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무바라크 일가가 권력을 남용해 축적한 부를 폭로하는 기사가 나와 흥미를 끈다. 700억 달러면 이건희 삼성회장의 10배 규모다. 부패한 권력의 최후를 곧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최후의 파라오: 오바마 시대의 무바라크와 불확실한 이집트 미래>도 관심도서로 올려놓는다. '세계의 책'이다.   

경향신문(11. 02. 07) 가디언, "무바라크 일가 재산 700억 달러 달할수도"

반정부 시위대의 거센 사임 요구에 직면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 일가의 재산이 700억 달러(한화 78조1900억원 상당)에 이를 수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4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중동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무바라크 일가가 영국과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 예금, 런던·뉴욕·로스앤젤레스의 부동산, 홍해 해안의 고가 지역 등에 투자해 거대한 부를 쌓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무바라크는 30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군 고위 관리로 일하면서 수억 파운드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 협상에 관여했고 이 과정에서 얻은 수입 중 상당 부분을 외국으로 보내거나 은행 비밀 계좌에 입금했으며 고급 주택, 호텔에 투자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아랍계 신문 알 카바르도 무바라크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과 베벌리 힐스 로데오거리의 부동산도 소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 가말과 알라 역시 억만장자로 알려졌다. 런던 벨그라비아에 있는 가말의 호화 저택은 서구의 전형적인 ‘기념비적 자산’에 대한 무바라크 일가의 탐욕을 보여주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 정치학과의 아마네이 자말 교수는 "400억~700억 달러에 달하는 무바라크 일가의 재산은 다른 걸프국가 지도자들의 재산에 필적한다"고 말했다. 자말 교수는 ABC 뉴스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군과 정부에서 일하면서 얻은 사업 기회를 통해 개인 재산을 모을 수 있었다"면서 "중동의 다른 독재자들 사례처럼 이 과정에서 많은 부패가 있었다"고 밝혔다. 알 카바르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을 스위스의 UBS 은행과 스코틀랜드 은행, 로이드뱅킹그룹 등을 통해 외국에서 보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무마라크 일가의 부가 정확하게 어디서 창출되고 최종 목적지가 어느 곳인지에 대해서는 일부만 알려졌다. 더럼 대학의 중동정치학과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슨 교수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부인과 두 아들도 무바라크 대통령이 군대 등 기업부패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리에 있을 때부터 외국 투자자들과의 협력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슨 교수는 대부분의 걸프 국가들은 새 기업을 설립할 때 외국 투자자들에게 자국 내 파트너에게 51%의 지분을 주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이집트는 이 수치가 20%에 가깝지만, 여전히 정치인이나 군부의 가까운 협력자들에게 거대한 이윤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후의 파라오:오바마 시대의 무바라크와 불확실한 이집트 미래’의 저자 알라딘 엘라아사르는 무바라크 일가가 이집트에도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이중 일부는 전직 대통령과 군주들로부터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무라바크 대통령 일가는 샤름-엘 셰이크 휴양지 근처에 갖고 있는 호텔들과 땅을 통해서도 부를 쌓아왔다. 

11. 02. 06.  

P.S. 영미쪽에선 '무바라크 이후'로 전략적 관심을 옮겨갈 모양이다. 무바라크 시대를 정리하고 그 이후를 엿보는 책들도 근간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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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1-02-07 21:09   좋아요 0 | URL
흠 부패한 권력은 결국 부패한 부를 낳는군요.이집트의 경우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데 무바라크 대통령 일가의 재산이 700억불이상일수도 있다니 국민들이 분노할만 하군요.

로쟈 2011-02-08 22:13   좋아요 0 | URL
미국의 행보가 관심거리인데, 중국과 러시아는 무바라크 편이더군요...
 

지난 1월 4일에 주문해놓고 한달 넘게 받지 못하고 있는 책이 있다. 알랭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1>(새물결, 2010)이다. 발행연도는 2010년으로 돼 있지만, 아직 미출간도서다. 어떤 사정인지 조금씩 늦춰지더니 지금은 2월 14일이 출간예정일로 돼 있다. 아마도 인쇄과정에서 무슨 '사고'가 있었거나 결정적인 하자가 뒤늦게 발견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책은 12월 말에 눈에 띄자 마자 장바구니에 넣어두었고 해가 바뀌자 곧바로 주문을 넣었다. 그러면서 자세히 확인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목차를 보니 번역본은 전체 8개 장 중에서 앞의 두 장을 옮긴 것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세 권이 더 나와야 한다. 영역본의 경우에도 500쪽이 좀 넘으니까 분권할 수도 있겠다 싶지만, 굳이 4권짜리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이런 경우는 완간까지 좀 시간이 걸릴 거라는 암시도 되기에 약간 우려스럽기도 하고(저자가 강준만이라면 모를까).  

