는 이점 등으로 집단선택으로 종교가 진화했다는 것이다. 종교 행위를 통해 '누가 이득을 보느냐'는 질문에서 에드워드 윌슨은 개인이, 데이비드 윌슨은 집단이 이득을 봤다는 설명이다. 데이비드 윌슨의 주저 <종교는 진화한다><진화론의 유혹> 등도 국내에 번역돼 있다.

이에 맞선 것이 종교를 적응의 산물이 아닌 부산물로 보는 견해다. 종교 행위는 행위자 탐지 능력 등의 인지 능력에서 따라 나온 부산물로 인류의 적응에 직접적 이득을 주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밈 이론'으로, 부산물이었던 종교가 자율성을 획득해 스스로 복제 번식하며 진화했다는 이론이다. 리처드 도킨스와 대니얼 데닛이 대표적인 학자다. '누가 이득을 보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수혜자는 종교 그 자체라는 것으로 종교 비판으로서는 가장 과격한 입장이다. 다만 도킨스는 종교를 박멸해야할 대상으로 보는 반면, 데닛은 '야생 밈'과 '길들여진 밈'으로 구분해 종교를 박멸이 아닌, 순화시켜야할 대상으로 본다.

10. 05. 20.  

P.S. 데닛의 기본 아이디어는 본문의 첫 문단에서 제시된다. 번역본 표지의 컨셉이기도 한데, 바로 개미와 개미의 행동을 조종하는 창형흡충이란 기생충 얘기다. <자유는 진화한다>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고, 기억엔 도킨스 또한 <이기적 유전자>와 <확장된 표현형>에서 언급하고 있는 유명한 사례다.   

초원에서 개미 한 마리가 풀잎을 타고 열심히 기어오른다. 개미는 높이 더 높이 오르다 결국 떨어지고, 바위를 굴려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매번 꼭대기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오르고 또 오른다. 개미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개미는 이 고되고 헛된 행위를 통해 무슨 이익을 찾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지금 개미는 예를 들어 영토를 더 잘 굽어보거나, 먹이를 찾거나, 잠재적 배우자에게 과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개미의 뇌는 창형흡충이라는 작은 기생충에게 점령당했고, 그 기생충은 번식주기를 완성하기 위해 어떻게든 양이나 소의 뱃속에 들어가야 한다. 이 작은 뇌 기생충이 개미의 자손이 아닌 자기 자손에게 이득이 되는 위치로 개미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개미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물고기와 생쥐를 비롯한 다른 생물 종들도 이처럼 행위를 조작하는 기생생물에 감염된다. 이 편승자들은 자신의 기주생물로 하여금 엉뚱한 행동을 하게 만들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게 만드는데, 이는 전적으로 기주생물이 아니라 기생생물의 이익을 위해서다.

요컨대, 데닛의 인간과 종교와의 관계를 개미와 창형흡충의 관계로 바라본다. '누가 이득을 보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수혜자는 기주생물인 인간이 아니라(인간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모호하다) 기생생물에 견줄 수 있는 종교 그 자체다. 곧 종교라는 문화적 복제자(밈)이다. 신의 말씀을 '창형흡충'에 비유하는 것이 언짢을지 모르지만, 데닛이 적시한 대로 이것은 성경에서의 비유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곧 마태복음에 따르면, 하느님의 말씀은 씨앗이고, 그리스도는 씨 뿌리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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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10-05-22 13:53 
    [책] 데닛은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 via 로쟈

이번 주엔 주목할 만한 책들이 여럿 등장했는데, 교양과학서도 예외가 아니다. 일단 한나 홈스의 <인간생태보고서>(웅진지식하우스, 2010). 원제는 '옷 입은 원숭이(The Well-Dressed Ape)'이고,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없는 원숭이>(문예춘추, 2006; 정신세계사, 1991)를 바로 연상케 한다.  

 

2008년에 출간됐으니까 '털없는 원숭이'의 최신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부제대로 '먹고, 싸우고, 사랑하는 일에 관한 동물학적 관찰기'로 읽어봄직하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나의 유쾌한 동물 이야기>(한얼미디어, 2006)로 나온 모리스의 자서전이 원래는 <옷을 입은 원숭이>(자유문고, 1987)라고 출간된 적이 있다.   

그리고 또 한권은 세라 블래퍼 허디의 <어머니의 탄생>(사이언스북스, 2010). 저자가 생소하다 싶었는데, '사라 블래퍼 홀디'라고 먼저 소개됐던 영장류학자이자 인류학자.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서해문집, 2006; 서운관 1994)가 그녀의 대표작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모성, 여성, 그리고 가족의 기원과 진화'란 부제대로 모성의 본질을 파헤친 책. 원서로 752쪽, 번역본으로론 1016쪽에 이르는 대저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모성의 역사를 다룬 새리 엘 서러의 <어머니의 신화>(까치글방, 1995)와 같이 읽어봄직하다.    

그리고 세번째 책은 독서 우선순위로는 제일 첫머리에 놓고 싶은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동녘사이언스, 2010)이다. 이때 주문은 '종교라는 주문'을 가리킨다. 국내에서 화제가 됐던 <만들어진 신>(김영사, 2007)의 원제와 나란히 놓으면, '종교라는 주문, 신이라는 망상'이 된다.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철학적으로 대변하는 책"이라는 게 압축적인 소개다. 해설을 쓴 최종덕 교수에 따르면, "데닛의 <주문을 깨다>는 종교 비판서 중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억엔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신은 위대하지 않다>(알마, 2008)도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어 '3인방'을 구축했더랬다. 데닛의 책이 제일 나중에 소개된 셈. 그래도 만들자면 '3종 세트'다.  

   

데닛의 책은 <자유는 진화한다>(동녘사이언스, 2009)가 작년에 나왔고, 이제 남은 책으로 내가 기대하는 건 <다윈의 위험한 생각>이다. 데닛의 책으론 <내용과 의식>(2010)이 최신간으로 뜬다(1969년에 나온 첫 저작을 다시 펴낸 것이다). 한 저자를 제때 따라가는 것도 이렇듯 쉽지가 않다... 

10.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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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데닛은 종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5-22 09:41 
    대니얼 데닛의 <주문을 깨다>(동녘사이언스, 2010)에 대한 리뷰기사를 옮겨놓는다(친절한 박스기사도 곁들여져 있다). 나도 조금 읽어보고 있는데, 일단 '데닛은 읽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주는 책이다.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과 비슷한 난이도라고 보여진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얘기다. 모처럼 '즐독'할 수 있는 교양서이다.     한국일보(10. 05. 22) 종교를 진화론적 관
 
 
starla 2010-05-21 07:00   좋아요 0 | URL
주문을 깨다, 가 나와줘서 저도 만세! 부르고 있습니다. 하핫.
한나 홈스 책도 참 재미있겠네요.

로쟈 2010-05-21 09:35   좋아요 0 | URL
기다리던 분들이 계시군요.^^

2010-05-21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hooseme 2010-05-29 10:35   좋아요 0 | URL
<주문을 깨다>의 출판일을 출판사에 문의 했을 때 4월 말에 나온다고 했었는데 결국 5월 중순이 지나서야 나오더군요. 다윈의 위험한 생각도 올해 안엔 출간된다고 하네요.

만들어진 신과 비슷한 난이도라고 하셨는데 1/4쯤 읽은 바로는 그보다는 난이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철학자가 쓴 책이라서 그런건지 도킨스만큼 명료하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네요. 철학자의 특성상 설명을 하는 것 뿐 아니라 질문도 많이 던지고요. 뭐 아직은 초반부니까 끝까지 읽어보고 다시 판단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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