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도 읽지 않았지만 괜히 친하다고 생각되는 작가들이 있다(안면이 있다고 다 집에까지 찾아가는 건 아니잖은가). 미국의 여성작가 시리 허스트베트가 그런 경우다. 책은 다 챙겨놓고 매번 신간도 눈여겨 보는데 현재 네 권의 소설과 세 권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모두 뮤진튜리에서 나왔다. 전속 작가 같다). 세번째 에세이가 이번 주에 나온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보는 한 여자>(뮤진트리)다. 제목은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것인데, ‘예술, 성 그리고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제다.

˝작가 시리 허스트베트의 에세이다. 인문학자이고 소설가이며 예술비평가인 시리 허스트베트는 문학과 인문학뿐만 아니라 정신의학을 비롯한 과학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예술, 성 그리고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예술과 성, 마음에 관한 11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다. 저자는 특유의 명징함으로 화가의 그림에 표현된 여성을 바라보고, 예술작품의 가치에 대해 논하고, 이 시대의 포르노그래피를 생각하고, 문학에 표현된 젠더의 문제를 고찰한다.˝

소설은 아무래도 분량상, 그리고 주로 강의책들에 밀려서 선뜻 손에 들기 어려운데 에세이라면 부담없이 읽어볼 수 있겠다(원서도 바로 주문해놓았다). 생각해보니 <살다, 생각하다, 바라보다>도 에세이였는데 묻어둔 감이 있다. 내친 김에 시리의 에세이들과는 이번에 안면을 터 두기로 한다. 아니 현관까지는 들어가 보도록 한다. 아, 마음 속까지 들여다보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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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여름이어도 되는 걸까
언제부터지?
알면서도 놀란다
놀라는 척이 아니라서 놀란다
세상에나 여름이라니
네가 언제 그렇게
여름부터라고?
그럼 이게 다 여름이란 말인가
여름 햇볕이고 여름 가발이고
여름 사냥이고 여름 열매고
네가 세상 모르던 때가 언젠데
벌써 여름이고
네가 여드름 짜던 때가 언젠데
이젠 막 나가는 건가
아무리 여름이어도 그렇지
여름밖에는 할 수 없다는 거야?
원칙이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가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고
우리가 같이 보낸 여름도 있건만
그래도 정색할 수가
네가 여름이라고 치자
네가 어떻게 여름이지?
여름이 그렇게 허술해?
여름을 사랑한 적은 있어
여름이었지
여름일 수만은 없잖아
수도 없이 지나갔어
그래도 여름이라니
세상에나 여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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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를 조이고 풀고
이야기는 그렇게 쓰는 거지
당신이 유령 이야기를 원한다면
하나도 아니고 둘
그런 걸 원한다면
나사를 한번 더 돌려야 해
한번 더 죄는 거지
아이들을 닦아세우는 거지
그건 심문의 방식
너의 잘못을 알고 있어
추궁하는 거지
나사를 죄는 거지
언제나 한번 더 죌 여지가 있지
자백은 죄면 나온다네
조르면 나오는 거야
도덕은 그렇게 조르는 거
조이고 조르는 거
나사를 죄면서 우리는 앞으로 가
닦달하면서 미래를 열어
가차없는 미래를 열어
잠깐!
아이들은 왜 저기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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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6-21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량이 많지도 않은데 읽으면서 계속
뭔가 찜찜한 책들이 있는데
(이게 아닌것 같은데 하면서 책장은 넘어가고)
이책이 그랬네요.
손에 뭔가 잡히는게 없는.
제목부터 나사의 회전? 느낌도 없고~
아직 독서 내공이 많이 모질라는듯ㅜㅜ
강의를 안들으면 안되는구나란 생각이 팍팍!

로쟈 2018-06-21 23:39   좋아요 0 | URL
저도 몇년 전에 뭐라고 강의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소설이에요.^^;
 

여름날 닭 보양식으로
개구리를 잡아 먹이로 주었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씩
해부하고 토막내고
나는 개구리 푸주한

개구리를 토막내며
개구리의 사랑도 끝장냈을까
땅바닥에 패대기치면
감전된 듯 부르르 떨던 뒷다리
살 떨리는 사랑이 마침내
뻣뻣하게 늘어지며 나자빠졌던가

하얀 배를가르고
칼끝으로 심장을 도려냈지
모락모락 김이 나지는 않았네
우정은 아니어도
개구리와 살을 맞댄 사이
나는 개구리 푸주한

개구리를 잊은 지 오래
나의 전직도 잊은 지 오래
아무도 내게 과거를 묻지 않는다

단지 몸이 몸뚱이로 느껴질 때
나는 개구리 아닌 개구리
패대기쳐지는 건 일도 아니다

사랑이 끝장나는 건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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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6-19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쌤! 설마 쥐, 지네, 송충이 가
차례를 기다리는 건 아니겠죠? ;;;
동생이 유전자 연구원인데, 우아하게^^ 샘플 가지고 실험하다가...가난한 연구소로 옮겨서 쥐를 직접
잡아서 세포 채취하는 일을 하는데,
ㅜㅜ 걔들 몇달간 하루 몇 차례 모이
주고 그러면 애완동물이다, 언니야...
그러며 생명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
작은 화분 키우기도 망설여진다네요.
갑자기 그 생각이 나며...물론 나름
유의미한 기제이겠지만...도마뱀은 그나마 이국적인데^^
바퀴벌레 개구리에선 손가락 터치가
살금살금 ~~~


로쟈 2018-06-19 21:4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미지는 안 띄우고 있습니다.^^;

로제트50 2018-06-19 21:48   좋아요 0 | URL
>*<
 

피츠제럴드의 신간이 두권이 나왔다고 지난주에 적었는데 다른 한권이 한발 늦게 나와서 착각한 것이었다(오늘 뜬 기사를 보고 알았다). 세 출판사가 합작한 ‘웬일이니! 피츠제럴드‘ 시리즈로 아직 소개되지 않았던 두번째 소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은행나무)이 포함돼 있다(세 권을 모두 구입하면 사은품도 있다고).

나로선 하반기 미국문학 강의에 유익한 참고가 될 터라 반갑다. 단편집을 제쳐놓으면 피츠제럴드의 소설은 <낙원의 이편><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위대한 개츠비><밤은 부드러워라><라스트 타이쿤>순이다. 이를 중요도에 따라 재배열하면 대략 이런 순이다. ‘한권을 읽는다면 <위대한 개츠비>‘ 식의 순서로 보면 되겠다.

1. <위대한 개츠비>
2. <밤은 부드러워라>
3. <낙원의 이편>
4.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
5. <라스트 타이쿤>

나는 이제 4단계로 넘어갈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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