전례가 없지도 않다. 슬로터다이크의 <냉소적 이성 비판1>(에코리브르, 2005)은 곧 나온다던 2권이 6년째 나오지 않고 있으며, 가다머의 주저 <진리와 방법1>(문학동네, 2000)은 10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분량상 두 권쯤은 더 나와주어야 하는데, 독자의 기억에도 가물가물하므로 아마 역자나 출판사 모두 '포기'한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   

독자마다 '사다 만 책'과 '읽다 만 책'의 리스트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오다 만 책'은 좀 유형이 다르다. 그런 가능성 자체를 봉쇄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책을 사다 말거나 읽다 말기 위해서라도, 그런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나와줘야 한다. 혹시나 <존재와 사건>의 경우에도 '나오다 만 책' 대열에 합류하게 될까 싶은 노파심이 들어서 간단히 적었다...  

11. 02. 05.

P.S. '나오다 만 책'도 있지만 더러는 '안 나오니만 못한 책'도 있는데, 랑시에르의 <민주주의에 대한 증오>가 그런 경우였다. 조만간 새 번역본이 나온다고 한다. 그밖에도 랑시에르의 책이 올해 적어도 두세 권은 더 나올 듯싶어서 그의 화려한 '컴백'이 예상된다. 개인적으론 <문학의 정치> 영역본이 이달에 나온다는 사실이 반갑다. 2008년에 '문학과 정치'란 화두를 던졌던 랑시에르와의 조우도 이제 '2회전'에 접어드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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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2-0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도 같은 운명을 맞는 건 아닐까요? 1권이 나온 지 1년 가까이 지났는데... 다음 권이 나왔다는 얘기가 없어서요ㅠㅠ

설 연휴도 끝물이네요. 2월은 짧은 달이라 하루하루가 아쉬워질 것 같아요. 아무래도 더 바빠지실 텐데 건강 잘 챙기시길...^^

로쟈 2011-02-06 12:12   좋아요 0 | URL
새물결에서 나올 세계문학전집에는 포함돼 있던데요. 어쩌면 올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해줘 2012-05-1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들여다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무질의 그책도 '안나오니만 못한 책'의 대열에 끼어있죠. 그 정도 번역 퀼리티를 내놓는 책임감을 짐작해 보면 안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인듯.

로쟈 2011-02-06 12:13   좋아요 0 | URL
안 사두길 잘 했나 보네요.^^;

교고쿠도 2011-02-0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존재와 사건>이 꽤 끌리네요. ^^그런데 아직 미출간이라니 흐음...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좌절입니다.

로쟈 2011-02-06 12:13   좋아요 0 | URL
한참은 아니고, 내주에 나오는 걸로 돼 있습니다...

헌내 2011-02-06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슬로터다이크면 지젝이 자신의 이론에 차용한 사람 아닌가요?
2008년 세계철학대회 때 우리나라 왔다 가신 걸로 알고있는데...^^

로쟈 2011-02-06 23:20   좋아요 0 | URL
그 전에 2004년에 강연차 왔었지요...

마라난타384 2011-02-0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2일에 주문하고 며칠 후 품절이라고 뜨는 걸 보면서 내심 즐거워했는데 벌써 한 달 째 기다림이 계속됩니다.
출간 예정일이 벌써 세 번이나 연기 된터라 14일에 정말 나올지도 미지수네요 ㅡㅡ;

로쟈 2011-02-07 08:45   좋아요 0 | URL
오래 걸리는 걸로 봐서는 번역상에 문제가 있었던 듯합니다. 편집이나 인쇄상의 문제였다면 이렇게 오래 지체되진 않을 텐데요...
 

'대한민국 읽기' 리스트를 만들면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은 선대인의 <프리라이더>(더팩트, 2010)이다.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이란 부제가 내용을 짐작하게 해주는 책. '프리라이더'는 무임승차자를 뜻하는 말. 작년말에 나온 책인데, '세금'에는 관심이 없던 터라 그냥 지나쳤었다. 관심을 좀 가져야 한다는 걸 저자는 일깨워준다. 두 편의 리뷰기사를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10. 12. 25) 무임승차의 고수들 “탈세가 가장 쉬웠어요” 

한국보다 경제 발전이 늦은 나라들을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우리는 그 사회의 만연한 부패와 뇌물 고리에 관한 소문들을 주워섬기느라 침이 마르기 십상이다. 마치, 우리는 이제 그 문제에서 자유로운 양 우쭐하면서 말이다. 한국 사회는 공정한가. 대개의 한국인들은 ‘그렇진 않다’고 답할 것이다. 다시 ‘한국은 부패한 사회인가’라고 묻는다면 이번에도 ‘그렇진 않다’고 답하기가 쉬울 것이다. 우리를 나로 좁히면, ‘공정한 사회는 아니어도 시스템은 움직이는 사회, 따라서 심하게 부패하진 않은 사회’에 살고 있다고 은연중에 믿고 싶었다. 과연 그런가.

한국 사회 부동산문제에 줄기차게 발언해온 선대인(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씨가 쓴 <프리 라이더-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을 읽노라면, 적어도 세금 시스템에 관한 한, 한국 사회는 불공정함을 넘어서 부패, 곧 타락의 상태에 놓여 있음을 재삼 상기하게 된다.

책 제목 ‘프리 라이더’는 무임승차자를 뜻한다. 부패가 사전 뜻 그대로 ‘정치·사회제도·의식 따위가 타락한’ 상태라면, 한국 사회는 공정하지도, 타락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도 않고 그 세금으로 제공되는 공공재(공공서비스)에 거저 올라타서 온갖 혜택을 누리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무임승차자들은 재벌기업들과 부유층, 고소득 전문직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세금이 얼마나 불공정하게 걷히고 있는지, 세금을 걷어야 할 곳에서 정부와 제도가 얼마나 과세를 방기하고 있는지, 따라서 무임승차한 이 사회 특권층이 누리는 특혜실태를 분노에 찬 필치로 까발린다.

지은이는 우리가 더 분노할 대상은 구조적으로 잘못 짜인 현행 과세제도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 세금제도는 ‘1970년대 개발연대’에 만들어졌다. 경제 부문을 ‘자산경제’와 ‘생산경제’로 나눌 때, 당시 한국경제는 생산경제 중심이었다. 곧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고 그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월급을 받아 소비지출을 하는 경제가 주축을 이뤘다. 그렇게 부가가치세·법인세·근로소득세가 국세 수입의 3대 축을 형성했다. 문제는 수십 년이 지났지만 그 조세체계 근본틀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며 주식·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경제 규모가 비대해졌다. ‘7500조원의 자산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으로 대표되는 생산경제의 7배를 넘어섰다. 그런데 자산경제의 각종 자본이득,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 걷는 세금은 전체 세수의 17.8%에 불과하다. 자산경제 규모는 생산경제의 7배인데 그 세금은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지은이는 따라서 대부분 자산소득이 ‘불로소득’인 셈이라고 말한다.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제도는 월급쟁이들의 근로소득엔 칼 같은 반면 자산소득에는 헐겁다. 집값이 올라 수억 차익이 생겨도 1가구1주택일 경우 시가가 9억원을 넘지 않는 한, 세금이 필요 없다.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도 역시 세금이 필요 없다. 국내 부동산 보유세 부담액은 부동산 자산가치의 0.09%에 불과한데도 부유층은 이를 ‘세금폭탄’이라 호도한다. 지은이는 반문한다. 실질 보유세율이 1%를 넘는 미국 같은 나라는 세금 핵폭탄이 떨어지는 나라인가.

더 큰 부패는 과세당국에 포착 안 되는 ‘지하경제’에 있다. 탈세의 온상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의 10~30%에 이른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1993년 금융실명제가 도입됐지만 이를 비웃는 차명거래는 재벌 기업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올해 불거진 태광그룹, 신한은행, 씨앤(C&)우방, 한화그룹 등의 검찰수사에서 차명계좌를 통한 거액 비자금들이 쏟아졌다. 지은이는 특히 부패와 비자금의 큰 젖줄로 건설업계를 지목한다. 이 업계는 “다단계 하도급을 따라 갖은 비자금이 만들어지고 상향식 뇌물과 향응접대가 끊이지 않는다.” 건설업계에서 매년 10조원 이상의 비자금이 만들어지고 2조원 넘는 탈세가 발생하는 것으로 그는 추정한다. 



문제는 탈세가 “일부 악덕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 데” 있다. 이 지하경제(3장 ‘지하경제와 탈세의 그늘’)를 살펴보면서 지은이는 “홍라희씨가 미술품 구입에 열을 올린 이유”를 소개한다. “재벌들의 비자금 조성과 이를 위한 회계분식, 탈세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의 차명거래를 통한 비자금 조성과 탈세, 탈법적 상속이라고 그는 말한다. 삼성 특검 결과 “이 회장은 4조5천억원의 차명 재산을 고스란히 자기 재산으로 인정받았”으며 “과세시효 15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한 푼 세금도 내지 않았다.” 특검 주장대로 4조5천억 비자금이 모두 상속재산이라면 상속세법상 여러 공제를 감안해도 이 회장은 2조원가량의 상속세를 냈어야 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세금이 얼마나 잘못 걷히고 잘못 쓰이는지(6장 ‘4대강과 세금의 비밀’)를 ‘폭로’하는 이 책을 통해 지은이가 집단적 조세저항을 촉구하는 건 아니다. 직장인을 비롯한 정직한 납세자들이 연대해서, 무임승차자들이 없도록 조세체계와 재정구조 개혁을 정치권과 정부에 요구하는 집단적인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허미경 기자)   

미디어스(11. 01. 24)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이 궁금하세요, 그러면…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고강도 감사를 받고 있다.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인천세계도시축전 예산과 시 예산 2억7천만 원을 편법으로 자신의 비서 개인 계좌에 입금해 놓고 사적인 용도로 썼는지 여부, 다른 하나는 인천 송도에 대형호텔을 짓고 있는 건설사가 부도 위기에 처하자 시 산하 인천도시개발공사로 하여금 호텔을 직접 인수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다. 언론 보도를 보면 두 가지 혐의 모두 감사원 조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음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만큼 안 전 시장으로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모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안 전 시장에 관한 최근 보도를 검색해보면 ‘월미은하레일’에 관한 한 신문의 기사가 나온다. 기사는 국내 최초의 도심형 모노레일로 관심을 모아 온 인천 월미은하레일이 결국 철거될 것으로 보여 혈세 853억 원이 그대로 날아갈 판이란 소식을 전하고 있다. 2차 용역에서 1차 때 결과를 뒤집고 상업 운전 실적이 전혀 없는 모노레일로 갑자기 사업방식이 바뀌고, 턴키방식으로 발주되는 바람에 시공이나 설계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들이 참여해 레일을 깔고 전동차를 제작하면서 부실로 이어지고, 인천세계도시축전에 맞춰 무리하게 공기를 앞당긴 탓에 부실을 자초하는 등 이 사업은 한 마디로 부실 백화점이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인천교통공사 사장이 “당초에 모노레일로 결정했던 정책적 판단부터 설계, 시공까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당시 정책결정권자가 바로 안상수 전 시장이다. 그러니 안 전 시장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시는 응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두 가지 사례만 봐도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책의 저자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대표적인 자치단체로 인천시 사례를 든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부도 위기 건설사를 대신해 호텔을 인수한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인수가격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호텔 인수금 488억 원의 10%를 계약금으로 건네야 하는데도 3.5배나 많은 17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 전 시장이 지난 2003년에 설립한 문제의 지방 공기업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수많은 개발사업의 실패로 불과 8년 만에 4조 6천억 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았다. 안 전 시장 재임 당시 누적된 인천시의 부채가 자그마치 10조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어마어마한 빚은 결국 누구의 짐인가? 도대체 언제, 어떻게 그 많은 빚을 다 갚는단 말인가? 이것이 비단 인구 270만의 인천시에만 국한된 상황일까? 지방 재정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당사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성실하게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 오히려 바보가 되는 역설은 이 나라의 조세 정책이 정도와 상궤를 크게 벗어나 있음을 입증한다. 필자를 비롯한 이른바 월급 생활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는 다 수긍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가깝게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의 약삭빠른 세금 탈루에서부터 재벌가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 정부 차원의 노골적인 부유층 감세까지 곳곳에서 자행되는 탈법과 편법 때문에 매번 세금 독박을 써야 하는 평범한 월급 생활자들의 삶은 한없이 고단하다. 이 책을 읽어보면 대한민국의 조세 정책은 한 마디로 곪을 대로 곪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름처럼 보인다. 더욱이 모든 문제가 바로 눈앞에서 현재진행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대강 사업이다. 4대강 공사 현장 덤프트럭 기사들이 받는 일당의 셈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오마이뉴스>의 기사(“덤프트럭 일당 76만 원, 어디로 사라지나” 2010년 10월 15일자)만 봐도 4대강 사업이 얼마나 구석구석 엉터리로 가득한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경제를 병들게 하는 4대강 사업은 공사구간별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에서부터 위에서 예로 든 현장에서의 품삯 배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패와 반칙, 불공정으로 얼룩져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삽질 패러다임’에 빠진 ‘건설족 정부’의 친재벌, 친기업 정책에 대해 “이것이 사실상 정권이라는 합법적 권력을 가진 자들이 전 국민을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행위다.”라고 일갈한다.

우면산 터널을 만든 맥쿼리인프라라는 기업이 세금 한 푼 안 내고 엄청난 수익을 챙겨간다는 사실이 KBS 시사기획 쌈의 취재로 만천하에 드러나자 많은 국민은 분노했다. 그런데 이런 반칙 자본주의가 합법의 탈을 쓸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업 주체는 물론 그로 인해 혜택을 입는 집단까지 총체적으로 부패해 서로가 서로의 뒤를 봐주는 마피아 집단으로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자 말마따나 우리가 정작 비난해야 할 대상은 교활하게 국민 세금을 빼먹고 언젠가는 튈 맥쿼리인프라가 아니라 제2, 제3의 맥쿼리가 똑같은 일을 벌여도 뒷짐 진 채 나 몰라라 휘파람만 불고 있는 이 나라 정부다. 앞서 인천시의 사례를 언급했지만, 사실 불필요해 보이는 수많은 공사가 국토 난개발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잠재우고 모로 강행될 수 있었던 데는 사회간접자본은 일단 공급만 하면 수요는 저절로 생긴다, 일단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삽질 논리가 매번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역시 궁극적으로 같은 수순을 밟고 있다. 그래서 생겨나는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 개개인의 세 부담으로 귀결된다.그런데도 이 정부는 뻔뻔스럽게 자신들의 나라를 ‘복지대국’이라 선전하고 있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표현이 딱 맞아떨어진다.

이런 판국에 국내 최대 언론사가 무임승차 정부의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천안함 성금에 연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도 모자라 이번엔 군대에 방열조끼를 보내자며 성금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대 복지 예산’이라고 거짓말을 일삼는 정부의 예산 편성 내역을 파헤쳐 사실을 가려내고 진실을 말해주어도 모자랄 판에, 국방부가 당연히 정당한 예산을 편성해 해결해야 할 일을 국민 성금을 걷어 대신 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황당한 모금 기획은 그 자체로 정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인 동시에 언론사 자신의 존재 이유마저 몰각한 일종의 배임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굳이 성금을 걷어야겠다면 그동안 수없는 탈세로 국가경제의 건강성을 훼손하고 공정경쟁의 원칙을 파괴함으로써 평범한 국민에게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안긴 삼성을 비롯한 재벌기업에 개전의 기회를 주는 것이 차라리 옳다. “아이들의 인생과 잠재력은 출생과 무관해야 한다.” “재산을 모은 이들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발견하길 바란다.” “상속세는 매우 공정한 세금이다.기회 균등을 추구하고 부유층에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상속세가 필요하다.” “사회의 자원이 왕조가 세습되듯 대물림되어서는 안 된다.우리는 능력 중심의 사회와 기회 균등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세계 최고 갑부로 통하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발언들을 그들에게 굳이 상기시켜주어야 하는 걸까. 



가난한 국민의 세금을 가져다 가진 자의 배를 불리는 미국식 경제제도의 끔찍한 폐해를 낱낱이 파헤친 <뉴욕타임스> 현직 기자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의 저서 <프리런치>는 공짜점심은 항상 정직한 점심보다 비용이 더 든다는 자명한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런 문제의식을 우리 실정에서 파헤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감세와 개발 경제로 대변되는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이 지닌 치명적 함정을 진지하게 경고하고 있는 이 책은 납세가 의무인 이 나라 국민 개개인이 납세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소상하게 알려준다. 그동안 우리는 바보였다. 그러니 무지를 추문으로 만들고, 대중은 우매하다는 위정자들의 안심에 균열을 주자.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쓰이는지 추적하고 학습하자. ‘징벌적 세금’이니 ‘세금 폭탄’이니 하는 대중적 세뇌와 협박에 당당하게 저항하자. 나아가 무임 승차자(free rider)들이 정당하게 세금을 내도록 압박하자. <프리라이더>를 읽자. 되도록 많은 이와 함께 널리 돌려 읽자.(김석/KBS 기자) 

11.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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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으로나 습관적으로나 여러 권의 책을 한꺼번에 읽는 편인데, 어제 좀 읽은 책 중의 하나는 강준만 교수의 신작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인물과사상사, 2011)이다. 지난달에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저자가 지난해에 <미국사 산책>과 같이 진행한 책으로 '특별하게도' 논문모음집이다. '새로운 한국학'을 위한 키워드 9가지를 설정하고 '문화정치학'이란 이론틀로 풀었다. 그냥 느슨하게 '문화를 정치적학적으로 본다'는 의미라 한다. 내가 먼저 읽은 건 '대학의 문화정치학'과 '영어의 문화정치학' 두 개 장이다. 그의 한국학의 전제는, 혹은 문제의식은 이런 것이다. "한국인은 한국을 잘 알까?" 우리가 아는 한국과 강준만의 한국학을 대질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만큼 아는지, 혹은 모르는지. '대한민국'을 주제로 한 책 몇 권을 모아놓자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리스트를 만들어놓기도 했던 한윤형의 <안티조선 운동사>(텍스트, 2010)와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개마고원, 2010) 이후에 나온 책 몇 권이다. 강준만 교수의 근황에 대해서는 경향신문의 인터뷰기사를 참고할 수 있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1172110022&code=210100).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 9가지 소통코드 읽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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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욕망보고서
신승철 지음 / 당대 / 2011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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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
조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19,000원 → 17,100원(10%할인) / 마일리지 9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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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
선대인 지음 / 더팩트 / 2010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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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케빈 2011-02-05 05:17   좋아요 0 | URL
강준만 교수의 책은 <아메리카나이제이션>같은 책과 읽으면 좋을 것 같군요.

로쟈 2011-02-06 23:20   좋아요 0 | URL
아예 <미국사 산책>이 있으니까요...
 
사라진 모나리자와 그림 너머에 있는 것

<공간>(1월호)에 실은 북리뷰를 뒤늦게 옮겨놓는다. 택배 사고로 잡지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게 됐는데, 그냥 초고를 옮겨놓는 것이다(편집과정에서 약간 수정됐을 수 있다). 책은 지난해 '올해의 책'의 하나로 꼽기도 했을 만큼 흥미로웠다.   

 

 공간(11년 1월호) 모나리자 훔치기

“왜, 예술은 우리를 눈멀게 하는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 책의 제목이 <‘모나리자’ 훔치기>인 것은 ‘모나리자 도난사건’을 실마리로 삼고 있어서다. 실제로 1911년 8월 21일 파리 루브르 미술관에 걸려 있던 <모나리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던 사건이다. 정기휴관이었던 탓에 24시간이 지나서야 그림이 사라진 사실이 알려졌고 대규모 수사팀이 차려졌다. 기자회견이 열리고 모든 신문의 1면이 이 ‘상상할 수 없는’ 사건으로 도배됐다. 사건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별로 유명하지 않은 한 그림이 일약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재탄생하게 됐고, 사람들은 구름처럼 루브르로 몰려들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군중들이 보고자 한 것은 <모나리자>가 아니라, 그것이 사라진 ‘텅 빈’ 공간이었다. 구경꾼의 대부분은 이전까지 <모나리자>를 본 적이 없을 뿐더러 아예 루브르에는 발도 들여놓은 적이 없었다. 즉 그들은 예술작품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거꾸로 거기에 없기 때문에 보러갔다! 이것은 미술사의 해프닝일까? 혹은 새로운 대중문화 현상일까? 이 도난사건은 2년 뒤에 이탈리아 출신의 평범한 노동자 페루지아가 범인으로 체포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라캉주의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이 사건이 미술에 대해, 그리고 사람들이 그림을 보는 이유에 대해 뭔가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이 희대의 사건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술작품과 그것이 점하고 있던 텅 빈 공간 사이의 분열이 갖는 의미를 말해준다. 작품이 비어 있다고 그냥 텅 빈 공간이 아니다. “미술작품이 기거하는 곳은 특별하고, 신성한 공간, 즉 우리로 하여금 ‘이것이 미술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공간이다.” 그러니 <모나리자>가 사라진 공간을 보기 위해 몰려든 군중들이 뭔가 ‘착각’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미술작품의 한 본질적 구성요소에 관심을 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심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결부돼 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의 핵심적인 경험 중의 하나는 상실의 경험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금지에 의한 어머니의 상실, 교육의 규제에 의한 육체적 쾌락의 상실, 말과 언어 습득에 내재된 다양한 상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런 상실은 자연스레 잃어버린 것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예술은 그 욕망 추구를 상징화하고 정교화할 수 있는 장소이며 예술가들은 그 욕망의 순수성을 끝까지 고집하는 자이다. 흔히 ‘승화’라고 불리는 그런 상징화·정교화의 시도는 항상 실패한다. 미술의 대상은 그것 자체로는 재현될 수 없으며 항상 그것 너머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대상이 재현 불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욕망하는 궁극적인 대상이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술작품과 그것이 차지하는 장소 사이에는 언제나 긴장이 존재한다. 새로운 작품이 항상 진품성에 대한 의심을 유발하는 이유다.  

하지만 예술적 승화의 ‘실패’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프로이트의 용어를 빌자면 우리는 ‘승화’가 아니라 ‘승화시키기’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요한 것은 완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다. 이런 승화이론을 입증해주기라도 하듯이 미술사에는 “그림을 끝내지 않기 위해 바쁜 화가들”도 많다.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도 미완성이란 평판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데, 미술사가 바사리는 그가 “4년이나 그렸지만 여전히 끝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레오나르도는 많은 작품을 시도했지만 완성시키지 못한 것이 부지기수였다. 아예 “레오나르도는 다른 모든 사람을 능가했지만 어떻게 그림에서 손을 떼어야 할지는 모르는 듯했다”고 평한 동시대인이 있을 정도다.   

 

모던아트의 가장 유명한 미완성 <큰 유리>를 만든 마르셀 뒤샹도 ‘악명 높은’ 사례다. 최소 8년 동안 작업을 했지만 뒤샹은 거의 고의적으로 이 작품의 완성을 미루었으며, 작품은 죽기 몇 해 전에 전시되었을 때도 여전히 미완성 상태였다. 심지어 그는 <큰 유리>의 유리판이 운반 도중 파손됐을 때도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자기 작품이나 모던아트 일반에 대해 조롱하면서 자신에 대한 모든 규정에서도 벗어나려고 했던 뒤샹의 관심사는 오히려 “예술작품이 아닌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였다. 그는 자신과 작품 사이의 연루까지도 거부하고자 처음 만든 레디메이드들에 ‘마르셀 뒤샹 작(by Marcel Duchamp)’이 아니라 ‘마르셀 뒤샹으로부터(from Marcel Duchamp)’라고 서명했다. 그에게 ‘작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조과정’이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렇게 미술계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 않고도 큰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뒤샹은 마치 살아있는 텅 빈 공간과도 같았다.”  

한때 미술이론 분야에서 열렬히 수용되었다가 지금은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지만 미술과 시각에 관한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은 저자의 주장대로 여전히 많은 것을 제공해주며 깨닫게 해준다. 승화의 의미와 미완성의 의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고, “미술은 결국 의사소통에 관한 일이 아니라 만들기에 관한 일”이라는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게 해주는 것은 그 중 하나다.  

11. 02. 03.  

P.S. 지난 12월에 서평을 쓰면서 구해놓은 책은 베르나르 마르카데의 평전 <마르셀 뒤샹>(을유문화사, 2010)이다. 오래 전에 뒤샹에 관한 자료를 좀 뒤적인 기억이 있는데, 다시금 관심을 갖게 돼서다. 이번엔 레디메이드 때문이 아니라 그의 작업방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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